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제너시스#1
작가 : 꿈은이루어진다
작품등록일 : 2018.12.31

주인공 고드를 통한 지구와 화성의 충격적 대하드라마.

 
제너시스(1) --- 8
작성일 : 18-12-31 12:18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2415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제7장. 위기의 신들

 

 화성인들은 일상에서 바쁜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바쁠 이유가 없으며 특별한 위급 상황이나 비상상황도 거의 없어 모든 생활이 여유 그 자체이다.

 운석 충돌이 잦아 수시로 파괴되고 간혹 인명까지 손상되기도 하지만 이는 통상적인 일들로 무덤덤하게 된지도 오래전의 얘기다.

 이러한 화성인들의 성향으로 지구의 연구단지 조성사업은 한 구역 당 최소 일이 백 년씩 소요된다.

 지구에서 원시인류의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진화를 거듭하여 완전한 직립보행은 물론, 기본적인 소리언어를 구사하며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집단으로 생활하는 등 안정된 생존을 하고 있다.

 어렴풋하게나마 태양이나 자연현상을 숭배하는 현상도 나타나며 자신들의 뜻대로 안 되는 부분을 거기에 의지하고 있었다.

 고드와 슈카르는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이는 과거 화성의 역사를 보더라도 어차피 더 심각하게 진행될 것이고 지구인들이 화성인들의 정체를 확인하는 먼 미래의 그날까지도 지구인들에게 신은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차피 화성인들은 신이 되어야 하니까.

 

 지구연구 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동안에도 화성에서는 크 고 작은 운석의 충돌이 점점 잦아지고 얼마 남지 않은 지상의 시설들이 위협을 받고 있었다.

 슈카르는 점증하는 운석 때문에 전 화성인들의 안전한 생존을 위하여 지하세계를 구축하기로 한 계획의 착수에 들어가기로 하고 구역 대표자 회의를 개최키로 한다.

 몇몇 구역의 행정센터와 지상의 일부에 남아있는 공공센터의 지하화는 물론 전 화성인들의 주거지까지 완전히 지하화하기로 한다.

 

 중앙행정센터.

 “오늘 회의의 안건은 전 화성의 지하화입니다. 현재 지구에서 미래 지구로의 이주를 위한 연구단지 조성 사업이 아직 진행되고 있고 단지조성이 완료되면 이어서 이주에 따른 환경 적응 연구기간이 상당기간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주시기도 혜성의 이동 상황에 따라 유동적입니다. 혜성충돌을 가상한 대략적인 지구 이주시기 가능기간은 시뮬레이션 결과 앞으로 약 일만 오천 년 이상이 소요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지상에서의 생활에 대하여 안전을 보장 할 수 없어 지하화는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화성에서의 지상은 우리에게 별 의미가 없습니다.”

 대지도자 슈카르에 이어 초정밀 공학박사이자 엡센구역 지도자인 아시아스가 질문을 한다.

 “지하화의 완성은 어느 정도 기간이 소요됩니까?

 기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면 결과적으로 시간 낭비가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건설기간을 약 3000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화성을 결정적으로 날려버릴 초대형 혜성은 약 일만 오천 년 이 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만 크고 작은 다양한 소행성과 운석들의 낙하는 점차 그 횟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많은 부분을 우리 능력으로 처치를 해오고 있습니다만 워낙 많이 증가하고 있어 미처 처치 못하는 숫자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전혀 안전을 보장 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을 처치하는데 정밀도가 문제가 된다면 제가 더 연구를 해보겠습니다.”

 “타격처치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워낙 많은 숫자가 떨어지다 보니 그 중 일부는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적인 사태가 문제인 것이지요.”

 언제나 그러하였듯이 오늘 대지도자인 슈카르의 안건에 대하여 의중대로 진행이 되는 것으로 하고 회의는 종료되었다.

 우선 일부 지상에 남아있는 중앙기관부터 지하화하기로 하고 건설에 착수하기 시작 하였다.

 화성에서의 지하건설은 이미 매뉴얼이 확립되어 있어 시공에는 별문제가 없지만 화성인 특유의 여유로운 성향으로 딜리버리가 길다는 것에 대한 문제가 있다.

 이는 일반화된 현상으로 슈카르도 이를 감안하여 전체 공정기간을 약3000년으로 잡고 있는 것이다.

 시공에 필요한 모든 건설장비가 소형화되어 있고 많은 작업부분들이 자동화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자재들은 자동프린터로 생산되어 공사현장은 한적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비록 장비들이 소형이라고 하지만 엄청난 파워와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다.

 그리고 공사 진행은 누가 다그치거나 재촉을 하는 일이 없으며 담당 인력들도 자원에 의하여 진행된다.

 

  * * *

 

 한편 화성의 모든 중요 계획들이 정리되고 여유를 갖게 된 슈카르는 대지도자로서 오랜만에 여유로운 날들이 많아지고 마야와 고드와 함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은... 새로 나온 사극 전쟁영화나 같이 한편 볼까?

 “12만 오천년 전을 배경으로 하였다고 하죠?

 우리 고드가 특별히 볼만 하겠는데요?”

 “그럼요, 저는 구체적인 화성의 과거역사를 많이 알고 싶어요. 재미있겠는걸요?”

 “고드도 대략은 알고 있겠지만 옛날에는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실제 사람들이 직접 연기를 하고 그랬지만 지금은 100% 그래픽이야. 그렇지만 사실감은 지금이 더 나아. 그래픽이 완벽하거든.”

 화성에서의 영화제작은 그래픽이 전부이며 최고의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전문 연구원이 제작한 것으로 많은 화성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3D화면은 기본이며 4D, 5D기술을 접목하여 냄새와 향기는 물론, 영화 내용속의 모든 감각이 고주파를 이용한 기술을 사용하여 실제로 관람객에게 전달된다.

 공공 영화관이 별도로 있기는 하지만 이는 아날로그를 즐기는 일부 사람들을 위하여 몇 곳이 있을 뿐 이다.

 대부분 화성인들은 자신의 집에 설치된 가상현실 시스템과 연결하여 간단한 전용투시경을 통하여 관람하고 있다.

 제작되는 영화는 실시간으로 각 가정에 자동 배포되어 메모리 된다. 영화를 보는 중에 모두들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크게 놀라는 모습과 스스로 움찔하는 몸동작도 보인다.

 특히 고드는 그 몸짓이 과할 정도로 큰 동작으로 나타났다. 제일 먼저 관람용 투시경을 벗은 고드는 얼굴에 작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고 상기된 얼굴표정이다.

 “휴~ 스릴은 만점인데 나도 주인공처럼 죽는 줄 알았어요.”

 만족해하는 고드를 보고 슈카르는 영화보기를 잘 했다고 생각하고 흐뭇해한다.

 어느새 마야는 시원한 과일 쥬스를 들고 테이블로 와 앉는다.

