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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제너시스#1
작가 : 꿈은이루어진다
작품등록일 : 2018.12.31

주인공 고드를 통한 지구와 화성의 충격적 대하드라마.

 
제너시스(1) --- 9
작성일 : 18-12-31 12:23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2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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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장. 원시인을 사랑한 신

 

 지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구연구단지 조성은 그들의 반영구적인 삶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며 진척되고 있었다.

 아틀라스에 도착한 고드는 건설 현장책임자인 메시 팀장을 만난다. 메시는 슈카르가 아끼는 인류학자 후배 연구원으로 보수적으로 감수성이 풍부하여 고드의 코드에는 딱 맞는 화성인이다.

 “대단히 수고가 많네. 메시 박사,”

 얼마 전까지 특별 직으로 자신과 논의하던 고드가 대지도자가 되어 나타나자 메시는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부담스럽기도 하다.

 “축하드립니다. 고드 대지도자님,”

 “공사 진행에는 문제가 없나?”

 “정해진 일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지구인들의 진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일정을 당겨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만...”

 메시도 지구인에 대하여 많은 관찰을 하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오늘 논의해야 할 것들이 있어. 현장에 자원인력을 더 확충해야 할 것 같고 현재 참여 중인 요원들에게도 독려를 좀 해야 되겠어.”

 “인력보충은 그렇다 치고 독려가 되겠습니까?”

 “알고 있지만 내가 한번 나서볼까 해.”

 “화성인들의 개념이 변하지 않는 한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해 볼 작정이야. 이제 우리 화성인들도 여러모로 변화가 필요하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지도할 생각이고 그렇지 않으면 다가올 미래에 대비 할 수 없어.”

 “하기야 다른 일도 아니고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일인데 대지도자님의 지휘에 따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렇지. 나는 우리 현명한 화성인들에게 합리적으로 협조를 구해볼 생각이야. 나쁜 뜻이 아니라면 그렇게 되리라 확신해.”

 “역시 미래의 대지도자님이십니다. 저도 힘껏 대지도자님의 뜻에 적극 동참하겠습니다.”

 “고마워. 메시 박사,”

 “대지도자님, 현장으로 가셔야죠?”

 메시는 밝아진 고드의 표정을 확인하고 현장으로 안내한다.

 현장을 둘러보던 고드는 자신의 구상대로 완성되어 가는 연구단지의 모습을 보고 메시에게 말을 건넨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우리기술의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오히려 화성에서 보지 못하는 자원들로 구성되어 어떠한 화성의 훌륭한 건축물보다 멋있어 보여. 완공되면 아마도 환상적인 모습일 거야.”

 “그리고 우리가 지구의 지하기지로 정착 할 때쯤이면 이곳은 해저로 가라앉게 되겠지요.”

 “그리고 아마 세월이 지나면 지구인들이 이곳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야.”

 “과연 지구인들은 이 미스터리를 풀게 될까요?”

 “많은 추정을 하겠지만 쉽게 풀지는 못하겠지.”

 그 때 현장 저만치에서 고드 일행을 훔쳐보던 지구인들이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여서 순간적으로 고드와 메시는 그들의 눈과 마주치고 무리들을 정확히 볼 수가 있었다.

 고드가 예전에 같이 생활했던 짐승에 가까웠던 지구인의 모습은 말끔히 사라지고 아직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고드는 좀 더 자세히 그들의 모습을 보려고 하였지만 메시가 흔들어 대는 감마봉의 불빛을 보고 손살 같이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저들은 종종 우리와 마주 칩니다. 그러나 서로 마주 대하는 일은 없습니다. 감마봉 불빛만 봐도 기겁을 하고 도망치거든요.”

 “저들은 나의 후손이자 화성인의 후손들이야. 같이 살 수 없는 것이 늘 가슴 아프고 안타깝지. 언젠가는 한 곳에서 같이 사는 날이 올 거야.”

 지구연구단지 시찰을 마친 고드는 메시 팀장의 위로와 동참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화성 귀환 길에 오른다.

 오늘 지구에서 본 인간들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고드의 머리에서 맴돈다.

 그들은 한편으로 대견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어떤 부담감 같은 것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낀다.

 ‘저들은 우리를 누구로 알며 자신들이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를 알기나 할까? 영원한 숙제로 남을까?

 먼 미래에 우리와의 관계를 누가 풀어 줄까?

 비록 같은 동족이지만 먼 훗날이긴 하지만 문명과 모습과 생각이 다른데도 통합이 가능할까? 또 엄청난 문명의 차이는 어떻게 극복하고 서로 불편 없이 살 수가 있을까?

 나와 화성인들은 저들을 보호하고 도우려 하지만 저들이 우리의 존재를 알게 되면 엄청난 재앙이 될 수도 있으며 대혼란이 올 수도 있겠지.’

 지구인들과 안전하고 평화롭게 통합하는 그 날까지 우리의 존재를 감추려면 약간의 희생이 불가피하더라도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관리해 나가야 할 것 이라고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었다.

 고드는 이러한 생각들을 돌아오는 지도자회의에서 다시 한 번 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 * *

 

 화성으로 귀환한 고드는 우선 아버지 슈카르의 의견을 들어 보기로 하고 마주 앉았다.

 “아버지, 지금 화성인들은 미래의 안전한 생존을 위하여 지구이주라는 희망에만 부풀어 있습니다. 그래서는 미래에 닥쳐올 상황에 모두 대비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사고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 인 것 같습니다. 지구이주 전과 후 그리고 미래의 구상을 소상하게 담은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우리 화성인들에게 주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화성인들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지구시찰에서 지구인들의 빠른 진화와 변화를 보고 왔습니다. 당장 연구단지 완공을 앞당겨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리 화성인들의 사고를 수정해야 할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나도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네. 어쩌면 나보다 고드의 호소가 화성인들에게 공감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나도 자네가 말해주길 기다리고 있었지.”

 “역시 아버지는 든든한 저의 후견인입니다.”

 “좀 있다가 고드의 구상대로 시뮬레이션을 한번 해봐.

 그 결과를 가지고 대표자회의에서 발표를 하면 더 좋을 것 같아. 아마 결과도 내가 생각하는 것과 거의 같을 거야.”

 “알겠습니다.”

 고드는 미래의 지구에서 지구인들과 통합하는 날까지 시뮬레이션을 마쳤다.

 오늘 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고드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지구인들과의 통합과정까지를 지도자들에게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생각이다. 대표자들은 고드가 대지도자가 된 이후로 회의 때마다 신선한 안건과 주제로 즐거움을 주는 관계로 오늘도 호기심에 가득한 표정들과 함께 여느 때처럼 평화롭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회의장을 들어서고 있다.

