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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제너시스#1
작가 : 꿈은이루어진다
작품등록일 : 2018.12.31

주인공 고드를 통한 지구와 화성의 충격적 대하드라마.

 
제너시스(1) --- 4
작성일 : 18-12-31 11:41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15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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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장. 또 다른 신

 

 징카 무리들의 서식지.

 징카는 동굴 입구에서 힘겹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특별히 병이 있는 건 아니지만 자연노화로 수명이 다 됐기에 기력이 크게 쇠약해져 있었다.

 “리아... 리아.....!”

 “고...드......!”

 동굴 아래의 넓은 물웅덩이에서 고드가 헤엄을 치며 리아와 물장난을 치고 있었다. 고릴라 무리들 중에서 유일하게 헤엄을 칠 수 있는 그의 자맥질은 고릴라들에게 있어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징카는 눈가를 타고 절로 흐르는 진물을 닦으며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고드를 밀림으로 데려온 지 25년도 넘었으니 돌이켜 보면 긴 세월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털 없는 종족들 때문에 새끼를 잃은 징카는 그에 대한 복수심에 털 없는 종족의 아이를 납치했다.

 그러나 막상 고드의 천진한 모습을 대하자 차마 해칠 수가 없어 자신의 새끼들과 함께 키우게 되었다.

 그런 고드가 어느덧 성체가 되었다.

 여느 수컷 고릴라에 비해 체격은 다소 왜소한 편이지만 의외로 강인한 근력을 지녔다. 무엇보다 아주 영리한 두뇌를 지녔기에 징카 무리들의 서식지를 다른 고릴라 무리들로부터 지킬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징카가 무리들을 이끌었지만 이제 수장의 자리를 넘겨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징카는 힘겹게 얼굴 근육을 움직여 고드의 이름을 뇌까렸다.

 “고... 드... 쿠우....드......!”

 이어 긴 한숨을 내쉬고는 옆으로 고개를 꺾었다.

 숨을 거둔 것이다.

 징카의 손주에 해당되는 새끼들이 할머니가 꼼짝도 하지 않자 구슬프게 울어댔다.

 “꾸... 꾸꾸......!”

 물웅덩이에서 놀고 있던 고드는 문득 불길함을 느끼며 급히 동굴로 올라섰다. 동굴 입구에 축 늘어져 있는 징카가 보였다

 “크르르......고으...!”

 징카는 고드가 가까이 오자 마지막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고드는 징카의 몸을 흔들었다. 이미 숨을 거둔 징카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징카를 흔들어 보기도 하고 코에서 숨을 쉬는지 얼굴을 가까이 대어 숨소리를 들어보기도 하면서 세심하게 살핀 고드는 징카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했다.

 고드는 동굴 밖을 향하여 근처에서 모두 들릴 정도로 소리를 크게 질러댔다. 그러자 서식지 일대에 흩어져 있는 고릴라 식구들이 서둘러 달려왔다.

 징카의 죽음.

 고릴라 식구들은 징카의 사체 주변에 둘러 앉아 기가 죽어 힘없는 표정으로 징카의 몸을 어루만졌다.

 그들의 무리를 오늘날까지 나름대로 이끌어온 대모였기에 징카의 죽음은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무리들을 이끌 차기 대장으로 고드가 암묵적으로 내정돼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대장을 잃은 혼란 없이 질서 있게 징카의 죽음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고드는 장카의 사체를 등에 업고 동굴을 나섰다.

 리아를 비롯한 식구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고드가 발길을 멈춘 곳은 하얀 모래밭이 깔려 있는 강변이었다. 과거 그의 부모와 지구로 여행 오면서 착륙한 강변이었다. 또한 그가 징카에게 납치된 장소 주변이기도 했다.

 이미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이제는 어렴풋한 기억만 남았을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강변을 찾아온 것은 거의 본능 때문이었다.

 고드는 징카의 시체를 나뭇가지로 덮어 주었다. 그러자 나머지 무리들도 나뭇가지를 주워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징카의 나무무덤이 만들어졌다.

 ‘--대모님, 편히 쉬세요.’

 식구들은 각자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징카의 나무무덤 주변을 돌면서 마지막으로 징카의 죽음에 대한 예를 갖추고는 서식지로 돌아갔다.

 징카의 시대가 끝나고 고드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징카가 떠나고 열대 밀림의 세월은 고드의 지휘아래 흘러가고 있었다.

 고릴라 무리들이 동굴 밖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컷들은 하릴없이 나뭇가지를 씹으며 새끼들의 재롱을 지켜 보았고 암컷들이 부산하게 동굴을 드나들었다.

