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숲속을 캐리어를 끌며 한 남자가 걷고 있다. 무게감은 그렇게 무겁지 않은지 터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얼마쯤 걸어가자 숲 깊은 곳에 호수 하나가 나온다. 호수를 마주한 남자는 코를 몇 번 킁킁거리고 가방을 들어 던지려 한다. 순간 완전히 닫히지 않았던 가방의 틈새로 어울리지 않는 분홍색 손수건이 삐져나온 것을 확인하고는, 그것을 뽑아 주머니에 챙기고는 호수로 캐리어를 힘껏 던진다.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 돌아보곤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쟤야, 쟤 잘못한 건 끝까지 기억 안 난다고 해서 결국 좌천된 놈.”
“진급해도 모자랄 판에 그거 인정도 안 해서….”
경찰서를 나서는 이 경사의 뒤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형사도 아닌 주제에 형사사건을 몇 개나 ‘우연’으로 해결해 버린 그가 사건으로 일어난 문제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며 조금의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모습에 좌천이 됐다고 믿는 것이었다.
사실 이 발령은 상이었다. 사건이 가장 적은 파출소로 발령을 받는 것, 자세한 내막에 대해서는 공개가 되지 않지만, 그런 걸 바랐다는 사실조차 상급자들은 곤란하니 아무 말이 없던 것이었는데 소문은 입을 더해 갈수록 이상하게 변해 있었다. 경사는 거기에 대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제는 자신은 조용한 곳에 가서 평생을 근무하다 그만두면 될 일이었다.
인체리 파출소에 발령을 받고 도착한 경사에게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경사는 뭐라도 물어볼까 생각하지만, 다른 이들은 모두 자신을 경계하는 느낌이 든다. 그런 느낌으로 인해 멈춰있는 경사에게 파출소장이 뒤늦게 “어서 와.”하며 경사를 맞이한다. 소장은 경사에게 어깨동무하고 파출소 밖으로 나가 서서는 담배를 권하고 경사가 안 핀다고 말하자, 혼자 담배를 물고 말한다.
“외지인이 여기로 일부러 발령을 받아서 왔다고 하니까 다들 좀 날카로운 거야. 그래도 이제 잘 지내봐 이 경사.”
“네.”
“그래. 이제 이 경사도 동네 사람이니까 잘해보자고.”
“네.”
대화하던 소장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한다. 따라가려고 하자 경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한다.
“그럼 수고해.”
시선 끝에 있던 여자에게 향하는 소장. 여자는 자연스레 소장에게 팔짱을 끼고 둘은 어디론가 향한다.
“부럽냐?”
“네?”
이 순경이 나와 경사에게 반말하며 말한다.
“잘해보자. 굳이 여기로 왔다니까 다들 뭔가 아는가 해서 그러는 거야. 나도 사실 여기 출신 아니지만, 적응하긴 편한 곳이야. 그냥 나만 믿고 잘 따라와.”
“네,”
그렇게 말하고 툭툭 치고 가는 순경, 경사는 소장의 경로를 바라본다.
파출소로 들어간 순경에게 다들 미쳤냐고 말한다. 계급이 보이지 않냐며 아마도 순경은 자신의 아래로 배치받은 사람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경사는 안의 대화가 들리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뭔가 아는가 한다는 말이 조금 머릿속을 맴돌 뿐이다. 특별할 게 없는 이 조용한 동네에서 잘할 게 뭐 있는지 그 말도 웃기지만,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여기선 조용히 있어야 해’
그게 경사의 최고의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