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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찰스네 서점 : 한국 요괴록
작가 : 정초딩
작품등록일 : 2020.8.1

전직 경찰 현수와
기묘한 서점의 주인 찰스가 만나는
요괴들의 이야기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요괴들, 요괴보다 못한 인간들의 이야기.

 
BJ 3
작성일 : 20-09-21 22:10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3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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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J의 집

 

  여전히 닫힌 문을 치고 있는 대원, 경사는 자연스레 창을 바라보지만, 판자로 막혀있다. BJ는 다시 손가락을 씹으며 벌벌 떨고 있다. 경사는 어깨를 올리고 문에 돌진할 것처럼 하고 대원을 뒤로 물린다. 몸으로 문을 부딪치자 문이 들썩인다. 생각대로 문이 바로 열리진 않아 당황한다.

 “아파.”

  대원은 조금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너 운동은 해?”

 “아니, 그렇게 몸 쓸 일은 잘 없어서….”

 “같이 해보자.”

  경사와 대원은 동시에 몸을 달려들어 문을 뚫어낸다. 나무로 되어 한 부분이 뚫린다. 그 뚫린 곳으로 손을 내밀어 문을 열고 나가자 어머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1층으로 향한다.

  경사보다 앞장서던 대원이 말한다.

 “어머님 진정하세요.”

 “우리 아들을 망치러 온 마귀들!”

  경사는 알지 못할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어머님 지금 마귀라고 하셨나요?”

 “그래, 마귀.”

  주변을 둘러보자 이곳저곳에 십자가와 부적들이 가득하다.

 “사람을 가장 미치게 하는 게 뭔지 아세요?”

  어머님은 답을 하지 않고 칼을 겨누고 있다. 경사는 옆으로 조금 걸으며 얘기를 이어나간다.

 “마귀, 귀신 이런 헛것들이 아니라 사람 같은 것들이 사람을 미치게 하죠.”

  경사는 십자가를 땅에 잡아 던지며

 “종교나.”

  부적을 하나 뜯으며

 “믿음이나.”

  어머니를 가리키며

 “무관심이 미치게 만들죠. 아드님이 왜 방송을 한다고 생각해보셨나요? 이런 종교나 헛것으로 마귀를 쫓아내려고 하기 전에 이미 아드님이 마귀가 쓰였다고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그럼 아드님은 어디서 관심을 받아야 했을까요? 아버님은 어디 가셨죠? 그의 부재가 힘드셨나요? 그래서 믿을 건 아드님이 아니라 그저 뻔한 모두가 해결책이라 말하는 그런 간절하게 바라기만 이루어진다는 기도였나요?”

  대원은 경사의 변화를 느낀다.

 “너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경사는 대원에게 멱살을 잡힌다.

 “위험해.”

  대원을 치워내며 그녀에게 달려들던 어머니의 칼을 피해낸다.

 “조심해.”

  대원은 말투가 변한 경사에게 두려움을 느낀다. 어렸을 때 가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던 때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였다.

 “흥분한 사람을 도발해서 어쩌잖은 거야.”

 “사람이라면 지금쯤 죄책감을 느끼고 칼을 손에서 떨어트리고, 부들거리며 울기 시작하겠지.”

  챙그랑

  정말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칼이 떨어진다.

 “거봐.”

  엄지로 자신들을 지나친 어머니를 가리키며 경사가 말한다. 울기 시작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대원이 달려가 위로한다.

 “어머니 잘못이 아니세요.”

 “그런 문제가 아니야. 그리고 방금까지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을 위로가 돼? 누이는?”

 “그럼 뭐가 문젠데!”

 

 차를 몰고 오고 있는 소장과 순경. 휘파람을 불고 있는 순경, 평소와 달리 표정이 많이 굳어있는 소장. 이내 익숙한 벽 앞에 차가 멈춘다.

  봉지와 흉기를 들고, 순경이 내린다. 소장은 트렁크에서 비닐에 쌓인 흉기를 들고 와서는 벨을 누른다. 반응은 없다.

  안에서는 벨 소리를 듣고 경사와 대원, BJ는 현관 옆 방으로 숨어든다. 어머니를 데리고 오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한 듯 이내 포기하고 방에 숨어서 지켜본다.

  순경이 문을 열어보자, 문은 열려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인기척은 들리지 않고 집 안은 어질러져 있다. 싱크대 앞에 주저앉은 어머니가 보인다. 흉기를 뒤에 숨기고 순경은 어머니에게로 다가간다.

  그 모습을 현관 오른쪽 방에서 보고 있던 경사 일행이 보게 된다.

 “엄마!”

  BJ가 소리치고, 그 소리에 경사는 반응해 순경에게로 달려든다.

 “이 경사님, 어른들 말씀만 잘 들으면 된다니까. 왜 마을을 벗어나서 사고를 치세요?”

  흉기를 막으려 힘겨루기를 하는 경사와 순경.

 “사고? 사건을 만들어 놓고 그렇게 포장하는 건가 너희는?”

  뒤에서 따라오던 소장이 그 모습을 보고 달려든다. BJ는 달려들 듯한 자세로 있다가 달려들지 못하고, 대원이 경사와 순경에게 달려오는 소장을 막아선다.

  경사가 대원을 바라보자 뒷모습에서 피가 흐른다. 다리에 흉기가 찔린 것이다. 소장은 그런 대원에게 흉기를 휘두른다. 경사는 순경과의 힘 싸움을 포기하고 대원을 지키기 위해 뛰어가지만, 뒤에서 날붙이가 등을 긁는다. 순경은 뭔가 마음대로 되지 않은 표정을 하고 다리 쪽을 바라본다.

