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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만이 널 가질 수 있다
작가 : Lido
작품등록일 : 2017.11.6

만나고 싶지 않은 녀석을 다시 만났다. 앞으로 나의 운명은?

 
20화
작성일 : 17-11-20 22:27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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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20

 

 -여운-

 

 

 

 

 ‘탕탕’

 

 

 화가 치밀어 오른다. 분을 못 이기고 꽉 쥔 운전대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생각할수록 기분이 더러워 운전대에 화풀이 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다. 그러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순진한 얼굴로 모든 남자들을 멀리하는 것 같아 보이더니 어느새 쥐도 새도 모르게 옆에다 남자를 달아 놓았댄다. 내 기분이 오락가락 거리는거 봐서는 그녀 때문에 제대로 미친 게 확실하다.

 

 

 “하필... 장 성혁이라니.”

 

 

 입에서 그의 이름이 맴돈다. 처음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저 같은 병원 동료사이 같아보였기에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 일 이주 병원에 다니다보니 그 오만한 확신은 금물이었다. 항상 그녀의 뒤에서 묵묵히 알짱대는 그를 보면서 혹시나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로 인해 더 이상 사람에게 정을 붙이는 여자가 아니었다. 나의 안일함에 결국 이 지경이 되어버렸다. 그녀의 입에서 사귄다고 말이 나오다니.

 

 이번에 사귄다는 장 성혁 선생은 그동안 그녀가 거쳐 왔던 남자와는 사뭇 달랐다.

 

 그동안은 내 잘못이 확실했다. 그녀에게 안긴 우리의 과거가 얼마나 떠오르고 싶지 않은 추악한 추억인지 안다. 하지만 난 달라졌다. 뭐, 물론 병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여전히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제야 내 마음을 제대로 보고 인정할 수 있었다. 그 동안의 착오와 허무하게 흘러버린 시간들이 너무 아까웠다. 되돌리기에는 늦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싶었다.

 

 

 “지이이잉”

 

 

 핸드폰이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차 안에 통화연결음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을 쳐다봤다. 어머니다. 지금 기분으로는 받고 싶지 않지만 무시해봤자 내게 떨어지는 불호령이 두려워 일단 받았다. 무엇 때문에 전화를 거셨는지 얼추 넘겨짚을 수 있었다.

 

 

 “네, 어머니.”

 

 [여운아, 어디니. 오늘 장성그룹 딸이랑 만나기로 했다며. 또 약속을 깨면 어떡해. 저번 금요일도 사정이 생겨서 못간 다하더니.]

 

 “죄송합니다. 어머니.”

 

 

 시간을 보니 7시다. 30분 넘었다고 벌써 부모님께 전화를 돌린 건가. 이렇게 성질이 급한 여자는 또 처음이다. 그렇게 답답하면 내게 전화를 하던지. 아니면 마음에 안 든다고 퇴짜를 놓던지. 놓아주지도 않을 거면서 나를 조이려고 꼭 부모의 입을 통해서 전하는 그녀다. 이런 여자는 넌덜머리가 난다.

 

 

 [자꾸 이런 식으로 약속 어기면 어떡해. 엄마가 여사님 볼 낯이 없어.]

 

 “제가 소라씨께 따로 연락할게요.”

 

 [그래. 요새 네가 너무 마음에 안 든다. 병원을 옮긴 것도 그렇고, 네 할아버지는 아직도 못마땅해.]

 

 “알겠어요. 어머니 저 바빠서 이만 끊어볼게요. 집에서 봬요.”

 

 

 서둘러 통화를 끝냈다. 요새 내게 떨어지는 잔소리가 나의 한계치를 넘어서려고 했다. 맞선도 그렇다 치고 병원에서 병원장의 딸 일도 그렇고. 일단은 나의 호감을 채우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지만 오늘같이 기분이 더러운 날은 그들을 염두에 두어주고 싶지 않았다. 내 코가 석자다.

 

 

 “어떻게 하면 뺏어올까...”

 

 

 내 머릿속은 온통 공 슬혜로 가득 찼다. 그녀의 차가운 태도가 내게 상처가 되고 가슴이 시리다. 나를 멀리하는 그녀를 볼 때마다 더욱 내 손안에 쥐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는 몰랐다. 여자에 1도 관심이 없던 내가 처음으로 꿈에 나타난 여자가 그녀더라. 친하게 지내는 것도 아니고 몇 번 반에서 마주치면서 인사만 나눈 사이였다. 인사조차 몇 번 하지 않았다. 말 한번 섞지도 않았는데 묘하게 눈길을 끄는 여자애였다. 그게 사단이 된 걸까. 난 몇 번이나 내 속옷을 빨았던 기억이 있다.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가 몇 번이나 속옷을 빨지 말라고 당부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꼭 그녀의 꿈을 꾸어 저랬다고 말하는 것만 같아 더욱 그냥 둘 수가 없었다. 지우고 싶었다. 나의 몸에서 나타나는 징후들과 그녀에게 따라가는 내 시선들을.