 “크륵크륵......!”

 리아가 몇 번의 유산 끝에 출산의 고통으로 신음을 토하고 있었다. 고드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리아를 바라보며 배를 어루 만져주면서 나직이 뇌까렸다.

 “리... 아.......!”

 이제 그가 기억하고 있는 화성인의 언어는 극히 일부에 불과 했으며 비록 생각이 떠오르는 단어가 있어도 그 의미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출산이 임박하자 고드는 리아의 손을 꼭 쥐었다.

 “크... 크르......!”

 리아가 몇 차례 신음을 토하고는 마침내 새끼를 출산했다. 수컷이었다.

 ‘--애썼어, 리아.’

 고드는 리아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갖다 대며 출산의 노고를 달래주었다. 이어 어린 새끼를 품에 안고는 동굴을 나섰다. 동굴 밖에서 대기해 있던 고릴라 식구들이 우루루 다가섰다.

 고드는 자신의 새끼를 높이 쳐들어서 보여 주었다.

 “카우우!”

 “크르르!”

 고릴라 식구들이 반갑게 외치며 대장인 고드에게 축하를 보냈다. 몇몇 새끼들은 아직 핏덩이인 어린 새끼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그들 역시 그렇게 태어났지만 이를 기억할 새끼들은 없다.

 고드는 징카의 장례를 치렀던 강변으로 새끼를 데리고 가서 조심스럽게 새끼에 물을 적시고 씻겨주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새끼에게 이름을 붙여주기로 생각했다.

 “크루,,, 루......”

 고드는 새끼를 어루만지다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달싹거렸다.

 “루... 루시......?”

 고드는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루시’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화성인과 지구의 유인원 사이에 최초로 태어난 역사적인 아이의 이름은 루시가 되었다.

 

  * * *

 

 지구의 엡세나 연구기지.

 연구소 건물은 외부에서 볼 때는 내부가 잘 드러나지 않고 불빛도 보이지 않는다. 이는 지구의 생태계에 가급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생존하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 대하여 완전한 조사가 되어 있지 않아 최대한의 안전을 고려하여 지어졌기 때문이다.

 연구소 건물은 울창한 밀림 사이에 우뚝 솟아 있는 커다란 바위의 형상이었다. 외부에서 보면 그저 평범한 자연 모습이었다.

 한쪽으로 평범한 평지 같은 곳에 우주선 이착륙장이 갖춰져 있는데 특별한 표식이 없어 그저 평평한 땅처럼 보일 뿐이다. 그러나 높은 공중에서 보면 착륙 위치를 쉽게 인지 할 수 있도록 특별한 형태의 모습을 만들어 놓았다.

 이는 하늘을 나는 조류 외에는 문명인이 아니고서는 절대 확인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착륙장에 우주선이 내려앉으면 자동으로 입구가 열리고 하강하며 곧 바로 닫혀버려 즉시 은폐되기 때문에 주변의 생명체들은 우주선의 실체를 거의 알지 못한다.

 엡세나 연구기지는 70여 년 전 슈카르 가족이 지구를 여행했을 때 잠시 머물렀던 폭포 지역에서 약 200km의 북쪽에 자리해 있었다.

 당시 고드가 고릴라 무리에게 잡혀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해 긴급 출동한 적도 있었다.

 엡세나 연구소는 볼품없는 외양과 달리 내부는 상당히 넓고 정교하게 꾸며져 지하도시를 방불케 했다. 연구소는 화성에서 가져온 기자재로 축조돼 있었고, 최첨단 과학 설비들은 화성의 실험실을 고스란히 옮겨온 것처럼 근사했다.

 화성에서 옮겨온 제조용 프린터는 생활에 필요한 웬만한 물품은 물론, 먹고 입는 것과 특별한 장비나 기자재를 생산하여 해결해 주었다. 연구소 내부의 회의실은 단조로우면서도 깔끔했다.

 탁자 위로 다양한 홀로그램이 띄워져 있었고 연구원들이 각자 조사한 자료를 설명하는 중이었다.

 엡세나 연구기지의 소장은 게브이다.

 순찰대장의 임무를 겸하고 있으며 홀로그램 영상을 확인한 게브가 연구원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자. 이번에는 돌연변이 고릴라를 목격한 아무센 연구원의 보고를 들어봅시다.”

 아무센 연구원이 해상도가 다소 흐릿한 홀로그램 영상을 띄웠다.

