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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만이 널 가질 수 있다
작가 : Lido
작품등록일 : 2017.11.6

만나고 싶지 않은 녀석을 다시 만났다. 앞으로 나의 운명은?

 
6화
작성일 : 17-11-08 18:11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7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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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6

 

 

 -과거-

 

 

 가위질을 하며 앞머리를 단정하게 마무리했다. 눈썹중간까지 올라온 머리카락을 보니 얼굴이 휑해 보였다. 잘랐을 때만큼은 기분이 최악이었지만 막상 내 얼굴과 잘 어울리는 걸 보니 기분이 풀어졌다. 미용실에서 자른 것도 아닌데 잘 잘랐단 말이야.

 

 답답한 앞머리를 운운하며 괴롭혔다던 차 명환의 이야기는 헛소리였다.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얼쩡거리지 않을 거란 생각은 바보 같았다. 순진무구한 것도 아니고 아직도 걔에 대한 믿음이 있었는지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다.

 

 다음 날 점심시간에 우리 반에 들어오더니 내 앞자리에 떡하니 앉는다. 미안하다고 말해도 모자란데 철판을 깔고 히죽거리며 웃는다. 그러더니 뚫어지게 쳐다본다.

 

 

 "헤에, 너 이렇게 생겨먹었었구나?"

 

 

 차 명환의 입 꼬리가 말아 올라간다. 검지로 내 앞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녀석은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한 번도 보질 못했나. 고3때만 덥수룩하게 기른 것뿐이지 고1학년이나 고2학년 때는 깔끔하게 하고 다녔어.

 

 

 "강 여운이가 왜 그렇게 네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지 좀 알겠다."

 

 

 뭐가?

 

 

 "키킥 그치? 호원아."

 

 

 차 명환의 그 비릿한 웃음이 못마땅하다. 그는 자신이 앉은 의자 옆에 서 있는 녀석을 쳐다보며 물었다. 길쭉한 얼굴의 녀석의 이름이 호원이었나.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얼굴이다. 좀 더 넓적한 얼굴에 호빵 같은 이미지가 더 어울림직한 이름이었다.

 

 

 "모르겠는데."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대답하자 차 명환이 콱 뒤통수 얻어맞은 듯이 혀를 삐죽 내민다. 아닌가하며 호원이란 녀석처럼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다시 내 쪽을 쳐다보며 내 시선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호원이 녀석의 말에 동조했다.

 

 

 "예쁘게 생긴 건 아닌데."

 

 "응."

 

 

 차 명환의 의견에 매우 수긍하는지 호원이란 녀석이 냉큼 네라며 받아 친다. 앞에다 사람을 두고 당사자 외모를 왜 따지는지. 금쪽같은 점심시간에 굳이 왜 내 반에 와서 나를 귀찮게 하는지.

 

 

 "외모얘기를 꺼낸 게 아닌데."

 

 "그건 됐고, 우리 떡볶이나 먹으러 가자."

 

 

 고맙다 호원이란 친구야. 어서 얘를 데리고 너희 반으로 돌아가면 안 되겠니. 안 그래도 앞머리를 자른 이후 다른 친구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지 않던 나의 의지와는 달리 시선이 내게 집중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자꾸 짜증나고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킥, 알겠다 알겠어. 그럼 수발아 이따 오마. 아, 수발이란 말은 이만 빼야겠다. 머리도 잘랐겠다."

 

 

 차 명환이 내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나를 애완견 취급을 한다. 그 놈의 수발이라는 단어는 어서 빨리 좀 빼봐.

 

 

 "왜. 또 기분 안 좋아? 키킥."

 

 

 내가 이래서 뒤에서 수를 쓰는 강 여운보다도 널 더 싫어하는 거야. 녀석만의 비열한 미소는 언제나 강 여운과 대조적이었다. 이런 녀석과 친구를 먹는 사람이 다 끼리끼리지. 강 여운이나 차 명환이나 한끝차이였지만 인격모독 발언을 하는 차 명환은 더욱 악독해 보였다. 넌 정말 더러워서 피하는거야.

 

 

 "그만하고 얼른 가자."

