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자
영상이 끝나자, 경사는 BJ에게 묻는다.
“이게 전부 아니지?”
“무슨 소리야?”
대원은 경사의 말에 반응하고, BJ는 벌벌 떨며 끄덕인다.
“봤어요. 고기에 정체, 그 마을도 이상해요. 제가 그 꼴을 하고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하나둘 제 뒤를 쫓았어요.”
피해자 - BJ
“도와주세요!”
소리를 치며 BJ가 마을에 도착하자.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인다. 아무도 다른 행동은 하지 않고, 조용히 BJ를 보고만 있다.
입맛을 다시는 마을 사람들에 모습에 BJ는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지만, 버스는 마을 사람들이 있는 걸 보고 BJ를 무시하고 지나친다. BJ가 버스 정류장을 벗어나 마을에서 멀어지기 위해 걷기 시작하자. 마을 사람들은 뒤따른다.
‘맛있겠지?’ ‘싱싱하잖아.’ ‘요즘 도통 먹질 못했잖아.’
크지 않은 각각의 혼잣말들이 커다랗게 BJ의 귓가에 울린다. 이내 다른 마을을 가리키는 비석이 나타나고 마을 사람들은 더는 따라오지 않고 BJ는 거기에 쓰러진다.
응급실에서 일어난 BJ는 일어나려 하지만, 수갑이 팔과 침대에 채워져 있다.
“저기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저기요!”
소리를 치자 바쁜 응급실에 몇 개의 시선이 BJ를 향하고 그중 담당 의사와 얘기하고 있던 두 형사가 BJ에게로 향한다.
“이 영상을 찍은 분이 맞으세요?”
“네.”
“이게 사실이에요?”
“네. 맞아요!”
BJ는 그렇다고 말하며 자기 손을 보여준다. 다친 손에 붕대가 감아져 있다. 그걸 보고 뭔가 메모하는 한 명의 형사, 때마침 걸려온 전화를 다른 형사가 받는다.
“아, 네. 아. 그렇군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고 BJ에게 좋지 못한 표정으로 묻는다.
“방송하는 분이시라면서요?”
“네.”
“인체 식육 식당이라고 아세요?”
“네! 거기 사장이랑, 경찰이….”
“그런 거 말고 아시냐고요.”
“네.”
분위기가 이상했다. 다른 형사를 불러 귓속말하는 전화를 받은 형사.
“거기서 신고가 들어왔는데. 돈도 안 내고 주인 분한테 몹쓸 짓 하려다 체포하려던 경찰 피해서 도망친 거라고 하는데. 저희가 누굴 믿어야 할까요?”
“네? 아니에요? 이 손 보세요. 손.”
“하나는 식당 주인분이 물었다고 하셨고, 나머지는 어찌하신 거죠?”
“아니 그 미친놈들이 이렇게 만들었다니까요!”
소리를 지르고 움직이려 하자 덜컥 수갑이 걸린다. 한 명의 형사는 품에서 뭔가 꺼내려 하고 있고, 주변의 이목이 쏠린다.
“일단 치료는 끝났다고 하니 서에 가서 자세히 얘기해봅시다. 그분도 오신다고 하니까.”
“누구요?”
BJ는 떠올린다.
‘내 옷 보이지?’
“제발 그 경찰분만 안 보게 해주세요. 제가 그 식당 주인 분이랑 잘 얘기 할게요.”
“뭐 안 그래도 그분만 오실 거예요.”
“어. 여기로 오셨네. 아이고 사모님.”
붉은 드레스를 입은 파마 머리의 주인이 등장한다.
“어머 자기도 내가 무슨 사모님이야.”
“오랜만에 마을에서 나오신 거 같은데 이런 일이라 죄송스럽네요.”
“아니야. 뭐 자기들 실순가. 이 소장이랑 파출소 직원들 잘못이지.”
“에이 그래도.”
“그렇지?”
무언의 압박을 하듯 BJ를 바라보는 주인
“네 사모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죠.”
