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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연애박사는 하이드씨
작가 : 새로고침
작품등록일 : 2017.11.3

[차원이동/사기꾼여주/여주를 이용하려는 남주/계약관계/말빨 좋은 여주]

24살, 한국의 연박하는 바다에 빠져 죽었다. 빌어먹을 인생. 그녀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욕을 퍼부었는데,

"시발!"

"얘야, 뭐라고?"

눈을 떠 보니 귀족 집안의 외동딸이 되어 있었다. 거기까지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박하는 '몰락'귀족의 외동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아버지는 실종, 어머니는 병사. 결국 이런 거다. 원래부터 꼬인 인생인지라, 더 놀랄 것도 없다. 홀로 남은 박하는 전공을 살려, 향수 가게 '하이드'를 차렸다. 사랑에 고픈 아가씨들에게 가짜 페로몬 향수를 팔아 등을 쳐먹으면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즘엔 사기꾼 만나는 데 예약도 필요한가?"

이 남자만 없었더라면.

 
5. 두 번째 가면
작성일 : 17-11-13 23:43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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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아파요!"

 

 "아직 넣지도 않았는데 무슨. 조금만 참아. 금방 끝나."

 

 나디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따끔, 따끔.

 

 "눈 떠. 끝났어."

 

 그녀는 눈을 살며시 떴다. 바늘을 들고 있는 가일이 보였다.

 

 "...끝이에요?"

 

 "끝이라니까. 금방 끝난다고 했잖아."

 

 가일은 나디아의 귀를 뚫어주는 중이었다. 이제는 과거형이지만. 통신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귀걸이를 차야 했고, 귀를 뚫기 위해 다시 나가기는 번거로우니 가일이 뚫어주겠다 나선 터였다.

 

 "생각보다 별로 안 아프네요..."

 

 한국에서도 귀를 뚫어본 적이 없었던 터라, 잔뜩 긴장해 있던 나디아는 멍하니 가일을 올려다보았다. 가일도 그녀의 꼴이 제법 우스웠던지, 나직이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의 귀에 귀걸이를 하나씩 채웠다.

 

 "잘 어울리네. 앞으로 연락하면 재깍 받아."

 

 나디아는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보석을 만져보다가, 그의 말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떠올랐다.

 

 "어떻게 받는데요?"

 

 그녀는 통신석을 사용할 줄 몰랐다.

 

 “써본 적 없어? 하긴, 평민은 쓸 일이 없으려나.”

 

 조금 당황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나디아를 바라보던 가일은 제 귀에 달린 귀걸이를 하나 뺐다. 물방울 모양의 보석을 늘어뜨린 나디아의 귀걸이와는 달리, 가일의 것은 동그란 형태로 귓불에 딱 달라붙는 모양이었다.

 

 “통신석은 사실 생물에 가까워. 산호? 산호라고 생각하면 편하겠네.”

 

 산호? 나디아는 물끄러미 가일이 귀걸이 끝의 침으로 손끝을 찌르는 것을 보고 있었다. 다른 귀걸이와 달리, 침의 끝이 뾰족했다.

 

 “산호는 동물이야. 알지? 그거 조그만 애들이 모여서 그렇게... 아야,”

 

 “알긴 아는데...”

 

 그런 지식이 여기에도 알려져 있다고? 현대의 과학지식을 접하니 왠지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자동차 대신 마차를 타고 다니고, 핸드폰 대신 통신석을 사용하는 말도 안 되는 중세 유럽 같은 세계에서 현대 과학 지식이라니.

 

 ‘모를 것도 없긴 한데...’

 

 어차피 그런 건 관찰로 이루어지는 거니까, 결국 산호에 관심이 많은 머리 좋은 사람 한 둘만 있으면 쉽게 알 수 있는 거다.

 

 “이것도 그런 비슷한 거야. 정확히는 커다란 통신석 하나가 분열을 하는 거지만.”

 

 모르겠다. 가만히 있어야겠다. 나디아는 피가 송글 맺힌 가일의 손끝을 바라보았다. 가일의 귀걸이는 완전히 초록색인 자신의 것과 다르게 붉은색이 좀 섞인 초록빛이었는데, 가일이 손끝을 가져다대자 붉은빛이 진해졌다.

 

 정확히는, 보석이 피를 흡수하고 있었다.

 

 “이건 피를 먹어. 이렇게 피를 주기적으로 채워줘야 사용할 수 있는 거고.”

