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지민 씨
벌써 네 번째 편지입니다. 아니, 지민 씨와 주고받은 편지로는 이걸로 두 번째가 되겠군요. 자꾸 마지막이라고 해놓고 이렇게 또 편지를 보내자니 쑥스럽고 민망하고 그러네요. 그런 상냥한 편지를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내심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의외의 상대에 조금 놀란 것도 사실이에요. 학생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거든요. 이제 고삼이라고 했는데 괜히 제 편지가 요즘 같은 바쁜 시기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닐지 모르겠네요. 하핫.
지민 씨의 할머니께서 제가 쓴 편지들을 대신 받아주고 계셨다니, 일단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꼭 할머니께도 감사하단 말씀드리고 싶어요. 전해주실래요? 정말 감사하다고. 모른 척할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귀찮은 일 마다않고 제 아버지를 대신해 오랜 시간 편지를 받아주신 분이 지민 씨 할머니라서 참 다행이라고 말이에요. 그러고 보니 어떻게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게 이상할 따름이죠. 바다에 나가있는 일이 잦아서 전화로도 연락하기 힘들었는데 편지라고 재깍재깍 받을 수야 없을 거란 걸요.
이미 알고 있겠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아빠랑 떨어져 살았어요. 전화통화도 힘들어서 편지가 유일한 연락수단이었는데 사춘기가 올 즘에는 그게 귀찮아지더라구요. 너무 철이 없었죠? 어쩌면 다신 없을 소중한 순간인데도 헛되이 흘려보냈어요. 네 달 전에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멈춰도 됐을 편지를 혼자 쓰기 시작했어요. 쓰고 또 쓰고 아마 울면서 쓴 편지들이 절반 이상이었죠. 그런데 석 달 동안 쓴 그 편지들은 보내지 않았어요. 당연히, 보낼 수가 없었어요. 아빠가 받을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편지들은 죄다 후회하고 사죄하고 괴로워하는 제 모습밖에 담겨있지 않았으니까요. 불현듯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일상을 공유하고. 그런 얘기를 써야 할 것 같았어요. 아빠는 항상 제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했었거든요. 반쯤 체념한 채로 두어 번 그렇게 편지를 부쳤던 거 같아요. 당연히 돌아오지 않는 편지란 걸 아니까. 지민 씨가 저보고 한심하다고 해도 저는 할 말이 없어요.
갑자기 무거운 얘기해서 미안해요. 누구에게도, 엄마한테도 말하지 못했던 얘기인데 지민 씨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왠지 말할 수 있었어요. 얼굴도 모습도 몰라서 그런지 알 수 없는 용기가 생겼어요. 누구에게나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하나쯤은 있다고 하잖아요. 억지로 내 짐을 덜게 해서 또 미안합니다. 사실 미안하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데 계속 사과하게 되네요.
오늘은 조금 있다가 점심을 먹고 아빠가 안치돼 있는 납골당에 찾아갈 생각이에요. 한동안 편지를 쓰느라 굳이 하지 않았던 말도 전하고 납골당 자리를 옮기게 될 예정도 분명히 말해야 해서요. 혼자 가려고 했지만 친구가 기어코 같이 가겠다 말하네요. 은기라고 워낙 제 걱정이 많은 애예요. 어, 갑자기 생각난 건데 지민 씨의 편지에 쓰인 정호원이란 친구도 어떤 친구인지 궁금해졌어요. 궁금해하지 말라니까 청개구리 심보가 막ㅋㅋ
계속, 편지해도 될까요? 답장 기다릴게요.
그럼 마지막이란 말은 당분간 넣어두기로 해요 우리.
PS. 하늘을 본 게 언젠지 까마득하게 오래 전이란 느낌이 들어요. 지민 씨가 그린 석양 그림을 보고 저도 모르게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마침 까무룩 넘어가기 직전의 해가 푸른 어둠에 뒤섞여 저물고 있더라고요. 건물 사이로 사라져가서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기분 좋았어요. 무채색의 지민 씨 석양 그림에 상상으로 색을 채워 넣어봤는데 영 아닌 거 같아요. 실제로 보면 얼마나 예쁠지 가히 상상이 가질 않네요.
2017년 7월 3일.