 고드가 발언하기 위하여 일어서고 모든 대표자들은 대지도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지금 지구에서는 비상시 지구로 이주하여 안전하게 생존 할 수 있도록 사전 연구를 위한 지구연구단지 건설이 한 장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지구 상황의 변화로 대처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구인간들이 생각보다 급속하게 늘어나고 변화하고 있습니다.

 빨리 대처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선 연구단지 조성이 빨리 완료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현장건설 지원자의 증원과 공사일정을 앞당길 수 있도록 요원들의 사고가 변화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지구이주와 관련하여 많은 상황이 변화되는데 대비한 우리 화성인들의 전반적인 사고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우리 화성인들은 미래의 어느 날에 안전하게 지구에 정착하고 영원한 생존을 위한 지구인들과의 통합까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상세한 내용은 이미 정보자료에 올려놓아 오늘은 간략하게 요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지도자님, 시간은 충분하니 천천히 그리고 가능하면 구체적으로 말씀 해 주십시오.”

 “네, 최선을 다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실시한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출력된 것이므로 참고바랍니다. 우리가 지구연구 단지를 완공할 무렵이면 비록 보잘 것 없는 소규모 집단이지만 지구인간들은 주로 강이 흐르는 주변으로 자신들의 국가를 건설하고 지역별 국가별 문명이 발달할 것이며 저들의 새로운 문명이 시작 될 것입니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구체적으로 말씀하실 수 있는 가요?”

 “유인원 영장류가 지적 생명체로 진화하는 진행과정은 이미 우리 역사가들과 전문가들이 많은 연구로 밝혀놓은 사실들입니다. 지구의 경우도 동일할 것이라는 전문가님들의 견해를 확인 하였습니다.”

 “아... 그렇군요.”

 “또 그들은 점점 자신들이 만든 신에 의지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주로 해와 달 그리고 바람이나 비 등 자연적인 것들이 그 초기 대상이지요. 지금 우리는 미래의 어느 날 화성을 탈출하여 지구로 이주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지구의 최종 안착점인 지구의 지하기지로 정착하기 전 지구이주의 초기에는 어떤 방법으로든 지상의 지구인들과 공존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후대 역사가들에 의하여 우리의 실체가 드러나면 안 된다는 것도 알아야 됩니다. 그러려면 일정기간 지구인들을 부득이 하게 기망할 수밖에 없는데요.

 문명격차를 이용하여 잠시 신처럼 위장하여 군림하다가 떠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먼 미래의 지구인과 통합하려면 긴 인내를 가지고 진행해야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결국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라는 말씀이시죠?”

 지구이주에 대해 가장 우호적인 헤파이스박사가 고드의 말을 거들다시피 질문 아닌 질문을 했다.

 “우리 화성에서의 번영은 이제 한계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최대과제는 생존입니다. 생존이 안 되면 낙원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우리 화성인들은 미래의 많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변화되는 미래에 우리의 생각도 변화해야 생존 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는 기존 관념과 생각들을 많이 바꾸어야 된다는 말씀이지요?

 “맞습니다. 지금까지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상황 변화에 따른 합리적인 의식의 변화를 해 주신다면 우리가 영원히 생존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고드는 화성인들의 지능수준으로는 충분한 이해가 되리라 판단하고 말을 맺는다.

 박수가 터져 나오고 모든 참석자들의 표정에는 굳은 결의 같은 것이 보인다.

 이때 슈카르가 일어서며 좌중을 향하여 두 손을 앞으로 펼치고 잠시 장내를 정리하는 듯한 제스처를 하고 있다.

 “고드 대지도자님의 시뮬레이션은 제가 실시한 것과도 거의 일치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역사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살리고 화합단결하면 영원한 생존을 보장받게 됩니다. 그러기 위하여 지금 우리의 앞에 놓인 과제는 많고 시간은 넉넉하지 않습니다. 예상 중인 거대 혜성의 화성충돌은 정확한 최종 진로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만 두 가지 미래를 예상해야 합니다. 우리는 화성이라는 우리의 터전을 쉽게 버릴 수도 없으며 아시다시피 지구 이주도 만만치만은 않습니다.

 이 시점에서 모든 경우를 예상하고 철저한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상되는 혜성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 화성은 오래 동안 안전할겁니다. 그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현재 전 화성의 지하화 공사가 병행되고 있으며 만일 예상대로 충돌이 현실화 될 경우 우리는 충돌이전에 화성을 떠나 지구로 가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완전하게 대비하려면 예전에 없던 의식의 변화에 따른 노력과 수고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의식의 변화를 희망하는 대지도자에게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리는바 입니다.”

 또다시 장내는 지지의 박수가 이어지고 있다.

 고돌라와 슈트켄, 그리고 헤파이스와 우라노스가 먼저 일어나 박수를 보내자 모든 참석자들이 차례로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는 것이다.

 잠시 후 모두들 자리에 앉고 고돌라만 서있다.

 “저는 화성 대 파괴 후 1세대로 고난의 역사를 물리치고 화합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변화를 위하여 습관화된 의식을 갑자기 바꾼다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변화는 우리에게 언제든지 찾아 올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의식 속에는 습관화되기 전의 사고가 잠재되어 있습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큰 불편 없이 적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이 모든 생존계획들을 대비한 준비 작업들입니다. 준비 작업들은 많고 시간은 촉박 합니다. 자원인력이 아무리 많아도 제시간에 문제를 풀지 못하면 안 됩니다. 추가 요원이 필요합니다만 자원만으로는 부족하여 선발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고자 합니다. 선발된 요원은 당연히 필요한 부분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어야 하구요.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우리 모두 지지하고 협조하여야 합니다.”

 모니터에 나타난 대지도자 고드에 대한 화성인들의 지지도는 예전과 변함이 없었다. 이로써 고드는 더욱 의지를 굳게 다지게 되었고 모든 분야에서 원활하게 진척되었으며 가속화 되어 전 화성의 지하기지화는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지상의 거주지나 시설들은 거의 사라져 갔다.

 또 계획된 지구연구단지 건설은 넘치는 자원자와 요원들의 의욕 상승과 함께 진행속도에 불이 붙어 무서운 속도로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 * *

 아비누스박사는 자신이 연구하는 도그리온족이 버드리아족에 비하여 그리 온순하고 착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언젠가 멸종이 기정사실화 되어있는 연구결과에 늘 측은해 하고 아쉬워하고 있었다.

 새로운 대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무선전력을 도그리온족에게 공급해 줄 생각을 하면 괜히 즐거워지기도 한다. 아비누스는 빨리 이 사실을 세담에게 알리고 발전기를 회수하기 위하여 일정을 앞당긴다.

 그리고 전력 송신장치와 기본 주변 장치 및 조명기구를 확보해서 가져가기 위해서 약간의 절차를 밟았다.

 현재 도그리온족의 숫자에 맞추어 적당한 규모로 선택하고 후일 그 흔적들을 없애기에 편리하도록 한다는 생각도 같이했다.

