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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삭아삭한 로맨스
작가 : 진소르
작품등록일 : 2018.12.17

가진 건 자존심뿐인 빈털터리 백수 주여울과 빼어난 외모, 우수한 두뇌를 타고나서 결국 노동과 결혼한 남자 박하완의 밀고 당기는 갑을관계 로맨스! 가을 한정 홍옥같이 탐스럽고 풍미 있는 그들의 아삭아삭한 로맨스를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18화 겨울의 시작_뽀뽀 한번 할까요?
작성일 : 18-12-29 14:04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4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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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루룩- 뱅쇼를 마시는 여울의 목 넘김이 매우 찰 졌다.

 그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마루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누가 뱅쇼를 그렇게 마시냐?”

 “이거. 와인 맞냐? 알콜치고는 너무 잘 넘어 가는데?”

 “그거 무알콜이야. 과일이 알콜 다 빨아드렸을걸?”

 “아, 그래? 그럼 마음껏 마셔도 되겠네?”

 “하나 더 시켜줘?”

 

 따뜻한 뱅쇼가 추위에 얼은 몸을 말랑말랑하게 풀어줬다.

 뱅쇼에 곁들어 먹는 리코타 치즈 연어 샐러드는 입안에서 그냥 사르륵 녹는 맛이었다.

 

 “크- 예술이네.”

 “저기요. 와인 마시러 왔거든요? 소주 드세요?”

 “이거 진짜 맛있다.”

 “풉- 너 시골에서 갓 올라온 것 같아. 새로운 문물보고 놀랬어?”

 

 뱅쇼와 리코타 치즈 연어 샐러드의 콜라보에 연신 감탄하는 여울을 보고, 마루는 웃음이 터졌다.

 

 “여울아. 진짜 한 병 더 시켜줘?”

 “응?”

 

 쩝쩝- 여울은 입맛을 다셨다.

 거절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신호였다.

 

 ***

 

 잘 걸어가던 여울이 갑자기 길거리 한복판에서 주저앉았다.

 약간 풀린듯한 여울의 눈에 졸음이 가득했다.

 

 “야. 왜 머리가 아프냐?”

 

 여울이 도로를 보고 중얼거렸다.

 으쌰-주저앉은 여울을 마루가 단번에 일으키며 물었다.

 

 “너 괜찮아?”

 “아니.”

 “잠깐 쉬었다 가야하는 거 아니야?”

 

 마루는 걱정스레 물었다.

 

 “야. 안 돼! 너 음흉해! 나 그런데 안가!”

 

 걱정하는 마루를 보고 여울이 되려 흥분했다.

 팔까지 허우적거리며 단호했다.

 

 “뭐래.. 자기가 음흉하고만. 너 진짜 쉬었다 가야겠다. 나한테 좋은 생각 있어.”

 “응? 뭔데?”

 

 등을 뒤로 보이게 하고, 여울 앞에 무릎 꿇고 앉은 마루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업혀!”

 “뭐?”

 “지금 솔직히 걷기 힘들 잖아. 너 술에 약하고. 그러니까 업혀.”

 “안 돼. 난 그럴 수 없어.”

 

 마루의 호의에 화들짝 놀란 여울의 스텝이 꼬였다.

 쾅- 결국 엎어져 버렸다.

 

 “아이쿠- 내 허리...”

 

 마루 앞에서 험한 꼴을 보이고야 말았다.

 

 “내가 못살아. 아이고. 주여울.”

 재빨리 여울에게 다가간 마루가 흐쨔-여울을 일으켰다.

 마루와 갑자기 너무 가까워져 버린 여울의 동공이 커졌다.

 긴장한 여울을 왈칵-마루가 품에 안았다.

 컥- 마루의 품에 안긴 여울은 순간적으로 술이 확 깨는 느낌을 받았다.

 

 “정신 좀 차리자. 주여울.”

 “...”

 

 마루의 말은 정말 여울의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다.