 “이 영상을 보고 혹시 화성의 선조들이 이렇게 진화했다고는 생각지 말아 주십시오. 밀림을 정찰하면서 다소 특별한 고릴라 영상을 하나 포착하게 되었습니다. 여느 고릴라와 달리 허리가 꼿꼿한 편이었고 탈모증에 걸릴 것처럼 전신의 털도 적은 편이었습니다.”

 영상은 울창한 밀림 위에서 수직으로 촬영된 데다 나뭇잎들이 렌즈를 가리고 피사체가 워낙 빨리 움직여서 해상도가 분명치 않았다. 이동하는 특이한 고릴라의 영상이 순간적으로 보일 뿐이었다.

 “화성의 고고인류학 학자들이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영장류가 원시인으로 진화하는 기간만 일억 년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이 영상은 정찰 영상을 점검하는 와중에 찾아낸 것이다 보니 확실한 판단을 내리기에 부족함이 많습니다.”

 아무센은 포착된 영상에 대해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했지만 케티 연구원이 영상을 확대해 살피고는 다소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모두들 보세요. 일반 고릴라와 비교해 두개골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까? 또한 탈모 증세를 보인 피부라고하기에 유난히 희게 보입니다. 고릴라 서식지에서 발견됐으니 고릴라가 분명하지만 아주 특별한 돌연변이 같습니다. 어쩌면 지구의 빙하기를 거쳐 생존한 고대의 원인일 수도 있구요.”

 일부 연구원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지만 다른 연구원들은 이를 관심 있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구에는 다양한 생물군이 존재합니다. 원숭이들만 수백 종이 넘고 유인원으로 분류되는 털북숭이들도 아직 모두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돌연변이가 진짜로 고대의 원인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영상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연구원들의 토론을 모두 들은 게브가 결정을 내렸다.

 “보다 확실한 영상과 자료를 확보할 때까지 돌연변이 고릴라에 대한 막연한 추정은 삼가주십시오. 그래도 화성에는 보고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연구원들이 회의실을 나가자 게브 혼자 남게 되었다.

 게브는 가늘고 긴 손가락을 움직여 돌연변이 고릴라의 형상을 확대해서 각도를 변형시켜 보았다. 그는 턱을 어루만지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화성인들은 영장류로부터 정상적으로 진화했어.

 지구의 영장류도 당연히 그래야 하는데 이번 발견은 의외야. 과거 지구의 유인원에서 진화한 원인은 혜성충돌과 빙하기등 대형 자연재앙으로 모두 멸종 된 줄 알았는데 아직 생존한 원인이 있다는 일부 학설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 * *

 

 화성 뮤센구역.

 슈카르는 창문을 통해 스며드는 햇살을 보고서야 자신이 연구에 꼬박 밤을 새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연구과제는 인류학인데 특히 지구 영장류에 대해 특화돼 있었다. 그가 지구의 영장류 연구에 보다 집착하는 이유는 지구 여행 때 실종된 아들 고드 때문이었다.

 이미 70여 년이 흘러 아픈 가슴은 많이 가라앉았지만 고드에 대한 기억마저 모두 잊은 건 아니었다. 화성인들 중에서 이렇듯 자식에 대해 가장 애틋한 정을 지닌 부류는 그와 마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마야는 지금도 온실에 있으려나?”

 연구실을 나선 슈카르는 온실로 들어섰다.

 커다란 온실에는 수백 종의 꽃들이 서로 다투듯 피어있었다.

 어떤 꽃은 사람의 얼굴만큼이나 컸고 어떤 꽃은 하나의 나뭇가지에 각기 다른 색을 띠고 있었다. 대부분 자생한 꽃들이지만 일부의 꽃은 마야가 직접 개량한 종이었다.

 마야가 최근 가장 관심을 갖는 꽃은 소리에 따라 반응하며 향기를 뿜기도 한다.

 마야는 소리에 반응하는 꽃을 개발 중인데 만일 성공하면 목소리를 통해 꽃을 피울 수도 있다.

 또 최근 개발한 스스로 색을 변화시키는 카멜레온 플라워는 화성인들에게 선호도가 높아 관상용으로 인기가 좋아 화성전역으로 온라인을 통하여 배포되고 있었다.

 고대방식의 분무기로 꽃에 물을 주던 마야가 인기척을 느끼며 돌아보았다.

 “슈카르, 잠시 눈이라도 붙이지 그랬어요?”

 “괜찮아. 잠이야 프리카에서 자면 돼.”

 슈카르가 달콤한 꽃향기를 맡으며 물었다.

 “마야, 우리가 지구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나 됐지?”

 “제법 됐죠? 칠십 년도 훨씬 지난 것 같네요.”

