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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로맨스 마스터
작가 : 아범
작품등록일 : 2017.7.17

거절하는 법을 모르는 소심한 여자 윤 서희. 어느 날 엄청난 존재와 덜컥 마주치고 말았다. 곧이어 주어지는 기상천외한 미션들. 그리고 꿀처럼 달달한 보상. 답답하게 막혀있던 그녀의 삶이미련 없이 변해간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달콤한 속삭임.
"로맨스 마스터를 시작하시겠습니까?"

 
거슬리는 여자군
작성일 : 17-07-25 15:19     조회 : 366     추천 : 0     분량 : 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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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거울 앞에 나란히 서 있던 세 여자가 일제히 돌아봤다.

 그리고 동시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아, 안녕하세요……."

 

 서희가 당황한 얼굴로 인사를 했다.

 

 아, 왜 하필 이런 꼴을 하고 있을 때 그녀들과 마주친 걸까.

 

 서희는 그저 울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하루도 순탄하기는 틀린 듯싶었다.

 

 서희가 금세 주눅이 든 얼굴로 갈팡질팡했다.

 그런 서희를 바라보는 세 여자의 시선이 심상치 않았다.

 그 중 노연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

 

 "세상에! 자기 그 얼굴 어떻게 한 거야?"

 

 "네?! 아, 그게. 화, 화장이 이상하게 되는 바람에……."

 

 서희가 어색하게 웃으며 둘러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연이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어디서 고쳤냐니까."

 

 "네?!"

 

 "어머, 정말 감쪽같다. 티 하나도 안 나. 세상에."

 

 서희의 얼굴을 이리저리 세심하게 살피며 노연이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평소 성형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관심이 많던 그녀였기에 더욱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아무래도 서희가 성형이라도 한 줄 아는 것 같았다.

 

 이렇게 대놓고 이상한데 티가 안 난다니.

 게다가 세상에 누가 이렇게 어색한 얼굴로 성형을 한단 말인가.

 

 서희가 난처한 얼굴로 해명을 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요……. 이게 화장을 제가 너무 오랜만에……."

 

 그때 가연이 서희의 안경을 바라보며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곧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기 어제 별일 없었어?"

 

 "네?! 무슨……."

 

 서희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멀뚱거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가연이 금세 새침한 투로 말했다.

 

 "흥! 아니면 말고."

 

 그녀가 짜증 난다는 듯 서희를 한 번 노려보더니 화장실을 나가버렸다.

 당황해하는 서희를 향해 노연이 조급한 얼굴로 말했다.

 

 "자기야. 딴청 피우지 말고 나 좀 봐봐. 이거 어디서 한 거야? 응? 나한테만 살짝 알려주면 안 돼?"

 

 "뭐해! 빨리 나와!"

 

 화장실 밖에서 가연의 재촉하는 소리가 날아들었다.

 목소리에 불만이 가득했다.

 

 "아이, 참. 알았어. 파견, 아니 윤서희 씨. 나중에 나랑 얘기 좀 해. 알았지?"

 

 노연이 급하게 나가며 서희에게 신신당부했다.

 서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의 뒷모습을 쫓았다.

 곧이어 서희를 죽일 듯 노려보고만 있던 한유리가 한걸음 다가왔다.

 고개를 삐딱하게 한 채 서희의 얼굴을 이리저리 훑으며 그녀가 말했다.

 

 "무슨 좋은 일 있어?"

 

 "네?"

 

 "안 하던 화장을 다 하고."

 

 "아, 그냥요……."

 

 서희가 궁색한 표정을 한 채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한유리의 눈꼬리가 사납게 올라갔다.

 

 "좀 그러네. 회사가 무슨 술 따르는 곳도 아니고."

 

 "……."

 

 그녀의 비꼬는 말투에 서희가 움찔했다.

 갑자기 가슴이 욱신거렸다.

 얼굴이 화끈거리더니 순식간에 새빨갛게 변했다.

 그 모습을 본 한유리의 얼굴에 잔인한 미소가 그려졌다.

 

 "꾸밀 줄 모르면 가만히나 있던지. 여자 망신 혼자 다 시키려고 작정했나 봐?"

 

 "……."

