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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연애박사는 하이드씨
작가 : 새로고침
작품등록일 : 2017.11.3

[차원이동/사기꾼여주/여주를 이용하려는 남주/계약관계/말빨 좋은 여주]

24살, 한국의 연박하는 바다에 빠져 죽었다. 빌어먹을 인생. 그녀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욕을 퍼부었는데,

"시발!"

"얘야, 뭐라고?"

눈을 떠 보니 귀족 집안의 외동딸이 되어 있었다. 거기까지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박하는 '몰락'귀족의 외동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아버지는 실종, 어머니는 병사. 결국 이런 거다. 원래부터 꼬인 인생인지라, 더 놀랄 것도 없다. 홀로 남은 박하는 전공을 살려, 향수 가게 '하이드'를 차렸다. 사랑에 고픈 아가씨들에게 가짜 페로몬 향수를 팔아 등을 쳐먹으면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즘엔 사기꾼 만나는 데 예약도 필요한가?"

이 남자만 없었더라면.

 
4. 뭣하면 죽으면 되지.
작성일 : 17-11-10 23:10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3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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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디아는 가일을 노려보았다.

 

 “왜 그렇게 봐.”

 

 노려보았다.

 

 “뭣하면 죽일까?”

 

 째려본다.

 

 “아, 알겠어.”

 

 “하지 말라고 할 때 그만 하면 얼마나 좋아요!”

 

 “진짜 사람 들어올 줄은 몰랐지.”

 

 저 뻔뻔한 말 때문에, 나디아는 대체 어떻게 해야 이 사람에게서 반성이라는 것을 들을 수 있을지 잠시 고민했다.

 

 조금 전, 나디아와 가일의 실랑이가 단번에 종료된 것은 하이드에 사람이 들어온 탓이었다. 매일 3시에 나디아의 늦은 점심을 배달해 주는 근처 빵집 청년 테오. 나디아와는 제법 오래 교류가 있었던 탓에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 정도는 되었다.

 

 -...값은 다음에 받을게.

 

 오늘은 저 말과 함께 도망쳐 버렸지만.

 

 “내 얼굴 본 사람 없어서 괜찮다면서요. 귀족이 들어왔으면 어쩔 뻔 했어?”

 

 “죽이지 뭐.”

 

 “좀!”

 

 나디아는 어디서부터 지적해야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생명존중이라는 게 머리에 들어 있기는 한가? 가일을 보는 나디아의 시선이 점점 차가워져 가는 것을 느꼈는지, 가일이 입을 열었다.

 

 “내 말은, 그만큼 별 일 아니라는 거야. 평민 한 명 얼굴 본 것 가지고, 무슨 말을 하겠어? 네가 사교계에 발을 들이면 이제 이쪽과는 만날 일도 없을 텐데.”

 

 잠시 말을 멈춘 가일은, 그녀가 내려놓았던 귀걸이를 주워들었다. 나디아의 시선이 그를 따라 올라갔다.

 

 “오늘부로 하이드는 잠시 여행을 갈 거야.”

 

 여행? 뜬금없는 가일의 말에 나디아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즈음, 가일이 말을 이었다.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어디가 좋을까...그래, 남부. 남부로 여행을 갈 거야. 그 기간 동안은 평범한 향수만 고용인이 파는 거고.”

 

 그제야 나디아는 가일이 하는 말을 알아들었다. 그는 지금 하이드씨의 부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꽁꽁 싸맨다고 해도 하이드와 귀족 생활을 동시에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럴 바엔 한쪽의 부재를 만드는 편이 좋다.

 

 “남부에 고향이 있어서 부모님 묘에 다녀올게요. 두 달만.”

 

 “그래. 가게는 그동안 내 쪽에서 맡아줄게. 걱정 말고 다녀와.”

 

 "뭣하면 죽으면 되고?"

 

 제법 날카로운 말에 가일이 씩 입매를 말아 올렸다. 따라 웃는 나디아와 시선이 교차했다. 두 사람은 생각보다 죽이 잘 맞았다.

 

 

 ***

 

 

 “원하는 방 골라봐.”

 

 “난 꼭대기가 좋아요.”

 

 “거기는 내 층인데. 2층도 3층도 비어 있어.”

 

 나디아의 쨍한 시선과 가일의 뚱한 낯이 마주했다. 1초, 2초, 3초.

 

 “써.”

 

 가일이 탄식처럼 내뱉었다. 나디아의 낯이 환하게 개었다. 굳이 고맙다는 말없이도 그리될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일단은 준비할 게 많아. 교양 교사는 초빙해뒀으니 문제될 거 없고, 귀는...오늘 뚫으면 되겠군. 옷, 그래, 옷. 옷은 내일 디자이너를 부르도록 할게.”

