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어둠.
그리고 그곳에 홀로 존재하는 나 자신.
그것 뿐이었다.
나는 언제부터 내가 이곳에 존재하고 있었는지.
또 무엇 때문에 내가 이곳에 존재하고 있는지.
나는 누구인지.
그 무엇하나 나는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홀로 이 어둠 속을 끝없이 헤매이는 것.
그것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긴 시간을 홀로 이 어둠속을 떠돌아 다녔을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 존재 의의에 대해 스스로에게 자문자답을 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럴 때면 마치 누군가가 정보를 입력시켜 놓은 것 마냥 내 머리속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자연스레 떠오르곤 했다.
'나는 대체 누구지?'
- 나는 여신 '셀레스틴'.
'나는 어째서 이 어둠속에 홀로 있는 거지?'
- 그건 내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기 때문.
'그렇다면 내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 세상 밖에 존재 하려면 사람들로부터 경의를 모아야 해.
"하지만.. 경의를 모으려면 우선 밖으로 나가야 하잖아...? 그렇지만 나는 여기서 나가는 방법을 모르는 걸..?"
- ......
이렇듯 의미없는 자문자답을 내 스스로에게 구하는 동안 시간은 다시 속절 없이 흘러만 갔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나는 이 어둠 속에 홀로 존재했다.
아니. 그럴 줄만 알았다..
그렇게 내가 모든것을 포기하고 이 어둠 속에서 다시 눈을 감으려 한 그 순간. 돌연 어둠이 걷히며 한 줄기 따스한 빛이 나를 비추어 오기 시작했다.
나는 부드럽게 얼굴을 감싸는 그 따스함을 느끼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그리고 나는 그 빛 줄기 속에서 똑똑히 보았다.
회색 머리의 장신의 한 남자를!
그것이 그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터져나오는 빛에 감았던 눈을 처음 떴을 때 보인 것은.
발꿈치까지 내려오는 풍성한 은발.
그리고 마치 이 세상의 미를 초월한 듯한 무한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소녀.
그것 뿐이었다.
나는 그녀의 그 아름다운 모습에 주변의 상황도 잊은채 그저 멍하니 그녀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그녀는 주변의 빛이 눈 부신지 살짝 눈가를 찡그리고 있었는데, 이윽고 그녀는 나를 발견하고는 세상에 둘 없을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그렇게 내게로 다가오는 그녀를 넋놓고 바라 보았다.
이것이 그녀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그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 질수록."
"그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 질수록."
"그는 내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어갔고."
"그녀는 내 모든걸 바쳐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이 되어갔고."
"나는 그의 연인이 되어주고 싶었다."
"나는 그녀의 연인이 되어주고 싶었다."
""내가.. 아니 우리가 바란 것은 단지 그것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