 “자, 쥬스 한 잔씩 들고 얘기해요.”

 고드는 목이 타는지 재빨리 쥬스를 들이킨다.

 “재밌지? 앞으로 자주 보면 지금보다 시시 해 질 수 있어. 긴장도 덜 되고 편안하게 보게 될 거야.

 시간 나는 대로 고드 혼자서라도 자주 봐. 내용별로 분류 되어 있으니까 찾아서 보는 데는 불편이 없을 거야.”

 “앞으로 자주 볼래요. 저는 사실 궁금한 것이 많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니 상당히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 어떤 것이 궁금했는데?”

 “지금의 우리 화성인들이 서로 악의적인 갈등과 다툼이 없으며 욕심이 없고 상대에 대한 공격개념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그 역사적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네요.

 전쟁이야 이제는 상대가 없으니까 당연히 없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조상들이 조금 더 일찍 깨닫고 서로 화합했더라면 좀 더 빨리 좋은 세상을 보게 되었을 테고 지상천국이 따로 없는데 말입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화합하여 발전하게 되면 그 발전 속도가 몇 배로 빨라지고 풍족한 삶과 서로 다투며 살지 않아도 되는데 그것을 일찍 알지 못한 것 같네요.”

 “아이구~ 우리 고드가 역사 윤리 선생님이 되셨네요. 하하하...”

 “우리 화성은 이제 안정적인 삶이 정착되었는데 이제 그것도 영원하지 않을지도 몰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뿐이지 우리 화성을 파괴할지 모르는 혜성충돌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서 지구이주계획을 진행 중이지 않습니까.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 바로 옆에 보물섬 같은 곳이 있어서요. 물론 여러 가지 불편한 생각이야 들겠지만 현재까지 우리가 전 우주를 연구해 본 결과 우리 화성인 모두가 한꺼번에 이주하여 살 수 있는 곳은 지구밖에 없다는 것 아닙니까. 크게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은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님, 아버님,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하하..”

 고드는 일어나 마야의 등 뒤에서 백허그를 하는데 마야의 눈가에 또 한 번 이슬이 맺힌다. 그것은 고드의 말이 감동스러운 것도 있지만 오늘 따라 든든해 보이는 것이다.

 “요즘 운석이나 소행성 등의 충돌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보고와 영상이 들어오는데 그렇지 않아도 실제 현장을 한번 다녀오려고 하던 참이야. 다가오는 지도자회의에서는 중요사안이 없어 지도자들과 함께 현지 시찰을 하는 것으로 사전 통지를 해야겠다.”

 “아버지, 저도 함께 가게 해 주시면 안 됩니까? 실제 현장을 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지.”

 슈카르가족은 모처럼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이라 고드가 좋아하는 각종 고기 요리로 호사스런 만찬을 즐기기로 했다.

 

  * * *

 

 고드는 지구연구단지 건설현장과 화성을 수시로 넘나들며 단지조성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고드는 지구에서 자신이 머물렀던 곳을 가보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지만 달라진 자신의 모습과 행동들이 그들과 도저히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멀찌감치에서 그들을 바라보고만 돌아오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전의 모습에 비하여 상당히 세련되어 보였다.

 모습이 많이 달라지고 뭔가 안정된 모습과 표정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주변에는 화성에서 이주하여 살고 있다는 두 종족을 번갈아 가며 탐색을 해보았다.

 버드리아족은 그야말로 자연과 어울려 그림같이 평화로운 마을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었고 종족들의 표정도 밝고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도그리온족의 마을은 뭔가 살기가 느껴지고 무언지 모를 제작을 하는지 매일처럼 뚝딱거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표정도 대부분 굳어 있었다.

 마치 무엇엔가 쫓겨 종족들을 상대로 강제로 일을 하게 하는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도그리온족의 추장집무실에는 여전히 캐닌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추장의 집무실 회의 탁자에는 캐닌과 여러 참모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추장의 저택이 제법 그럴듯해졌고 집무실도 제법 넓어졌으며 회의용 탁자도 아주 크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에...전기 생산이 가장 먼저 되어야 무기를 만들든지 자동차를 만들든지 할 것인데 전기는 언제쯤 생산되겠나?”

 담당전공분야인 엘릭스 참모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무 장비도 없이 인력으로만 공사를 하니 진척이 되질 않습니다. 그리고 발전소 건설주변에 흐르는 강이 너무 깊어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우선은 주변의 조그만 물줄기를 이용하여 소형 수력 발전소를 만드는 중인데 그것마저도 진척이 잘 되질 않고 있습니다. 기술이나 설계도가 있으면 뭣합니까. 기반 시설이 전혀 없는데요. 그리고 터빈으로 발전기를 돌려야 하는데 이것저것 다 모아 봐도 발전기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전기가 생산되어야 모든 것이 시작되는데 정말 깜깜하네요. 추장님께서 아비누스에게 연락을 하셔서 어떻게 좀 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만...”

 “갑자기 무슨 핑계로 그런 위험한 부탁을 한답니까.

 좋은 생각이라도 있소?”

 “전기불만이라도 켜고 살게 해 달라고 하면 어떨까요?

 그러자면 발전기가 필수 아닙니까?”

 “지금 화성에는 그런 구식 발전기가 없을 걸요?

 혹시 전시용으로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러면 제가 아비누스에게 알아서 얘기 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우리 손으로 수력발전시설을 하여 전기를 좀 쓰겠다는데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겠지요.”

 “잘 좀 부탁해 보세요. 발전기로 전기 생산이 안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성사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추장님만 믿습니다.”

 추장 세담은 회의가 끝난 후 내일 아비누스가 방문하는 때를 맞추어 곧 바로 추진키로 하고 마음을 굳게 다지고 있다.

 아비누스와 뎅버드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버드리아족과 도그리온족에 대한 지원을 마무리하고 먼저 버드리아족을 둘러보고 차례로 도그리온족으로 향할 참이다.

 “버드리아족은 선천적으로 고분고분하고 착해서 주변 환경에 너무 잘 적응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도그리온족보다 외형적인 시설이 별로 없어도 마을 전체가 너무 안정감이 있고 평화로운 것 같습니다. 이제 화성지원이 없어도 전혀 걱정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히려 섭섭하기까지 하네요.

 그런데 도그리온족은 뭐가 그리 불만도 많고 분위기가 살벌하고 종족들도 별로 행복해 보이지도 않고 말입니다.

 뭐 남은 운명이야 자신들 것이지만 말입니다.”

 아비누스와 뎅버드는 버드리아족의 성공적인 적응과 안착에 만족감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 정서적으로 불편한 감이 있는 도그리온족에게 좀 못마땅한 생각이 들지만 남은 운명은 도그리온 자신들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비누스 일행을 미리 기다리고 있던 세담은 비행선이 오는 소리만 듣고도 일찌감치 나와서 착륙장 앞에 마중을 나와 있었다. 도그리온족의 추장 집무실 앞마당에 착륙한 아비누스와 뎅버드는 세담의 인사에도 들은 척도 안하고 곧장 추장 세담을 뒤로 하고 집무실로 향한다.