 퍽- 마루의 가슴팍을 두 손으로 민 여울은 마루에게서 벗어났다.

 

 “나.. 나 술 다 깼어.”

 “아니. 너 술 아직 안 깬 것 같아. 얼굴이 매우 빨개.”

 “아니.. 그건..”

 

 여울의 손을 잡은 마루는 여울의 손을 이끌고 어딘가로 향했다.

 

 “나 정말 쉴 만한 곳 알아.”

 

 여울의 얼굴을 보고 달콤하게 말하는 마루의 해사한 웃음에 여울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

 

 “나랑 키스할래?”

 “뭘 그런걸 물어보고 해?”

 “...”

 “키스는 아직 이르고, 뽀뽀는 괜찮아.”

 

 쪽- 영화관에서 두 연인의 애정신이 상영되고 있었다.

 여울은 누울 수 있을 만큼 뒤로 젖힐 수 있는 등받이 의자에 누워 있었다.

 힐끗 옆을 봤더니, 쿨쿨- 자고 있는 사람은 마루였다.

 두 사람 사이에 있는 팝콘을 집어 먹으며 여울은 마루의 눈부터 입까지 아래로 쑥 훑었다.

 

 “잘생겼다.”

 

 아시다시피 잘생긴 사람에게 약한 여울이었다.

 팝콘은 달달했다.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었다.

 영화는 더 달달했다.

 남녀 주인공의 애정신이 나올 때면 꺄악-작은 목소리의 감탄사들이 여기저기 튀어 나왔다.

 

 ‘이거 15세 맞아? 완전 19금이네. 중요한 장면만 안 나오고. 더 야한 것 같아.’

 

 달달한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들은 여울의 죽은 연애세포를 깨우는 것 같았다.

 

 ‘아.. 하고 싶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말초신경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여울은 마루를 힐끔 쳐다봤다.

 곤하게 자고 있는 마루의 모습은 꼭 갓 태어난 신생아처럼 순수해보였다.

 

 ‘주여울. 완전 음흉해가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손이라도 잡아볼까?’

 

 덥석- 마루의 손을 잡았다가 놓았다.

 이거 완전 양심에 찔리는 행동이었다.

 박하완 한테 흔들렸던 주여울은 어디 갔는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전 남친 마루에게 흔들리고 있었다.

 손에서 감촉이 느껴지자, 마루가 눈을 떴다.

 앞을 보고 누워있던 마루는 몸을 옆으로 돌려 여울을 봤다.

 싱긋- 웃고 여울의 손을 덥석 잡은 마루가 여울에게 말했다.

 

 “너 지금 내 손잡았지?”

 “아.. 아니.”

 “거짓말. 잡았잖아.”

 “아.. 아닌데.”

 “나랑 손 잡는거 싫어?”

 “응? 어.. 어...”

 

 진심은 아니었다.

 손의 감촉이 매우 따뜻했다.

 순수한 얼굴로 마루는 물었다.

 

 “그럼 나랑 뽀뽀한번 할래?”

 “왜.. 얘기가 거..거기로 가..”

 

 쉿- 조용히 하라는 옆 사람의 인상에 여울의 말이 끊겼다.

 

 “죄송합니다!”

 

 사과한 여울의 심장이 쿵쿵-거리며 뛰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멈출 수 없었다.

 지금 여울 옆에 있는 건 과거에 레스토랑에서 여울에게 이별통보를 받고 울었던 마루가 아니었다.

 근사한 어른이 되어 돌아온 성인남자인 마루였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종잡을 수가 없었다.

 

 ***

 

 영화를 다 본 두 사람은 마루를 떠나보내기 전 예향역 근처 국밥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내일 출근을 위해 막차가 끊기기 전 돌아가야만 하는 마루였다.

 마루는 여울과 다시 떨어지는 것을 매우 아쉬워했다.

 꼭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여울을 쳐다봤다.

 

 “풉- 너 돼지국밥 먹다가 울 일 있니? 식겠다. 빨리 먹어.”