 

 "자기는 참 이것저것 부족한 게 많은 사람 같아. 호박에 줄 긋는다고 정말 수박이라도 될 것 같아? 그거 안 돼, 절대. 호박은 그냥 호박일 뿐이야. 착각하지 마."

 

 한유리가 서희를 밀치더니 거울 앞에 섰다.

 가볍게 얼굴을 매만지던 그녀가 화장실을 나가면서 말했다.

 

 "헛꿈 꾸지 말고 얼른 정신 차려."

 

 곧이어 그녀들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화장실에 혼자 남은 서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핏기 하나 없는 얼굴이었다.

 

 '바보같이……. 정말 바보같이…….'

 

 부르르 몸을 떨며 서희가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너무 바보 같았다.

 

 기분 나쁘다고.

 그렇게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분명하게 말했어야 했다.

 

 하지만.

 

 또 침묵하고 말았다.

 무슨 말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덜컥 겁부터 났다.

 

 도대체 무엇이 그토록 무서운 걸까.

 

 어쩌면 너무 오래 참다 보니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린지도 몰랐다.

 아프다고 말하면 더 아프게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사람에 대한 공포는 집요하게 그녀를 붙잡고 늘어졌다.

 

 서희가 물끄러미 거울을 바라보았다.

 창백한 얼굴의 여자가 가여운 표정을 한 채 서 있었다.

 서희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앗! 어쩐지 살짝 예쁜 것도 같은데, 윤서희?"

 

 일부러 슬쩍 농담을 던졌다.

 이럴 땐 이렇게라도 힘을 내야 했다.

 곧 서희가 피식 웃으며 가방에서 클렌징크림을 꺼내 들었다.

 

 "자아, 이제 그만 어색한 얼굴을 지워볼까.'

 

 그렇게 화장을 지우려던 서희가 갑자기 멈칫했다.

 어쩐지 망설여졌다.

 조금 전까지도 그렇게 지우고 싶었는데 말이다.

 

 '헛꿈 꾸지 말고 얼른 정신 차려.'

 

 한유리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자 갑자기 오기가 생겼다.

 

 '그래! 누구든 함부로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거야!'

 

 서희의 눈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어쩐지 지금 화장을 지우면 그녀들에게 굴복하는 느낌이었다.

 참는 것과 굴복하는 건 전혀 다른 의미였다.

 

 성격이 극심하게 내성적인 게 문제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굴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윤서희, 이건 너의 삶이야. 누구도 간섭할 수 없어!'

 

 서희가 클렌징크림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거울 앞에 섰다.

 어느새 거울 속에는 자신감 가득한 여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 다시는 널 무시하지 않을게.'

 

 스스로 인정해 주지 못하는 삶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무시당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처음엔 부족하고 어색할 수 있다.

 그건 자연스러운 것일 뿐, 잘못된 게 아니다.

 

 서희가 당당한 얼굴로 화장실을 벗어났다.

 자신감이 생기자 걸음걸이부터 달라졌다.

 화장한 얼굴이 아직 어색하지만, 오늘 하루는 이대로 지낼 것이다.

 그건 움츠리고 있던 자신을 향한 응원이었다.

 

 게다가 몇몇 사람들 눈에는 꽤 예뻐 보이는 것 같았다.

 만약 그렇다면.

 

 어쩌면 그 사람의 눈에도 그렇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서희의 얼굴에 작은 기대가 차올랐다.

 어느새 불길한 하루 대신 설레는 하루가 그녀를 맞이하고 있었다.

 

 

 ***

 

 

 분주해 보이는 사무실 안.

 

 구석 자리에 앉아 있는 도겸이 보였다.

 무언가를 손에 든 채 꽤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다름 아닌 촬영 대본.

 볼펜으로 군데군데 표시를 하며 미리 동선을 그려보는 중이었다.

 제법 전문가다운 기운이 느껴졌다.

 

 때마침 그의 등 뒤로 밝은 햇살이 들어찼다.

 그러자 순식간에 그에게서 눈부신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마치 화보 촬영장에라도 온 것처럼 멋진 장면이 연출되었다.

 곧 사무실 여기저기서 여자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아, 어쩌면 좋아."

 

 "아침부터 우리 자기 매력 터졌어!"

 

 "나만 느끼는 거야, 현기증?"

 

 "오늘도 눈이 호강하는구나."