 

 나디아는 현재 가일의 저택에 와 있었다. 정확히는, 이제부터 가일의 저택에서 살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가일의 슬하에서 사교계에 데뷔하기로 말을 맞추어 둔 것도 있고, 본래 집을 떠난 하이드가 갈 곳은 달리 없었기 때문이다.

 

 가일 혼자 사는 것치고 저택은 넓었다. 정말, 넓었다. 나디아가 사는 집은 방 두 개에 거실과 주방이 딸린 것이었는데, 그 집 하나가 저택의 응접실만 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부터는 가일이 제시한 일에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기로 했다.

 

 그는 정말로 부자였다.

 

 창문 마감조차 고급스러웠다. 월세로 200크렌을 지불하는 집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부리는 하인의 수도 무척이나 많았다. 이렇게 큰 집을 관리해야 하니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나디아가 현재 그의 저택에 들어와서 본 하인의 수를 세기 위해선 양 손을 다 써도 모자랐다. 수행기사 몇 명과 집사는 빼놓은 숫자였다.

 

 ‘이 많은 사람을 부리려면 대체 돈이 얼마나 들까.’

 

 장사꾼이라서 돈이 먼저 떠오른 게 아니다. 나디아의 부모가 떠오른 탓이다. 부리는 하인은 나디아의 유모를 포함해 네 명. 수행기사니 집사니 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런데도 나디아의 아버지는 늘 빚에 쪼들렸다. 그 가난을 바로 옆에서 지켜봐 온 나디아는 가일의 부가 단순하지 않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게 좋을 것 같은데.”

 

 나디아의 시선이 크림색으로 꾸며진 창틀에 가 머물렀다.

 

 “내 말 듣고 있어?”

 

 “......”

 

 “하이드.”

 

 딱, 손가락이 튕기는 소리에 나디아는 시선을 바로 했다. 멍한 감각은 아직도 남아 있었지만, 바로 앞에 가일을 무시할 만큼은 아니었다.

 

 “내 말 듣고 있어?”

 

 “아, 네. 어디까지...얘기했죠?”

 

 가일은 고운 미간을 찌푸리더니 들고 있던 서류를 탁탁 책상에 내리쳐 열을 맞추었다.

 

 “얘기는 무슨. 나 혼자 떠들었지. 무슨 말 했는지 기억이나 해?”

 

 “......”

 

 상념에 젖은 탓에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나디아는 입을 다물었다. 가일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숨을 내쉬더니 서류를 내려놓았다. 180도 거꾸로 놓인 글자들을 읽기 위해 나디아가 눈을 열심히 굴리는 사이, 가일이 입을 열었다.

 

 “네 가문 정하는 거. 앤시어 자작가 어때?”

 

 죽, 펜촉이 글자 밑에 검은 선을 그었다.

 

 “최근 10년 간 작위반납이 돌아온 가문이 몇 없어. 한미한 시골에 묻혀 있는 가문이라면 이 정도가 적당하지. 자작이면 그리 낮지도 않고. 재산이 몇 없었군. 빚을 청산하기 위해 작위를 반납했다라...실속 있는 선택이네. 자작은 실종, 자작 부인은 병사.”

 

 나디아의 시선이 종이에 닿았다. 도로 올라가 무덤하게 글자를 읽는 가일에게 닿았다. 어린 나디아의 삶은 그가 말한 저 세 줄이면 충분하다. 앤시어 자작이 얼마나 아내를 사랑했는지, 자작 부인이 어떻게 야위어 갔는지, 그들의 딸이 어찌나 사랑스러웠는지 자작 부인이 죽으면서도 딸의 손을 놓지 못한 것 등. 저 세 줄로 그런 것은 알 수 없을 것이다.

 

 박하는 텁텁한 입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

 

 “딸이 있었다고 쓰여 있긴 한데... 뭐, 이제 평민이니까.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네, 괜찮네요.”

 

 잃어버린 성을 되찾는 걸로는. 나디아는 흐리게 웃었다. 가일은 그 미소를 완전한 긍정으로 받아들였는지 제법 호쾌하게 웃더니, 수려한 필기체로 앤시어를 적었다.

 

 “이름?”

 

 “나디아.”

 

 “좋아. 나디아 앤시어. 내 외사촌 할머님의 손녀에게 어울리는 이름이네.”

 

 그는 이름을 마저 적더니, 잉크가 스며드는 종이를 번쩍 들어 나디아의 앞에 세워 보였다. 흰 종이에 적힌 검은 글자들. 그 너머로 가일이 싱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곧게 뻗은 검붉은 머리칼에 푹 휜 적안, 짧고 짙게 올라간 입꼬리. 저 짓궂은 표정이 불과 몇 시간 전 자신을 압박하던 낯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친애하는 외사촌 할머님의 손녀따님, 앞으로도 잘 부탁해.”

 

 나디아는 그를 따라 짧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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