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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찰스네 서점 : 한국 요괴록
작가 : 정초딩
작품등록일 : 2020.8.1

전직 경찰 현수와
기묘한 서점의 주인 찰스가 만나는
요괴들의 이야기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요괴들, 요괴보다 못한 인간들의 이야기.

 
희생자
작성일 : 20-08-01 09:11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8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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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인체리로 오늘 도로 사방은 논으로 가득하다. 그 위로 버스 한 대가 달린다. 영주에서 인체리라는 표시판을 한 버스는 안에 커플과 한 노인이 있다. 달력이 7월인 채로 흔들거린다.

 

  이내 버스는 인체리 입구라는 버스 정류장에서 멈춘다. 커플이 내리자 버스 기사는 흘깃하고 바라본다. 커플 뒤로 버스는 지나가고 커플은 내린 정면을 바라보다가 버스가 지나간 건너편 풍경을 바라본다. 논에 가득한 푸르름이 보인다.

 

 “가자.”

 

  남자가 여자의 손을 잡아 이끈다. 다시 바라본 풍경에는 산을 배경으로 둔 마을이 보인다. 한적한 산골 마을 느낌의 인체리로 들어서며 여자는 투덜거린다.

 

 “이런 곳까지 왔어야 했어?”

 

 “자기도 그 블로거가 추천한 집은 맛있다고 오자고 했잖아.”

 

 “그래도 이게 뭐야 인터넷도 잘 안 잡혀서 캡처해서 사진 보고 찾아야 하고.”

 

  여자는 더위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남자에게 휴대전화를 내밀어 보인다.

 

 “미안해. 그래도 그 집 가서 먹으면 기분이 풀릴 거야.”

 

  남자는 여자를 진정시키며 마을의 길을 따라 걷는다. 가끔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커플을 주시하지만, 둘은 눈치를 채지 못한다. 그들이 지나가도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멈추지 않는다.

 

 “아이스크림 먹을까?”

 

 “응.”

 

  더워 보이는 모습에 아이스크림을 권하는 남자. 주변을 살피지만, 슈퍼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도매상가라고 적힌 가게가 보여 그곳으로 들어간다.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계산대에 앉아 있고, 작은 보조 의자에 다른 아주머니가 앉아 신나게 떠든다.

 

 “안녕하세요.”

 

  남자의 말에 아주머니들은 갑자기 조용해진다.

 

 “못 들으셨나? 아이스크림은 어디 있어요?”

 

  변화에도 자신을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생각한 남자는 재차 묻는다.

 

 “응 거기 입구 오른쪽에 냉장고 있어.”

 

  커플은 냉장고로 간다. 아이스크림을 고르느라 냉장고에 시선이 집중된 그들에게 아주머니가 입만 웃고 눈은 웃지 않는 억지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여기는 무슨 일로 왔어?”

 

 “아, 식당에 가려고요.”

 

  아주머니들은 시선을 주고받다 다시 커플에게 시선이 향한다.

 

 “어디?”

 

 “인체 식육식당요.”

 

  그렇게 말하며 돌아보는 남자에게 어색한 아주머니의 얼굴이 들킨다.

 

 “괜찮으세요?”

 

  주인은 얼굴을 고쳐 활짝 웃지만, 남자는 꺼림칙한 느낌을 느낀다. 그런 걸 느꼈는지 주인은 말을 돌린다.

 

 “그거 두 개 하려고? 삼천 원.”

 

  남자는 그 말에 바로 카드를 꺼낸다.

 

 “카드는 안 되는데.”

 

  뒤에서 여자가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내민다.

 

 “거봐 내가 현금 챙기라고 했지? 여기요.”

 

  주인에게 돈을 건네고 여자는 남자의 귀에 속삭인다.

 

 “이런 촌 동네는 카드 같은 거 잘 안 받아 준다니까 사람들이 약아서.”

 

  주인은 잔돈을 내밀며 여자를 보고 웃으며 얘기한다.

 

 “고마워요.”

 

  커플은 도매상가에서 나오고 뒤에서 입구까지 따라 나와 그들을 바라보는 아주머니들. 알 수 없는 진짜 웃음을 짓는다.

 

  이제야 커플은 간간이 느껴지는 인기척과 그들이 보내는 시선을 느끼기 시작한다.

 

 “뭐야 이 동네 사람들 기분 나쁘게 사람을 쳐다봐.”

 

 “외지 사람이 신기하겠지. 아까 못 봤어? 아주머니들 우리 할머니가 입을 법한 몸빼바지 입었더라.”