 “벌써 그렇게나 됐나?”

 슈카르 문득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생각했다.

 아들 고드가 화성에서 지냈다면 진작 성년이 되어 결혼을 했거나 아버지와 같이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고드에게 자식을 낳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자신은 손주를 둔 할아버지가 되었을 거라는 즐거운 상상에 잠시 젖었다.

 ‘이런, 내가 또 부질없는 생각을.’

 마야가 꽃에서 씨앗을 채취하며 물었다.

 “슈카르, 지구 특별임무로 자주 출장을 가게 된다면서요?”

 “그렇게 될 것 같아. 지구 영장류와 관련해 나를 배제 할 수가 없어서 적임자로 배정 했나봐. 아직 검토단계이지만 화성인들의 이주 프로젝트를 수립하려면 보다 정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조사해서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될 것 같아.”

 “지구의 유인원들은 아직 동물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자나요?”

 “맞아. 여러 생명체 중에서도 지능이 뛰어나지만 여전히 동물 수준이야. 원인으로 진화하기에도 오랜 세월이 요구되지.”

 “그런 유인원들이 우리 화성인들과 맞닥뜨리면 어떻게 될까요? 진화에 영향을 미칠까요?”

 “생각하는 지능이 있으니 새로운 것을 보고 접하게 되면 진화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 그래서 조심스러워.

 우리가 저들의 진화 시계를 빠르게 돌릴 필요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되지. 지구의 유인원들은 지구의 환경에 맞춰서 진화하는 게 만물의 이치야.”

 슈카르가 마야의 등을 가볍게 포옹했다.

 “구역 대표실에 잠시 다녀올게. 아버지가 내게 보여줄 영상이 있다고 하셔.”

 “그래요? 지구에서 새로운 연구 자료가 전송됐나 보군요. 참, 저도 함께 지구로 출장갈 수 있는지 알아봐주세요.

 가능하면 지구의 땅을 한 번 더 밟고 싶어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기에 슈카르는 마야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알았어. 이참에 같이 가서 여쭤 보자고.”

 

 마야와 프리카에 오른 슈카르는 구역대표실을 목적지로 설정하고는 편히 기대앉았다. 자동운행 장치로 설정해 놓으면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때문에 가는 동안만은 편안히 눈을 감고 쉴 수가 있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동 알림을 해준다. 마야와 슈카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구역대표 건물에 당도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프리카는 게이트를 통해 곧바로 집무실 내부의 파킹 스테이션으로 들어섰다.

 마야와 슈카르가 주차 출입문을 나오자 슈트켄이 일어서며 아들을 맞이했다.

 “어서 와라, 마야, 슈카르.”

 “잘 지내셨어요, 아버지?”

 “그래, 마야도 잘 지내지?”

 “예, 마야는 여전히 꽃에 빠져 살고 있어요. 이러다 꽃의 요정이 될까봐 걱정입니다.”

 “허허, 동화 속 요정이라. 오래 전 이야기책에서나 나올 법한 존재로구나.”

 슈트켄은 슈카르 부부와 함께 탁자에 앉았다.

 “근래에 들어 불규칙하고 동시다발적인 운석의 추락이 잦는구나. 운석 추락 경보가 적시에 발령되지만 워낙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아 가끔 구역 민들이 부상을 당하기도 해.”

 “켈리 혜성의 영향 때문인가요?”

 “그렇지는 않지. 켈리 혜성은 대략 4천 년 이상 지나야 태양계 궤도로 진입해. 아직은 상세 예측 권 밖이지. 그보다는 목성의 중력권이 미세하게 변화되면서 우리 주변에 있는 소행성지대의 운석들이 자주 추락하는 것 같구나.”

 “현재 화성에는 추락하는 운석을 사전에 파괴하는 제어기술이 있으나 워낙 운석추락이 많아 기술적으로 한계인 것 같습니다.”

 “맞아,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대우주의 법칙과 자연의 힘에는 개미에 불과하지.”

 슈트켄이 홀로그램을 작동시켰다.

 “이건 엡세나 연구기지에서 보내온 영상자료다.”

 홀로그램에 의해 보이는 지구의 지형을 주시하던 슈카르는 잠시 아련함에 젖었다.

 ‘여기로군. 마야와 함께 고드를 데리고 지구를 여행하면서 착륙했던 장소야.’

 슈트켄이 손을 움직여서 움직이는 고릴라 무리들을 확대해 보여주었다.

 “최근 이곳에서 돌연변이로 추정되는 유인원이 발견됐다는 보고 자료가 입수됐다. 지구로 출장을 가게 되면 한번 둘러봐라. 네가 관심 있어 하는 지구의 유인원 연구에 도움이 될거야.”