“저 친구도 이제 경찰 쪽에서는 어쩌지는 말아줘. 내가 병원에 얘기해놨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BJ를 보고 있던 다른 형사를 툭툭 쳐서 함께 주인에게 인사하고 응급실 입구 쪽으로 형사들은 나간다. 병상에 있는 커튼을 치고, BJ 옆에 앉는 주인.
“이순경이 잘 얘기했다고 하던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수갑이 묶이지 않은 붕대에 감긴 손가락을 들고는 강하게 누르는 주인.
“소리 지르지 마.”
점점 손가락에 감긴 붕대가 붉게 물들어 온다.
“내가 기회를 줄게. 다음에 볼 때까지 손톱이 하나도 없으면 살려줄게. 만약에 있으면….”
그때 커튼이 열린다. 형사였다. 잡은 손과 주인의 표정을 번갈아 본다. 주인은 웃고 있다.
“왜? 아직 뭐 남았어?”
“아, 제가 수갑을 안 풀고 가서.”
마침 BJ를 옮기려고 온 병상 하나도 도착한다. 수갑을 풀어주고 남자 간호사들이 달려들어 옆 병상으로 옮기려 하지만, 발악하는 BJ 주사를 맞고 의식이 흐려진다.
깨어난 BJ는 폐쇄병동에 있다. 일반병실이 아닌 격리 병실에서 매일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주인이나, 순경이 아닐지 걱정하며 아무런 물건도 가지고 오지 못한 채 며칠을 기다린다. 겨우 연락이 닿은 어머니가 도착하고야 퇴원에 대한 각서를 쓰고 병원을 빠져나온다. 병원을 나오는 BJ와 어머니, BJ 손가락에는 붕대는 어째서인지 피를 계속 머금고 있다. 병원 입구를 나설 때쯤 BJ와 어머님 앞에서 주인이 등장한다. BJ는 엄마와 주인을 번갈아 보며 불안한 눈빛을 보이지만, 어머니는 그런 것도 모르고 BJ를 주인에게로 민다.
“이분이 선처해주시고 병원에도 말해주셔서 네가 나올 수 있던 거야 인사드려야지.”
“방송 팬이었는데 이런 일을 당하셨다고 해서 그냥 작게 도움 드렸어요. 한 번 안아봐도 될까요?”
BJ는 몸을 버텨보지만, 어머니에 떠밀림에 결국 주인을 안는다. 주인은 귓등에 속삭인다.
“손톱 없는 거 확실하지? 다시 자라기라도 하면 너도 네가 본 것처럼 되는 거야.”
굳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BJ의 옷매무새를 만져주듯 만지고 어깨를 먼지를 털 듯치고는 주인은 말한다
“어머니 저는 먼저 가볼게요.”
그렇게 말하고는 BJ에게 한 번 눈을 마주치고 멀어지는 주인. 굳은 BJ 옆으로 가서 얼른 가자고 말하는 어머니.
“어머 얘가 왜 이래.”
BJ의 바지는 젖어 들고 있었다.
주시자와 피시자
BJ의 손을 씹는 소리가 요란해진다.
“잠깐 돌아봐.”
손가락을 너무 씹어서 뼈가 드러나 있고, 그 뼈를 씹고 있다. 그만 씹으란 말을 해야 하지만, 경사는 알지 못할 미소를, 대원은 찡그린 채 있다.
“멈출 수가 없어요. 계속….”
“손에 입이 가겠지.”
“네.”
“값을 치르지 않았으니.”
경사의 말에 대원은 갸우뚱하고 이상한 걸 느꼈는지, 대원은 BJ에게 묻는다.
“근데 왜 문은 잠가놓지 않을 거예요?”
“저 문은 밖에서 잠그는 거예요.”
“네?”
순식간에 문이 닫힌다.
“어머님, 어머님!”
대원은 문에 매달려 문을 손으로 치며 바깥에 답을 바라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밖에서는 어머니가 전화하고 있다.
“네. 두 명 다 잡아놨어요. 이제 우리 애는 괜찮은 거죠?”