 

  갑자기 옆에서 사람이 튀어나온다.

 

 “아. 깜짝이야.” “엄마!”

 

  튀어나온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커플을 보다 뒤돌아 멀어진다. 그리고 그 사람이 향한 방향에 현수막 하나가 떡하니 나타난다. ‘인체 식육식당, 우측 화살표, 500m’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과 비교하며 커플은 신이 난 모습으로 그 방향으로 향한다. 그 뒤에서 바람에 펄럭거리던 현수막은 한쪽이 풀리며 접힌다.

 

  500m라고 했지만, 생각보다 거리감은 있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놓인 길이라 오르막길이었다. 얼마쯤 걸어 도착한 식당은 옆에 큰 냉동창고를 가진 것치고는 허름해 보이는 건물이었다.

 

 “냉동창고에 고기를 보관해서 맛있나?”

 

 “그런 것 치고는 냉동창고에 너무 투자한 것 같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는 주변을 둘러본다. 덩그러니 놓인 식당과 냉동창고 말고는 어떤 집도 보이지 않는다. 주차 공간으로 보이는 공간이 있지만, 맛집인 것치고는 한 대의 차도 주차되어있지 않다. 계속 그 풍경을 보니 스산하게 산의 소리가 들려온다.

 

 “살짝 무섭다.”

 

  낮인데도 그런 소리를 한다는 사실에 남자는 조금 비웃고는 여자를 잡고 이끈다.

 

  식당 안도 밖과 다를 것 없이 허름하다. 고풍스러운 느낌이 나는 것도 아닌 허름함 그 자체이다.

 

 “계세요. 계세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누군가를 찾으며 커플은 더 깊이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얼마쯤 들어가자 연기가 자욱하게 보이기 시작하고 연기를 따라가자 테이블이 먼저 보인다.

  자리에 일단 앉으려고 다가가자 옆에서 치익 하는 고기 굽는 소리와 음식을 먹는 쩝쩝 소리가 들린다. 커플의 등장에도 자신의 테이블을 바라본 채 연기가 나도록 고기를 불판에 지져가며 먹는 손님.

  식당의 분위기와 고기를 먹는 손님의 모습에 위축됐는지 여자는 남자의 팔을 잡아당긴다. 남자는 오른팔에 붙은 여자를 왼손으로 살짝 밀어내곤 손님에게로 향해 말한다.

 

 “저….”

 

  남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님은 소리친다.

 

 “손님 왔어!”

 

  입에서는 계속 오물거리며 소리를 치는 손님. 남자는 어깨너머로 손님이 먹는 메뉴를 확인하려고 한다.

 

 “뭐 보시는가?”

 

  여전히 입에 무언가를 씹는 채로 남자에게 말하는 그의 얼굴은 소장이다.

 

 “여긴 뭐가 맛있는가 해서요.”

 

 “여긴 메뉴가 없어. 그냥 고기를 시키면 찬 주고 그게 끝이야.”

 

 “아.”

 

 “일단 자리에 앉아 있으면 여기 마님이 알아서 줄 거야. 마님 안 오시는가?”

 

  이내 긴 파마머리에 붉은 립을 바른 강렬한 여자가 온통 붉은 앞치마에 붉은 고무장갑을 끼고 나타난다. 앞치마 뒤에 걸친 옷조차 붉은색이다.

 

 “아? 손님? 죄송해요. 요즘 손님이 통 없어서 조금만 기다리시며 음식 드릴게요.”

 

  강렬한 모습, 억지 미소와는 달리 상냥한 목소리로 남자에게 말하고 여자를 보고 진한 미소를 짓는다.

 

 “메뉴는 ‘고기’밖에 없는데 괜찮겠어요? 젊은 친구들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

 

 “네. 그걸로 2인분 주세요.”

 

 “그럼 잠깐만 기다리세요.”

 

  주인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긴장한 듯 서로를 바라보는 커플.

 

 “여기 정말 맛있는 거 맞아?”

 

 “맞아, 맞잖아. 여기.”

 

  남자는 휴대전화를 내밀며 화면을 보여준다. 사진에 음식을 빼고 보면 여자가 보는 풍경과 일치한다.

 

 “맞네. 근데 왜 믿음이 안 가지.”

 

  여자는 받아든 휴대전화를 보며 확인하고도 마음이 맞지 않는지 남자에게 말한다.

 

 “그래도. 네가 좋아하는 맛집 블로거잖아.”