 

 "넌 그만 좀 먹어. 너 때문에 나도 살이 찌겠다."

 

 

 호원의 말에 차 명환이 자신의 배를 손으로 튕기듯 쳐대며 내밀었다. 드디어 가려나보는지 뒷문을 나서려고 몸을 돌린다. 그 전에 다시 한번 내 머리통을 거칠게 쓰다듬었다. 다음부터는 흐트러지지 않게 머리를 묶든지 해야지.

 

 

 "너 진짜 자르기 잘했다."

 

 

 또 무슨 소리야. 가려고 발걸음을 돌리던 녀석이 내 앞으로 달려오더니 다시 내 앞머리를 건들었다.

 

 

 "야, 안갈 꺼야?"

 

 

 호원이란 녀석이 차 명환의 교복자락을 붙잡고 늘어졌다.

 

 

 "좀 놔봐!"

 

 

 뭔가 먹잇감을 찾은 맹수마냥 나를 잡아먹을 듯한 표정을 짓는다.

 

 

 "너 진짜 자르기 잘했다니깐? 와. 대박이야."

 

 "이러지마."

 

 

 참다못해 한마디 던졌다. 자꾸 이 녀석, 추태를 부린다. 내 앞의 의자를 다시 끌고 와선 내게 바짝 다가와 앉는다. 또 무슨 딴죽을 걸려고, 응?

 

 

 "뭐가 이러지 마야. 킥 화났어? 너 내가 왜 대박이라고 하는지 알아?"

 

 

 녀석이 나를 도발하려고 한다. 히죽거리며 웃더니 실실 쪼갠다. 궁금하다고? 그래 궁금해. 앞머리를 잘 잘랐다는 이야기는 무슨 소리이고, 대박이라고 하는 소리는 뭐야. 사춘기도 지났다 생각했는데 혹시나 머리가 잘 안어울리나 싶은 소소한 생각까지 들었다. 너 뜸 들이는 그런 애 아니잖아. 상대방이 어떻든 말든 네 멋대로 행동하고 발언하잖아.

 

 

 "너, 내가 왜 강 여운이 네 얼굴 뚫어져라 쳐다보는지 알겠다고 했지?"

 

 

 끄덕- 나도 모르게 고개를 위아래로 저었다. 차 명환이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쳐다보았다.

 

 

 "근데 알려주기 싫어. 나도 즐기고 싶거든."

 

 

 역시나 저 싸가지 없는 말투. 얄밉게 비꼬는 게 특기인가. 뭘 즐긴다는 거야. 도대체 강 여운이랑 너..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사는 거야. 내가 너희들에게 뭔 재밋거리를 줬다고. 나를 이렇게 달달 볶아대는데.

 

 

 "너 머리카락 느낌 좋다. 진짜 강아지 같아."

 

 

 차 명환이 내게 달라붙었다. 떡볶이 먹으러 가는 건 이미 포기했는지 차 명환의 옆에서 한숨을 푹 내쉬는 호원을 보며 나는 녀석의 손길을 받고 있었다. 샴푸밖에 안 쓰는데 무슨 느낌이 좋다는 건지 내일부터 비누로 감고 와야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한번 관심가지면 거머리처럼 달라붙는다는 녀석의 소문을 익히 들어본 바여서 심각하게 고민이 들었다.

 

 

 "너네들 뭐해."

 

 

 뒷문이 열리자 들리는 목소리는 한 번에 들어도 안다. 강 여운이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산책을 하고 온 건지 볼일을 보고 온 건지 꽤 늦게 교실에 들어섰다. 내 정수리를 쓰다듬던 차 명환이 강 여운의 부름에도 여전히 손을 떼지 않고 보란듯이 내 머리카락을 쓸어 내렸다.

 

 

 "나, 수발이, 아니 공 슬혜 머리 쓰다듬어줘."

 

 "그만해. 보기 안 좋아."

 

 

 눈을 못 마주치겠다. 어제 저녁에 넌 왜 그런식으로 날 쳐다본거니. 내 머리를 자르게 한 것도 분명 너겠지. 차 명환이 너를 자꾸 입에 거론하는걸 보면 분명 너랑 관련 되었을거야. 꼬투리라도 잡으려고 귀를 열어뒀다. 차 명환과 대화를 나누는 강 여운의 목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왜, 너도 만져볼래? 느낌 좋아."

