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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삭아삭한 로맨스
작가 : 진소르
작품등록일 : 2018.12.17

가진 건 자존심뿐인 빈털터리 백수 주여울과 빼어난 외모, 우수한 두뇌를 타고나서 결국 노동과 결혼한 남자 박하완의 밀고 당기는 갑을관계 로맨스! 가을 한정 홍옥같이 탐스럽고 풍미 있는 그들의 아삭아삭한 로맨스를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15화 겨울의 시작_프로밀당러들.
작성일 : 18-12-28 01:18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4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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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포슬포슬 내리던 비가 그치고, 가로등 불빛만 비추는 싸늘한 동네를 준영이 걸어갔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따뜻한 집으로 들어가 버리고, 고양이들만 자리를 지키는 동네는 어쩐지 외로워 보였다.

 캬항- 쓰레기 더미를 뒤지던 고양이들이 자기들끼리 신호음을 보냈다.

 먹을 만한 것을 발견했나 보다.

 알록달록한 계단을 올라가기 전, 준영이 가로등 불빛에 기대어 전화를 걸었다.

 뚜-신호음이 가자, 전화를 받은 건 여욱이었다.

 

 “왜?”

 

 다짜고짜 요구사항부터 묻는 말투가 여욱, 다웠다.

 

 “하..그냥 걸었어..”

 

 입에서 입김이 나왔다.

 날씨가 정말 추운가 보다.

 준영은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준영의 한숨 섞인 목소리를 눈치 챈 여욱이 조심스레 이유를 추측했다.

 

 “뭔 일 있어?”

 “아니..”

 

 거짓말이었다.

 

 “거짓말하네. 뭔 일 있고만. 아님 니가 왜 나한테 전화를 하냐?”

 “흠..”

 

 골똘히 생각하던 준영이 결심했다.

 

 “야, 나 고백했다 차였어.”

 “...”

 

 느릿느릿 올라가던 걸음을 멈춰 섰다.

 여욱의 반응이 궁금했다.

 괜히 말했나 싶었다.

 

 “누구한테 차였는지는 물어보지 않을게.”

 “...”

 

 의외의 반응이었다.

 엄청 캐물을 줄 알았는데..

 준영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네가 웬일로?”

 “음.. 말 안 해도 알 것 같아서? 하지만 네가 말하면 구구절절 다 들어야 하잖아.”

 “그건 그래..”

 “맛있는 거 먹고 그냥 잊어버려. 아님 네가 좋아하는 게임을 하던가.”

 

 정답이었다.

 

 “오케이. 그렇게 할게!”

 

 준영이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렸다.

 사고 싶은 과자를 마음껏 샀다.

 초코쿠키, 양파 칩, 네모반듯한 초콜릿, 오징어, 건망고 등..

 마구잡이로 집어대는데, 애플파이 과자가 보였다.

 

 “이건 패스!”

 

 양껏 사들고 가는 준영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후련하다!”

 

 집에 도착해서는 다락으로 가서 노트북을 켰다.

 사들고 온 과자들을 한 쪽에 진열하고, 전부 포장을 깠다.

 지금까지는 여욱이 알려준 대로 충실히 실행하고 있었다.

 게임에 접속하자, 문구가 떴다.

 

 -하완바라기님이 접속하셨습니다.

 

 닉네임이 마음에 안 들었다.

 

 “바꿀까? 말까?”

 

 -호두마루님이 접속하셨습니다.

 

 “어! 호두마루님이다!”

 

 타닥타닥-타자가 빨라졌다.

 

 -호두마루님 안녕하세요?

 -어? 하완바라기님 오랜만에 접속하셨네요?

 -네. 요즘 바빠서요.

 -오늘도 연합하실래요?

 -좋아요. 그 전에 닉네임 좀 바꾸고요.

 -왜요?

 -짝사랑을 끝내기로 했어요.

 -네?

 -이제 하완바라기가 아니에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딴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호두 마루님이 나가셨습니다.

 

 “뭐야? 왜 나가? 내가 짝사랑을 그만뒀다는데?”

 

 어이가 없었다.

 준영은 게임하던 손을 멈추고 옆에 있던 양파칩을 우걱우걱 씹었다.

 

 같은 시각, 게임을 하던 마루의 손이 스르르 자판에서 내려갔다.

 “짝사랑을 그만둬?”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싸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럼 박하완은 누굴 좋아하는 걸까?

 주.여.울 머릿속에서 세 글자가 맴돌았다.