 

  그들의 대화를 소장은 듣는다. 여자와 남자의 사이 공간으로 소장의 뒤로 슬쩍 돌아서 이상한 눈빛을 보내는 모습이 보인다.

 

  시간이 흐르고 어딘가의 문소리가 들리고 주인이 들어온다.

 

 “많이 기다렸죠?”

 

  주인은 작은 바구니에 담아온 고기를 김치냉장고가 먼저 보이는 협소한 주방에서 조리하기 시작한다. 양념을 김치냉장고에서 꺼내 큰 주걱으로 한 번 퍼서 바구니에 넣고는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버무린다. 바구니와 고무장갑의 마찰음이 식당 안에 울려 퍼진다.

 

  여자는 상체를 조금 남자 쪽으로 기울이곤 왼손으로 주인 방향을 가리고 말한다.

 

 “저거 비위생적인 거 아냐?”

 

 “좀 그렇긴 하지?”

 

  남자의 답에 여자가 얼굴을 찡그린다.

 

 “싫으면 그냥 갈까?”

 

  남자가 묻는다. 여자는 소장의 모습을 다시 바라본다.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에 여자는 침을 삼킨다.

 

 “일단 먹어는 보자.”

 

  음식들이 테이블에 나온다. 채소와 익힌(삭힌) 반찬 종류가 나온다. 주인은 바구니를 가져와 테이블에 연탄불을 지피고 얼마쯤 기다렸다, 붉은 양념이 묻은 고무장갑으로 집어 불판에 올려놓는다. 여자의 얼굴은 다시 일그러지지만, 주인은 신나서 고기를 굽는다.

  집게로 뒤집어 가며 빨간 고무장갑에 양념이 묻은 다른 한 손으로 꾹 눌러가며 굽는다.

  고기가 다 익자, 고무장갑을 낀 채로 가위를 들어 잘라낸다. 그리고는 김치냉장고로 향해 동치미를 꺼내 동치미를 국자로 퍼서 그릇에 담아온다. 그릇을 잡은 엄지손가락이 동치미에 담겨있다. 여자는 그 모습을 본다. 앞에 고기보단 주인의 위생 상태에 더 관심이 커진 모양이다. 남자가 놓인 동치미로 숟가락을 가져가자 여자는 손으로 막는다. 남자는 ‘왜 그러지.’ 하는 표정을 짓고는 고기를 먹으려 젓가락을 뻗는다.

  고기의 형태는 불고기이다, 양념한 고기들이 거의 그렇듯 냄새가 조금은 더 잡히는 편이지만 이 고기는 알 수 없는 냄새를 풍겼다. 여자는 얼굴을 찡그리고 코를 가리지만, 남자는 그리 냄새가 역하지 않은지 고기를 한 점 들어 입으로 가져간다. 주인과 소장이 그 모습을 보고 같은 미소를 짓는다. 여자는 그 시선을 느끼고 둘을 살피지만, 오래 볼 시간도 없이 앞에 감탄사에 시선이 끌려온다.

 

 “먹어봐. 맛있어.”

 

  남자는 젓가락으로 굳이 고기를 집어 여자에게 내민다. 여자는 고개를 한 번 흔들어 거절하지만, 계속되는 권유에 한 입 먹는다. 무언가 안 좋을 걸 먹은 사람처럼 얼굴을 더 찡그리지만, 생각보다 맛이 좋은지 한 번 씹고는 마구 씹기 시작한다. 그리고 젓가락을 들고 스스로 고기를 먹기 시작한다. 주인과 소장의 미소를 섬뜩할 만큼 밝아진다.

 

  테이블에 음식을 깔끔하게 다 먹고, 커플은 늘어져 있다. 배가 부른 모양이다. 여자는 뭔가 아차 싶은지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확인한다. 돌아가는 버스 시간을 메모한 것을 보고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여자는 남자에게 빨리 일어날 것을 보챈다. 옆에 테이블에 있던 소장도 사라진 뒤이다.

 

  계산하기 위해 주인을 찾는다.

 

 “저기요.”하고 불러보지만,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주인을 찾는 게 빠르겠다고 생각해서 주인이 사라졌던 방향으로 커플은 향한다. 나오자 바로 앞에 냉동창고가 보이고 식당과 냉동창고 사이의 공간이란 것을 눈치채게 된다. 나와서 오른쪽에 쭈그려 앉아 무언가를 물로 씻는 소리를 내는 주인의 뒷모습이 보인다.