 

 

 반 아이들도 차 명환의 만행을 힐끔거리며 보던 중 강 여운과의 대립 구도가 펼쳐지자 흥미롭다는 듯이 쳐다본다. 역시나 이런 집중된 시선은 부담스럽단 말이야. 녀석과 함께 있을때면, 자꾸 몰려드는 이 눈빛들은 보기 싫고 꺼림칙했다.

 

 

 "안 만져. 더럽거든."

 

 "아, 더러워서 네 손으로도 못 잘랐구나."

 

 

 그 것이 내 앞머리와 관련된 이야기라는 건 지나가던 반 아이들조차 알아들을 것이다. 그나저나 더럽다라. 강 여운은 나와 관련된 건 더럽게 보나보다. 사전도 더럽다고 하질 않나.. 참 별의별거에 자존심 상하게 만든다.

 차 명환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대화가 끊겼다. 강 여운, 차라리 뭔 말이라도 해봐. 너무 티 나잖아. 혹시 암묵적인 모종의 거래였니. 그들의 대화를 유심히 듣길 잘했다. 뻔할 뻔자다. 벌써 걸려버렸다. 분명 차 명환이 너의 말에 실행 한거겠지.

 

 

 "있잖아, 그리고 나 네가 자꾸 공 슬혜를 쳐다보는 이유를 알았어."

 

 "무슨 얘기야."

 

 

 무슨 얘기이긴. 넌 알 거 아니야. 차 명환이 왜 저렇게 구는지. 등 돌리고 있던 나도 몸을 틀었다. 뒷문에 서서 대화를 나누는 강 여운의 교복이 보였다. 발라당 까져 날라리처럼 입은 차 명환과 다르게 반듯한 옷매무새다. 녀석은 항상 모범생 같아보였다. 하지만 오늘따라 풀어헤친 교복 셔츠가 눈에 띄었다. 고개를 들자 녀석이 차 명환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몰라서 그래? 봐봐, 지금도. 재밌지."

 

 

 뭐가 재밌다는거야 자꾸. 내 얼굴에 흉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상처가 있는것도 아니다. 앞머리가 웃겨서 그런가. 강 여운이 눈을 내려뜨렸다. 나를 쳐다보는 녀석의 안면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웃음기는 찾아볼래야 볼 수가 없다. 내 외모를 가지고 말하는 것 같진 않은데.

 

 

 "것봐, 재밌잖아. 그치?"

 

 "니네들 도대체 뭘 말하는거야."

 

 

 옆에서 듣다가 지쳤는지 호원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듣기 싫은 소리였는지 차 명환은 칭얼대는 호원을 발로 찼다.

 

 

 "넌 좀 꺼져봐. 끼어들지 말고."

 

 

 차 명환이 사납게 눈썹을 치켜뜨고 말하자 호원이 웅얼웅얼 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재밌지 응? 재밌잖아."

 

 

 빈정거리는 말투를 넘어서 강 여운에게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칭얼인지 도발인지 분간이 안되는 그 말투에 강 여운도 참기 힘들었는지 한마디 내뱉었다.

 

 

 "재밌으면 너나 가지고 놀아."

 

 

 삐딱한 어투다. 내가 무슨 장난감이야? 가지고 놀게. 니네 둘이 서로 주고받는 캐치볼이 아니야.

 

 

 "진짜? 후회할텐데."

 

 

 무슨 후회. 좀 내가 알아듣게끔 말해. 하지만 더 이상 강 여운은 차 명환과 말을 섞지 않았다. 자신의 자리로 가더니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피곤한건지 고개조차 꿈쩍이지 않는다.

 

 

 "뭘 쳐다보냐. 너 내가 쟤보다 더 싫지."