 

 하지만 이런 수군거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대본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그렇게 무심한 남자 앞으로 귀여운 얼굴의 여직원이 슬쩍 다가섰다.

 

 "최 PD님. 지난번에 말씀하신 자료 정리한 거 가져왔어요."

 

 "그쪽에 놓고 가세요."

 

 그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여직원이 실망한 듯 얼굴을 실룩거렸다.

 그렇게 아쉬워하며 돌아서려던 여직원의 눈에 반가운 물건이 포착되었다.

 

 "어머, 최 PD님도 그 볼펜 쓰세요? 와, 저도 똑같은 거 쓰는데. 이것 보세요. 신기하죠?"

 

 여직원이 도겸의 것과 똑같이 생긴 볼펜을 꺼내 보이며 기뻐했다.

 순간 도겸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이것 보세요. 저도 최 PD님이랑 같은 거예요. 신기하죠?'

 

 느닷없이 그녀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별 의미도 없는 것에 기뻐하던 목소리가 갑자기 그의 귓가를 맴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환하게 웃던 그녀의 얼굴도 덩달아 생각났다.

 더불어 붉게 피어오른 두 뺨과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까지.

 모조리 기억나고 말았다.

 

 한순간에 그의 집중력이 무너져내렸다.

 동시에 짙은 눈동자가 무질서하게 흔들렸다.

 

 '어이가 없군.'

 

 허무할 정도로 너무 쉽게 그녀의 기억들로 머릿속이 점령당했다.

 우스운 꼴이었다.

 

 '생각할수록 거슬리는 여자군.'

 

 도무지 그녀의 무엇이 이토록 자신을 동요하게 만드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직장 내의 집단 괴롭힘.

 혹시, 이런 곤란한 상황에 빠진 그녀가 아직도 신경 쓰이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 첫눈에 반하기라도 한 것이란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

 

 순간 도겸의 눈빛이 매섭게 돌변했다.

 곧이어 그가 손에 들고 있던 볼펜을 바라보았다.

 

 "쓰기 불편하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볼펜을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그걸 본 여직원이 금세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 볼펜을 몰래 그의 책상에 둔 것은 그녀였다.

 무엇이든 그와 둘만의 것을 갖고 싶다는 소박한 욕심 때문이었다.

 그 정도의 의미도 허락하지 않다니.

 매정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속상해하는 여직원을 향해 그의 냉정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또 뭐 똑같은 게 있습니까?"

 

 "네?! 아, 아니요……."

 

 "그럼 가서 일 보세요."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냉기가 느껴지는 시선이 그녀를 거칠게 내몰았다.

 여직원이 도망치듯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순간 사무실 안으로 차가운 공기가 휘몰아쳤다.

 

 "안태희 씨."

 

 "네?!"

 

 느닷없는 호출에 근처에 앉아 눈치를 살피던 여직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음 주 일정 조정 모두 끝냈습니까?"

 

 얼음장 같은 그의 질문에 여직원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네? 아, 그게. 아직 출연자 쪽에서 스케줄 표를 넘겨받지 못해서…….

 

 여직원의 말이 마무리되지도 못한 채 사그라들었다.

 온몸을 휘감는 싸늘한 기운에 그만 기가 죽어 더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곧이어 온기 하나 없는 목소리가 그녀의 정신을 확 깨웠다.

 

 "오늘까지 마무리 지으세요."

 

 "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여직원이 간신히 대답했다.

 어느새 도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에 대본을 든 채 그가 성큼성큼 출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다들 쥐죽은 듯 그의 뒷모습을 쫓았다.

 

 그렇게 사무실을 나갈 줄 알았던 그가 돌연 출입구 근처에 있는 여직원 앞에 멈춰 섰다.

 

 "삭제하세요."

 

 "네?! 무슨……."

 

 느닷없는 그의 말에 여직원이 움찔하며 대답했다.

 그러자 도겸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의 손에 들린 휴대폰을 쏘아보았다.

 

 "지금 삭제하지 않으면 경고로 끝나지 않습니다."

 

 순간 잔뜩 움츠려 있던 여직원이 벌벌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만지작댔다.

 그렇게 당사자가 보는 앞에서 조금 전 몰래 찍은 그의 사진을 삭제했다.

 곧 시퍼렇게 날이 서 있는 도겸의 경고가 날아들었다.