 

 “으악. 전국에 박하완이 그 놈 한명이냐고!”

 

 빙그르르- 마루의 의자가 돌아갔다.

 탁- 의자가 걸리는 소리와 함꼐 멈춰섰다.

 만약 여울이 하완과 사귀기라도 한다면 이제 더 이상 마루가 들어갈 자리는 없는거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마루의 손가락이 하나씩 까딱 거렸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시계는 자정을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 하루 동안 예향을 적셨던 비는 가늘게 휘날리는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12월이 왔다.

 그렇게 겨울이 시작되었다.

 

 ***

 

 몽환적인 여자의 목소리가 오디오를 타고 카페 전체를 울렸다.

 편집샵 겸 카페로 운영되는 매장은 여자들이 옷을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서는 곳 말고는 온통 어두웠다.

 몇 개 없는 테이블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수정은 마시고 있던 글라스 컵의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뱅뱅 돌렸다.

 글라스 컵의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돌리는 수정의 모습은 오디오를 타고 흐르는 여자의 목소리만큼이나 몽환적이었다.

 새하얀 얼굴과 빨간 립스틱은 수정의 얼굴을 더욱 매력 있게 만들어줬다.

 

 “혼자 뭐해?”

 

 수정의 음악 감상 시간을 방해한 것은 루이였다.

 

 “음악이 좋아서..”

 “청승맞아 보이는데?”

 

 루이가 옆자리에 앉으며 비웃었다.

 

 “왕들과 여왕들 그리고 철학자들도 사랑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노력했대.”

 

 수정의 알 수 없는 말에 루이가 픽-웃음이 터졌다.

 

 “지금 듣고 있는 거 가사 해석하는 거야? 저거 다 순 뻥이야.”

 

 수정의 미간이 구겨졌다.

 

 “자기가 만든 거 아니면 다 하찮게 여기기는..”

 “그렇게 재수 없진 않은데..”

 

 루이가 수정의 눈치를 봤다.

 

 “그리고 네가 시킨 일도 했는데.”

 “내가? 내가 너한테 뭘?”

 

 수정이 펄쩍 뛰었다.

 

 “모른 척 하네? 준영이한테 말 걸어보라고 하고. 귀여운 것 같지 않냐며 부추겼잖아.”

 “내가? 그게 왜?”

 

 괜스레 시치미를 뗐다.

 

 “그래서 해봤는데,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어. 준영씨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알어.”

 

 수정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알어?”

 

 역시 만만치 않군.. 루이의 속마음이었다.

 

 “응. 그리고 내가 주시해야 할 사람은 그 꼬맹이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지.”

 “그럼 누구?”

 “있어. 갑자기 툭 튀어 나온 애.”

 

 수정의 머릿속에 여울의 얼굴이 그려졌다.

 

 “나, 여기서 옷 살 건데 좀 봐줄래?”

 “얼마든지.”

 

 수정이 일어나, 행거가 있는 곳으로 갔다.

 한 발짝, 두 발짝 걷던 수정이 눈에 꽂히는 옷들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수정이 옷을 집으면 옆에서 따라 걷던 루이가 자연스럽게 거들었다.

 몇 개의 옷을 고른 수정이 탈의실로 들어갔다.

 딸칵- 탈의실 문을 열고 나온 수정은 몸의 곡선이 강조된 h라인의 빨간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루이가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 되게 섹시한데?”

 

 전신거울을 바라보던 수정이 만족하지 못한 얼굴로 다시 탈의실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바스트에 자잘 자잘한 펄이 박힌 미니블랙드레스를 입고나왔다.

 루이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번엔 우아한데?”

 

 우아하게 한 바퀴 턴 한 수정은 만족하지 못한 얼굴로 다시 탈의실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입고 나온 원피스는 연분홍 플라워 패턴이 고급스럽게 페인팅 된 실크소재의 하얀 원피스였다.

 수정의 모습을 본 루이가 수정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청순한 수정이 정말 예뻐 보였기 때문이다.

 수정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할게요.”

 

 ***

 

 준영이 하완에게 고백하고, 하완이 여울에게 고백한 해프닝이 한차례 지나갔다.

 아침 일찍 출근한 여울이 카페 아삭파이에 앉아, 노트북으로 밤새 준비한 PT를 넘기며 어젯밤을 기억했다.

 

 ‘하.. 사장님 얼굴은 어떻게 보지?’

 

 막상 출근하자 부담스러웠다.