 

 

 내 시선이 녀석에 가 있는걸 보았는지 차 명환이 아까와는 달리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모르겠어. 너나 쟤나 똑같아 보여. 하지만 차 명환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녀석의 신경을 긁을만한 말은 앞에서 꺼내지 않는게 좋다는 내 생각이다. 무언으로 대답을 하자 차 명환이 순순히 다음 말로 이어갔다.

 

 

 "근데 저 새끼가 더 무서운 놈이야. 넌 속고 있는거지."

 

 

 속다니, 나 다 알고 있어.

 

 

 "은근히 무섭다니깐 쟤. 쯧쯧 조심해라."

 

 

 악랄한건 분명 차 명환인데 오히려 강 여운을 더 몰아부친다. 녀석은 마지막으로 내게 신신당부하며 호원을 데리고 나갔다. 진드기처럼 붙어있던 거머리에게서 해방되니 살것만 같다. 숨이 트이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그것보다도 저 둘, 친구사이라고 생각한게 오산이였나. 서로에게서 흐르는 신경전이 사람 진을 뺄 정도였다.

 

 

 5교시 종이 울리고 담당 과목 선생님이 들어와 혼을 바치며 열연을 해도 수업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귀로 듣고 흘려야 할 만한 차 명환의 말이 자꾸 못내 지워지지 않았다. 잊혀지기에는 자극이 되는 말들만 흘러놓고 가버렸다. 호기심만 발동하게 해놓고 왜 가는지. 다른때같았으면 내뱉었을 말을 질질 끌었다. 도대체 무슨 심산이지. 자꾸 나를 보며 재밌다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고, 강 여운을 자신보다 못된 녀석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상하고,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이 다 이상하게 들릴 정도였다.

 

 

 "그 새끼 얘긴 신경 쓰지마."

 

 

 쉬는시간에 다짜고짜 와서는 툭 던지더니 이내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러고보면 강 여운은 외모와 성격이 별개였다. 그의 외모와 성격은 매치가 되지 않았다. 웃음을 내보일때마다 드러나는는 장난기 어린 웃음은 개구쟁이 같으면서도 꽤 귀여운 얼굴이었다. 눈앞을 살짝 가린 앞머리 때문에 간혹 잘생겨 보일때도 있었지만 그런 모습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하지만 외모와는 달리 성격은 꽤 시크했다.

 

 1학년때는 내가 뻔질나게 말했던 것처럼 녀석의 트레이드마크인 웃음이 인기의 요소였다. 많이 보여준 건 아니었지만 한번 미소를 지을때마다 주변의 여학생들이 자지러질 정도였다. 귀엽게 생긴 외모에 뽀얀 피부, 잘난 기럭지는 모든 여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꽤 쿨했고, 남성다웠다. 말투부터 시작해서 행동까지 하나하나 요목조목 따져보면 잘난 남자일 뿐이었다. 그러고 보면 친구와 얘기했을 때 그를 귀엽다고 말했던 애가 없던 것 같다. 모두들 멋있다는 말밖에 안했지.

 

 하지만 나도 요새 그들의 얘기에 동조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격이 까칠한게 얼굴에 자리 잡히는지 얼굴이 달라지고 있었다. 귀엽다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강 여운은 변하고 있었다.

 

 

 

 **

 

 

 "야, 너!"

 

 

 다음날 내 반에 찾아올 차 명환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저녁시간에 교정 안에서 마주친 녀석이 나를 불러 세웠다. 마주친 차 명환을 보았을 때 어떤 말을 꺼낼지 몰랐다. 얼굴이 울퉁불퉁해진 차 명환의 얼굴은 상처투성이였다. 길에서 굴렀는지 누구한테 얻어터졌는지 입술은 부르텄고, 눈 밑은 퍼랬다. 얼굴 여기저기에 난 피멍자국에 보는 이가 안타까울 정도였다. 거기에 비하면 난 한 번도 그들에게 손찌검을 당한 적이 없었다.

 

 

 "씨, 이리 와봐!"

 

 

 내 손목을 거칠게 붙잡고선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건물로 데리고 갔다. 끌려가는 동안 혹시나 맞는게 아닐까 싶었지만 차 명환은 건물 뒤편으로 들어오자 세게 쥐었던 손목을 풀어주었다.

 

 

 "무슨 일이야..."

