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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 나의 결혼
작가 : channi
작품등록일 : 2017.11.27

장장 10년의 연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연수와 호현. 결혼 3년 차, 꺼지지 않는 잔잔한 불꽃처럼 사랑했던 두 사람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점점 호현은 연수에게서 멀어져가고, 결국 그의 입에선 이혼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연수는 절대 이혼할 수 없었다. 아직 그를 많이 사랑하기에. 그런 그녀는 우연히 '졸혼'에 대해 알게 되고. 이혼을 말하는 호현에게, 당당히 졸혼을 선언한다. 이 결혼, 과연 어떻게 되는 걸까? 결혼, 나아가 진짜 사랑에 대해 깨달아가는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5. 대답하지 않는 것도 대답이었다.
작성일 : 17-12-06 10:48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5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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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담이었어. 우리가 졸혼하게 된 이유.”

 “응? 방금 뭐라고 했어?”

 

 진우의 등장에 박수 소리가 쏟아졌고, 작게 읊조렸던 연수의 말을 나경은 잘 듣지 못해 다시 한번 되물었지만, 연수는 그저 멍한 눈빛만을 띠고 있었다.

 

 “연수야, 왜 그래?”

 

 연수는 지금 아무런 소리도, 불빛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 놓여있는 와인잔이 조금 흐릿하게 보였다. 손이 떨려왔다. 이제 자신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대로 화를 내야 하는 건지, 못 본 척 도망쳐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작게, 때론 크게 손의 진동이 느껴질 뿐이었다.

 

 “연수야. 어디 아파?”

 “..”

 

 다시 한번 쏟아지는 박수 소리. 연수에게 진우의 5분 남짓의 짧은 시간도 마치 50분처럼 느껴졌다. 축사가 끝나고, 진우가 자리로 돌아왔다. 옆자리의 인기척에, 그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연수는 나경을 바라봤다.

 

 “나경아.”

 “왜 그래, 갑자기?”

 

 걱정스러운 눈빛을 가득 담은 채 물어오는 나경이의 모습. 지금 이 자리에서 나경에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조심스러웠다.

 

 “나경아, 진우 씨 좀 부탁할게.”

 “어?”“진우 씨. 잠시 해야 할 일이 생겨서요. 나경이랑 잠시만 있어 주세요.”

 “..아, 그러죠.”

 

 연수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축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식사시간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다시금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분주해진 틈을 타, 조금 떨어진 호현에게 다가갔다. 그런 연수를 나경은 자리에 앉아 뭔가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분명 연수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걸 그녀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연수의 마지막 발걸음의 종착역. 그곳에 앉아있는 호현을 발견했다.

 

 “..호현?”

 

 연수는 말없이 호현과 한담의 앞에 섰다. 호현보다 먼저 연수를 알아본 친구들이 아는 채를 하기 시작했다.

 

 “어? 이연수! 너 왜 현이랑 같이 안 왔어! 이제 온 거야?”

 

 한 동창이 말을 걸어오자, 그제야 호현은 연수를 바라봤다. 그의 옆에 앉아있던 한담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연수는 동창들 앞에서 티 내고 싶지 않았다. 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호현을 반기고 싶었다. 방금 같이 집에서 나온 척, 잘살고 있는 척하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연기라는 건 쉬운 게 아니었다. 생각처럼 입꼬리가 올라가지도, 그에게 듣기 좋은 말을 건넬 수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차가워진 분위기 속, 반갑지 않은 목소리가 울렸다.

 

 “언니,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그들은 그저 선후배 인 척하지만, 연수는 알 수 있었다. 아무리 그들이 자신의 눈을 속이려 한다 해도 자신을 속일 순 없었다. 연수는 호현의 눈만 보아도 알 수 있었으니까.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가 어떤 마음을 지니고 있는지. 저번 날, 작업실에서 봤던 호현이 한담을 바라본 눈빛. 그걸 보고서 왠지 모르게 이상한 기분을 느꼈었다. 이상함에는 이유가 있었다. 오늘, 호현을 보고 깨달았다. 그가 새로운 사랑에 빠졌다는 걸.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는 한담이 연수에겐 그저 야만스러운 인간으로밖에 비치지 않았다. 자신의 전부를 빼앗아간 여자. 죽이고 싶을 정도로 복수하고 싶은 여자. 한담. 연수는 당장이라도 쫓아가 그녀의 얼굴에 손바닥을 날리고 싶었다. 아니, 주먹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연수야. 잠깐 나갈까?”