 한편 도그리온족은 화성에서 가지고온 발전기를 돌리기 위하여 강둑을 쌓고 통나무를 잘라 터빈 날개를 만드는 작업들이 한창이다.

 그들은 화성을 떠나 올 때 쓸 만 한 도구나 작은 장비는 대다수 가져왔다.

 심지어 전기를 이용한 기구들도 일부 숨겨 가져왔던 것이다. 그러나 밧데리나 엔진, 발전기 등 에너지를 만드는 장치는 철저하게 회수 당했다. 세담과 캐닌은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시찰하는 중이었다.

 캐닌은 전기전공인 엘릭스에게 공사독려를 하고 있다.

 “엘릭스, 공사 진척이 왜 이리 더디나. 발전소가 빨리 완공되어야 한단 말이야!”

 캐닌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너무 더워 속도가 나질 않습니다. 그리고 장비도 너무 열악하고요. 하루에도 몇 명씩 쓰러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완공도 못하고 끝날 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 인력보충이 어려우니 현재 인원들로 쉬어가면서 하되 최대한 열심히 해주세요.”

 세담은 눈으로 보기에도 작업자들이 고통스러워 보였다. 거대한 통나무를 절단하는 것도 조그만 가정용 톱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더위에 지쳐 구슬땀을 비 오듯이 흘리고 있었고 서로 눈치를 보며 작업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때 세담과 캐닌은 집무실 상공에서 아비누스가 타고 다니는 비행선이 내려앉는 것을 목격한다.

 “캐닌, 아비누스가 온 것 같아. 벌써 올 때가 아닌데?”

 “글쎄요. 빨리 가보시지요. 불길한 예감도 듭니다.”

 집무실 앞 광장에 도착한 세담과 캐닌은 밝은 표정으로 비행선에서 밝은 표정으로 내려오는 아비누스를 보고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고 궁금해 하면서 아비누스에게로 다가간다.

 “박사님, 어쩐 일로...?”

 불안해하는 세담과 캐닌을 보면서 아비누스는 더욱 밝은 표정과 함께 웃어 보이기까지 한다.

 이에 더욱 궁금해진 캐닌이 아비누스를 향해 불쑥 말을 꺼낸다.

 “다녀가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는데 무슨 잘못된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잘못되긴요. 더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우리는 더 바라는 게 없는데요.”

 “발전소 건설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말에 아비누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세담과 캐닌은 몸이 굳어 버릴 것만 같았다.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 갈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캐닌은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다.

 “박사니~임...”

 세담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어두운 표정으로 난감해하는 세담과 캐닌을 보며 아비누스는 다시 한 번 웃으면서 말한다.

 “하하. 발전기 뺏어 갈까봐 그러세요?”

 “???”

 “그렇습니다. 발전기는 가져가고 예전과 같이 무선 전력을 공급합니다. 이것은 대지도자님의 특별 지시입니다.”

 세담과 캐닌은 갑자기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캐닌은 자신의 허벅지를 꼬집어보기도 한다.

 “힘은 들지만 우리 손으로 할 수 있는데 대지도자님께서 우리를 너무 예쁘게 보신 것 같습니다만 다른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뭐.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도그리온족이 큰 고생을 할까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인 주변 장비와 기구들도 가지고 왔습니다. 전기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장비와 도구들입니다. 다만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도그리온족이 기본적으로 사용할 정도의 용량과 용품들입니다.”

 세담과 캐닌은 황홀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도구와 용품들까지 웬 횡재냐 싶었다. 다만 전력 규모가 조금은 아쉬웠다.

 그러나 무선전력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바라는 규모를 확장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지도자님께서는 지원해 드리는 전력 한도 내에서 사용하고 무리한 계획은 하지 않기를 바라시고 나 역시 그러길 바랍니다. 제가 여러분을 담당하고 있는 한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말입니다.”

 세담과 캐닌은 내심 움찔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들의 계획을 알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무튼 큰 공사를 덜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발전기는 회수 해 가겠습니다. 그리고 공사 중인 구조물들은 원래대로 복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는 대지도자님의 지시사항입니다.”

 세담은 굳이 작업해 놓은 구조물을 복구해 놓으라는 대지도자의 지시가 갈수록 아리송해 보였다.

 도그리온족의 고생을 생각해서 무선전력까지 지원하는 마당에 고생해서 복구하라는 지시는 왜하는지가 궁금의 고리를 물고 있었지만 내색을 할 수도 없는 처지인 것이다.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선전력의 설비는 알아서 잘 하시겠지요?”

 “당연하죠. 소규모 용량이라 할 것도 없지 않습니까.

 혹시 앞으로 꼭 필요한 것이 있으면 더 부탁해도 되는지요?”

 “지금 대지도자님께서는 정이 많으십니다. 합리적인 부탁은 웬만하면 들어 주실 것입니다.”

 아비누스는 뿌듯한 마음으로 세담과 작별하고 이만하면 한 동안은 별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화성으로 향한다. 아비누스를 배웅하고 난 세담과 캐닌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 앉는다.

 “어쩌면 이렇게 일이 잘 풀리는 걸까요. 추장님,”

 “전기는 잘 풀렸는데 대지도자가 마음에 걸려. 우리 계획을 눈치라도 챈 것처럼 보여서 말이야. 그리고 아비누스도 감시를 많이 할 것 같지 않아?”

 “이제 아비누스박사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자주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올 때마다 자꾸 부탁을 해서 귀찮게 하면 자주 오겠습니까. 그 일은 제게 맡겨두십시오. 괜한 걱정은 접어두고 이제부터 우리 계획에 박차를 가해야지요. 기계 설계도를 몰래 들여온 보람이 이제야 실감이 나네요.”

 

  * * *

 

 고드는 대부분의 지구 연구단지가 완공되고 각 연구소마다 적절한 임무를 부여하고 전공에 맞게 인력을 배치하였다. 화성인들의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사고의 변화로 직무수행에 수월함은 물론, 일대 개혁이 되었다.

 지원자 모집에도 각 분야에서 인력이 넘쳐나고 비록 구습에 젖어 있는 부분이라도 지도부의 합리적인 협조요청에 순응하게 되었다.

 고드는 아틀라스 연구소에 특별히 지구인 전담 연구센터 부서를 운영하기로 하고 팀장에 메시 박사를 선정하였다. 이곳에 조직된 연구원들은 대체로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들로 아직 인간적인 감성이 남아 있는 화성인들이서인지 얼굴 모습도 크게 진화되지 않은 모습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본인들의 희망과 고드의 추천으로 구성되었다.

 지구인 전담 연구센터에서는 지구인들의 발달과정과 모든 생활을 정밀하게 연구하기 위하여 밀착조사를 하고 있으며 전 화성인이나 대표자들도 이 조직의 연구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고드 역시 큰 애착을 가지고 때로는 실무까지 직접 관여하고 있다.