 그러나 세담은 계속하여 친밀감을 보이고자 혼자서 계속 말을 하면서 따라간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면서요. 얼마나 섭섭한지 모르겠습니다. 박사님, 박사님들도 섭섭하시죠?

 그래서인지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만 오면 그렇네요.”

 짧게 아비누스가 한마디하고 세담이 말을 하는 사이 벌써 아비누스와 뎅버드는 테이블에 와서 앉고 있다.

 “앉으세요. 추장, 요즘 도그리온족은 뭘 하시 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분주합니까?”

 “아... 네, 주민들이 전깃불이라도 우리가 만들어 써 보자고 조그만 수력발전소자리를 닦고 있습니다.

 어차피 나중에는 만들게 될 거라 서요.

 그런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어서 마음만 급합니다.”

 “급하게 마음먹는다고 급하게 되는 일이 아니지요.

 흘러가는 대로 사십시오. 욕심 부리지 말구요.”

 “내가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뜻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박사님, 우리 도그리온족들이 화성에서의 문명생활에서 잘 벗어나지 못하고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종족들의 성격이 원래 그렇다는 것은 박사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뭘 어쩌자는 겁니까.”

 “최소한 전등불이라도 쓰고 싶어 합니다. 그러려면 발전기가 한 대 꼭 필요합니다. 발전소 주변 시설과 터빈까지는 어떻게든 우리가 만들어 보겠는데 발전기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요. 박사님,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그 부분만 좀 도와주십시오.”

 “버드리아족과의 형평성문제도 있는 것입니다.

 화성 지도부에서 동의하겠습니까?”

 뎅버드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 아비누스는 말을 잇는다.

 “그러게요. 그 문제는 돌아가서 지도부와 논의를 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까지 관리와 지원은 종료하지만 정기적으로 순찰은 있을 것입니다.

 그 때 답을 드리겠습니다.

 만일 그 전이라도 승인이 나면 즉시 연락을 드리지요.”

 “꼭 부탁을 드립니다. 저도 도그리온족이지만 우리 종족은 다루기가 힘듭니다. 아비누스 박사님, 도와주십시오”

 세담은 마치 눈물이라도 흘릴 듯한 표정으로 아비누스에게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참고 하겠습니다. 큰 기대는 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그렇지만 저희는 박사님을 기대 할 겁니다.”

 애걸복걸하는 세담과 마중 나온 다수의 참모들을 뒤로하고 아비누스와 뎅버드는 귀환 비행선에 오른다.

 아비누스는 귀환 길에 세담추장의 요구가 자꾸 귀에 거슬린다. 비록 그들의 요구가 버드리아족을 생각하면 분명히 형평성에 맞지는 않지만 모든 종족의 성향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고 도그리온족은 외향적 성격이 강하여 다루기도 쉽지 않아 세담의 걱정도 일리는 있어보였다.

 그리고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자체 개발이 되는 날이 있을 것인데 굳이 기반시설의 건설을 반대하거나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화성에서처럼 가만히 앉아서 전기를 공급받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발전기외의 엄청난 시설은 자신들이 고생을 하겠다고 하니 대지도자에게 한 번쯤 건의를 해봐야겠다고 생각을 정리한다.

  * * *

 

 슈카르와 고드는 영상으로 확인한 운석들의 충돌 현장을 전 구역 지도자들과 직접 시찰해 보기로 하고 현장을 향해 출발했다.

 대부분의 충돌지역이 인적이 드문 곳이기는 하지만 화성인들이나 시설들을 상당히 위협하는 경우도 있었다.

 슈카르는 실시간 상황을 전체 지도자들과 공유하기 위하여 시야에 들어오는 대로 몇 마디씩 주고받았다.

 탑승하여 시찰 중인 모든 사람들은 각자 귀에 이식된 이어폰으로 슈카르의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며 대화도 가능하게 되어있다.

 “화성의 태양계 위치가 소행성부스러기들이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띠의 가장 근접한 곳에 있어 크고 작은 소행성의 충돌 위협이 행성들 중 가장 심각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행성들의 흐름은 많이 정리되겠지만 충돌의 위협은 지속 될 것입니다. 이에 비하여 지구는 우리 화성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대체로 안전한 우주공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구도 각종 소행성들의 충돌에서 전혀 예외는 아니지만요.”

 “그렇습니다. 우리 화성은 대지도자님의 말씀대로 우주공간 중에서 운이 없게도 요상한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 소행성의 충돌이 가장 심한 곳입니다. 물론 달은 행성 탄생 초기에 각종 소행성들의 집중 포화를 맞아 즉시 사행성이 되었지만 말입니다. 어차피 우리 화성도 초대형 혜성충돌에 의해 사행성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일에 있을 충돌에 대비하여 지구이주를 철저히 준비해야 됩니다.”

 “태양계 우주에는 현실적으로 우리가 생존할 곳이 지구 외에는 없습니다. 태양계 외부는 우리 기술과 능력으로 도달하는 곳까지 생존할만한 환경이 되는 곳이 없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우리의 능력으로 살펴볼 우주공간은 없습니다. 사실 그 이상의 거리에 좋은 행성이 있다한들 우리에게는 의미가 없습니다. 지구를 제외한 다른 태양계 행성이나 우주행성을 찾는 다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지구로의 이주계획은 우리 화성인의 생존과 직결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우리가 지구로의 이주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절대 절명의 사안이 되고 있습니다.”

 시찰단이 타고 있는 정찰 비행선은 동체구성 외피가 거의 투명구조로 되어 있어 충돌 현장을 사방으로 훤히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고드는 지상에 착륙하여 현장을 직접 보고 싶어졌다.

 “대지도자님, 지상에 착륙하여 직접 살펴보면 안 됩니까?”

 이번 시찰에서 정찰 비행선의 조종을 맡은 고드는 오늘은 자신이 끼어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조금은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시죠. 대지도자님.

 저도 연구 자료를 좀 수집해야 하구요.”

 화성에서 유일하게 혜성을 전문으로 연구해온 혜성 연구의 대가인 헤파이스는 자신이 꺼내야 할 말을 고드가 대신 해주어 고맙다는 눈짓을 고드에게 전달한다.

 “그럼. 현재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주변에 착륙하겠습니다. 오래 머물지 않고 이륙할 것입니다. 헤파이스 박사님, 자료 수집을 최소화 해 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모든 대표자들께서도 오래 머무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착륙해! 고드!”

