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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 나의 결혼
작가 : channi
작품등록일 : 2017.11.27

장장 10년의 연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연수와 호현. 결혼 3년 차, 꺼지지 않는 잔잔한 불꽃처럼 사랑했던 두 사람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점점 호현은 연수에게서 멀어져가고, 결국 그의 입에선 이혼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연수는 절대 이혼할 수 없었다. 아직 그를 많이 사랑하기에. 그런 그녀는 우연히 '졸혼'에 대해 알게 되고. 이혼을 말하는 호현에게, 당당히 졸혼을 선언한다. 이 결혼, 과연 어떻게 되는 걸까? 결혼, 나아가 진짜 사랑에 대해 깨달아가는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2. 어른이 된다는 것
작성일 : 17-11-30 16:20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5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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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혼 선언 한 달 전

 

 “다들 수고하셨어요. 이만 들어가 볼게요.”

 “연수씨, 수고했어. 다음 주에 봐요.”

 

 밤 8시쯤, 야근치곤 꽤 일찍이 끝나고 집으로 홀로 돌아가는 길. 어느 순간부터 호현과 멀어진 지금, 연수에게 가장 외롭고 가장 슬퍼지는 시간. 연수는 운전을 하며 생각했다. 그를 지금의 상태로 가만히 내버려 둬도 될까? 이대로 두면 호현과 나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 부부가 아닌 정말 남이 돼버리진 않을까? 연수는 그럴 수 없다고 자신에게 대답했다. 연수의 마음이 그래선 안 된다고, 어서 그를 돌려놓으라고 답했다. 그렇기에 연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가 음악 PD 아니랄까. 아주 사랑스러운 음악이 연수의 귀를 적셨다. 그게 어떤 노래인지 연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통화 연결음 하나만으로도 연수는 슬퍼졌다. 사랑이 넘치고, 설레는 그 음악이 자신들의 상황과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에. 연수는 그가 누구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걸지 궁금했다. 비참하게도, 그게 자신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못했다.

 

 비참히도 사랑스럽던 노래가 끝날 때까지, 결국 호현은 답하지 않았다.

 

 “..하. 권호현, 전화 좀 받지.”

 

 호현은 끝내 전화를 받지 않고, 연수는 그 사이 집에 도착했다. 호현과 연수가 이 집에서 산 지 어느새 3년째. 그 정도의 시간은 집 안에 사람 냄새 가득히 만든다고 했다. 그런데 어째 집은 지나치게 깨끗했고, 지나치게 흔적이 없었다. 일 년 전부터 잦아드는 호현의 외박, 늦은 퇴근으로 집은 호현과 연수의 집이 아니라 연수의 집이 되었다. 마치 연수 혼자 사는 깔끔한 자취방 같은 그런 느낌.

 

 다시 한번 호현에게 전화를 건다. 여전히 그는 답이 없다.

 

 

 “기다릴 거야. 오늘은.”

 

 

 띠리링-

 

 적막한 집안에 어울리지 않게 경쾌한 음이 울렸다. 새벽 두시, 호현이 집으로 들어왔다. 어두워진 거실 아래 홀로 소파에 앉아있는 연수를 본 그는 조금 놀란 눈을 한다.

 

 “안자고 뭐해? 이 늦은 시간에.”

 “기다렸어, 너.”

 “뭐 하러 기다려. 요즘 일 때문에 늦는 거 알잖아. 얼른 자. 씻고 올게.”

 “요즘이 아니잖아.”

 “뭐?”

 

 호현은 자신의 방으로 가던 걸음을 멈춘다. 자연스레 각방을 쓴지도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진짜 일이 바빠서 그런 줄 알았어. 근데 아닌 것 같아.”

 “...”

 “우리 사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어. 우리가 지난 1년 동안 밥 한번 같이 먹은 게 언제야? 요즘 나한테 입 맞춰준 적 있어? 아니, 바라지도 않아. 내 손이라도 잡아 준 적 있어?”

 “..하, 연수야.”

 

 연수는 이제 익숙해진 그의 한숨 소리가 싫다.

 

 “내가, 내가 이런 생각하는 거 이상한 거지? 잘못 생각 하는 거지? 그냥 잠깐 권태로운 거 그냥 그뿐이라고 생각하면 됐는데, 그치?”

 “..”

 “현이 네가 잘 알잖아. 나 되게 걱정 많은 거. 내가 그래서 그랬나 봐. 현아.”

 “연수야, 이만 자.”

 “아니라고 해줘. 응?”

 “나 먼저 들어가서 잘게.”

 “현아, 현아, 권호현!”

 

 호현은 매정히 돌아섰다. 애원하는 연수를 보고도 그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호현에게 있어 무언은 긍정이었다. 지금의 호현은 연수에게 ‘그렇다’ 대답하지 않았지만 온몸으로 연수에게 말하고 있었다. 이제 자기를 사랑하지 말라고. 이제 자기를 놓아달라고. 너에 대한 사랑이 이제 모두 끝났다고.