 메시는 지구인과의 밀착취재를 위하여 연구센터를 나서려고 한다.

 지구인에게 이방인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고 항상 옷차림은 최대한 허술하게 입지만 지구 원주민과는 확연히 다르게 보인다. 손에는 나무 막대처럼 위장한 감마봉을 호신용으로 가지고 다닌다.

 메시는 팀원들과 일정기간을 두고 지구인들의 동태를 살피며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오늘은 특정 인간무리가 살고 있는 곳을 혼자서 탐사하기로 하였다.

 그곳에는 마치 지구인 같지 않은 여성이 한명 있었는데 메시는 어쩐지 그곳에 끌리고 있었다.

 멀찌감치에서 그녀를 보고 있던 메시는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일정한 거리로 다가 갔다.

 그녀는 동족 무리들과 조금 떨어져 메시 쪽으로 가까이 와 있었다.

 순간 메시는 그녀와 눈길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리고 메시는 그녀의 모습을 정확히 볼 수 있었다.

 비록 원시인에서 막 벗어난 옷차림 이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뽀얗고 메시가 보기에 정말 예쁜 모습이었다.

 같은 화성인들 사이에서 느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느껴졌다. 메시는 그녀의 모습을 여러 장 사진을 찍었다. 그녀는 사진을 찍는 메시를 피하지 않고 신기한 듯이 쳐다보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도 메시가 싫지 않은 듯이 보였다.

 메시는 화성인 중에서도 진화가 크게 되지 않아 생김새가 지구인들과 가까웠다.

 메시는 손짓으로 그녀를 더 가까이 오라고 하자 그녀는 살금살금 다가오다 메시의 공격이 닿지 않을 만한 곳에 멈추었다.

 메시는 자신을 가리키며 “메시” “메시”라고 하지만 그녀가 알아들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리고 메시는 자신과 그녀를 번갈아 가리키면서 이름을 알려고 하지만 희망대로 되지 않는다.

 메시는 지금 지구인들이 언어와 문자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메시는 순간적으로 엘리자벳이라는 이름이 생각났다.

 그녀를 향하여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엘리자벳!” “엘리자벳!”이라고 번복하여 불러주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메시”라고 하고 그녀를 가리키며 “엘리자벳”이라고 몇 번을 하자 그녀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엘..... ”

 그리고 메시를 가리키며 “메시”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 때 동족의 여성이 그녀에게로 다가오는 것을 메시가 먼저 발견하고 메시는 얼른 바위 뒤로 숨어버렸다.

 동족인 여성은 그녀에게 자신들의 언어일지도 모르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그녀를 데리고 돌아갔다.

 메시는 방금 있었던 모든 내용을 녹음 기록한다.

 “지구인의 나이는 약 18세로 추정되고 성별은 여성으로 신장은 160센티 전후로 체중은 50kg정도로 보인다.

 완벽한 신체구조와 밝고 맑은 눈과 하얀 피부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눈이 큰 편으로 코가 오똑하고 입술은 붉은 색으로 도톰한 편, 얼굴크기는 거의 화성인들과 비슷함. 앞으로 계속 취재할 이여성의 이름을 엘리자벳이라고 명명함.

 본인에게도 계속하여 이름을 주입시켜 볼 것임.

 체계화된 언어는 없어 보이나 동족간의 소통에 자신들만의 간단한 언어가 있어 보임.

 가족구성이 되어 있을 것으로 보이며 가족간 위계질서도 어느 정도 있어 보임.

 가족단위로 집단생활을 하는 것으로 보임.

 일정기간 이 무리들을 집중적으로 관찰할 것임.”

 

 메시는 자료정리를 마치고 연구센터로 귀환하는데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밝고 신나는 표정이 얼굴에 흘러넘치고 있엇다. 최근 고드는 지구인 전담 연구센터에서 거의 상주하고 있다시피 하는데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메시와 마주친다.

 “메시 박사, 무슨 신나는 일이라도 있는 거야?

 근래에 보기 드문 표정인데 그래.”

 “그렇습니다. 대지도자님, 오늘 한 건 했습니다.”

 사실 오늘 메시는 최근에 보기 드문 지구인 자료를 취재한 것이다.

 비록 집단 전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거기에다 엘리자벳 같은 보석도 발견한 것이다.

 지구인에 대한 특별한 자료는 고드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 중 하나다.

 “오, 그래? 특별한 내용이라면 빨리 좀 보여주게. 대게 궁금하네.”

 “알겠습니다. 빨리 정리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메시는 궁금해 하는 대지도자를 지나쳐 곧바로 자신의 연구실로 뛰어갔다.

 

 메시가 보고한 자료를 훑어보던 고드는 사진속의 여성이 신기하리만치 아름다웠고 매혹적이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변화 할 수 있는 것일까.

 미래에는 화성인들처럼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겠지?’

 고드는 지구인들이 화성의 조상들처럼 같은 역사를 반복 할 것으로 믿고 있다.

 곧 많은 국가들이 건설되고 서로의 이익을 위하여 피나는 전쟁도 벌일 것이라고 상상을 해 보지만 별로 유쾌한 생각은 들지 않는다.

 메시는 촬영한 엘리자벳의 사진을 수시로 꺼내 보는데 보면 볼수록 자꾸 보고 싶고 안보면 눈앞에 어른거린다.

 메시는 일정한 간격으로 관찰하기로 보고 하였지만 일정이 없는 날이면 수시로 취재에 나섰다.

 엘리자벳의 가족 무리들은 항상 같은 장소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고 둥근 모양의 지붕이 있는 제법 큰 거주지도 갖추고 있었다.

 남자들은 사냥을 하여 짐승을 잡아 오기도 하였으며 여자들은 곡식 같은 것을 조리하기도 하고 다듬기도 하였다.

 메시는 최대한 위장을 하여 그들의 눈에 띄지 않게 행동 하였다.

 엘리자벳은 매일 같은 장소에 나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메시가 나타나자 엘리자벳은 눈이 둥그레지면서 밝은 표정이 되어 메시를 바라보고 있다.

 메시는 그녀를 향하여 “엘리자벳!”이라고 나지막하게 불렀다.

 그녀 역시 “메시”라고 부르며 다가왔다.

 마침내 엘리자벳은 메시의 코앞에 까지 다가온 것이다. 그녀의 숨소리까지 듣고 있는 메시는 그녀에 대한 야릇한 감정이 한꺼번에 솟구쳐 왔다.

 대화를 주고받을 수 없는 상황에 갈수록 두 사람의 숨소리는 거칠어지고 엘리자벳은 메시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벼대기 시작한다.

 메시는 갑작스런 상황의 진척에 황홀감과 당황함을 동시에 느끼면서 자신도 엘리자벳을 끌어안고 있었다.