  남자는 먼저 주인에게 다가가 카드를 한 손으로 내민다. 여자는 번뜩 카드가 안 된다는 걸 기억하곤 가방을 뒤져 지갑을 찾는다. 툭 하고 분홍색 손수건이 떨어지고 푹 하는 소리가 앞에서 들려온다. 그 두 소리를 모두 무시하고 현금을 꺼내서 앞으로 내밀려 하자, 남자가 돌아선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피를 쿨럭이다 몇 초 만에 땅으로 쓰러진다.

 

 “꺅!”

 

  여자는 비명을 지르고 바로 뒤로 달리지만, 소장이 앞을 막는다. 여자는 하는 수 없이 오른편에 보이는 냉동창고로 들어간다. 추적자 둘은 천천히 여자를 따라갈 생각인지 냉동창고 입구에서 멈춰 있다.

 

  안으로 들어가자 뭔가를 씻는 곳이 먼저 나온다. 마치 목욕탕의 탕처럼 된 시설물도 보이고 그 속에 피가 있는 것을 보고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하얗게 부서지는 냉기가 나오는 냉동고 앞에 도착해서 조금 망설이다, 인기척도 아닌 소리가 나자 놀라 들어간다. 파랗고 옅은 조명에 매달린 고기들에 부딪히며 깊숙이 들어간다.

 

  얼마쯤 전진해서 벽에 닿자 엄폐물을 더듬거려 찾은 뒤 휴대전화를 꺼내 119로 전화한다.

 

 “네, 말씀하세요.”

 

 “사...살려주세요.”

 

  전화를 받은 대원은 더 집중하는 듯한 행동은 취한다. 전화를 신호가 좋지 않은지 조금씩 끊겨 들린다.

 

 “네, 신고자님 천천히 말씀해주시겠어요?”

 

 “저...저를 죽이려고 해요.”

 

 “누가 말씀이죠?”

 

 “식당 주인이요.”

 

 “혹시 다른 도와주실 분은 없나요?”

 

 “남자 친구...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여자는 울음이 나올 거 같았는지 입을 막는다. 대원은 남자 친구가 변을 당했다는 걸 감지하곤 위치를 묻는다.

 

 “혹시 어디에 계신가요, 지금?”

 

 “지금 냉동창고에 있어요.”

 

  울음을 꾹 참아내고 여자는 말한다.

 

 “식당 냉동고면 바로 잡히지 않을까요?”

 

 “식당 옆 건물에 큰 냉동창고가 있어서 거기에 숨어있어요.”

 

 “그럼 혹시 거기 지역이 어떻게 되나요?”

 

 “인체리…. 인체리에요.”

 

 “인체리요? 신고자분 끊지 말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대원은 잠깐 전화를 멈추고 앞에 있는 상황실장에게로 향한다.

 

 “실장님, 인체리란 곳에서 신고가 왔는데….”

 

 “뭐 또 식당 중인이 사람을 죽이고 자기도 죽이려고 한데?”

 

 “네? 실장님이 어떻게 아셨어요?”

 

 “아, 그놈 계속 장난 전화하는 놈 있어. 상습범이야 좀 상대해주다 끊어. 전에도 그래서 위치 추적해보니까. 식당이 아니라 산 중으로 뜨더라고. 무시해 무시.”

 

 “네.”

 

  대원은 자리로 돌아와 전화를 받는다. 잠깐 망설이다 여자에게 말한다.

 

 “신고자분, 저희가 신고자분 위치를 알 수가 없어서요. 위치 추적하는 걸 동의하시겠어요?”

 

  옆에서 실장이 그 소리를 들었는지 대원을 바라본다.

 

 “네.”

 

 “그럼 이름이랑 연락처 좀 말씀해주시겠어요?”

 

 “네. 제 이름은….”

 

  뚜벅뚜벅 화난 듯 걸어온 실장이 전화를 끊어 버린다.

 

 “장난 전화라니까. 너 내 말 무시해?”

 

 “아뇨. 조금 이상해서요.”

 

 “뭐가?”

 

 “실장님은 ‘놈’이라 그랬는데. 전화하신 분은 여자라서요.”

 

 “목소리 변조 어플을 썼건 친구건 하겠지. 그게 중요해? 그런 전화 붙잡다가 정말 급한 전화 오면 어쩌려고 그래?”

 

  앞자리에 있는 다른 대원이 뭔가 눈치를 준다. 그걸 보고 대원은 죄송합니다. 말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는다. 실장은 그 길로 사무실로 향한다.