 고드는 충돌자국이 있는 충돌구에서 안전한 거리를 두고 착륙을 시도하였다. 슈카르가 필두로 모든 대표자들이 하선하고 마지막으로 고드가 정찰선에서 내려왔다. 충돌구는 그리 크지 않았다. 지름이 약 50미터 정도 되어 보였다.

 충돌구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어 그리 오래 되어 보이지 않았다. 혜성이나 소행성 등의 운석이 화성의 대기권에 접근하기 전에 미리 파괴해 버리는 대형 레이저빔은 우주센터에 웅장한 규모로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워낙 많은 숫자의 운석이 날아들어 규모가 비교적 작은 운석들과 화성인들에게 피해가 없는 낙하지점에 떨어지는 운석들은 레이저를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흘려버린다.

 “이정도의 위력이라도 인명피해가 심각할 수 있고 건물이라도 온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

 지도자들은 이렇게 실제로 가까이에서 충돌구를 본 적이 없어 조금이라도 많은 것을 보기 위하여 이리 저리 둘러보고 현장을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 때 갑자기 작은 크기의 운석 2개가 연이어 떨어지는데 충돌구의 가장 가까이에 가던 슈카르가 허리 아래 부분을 맞아 튕겨나가고 충돌구 주변 가까이 있던 대표자들을 중심으로 무너지는 충돌구 가장자리에 휩쓸려 떨어져 내린다. 정찰선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고드는 슈카르가 튕겨나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재빨리 슈카르가 떨어진 곳으로 내 달린다.

 슈카르는 하반신이 떨어져 나간 채 엄청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고드는 급히 정찰선 안으로 뛰어가 응급 캡슐을 가지고 와서 슈카르를 눕히고 혈액 응고모드로 한 후에 뚜껑을 닫고 캡슐을 비행선에 싣는다.

 그리고 충돌구 가장자리 언덕에 떨어진 수명의 대표자들을 구하기 위하여 구명 밧줄을 이용하여 차례로 건져 올린다. 이런 경우를 설정하지 않아 제트드론이 없었다.

 그리고 워낙 급박한 상황이라 구조대를 요청할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 화성인들의 신체가 작고 체중이 작아 고드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구조를 할 수 있었다.

 화성인들의 몸은 힘을 쓸 일이 없어 근육이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신체가 대부분 기능성으로 변하여 몸이 가볍고 작은 편이다. 오늘 사건은 화성인들이 평소 일반 생활에서 일어나지 않는 그야말로 돌발 상황이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돌발적 상황이라 구난요청을 할 틈도 없었으며 첨단 도구나 장비를 사용할 겨를조차 없는 초 긴급 상황이었다.

 화성의 주요 기지 주변이나 시설물 주변에 떨어지는 운석이나 기타 소행성은 웬만하면 종합 안전 콘트롤 센터에서 낙하 전에 빔을 쏘아 파괴하는데 불시에 착륙한 이곳은 인적이 드문 곳이기 때문에 콘트롤 센터에서 그냥 통과 시켰던 것 같다. 고드가 자신의 몸에 밧줄을 걸고 언덕에서 밑으로 떨어져 뽀족한 바위부분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을 한사람씩 위로 끌어 올리면 동료들이 부축하여 비행선으로 차례로 옮겨 안정을 취하게 하였다.

 슈카르를 제외하고는 다행히 크게 부상당한 사람은 없었다. 기능성 피부로 화상은 없었다.

 고드는 재빨리 위험에 처한 지도자들을 안전하게 도와 무사히 비행선에 탑승하게 해주고 자신도 신속하게 비행선에 올라 슈카르를 찾는다. 응급 캡슐안의 슈카르는 피가 응고되어 더 이상 상태가 악화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조종석에 앉는다.

 고드가 조종석에 앉은 뒤에도 작은 소행성 운석들이 주변에 계속 떨어지고 마치 폭격당하는 것 같은 상황이 벌어져 고드는 최대한 신속하게 비행선을 이륙시키고 그 자리를 탈출한다. 신속하게 모든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대부분 실종되거나 크게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조금만 더 머물렀으면 비행선조차 파괴될 뻔하였다.

 본부 기지로 돌아온 일행은 우선 슈카르를 회복실로 옮겨 떨어져 나간 하체부분을 봉합하고 파손된 장기부분은 교체수술에 들어갔다.

 긴급 장기교체 수술로 슈카르는 자신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화성의 의술에도 한계는 있었다. 온전한 신체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에는 직무나 생활에 많은 불편이 따르고 무한수명을 유지하는데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겨우 안정을 되찾은 슈카르는 옆에서 계속 지켜보던 고드를 지긋한 눈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몸이 상한 것 보다 자신을 구한 고드가 더 대견스럽다는 듯 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정신이 드십니까? 아버지,”

 “응, 괜찮아. 너는 괜찮아? 다른 대표자들은?”

 사실은 고드 역시 약간의 부상을 입어 군데군데 피가 응겨 붙어 있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금방 아물게 되니까요. 약간 다친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크게 염려할 상황은 아니고 지금은 거의 모두가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아버님은 충돌구로 조금만 더 가까이 갔어도 끔찍한 변을 당할 뻔 했습니다. 물론 지금 상황도 작은 일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고드 때문에 이만큼이라도 살아 난 것 같구나.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신체보조기구를 부착하면 생활하는 데는 크게 불편이 없게 될 것이야. 아무튼 수고했어. 어머니가 많이 걱정할거야. 돌아가서 어머니를 위로해줘.”

 “무사히 완쾌하길 바랍니다.”

 고드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슈카르를 뒤로 하고 회복실을 나선다.

 집으로 돌아온 고드는 걱정스런 표정의 마야를 보고 자신도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야를 와락 껴안는다.

 “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예전의 아버지 모습으로 나타나실 겁니다.”

 “아버지가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겠어. 너는 괜찮아?”

 “네, 저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힘을 좀 썼더니 배가 고프네요. 어머니,”

 고드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이내 진지한 표정이 된다.

 “너 오늘 화성에서 영웅이 되었더구나. 지금 난리도 아니야.”

 “무슨 일로 제가 영웅이...?”

 영웅까지 될 만한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음...고드는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화성인들에게는 대단한 일을 한 거야. 화성에서 오늘 같은 물리적 사고는 거의 일어나지 않아. 그래서 인명구출이라는 일도 거의 없지.

 설령 구출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장비나 기구를 이용하지. 오늘 고드는 아무런 기술적인 장비도 없이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인 힘의 기술로 대지도자인 아버지와 대표자 3명을 구해 낸 거야.

 이것은 화성인이라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지.”

 “아니, 어머니, 그런데 어떻게 그리 상세히 알고 계세요? 현장중계가 없었을 텐데요?”

 “물론 현장을 본 것이 아니고 구출된 대표자들을 비롯한 모든 대표자들이 돌아온 즉시 전 화성인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고드를 칭찬하는데 침이 마르지 않더라. 나도 안볼 수가 없었지.”