 “아, 이건 뭐야!”

  뭔가 잘못된 것을 알고 어머니가 순경의 다리를 잡고 있다.

 “엄마!”

  BJ는 외친다.

  순경은 자신을 잡은 어머니의 손을 벤다.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해줄 텐데 왜 귀찮게 달려들고 그래? 죽고 싶어? 죽는 게 꿈이야? 가만히 늙어 죽게 두는 것도 아니라 조금만 기다리라잖아.”

  말한 적도 없는 설교를 어머니에게 말하고는 몸을 일으켜 다가가 눈을 찌른다.

 “마님처럼은 안 되네.”

  순경은 구시렁거리며 눈을 찔리고

 “아. 아···.”

  소리를 내며 한쪽 눈을 찔리고 사방으로 휘청거리는 어머니의 손에 닿을 듯한 곳에서 조롱한다.

 “신나? 좋아? 사람 몸 중에 제일 비싼 게 사람들이 눈이라고 알고 있는데, 우리는 취급해봐서 알거든 생각보다 싸. 다만 드러난 신체 중에서는 제일 비싸지. 이제 정말 비싼 걸 앗아가 줄게 자신에게 정말 소중한 게 뭔지 몰랐던 것에 대한 사죄라고 생각해.”

  놀리듯 말하고 살인을 예고한다. 그 사이 경사는 소장과의 몸싸움에서 소장을 밀어내는 데 성공하고 소장은 칼까지 떨군다.

 “이쪽으로 와!”

  BJ에게 오라고 소리치는 경사.

  BJ는 경사에게 가는 길에 떨어진 칼을 어설픈 손으로 잡고, 돌아서 순경에게로 향한다. 걸음은 빠르지 않다, 처음엔 다 그런 것처럼 어색한 것이다. 마음을 먹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는다. 분노라는 것이 한 사람을 삼키는 데는 성냥이 불이 붙는 것처럼 얼마 걸리지 않는다. 밀려났던 소장이 BJ의 뒤를 잡으려 하는 순간, BJ는 결심하고 뒤에 있는 소장에 손의 존재도 모른 채 가속을 해 순경을 찌르려 한다. 소장은 BJ를 잡기를 포기하고 달려들어 몸으로 순경을 감싼다.

  소장은 칼에 찔리며 순경과 함께 쓰러진다. 넘어진 소장과 순경을 보고 흥분한 채 다가가는 BJ.

 “멈춰! 어머니 아직 살아계셔 지금 병원에 데리고 가면 살릴 수 있어! 그리고 네가 죽이려는 그 사람, 그 사람도 한 사람의 아버지야.”

 “아씨! 무슨 개소리야! 소장은 젊을 때 이혼해서 애가 없는데! 좀 비켜 무거워!”

  순경이 소리친다.

 “너희 아버지야. 이 순경.”

  경사의 말에 순경은 전에 없던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본다.

 “뭐?”

  시선은 자신을 위에서 누르며 바라보는 소장을 향한다.

 “아버지... 아버지...라.”

  낮은 톤에서.

 “아버지! 아버지!”

  높은 톤으로 바뀌며 순경은 자신 위에 소장을 옆으로 나온 팔만 움직여 칼로 찌른다.

  억억 하는 소리와는 상관없이 입에서 피가 나올 때까지 찌르고, 소장을 치우고는 경사에게 칼을 겨눈다.

 “너 그딴 개소리 어디서 들었어?”

  경사를 향해 말한다. 순경의 눈에 자신과 경사 사이에서 덜덜 떨고 있는 BJ가 보인다. 머리채를 그대로 잡아서 끌고 와서 목에 칼을 겨누고 말한다.

 “어디서 들었냐고!”

 “들은 게 아니라 서류에 다 나와 있었어. 한 번이라도 찾으려고 했으면 찾았겠지. 넌 그런 노력도 하지 않았잖아. 버린 부모만을 원망하고.”

 “...동경은 했지. 근데 이런 꼴이라니. 마님의 종으로 사는 인간이 내 아버지라니.”

  경사는 코웃음을 치며 웃고 있다. 도발하는 것이다. 분노의 칼날이 쉽게 죽일 수 있는 BJ를 향하는 게 아니 자신을 향하게 하도록.

 “그 마님은 너희 어머니야.”

 “뭐? 이런 개···.”

  BJ를 놓고 경사에게로 달려간다. 뒤에서 BJ가 순경을 붙잡고 그런 BJ를 어머니가 잡고 있다.

 “그냥 놓고 우리끼리 도망가자.”

  어머니의 말에 BJ는 고개를 젓는다.

 “놔.”

  순경을 작게 말한다. 말을 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자.

 “놔!”

  소리치며 BJ의 팔을 칼로 찌른다. 경사는 말리려 하지만, 뒤에서 대원이 잡아당긴다.

 “우리라도 가야 해.”

  대원은 경사를 데리고 현관을 나간다.

  BJ의 어머니는 다짐한 듯 BJ를 놓고, 순경에게 달려들고, BJ는 현관문을 닫는다. 집 현관 밖으로 나간 경사와 대원이 현관문을 바라본다. 문이 닫히고 비명과 자상을 만들 법한 소리가 들리며 불투명한 유리에 피가 튄다. 경사는 절뚝거리는 대원을 부축하며 집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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