 

 난 내 스스로 그녀를 부정했다. 그런 여자를 좋아할 리는 전혀 없다고.

 

 

 “지이이잉”

 

 

 다시 울리는 통화연결음에 화면을 보니 이번에는 정 재희 팀장이다. 저 여자는 이상하게 미안한 감정을 주기도 한다. 아무래도 내가 그녀를 이용해서 그런가. 누가봐도 예쁜 여자지만 내 눈에 차질 않았다.

 

 통화를 연결시켰다.

 

 

 “네, 팀장님.”

 

 [전화 가능할까요?]

 

 “물론입니다. 말씀하세요.”

 

 [아빠께서 언제 식사한번 하재요. 물론 저희 둘이가 이렇게 된 건 모르시지만 요.]

 

 “제가 알아서 말하겠습니다.”

 

 [그래요. 일단 알아두라고 전화 드린거에요.]

 

 “네.”

 

 [오늘 갑자기 반차 쓰셨다고... 무슨 일 있으세요?]

 

 “개인적으로 용무가 있어서요.”

 

 [그러셨구나. 그래요. 다음에 병원에서 봐요.]

 

 

 통화를 그대로 끝냈다. 그녀는 절대 질척이지 않는다. 그것만 봐도 얼마나 매력 있는 여자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전혀 그녀에게 미련이 남질 않았다. 분명 내게 공 슬혜라는 여자가 없었다면 그녀와 진지하게 만남을 고려해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트너로써 손색이 없다.

 

 다시금 아까 있던 일이 떠오른다. 그녀의 조그만 입에서 장 성혁이라는 이름이 흘러나올 때 얼마나 질투심이 일었는지 모른다. 그녀의 목소리로 한번쯤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면 좋을까 상상하던 적도 있다. 얼마나 주먹을 꽉 쥐었는지 손톱자국이 그대로 손바닥에 하얗게 남았다. 그녀는 내 감정을 모르는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뻔뻔하게 내 앞에서 그 녀석에 대해 잘도 말한다.

 

 

 “하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방금까지는 분명 머리 꼭대기까지 분노가 차올랐는데 지금은 또 내가 한심스럽다.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개만도 못한 사이가 되었을까. 난 여전히 고등학교 때 당시를 떠오르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아니 이렇게 시간이 흐를 때까지 아무런 조취를 취하지 않았다는 내게 화가 났다.

 

 

 

 **

 

 

 -과거-

 

 

 “도련님. 친구 분이 오셨는데요.”

 

 

 고 2학년 겨울방학 때 할아버지께서 친하게 지내라며 집에 데려온 남자애가 있었다. 그 사람은 차 명환. 그때부터 일이 꼬였다. 내가 나쁜 길에 발을 들여다 놓은 건.

 

 

 “들어오라 하세요.”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엌으로 들어섰다. 오렌지 주스를 페트 병째 꺼내서 입에 탈탈 털어 넣었다. 곧이어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안으로 들어오는 녀석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난 익숙하게 음료수 페트병을 든 채로 거실로 나갔다. 녀석이 들어와 있다.

 

 처음에는 그의 집이 어떤 집인지 몰랐다. 할아버지 하청업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납품업체인 모양이었다. 한번은 그의 가족들이 저녁식사에 초대되어 집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같이 온 게 전부였다. 마침 우리학교 학생이라 더욱 관심을 가진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한눈에 봐도 양아치스럽게 생긴 이목구비에 가까이 두고 싶지는 않았다.

 

 

 “강 여운, 나 왔어.”

 

 

 녀석이 슬리퍼를 찍찍 끌며 들어오며 인사한다. 나 또한 손을 들어 아는 척하며 손짓했다.

 

 

 “들어와. 내 방으로 가자. 뭐 마실래?”

 

 “그거나 마시지 뭐.”

 

 

 내 손에 쥔 오렌지 주스 페트병을 뺏어간다. 가져가더니 콸콸콸 목에다 들이 붓는다. 녀석을 보면 항상 야생마가 떠올랐다. 날뛸 때 주위라고는 신경 쓰지 않고 제 멋대로 하는 꼴은 전혀 길들여있지 않았다.

 

 

 ‘탕’

 

 “왜 불렀어?”

 

 

 녀석이 문을 닫으며 들어오더니 묻는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째 신경이 쓰이는 거에 대해서 녀석에게 의견을 구하고자 싶었다. 내 사정을 알고 가장 알맞은 현답을 내놓을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서 주위사람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냈지만 마음 놓고 내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을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차 명환은 달랐다. 일단 녀석과 우리 집의 관계가 갑을로 정해진바, 약점을 내가 쥐고 있지 않은가. 비밀은 새어나갈 리가 없었다.