 

 

 #다음 날

 

 연수는 눈을 떴다.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는 걸 깨달은 연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바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살짝 방문을 열고 나가 바깥을 살폈다. 호현은 이미 작업실로 출근했는지, 부엌엔 토스트 기계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띠리링- 띠리링.

 

 “네, 부장님.”

 [연수씨, 이번에 OST 관련해서 기사 하나 작성해야 하는데. 쓸만한 리스트 좀 만들어다 줄 수 있을까?]

 “부장님, 오늘은 좀 쉬면 안 돼요?”

 [미안해. 그냥 대충 해와도 괜찮아. 일단 리스트만 간단히 좀 뽑아줘. 부탁할게.]

 

 

 뚝-

 

 아름답고 듣기 좋은 OST가 연수의 귀에 들릴 지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쨌든 일은 일이기에 풀어진 머리를 질끈 묶었다. 후- 하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부엌으로 가 아끼던 예쁜 투명 유리잔에 우유 한 잔을 따랐다. 연수는 이상하게도 우유처럼 불투명한 건 유리잔에 넣어 마셨다. 그래야만 왠지 모르게 더 맛있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렇게라도 행복해지고 싶은가보다, 나란 사람은.’

 

 입속으로 한 모금 넣으려는 찰나, 호현의 작업실이 눈에 띄었다. 마치 들어오라는 듯 살짝 열려있는 문. 연수는 어차피 OST 리스트도 뽑아야 하니 호현의 방 안에 있는 음악들을 하나씩 들어보며 정해도 되겠다 싶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방으로 향하는 연수의 두 발. 끼이익. 연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예전엔 아무렇지 않게 터벅터벅 잘도 들어왔던 이 공간도, 지금의 연수에겐 참 낯선 것이 되었다.

 

 “오랜만이네, 이 냄새.”

 

 왠지 묵혀둔 많은 것들이 쌓인 먼지 냄새랄까. 깔끔히 정돈되어있는 방이었지만, 마치 헌책방에 온 듯 오래된 추억의 냄새들이 솔솔 풍기는 방이었다. 항상 음악 CD를 분류별로 정리해놓는 그 덕분에, 연수가 영화 음악 분야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유난히 한 곡이 연수의 눈에 크게 보였다. 영화 ‘라푼젤’의 OST, .

 

 대학 졸업 후, 연수에겐 유난히 우울했던 시기가 있었다. 다들 한 번쯤 겪는 인생의 슬럼프라 말하는 그럴 때. 그때, 연수는 방 안에 처박혀 디즈니 영화들을 전부 다 보았다. 어렸을 땐 만화영화를 거의 보지 않았는데, 25살의 늦은 나이에 동심에 눈을 떠 주인공들로부터 참 많이 위로받았다. 수많은 디즈니 영화들 가운데에서도 연수의 마음을 가장 뛰게 해주었던 영화가 바로 ‘라푼젤’이었다. 그리고 우울했던 연수에게 한 줄기 위로가 되어주었던 노래가 이 곡이었다.

 

 호현은 사실 디즈니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연수의 강력한 주장으로 이 곡 하나 만큼은 그의 작업실 영화음악 칸에 한 자리 차지하게 되었다. 가끔 연수가 우울할 때마다 그는 이 노래를 틀어주곤 했다. 연수가 집구석 어딘가에 숨어있어도 다 들릴 정도로 아주 크게 크게.

 

 연수는 오랜만에 이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지금의 우울한 이 마음에 꼭 들어야 할 것만 같아서. 조금의 고민도 없이 노래를 재생했다.

 

 ‘예전처럼 호현이가 날 위해 틀어줬다면 더 좋았을텐데.’

 

 연수는 슬픔을 잊기 위해 괜스레 흥얼흥얼 거렸다. 그리고, 아주 우연히 고개를 돌리다 그의 책상을 보았다. 책상 위, 올려져 있는 한 장의 종이.

 

 “..뭐지?”

 

 연수의 마음 속에선 한 외침이 들려왔다. 보면 안 될 것만 같아. 차라리 보지 마 이연수.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연수의 두 발은 점점 책상 가까이로 다가갔다. 어느새 시야에 종이의 가장 큰 글자가 보였다.

 

 합의이혼서.

 

 

 “...”

 

 연수는 어떠한 말도, 어떠한 신음도 내뱉지 못했다. 결국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하고야 말았다. 호현이 지난 밤 자신의 물음에 답하고 싶었던 말을. 그는 굳이 말하지 않고, 연수에게 종이 한 장을 보여주었다. 연수는 보란 듯 열려있던 문도 그가 자신을 이곳으로 이끌게 하려고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이연수, 똑바로 봐. 마음의 준비해.’ 이런 의미였던 걸까? 하는 생각도. 종이를 잡은 연수의 두 손이 파르르 떨렸다.

