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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시간을 죽이는 남자
작가 : 암영
작품등록일 : 2018.11.1

살인을 하면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남자와 여형사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23화 -그녀의 책임-
작성일 : 18-11-01 11:22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4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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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그랬군요. 하아...”

 

 월요일의 살인은 예상대로 모방범죄였다. 안 그래도 진철원을 잡아넣은 뒤라 바빠 죽겠는데 하필이면 일이 이렇게 틀어질 줄은 몰랐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의 범행을 따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죽일 놈. 그렇게 관심을 끌고 싶나.”

 

 김성호가 투덜거렸다. 당연히 연화보다는 김성호의 스트레스가 훨씬 클 것이다. 연화는 입원실에 가만히 앉아있는 게 일이고, 김성호는 직접 뛰어다니고 다른 형사들을 지휘해야 했으니까.

 

 “그래도 지문은 따 놨다. 이제 붙잡아서 패기만 하면 돼. 고딩놈이 뭐가 부족해서 사람을 찌른 건지.”

 

 “범인이 고등학생이라고요?”

 

 “그래. 고 2. 얼굴은 곱게 생겼다. 그냥 머리에 들어 있는 게 싸이코일 뿐이지. 지금 도착했다. 끊어.”

 

 “네. 조심하세요.”

 

 “참 말세네...”

 

 연화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물론 쉽게 잡힌 건 좋았지만, 설마 범인이 고등학생일 줄이야. 그 아이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람을 죽이겠다고 생각한 건지 절로 궁금해졌다. 피해자가 무슨 일이라도 저지른 걸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적제재가 용납될 수는 없겠지만.

 

 “어제는 기분 좋았는데. 결국 내가 내 손으로 내 기분을 망쳐버리는구나...”

 

 연화가 허탈하게 말했다. 기껏 엄마한테 조금 심한 말까지 꺼내며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결국은 본인 스스로가 모든 것을 망쳐버린 격이니. 역시 직업병은 고칠 수 없는 것 같다.

 

 “하긴, 내가 기분 좋은 날이 얼마나 있다고. 기분이 나쁘다기 보다는 그냥 평소같은 거겠지.”

 

 어머니가 잠시 집에 다녀오는 동안 그녀 혼자서 있었던 것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그저 고등학생이 연쇄살인범을 따라했다는 것 때문일까.

 

 ‘너 때문이지.’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연화는 이마를 짚었다.

 

 ‘아이고 두야...또 너니?’

 

 ‘당연하지. 언제까지 날 무시할 생각이야?’

 

 “분명 내가 기억하기로는 너 몇 년간 아무 말도 없었는데.’

 

 연화가 허공에 대고 말했다. 어차피 이 병실에는 자신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으니 문제없다.

 

 ‘그랬지. 하지만 그건 네가 스스로 극복한 게 아니잖아? 현우가 나를 억누른 거지. 게다가 이제는 너도 알잖아? 그 여자애가 자살할 때 제대로 한번 왔었는데. 설마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

 

 “그렇긴 해도 말이야. 너무 갑자기 나타나서는 너무 자주 나타나는 것 같은데. 아니, 너무 많이 들린다고.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나타난다는 말은 안 맞겠네.”

 

 ‘나타나 줘?’

 

 갑자기 환청이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변했다.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절대로 환청을 ‘보아선’ 안 된다.

 

 “...아니 됐어.”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겁쟁이네. 하지만 똑똑한 생각이야. 지금 내 모습을 봤다간 너, 미쳐버릴거야?’

 

 “마음대로 욕 해. 그보다 이제 좀 들어가 줄래? 나 졸리거든.”

 

 ‘거짓말 하지 마. 네 머릿속에서 나온 내가 네가 하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것 같아? 너 하나도 안 졸리잖아.’

 

 “좋아. 그런데 들어가 줬으면 좋겠다는 건 사실인데.”

 

 ‘정말로?’

 

 “......”

 

 연화가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짜증난다. 차라리 진짜 사람이었으면 죽도록 패서 입을 다물게 만들었을 텐데. 자신은 언제나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직설적이있는데, 어디서 이렇게 말을 빙빙 돌려서 하는 환청이 나온 걸까? 알 길이 없다.

 

 ‘정말로 내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진짜로? 그럼 그렇게 해. 그래봤자 나는 결국 네가 만든 거니까 네가 정말로 원한다면 없어지게 될 거야.’

 

 “그래, 없어져 줘.”

 

 연화가 말했다.

 

 ‘별로 원하지 않는 것 같네. 다시 해봐.’

 

 “없어지라고. 짜증 나.”

 

 ‘내가 짜증나는 거랑 내가 없어지길 원하는 건 달라. 다시 해. 정말로, 진심으로, 확실하게, 내가 없어지길 원해? 영원히?’

 

 “입 닥쳐! 그냥 꺼지라고!”

 

 연화가 고함쳤다. 어째서 이렇게 쉽게 이성을 잃어버린 걸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이 환청은 없어지지 않는다. 아니, 절대로 없어져서는 안 된다. 적게 들릴수록 좋지만, 영원히 없어져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건 그녀의-

 

 “아윽...!”