 

 연수의 불타오르는 마음을 느꼈는지, 호현이 연수의 팔목을 살짝 잡으며 말했다. 오랜만이었다. 그가 자신의 신체 어딘가에 손길을 갖다 대는 게. 연수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고작 작은 스킨십 하나만으로도 녹아버리는 듯한 자신의 마음이 너무나도 우스웠다. 싫지만, 굳이 밀어내고 싶진 않았다. 바보같이 약한 마음. 연수는 호현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뒤통수에선 의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는 눈들이 느껴졌다.

 

 호텔 연회장 아예 바깥으로 나온 두 사람, 호현은 그제야 연수의 팔을 놓았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저 서 있던 두 사람. 적막한 공기를 호현이 먼저 깨버렸다.

 

 “그래, 졸혼하자. 우리.”

 

 호현의 말에 연수는 순간 어이가 없어졌다. 뭐라 변명이라도 할 줄 알았다. 담이는 그냥 후배이고, 그냥 같이 오자고 해서 왔다는 둥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도 그의 입에서 듣고 싶었다. 그런데 그는 오히려 연수에게 졸혼을 말했다.

 

 “권호현, 너 어떻게 지금..”

 “곰곰이 생각해봤어. 그런데 졸혼? 그거 나쁘지 않더라. 오히려 이것저것 법적 절차 안 거쳐서 오히려 편할 것 같더라고.”

 “..뭐?”

 “너도 그런 점이 좋아서 졸혼하자고 한 거 아냐?”

 “..야. 너 진짜 뭐야? 너 나 사랑은 해? 아니, 사랑하긴 했어?”

 

 연수는 울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눈물은 꼭 흘리고 싶지 않을 때, 조금도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온다. 떨리는 목소리로 사랑을 말했다. 연이어 지극히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이 들려왔다.

 

 “내 입에서 이혼을 말한 순간부터 사랑은 없어.”

 “...권호현, 너한테 우리의 10년이란 게 그렇게 쉬운 거였니? 다른 여자 금세 만날 만큼, 넌 그게 그렇게 쉬었니?”

 “누가 그래? 쉬웠다고?”

 “..뭐?”

 “넌 매번 이런 식이야. 내가 하는 건 다 쉬운 거고, 네가 하는 건 다 어려운 거지.”

 “..”

 “내가 너한테 이혼을 말하는 게 쉬운 결정이었던 거 같니? 그렇게 생각했다면 확실히 말해줄게.”

 “..”

 “아니. 전혀 쉽지 않았어. 나한테도 그 10년은 미친 듯이 소중한 시간이었으니까. 그런데도 난 결심했어, 너랑 이혼해야겠다고.”

 “...왜? 그냥 사랑이 식어서?”

 

 이혼의 이유를 묻는 연수의 두 눈을 호현은 가만히 마주했다. 입을 떼기가 힘든 듯, 호현은 한참을 망설였다. 그리곤 다시 한번 연수를 바라봤다.

 

 “지겨워, 네 보호자 노릇 하는 거. 네 감정 쓰레기통 되는 거 다 지겹다고.”

 “..뭐?”

 “나도 사람이야. 나도 너랑 똑같은 사람이라고.”

 “...”

 “..더 이상은 얘기하고 싶지 않다. 들어갈게.”

 

 처음이었다. 연수가 그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들어봤던 건. 그의 입에서 보호자, 감정 쓰레기통 이란 단어를 처음으로 들어봤다. 호현이 그런 생각을 하는 줄 연수는 꿈에도 몰랐다. 그저 사랑이 식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이유가 있었다. 아주 지독한 이유가. 계속해서 호현은 연수에게 이혼을 생각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더는 상처 주기 싫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들로. 연수는 이제야 그의 마음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그의 진심 어린 말들이 자신에겐 극복할 수 없는 충격처럼 다가오리란 걸, 그는 이미 예상하였던 것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야!!!! 권호현!!!”

 

 연수는 이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음에 그저 소리쳤다. 악을 쓰며 소리를 지르는 것 말고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대로 가만히 호현을 보내버리면 정말 그가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소리 질러도, 이 공간이 떠나가라 호현의 이름을 외쳐도 그는 돌아서지 않았다. 보이는 건 호현의 뒷모습뿐. 오늘따라 연수의 눈에 호현의 등이 유난히도 넓어 보인다. 안기고 싶었다. 저 넓은 등에.

 

 “현아, 가지마! 그 여자애한테 가지 마. 제발.”