From. 한 수지
참 변변찮은 장소다.라고 생각했다. 서울 외곽에 위치한 넓고 깨끗한 납골당이지만 아빠가 그리 좋아하던 바다와는 멀다 못해 전혀 관계가 없는 곳에 아빠를 휑덩그레 혼자 뒀으니 나나 엄마 마음이나 당연 편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내 고집이었다. 바다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으니 시신을 찾는 일도 기적적인 일이어서 아빠를 그렇게 쉽게 보낼 수 없었다. 바다를 좋아했던 그였기에 당신 바람대로 보내주자던 엄마 앞에서도 내 태도는 완강했다. 아직은, 아직은 아니야 엄마. 아빠도 이해하실 거야. 슬픔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애원하다시피 고개를 젓던 내 모습에 엄마도 하는 수없이 한 발 물러서주었다. 결국엔 마지막으로 화장을 마친 후 바다에 뿌리는 것이 아닌 납골당에 안치하는 걸로 결정했다. 그로부터, 사 개월이 지났다.
“서울에 있느라 답답했을 텐데…, 조만간 아빠가 살던 대로 옮길 수 있을 거 같아요.”
거기 가면 맑은 공기도 쐬고 짭짤한 바닷바람도 맡을 수 있으니까 분명 좋을 거다. 물론 아빠가 누구보다 잘 알겠지만 나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으니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어떤 곳일까, 아빠가 살던 곳은.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가만히 유리 표면을 쓰다듬었다. 너머로 아빠의 사진이 보였다. 땡볕에 그을린 피부와 엄마 말마따나 자상한 눈주름이 인상적인 그의 뒤로 펼쳐진 바다. 그 초점 없는 바다를 오래도록 응시하다 주섬주섬 작은 가방에서 손바닥만 한 종이를 꺼냈다. 부스럭. 반으로 접힌 종이를 펼치자 곧바로 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예쁜 그림이죠? 어때, 아빠가 봤던 바다랑 똑같아요?”
조곤조곤 얘기한다. 티끌 하나 묻지 않은 대리석 바닥과 높은 천장 수없이 작은 창들이 모인 이곳에 내 목소리가 조곤조곤 울릴 정도로만. 아빠의 사진 옆에 지민 씨가 그린 그림을 두었다. 이러면 좀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 당분간은 이걸로 괜찮을 거 같다.
“그럼 가볼게요, 다음에 봐요 아빠.”
살짝 미소를 짓고서 자리를 벗어났다. 뒤를 돌자 저 멀리 입구에 서있는 하얀 셔츠에 까만 슬랙스 차림인 은기의 뒷모습이 보였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피고 있던 담배를 황급히 뒤로 감춘다.
“뭐야, 끊었다더니?”
“끊었지, 끊었는데…!”
분명 얼마 전에 뜬금없이 금연을 선언했던 은기는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긴 했지만 그런대로 성공한 듯 보였었다. 평소에도 내 옆에선 피운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꽤나 놀랐던 걸로 기억한다. 분위기 탓인가. 갑자기 잘 참던 담배를 태우고 있고. 일부러 가자미눈을 하고 쳐다보자 땀을 삐질 흘려대던 은기가 꽁초에 데였는지 아! 하고 단말마의 비명을 지른다.
“오늘만 봐준다.”
“고맙다 그래. 그럼 하고 싶은 말은 다 했어?”
“음, 아니? 거의 못 했어. 갑자기 또 말이 안 나오더라구.”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다. 한데 오기 전까진 하고 싶은 말이 수두룩했던 거 같은데 정작 아빠를 마주하니 시끄럽던 머릿속이 온통 고요해지며 할 말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나버렸다. 조금은 어이없을 정도로 허탈하게. 은기의 옆에 나란히 서서 따갑게 내리쬐는 햇빛 어딘가를 내다봤다. 한 걸음 앞으로 내딛자 금세 햇빛이 눈을 찔러서 손차양을 만들었다. 이제 진짜 여름이 온 거 같다. 벌써 이렇게 더워서야 어째.
“내가 유난인 거 같지? 솔직히 같이 살았던 날보다 떨어져 지낸 날이 더 많잖아. 이제 와서 효녀 흉내 어설프게 낸다고 해도 나 할 말 없어.”
“거 혼자 앞서나가지 좀 마라. 누가 그렇대?”
“…그렇잖아.”
“뭐, 꼭 옆에 붙어 있어야만 더 잘 보답해주는 건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통하는 사이란 게 있잖아.”