 

 "또 한 번 이따위 짓을 하다 걸리면 그땐 정말 유능한 변호사를 구해둬야 할 겁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겸이 찬바람을 일으키며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그러자 동시에 이곳저곳에서 가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휴, 무서워라. 겁나서 눈도 못 마주치겠네."

 

 "그러게 말이야. 오늘 우리 자기 너무 까칠한데?"

 

 "무슨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나?"

 

 "글쎄."

 

 저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궁금한 얼굴을 했다.

 그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무튼, 오늘은 다들 조심하는 게 좋겠다."

 

 그녀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렇게 그녀들은 다시 각자의 업무로 돌아갔다.

 

 

 ***

 

 

 점심시간.

 

 이제 막 식사를 마친 서희가 황급히 식당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휴우, 간신히 다 먹었네."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설마 이 정도까지 일 줄은 몰랐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로 향했다.

 놀란 사람들이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곳저곳에서 웅성거리는 바람에 금세 식당이 소란스러워졌다.

 

 덕분에 식사하는 내내 고개 한 번 들지 못한 서희였다.

 평소의 반도 안 되는 양을 먹는 동안 내내 눈치를 살폈다.

 몇몇 용감한 남자들은 그녀의 주변을 맴돌다가 불쑥 말까지 걸어왔다.

 

 "저기, 혹시 연예인이세요?"

 

 "어느 팀에서 일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괜찮으시면 식사 후에 차라도 한 잔 대접할 수 있을까요?"

 

 그때마다 서희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어댔다.

 갑작스러운 관심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쏜살같이 식당을 빠져나왔다.

 다행히 뒤쫓아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무척 부담스러운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어느 정도 확신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녀의 화장한 모습이 제법 괜찮게 보이는 것 같았다.

 물론 그 때문에 주목을 받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아직도 술에 취한 듯 기분이 몽롱하기만 했다.

 

 '어쩌면 그 사람의 눈에도 좋게 보이지 않을까?'

 

 서희가 도겸을 떠올리며 살포시 얼굴을 붉혔다.

 사실 화장이라는 돌발행동을 한 것도 다 그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와 뭘 어떻게 해보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니었다.

 단지, 한 번만 더 그와 마주하고 싶었다.

 기왕이면 예쁜 모습으로 말이다.

 

 서희가 식당 주변을 어슬렁댔다.

 혹시라도 그와 마주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식당 주변과 휴게실까지 둘러보았지만 모두 허사였다.

 

 '벌써 다녀갔나 보구나.'

 

 서희가 아쉬운 얼굴로 돌아섰다.

 짐작대로 그와 다시 마주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향한 그녀의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어머, 저기 예능국 최도겸 PD 아니야?"

 

 "어디, 어디?"

 

 갑자기 엘리베이터 근처에 서 있던 여자들이 소란스러워졌다.

 그의 이름이 들리자 서희가 화들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복도 끝에 눈부시게 멋진 남자가 서 있었다.

 

 그 사람이었다.

 

 정말 그가 서 있었다.

 다른 남자와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순간 놀라움과 반가움이 교차했다.

 대지진이라도 난 듯 그녀의 가슴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런 서희의 귓가로 여자들의 들뜬 목소리가 전해졌다.

 

 "어머나 세상에! 실제로 보니깐 정말 얼굴에서 빛이 나네, 빛이 나."

 

 "어쩜 저렇게 멋지게 생겼을까?"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저 품에 안겨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꿈 깨. 저 남자가 미쳤다고 널 안아주겠니?"

 

 "어머, 이쪽 본다!"

 

 그 말에 서희가 자기도 모르게 모퉁이 뒤로 숨어버렸다.

 동시에 속으로 아차 싶었다.

 

 '내가 왜 숨는 거지?'

 

 습관이란 게 참 무섭다.

 아는 얼굴과 마주칠 것 같으면 일단 숨는 게 버릇이다 보니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했다.

 자연스럽게 그와 마주칠 절호의 기회였는데.

 

 '괜찮아. 다시 자연스럽게 돌아나가면 될 거야.'

 

 서희가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렇게 이제 막 모퉁이를 돌아서려던 순간이었다.

 

 "윤서희 씨!"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놀란 서희가 돌아보자 매서운 눈빛이 그녀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서희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아주 불길한 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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