 “돌연변이 유인원이요?”

 슈카르는 갑자기 가슴이 설렜다. 이성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신의 이상한 감성의 변화에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내가 아직 고드에 생존에 집착해서인가?’

 그는 이내 감정을 자제하고는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그런 사례가 우리 화성의 선조 중에도 있었나요?”

 “현재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그런 사례는 없었다.

 드물게 돌연변이 화석이 발견되기는 해도 유전은 되지 않으니 말이다. 이번에 지구 요원들이 부연설명과 함께 보내준 자료는 영상에 의한 착시거나 일부 학자들의 소견대로 과거 지구의 고대 원인이 대 재앙에서 살아남아 생존한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지구에서 수차례의 대규모 재앙과 빙하기로 모두 멸종 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고대 원인이 여태 생존 해 있다면 이것으로 학설이 뒤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학자들의 관심이 대단해. 그리고 우리와의 관계도 새로이 정립해야 될 필요도 있을 거야.”

 “아, 그렇군요. 그런데 우리와의 관계를 새로 정립해야 되는 것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단순히 나의 생각인데 나중에 시간나면 다시 얘기 하자꾸나.”

 “네, 아버지.”

 슈트켄이 홀로그램을 바꾸자 지구의 여러 대륙에 세워져 있는 연구기지가 3D 영상으로 구현되었다.

 “이번에 지구에 가게 되면 새로운 연구기지를 설립하는데 필요한 장소를 물색해야 할 거다. 화성인들의 확실한 이주 프로젝트를 위해 보다 많은 연구기지가 필요해. 대지도자의 지시사항이기도 하고.”

 “알겠습니다, 아버지. 실수 없이 수행하겠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마야와 동행해도 될까요?”

 슈트켄이 슬쩍 눈을 치켜떴다.

 “마야와?”

 “예, 지구에 다녀온 지 칠십 년도 넘었기에 한 번 더 가고 싶어 합니다.”

 “마야한테는 아픔이 서린 곳인데... 괜찮을까?”

 “이제 많이 안정됐어요. 게다가 마야가 직접 원한 겁니다.”

 “알겠다. 대지도자께 허락을 구해보마. 하지만 시일이 촉박해 이번 출장 때 동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슈트켄이 아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덧붙였다.

 “슈카르, 마야를 위해서라도 이제 고드는 잊으려무나.”

 

  * * *

 

 화성에는 2개의 미개종족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미개한 화성인들이 아니라 짐승들 중 지능이 높은 순으로 지적 생명체로 진화한 동물들이다.

 이들 종족은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한 가운데 각각의 외딴 섬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일찍이 화성인들이 유인원에서 지적 생명체로 진화한 후 상당한 역사가 흘렀지만 이들도 화성인들과 같은 개념의 진화가 진행되었던 것이다.

 먼 과거 화성에서는 유인원들이 고등생명체로 먼저 진화하고 이어서 지능이 높은 몇몇 동물이 차례로 진화해서 지적생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문명이 미개하여 각종 질병과 기아에 시달리는 등으로 많은 개체수가 사라지거나 멸종되고 자연재해 및 급격한 환경 변화, 특히 특유의 야만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동족간 또는 다른 종족과의 무모한 다툼으로 인해 많은 종족들이 자연 감소하여 거의 멸종하다시피 했으며 남은 두 종족들도 그 숫자가 겨우 명맥을 유지할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한 때 과거에는 이들에 대하여 환경보호단체와 종족애호가단체들로부터 보호를 받기도 했으나 그들 종족과 잘 적응이 안 되는 대부분의 화성인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많이 소멸되어졌다. 결국 세계대전의 대재앙으로 두 종족을 제외한 모든 종족이 많은 화성인들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따라서 오직 두 종족만이 진화한 지적 생명체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나는 개과에 해당되는 도그리온족이며 다른 하나는 앵무새와 독수리의 혼혈족인 버드리아족이었다. 이들이 비록 지적 생명체로 진화했다지만 화성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미개한 수준이다.

 그렇다 해도 이들은 오랜 진화를 통해 고유의 언어를 지녔으며 의술과 일정수준의 과학문명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름대로 체계화된 제도로 계급적으로 조직화되어 있었다. 이들의 문명 수준이면 지구와 같은 행성에서는 주인이 되기에 충분하다.

 도그리온족의 개체수는 대략 2천여 명 정도이고 버드리아족은 수명이 길지 않고 그나마 자연감소가 갈수록 빨라져 멸종을 우려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관심을 지닌 화성인들은 많지 않았으며 일부 인들의 연구과제로 눈여겨보는 중이었다.