 

 머리가 지끈거렸다. 마치 누가 머리를 꽉 조이는 것 같았다.

 

 ‘그것 봐. 너는 내가 사라지길 원하지 않아. 왜냐하면 너는-‘

 

 목소리가 치직거리는 소리로 바뀌었다.

 

 ‘...여전히 준비가 안 된 거야?’

 

 “그게 대체 무슨 헛소리야. 빨리 꺼져.”

 

 ‘좋아. 하지만 이것만 기억해 둬. 너는 아직은 아니지만, 언젠가 내가 하는 말을 들어야 할 거야. 네가 경찰이 된 이상, 언젠가는 말이야. 그리고-‘

 

 환청이 다음에 하는 말은 연화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말이었다.

 

 ‘나도 너처럼 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하지만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연화는 스스로의 머리를 두드리기도 하고 말도 걸어 보았으나 환청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똑똑.

 

 “네, 누구세요.”

 

 문이 열리며 간호사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네, 혹시 무슨 문제가 있으신가요?”

 

 “네?”

 

 “옆 병실에 계신 환자분이 여기에서 누가 소리지르는 게 들렸다고 해서요. 혹시 무슨 일이 난 건가 싶어서...”

 

 간호사가 말꼬리를 흐림과 동시에 연화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깜빡했다-이 병실에는 연화 혼자지만, 옆 방에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짜증이 나도 그렇지 병원에서 그런 식으로 소리를 자르다니.

 

 “아, 별거 아니에요. 그냥 통화하다가 짜증이 나서...죄송하다고 전해주세요.”

 

 “네.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시면 호출 버튼 꼭 눌러주세요.”

 

 “그럴게요. 죄송했습니다.”

 

 간호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닫았다. 연화는 옆에 있던 생수를 까서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근래에 들어서 지나칠 정도로 평정심을 잃는 일이 잦아. 자꾸 이러면 안 되는데...’

 

 삐리리리-

 

 전화가 걸려왔다.

 

 ‘세현 학생’

 

 살짝 몸이 굳어졌지만 곧 풀어졌다. 현재 진철원은 구속된 상태니 이번에 걸린 전화는 진짜일 것이다. 자신이 언제든지 전화해도 좋다고 했으니...

 

 “여보세요?”

 

 “아, 저에요. 주세현.”

 

 “그래. 무슨 일로 전화했니.”

 

 “...미안해서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연화가 당황하며 물었다. 너무 뜬금없어서 머리가 하얘졌다.

 

 “제가 바보같이 폰을 잃어버려서 언니가 칼에 찔렸다면서요...”

 

 “어...괜찮은데...지금은 멀쩡해! 근데 그거 누구한테 들은 거니?”

 

 분명 경찰 중에 한 명이 쓸데없는 말은 한 것이다. 뉴스는 절대 연화의 본명을 말하지 않았고, 단순히 여경 한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해서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알 수는 없다.

 

 “제가 졸라서 물어본 거니까 화내지 마세요...그리고 그 남자가 제 휴대폰을 써서 부를 수 있는 경찰은 언니 한 명 뿐이잖아요.”

 

 연화의 말문이 막혔다. 상당히 예리한 추측이다. 자신도 순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중학생 혼자서 생각해 냈다는 말인가?

 

 “또...똑똑하구나.”

 

 “언니보다 잘하는 건 공부밖에 없었다고 했잖아요.”

 

 ‘노력가가 아니라 타고난 거였구나!’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소녀가장이 이끄는 매우 가난한 집안에서 공부를 잘 할 정도면 머리가 나름 좋다는 뜻이니까. 연화 본인도 타고난 천재는 아니지만 공부한 시간에 비해 성적이 상당히 좋았으니까.

 

 “어...그래. 알았어. 하지만 정말로 지금은 괜찮아! 거의 다 나았고 심하게 다친 것도 없었어. 곧 퇴원할 거야.”

 

 “...알았어요. 사실 오래는 통화 못 하지만...아무튼 조심하세요.”

 

 “그래, 그럴게.”

 

 “그럼 이만 끊을게요. 점심시간 거의 끝났어요.”

 

 “그래, 수업 잘 듣고.”

 

 연화는 전화가 끊기자 상념에 잠겼다. 분명 자신은 세현과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냈건만, 어느새 ‘자신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라는 웃기지도 않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일까? 이것도 환청이 한 말과 관련이 있는 건가?

 

 “잘 모르겠네...”

 

 그녀에게는 책임져야 할 어머니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항상 자기 자신만이 위험에 처할 일이라면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다. 생각해보면 정말 멍청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나도 참, 중학생한테 인성교육을 받게 될 줄은 몰랐네.”

 

 그녀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자기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현우와 어머니, 그리고 경찰 말고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이 또 있었다니. 바보같은 기분이었다.

 

 “뭐 어때? 가끔은 그럴 때도 있는 거지. 아~엄마는 언제 오시려나.”

 

 그녀가 드러누우며 중얼거렸다.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걸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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