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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로맨스 마스터
작가 : 아범
작품등록일 : 2017.7.17

거절하는 법을 모르는 소심한 여자 윤 서희. 어느 날 엄청난 존재와 덜컥 마주치고 말았다. 곧이어 주어지는 기상천외한 미션들. 그리고 꿀처럼 달달한 보상. 답답하게 막혀있던 그녀의 삶이미련 없이 변해간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달콤한 속삭임.
"로맨스 마스터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천사 맞아
작성일 : 17-07-29 15:11     조회 : 306     추천 : 0     분량 : 7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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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뭐야. 이 바보는 왜 여기 있는 거야?"

 

 "오, 영감! 어서 와."

 

 마카오 장이 새 인물을 반겨주었다.

 뒷머리가 붕 떠 있는 남자가 도겸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다가왔다.

 마치 자다가 급하게 나온 모습 같았다.

 

 순간 도겸이 눈살을 찌푸렸다.

 

 '귀찮은 게 하나 더 늘었군.'

 

 구겨진 셔츠에 운동화를 구겨 신은 남자.

 양복바지에는 라면 국물을 흘린 자국이 선명했다.

 영락없는 거지 차림의 남자.

 

 그의 이름, 오장욱이었다.

 

 거지가 따로 없는 차림이지만 직업은 검사였다.

 그것도 허우대만 멀쩡한 검사가 아닌, 혈기 왕성한 열혈 검사였다.

 

 현장을 제집처럼 휘젓고 다니고 산더미 같은 일을 베개 삼아 잠드는 사내였다.

 그러다 보니 꼴은 항상 이 모양이었다.

 

 이 파티장과 가장 안 어울리는 두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마카오 장과 오 검사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두 사람 모두 도겸의 오랜 친구였다.

 게이 친구 서진우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다들 지나치게 개성이 뚜렷한 친구들이었다.

 

 하긴.

 

 개성으로 따지자면 도겸 역시 만만치 않았다.

 넷이 뭉쳐 있으면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그였으니까.

 

 겉으로는 티격태격하지만 다들 막역한 사이였다.

 서로의 아픈 곳을 잘 알고 있었고 장점을 누구보다 높이 평가해 주는 남자들이였다.

 

 물론 겉으로 이러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남들에게는 그저 이상한 남자들이 서로 으르렁대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것의 좋은 예가 바로 지금 이들의 대화였다.

 

 "대복아, 부자 된 거 또 축하한다. 자아, 선물."

 

 대복은 마카오 장의 본명이었다.

 오 검사가 주머니에서 피다 남은 담뱃갑을 꺼내 마카오 장에게 건넸다.

 그러자 마카오 장이 오 검사의 멱살을 잡으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너, 인마. 내가 그 이름 좀 부르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냐! 마카오 장이라고, 마카오 장!"

 

 "어, 그래. 마카오 도박장. 아무튼, 축하한다."

 

 오 검사가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마카오 장이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드러내자 진우가 서둘러 끼어들었다.

 

 "어허, 이렇게 좋은 날 짖으면 못 써. 진정하고 잠깐 저쪽으로 가자. 넌 나랑 볼 일이 좀 있지?"

 

 그렇게 두 사람이 물러가자 오 검사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나저나. 어쩐 일이냐, 네가. 이런 데를 다 오고?"

 

 오 검사가 접시를 집어 들며 넌지시 물었다.

 하지만 도겸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오 검사가 태연한 얼굴로 접시에 음식을 담았다.

 그러더니 도겸의 곁에 서서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굳이 손으로 말이다.

 마치 며칠은 굶은 사람 같았다.

 그 와중에도 도겸에게 말을 거는 건 잊지 않았다.

 

 "나 버리고 PD질 하러 가더니 벌써 질린 거야?"

 

 그의 말에 마침내 도겸의 굳게 닫혀 있던 입이 열렸다.

 

 "또 그 얘기군."

 

 도겸의 싸늘한 대꾸에 오 검사가 콧방귀를 꼈다.

