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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시간을 죽이는 남자
작가 : 암영
작품등록일 : 2018.11.1

살인을 하면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남자와 여형사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27화 -아이러니-
작성일 : 18-11-01 11:25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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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칼에 찔려 죽었지만, 죽음은 마치 물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방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칠흑같은 어둠으로 가득했고, 그녀는 어딘가로 끝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공포와 혼란이 그녀의 마음을 채웠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손과 발을 휘저었지만,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뭐야, 나. 지옥에 떨어진 거야?’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그런 느낌이었다. 주위에 아무것도, 아무도 없는 암흑에 둘러싸여 계속해서 가라앉는다니. 설마 이딴 게 천국이라고 하지는 않겠지. 그렇다고 아주 고통스럽진 않았지만...자신이 그렇게 큰 잘못을 했던가.

 

 아, 이제보니 하나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살아있을 때에는 망각했던 그것.

 

 ‘...하긴, 어쩌면 당연할지도. 그런 짓을 했으니까...그런 것 치고는 오히려 싸게 먹힌 걸까?’

 

 모를 노릇이었다. 물어볼 사람도 없으니깐. 연화는 몸에 힘을 빼고 눈을 감았다. 슬펐지만, 어쩌겠는가. 죽어버린 걸.

 

 ‘엄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실까.’

 

 ‘현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시신은 화장될까? 아니면 묻힐까.’

 

 ‘엄마 이제 어떡하지? 내가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먹고사는 중이었는데. 사망보험금은 충분할까.’

 

 이런 쓸데없는 질문을 스스로 곱씹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죽고 나니 죽음은 살아있을 때보다 훨씬 별거 아니었다. 여기에는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살인마도, 해맑게 웃는 사이코도 없으니까. ‘슬픔은 산 사람의 몫이다.’ 가 이보다 잘 어울리는 상황이 있을까.

 

 별로 고통스럽진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성격상 아마 이대로 있으면 얼마 못 가서 미쳐버리겠지. 혼자서 무한한 어둠에 갇혀있는 것은 그녀가 본디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었으니까.

 

 ‘하아,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눈에서 눈물이 흘러야 정상이지만 따듯한 물은 느껴지지 않았다. 죽으면 울지 못하기라도 하는 걸까.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정말 그저 영원히 이렇게 가라앉는 것이 진짜 그녀의 벌일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그곳에서 멈추었다.

 

 ***

 

 “......”

 

 분명 여전히 주위는 검었다.

 

 하지만 분명 다르다. 왜냐하면 지금, 그녀는 가라앉고 있지 않았으니까. 무언가 푹신한 것이 그녀의 몸을 받치고 있었다. 굉장히 익숙한 감촉이다.

 

 ‘나, 또 돌아왔구나.’

 

 그렇게 확신하며 그녀는 습관적으로 손을 휘저어 휴대전화를 찾아내 켰다. 사실 시간을 볼 필요도 없었다. 여긴 그녀의 방, 그녀의 침대 안이니까.

 

 11월 20일 금요일, 4시 44분.

 

 ‘역시나.’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다. 진철원을 동경하던 간호사에게 살해당했는데, 진철원 때문에 부활하다니. 뭐, 시간상으로는 그녀는 부활한 것이 아니라 아예 죽었던 적이 없는 거지만.

 

 ‘경찰이 연쇄살인범 자식 덕분에 되살아나다니. 어이가 없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멍하니 시간을 바라보았다. 이걸로 벌써 두 번째이다, 그녀가 시간이 돌려져 살아난 건.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을 못 해볼 경험을 벌써 두 번 해본 것이다. 물론 딱히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경험이지만.

 

 “그래...되살아났구나. 살았어.”

 

 그녀가 중얼거렸다.

 

 “죽었다가...살아났어.”

 

 또 한 번.

 

 “안 죽었어.”

 

 그리고 다시 한 번.

 

 “하...하하...아하하...”

 

 그녀는 얼굴을 감싸쥐었다. 입은 웃음이 멈추지 않았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렀다. 입은 광소했고, 눈은 오열했다. 너무 웃어서 턱이 뻐근했지만 멈출 수 없었고, 너무 울어서 눈이 화끈거렸지만 눈물은 끊임없이 에흘러나왔다. 그녀의 절반은 자신의 생환을 미친듯이 기뻐했고, 나머지 반은 그녀의 인생을 저주했다.

 

 “안 죽었어...나...살아났다고...! 하하...아하하...!”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이다. 손으로 온 몸을 더듬었지만 당연히 심장에 칼 따위는 없었고, 다리도 완전히 멀쩡했다. 몸이 아픈 곳은 아무 곳도 없다.

 

 대신 정신은 산산조각날 것만 같았다.

 

 “하하! 이것 좀 봐! 죽었는데 안 죽었어! 빠루로 다리가 작살났는데 멀쩡해! 칼로 가슴이 찔렸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하하하하!”

 

 옆방에 어머니가 주무신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그녀는 미친듯이 웃으며 울었다. 도대체 왜 그녀의 삶은 이렇게 끔찍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만 일어날까. 근데 꼭 그녀가 못 버티고 무너지기 직전까지만. 끝없이 병 주고 약 주는 인생이었다. 가장 최악인 것은, 그녀 자신도 기뻐해야 할 지 절망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하하...어떡하지...나 정말 미칠 것 같아.”