 

 보석은 피를 아주, 잘 먹었다. 조그만 보석이 금세 완전한 붉은색으로 변하자, 가일은 손을 뗐다. 그는 도로 귀걸이를 착용하고, 보석을 톡 건드렸다.

 

 “채워둔 이후에는 이렇게 손을 대고 있으면 말할 수 있어. 듣는 건 안 대고 있어도 되고.”

 

 “신기하다...”

 

 “그건 크기가 작은 거라서 겨우 귀에 들릴 정도로밖에 소리가 전달이 안 돼. 바로 앞에 있어도 안 들릴 걸.”

 

 "좋네요."

 

 이런 물건을 가질 이유도, 살 돈도 모자랐던 나디아에게는 신기한 일이었다. 실제로 통신석은 몇몇 귀족들이나 황족, 기사들만 사용하는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이젠 그 귀족 중에 나디아가 있다. 기분이 묘했다.

 

 나디아는 가일에게서 간단한 집 안내를 받고, 집사를 따라 층계를 올랐다.

 

 

 

 ***

 

 

 

 찰랑. 증기가 피어오르는 목욕탕 안에 기분 좋은 물소리가 울렸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흰 욕탕은 증기와, 향기로 가득했다. 나디아는 시중을 들기 위해 들어왔던 시녀들을 물리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귀족이 좋긴 좋네...’

 

 르로이 공작가의 집사, 제벨은 그녀를 완전히 가일의 먼 친척 정도로 알고 있었다. 가일은 애초에 그녀의 거절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던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나디아 앤시어’라는 먼 친척을 데려올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을 리 없으니까.

 

 제벨은 그녀의 방을 3층에 준비했지만, 가일의 명령-나디아의 고집이 팔 할 섞인-으로 나디아의 방을 4층으로 옮기느라 분주했다. 방을 완전히 꾸미지 않았으니, 여독을 풀 겸 목욕이라도 하지 않겠느냐는 제벨의 권고에 따라, 나디아는 욕탕으로 들어섰다.

 

 상앗빛 욕조, 갖은 향유를 제외하고서라도 욕탕은 호화로웠다. 공작가의 명성이 무색하지 않게, 나무통에 물을 데워 쓰던 자신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욕탕에 나디아는 놀라고 말았다.

 

 ‘평생 이런 데서 살았으면 좋겠다...‘

 

 부엌 가까이에 붙어 있는 욕탕은, 아궁이에서 피운 불로 데워진 물이 늘 준비되어 있어 원할 때 언제든 수도꼭지를 열면 뜨거운 물이 쏟아지게 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사용하던 보일러만큼이나 체계적인 시설은 아니었지만, 욕탕에서 사용할 정도의 따뜻한 물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르로이 공작가 정도 되는 고위직에 한정된 이야기였지만.

 

 나디아는 향유가 섞여 연분홍빛을 띄는 물을 가볍게 참방거렸다. 붉은 머리카락이 물속에 잠겨 하늘거리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손을 들어 향유에 젖은 팔을 가볍게 쓸어 보았다. 매끈거리는 감각이 꼭 제 피부가 아닌 것 같았다. 집에서는 귀찮아서 적당히 데운 물로 가볍게 샤워만 했는데,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더니 나른해진다. 어릴 때나 써 본 향유를 다시 쓰는 것도 좋았고, 뜨거운 목욕도 좋다. 나가서 바로 자면 안 되겠지? 나디아가 잠기운에 풀린 눈을 멍하니 깜빡거리고 있는데, 시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이제 들어가도 될까요? 식사 시간이 곧 다가옵니다.”

 

 아, 맞다. 가일. 나디아는 몸을 일으켰다.

 

 “들어와.”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시녀 서너 명이 들어와 쌉싸래한 민트 향이 나는 세신용 오일을 몸에 발라 씻기기 시작했다. 가일이 조금 전 4층으로 올라가는 나디아의 등에다 대고 ‘저녁은 같이 먹지.’라고 말한 것을 잊고 있었다. 외려 시녀들이 기억한 것이다. 시간이 제법 지체되었는지, 나디아를 씻기는 손길들이 분주하다. 그렇게 시녀들이 들어온 지 15분도 채 안 되어 목욕이 끝나버리고, 나디아는 너무 빨리 끝나버린 목욕에 시무룩한 채로 화장대 앞에 앉아 시녀들의 시중을 받고 있었다.