 두 사람은 주변의 상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 동안 그러고 있었다.

 그녀의 동생이 언니를 찾아 가까이 온 것이다.

 다행히 동생은 이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서성대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움직이면 동생에게 발각되기 때문이다.

 동생이 방향을 틀어 사라지자 메시는 엘리자벳을 밀어 얼른 무리로 돌아가라고 했다.

 아쉬운 눈빛의 엘리자벳은 뒤를 한 번 돌아보고는 그대로 무리들 쪽으로 사라졌다.

 연구센터로 돌아온 메시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녀도 그녀지만 메시의 이러한 지구인과의 접촉행위는 고드 대지도자가 뜻하는 지구인 접촉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고민은 되지만 메시는 자신도 모르게 엘리자벳을 만나러 나서게 되는 것이다.

 급기야 둘은 사랑에 빠지고 엘리자벳은 메시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 임신의 생리적 현상을 알아차린 메시는 즉시 간이 임신테스트기로 확인을 한 것이었다.

 최초의 화성인과 지구인간의 교합이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메시는 이 사실을 고드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고드는 최근에 메시의 보고가 줄고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자신을 기피하는 것 같아 보였다.

 메시는 전 화성인을 통틀어 업무적으로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최 측근인 것이다. 특별한 일은 없지만 한 번 얼굴도 볼 겸 메시를 집무실로 불렀다.

 최근에 눈여겨 본 메시는 평소 알약이나 간편 식사를 하던 사람이 옛날 조상들이나 먹던 식사를 즐겨 먹고 있었으며 남루한 복장으로 취재를 나가던 것이 깔끔하고 세련되며 화려한 의상으로 자주 바꿔 입는 모습들이 고드의 시선에 포착되었던 것이다.

 집무실로 들어선 메시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하고 있었다. 인사를 하는 메시의 시선이 중심이 잘 잡히지 않는 것이다.

 “어서 오게 메시 박사, 요즘은 박사 얼굴보기도 힘드네?”

 메시는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특별히 보고 할 사항도 없고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 좀 있었습니다. 갑자기 저를 부르신 것은...?”

 “뭐 별거는 아니네. 자네 본지도 오래되었고 그때 내게 준 사진속의 지구여성은 지금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고 요즘 자네의 의상이 너무 눈에 띄기에 뭐 좋은 일이 있나 싶기도 하고 말이야...”

 “네, 그 여성은 지금 잘 있는 것으로 압니다.

 아직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지구인을 취재하다보니 어느 정도 지구인의 성향에 적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입니다.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대지도자님,”

 메시는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고드는 메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래, 자주 들러서 재미있는 지구인 얘기 좀 해주게.”

 고드는 그런 메시에 대하여 모른 척 하고 중요 직무를 맡은 사람이 분명히 뭔가 숨기고 있는 것에 대하여 추후 나름대로 알아보기로 하고 오늘은 오히려 메시가 눈치를 채지 못 하도록 서둘러 보내야 했다.

 “그려. 오늘처럼 앞으로 종종 보도록 하자.”

 “그럼 ,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고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밝은 웃음과 함께 손을 들어 흔들어 주었다.

 고드는 메시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최고의 참모로서 메시의 행동과 태도에 예민해 질 수밖에 없었다.

 메시 역시 자신이 존경하는 고드 대지도자에게 거짓말까지 한 사실에 고민하고 있었다.

 사실 메시는 매일 엘리자벳을 만나러 나가고 있다.

 내일은 출발하기 전에 고드에게 들러 정식으로 취재보고를 할 참이었다.

 그리고 입고 갈 의상도 최근에 비해 약간 수수한 것으로 선택을 했다.

 다음 날 고드는 모처럼 지구인 취재차 들른 메시에게 의상칭찬을 해 준다.

 “오우~ 역시 메시 박사의 의상에는 남다른 데가 있어.

 근데 오늘은 조금 고상하기는 한데 돋보이지는 않네.

 내가 귀여운 고릴라 마스코트 하나 앞에 붙여 줄게.

 어울릴 거야.”

 사실 고릴라 마스코트는 영상채집용 특수 카메라가 동작되고 있었다.

 일정한 시간 실시간 영상전송을 하는 장치로 수신부에서 조정이 되며 상황이 끝나면 고릴라 마스코트 내부에 장착된 주요 장치가 스스로 녹아 없어지게 되어있었다.

 그러나 메시는 고드의 의향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고 그렇지 않아도 별로인 오늘 의상에 고릴라 마스코트가 오히려 엘리자벳을 즐겁게 해 줄 것만 같았다.

 “감사합니다. 대지도자님,”

 “잘 다녀와, 재미있는 얘기 있으면 보고해줘.”

 메시는 주먹을 쥔 오른팔을 왼쪽 가슴에 대고 정중히 인사를 한 뒤 고드의 집무실을 나선다.

 메시가 나간 뒤에 수신영상을 동작시켜 보는데 메시가 고릴라 마스코트를 손으로 잡고 보며 히죽이 웃고 있다.

 엘리자벳이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엘리자벳은 멀리서오는 메시를 일찌감치 지켜보고 있었다. 만나는 장소를 변경한 터여서 그녀의 가족들에게 들킬 염려는 거의 없었다.

 메시는 숲을 헤치고 한참을 가서야 엘리자벳이 있는 곳을 찾았다.

 고드는 사진속의 지구여성이 멀리서 메시에게 손짓을 하고 있는 모습이 모니터 영상으로 보였다.

 그러자 메시는 더욱 속도를 내어 그녀가 있는 곳으로 나아간다.

 사진속의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메시가 다가가자 빠르게 메시의 품속으로 들어왔다.

 잠시 충격에 휩싸였다.

 모니터에는 카메라가 두 사람의 가슴에 파묻혀 아무런 영상이 나오지 않는다.

 단지 메시가 엘리자벳을 부르는 소리와 그녀가 메시를 부르는 소리만 있을 뿐이었다.

 한동안 영상모니터에는 두 사람의 가슴이 붙었다 떨어졌다하는 장면만 계속되고 가쁜 숨소리만 뒤 섞여서 흘러나오고 있다.

 잠시 후 여성의 하체부분이 살짝 비추면서 지나가는데 마치 보지 말아야 하는 것을 본 것처럼 고개를 돌리고 만다.

 

 고드는 메시의 적나라한 애정행각을 목격한 후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메시의 애정행각보다 더 큰 고민은 그것이 화성인과 지구인류에 대해 미치는 영향인 것이다.

 고드는 자신 하나 때문에 지구인간의 탄생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였듯이 메시의 행위 역시 엄청난 결과의 시작이라는데 있다.

 이 사실을 아버지 슈카르에게 자문을 구하기로 하고 급히 화성으로 귀환한다. 지구에서 일어난 메시의 얘기를 듣고 있던 슈카르는 처음에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으나 차분히 상황정리를 한다.