 

 

 “말해봐.”

 

 “신경 쓰이는 여자애가 있어.”

 

 

 솔직하게 말했다. 차 명환이 의외라는 듯이 눈이 동그래진다. 아무래도 놀란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입에서 단 한 번도 여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지.

 

 

 “난 네가 동성애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하하. 너도 남자구나?”

 

 

 말을 뇌에 걸치지 않고 무작정 내뱉는 모양이다. 조금은 기분이 나빴지만 별 문제가 아니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내 문제를 토로했다.

 

 

 “공 슬혜.”

 

 “걘 또 누구야. 뭐 어디 그룹 사장 딸이야?”

 

 

 녀석은 처음 듣는지 모르는 눈치다. 그렇지. 그렇게 평범한 여자애를 네가 알 리가 없지.

 

 

 “아니야.”

 

 “우리 학교 학생이야? 그렇게 재력가집이 있다는 얘길 못 들었는데.”

 

 “우리학교 학생이야. 나랑 같은 반이고.”

 

 “같은 반?! 거기서 누구?”

 

 

 녀석이 더욱 놀라는 눈치인지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녀석이 눈동자를 굴린다.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나보다.

 

 

 “공 슬혜라고. 평범해.”

 

 “혹시 좀 반에서 예쁘장하게 생긴 애 아니야? 좀 어두워보이는 애?”

 

 

 어두웠나? 하지만 엄청 밝은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그녀를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런가?”

 

 “걔.. 좀 어렵게 산다고 소문난 애 아니야? 부모도 없다고. ”

 

 “엄마는 있지. ”

 

 “대박... 걔라고? 너 미쳤어? 그게 평범한 거냐?”

 

 

 차 명환은 자리에 일어서더니 내게 머리를 가리킨다. 아무래도 믿을 수 없는지 발을 구르며 방 안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마치 나를 또라이로 생각하는지 녀석은 한숨을 푹푹 쉬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기의사를 내비쳤다. 그 모습에 괜히 주눅과 같은 비슷한 감정이 몰려왔다. 나도 이렇게 수준 낮은 여자애를 신경 쓸 줄은 몰랐으니깐.

 

 

 “너 진짜 미쳤다. 눈 낮은 거 아니야?”

 

 

 나도 안다. 나도 내가 그런 여자애에게 왜 자꾸 시선이 가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좋아하는 건 아니고 신경 쓰인다고.”

 

 

 괜한 자존심이었다. 벌벌 날뛰는 녀석을 두고 좋아한다고 인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분명 웃음거리일게 분명했다. 그건 내 얼굴에 스크래치가 나는 것과 같았다. 부모님 귀에 들어가면 더더욱 큰일이고.

 

 

 “야, 강 여운.”

 

 

 한동안 녀석은 고민에 빠진 사람마냥 입을 다물고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몇 분 정도가 흐르고 녀석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나를 불렀다. 고개가 번뜩 녀석에게 향한다. 과연 무슨 말이 나오려고 저러나 난 녀석의 현답을 기대하고 있었다.

 

 솔직히 좀 떨렸다.

 

 

 “신경 쓰인다는 거지?”

 

 

 녀석의 눈이 번뜩인다. 마치 사냥감을 찾은 맹수마냥 눈동자가 빛났다.

 

 

 

 “지켜봐봐. 어떤 감정인지. 내가 알려줄게.”

 

 

 녀석은 흥미로웠는지 입맛을 다시며 내게 미소를 보여주며 확신시켜주었다. 정말, 내 감정이 어떤지 녀석이 일깨워주려나. 그의 말을 믿어보기 시작했다.

 

 차 명환은 내 예상과 다른 방식으로 그녀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거슬린다. 그녀에게 하는 짓이 거슬린다. 용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녀에게 정을 떼어놓으려고 부단히도 애를 썼다. 분명히 이 감정은 며칠이면 끝나겠지 싶었는데 몇 달이고 달라지지 않았다.

 

 가난에, 제대로 되지 않은 가족 구성원에 뭐하나 찬찬히 들여다봐도 좋은 구석을 눈 씻고 찾아 볼 수 없는 여자애였다. 그저 믿을만한 건 그나마 반반한 얼굴일 뿐. 거기다 똑똑한 머리? 그렇다고 특출하게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딱 몇 번 놀고 지나쳐도 되는 관계로 충분하다 생각했다. 충분히 1년을 즐기면 되겠지 싶었는데 그녀에 대한 갈증은 여전했다. 항상 부족했다.

 

 스스로 멍청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내 눈이 더 이상 그녀를 쫓지 않을까 싶었다. 원했다. 그녀에게 벗어나길 원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를 가지고 싶었다.

 

 난 그녀를 미치도록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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