 “..”

 

 연수는 충동적으로 그를 쫓아가 끌어안았다. 그동안 이 품에 참 많이도 안기고 싶었다. 죽을 만큼 참았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안게 될 줄은 연수 그녀도 상상도 못 했다.

 

 “현아, 미안해. 내가 그렇게 행동했으면 정말 미안해.”

 “..”

 “나 이제 진짜 안 그럴게. 너 답답하게, 지겹지 않게 내가 잘할게. 나한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호현을 놓치기 싫다는 듯 꽉 안았다. 그가 조금이라도 품에서 떨어지려고 하면, 잠깐의 틈도 주지 않고 다시 끌어안았다. 그러기를 두어 번, 호현은 그저 가만히 있었다. 어떠한 대답도,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마치 고장 난 장난감처럼 그저 가만히.

 

 “...”

 

 그런 모습에, 연수는 자연스레 호현을 품에서 놓았다. 마치 자신이 호현을 옭아매고 있는 올가미가 된 것만 같았다. 그는 아무런 반응 없이 그렇게 연수에게 대답했다. 절대 너에게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너에게 더 이상의 기회를 주고 싶지 않다고. 호현은 연수가 자신을 놓아주자마자, 다시금 갈 길을 갔다. 단 한 번의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 시각, 연회장 안

 

 호현이 일어나, 연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이 모습을 그 모습을 나경이 주시하고 있었다.

 

 “나경 씨, 연수 씨 무슨 일 있어요?”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요. 인생의 큰일이요.”

 “큰일?”

 

 나경은 아까부터 한 여자가 거슬렸다. 연수에게 인사를 건네던 저 여자. 나경의 보는 눈이 맞았다면, 저 여자는 한담. 연수과 나경의 휴학 후 조금 늦은 졸업으로 같이 졸업을 했던 후배였다. 그리고 분명 나경의 기억 속 저 애는 대학 시절, 호현을 짝사랑했다. 물론, 호현과 연수의 견고한 관계 덕에 고백한 번 해보지 못하고 맘을 접었긴 했지만. 나경은, 왠지 모를 쌔한 느낌에 기분이 살짝 나빠졌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진우 씨. 잠시만 여기 있으실래요?”

 “네?”

 “저 잠깐, 저쪽에 뭣 좀 확인하고 와야 할 것 같아요.”

 “..아, 같이 가요!”

 

 나경은 맘을 단단히 먹은 듯한 비장한 표정으로 한담을 향해 가고, 그 뒤를 진우가 따랐다. 진우는 나경이 뭔가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단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함께 했다.

 

 한담이 앉아 있는 테이블.

 

 “어라, 우리 동기들이네?”

 “오, 고나경!”

 “나경 언니, 안녕하세요.”

 “담이네? 오랜만이다.”

 

 두 사람은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었고, 이어 나경은 비어있는 담이의 옆자리에 앉는다. 진우는 그 옆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 다른 동기들과 어색하게 인사를 나눈다.

 

 “여기는 자리 있는데요.”

 “누구?”

 “..네?”

 “내가 여기 앉으면 안 될 대단한 분이 누구시냐고.”

 “..호현오빠요.”

 “현이? 야, 한담. 너 아직도 호현 짝사랑하니?”

 “어? 담이가 호현이 좋아했어?”

 “헐, 몰랐어.”

 

 나경은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을 짓곤, 한담에게 깊숙한 한 방을 날렸다. 나경의 말에 함께 있던 동창들이 우르르 반응하기 시작했다. 살짝 당황한 듯한 기색이 보이는 한담.

 

 “언니, 농담도 지나치세요! 같은 일터니까 작업 끝나고 같이 온 걸 갖고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요~ 오빠들이 다 오해하시잖아요.”

 

 이내 언제 당황했냐는 듯, 살짝 미소를 보이며 나경을 바라봤다.

 

 “아, 진짜 고나경! 넌 진짜 장난 좀 상황 봐가면서 쳐라~”

 “난 또 아까 연수랑 호현이 분위기 싸해서 또 진짜인 줄 알았네.”

 “야, 그래. 그 둘이 그냥 사이냐!? 거의 가족이야 가족. 절대 끊어질 수 없는!”

 

 동기들은 이내 나경에게 한두 마디 내뱉었고, 다시금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그 틈을 타, 한담은 나경에게 몸을 가까이했다. 그리고, 나경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짝사랑 안 해요. 사랑해요.”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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