 도그리온족을 연구하는 화성인은 아비누스 박사이며 버드리아족의 전문가는 뎅버드 박사이다. 이들은 두 종족의 생존과 보존에 크게 기여해 왔다.

 아비누스와 뎅버드는 과거 역사에서 자신들의 조상들이 이들 애호가 단체를 이끌어 왔다는 문헌을 발견하고 뿌리의 자존심을 삶의 가치로 정하고 이들 두 종족의 관리와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협조요청으로 화성의 집행부에서는 두 종족에게 무선전력공급 시설을 제공했고 수준에 맞게 습득이 어렵지 않은 문명기술을 전수해 자체적인 문명 발전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두 종족이 비록 미개종족이지만 화성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 화성인들을 적대시하거나 해코지하는 일은 없거니와 할 수도 없다.

 두 개의 격리 된 섬 주변에 설치된 전자방어벽은 두 종족을 보호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행여 있을 이들 종족의 돌발이변에 대비한 저지선이기도 했다. 따라서 섬 주변의 감마선 방어벽은 그런 면에서 화성인들과의 분명한 경계였다.

 아비누스 박사가 도그리온족의 추장을 만나러 궁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세담 추장이 어쩐 일이지?”

 이들에게 공동체라는 이미지를 주려고 일부러 이들의 섬에 같이 살고 있는 아비누스의 거주지와 추장의 궁전은 섬의 양쪽 끝에 위치하기에 제법 거리가 멀다.

 아비누스는 일렉트릭카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질주하고 있었다. 도로 사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도그리온족이 도로 보수에 게으른 탓도 있지만 잦은 운석의 충돌로 인해 도로 곳곳이 파여 있었다. 버드리아족이 거주하는 섬과 더불어 이 섬은 운석의 영향이 크지 않는 그 중 안전하다고 판단하여 지정한 구역이었다.

 피해가 있다 하더라도 아주 작은 알갱이 때문에 도로에 작은 웅덩이가 생길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화성 중앙 운석파괴 제어실에서는 도그리온족이나 버드리아족들이 살고 있는 섬에 낙하하는 작은 운석들은 화성인들 거주지에 떨어지는 운석을 우선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수시로 이런 운석들이 떨어지곤 한다. 최근에 들어 그러한 현상이 잦아지고 제법 건물 일부를 파괴할 정도의 운석이 떨어지고 있었다.

 도로 옆으로 깊은 운석 자국이 보였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으로 보아 추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운석 구덩이로 보였다.

 “도그리온족 섬은 비교적 운석의 추락이 드문 곳인데도 갈수록 충돌이 잦아지고 있어. 이러다가 소행성 무리들이 모두 다 화성으로 추락하는 것은 아닌지 몰라.”

 감마선 방벽 저편으로 보이는 바다 위로 한 척의 요트가 항해하고 있었다. 공기부양 요트는 해수면을 가르며 빠른 속도로 수평선을 향해 미끄러지고 있었다.

 “해양학자의 요트인가?”

 가끔 화성인들 중에서 생생한 바다의 항해를 즐기기 위해서 요트로 바다에 나서기도 한다.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수량이 줄어든 바다는 낮은 해수면 탓인지 멀리서도 해저 면이 훤히 보일 정도가 되어 바다라기보다는 작은 연못이나 큰 웅덩이 같아 보이기도 했다.

 이때 하늘 저편에서 불꽃의 꼬리를 이끌며 운석이 추락했다. 공교롭게도 바다로 추락하는 운석이 요트에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배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허어, 이런!”

 아비누스는 급히 긴급통신망을 통해 도그리온족과 가장 인접한 퍼그구역에 접속했다.

 “여기는 도그리온족 섬의 아비누스입니다. 요트가 운석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즉시 출동바랍니다.”

 퍼그구역의 순찰대에서 곧바로 답신을 보내왔다.

 “알겠습니다. 정확한 좌표를 보내주십시오.”

 아비누스는 운석이 추락한 해역의 좌표를 찍어 보냈다.

 이 순간 일렉트릭카에서 요란한 경보장치가 울렸다.

 운석의 파편이 대각선으로 내리꽂히며 도로를 강타하였고 일부 잔해가 아비누스의 일랙트릭카에 차체 옆면에 충돌했다.

 “어엇!”

 깜짝 놀란 아비누스가 자동주행 장치를 작동시켰다.

 충돌 위험을 감지한 일렉트릭카가 도로를 벗어나 미끄러졌다.