 

 “아가씨 머리색이 너무 고우세요. 붉은색인 줄 알았더니 보라색이네요?”

 

 머리를 수건으로 말려주던 시녀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적막이 싫었던 나디아는 그녀의 수다에 기꺼이 응해주기로 했다.

 

 “어머니 머리색을 많이 닮았거든.”

 

 “제 머리도 붉은데 왜 아가씨 머리 같지 않을까요?”

 

 “너는 갈색에 가깝잖아, 마리.”

 

 “아예 갈색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건 너무 어중간해.‘

 

 “그럼 내 머리도 어중간하게?”

 

 두 소녀들의 수다를 듣고 있던 나디아가 슬쩍 끼어들었다. 마리라고 불린 시녀는 크게 당황하더니, 머리를 말리는 것도 잊고 손사래를 쳤다.

 

 “아니, 아니에요! 전혀 아니에요! 아가씨 거는 뭐랄까, 음, 정말, 예뻐요. 응! 예뻐요!”

 

 “목소리 낮추랬지, 마리.”

 

 옆에서 머리를 말리던 나이 든 시녀가 짧은 질책을 했다. 마리는 아무래도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시녀인 듯 했다. 주인보다 목소리를 높이는 건 당장 해고되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불경이라, 마리는 금세 입을 닫고 머리를 꾹꾹 눌러 말리는 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디아가 고맙다고 말할 틈도 없이 다시 적막이 찾아오자, 나디아는 괜히 무안해진 기분에 화장대에 놓인 것들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건 디오르, 이건 크리스티넬, 헉, 이건 까르벵이잖아? 없어서 못 구한 것들이 전부 여기 있네. 나디아가 설렘 반 시무룩 반으로 화장품들을 살펴보는데, 조금 전 마리를 질책했던 나이 든 시녀가 입을 열었다.

 

 “화장대에 있는 것을 포함해서 이 방의 모든 것들은 공작님께서 아가씨를 모셔 오기 위해 준비한 것들입니다. 오늘 저녁 식사에는 가벼운 화장과 이브닝드레스로만 치장하시는 게 좋을 듯해 다른 물품들은 찬장에 넣어두었으니 후에 확인하시면 됩니다.”

 

 화장품이 더 있어? 나디아가 놀랄 틈도 없이, 마리가 나디아의 앞으로 왔다.

 

 “마리는 아가씨를 모시기 위해 특별히 채용한 아이입니다. 말재간이 좋고 손재주가 좋아 화장술에 뛰어나니 괜찮으시다면 맡겨 보시죠.”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싶었더니 나를 위해 채용했구나. 나디아는 의기양양하게 화장품을 들고 생글거리는 마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늘 화장은 제게 맡겨주세요!”

 

 나를 위해. 나디아는 그 어감이 제법 마음에 들어서, 빙긋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모습은 친척이신 공작 각하 말고는 아무한테도 보여주시면 안 돼요.”

 

 “아무한테도? 애인은?”

 

 “결혼하기 전에는 안 돼요!”

 

 어차피 애인을 사귈 생각조차 없었지만, 제 공들인 결과물에 몹시 흡족해하는 마리를 앞에 두고 차마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나디아는 진보라색 허리끈으로 포인트를 준 순백의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옅은 화장을 한 제 모습을 거울로 비추어 보았다.

 

 역시 옷이 날개라더니, 정말인가보다. 장사꾼 하이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물을 머금은 꽃봉오리마냥 청초한 귀족 아가씨가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예쁘죠?”

 

 “...응. 고마워.”

 

 “아무리 가족이래도 분가하시면 남남이니까, 이런 차림은 기본으로 하고 다니셔야 해요. 여성의 민낯은 아무에게나 보여주는 게 아니니까요.”

 

 이미 가일이 내 민낯을 봤다고 말을 해야 하나.

 

 “시골에 계셨다고 들었어요. 그곳은 자유로울지 몰라도 수도에서는 일절 안 통하니까, 정말 정신 바짝 차리셔야 해요!”

 

 정말 미끼를 잘 뿌려놨구나. 나디아는 마리의 말에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가일의 준비성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시게가 7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맛있는 냄새가 1층에서부터 피어 올라온다. 식사준비가 다 된 것이다.

 

 나디아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얼굴을 숨기고, 시골에서 상경한 귀족 영애로서 가일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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