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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로맨스 마스터
작가 : 아범
작품등록일 : 2017.7.17

거절하는 법을 모르는 소심한 여자 윤 서희. 어느 날 엄청난 존재와 덜컥 마주치고 말았다. 곧이어 주어지는 기상천외한 미션들. 그리고 꿀처럼 달달한 보상. 답답하게 막혀있던 그녀의 삶이미련 없이 변해간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달콤한 속삭임.
"로맨스 마스터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정말 귀찮은 여자군
작성일 : 17-07-30 15:53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3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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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원룸이 밀집된 주택가.

 

 출근하는 서희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어쩐지 그녀의 얼굴빛이 안 좋아 보였다.

 잠을 설친 얼굴이었다.

 

 '아, 몸이 천근만근이구나.'

 

 서희가 축 처진 어깨를 한 채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화장은 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자신의 얼굴이 영 어색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도 크게 한 몫을 차지했다.

 

 평생 남들 눈에 띄지 않으려 애쓰며 살았다.

 그런 그녀에게 갑작스러운 사람들의 관심은 여간 짐스러운 게 아니었다.

 식사도 온전히 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애초에 이런 관심을 감당할 깜냥이 없는 그녀였다.

 

 게다가 더이상 잘 보이고 싶은 사람도 없었다.

 어차피 그에게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에 했던 화장이다.

 이제 더는 그와 마주할 일도 없으니 화장할 의욕도 생기지 않았다.

 

 그저 짧은 일탈 정도로 마무리하는 게 나았다.

 

 문득 어제 회사에서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힘든 사랑이겠지…….'

 

 게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땐 정말 깜짝 놀랐다.

 그녀에게 동성애는 그저 먼 얘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사랑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동성애에 대한 차가운 시선과 편견.

 

 분명 순탄한 여정은 아닐 것이다.

 괴롭고 힘든 순간도 많을 것이다.

 그녀는 누구보다 그 기분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소심한 성격 탓에 그동안 그녀 자신이 겪었던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가운 눈총과 따돌림이 일상인 삶.

 

 괴롭히면서 딱히 죄책감을 느끼지도 못하는 사람들 틈에서 버티고, 또 버텨내야 하는 시간들.

 끝을 알 수 없는 터널 속에 갇혀버린 듯한 고독함.

 개인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찬 아픔의 시간이다.

 

 어쩌면 그도 그런 시간을 견디고 있을지 모른다.

 

 외롭고 힘든 사랑을 하고 있을 그를 응원해 주고 싶었다.

 물론 제 앞가림도 벅찬 그녀의 응원이 그에게 별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한편으로는 찹찹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와 뭔가 이루어질 일은 없었지만, 동성애자라는 단단한 벽까지 더해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세하게 열려있던 문마저 쾅 하고 닫혀버린 느낌이었다.

 

 '어차피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야…….'

 

 애써 마음을 추슬러 보지만 어쩐지 기운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서희가 축 처진 어깨를 한 채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무거워진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바닥을 향했다.

 

 그 바람에 평소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못한 그녀였다.

 화장을 하지도 않았는데 지나치는 사람들마다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백옥처럼 하얀 얼굴과 짙은 눈동자가 저절로 청순한 이미지를 풍겼다.

 오히려 화장을 하지 않은 게 사람들의 시선을 더 잡아끄는 것 같았다.

 

 정작 서희 본인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였지만.

 

 

 ***

 

 

 도겸의 차가 건물을 빠져나왔다.

 평범한 정장 차림에 출퇴근용 자동차를 몰고 있는 그의 모습이 무척 자연스러워 보였다.

 전날 파티장에서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서늘한 그의 눈빛만이 그대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도로에 진입한 그의 차가 잠시 신호에 걸렸다.

 멈춰 선 차 안에서 도겸이 무심하게 고개를 돌렸다.

 뒤이어 그가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저 여자가 여긴 무슨 일이지?'

 

 놀란 그의 시선에 서희가 보였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움츠린 자세로 신호등 앞을 막 지나치고 있었다.

 

 '이 동네에 사는 건가?'

 

 도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줄은 몰랐다.

 갑자기 그의 감정이 들뜨기 시작했다.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뒤늦게 자신의 감정을 눈치챈 그가 서둘러 마음을 진정시켰다.

 

 '웃기지도 않는군.'

 

 순간 도겸의 눈빛이 싸늘하게 번쩍였다.

 그녀와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쉽게 감정이 날뛰다니.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그의 시선은 여전히 서희를 쫓고 있었다.

 

 '아침부터 표정은 왜 저 모양이지?'