 “그거야... 저의 신체적 특징이 그들과 다르기 때문이죠.

 시간만 급박하지 않았으면 얼마든지 긴급 구조반에서 구출 할 수 있었던 것인 데요 뭘,”

 “바로 그거야. 모든 화성인들은 고드가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출한 것과 신체적 특징에 열광 한 거야.”

 “그런데 화성인들은 왜 전부가 그런 능력을 퇴화시켜버린 거죠?”

 “퇴화시킨 것이 아니라 우선 그렇게 힘을 쓸 상황이 전혀 없어 자연 퇴화한데다 뭐... 개인의 성향이랄까.

 그리고 신체의 기능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지.

 사실 다른 사람이 아무리 급한 위험에 빠져도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구출 행위는 하지 않지. 대부분 장비나 기구의 힘에 의존하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오늘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아무도 고드처럼 행동을 하지 않아.

 그렇게 할 능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다고 양심의 가책을 가지거나 자신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오늘날 화성인들의 사고방식이야.”

 “그렇군요. 아직 제가 화성인들에 대하여 알아야 할 것 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하반신이 없어지고 일부 장기가 손상되었다고 들었다. 장기야 얼마든지 복원이 가능하지만 하반신은 좀 충격이구나. 물론, 수술이 끝나면 외형적으로는 크게 모습이 변하지 않게 되겠지만 너도 대략은 알다시피 우리 화성인들은 신체의 외부손상이 가장 치명적이란다.

 노화와 수명에 문제가 되기 때문이지. 예전보다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잘 모셔야 될 것이야.”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머니,”

 슈카르는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을 하였지만 당분간은 휠체어를 이용하여 회복부위를 안정시켜야 한다.

 휠체어에 앉은 채로 대표자 회의실로 들어서는 슈카르를 향하여 대표자들은 일제히 기립한 채로 맞이한다.

 슈카르가 자리를 잡고서야 전 대표자들은 자리에 앉는다.

 “모두들 걱정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회복을 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헤파이스가 상기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난다.

 “저와 여러분들이 고드경의 헌신적인 구조덕분에 무사하게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당시 상황에 비추어 고드경은 우리의 은인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이에 질세라 우라노스도 헤파이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벌떡 일어난다.

 “고드경을 이 자리에 모셔서 고마움을 꼭 전하도록 해주십시오. 대지도자님,”

 “고드를 대신하여 고맙게 생각합니다.

 저도 그날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다가 얼마 전에 소상히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고드에게 여러분을 대신하여 충분한 예우를 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회의에는 참석토록 전달하겠습니다.”

 회의가 종료되고 헤파이스와 우라노스는 귀환하지 않고 슈카르에게 다가간다.

 슈카르는 우라노스와 헤파이스가 자신을 바라보고 다가오자

 “두 분 정말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불편한데는 없습니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사고 초기에 정신적으로 조금 불편했습니다만 괜찮습니다.”

 “어서 퇴청하셔야죠.”

 “우리가 사전에 연락을 드렸어야 되는데 고드경이 참석을 할 줄 알았습니다. 오늘 고드경에게 감사의 표시를 해야 했는데 아쉽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오늘이 지나면 사람들이 좀 서운해 할 것입니다.

 열기가 충만 할 때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건데...

 많이 아쉽습니다.”

 “뭐. 그렇기도 하겠습니다만 다음 회의 때 꼭 같이 참석토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 때 모종의 중대발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갑작스런 대지도자의 중대발표에 두 대표자는 동시에 크게 궁금해 하고는 묻는다.

 “갑자기 무슨 중대발표를... 왜요?”

 “그렇지 않아도 고돌라 고문님과 두 분께 상의를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슈트켄 대표자님도 제가 별도로 말씀을 드릴 거구요. 제가 조만간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헤파이스와 우라노스는 슈카르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총총 걸음으로 사라진다.

 

  * * *

 

 슈카르는 고돌라 고문에게 전화를 건다.

 “고문님, 안녕하세요. 자주 찾아뵈지 못해 죄송합니다.”

 “뭘~ 매일 보는데...허허허. 다친 데는 괜찮은가?”

 “네. 제 것은 아니지만 견딜 만합니다.”

 “전화를 한걸 보니 무슨 하실 말씀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부상한 몸 때문만은 아니고... 아...대지도자의 직위를 넘겼으면 해서요.”

 “대지도자를? 아무리 그렇지만 갑자기 그렇게 되겠는가?

 그리고 당장 누가 대지도자를 대신 할 사람이라도 있는가요?”

 “...아들 고드에게 넘겼으면 합니다. 우리가 지금 최우선으로 계획하고 진행 중인 일이 지구이주와 관련한 과제들입니다. 과제들 중 현재 조성 중인 지구연구단지 시설이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입니다. 이 업무는 고드경이 전적으로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후의 업무도 거의 고드경이 관여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고드에겐 아직 너무 벅차지 않을까? 화성에서 실질적으로 생활한 기간이 많지 않은데 어떤 문제라도 되지 않을지.”

 “어차피 고드는 화성의 운명을 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던 지금 화성인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비록 화성에서의 생활기간은 길지 않지만 크게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불편한 저보다 모든 면에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기도 하구요. 저의 뇌 속의 전문자료도 이미 고드에게 모두 넘겼고 업무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이 됩니다.”

 “대지도자님의 생각이 그렇게 확고하면 그렇게 해야지요.

 고드경도 최근의 사건으로 화성인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지요.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대지도자님의 말씀대로 고드경은 이미 우리 화성인들의 운명을 책임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지요. 이번 지도자회의에서 발표를 검토하도록 해보시지요.”

 “감사합니다.”

 슈카르는 당사자인 고드에게는 전혀 통보하지도 않고 밀어붙이듯이 독자적 행보를 하고 있었다.

 고돌라 고문에 이어 아버지인 슈트켄에게도 전화를 하여 같은 내용으로 뜻을 전달하였으나 오히려 아버지는 슈카르보다 먼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 지지하였다.

 “고드는 이 사실을 알고 있나?”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지구 원시인을 이끌고 온 지도자로서 제 뜻에 수긍하고 적응하리라 봅니다. 굳이 이런 뜻을 물어봐야 본인만 어색하지 않겠습니까.”

 “아드님, 잘 결정 했습니다. 아버지는 대지도자님을 믿습니다!”

 슈카르는 곧 이어 헤파이스와 우라노스지도자에게 같은 설명을 하려고 통화를 하는데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이미 그들은 고드를 염두에 두고 결정이나 난 듯이 말하고 있었다.

 

 대지도자 공관

 슈카르는 방금 지구시찰을 다녀온 고드를 불러 앉힌다.

 “지구 연구단지 조성은 잘 진행되고 있겠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고드는 갑자기 심각하게 얘기하는 슈카르의 눈치를 보며 약간은 긴장하고 있다.