 

  임직 패가 놓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보고한다.

 

 “예의 그 건이 또 생겼습니다.”

 

 “처리는.”

 

 “제가 직접 끊어서 처리했습니다.”

 

 “그래. 그게 세상에 알려지면 큰 소란이 생길 거야. 자네도 나도 생계가 위험할지도 모르고.”

 

 “네.”

 

 “나가 봐.”

 

  실장이 나가고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은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희미한 휴대전화 불빛으로 여자의 얼굴이 보인다. 휴대전화를 잠깐 때고 주위를 살피는 동안 휴대전화 화면에는 통화실패라는 문구가 떠 있다. 여자는 혼자 말하기 시작한다.

 

 “신은영이고요. 연락처는….”

 

  말하기 무섭게 멀리서 발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놀라, 전화를 떨어트린다. 전화는 다행히 빛이 나는 면이 바닥에 닿은 채로 떨어진다. 은영은 급하게 볼륨 버튼을 누르고 그 소리가 들린다.

  잠깐의 정적, 발소리가 멀어져간다. 은영은 휴대전화를 들어 통화를 이어가려고 한다. 멀어지던 발소리가 멈춘다. 휴대전화가 여자를 향해 돌던 게 멈추고 다시 덮이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

 

  또 정적.

 

  똑 하는 액체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묵직한 고기에 사람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며,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은영은 놀라 휴대전화를 들어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비춘다. 희미한 휴대전화 불빛에 비친 소장의 뒤편에 인영(人影) 보이고, 소장이 은영에게 말한다.

 

 “여기 있었네?”

 

  은영은 소리를 지른다. 불빛은 나뒹굴다 덩그러니 놓인다.

 

  푸른 빛의 불이 켜진다. 인영(人影) 생각보다 잔인한 모습으로 놓여 있다. 그걸 보고 우는 건지 맞아서 눈물을 흘리는 건지 얼굴이 부은 은영은 눈물을 흘린다. 은영은 자신의 머리채를 잡아 일으키는 소장이 아닌 다른 쪽을 보고 말한다.

 

 “사...살려...주.”

 

  말이 끝나기도 무언가 은영의 목에 박힌다. 소장은 은영을 놓는다. 목부터 피가 넓게 퍼져나간다. 무언가를 은영에게 찌른 것은 주인이었다. 주인과 소장은 대화를 나눈다.

 

 “에이 옷 버렸네.”

 

 “그러니 나처럼 그냥 빨간 옷을 입으라니까.”

 

 “임자가 안 해주면 내가 뭘 하겠어? 혼자 사는 노인네가.”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지 넌.”

 

 “그렇지.”

 

  주인에게 소장이 손을 대려 하지만, 주인은 무슨 짓이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소장은 손을 거둔다.

 

  은영의 눈에 주인과 소장의 다리가 보인다. 피가 퍼져나가는 것도 보인다. 주인이 소장을 밀어내는 행동을 취하고 은영에게로 와서 말한다. 시선이 울먹울먹했는지 약간 시야가 촉촉해진다.

 

 “아가씨.”

 

  은영의 뺨을 두 대 때린다.

 

 “아직 들리지? 내 뒤에 저것들도 보이지? 뭘 먹었으면 제대로 된 값을 치러야지. 카드를 내밀고 이러는 건 아니잖아? 귀한 걸 먹었으면 살을 못 때줄망정 목숨값 정도는 내놔야지? 안 그래?”

 

  눈이 감기듯 시야가 검게 변한다. 뺨을 때리는 소리가 또 두 번 난다.

 

 “뒤진 것이여?”

 

 “그런 거 같네. 요즘 애들은 이렇게 말라서 썰면 인건비라도 나오려나.”

  소리는 잦아든다.

 

  쪼그려 앉아 무엇을 씻느라 틀어놓은 수도에 이어진 호스가 피가 씻어내듯 방치된 남자에게 물을 뿌린다. 피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길을 따라 흐른다. 피 얼룩이 떡하니 물길에 굳어있다. 굳은 건 남자의 피가 아니다. 소장이 나타나 남자를 업고 냉동창고로 향한다. 공중목욕탕의 탕처럼 돼 있는 곳으로 향한다. 이미 그곳에서 여자의 옷을 자르는 주인, 그 옆에 남자를 눕히는 소장. 소장은 반대편에 있던 테이블에 놓인 많은 칼 중 가장 큰 칼을 들고 주인 옆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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