 콰아앙......!

 도로 일부가 폭발하면서 먼지폭풍이 수십 미터를 휩쓸었다.

 “후우, 큰일 날 뻔했어.”

 아비누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먼지폭풍에서 최대한 멀리 달아났다.

 잠시 후 아비누스는 도심으로 접어들었다.

 도로 주변으로 보이는 소규모 도시에는 미개종족답지 않게 세련된 건축물이 드문드문 보였다. 하나의 건물을 완성하는데 수년이 걸렸으니 화성인들이 3D 프린터로 몇 시간도 안 되어 만들어지는 집들에 비하면 정성이 빚은 세련미였다.

 그러나 여러 개의 건물은 최근 운석의 잦은 충돌로 인해 흉물스럽게 바뀌고 있었다.

 도그리온족의 섬에 추락하는 작은 운석은 화성당국에서 세세히 신경을 쓰지 않아 많은 도시가 피해를 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게다가 도그리온족은 운석지역을 피해 지하도시에서 지내는 다수 화성인들과 달리 대부분 지상에서만 생활하기에 운석의 충돌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파괴된 건물 주변에서 잔해를 정리하던 도그리온족들은 일렉트릭카를 타고 이동하는 아비누스를 향해 손을 흔드는 호의를 보였다. 그들이 유일하게 접촉하는 화성인이며 가장 존경하는 화성인이 바로 아비누스였다.

 아비누스는 뽀얀 연기를 피워내는 잔해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이런,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피해를 입었어. 이러다가는 개체수 감소가 아니라 운석 때문에 도그리온족이 먼저 멸종되겠어.”

 

 추장의 궁전.

 도그리온족 권력자의 거처답게 추장의 궁전은 제법 규모를 갖춘 건물이었다. 이곳도 운석의 추락 때문에 건물 일부가 붕괴돼 인부들이 보수 중에 있었다.

 아비누스는 조수석에 놓인 가면을 집어 들고 얼굴에 썼다. 가면은 세퍼드 형상이었다. 도그리온족과 유사한 모습의 가면은 그들 종족을 조금이나마 존중하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비누스는 제복 차림 경비원의 안내를 받아 궁전으로 들어섰다.

 접견실 밖으로 근엄한 외모의 늙은 도그리온이 대기해 있었다. 외모와 달리 겁 많은 노안을 지닌 그가 바로 도그리온족의 최고 통치자인 추장 세담이었다.

 세담은 양손을 벌려 아비누스를 반겨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아비누스 박사님. 이게 얼마만입니까?”

 그는 다소 지나칠 정도로 반색하며 아비누스를 포옹했다.

 “반갑습니다, 추장.”

 “보잘 것 없지만 헬기로 모시려 했는데 굳이 차량을 이용 하셨군요.”

 “덕분에 오랜만에 도시를 구경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실 썩 좋은 모습은 못 되지요. 자, 들어가십시다.”

 접견실은 아기자기한 장식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대부분 수작업에 의한 공예품으로 첨단 시설과 제품들은 많지 않아 마치 화성인들의 과거 유물을 보는 듯했다.

 접견실의 테이블 중앙에는 희고 붉은 꽃이 매달린 화초가 놓여 있었다.

 아비누스가 자리에 앉자 세담이 조금은 성급하게 얘기를 시작했다.

 “박사님, 우리 측에서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머지않아 화성이 대형 혜성과 충돌한다고 하더군요. 사실입니까?”

 아비누스는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화성 행정센터에서 전 화성인들에게 전송되는 모든 정보들은 외부세계에서는 청취나 수신이 불가능한 것이다.

 아비누스가 나중에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조금 전 요트사고처럼 화성인들이 불의의 사고로 잃어버린 수신장치를 이들이 입수하여 몰래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켈리 혜성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입수한 거지?’

 그렇다고 지금 이들을 추궁하거나 이를 따질 상황은 아니었다. 아비누스는 태연한 척하며 질문에 답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런 정보를 들었지만 심각하게 고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화성의 지도부에서는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도대체 이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아직 특별한 대비는 없습니다. 머나먼 훗날의 문제이고 그때까지 혜성의 궤도를 연구하면 충돌을 피할 수도 있다는 것이 천체전문가들의 소견입니다.”

 아비누스가 뭔가 숨기려 한다는 느낌을 받은 세담은 다소 서운했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화성인들로부터 각종 혜택을 지원받는 처지다보니 아비누스를 존중해야 했다.