 

 

 조심스레 녀석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눈치를 살펴야한다. 비위를 거스르면 안 된다. 온갖 잡생각이 떠올랐다. 얼굴이 이지경이니 혹시나 화풀이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말이 끝나자 차명환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공 슬혜, 너 앞으로 눈깔아."

 

 "...?"

 

 

 다급해보이는 차 명환의 얘기는 예상 밖으로 흘렀다.

 

 

 "깔라고. 난 너한테 도움 주는거다."

 

 

 생전 안 부르던 이름까지 불러주다니. 미심쩍은 표정으로 대꾸했다.

 

 

 "왜 눈을 깔라는건데."

 

 "강 여운이 너한테 흥미를 느끼거든."

 

 

 흥미? 아, 괴롭히는 거.

 

 

 "너 내가 왜 대박이라고 했는지 알아? 아 씹 내가 입 다물고 쳐있으려했는데 애새끼가 날 건들이네."

 

 

 무슨 말이야. 차 명환은 한눈에 봐도 흥분에 휩싸여 있었다. 횡설수설하며 정신없어 보였다. 저녁이라 하지만 더운 여름이라 그런지 아님 말할수록 열 받아서 그런건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이런 상태의 녀석을 잘못 건들이면 안 된다. 그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혼자서 열 내고 성냈던 녀석이 버럭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 씨발! 그 새끼 썅!"

 

 

 누구한테 욕 하는거야. 왜 내 앞에서 날 겁 주는건데. 하지만 소리를 질러서인지 녀석의 얼굴이 한결 편안해보였다. 이성을 찾았는지 잠잠해졌다. 녀석은 나를 쳐다보며 갈등하고 있었다. 말할까 말까. 내 눈에도 보인다. 뭔데, 말 좀 해봐.

 

 

 "네 눈보면 니 감정 훤히 드러나는거 알아?"

 

 

 차 명환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내가 안다고 생각해서 묻는거야, 아님 모를꺼라 생각해서 묻는거야.

 

 

 "아니."

 

 

 뭘 어떻게 드러내길래 이러는지 당체 이해할 수 없었다. 내 대답을 듣고선 녀석은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너 말하는 거 보면 고만고만해가지고 재미없어. 뭘 생각하고 어떤 기분인지 떠오르지 않거든. 근데 말이야?"

 

 

 응, 계속 말해봐.

 

 

 "어제 보니깐 알겠더라고. 너 상당히 재밌어. 네 눈만 마주쳐도 너가 어떤지 다 알겠더라. 강 여운 즐기는거야. 걘 이유없이 흥미를 느끼는 자식이 아니거든."

 

 "..."

 

 "내가 그 새끼 나보다 더 무서운 새끼라고 했지? 그거 잊지 마라."

 

 

 차 명환은 최대한 소리를 낮추며 내 귓가에 흘렸다. 솔직히 헛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녀석의 얼굴을 보면 믿어줘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표시가 나든 말든 강 여운이 나를 괴롭히면서 즐기는 건 나도 안다. 내게 흥미를 가지고 있는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괴롭힘을 먼저 시작한건 알았다. 하지만 그 이상 그 이하였다. 고등학교만 지나면 끝날 인연이었다.

 

 

 "너 보니깐 알겠다."

 

 

 차 명환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뭐가.."

 

 "넌 걔 못 벗어날거야. 절대, 네버."

 

 

 그런 악담이 어딨어. 하지만 차 명환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실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어갔다.

 

 

 "장난 같지? 그 새끼가 나처럼 널 들들 볶는건 아니니깐."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넌 못벗어나."

 

 “..”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고 있었다. 적절한 단어를 선택해서 말하려던 순간 녀석은 내 말을 가로막았다.

 

 

 "못 벗어난다고."

 

 

 차 명환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매미소리인지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인지 그 안에서 나는 차 명환의 말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며칠동안 내 반을 찾아오지 않는 차 명환을 생각하면서 하나둘씩 녀석의 말을 되새겼다. 녀석 말대로 강 여운을 마주칠 때마다 시선을 내려뜨렸다. 녀석의 말을 믿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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