 “네, 아버지,”

 “지금 우리 화성인들의 최고 당면과제는 지구로 이주하여 생존을 이어가는 것이다. 우리화성인들은 생존 이상의 가치는 없다고 생각하는 집단이야. 알고 있다시피 미래의 우리생존에 관해서는 이미 너의 손에 달려 버렸어.

 지구이주사업은 고드가 대부분 진행하고 관여하고 있어. 그리고 지구인도 우리와 같이 공존하게 되는 날까지 결국은 고드가 책임져야 될 것 같아. 이 업무를 원활히 진행하려면 지금의 임무보다는 대지도자가 되어야 해.”

 “대지도자요? 제가 벌써 무슨 자격으로...”

 “최근 고드는 화성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도 받았어.

 관행상 대지도자로 지지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어.

 그리고 아버지가 그 일을 지속적으로 총 지휘하기에는 이번 부상으로 힘들고 많은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슈카르는 잠시 감정을 추스른다.

 “우리 화성인들에게 있어 육체적 부상은 심각한 후유증과 함께 수명에도 치명적으로 노화가 촉진되어 업무수행에도 많은 지장을 줄 수밖에 없는 약점과 단점은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이 대목까지 듣고만 있던 고드는 더 이상 아버지가 말을 하지 않도록 중단을 해야 하겠다고 생각을 한다.

 “충분히 아버지의 뜻을 알겠습니다만...”

 “이미 주변 원로 분들께는 상의를 하여 승낙을 얻어 놓은 상태고 다음 회의 때 내가 안건을 상정하려고 한다.

 주요지도자들도 고드가 하루빨리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눈치도 있어.”

 “아버지는 훌륭한 화성의 대지도자 이십니다. 제게 앞으로 주어진 임무가 지구이주라면 그것은 아버지의 업적에서 출발한 것 입니다. 아버지의 바램이고 전 화성인들의 희망이기도 한 지구이주를 제가 책임지기에는...”

 “너의 부담이 대단히 클 것으로 생각은 하지만 화성인들은 이미 너를 대지도자로 인정하고 있고 지구이주사업 또한 많은 부분을 네가 담당해왔어.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하니 내 생각과 결정을 더는 사양을 하지 말거라.”

 “알겠습니다. 아버님의 명령으로 받들겠습니다. 지구이주사업 업무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깊은 신뢰의 감정이 교차되는 가운데 대화는 종료되고 두 사람간의 신뢰만큼이나 강한 포옹으로 마무리를 한다.

 

  * * *

 

 중앙행정센터.

 대지도자 주제회의의 회의장 안은 오늘따라 일찍부터 술렁대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모여 오늘 현안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진지하게 주고받고 있었다.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을 뒷 담화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대부분 얼굴 표정들이 밝고 웃음이 넘친다.

 슈카르와 고드 역시 평소보다 밝은 표정으로 회의장 안으로 들어선다. 슈카르가 고드와 같이 등장하자 질서가 없던 모습은 순식간에 없어지고 각자 자리에 재빨리 앉아 회의가 속개되기를 기다린다.

 마치 회의시작을 빨리 하자는 무언의 표시 같기도 하다.

 헤파이스와 우라노스는 무척이나 평화로운 표정으로 이들의 등장을 바라보고 있다. 워낙 장내 분위기가 빠르게 정리되고 모두들 대지도자 슈카르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상태여서 슈카르는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에... 우선 지난번 회의에서 약속한대로 고드경을 오늘 회의에 참석케 하였습니다.”

 이에 고드는 잠시 일어나 좌중을 둘러보며 목례를 하고는 자리에 앉는다. 헤파이스는 고드가 앉자마자 곧바로 일어난다.

 “고드경, 좀 늦었지만 오늘 공식적으로 우리 대표자들은 고드경에게 경의를 표시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 모습을 보고 있는 전 화성인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며 오늘 우리가 고드경에게 전하는 인사를 같이 보고 싶어 하고 있을 겁니다.

 고드경이 보여준 돌발사태에서 위험에 처한 인명을 구출한 것도 대단히 영웅적인 행위였음은 물론, 그날의 희생적인 경의 모습은 우리 화성인의 미래를 본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전체 화성인과 함께 고드경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헤파이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회의장이 떠나갈 정도로 우뢰와 같은 박수가 이어지고 있다.

 슈카르와 슈트켄도 힘차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으며 고돌라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다.

 고돌라는 이쯤에서 대지도자 이양 건을 꺼내야 되겠다고 생각을 하고 슈카르를 향해 눈짓을 보내고 조용히 일어나 말문을 연다.

 “여러분, 조금은 뜻밖일지도 모르겠으나 오늘 회의의 주제는 슈카르 대지도자의 사임과 고드경에 대한 대지도자 추인 건입니다.”

 고돌라는 장내 분위기가 고조 될까봐 잠시 말의 틈을 주는데 지도자들은 아무도 동요하는 기색이 없이 오히려 말을 계속하라는 표정들로 보인다.

 그리고 이 장면을 보고 있는 많은 화성인들의 실시간 지지도가 모니터에는 끝이 없이 치솟고 있었다.

 “에... 이미 원로 대표자분들과는 내부 조율은 마친 상태입니다.

 아시다시피 슈카르 대지도자님께서는 우리의 영원한 생존을 위하여 그동안 화성인들에게 큰 희망을 심어 주었으며 최근에 직무 수행 중 예기치 않은 사고로 신체의 큰 손상을 입었습니다. 물론 향후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여러 가지로 적절한 사임 시점이라고 생각하셨습니다. 우리의 지상과제인 지구 이주계획에 관한 업무도 슈카르 대지도자에서 대부분 고드경의 직무관할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서 우리 화성인들은 고드경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이 필요합니다. 이의가 있으신 분계십니까?”

 대부분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대표자들은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을 하고 있었다.

 고돌라 고문의 말에 전체 대표자들은 하나같이 박수로 응대했다. 역시 모니터에는 화성인들의 지지도 표시가 정점을 향해 치솟고 있었다.

 “그럼 고드경에 대한 대지도자 추인을 결정하고 슈카르 대지도자님께서 이임사가 있겠습니다.”

 “많은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앞서 고돌라 고문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미래의 중대사안과 관련하여 조건이나 적절성 등이 저 보다는 오히려 고드경이 적절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고드경은 앞으로의 직무수행에 있어 저와 우리 화성인들에게 없는 내 외적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드경이 저의 아들이기 때문에 직위 이양에 대해 어색하고 미안한 마음도 있으나 충분히 이해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의 부상은 향후 전체 화성인을 위한 중대한 직무수행에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저 역시 고드경의 직무에 저의 모든 역량을 보탤 생각입니다. 그동안 여러분들의 협조와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회의장안의 모든 대표자와 참석자들은 슈카르의 말이 끝나자 일제히 기립하고 박수를 보낸다.