은기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가 실소인지 자조인지 모를 웃음을 흘렸다. 결속력? 유대감? 뭐 그런 건가. 워낙 어릴 때부터 아빠가 곁에 없는 날이 대부분이어서 가장의 부재, 아버지의 빈자리조차 크게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아빠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게 돼버리자 마음의 빈자리가 너무도 커져서 보고 듣고 만지는 모든 것들이 그 구멍으로 다 새어나가는 것만 같았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어딘가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과 아예 세상에서 사라져 영원히 볼 수 없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떨어져 있는 '거리'가 아니라 존재의 '유무'.
텔레파시 같은 게 통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무슨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서로 알았으면 마음이 이렇게 무겁진 않았을 거라고 말이다. 이젠 별 이상한 상상까지 다 하고 앉아있다. 멀리 있어도 통하는 사이라. 나도 모르는 사이 아빠 생각에서 지민 씨와 주고받은 편지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아, 아니다. 우리 점심 먹고 들어갈까? 이제 할 일도 없는데.”
“그래 그러자, 벌써 한 시가 넘었다.”
순간 망설였지만 굳이 말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조만간 아빠가 살던 곳에 가볼 생각이야. 며칠 그곳에 머물면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같은 말들.
손차양을 거두고 가까이 있는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다. 주위에 마땅한 음식점도 없고 집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간단히 끼니나 때우고 들어가야겠다.
그나저나 편지는, 잘 도착했을까.
***
지민 ver.
“쉬이―, 착하지. 그래 그렇게 가만히 있어라?”
강아지의 솜방망이 같은 두 앞발을 잡아 마룻바닥에 콩 찍어 잡아두면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만히 있는가 싶다가도 손을 놓자마자 펄쩍 뛰어올라 턱을 핥아대는 통에 강아지와 30분째 씨름 중이었다. 어디서 이런 애가 왔는지 대체 누굴 닮은 거야. 처음 봤을 땐 얌전했던 거 같은데 설마 자길 키우게 하려는 계획된 연기 같은 거였나. 눈은 꼭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눈빛을 해가지곤. 침으로 반질거리는 턱을 손등으로 슥 닦아내고 강아지가 고새 물어간 4B연필을 도로 뺏어왔다. 변변찮은 장난감도 없는데 혼자 나뭇가지나 돌멩이, 풀잎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자니 기가 찬 웃음이 터진다.
“좀! 10분만, 아니 5분만 가만히 있어줘라 응? 이게 다 너 예쁘게 그리려고 하는 짓이잖어―.”
하다 하다 발발이 움직이는 강아지한테 애걸복걸 중이었는데 갑자기 며칠 전에 정호원이 간식으로 주라며 손에 살포시 쥐여줬던 손가락 길이만 한 애완용 소시지가 생각났다. 재빠르게 거실로 들어가 냉장고에 쑤셔 넣었던 소시지를 찾아냈고 다시 마루로 돌아와 껍질을 깐 채 강아지에게 내밀었다. 킁킁 냄새를 맡던 강아지가 왕 물어서 소시지를 가져간다. 오, 정호원이 이럴 때 도움이 되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서 마루에 펼쳐놓은 상위에 A4 종이를 깔고 그제야 사각사각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솜방망이 같은 앞발, 까맣게 윤기나는 코, 말끔하게 씻겨 놓으니 희게 살랑거리는 몸짓. 혹여 강아지가 자리를 벗어날 새라 평소보다 빠르게 그리느라 애를 먹었다.
“됐다!”
연필을 놓고 종이를 들고서 호쾌하게 외치는 내 목소리에 이젠 소시지 껍질을 가지고 노는 강아지가 고개를 든다. 그림과 강아지를 번갈아 보며 흐음 비음을 흘리다 이 정도면 나름 비슷한 거 같아 만족했다. 그림을 반으로 접다가 문득 눈길을 돌리니 담벼락 너머로 붉게 노을이 지고 있었다. 저 노을을 그려 편지에 동봉했던 일이 일주일쯤 됐나. 거리가 멀어서 그런 건지 쓰는 시기가 더뎌져서 그런 건지 편지가 오는 속도가 느려서 솔직히 좀 애가 탔더랬다. 이제 오나 저제 오나 우편함을 얼마나 들여다봤던지.