 “비록 이 상황이 예기치 못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늘 주장하던 어쩔 수 없는 변화의 일부 인 것이야.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여러 형태로 계속 될 것이라고 봐.”

 “맞습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충분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은 됩니다. 아버지.”

 “문제는 어떻게 대처하는 가에 달려있는 것이야.

 고드 대지도자 역시 지구의 영장류동물과 관계하여 지구인간의 진화를 앞당겼지 않았던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지금 메시의 상황이 자신의 과거와 맥락이 같은 개념이라는 생각이 빠르게 뇌리를 스친다.

 “메시의 상황을 잘 활용하면 지구인들의 진화를 가속화시키고 화성인의 동족에 한발 더 다가서는 것이지. 메시의 행위를 결코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는 것이야. 물론 전 화성인이 무분별하게 지구인들의 진화를 돕자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지구에 이주를 하게 되면 어차피 일정기간 어떤 방식으로든 지상에서 지구인들과 공존을 하게 되고 메시와 같은 일이 비일비재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지상에서의 공존이 끝나고 지하세계로 정착하게 되면 저절로 중단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지구인과의 교배는 메시처럼 본인의 희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구에 남든가 지하세계의 화성으로 복귀하는 문제는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지만 화성의 복귀를 원칙으로 해야 될 것이야.

 화성인들과 지구인이 교배하여 생산된 2세들로 인하여 지구인들의 문명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일을 공개하고 지도자회의에서 정식안건으로 상정하여 처리하여야 할 것이다.”

 고드에게는 아버지 슈카르의 예리한 판단과 자문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사실을 대표자 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여 동의를 얻기로 하고 메시의 사건을 긍정적인 결과로 받아 들였다.

 “그와 같은 영향으로 지구인들의 문명발전이 빨라지면 미래의 지구인과의 통합시점도 달라지는 것 아닙니까? 시뮬레이션을 다시 해 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당연하지. 이전 시뮬레이션에 반영을 하여 시험해보렴. 아마 몇 천년이상은 앞 당겨질걸?”

 고드는 마이클과의 숙의가 끝나자 빨리 시뮬레이션을 가동 해보고 싶었다.

 자신의 직계 후손이 하루라도 빨리 화성인과 통합을 하여 같이 살고 싶은 본능이 작용하고 있었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지구인과의 통합 일정이 생각보다 빨랐다.

 약 2,000년이 앞 당겨질 것으로 확인된다.(서기2022년)

 고드는 이번 지도자회의에서 메시 건도 아무런 문제없이 동의와 지지를 받고 통과 되었다.

 이를 모니터에서 확인한 메시는 대지도자인 고드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내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지도자 회의가 끝나자 곧바로 지구연구센터로 복귀하였다.

 그리고 메시를 다시 불러들였다.

 집무실에 불려온 메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드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메시는 무슨 말이든 한마디는 해야 했다.

 “죄송합니다. 대지도자님,”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메시를 향하여 무겁게 입을 연다.

 “죄송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자네의 행위를 추적 했으니까!

 앞으로는 웬만하면 나와 상의를 하도록 해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메시 박사의 행동을 칭찬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자네도 회의 내용을 보았겠지만 어차피 우리는 지구에 와서 지하세계를 완전히 구축할 때까지 지상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박사뿐 만이 아니라 누구도 그러한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야. 이번에 메시 박사는 그러한 사례를 먼저 보여준 것에 불과해. 따지고 보면 연구결과의 대박과도 같은 것이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나는 아버지 슈카르의 자문을 구하고 합당한 현답을 얻었지.”

 “사실 저는 회의 전반부를 보고 연구센터를 탈출하고 싶었습니다. 그 순간은 정말 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지도자님, 앞으로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엘리자벳을 설득해서 연구센터에서 같이 생활하도록 하면 어떨까?”

 “그녀의 이름을 알고 계셨군요. 이곳에 적응이 될까요? 그리고 가족들이 가만있겠습니까.”

 “지금 엘리자벳은 자네를 몹시 좋아하고 있기 때문에 적응과는 상관없이 가능하리라 보지만 가족들이 문제가 되겠구만.”

 “가족 중에 여동생이 있습니다. 여동생은 우리의 관계를 알고 있고 그들의 가족들에게는 모른 채 해주고 있습니다. 엘리자벳의 여동생을 설득 해 보겠습니다. 크게 어렵지 않을 듯합니다.”

 메시는 고드가 영상추적을 하던 날 그녀의 여동생에게 현장을 들키고 말았다. 엘리자벳은 여동생과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이는 것 같았고 와중에 메시가 다가가 자신의 가슴에 달린 고릴라 마스코트를 여동생에게 주려고 하자 그녀의 여동생은 기겁을 하고 뒤로 넘어져 버렸다. 엘리자벳도 동시에 놀라 눈이 휘둥그레 졌다.

 메시는 두 사람을 향해 고릴라 마스코트를 자신의 얼굴에 비비고 뽀뽀를 하자 그제 서야 신기한 듯 두 사람은 얼굴을 맞대고 마스코트를 들여다보며 안심을 하는 눈치였다.

 메시는 이 때다 싶어 마스코트를 동생에게 건네주었고 동생은 조심스럽게 마스코트를 건네받고는 이내 자신들의 집단 쪽으로 뛰어갔다. 이날 메시는 그녀의 동생 이름을 마리아로 지어 주었다.

 이후에 다시 만난 엘리자벳의 동생은 자신을 마리아라고 먼저 소개하여 모두 웃고 말았었다.

 “그렇구먼, 엘리자벳을 데리고 오는 건 크게 문제가 없겠네. 언제 한 번 동생 마리아도 연구센터로 초청해봐.”

 “감사합니다. 대지도자님, 마리아는 기회를 봐서 먼저 엘리자벳에게 귀 뜸을 해 놓겠습니다.”

 메시는 갑자기 반전된 자신의 상황에 마치 딴 세상을 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무조건 고드 대지도자님께 상의하리라 마음먹는다.

 다음 날 메시는 흥분된 마음으로 엘리자벳을 만나러 가고 있었다.

 화성과 대지도자로부터 공식적으로 동거를 인정받고 당당히 만날 수 있게 된 사실이 아직도 현실로 믿겨지지 않는다.

 메시는 이 사실을 그녀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 할지를 몰랐다.

 많은 생각을 하면서 그녀가 기다리는 곳에 도착하였다.

 엘리자벳은 오늘따라 무척이나 밝은 메시의 표정과 화려한 의상, 그리고 넘치는 반가움을 나타내자 엘리자베스도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두 사람은 여느 때보다 깊은 포옹과 입맞춤을 하고 메시는 차분히 엘리자벳 앞에 앉는다.

 메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손짓과 몸동작으로 엘리자벳에게 사실을 알리려고 하지만 그녀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한참을 설명하고 나서야 겨우 알아듣는 눈치를 보이지만 예상대로 난색을 표현한다.