 모두들 착석을 하는데 고돌라는 다음 발언을 위하여 그대로 서있다. 모두가 제자리에 앉을 즈음 고돌라는 고드와 눈빛을 주고받고는 말을 잇는다.

 “이제 공식적으로 대지도자의 직무를 이어 받은 고드경의 수락 말씀이 있겠습니다.”

 “감사하고 영광스럽습니다. 저는 우리 화성의 위대한 동족들, 훌륭한 모든 대표자님들, 그리고 원로고문님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특히 저로 말미암아 야기된 지구인들이 우리 동족들의 생존에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함은 물론, 오히려 먼 미래에 그들과 공존하며 하나의 세상을 이루어 더 탄탄하고 안전한 우리의 생존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저의 모든 역량을 쏟겠습니다. 그리고 지금보다는 가까운 미래의 상황이 조금 더 복잡 해 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더 깊은 애정과 많은 지지를 가지고 저를 협조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드는 두 번씩이나 반듯하게 인사를 하고는 엄숙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역시 참석자들 모두 일제히 기립하여 환호의 박수를 보내고 슈카르는 전력마스터를 고드에게 넘겨주며 고드는 슈카르가 미리 준비해둔 대지도자 제복을 받아든다.

 이로써 고드는 화성의 대지도자가 되는 절차를 마친 것이다.

 

 대지도자가 된 고드는 첫 번째 직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우연하게도 아버지 슈카르처럼 업무 차 취임 첫 방문자가 된 아비누스와 도그리온족의 특별 지원에 관한 협의를 하고 있다.

 “먼저 대지도자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제가 대지도자님 면담 요청서에 자세히 언급을 했습니다만 도그리온족은 버드리아족과는 성향이 많이 달라서 굳이 형평성을 따지기도 그렇고... 그들이 화성에서의 생활과 비교하면 너무 많은 인내를 해야 하는 점도 그렇습니다. 비록 도그리온족이 좀 거칠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고유 성향으로 이해해야 할 듯 하구요. 수력발전시설의 일부 밖에 되지 않는 정도의 부품요구는 그들 기준으로는 아주 착한 요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도 그 정도의 요구는 들어 주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만...”

 “발전기부품은 그들의 기본 생활에만 이용이 되어 도움이 되는 것은 좋지만 전기가 생산되면 모든 기술의 발전이 도약을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그들의 행적을 보면 그리 염려 할 것까지야 없지만 혹시 종족들의 거친 성향으로 이제 막 원시인에서 벗어난 주변의 지구인들이나 동물들에게 해코지를 하는 등으로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전혀 배제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저도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만 그런 경우를 경험하지 못해서요. 그리고 저희들이 관리를 담당하고 그들을 연구하는 한 철저히 지켜 볼 것이므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아비누스박사님이 계시니까 믿음직합니다.

 그런데 아주 골동품인 재래식 발전기가 우리 화성에 있습니까?”

 “전시장에 있는 것을 주고 새로 하나 만들어서 전시장에 놓지요. 규격이 맞지 않으면 제작해서 줘도 되고요. 프린터로 금방 제작되니까요.”

 “그러면 제가 지구 연구단지 조성 현장으로 곧 가게 되는데 발전기를 가지고 같이 한 번 가볼까요? 박사님,”

 “영광입니다. 대지도자님,”

 “발전기가 준비되면 연락주시고 같이 가도록 하지요.”

 “준비 해 놓겠습니다. 고드 대지도자님!”

 아비누스는 기분이 날아 갈 듯 밝은 표정으로 대지도자 집무실을 나서지만 고드의 눈에는 천진난만하게 보이는 아비누스가 약간은 허술하다고 생각은 들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며칠 후 고드는 아비누스가 준비한 발전기를 싣고 지구로 향한다.

 고드는 발전기의 규모가 왠지 너무 크다는 느낌을 받지만 크게 개의치 않기로 한다.

 종족들의 개체 수에 비하여 용량이 좀 과하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리고 이 일보다 지구 연구단지 조성사업에 모든 생각이 집중되어 두 종족들의 일엔 지금 많은 생각을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 * *

 지구에서는 엄청난 속도로 원시인들이 증가하고 있고 체계적인 언어는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그들끼리 웬만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신체의 중요부위를 가리고 나뭇잎이나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기도 한다.

 또한 지적 생명체가 아니면 상상 할 수 없는 일정한 주거지 형태를 갖추고 불을 사용하며 생활도구나 사냥도구도 만들어 사용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날이 갈수록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고릴라계통의 혈족들은 신체적인 힘의 우위로 아프리카에서 완전한 터전을 잡아 군림하고 있었으며 힘의 세력에서 밀려난 침팬지 계열은 새로운 터전을 찾아 동북쪽으로 그리고 오랑우탄 계열의 종족은 더 멀리 북쪽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발원지에서 터전을 잡은 고릴라 계열의 인간들은 주변에 먹잇감과 자원이 풍부하여 생존에 큰 지장이 없는 관계로 대체로 게으르고 두뇌의 회전이 느렸다. 하지만 멀리 밀려난 침팬지와 오랑우탄 계열은 고릴라 계열보다 생존에 열악한 환경요건 때문에 때로 치열한 생존의 사투를 벌여야 했지만 문명과 지능의 발달은 빨랐다.

 고드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발달하는 지구인들 때문에 연구단지 조성을 앞당길 필요가 있었다. 화성인들의 특유한 여유있는 성향 때문에 완공을 앞당기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였다.

 개념에 없는 독촉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런 저런 지구연구단지 생각이 앞서는 고드는 얼른 도그리온족에게 발전기를 넘겨주고 연구단지 건설 현장으로 가야 했다.

 추장 세담의 집무실 앞 광장에 비행선을 착륙시키고 아비누스가 먼저 내려 추장 세담을 만나러 가는데 비행선이 내려오는 모습을 미리 본 세담과 캐닌은 뛰어 나오면서 아비누스 일행을 맞이한다.

 고드가 비행선에서 아비누스와 함께 내리자 세담은 넙죽 땅에 엎드려 절을 한다. 캐닌도 엉겁결에 세담을 따라 엎드리자 고드는 그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일어나라고 한다.

 세담은 앞 광장에 착륙한 비행선이 평소에 아비누스가 타고 다니는 것 보다 웅장하고 세련 되 보여 잔뜩 기대를 걸고 아비누스에게 말한다.

 “아이구, 오셨군요. 좋은 소식이라도 가지고 오셨는지요.”

 “기뻐하셔도 됩니다. 특별히 이번에 새로 취임하신 대지도자님과 같이 왔습니다.”

 “아...그렇군요. 영광입니다. 대지도자님!”

 “아. 네.”