드디어 도착한 수지 씨의 편지는 평소보다 한 장이 더 많아서 더 꼼꼼히 읽어보았다. 소라색 봉투 뒷면과 편지지 맨 위에 쓰인 내 이름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고 이어진 솔직한 문장들에 가슴에 돌이라도 얹어둔 것처럼 뻐근해졌다. 그에 나도 무슨 말을 써야 할지 고민하다 밖에서 쓰고 싶어져 더 어두워지기 전에 편지를 쓰기로 했다. 방금 그린 강아지 그림도 편지에 미리 동봉했다. 나도 솔직하게. 차라리 그 마음은 순수에 가깝다.
To. 수지 씨
설마 제가 고딩이라고 실망하신 건 아니죠? 흐흐. 시작부터 이런 말이 부담스러울지 모르겠지만 저도 모르게 수지 씨의 편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편지가 그대로 안 올 수도 있으니까 의식하지 말아야지 하는데도 자꾸 우편함을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일주일의 시간이 터무니없이 길게 느껴질 만큼요. 책임져요!는 농담이고 언제든지 편지해도 좋아요! 보다시피 전 항상 이렇게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실은 옛날부터 기다리는 일이 익숙해요. 지금도 이 넓은 집에 저 혼자 밖에 없기도 하고요. 할머니가 허리디스크 때문에 얼마 전에 큰 병원이 있는 지역으로 올라가셨거든요. 아마 부모님이 간병 봐주고 계실 거예요. 한두 달 뒤면 다시 오시긴 하겠지만 그동안은 혼자 지내야 해요. 나중에 할머니가 오면 수지 씨가 전해 달란 말 꼭 전해줄게요. 아무래도 전화보단 직접 얘기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음, 제가 수지 씨의 편지에 답장을 하게 된 계기를 궁금해하실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시작은 그러니까 수지 씨와 제가 닮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가족과 떨어져 지낸다는 점이요. 저도 그래요. 이 시골집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산 지도 꽤 오래됐어요. 전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아니라 할머니 손에 자랐어요. 엄마도 아빠도 맞벌이라서 어쩔 수 없었죠. 그만큼 출장도 잦았는데 그래도 부모님이 출장을 갔다 오시면 가끔 선물을 사 오기도 하셨어요. 면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식거리나 학용품 정도였는데 어린 유치원생 눈엔 그 선물이 그렇게 커 보였나 봐요. 목이 빠져라 부모님이 오실 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요. 그러면 할머니는 몇 밤만 더 자면 곧 올 거라면서 제가 잠 못 드는 밤마다 납작한 제 배를 쓰다듬으며 달래주곤 하셨어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선물도 선물대로 좋았지만 부모님이 선물을 건네주면서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는 그 손길을 받는 게 더 좋았던 거 같아요.
얼굴 보는 날이 자연히 줄어서 사실 저도 썩 살가운 아들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할머니가 더 편했죠. 지금도 부모님이랑은 한 달에 한 번 전화할까 말까라서…. 이런 제가 수지 씨를 한심해 할 리가 없잖아요? 걱정 붙들어 매세요! 앞으로도 그럴 날은 없을 겁니다. 수지 씨가 아버지께 보낸 편지를 읽고 받는 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아, 이걸 받는 사람은 보통 사람은 아니겠구나 싶었었어요. 보내는 이의 깊고 선한 마음이 차고 넘치는 게 보였어요. 그래서 그게 조금 부럽기도 하더라고요. 분명한 사랑을 받고 있구나. 가족이란 이런 거구나. 하고요.
수지 씨. 후회하지 말라는 말은 의미 없는 거 아니까 그냥 실컷 털어놔요. 후회도 미련도 아쉬움까지 이 편지에 쏟아붓고 나면 그때야 차분하게 마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후회하는 순간까지 놓친다면 그것 또한 후회가 될 테니까요. 수지 씨 아버지는 수지 씨와 주고받은 편지 중 몇몇이 아무리 짧은 한 줄이라도 기뻐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진짜로!)
계속, 편지할게요. 이제 우린 각자의 비밀을 공평하게 공유하게 된 거예요.
PS. 할머니가 잠시 떠나기 무섭게 마음대로 집으로 들어온 떠돌이 강아지예요. 어쩌다 같이 살게 됐는데 아직 이름을 못 정했어요. 뭐가 좋을까요? 처음엔 때가 껴서 거뭇거뭇했는데 씻기고 나니까 하얀 털이더라고요.
2017년 7월 7일.
From. 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