 그러자 메시는 동생 마리아 이름을 부르며 동생이 협조를 해주면 될 것이라고 설득하기 시작한다.

 또 한참 만에 그녀는 그러겠다고 하는데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이런 그녀의 어깨를 포근히 감싸고 토닥거려 준다.

 메시는 그녀에게 오늘은 돌아가서 동생 마리아에게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요청하라고 하고는 연구센터로 귀환한다.

 연구센터로 돌아온 메시는 오늘 있었던 엘리자벳과의 일들을 고드 대지도자에게 상세히 보고하고 자신의 연구실 겸 집무실로 쓰고 있는 주거지를 엘리자벳과 동거에 필요한 준비를 해야 했다.

 가능한 빨리 진행을 하라고까지 격려해 주었다.

 극심한 문명차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거주지를 최대한 엘리자벳 수준으로 맞추려고 하지만 딱히 할 것이 없었다. 실내를 원시림으로 꾸미지 않는 한 말이다.

 그러나 먹는 것과 입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각종 기기의 사용이나 도구의 사용에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것 같았다.

 우선 문명에 대한 설명자체가 힘들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엘리자벳이 먹고 입고 자는 본능적인 요구에만 메시가 맞추어 주면 크게 문제가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일 이 시간이면 자신의 옆에 엘리자벳이 누워있을 생각을 하니 두근거려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메시는 아침이 밝기가 무섭게 엘리자벳에게로 가는데 오늘은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시간의 개념도 없는 그녀가 평소 메시와의 만남 시간은 정확하게 지키는 미스터리가 있었다.

 불안한 마음이 메시의 머리를 가득 메우고 있을 때 저 만치에서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엘리자벳과 마리아였다.

 메시는 기쁨 반 불안 반으로 그녀들이 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녀들의 표정은 밝았다.

 메시는 안도의 숨을 쉬고 왜 늦었냐고 몸짓을 해보지만 두 자매는 서로 마주보고 미소만 지을 뿐이다.

 간단한 가죽 의상을 입은 마리아의 가슴에는 고릴라 마스코트가 붙어 있다.

 마리아는 엘리자벳의 동생이 아니라 같은 나이의 언니였다.

 처음으로 마리아는 자신이 엘리자벳의 위, 즉 언니라고 밝히고 가족들과는 모두 합의 했으니 동생을 잘 보살펴 줄 것을 부탁하고는 동생 엘리자벳과 얼굴을 부비며 눈가에 눈물이 글썽이면서 자신들의 주거지로 사라진다.

 같은 시각 멀리서 두 자매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는 지구인이 있었다.

 마리아와 엘리자벳의 아버지 다윗이었다.

 역시 두 눈에는 물기가 가득하다.

 마리아가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두 사람은 아무런 말없이 지켜보다 메시는 엘리자벳의 팔을 잡고 연구센터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엘리자벳도 아무 저항 없이 메시를 따라 뛰었다.

 메시와 엘리자벳이 손을 잡고 연구센터로 들어오는 모습을 본 많은 연구원들은 신기한 듯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

 메시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고드의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로 가는 도중에 많은 화성인들의 표정도 그렇지만 연구센터의 외부 광경부터 내부 모습을 본 엘리자벳은 마냥 어리둥절해 한다.

 고드는 집무실에 도착한 메시와 엘리자벳을 미리 통보받은 듯한 자세로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엘리자벳,”

 고드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엘리자벳은 더욱 어리둥절하여 메시를 쳐다보는데 메시는 그녀에게 고드를 손짓 몸짓으로 소개한다.

 그러자 엘리자벳은 이내 메시의 뜻을 알아듣고는 고드를 보며 약간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어느 정도 메시의 학습을 받은 대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엘리자벳입니다. 대...지도자님,”

 “언니 마리아가 가족들에게 설득을 잘 했나 봅니다.”

 “마리아가 동생이라고 하지 않았나? 메시 박사,”

 “마리아는 쌍둥이 언니였습니다. 본인이 직접 밝히던데요?”

 “메시 박사, 나는 엘리자벳과 소통이 안 되니 박사가 내 뜻을 잘 전달해 주게. 두 사람 좋은 관계를 잘 유지 하라고 말이야.”

 “고맙습니다. 대지도자님,”

 메시는 대략 대지도자의 뜻을 엘리자벳에게 전달하자 엘리자벳은 또 한 번 고드에게 고개를 약간 숙인다.

 그리고는 고드를 유심히 한 번 보고는 메시의 손에 이끌려 고드의 집무실을 나선다.

 

  * * *

 

 한편,

 도그리온족 추장 세담은 화성에서 보내주는 무선 전력으로 각 가정에 전등시설을 우선적으로 해 주었다.

 이는 아비누스가 언제 방문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전시적인 효과를 보이기 위한 행위였다.

 그리고 갑자기 이런 편리한 혜택을 누리게 된 종족들은 캐닌의 홍보에 힘입은 추장 세담에게 더욱 탄탄한 지지와 충성심을 보내고 있었다. 이미 노쇠한 추장 세담에게는 제2의 전성기를 맞는 듯하였다.

 또한 세담과 지도부의 모든 정책을 무조건 지지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세담과 캐닌 지도부는 암수 구분 없이 종족 대부분을 각종 개발 현장에 투입하고 적극적으로 작업에 임하게 되었다.

 따라서 도그리온족은 하루가 다르게 다방면으로 발전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큰일을 하기 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캐닌은 자신들의 주변에 미개한 지구인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몇몇 부하들과 그들을 염탐하러 나섰다. 그들이 목격한 지구인들은 외형적으로는 멀쩡하였으나 입고 있는 의상이나 주거지 등이 자신들의 오랜 과거 시대와 같았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만큼은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

 캐닌은 수력발전소 건설에서 많은 도그리온족들의 고생을 생각하고 혹시 필요할 경우에 이들을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고 있었다.

 캐닌의 표정에서 의미심장한 미소가 흐르고 있다.

 지구인을 염탐하고 돌아온 캐닌은 세담을 찾아간다.

 “캐닌, 요즘 왜 그리 바쁜 거요? 바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최근에는 특별히 바쁜 것 같네.”

 “제가 바빠야 우리 도그리온족이 잘 돌아 가는 것 아닙니까?”

 “그건 그렇다만 보고라도 잘 해줘야지.”

 “그래서 이렇게 보고하러 왔지 않습니까. 지구원인들이 우리 도그리온족과 버드리아족 사이에 흩어져 살고 있었습니다. 집단을 이루고 있으며 상당히 숫자가 많은 것 같고요. 위쪽으로도 무리들이 흩어져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원시인에서 벗어 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직 미개인들로 보입니다.”

 “그래요? 그러면 캐닌 경의 아이디어기 필요해 보이는 데요?”