 

 ‘만약 그런 의미였다면, 난 못 본 척할 거야. 끝까지 너의 마음을 모르는 체할 거야.’

 

 연수는 종이를 다시금 원래의 자리로 내려놓았다. 방 안에선 빛을 찾은 소녀의 행복한 노래가 들려오고 있었다. 연수에겐 빛이 없었다. 연수를 밝혀주던 불빛은, 소멸하고 있었다.

 

 

 #나경이의 집

 

 

 “이혼서류가 호현이 책상 위에 있었다고?”

 “응. 현이 진짜 그럴 생각인가 봐. 나 어떡하면 좋지?”

 “..하, 연수야. 너 계속 이러고 살 수 있어?”

 “..”

 

 그동안 괜찮은 척 해왔지만 사실 아니었다. 연수는 누구보다 고통스러웠고, 누구보다 슬펐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괜찮은 척했던 시간 때문에 연수의 마음은 이제 고름 덩어리 그 자체가 되었다.

 

 “힘들어. 힘들어서 죽을 것만 같아. 근데, 헤어지는 거 생각하면 더 미칠 거 같아.”

 “너한테 호현이가 어떤 존재였는데, 당연히 그러겠지. 이해해 네 마음.”

 “내 청춘은, 내 삶은 그냥 현이 그 자체였어. 현이랑 헤어지는 거 꼭 나 자신이랑 헤어지는 것 같아서 못하겠어. 지금도 너무 힘든데, 진짜 끝내면 나 죽을 것 같아.”

 “연수야, 근데 나 진짜 객관적으로 말해도 될까?”

 “..응.”

 “네 친구 입장도 아니고, 걔 친구 입장도 아니고. 그냥 정말 제 3자로서 말이야.”

 “얘기해줘.”

 “연수 네가 얼마나 호현이한테 의지하고 살았는지 나도 잘 알아. 그런데, 언제까지 걔한테 그렇게 의지하면서 만은 살 수 없어.”

 “의지가 아니라 사랑이야.”

 “그래, 사랑하지. 근데 내 말은 네 그 사랑이 너무 의존적이라는 거야.”

 “...”

 “현이랑 헤어지는 게 왜 너 자신이랑 헤어지는 거야? 그냥 걔랑 헤어지는 거야.”

 

 연수는 몰랐다. 그저 그게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자신 삶의 중심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혼? 그거 진짜 별거 아니야.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그런 거 아무 흠도 아니야.”

 “흠이 돼서 무서운 게 아니잖아.”

 “우리 엄마 아빠도 이혼한대.”

 “..어?”

 “살다가 못 살겠으면 헤어지는 거야. 사랑이 식으면 헤어지는 거야.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 너 이렇게 계속 살면 너 제 명에 못 살아. 그럼 그냥 헤어지면 되는 거야.”

 “..”

 “이혼이 되게 어려워 보이고 힘들어 보이지? 근데 사실 아니더라. 되게 별거 아니더라. 그냥 서류 한 장에 사인하나 하면 끝나는 거더라. 몇십 년을 같이 살았던, 몇십 년의 추억을 공유했건, 그런 거 다 필요 없어. 종이 하나에 끝나는 게 결혼이야.”

 “나경아..”“그런데 뭐가 대수야! 요즘은 졸혼이라는 것도 있대. 그런 제도도 생겨나는 마당에, 그냥 이혼하는 게 뭐 어때서 그래.”

 “..졸혼?”

 “쉽게 말해 혼인 관계는 유지하는데,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는 거. 솔직히 그럴 거면 그냥 이혼하지, 뭣 하러 졸혼을 해?”

 

 연수는 잠시 멍 때렸다. 남이 보면 멍 때리는 거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은 아니었다. ‘졸혼’이라는 두 글자가 연수의 온 정신을 뺏어갔다. 뭔가 해결책을 찾은 것만 같은 그런 이상한 느낌이 연수를 휘감았다.

 

 “어이, 갑자기 왜 멍을 때려?”

 “..아, 미안해. 근데 나경아. 어머니 아버지 일은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긴, 두 사람이서 그렇게 정했대. 이혼하기로.”

 “넌 괜찮아?”

 “내가 안 괜찮을 게 뭐 있어. 이제 난 다 컸고, 엄마 아빠도 서로의 삶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해 내린 결정이니까.”

 “너 되게 어른 같아.”

 “어른이지, 그럼. 서른셋이나 먹어서 아직도 애 할래?”

 “하긴, 내 질문이 이상했네.”

 

 어른이 된다는 것.

 

 ‘난 어른일까? 애일까?’

 

 서른을 넘은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연수에겐 우스웠다. 어쩌면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기에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질 수 있는 거라 생각했다.

 

 '이연수, 아직 어른 되려면 한참 멀었네. 참 어렵다. 어른 되는 거.'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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