건너편 통화자는 주인이다. 주인의 뒤에서는 소장이 무언가 손질하고 있다. 정육점에서 주인들이 입고 있는 옷을 입고는 몸에 무언가가 튄다.
“그럼요. 제가 그럴 때 먹는 보양식을 들고 갈 건데 그거 먹이면 괜찮을 거예요.”
뒤를 돌아보자 보이지 않던 공간에서 순경이 장갑을 낀 채 무언가를 검은 봉지에 넣고 있다. 옆에는 스티로폼 박스에 고기의 부위 명칭이 적힌 채로 포장된 게 보인다. 부위 옆에 붙은 택배 용지에는 BJ가 입원했던 병원과 여러 성형외과와 재단을 가진 큰 병원들의 주소가 적혀있다.
“그거 끝나면, 걔 집 좀 다녀와.”
주인은 순경에게 말한다.
“걔? 누구?”
“우리가 살려준 애.”
“아. 벌써 손톱이 자랐으려나. 그러고 보니 살려준 애가 걔밖에 없네. 걔는 왜 살린 거야?”
“더 쓸모 있게 죽이려고. 그게 오늘이고, 이 소장이랑 가서 같이 있는 애들 다 죽이고 마무리해.”
“이번 소동은 그렇게 마무리?”
“그래. 이 소장은 불만 없지? 있어도 말하지 마.”
“네.”
“경찰에 가면 똑바로 얘기해 허튼소리 집어치우고.”
“...네.”
소장은 시무룩하게 대답하고 손이 멈춘다. 다른 둘은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다. 해체하고 포장하는 일.
“근데 이렇게 돈이 되고 좋은 일 하는 사람이 왜 세상엔 우리밖에 없을까?”
주인은 한심하다는 듯이 흘깃한다.
“근데 마님은 언제 이런 걸 다 배운 거야?”
해체하던 곳에서 순경이 뒤에 있어, 뒤를 살짝 보는 듯 움직거리지만, 앞에 있는 것에 눈을 떼지 않으려 몸만 움직거린다.
“나? 전에 의사였어. 자격정지지만.”
“대단하네.”
또 조금 작업을 하다 순경이 묻는다.
“근데 먹는 법은 누구한테 배운 거야?”
“...그런 걸 배우겠어?”
“왜?”
“누가 ‘이걸 어떻게 먹죠?’ 물으면 미친 연놈으로 볼 텐데? 다 내가 이 사업을 준비하면서 남은 고기를 어떻게 할지, 자본주의적인 발상에서 탄생한 거지. 늙은 고기는 기름기랑 거죽이 질기고, 구릿한 냄새가 나서 먹질 못해. 어린 고기는 젖비린내가 조금 나지만, 미모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먹어봐서 알지?”
순경은 끄덕인다.
“맛있긴 하지, 돼지랑 소 중간 맛이랄까?”
“어디서 보니 사자 맛이라고 하는데 그건 헛소문 같아. 먹어보니 내 입에는 그저 고깃덩인데.”
“그래도 대단해. 피 빼고, 말려서 이렇게 비싼 건 비싼 대로 남은 건 남은 대로….”
순경은 포장하던 생고기를 한 점 들어 씹으며 말한다.
“돈보다 비싼 목숨값 받고 팔고 있으니 말이야.”
“목숨값이 돈보다 비싸다고? 너도 아직 멀었네. 맛을 알려면, 얼른 손이나 움직여 할 일이 많으니까.”
“네네. 마님 말씀대로 해야죠.”
대답하고 순경은 이제 입을 닫고 손을 바삐 움직인다.
얼마가 지나고 소장과 순경은 입고 있던 작업복을 벗고 냉동창고 앞에 경찰차를 타고 떠난다. 그 뒷모습을 보는 주인 앞에 택배차가 도착한다.
“또 병원으로 보내시네요. 여기 고기가 좋은가 봐요?”
택배기사가 묻는다.
“네, 뭐….”
무덤덤한 표정이던 주인이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얼굴이 미소로 변하며 말한다.
“한 번 오세요.”
택배기사는 발그레해지며 머쓱하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