 세담은 그런 미개한 지구인들을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기본적으로 하지만 캐닌의 능력을 떠보기 위하여 슬쩍 캐닌을 띄워준다.

 “앞으로 화성인들과 대적하자면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미 발전소 건설 같은 대공사도 있었지만 그만한 공사가 앞으로 많습니다. 우리 도그리온족들 만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종족 역사학을 전공한 애니문 박사에게 이들의 이용을 연구토록 해보면 좋은 방안들이 나올 것 같습니다. 박사의 연구결과가 나오면 제가 구체적인 구상을 하겠습니다.”

 “그러세요. 기대가 되네. 좋은 일로 바빴는데 내가 잠시 오해를 한 것 같아서 미안하구만.”

 “그것보세요. 추장님은 아무 염려 말고 자리만 지키고 계십시오. 제가 다 보여드리겠습니다.”

 “나야 늘 캐닌 경을 믿고 있지 않소. 경의 능력도 인정하구요.”

 세담은 갑자기 존칭을 써가며 캐닌의 눈치를 보고 있다.

 캐닌의 머리 한 구석에는 도그리온족의 권력은 물론, 버드리아족과 지구인까지 자신이 통치하는 망상을 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지구에 있는 화성의 흔적을 없애는 것이 필수란 사실을 캐닌은 한시도 잊어버린 적이 없었다.

 애니문은 화성에 있을 때부터 자신들의 종족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을 분석하고 자신들의 진화 과정은 물론 화성인들의 진화과정까지 연구해온 전문가로 최근 지구상에 출현한 원시인들의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정보는 도그리온족이 지구에 이주하면서부터 발견된 생명체가 세월이 지나면서 지구인으로 판명이 난 것이다.

 화성인들의 자세한 내부 정보를 알지 못하는 도그리온족들이라 어떻게 그런 돌발 사태가 일어났는지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정상적인 진화라면 아직 지구에는 그러한 지적생명체가 출현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아무튼 애니문도 이들을 연구해 보고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이었다.

 애니문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캐닌이 방문 한 것이다.

 “아니, 캐닌경 아니오? 어떻게 저희 집을 다 방문해 주시고 황공스럽습니다.”

 “존경하는 애니문 박사님을 방문하게 되어 제가 더 영광입니다. 제가 평소에 잘 보살펴 드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애니문은 잘 들어보지 못한 캐닌의 아부성 발언에 몸 둘 바를 모르고 있다.

 도그리온족에서 역사학자는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분야로 갑작스런 캐닌의 방문도 그렇고 마치 자신을 우대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 어쩐지 부담스러웠다.

 “제가 우리 도그리온족에게 별 도움도 못 주었는데 이렇게 제게 관심을 가지고 방문을 해주시다니 감사 할 따름입니다.”

 “애니문경, 지금까지는 우리 종족들에게 큰 도움을 못주었다면 지금부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정말 제 능력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하겠습니다. 제가 할 일이 있기라도 하는지요?”

 “그럼요, 박사님께서는 우리 종족은 물론 화성인들의 진화 역사에 대하여 전문가이십니다. 우리가 역사를 통하여 화성인들에게 말 할 수 없는 핍박과 멸시를 받아왔다는 사실도 있습니다. 뭐. 두서없는 말씀입니다만 지금 지구에는 지적 생명체가 출현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박사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리라 봅니다. 이젠 우리 도그리온족도 이곳에서 큰 도약을 해야 합니다.”

 “당연하지요. 우리는 지도부만 믿습니다.”

 다시 캐닌은 재빨리 말을 이어나간다.

 “그래서 오늘 박사님을 찾아뵈러 온 것입니다. 우리 도그리온족은 이 넓은 지구상에서 재도약을 위해서는 종족의 숫자로 보나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합니다. 그리고 종족의 개체수도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누군가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지구인들의 문명과 기술은 지극히 미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차피 지구인들은 우리를 딛고 올라서지는 못합니다. 지구인간들이 우리를 협조하고 따라주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캐닌의 설명을 듣고 있던 성질이 급한 애니문은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아 불쑥 말을 꺼낸다.

 “제가 할 일이 무엇인지요?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잘...”

 아직 길게 말한 것도 아니고 곧 본론이 나올 텐데 성질 급한 애니문이 말을 끊어 놓아 신경질이 나지만 캐닌은 속으로 꾹 참고 말을 이어 나간다.

 “그렇습니다. 박사님의 할 일은 현재 지구인들의 지능과 지적수준 상태를 알아봐 주시고 과거 역사에서 그들의 생활과 발달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주십시오. 그리고 지구인들을 어떻게 해야 우리를 따르고 협조하게 만들 수 있는 지 분석하여 주십시오.”

 “아... 그렇게 하겠습니다만 주제넘은 말씀으로 들릴지 모르나 언뜻 생각해도 우리가 그들을 영원히 통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만...”

 “내말은 영원히 통치를 한다는 게 아니고 이 시점에서부터 우리를 따르고 협조하게 하여 이용하자는 말씀입니다. 그러다보면 영원히 지배 할 수도 있겠지요.”

 애니문은 캐닌에게 감히 말대꾸를 자꾸 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캐닌의 주장이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아 급한 성질에 입바른 소리가 자꾸 나오고 있다.

 “각하, 따르고 협조하게 만드는 것이 통치가 아닙니까. 뭐. 지구인들의 문명이 어느 정도 발달하기 전까지 당분간은 몰라도 그들이 눈을 뜨게 되면 감당하기 힘들 텐데요.”

 캐닌은 애니문이 자신에게 약을 올리는 것 같이 느껴져 서서히 짜증이 나기 시작하지만 당분간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다시 말을 잇는다.

 “아무튼 그런 부분까지 자세하게 검토해 주시고 당분간이라도 따르고 협조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됩니다. 그러다보면 그 이후의 구상도 나오겠지요. 지금 저들의 성향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보고해 주십시오. 참고로 저희가 수집한 현재 지구인의 수준은 이제 막 원시인을 벗어난 아직 미개인 정도로 복장은 동물의 가죽이나 나뭇잎을 이용하고 열매를 따먹거나 짐승을 사냥하여 해결하고 불을 사용할 줄 알며 지붕이 있는 집을 짓고 살아가고 있는 정도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각하,”

 애니문은 자신의 말투가 마음에 거슬려 캐닌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극존칭을 붙이고 있었다.

 캐닌이 돌아가고 난 후 애니문은 굳이 역사를 다시 조사하지 않아도 조금 전에 캐닌이 참고로 말해준 정도만 가지고도 지구인의 수준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그 정도면 도그리온족의 현재 문명수준으로 자신들을 따르게 하고 협조하게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아마 지구인을 가지고 놀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애니문은 캐닌의 요구를 뛰어넘어 구체적인 아이디어까지 제출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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