 

 그녀는 도로 드러누워버렸다. 다행히 다리도 멀쩡하고 살아났지만, 이제는 사이코패스 간호사 대신에 초능력자 사이코패스와 다시 한 번 추격전을 벌여야 한다. 그녀는 살았지만, 어쩌면 이제 다른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 간호사가 그녀 대신에 못 참고 다른 사람을 죽일 수도 있지만, 그 간호사가 무슨 짓을 벌일 때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녀는 돌아누우며 휴대폰을 켰다. 그녀와 어머니, 그리고 그녀와 현우.

 

 현우.

 

 ‘그러고 보니, 그때 엄청 충격받은 얼굴이었지.’

 

 하지만 없던 일이 되었다. 그녀의 어머니도 자식 장례식에 갈 일이 없고, 그녀의 연인 역시 여자친구의 시체를 볼 일 따위는 없다.

 

 오직 연화와 진철원 그 자식만이 기억하고 있는 일이니까.

 

 ‘이게 정말 좋은 일이야 나쁜 일이야...?’

 

 똑똑.

 

 “딸? 깨어 있니?”

 

 연화는 놀라 침대 안에서 몸을 들썩였다.

 

 ‘이러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말고 또 다른 정신병도 얻게 생겼네.’

 

 “아, 놀랐잖아요.”

 

 “네가 무슨 소리를 내길래...무슨 일 있나 해서.”

 

 “아니에요, 그냥 잠꼬대 한 거에요. 저 문 열리는 소리 듣고 일어났거든요.”

 

 어느새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하는 자신에게 놀라며, 연화는 가짜웃음을 지었다.

 

 “그래? 알았다. 더 자렴.”

 

 어머니는 많이 졸린 듯 반문없이 그저 눈을 비비며 문을 다시 닫았다. 연화의 올라간 입꼬리가 용수철처럼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가며, 그녀의 웃음은 무표정으로 변했다.

 

 “약 타서 먹을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진해서 안정제를 먹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원래 약은 비싸기도 하고 약에 의존하는 것이 싫어서 열이 펄펄 끓어도 물수건 올려놓는 것으로 버티는 그녀였지만, 지금은 약의 힘이라도 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나중에 물어봐야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눈을 감고 잠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머릿속을 비우고는 양을 세기 시작했다.

 

 양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

 

 ***

 

 “......!”

 

 연화가 번개처럼 일어났을 때에는 창 밖에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휴대폰에 손이 갔지만, 빛 덕분에 이번은 진짜 꿈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잠옷이 식은땀에 젖어 있었다. 귀에 이명이 울렸고, 손을 덜덜 떨렸다. 가쁜 숨을 내쉬며,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꿈에서도 죽다니, 장난해...?”

 

 그녀가 한탄하며 손에 힘을 뺐다. 그렇다. 그녀는 방금 전까지 간호사에게 납치당하고서 죽기 직전에 현우와 눈이 마주친 것까지. 죽은 그 순간처럼 생생한 악몽이었다.

 

 ‘이제는 자면서도 쉴 수가 없구나...’

 

 그녀는 잠시 눈을 찡그렸다. 너무 급하게 일어난 탓인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철분제라도 먹어야 할까? 지금 같은 때에는 컨디션 관리가 매우 중요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났더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전에 하도 많은 일이 일어난 탓에, 11월 20일에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 맞다, 가택수사 하는 날이지. 앞으로는...잘 기억해야겠다. 언제 시간이 또 되돌아갈 지 모르니까...”

 

 시간이 되돌려지는 것인 만큼, 메모를 쓰는 것도 소용없다. 어차피 다 없어질 테니까. 결국 그녀 스스로의 기억력에만 의존해서 추측해 나가야만 한다.

 

 “슬슬 준비하자.”

 

 고작 몇 시간 전만 해도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행동했지만, 일단 자고 나니 조금 더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속으로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감정을 주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러나저러나 해도, 결국 지금의 그녀는 사지 멀쩡한 상태니까.

 

 ‘일부는 내 덕분이고.’

 

 퉁명스러운 환청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괜히 대답해 봤자 증상만 악화될 테니.

 

 ‘수면제 사 먹으면 꿈 없이 잘 수 있나? 약국에 가서 물어봐야지.’

 

 어쩐지 시간이 돌려지니 할 일이 더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은 착각일까? 분명 몇몇 사건은 이미 벌어질 일을 알고 있으니 어렵지 않겠지만.

 

 “일단 잡생각은 나중에 하자. 집중하자, 집중!”

 

 그녀는 볼을 탁탁 치며 방을 나섰다.

 

 지금도 살짝 떨리는 손을 애써 무시하며.

 

 ***

 

 “안녕하세요.”

 

 그녀가 약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하자 경찰서 안에 모인 사람들도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한 번 죽었던 일 때문인지, 평소라면 웃으며 받아들였을 인사들도 너무나 이상하게 느껴졌다. 죽은 사람이 자신의 영정에 대고 오열하는 사람들을 보는 느낌이랄까.

 

 “전화 안 받냐?”

 

 김성호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묻자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상념에 빠진 나머지 전화벨이 울리고 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황급히 초록색 수신 아이콘을 오른쪽으로 쓸며 그녀는 휴대전화를 귀에 가져다 대었다.

 

 “안녕, 아가씨? 부활한 소감은 어때?”

 

 쾌활한 중년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연화의 얼굴은 차갑게 식었다.

 

 ‘...이 개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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