 여울은 하완이 언제 올지 눈치를 봤다.

 하완보다 일찍 출근한 여욱과 준영은 오픈 준비 중이었다.

 여욱이 원두가 들어있는 박스를 들고 들어오자, 준영이 그 위에 사과 한 알을 올리고 깔깔 웃으며 지나갔다.

 헐.. 어이없는 여욱의 짧은 감탄사와 함께 픽-웃음이 터졌다.

 그 모습을 보고 여울도 풉-웃음이 터졌다.

 

 “준영이가 여욱이 한테 장난하는 건 처음보네.”

 

 어쩐 일인지 서울출장을 다녀온 사이 준영은 매우 자유로워졌다.

 뭔가에 해방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여욱과 준영이 웃고 떠드는 사이, 하완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하완은 평소처럼 직원들에게 인사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어제는 잘 들어가셨어요?”

 “응.”

 

 준영이 하완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여욱은 하완 옆을 쌩-하니 지나가면서 고개를 꾸벅 숙이고 지나갔다.

 이제 여울의 차례였다.

 여울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인사하기 위해 일어섰다.

 

 “안녕하세요!”

 

 원래 의도는 자연스럽게 인사하기 였으나, 머리 위로 손을 들고 멈춰서 있었다.

 

 “네. 여울씨도 안녕하세요.”

 

 여울의 어색한 인사에 하완이 웃으며 받아주었다.

 여울은 창피했다.

 괜히 긴장했나보다.

 상대방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노트북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완이 여울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

 

 “내일 작업장 가는 거 알죠?”

 “네. ppt도 만들었어요.”

 “벌써요? 천천히 만들어도 되는데..”

 “그냥 잠이 안와서요.”

 하완이 멈춰 섰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 여울에게 말했다.

 

 “혹시 내가 신경 쓰였어요?”

 

 하완의 묵직한 질문에 여울은 차마, ‘아니요..’라고 말하지 못했다.

 

 “이거..”

 

 엉거주춤 뒷짐을 지고, 주먹 쥔 손을 수줍게 내민 하완을 여울이 바라봤다.

 하완이 손을 펴자, 큼직한 손에 딸기우유 맛 막대사탕이 있었다.

 엥? 여울이 얼떨결에 하완의 손에서 사탕을 집어 들었다.

 여울과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하완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먹어요. 꿀꿀할땐 단거..”

 “네?”

 

 라고 하는 순간, 하완은 이미 100m밖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긴 다리가 종종걸음으로 잽싸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여울이 풉- 웃음이 터졌다.

 

 “뭐야 귀엽잖아?”

 

 그 이후로도 하완은 종종 여울을 챙겼다.

 여울이 하완에게 받은 자료로 터미널 내, 카페에서 ppt를 고치고 있으면 하완이 어디서 알았는지 다가와서 앞에 앉았다.

 그는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초롱초롱한 눈으로 여울을 바라봤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요?”

 

 그럼 또 여울이 풉-하고 웃음이 터졌다.

 

 “허니브래드요.”

 여울이 카페 아삭파이에서 배달 된 식재료가 든 박스를 옮기고 있으면 하완이 쪼르르 다가와서 여울이 옮기고 있는 박스를 빼앗으려 했다.

 

 “이리 줘요.”

 “아, 제가 할 수 있는데요.”

 “무거울 텐데요?”

 “여욱이가 보고 있는데요?”

 “아..”

 

 카운터에서 커피를 만들던 여욱이 두 사람의 애정싸움?을 보고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그럼 여울씨가 들어요.”

 

 박스를 들어주던 하완이 부끄러움에 그냥 놔버렸다.

 

 “헉..”

 

 갑자기 박스를 받은 여울이 주춤거렸다.

 퇴근할 때는 하완이 차를 타고 여울의 걸음을 쫓아왔다.

 스윽- 차 창문을 내린 하완이 최대한 쿨한 얼굴로 말했다.

 

 “타요. 데려다 줄게요.”

 “왜요?”

 “오늘 기분이 꿀꿀할 것 같아서요.”

 “제가 왜요?”

 “어제 제가 고백을...”

 

 빵-하는 소리가 어김없이 뒤에서 들렸다.

 여울이 창문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말했다.

 

 “그냥 가요. 뒤에서 기다리잖아요.”

 “아..”

 

 그렇게 하완은 어쩔 수 없이 여울에게 멀어져 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울은 매달리는 하완이 싫지 않았다.

 그를 애타게 만드는 게 오히려 좋았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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