 고드는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하고 아비누스의 뒤를 따른다.

 세담은 뛸 듯이 좋아하며 반가운 기색을 하는데 캐닌은 대지도자가 같이 왔다는 말에 뭔가 불안한 생각이 든다.

 고드는 아비누스의 안내를 받아 도그리온족의 추장인 세담의 집무실로 향하는데 세담과 캐닌은 그 뒤를 따른다.

 집무실 테이블에 앉자 추장 세담은 자신과 참모인 캐닌을 대지도자 고드에게 소개를 하고 인사를 한다.

 “감히 대지도자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도그리온족을 대표하는 추장 세담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저와 모든 일을 상의하는 비서관 캐닌 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직접 왕림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 사람이라니...지가 무슨 사람이야?’

 “저는 고드라고 합니다. 최근에 화성에서 적절한 과정을 거쳐 아버지의 직위를 이어 받았습니다.

 앞으로 저의 중요 직무는 지구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그 중에 도그리온족의 일도 포함이 됩니다.

 그래서 오늘 아비누스박사와 함께 오게 된 것입니다.”

 잠시 고드의 말이 끊어지자 세담은 재빨리 말을 한다.

 “저희들에게는 영광입니다. 앞으로 저희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가능한 그러겠습니다만 저의 직무가 화성인들의 운명이 걸린 일들이라 도그리온족에게 만족한 관심을 가져 줄 수 있을 런지 모르겠습니다.”

 이 때 캐닌이 추장 세담의 옆구리를 슬쩍 찌르면서 말을 거든다.

 “이렇게 찾아주신 것만도 영광인데 직무에 바쁘신 대지도자님을 귀찮게 하지 말아야지요. 저희들은 아비누스박사님의 작은 관심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저희들을 너무 심려하시지 않아도 됩니다요. 헤헤..”

 캐닌은 고드 대지도자가 화성인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긴 하지만 훨씬 무게가 있고 위엄이 있어 보이며 강력한 카리스마를 느꼈다.

 직접 대화를 해보니 나쁜 짓을 하다가는 큰 일 날것만 같았다.

 가능하면 자신들에 대하여 관심을 쓰지 않을수록 좋을 것만 같았다.

 “발전기가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대략 사용처는 들었습니다만...”

 “주로 가정용 전등과 기본적인 생활도구 사용에 이용할 생각입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개발을 할 것이므로 조금 일찍 사용하자는 취지입니다.”

 “우리 고드 대지도자님께서는 혹시라도 주변에 지구인들이나 다른 생명체들에게 지장을 주는 도구의 개발을 염려하십니다.”

 세담과 캐닌은 아비누스의 말에 급소를 찔린 듯 움찔한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비누스박사님께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 우리가 무엇을 마음대로 하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중요한 직무 때문에 바쁘신데 대지도자님께서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네, 그렇게 알고 오늘은 돌아가겠습니다.”

 “발전기는 잘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지도자님,”

 이렇게 도그리온족과의 미팅을 마친 고드와 아비누스는 발전기를 적정위치에 내려주고 연구단지 조성 현장으로 향한다.

 세담과 캐닌은 고드와 아비누스를 배웅하고 발전기를 둘러보고는 집무실로 들어와 회의 테이블에 앉는다.

 “이렇게 화성의 대지도자가 직접 우리가 원했던 발전기를 들고 올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어. 잘 됐네.”

 “그러게 말입니다. 아비누스박사님이 대단한가 보네요.”

 “아무튼 당신이 뜻한바 대로 되었으니 담당부서와 협의하여 진행해 보세요. 인력동원은 내가 특별히 지원하겠소.”

 “제가 볼 때 대지도자의 눈빛이 보통이 아니던데 더 이상 우리에게 관심이 없었으면 합니다만 혹시 다음에 아비누스박사가 오면 대지도자가 우리를 관심가질 만한 말씀은 하지 말아주세요. 발전기만 있으면 더 이상 부탁 할 것도 이젠 특별히 없지 않습니까.”

 “그러지. 역시 우리 최고의 참모 캐닌이 아니었다면 누가 이런 결과를 가져오겠는가. 하하하..”

 

 화성의 대지도자인 고드를 실은 비행선은 최고의 연구단지인 아틀라스를 향해 날고 있었다.

 고드는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 조용히 아비누스를 부른다.

 “아비누스박사,”

 “네, 대지도자님,”

 “내가 큰 실수를 한 것 같아요. 지금 지구연구단지 조성과 우리의 미래에 대하여 필히 고려해야할 사항이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요?”

 “네, 지구인과의 관계인 데요. 우리가 지구에 이주하면 영원히 지상에 머물지 않습니다. 지상에서 잠시 머물다 지하기지를 구축하고 정착 할 것입니다. 지구의 지상에 가능한 우리의 흔적, 즉 문명의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건설하고 있는 지구연구단지도 최대한 자연 친화적으로 조성하고 있습니다.

 오늘 도그리온족에게 발전기를 준 것은 저의 실수입니다.

 지상에 문명의 흔적이 남게 되는 것은 제가 바라는 바가 아닙니다.”

 고드의 말에 아비누스는 무슨 말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대지도자님의 구상을 대략 알고는 있었지만 저도 미처 그 생각을 못한 것 같습니다. 발전기를 회수 할까요?

 대지도자님.”

 “그래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저들이 매우 실망을 하게 되고 약간의 혼란도 생기겠지요. 전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양의 무선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더 좋아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럼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히려 통제도 가능하고 필요하면 공급을 중단 할 수도 있고요. 그렇게 되면 흔적도 미미해서 후일 우리가 정리하면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하고 박사님께서 가능한 빨리 정리해 주세요. 그리고 그들도 우리 미래계획에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해 주시구요.”

 “네,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발전기는 빠른 시일 내에 조치하겠습니다.”

 아비누스는 핫라인으로 세담에게 먼저 알려 주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2 제너시스(1) --- 12 2018 / 12 / 31 241 0 20961   
11 제너시스(1) --- 11 2018 / 12 / 31 279 0 17350   
10 제너시스(1) --- 10 2018 / 12 / 31 257 0 23063   
9 제너시스(1) --- 9 2018 / 12 / 31 233 0 24454   
8 제너시스(1) --- 8 2018 / 12 / 31 238 0 24150   
7 제너시스(1) ---7 2018 / 12 / 31 215 0 21896   
6 제너시스(1) --- 6 2018 / 12 / 31 263 0 23733   
5 제너시스(1) --- 5 2018 / 12 / 31 264 0 24801   
4 제너시스(1) --- 4 2018 / 12 / 31 252 0 15478   
3 제너시스(1) --- 3 2018 / 12 / 31 243 0 7138   
2 제너시스(1) --- 2 2018 / 12 / 31 254 0 24095   
1 제너시스(1) --- 1 2018 / 12 / 31 394 0 1115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