 “식으라고 일부러 천천히 먹는 거야.”

 “아. 맞다 너 이런 거 잘 못 먹지. 뜨거운 국물요리.”

 “웅!”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마루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오늘 왜 이렇게 애교가 많지?”

 

 군대 조교처럼 여울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미 너무 많이 흔들렸다.

 여울은 마루를 경계하고 있었다.

 

 “다시 받아달라고. 도대체 차인 이유를 모르겠지만.”

 

 불쌍하게 말하는 마루의 모습에 여울은 죄책감이 들었다.

 미안한 마음에 다른 말과 행동을 못하겠는 여울이 돼지국밥을 숟가락으로 휘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다 나 때문이야.”

 “그건 알고 있네. 그럼 다시 나랑 사겨줘!”

 

 찡긋- 웃는 마루의 눈웃음이 너무 귀여웠다.

 귀여운 건 위험하다!

 

 “야! 하지마. 이미 끝난 일이잖아..”

 

 여울은 재빨리 말의 주제를 바꿨다.

 

 “우리 빨리 ktx 타러 가자. 늦겠다.”

 “나 다 안 먹었어.”

 

 여울의 손을 잡는 마루의 손이 다급했다.

 살포시 손을 내려놓는 여울의 볼이 또 빨개졌다.

 

 “이거 봐. 이거 봐. 나한테 반했네. 다시 사귀자니까.”

 “...”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못하는 여울은 내가 이러려고 헤어지자고 했나 자괴감이 들었다.

 허공을 응시하는 여울의 눈빛엔 번민이 가득했다.

 

 ***

 빠앙- ktx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정말로 마루와 헤어지기 직전이다.

 어차피 사업진행으로 또 만나겠지만, 당분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쉬웠다.

 

 “여울아.”

 

 투명한 눈으로 여울을 보는 마루의 눈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한번만 안아보자.”

 “...”

 

 여울은 이번에도 거절하지 않았다.

 마루가 와락- 안았다.

 그대로 멈춰있는 여울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뭐야?”

 “뭐하고 있는거야?”

 “여기서 왜 애정 행각이야?”

 

 사람들이 여울과 마루를 이상하게 보며 지나치고, 승객들이 다 탈 때쯤 마루가 여울을 놔줬다.

 

 “나 이제 갈게.”

 

 여울은 한 템포 쉬고 아쉬움을 들키지 않으려 일부러 딱딱하게 말했다.

 

 “응. 잘 가..”

 

 마루의 뒷모습에는 여울의 씁쓸함만이 남았다.

 여울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도 격정적으로..

 

 ***

 

 하루가 길었다.

 아침에 작업장을 가고, 하완의 여자사람친구를 만나고, 전남친인 마루를 만나고, 마루와 뱅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돼지국밥을 먹는 데이트를 한 일이 모두 꿈많 같았다.

 꿈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발걸음은 더 무거워졌다.

 생각은 많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매우 짧게 느껴졌다.

 집에 도착할 때쯤 익숙한 차가 여울의 눈에 밟혔다.

 차에서 더 익숙한 얼굴이 내렸다.

 하완이었다.

 

 “늦었네요?”

 “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보고 싶어서요..”

 

 머뭇머뭇 말하는 하완의 얼굴에 미세한 떨림이 가득했다.

 

 “이렇게 계속 오실거에요?”

 

 마음에도 없는 말이 여울의 입에서 나왔다.

 

 “오면 안 돼요?”

 “저는 아삭파이 직원인데요.”

 “...”

 확실한 거절이었다.

 번민하는 듯한 눈빛이 하완의 얼굴에 스쳐 지나갔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주제넘게 행동했죠? 이만 가볼게요.”

 

 느릿느릿 차를 탄 하완이 더 느릿느릿 여울의 집 앞을 빠져나갔다.

 그대로 멈춰 있는 여울이 차가 다 지나갈 때까지 바라봤다.

 두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더 외롭고 쓸쓸해진 기분이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찬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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