 “박사님, 지금까지 박사님과 화성인들의 지원 덕분에 우리 종족이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화성의 멸종은 우리의 생존과도 직결되어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경우 화성인들은 미리 대책을 강구하겠지만 저희들을 어떻게 할지 불안합니다. 그리고 우리 자력으로는 거의 불가능하지요...”

 “추장의 우려는 저도 충분히 동감합니다. 사실 화성의 지도부에서도 도그리온족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금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는 물론 사실이 아니다. 앞으로 그렇게 해본다는 것을 미리 표현한 것 뿐 이다.

 화성인들을 위한 대규모 이주 프로젝트만으로도 전문가들이 머리를 싸매도 모자랄 판이라 미개종족들까지 이주시키려는 계획은 아예 거론도 되지 않았다.

 이 정도까지 알지 못하는 세담은 화성인들이 도그리온족을 지켜주려 한다는 얘기에 크게 안도했다.

 “아, 역시 그랬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원해 주시려는 것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세담의 집요한 물음에 아비누스는 다소 난감해졌다.

 세담을 위로하기 위해 지어낸 얘기인데 그만 상대가 곧이곧대로 믿어버리자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잠시 고심하던 아비누스가 화성의 지도부에서 검토 중인 이주 프로젝트의 일부 내용을 알려 주었다.

 “사실 지도부에서는 지구로의 대규모 이주를 검토 중에 있습니다.”

 “아, 지구로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화성인들은 자신들만의 생존을 중시하다보니 도그리온족을 이주대상에 포함시킬 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도그리온족과 오랜 교분을 맺었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여러분들을 잃고 싶지 않지만 과연 지도부에서 제 청원을 받아줄지 장담할 수 없군요.”

 세담은 손을 뻗어 아비누스의 손을 쥐었다.

 “박사님, 우리 도그리온족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화성의 한 가족이 아닙니까? 우리 종족은 그리 많지도 않은 개체수이니 지구로 이주할 때 제발 함께 데려가 주십시오.”

 “추장, 행성을 떠나 종족 전체가 이주하는 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추장 개인의 의지로 결정할 수만 없어요.

 도그리온족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고... 또한 전혀 다른 환경에서 과연 종족이 유지될 수 있는지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지구의 생존 환경이 이론적으로는 매우 합당하다고는 합니다만 아직 검증이 미비합니다.”

 세담이 다소 가라앉은 어조로 말을 받았다.

 “근래에 들어 운석의 충돌이 잦습니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전혀 대응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지요. 만일 혜성과 충돌하면 화성은 사라질 테고 우리 도그리온족도 같이 사라지겠지요. 하지만 어디론가 이주할 수 있다면 그 환경 속에서 종족을 유지하는 건 저의 책무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주를 하면 수송 등 부담도 클듯하니 숫자가 적은 우리가 먼저 이주하여 생존환경에 미리 적응해보는 것도 화성인들에게 낫지 않을까요?”

 다소 비장함이 서린 세담의 주장과 건의에 아비누스는 무거운 부담감을 느꼈다. 더구나 먼저 생존환경에 적응해 보겠다는 데에 대해선 섬뜩하기도 하지만 화성지도부에서는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지도부에 추장의 간곡한 청원을 전달할 테니 추장도 도그리온족 전체의 의견을 모아주세요. 지도부에서 기껏 지원을 결정했는데 많은 반대파가 섬에 그냥 남겠다고 하면 내 입장이 곤란해지니까요.”

 “그건 걱정 마십시오. 종족을 지킬 수 있다면 우리 도그리온족은 누구 할 것 없이 지구로의 이주를 희망할 겁니다.”

 “어쩌면 이주를 위한 조건이 제시될 수도 있습니다.

 그 점도 감안해야 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이주를 지원해 주시면 어떤 조건이라도 수용할 마음이 있습니다. 이점을 대지도자님께 꼭 전해 주십시오.”

 “그러지요. 도그리온족의 의지가 이렇듯 절실하다면 이주를 꼭 성사시키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면담이 끝나자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담이 아비누스의 손을 굳게 쥐었다.

 “그럼 박사님만 믿겠습니다.”

 세담은 궁전 밖까지 나가 아비누스를 배웅했다.

 일렉트릭카가 정문 밖으로 멀어지자 세담은 뾰족한 주둥이를 어루만졌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화성인들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지구로 이주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어. 넓은 지구를 우리 마음대로 휘저을 수도 있고 누가 우리를 이래라 저래라 하는 놈들도 없을 것이 아니냐. 화성의 지원이 없어 좀 원시적으로 살더라도 자연생활이 더 나을 수도 있어. 그리고 점차 문명은 발전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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