 

 초췌한 모습에 어쩐지 퀭해 보이는 눈을 하고 있었다.

 기운이 하나도 없는 모습이었다.

 마치 무슨 큰 걱정거리라도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냉랭하던 도겸의 눈동자가 순간 불안하게 흔들렸다.

 

 '빵빵!'

 

 갑자기 뒤쪽에서 경적이 울렸다.

 그사이 신호가 바뀐 줄도 모른 채 서 있었던 모양이다.

 도겸이 서둘러 차를 출발시켰다.

 

 때마침 경적 소리에 놀란 그녀가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도겸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휙 돌리며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다행히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그녀는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얼떨결에 그녀에게 들킬까 봐 숨고 말았다.

 지난번에 이어 벌써 두 번째였다.

 갑자기 자존심이 팍 상했다.

 

 '두 번이나 나에게 굴욕을 안겨 주는군.'

 

 갑자기 불쾌한 기분이 들자 도겸이 저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곧 정류장이 나타나면서 그녀의 모습도 보였다.

 여전히 고개는 푹 숙인 채였다.

 

 그 모습을 무심하게 바라보던 도겸이 가속 페달에 발을 올렸다.

 곧이어 그의 차가 빠른 속도로 그녀의 앞을 지나쳐 버렸다.

 

 

 ***

 

 

 정류장에 도착한 서희가 초점 없는 눈을 한 채 버스를 기다렸다.

 곧 그녀가 타야 할 버스가 도착했다.

 그제야 정신이 든 서희가 가방 안으로 손을 넣었다.

 

 "어?!

 

 서희가 금세 당황한 얼굴을 했다.

 지갑이 없었다.

 서둘러 가방 안을 다시 살폈지만 역시 지갑은 없었다.

 집에 두고 온 모양이다.

 

 계속 정신을 놓고 있더니 결국엔 이 모양이구나…….

 

 서희가 한심하다는 얼굴을 한 채 황급히 발길을 돌렸다.

 지난밤도 그의 생각으로 잠을 설치더니 끝내 아침까지 얼이 빠져 이런 실수를 하고야 말았다.

 

 이러다 지각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서희가 스스로를 나무라며 걸음을 서둘렀다.

 

 한편.

 

 이제 막 사거리를 지나고 있는 도겸의 자동차.

 운전을 하고 있는 그의 표정이 어쩐지 조금 불안해 보였다.

 

 '그렇게 멍하게 있다가 버스는 제대로 탈지 모르겠군.'

 

 조금 전 보았던 얼빠진 모습의 그녀가 자꾸 생각났다.

 아침부터 무슨 고민이 있길래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건지.

 볼 때마다 참 신경 쓰이게 만드는 여자였다.

 

 불현듯 그와 마주칠 때마다 안절부절못하던 그녀의 모습이 겹쳐졌다.

 순간 불안한 마음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곧이어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초조함이 느껴졌다.

 늘 고요하기만 하던 그의 감정이 갑자기 거칠게 넘실거렸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집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신호등 앞에서 우연히 그녀를 본 이후 그의 마음이 제멋대로 굴었다.

 못마땅한 기분에 도겸의 미간이 심하게 구겨졌다.

 

 어제 파티장에서도 갑자기 그녀가 떠오르는 바람에 친구들 앞에서 체면을 구겼었다.

 평소의 그답지 않은 모습이 최근 자주 목격되었다.

 모두 그녀가 원인이다.

 

 그렇게 초조하면서도 불쾌한 감정이 뒤죽박죽 뒤엉켜 그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불안한 그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백미러를 힐끔거렸다.

 

 "정말 귀찮은 여자군."

 

 순간, 운전대를 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

 

 

 골목에서 서희가 튀어나왔다.

 손에는 지갑이 꼭 쥐어져 있었다.

 다행히 아직 출근 시간이 늦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습관처럼 그녀의 걸음이 빨라졌다.

 

 '일하다가 더 큰 실수하기 전에 이쯤에서 정신 바짝 차리자.'

 

 흐물거리던 정신을 가다듬으며 서희가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그녀가 신호등 앞을 막 지나칠 무렵이었다.

 

 "윤서희 씨."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깜짝 놀란 서희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마침 그녀의 옆에 정차되어 있던 차의 창문이 스르륵 내려가는 게 보였다.

 

 무심결에 서희가 차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곧이어 차 안에 타고 있는 낯익은 얼굴을 발견한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최, 최 PD님?!"

 

 서희의 두 눈이 놀란 토끼 눈처럼 커졌다.

 

 그녀의 눈앞에 그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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