 사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직 풀지 못한 앙금이 남아 있었다.

 

 몇 년 전의 일이었다.

 

 두 사람은 함께 고시 공부를 했었다.

 다정하지 못한 성격의 도겸이었지만 오 검사의 공부를 도와주는 데는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두 사람 모두 단번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뻐하던 것도 잠시.

 

 갑자기 도겸이 잠적을 해버렸다.

 연유를 알 수 없었던 오 검사는 결국 혼자서 사법연수원에 들어갔다.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자 때마침 도겸도 나타났다.

 PD가 되어서 말이다.

 오 검사가 화를 내며 따져 묻자 도겸의 싸늘한 대답이 돌아왔다.

 

 '굳이 나까지 검사가 될 필요는 없더군.'

 

 뻔뻔하고 황당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가 한번 결정한 일은 절대 바뀌는 일이 없다는 걸 오 검사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멋대로 진로를 바꾼 친구를 향한 오 검사의 분노는 현재까지 진행형이었다.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툭 하면 시비를 걸어 왔다.

 지금처럼 말이다.

 

 "야, 이거 맛있네. 자아, 너도 먹어 봐."

 

 오 검사가 손으로 먹던 음식을 건넸다.

 도겸이 인상을 찌푸리며 멀찍이 떨어졌다.

 

 "귀찮게 굴지 말고 저쪽 가서 얌전히 먹어."

 

 "오, 역시 검사 나부랭이가 주는 음식은 별로라 이건가."

 

 오 검사가 깐죽거리며 말했다.

 도겸이 들은 척도 안 하자 그가 바짝 다가와 속삭였다.

 

 "야, 도겸아. 전부터 궁금했는데 말이야. PD들은 원래 그렇게 재수 없게 굴어야 하는 거야? 아니면 친구 배신한 놈이라 너만 재수 없는 거야?"

 

 그의 말에 도겸이 싸늘한 눈빛으로 응수했다.

 그러자 오 검사가 곧장 뒤로 물러서며 중얼거렸다.

 

 "됐다. PD 친구 눈치 보여서 제대로 먹지를 못하겠네. 저쪽 가서 최대한 얌전하지 않게 먹어야지."

 

 오 검사가 접시를 든 채 여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뒷머리는 여전히 솟구쳐 있는 상태였다.

 

 검사란 놈이.

 하는 짓이 어린애와 다를 바 없었다.

 그게 언제적 일인데 아직도 저러는지.

 도겸이 멀어져 가는 친구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한편.

 

 도겸에게서 멀찍이 떨어진 구석 자리.

 진우가 슬쩍 손을 내밀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아, 이제 슬슬 내놓으시지."

 

 "흥! 아직이야. 저 녀석이 언제 내뺄 줄 알고."

 

 마카오 장이 진우을 향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러자 진우가 피식 웃었다.

 

 "거참, 속고만 살았나. 오늘은 절대 못 도망친다니까 그러네."

 

 "그건 두고 보면 아는 거고."

 

 마카오 장이 여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듯 실실 웃고 있는 진우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도대체 저 녀석을 어떻게 꼬드겨낸 거야?"

 

 "어허, 남의 영업비밀을 그렇게 쉽게 알려고 들면 쓰나."

 

 마카오 장이 궁금해하자 진우가 느긋하게 딴청을 부렸다.

 살짝 조급해진 마카오 장이 결국 품 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그래, 알았어. 일단 두 장 줄 테니까 얼른 말해 봐."

 

 식사권 두 장이 진우의 손에 쥐어졌다.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진우가 입을 열었다.

 

 "그게 말이야. 사실은……."

 

 그렇게 막 재미있는 얘기를 시작하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서늘한 목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역시. 이거 때문이었군."

 

 "헉!"

 

 "앗, 깜짝이야!"

 

 깜짝 놀란 두 사람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언제 왔는지 차가운 얼굴의 도겸이 서 있었다.

 그의 눈에서 피를 부르는 살기가 느껴졌다.

 진우가 서둘러 변명에 나섰다.

 

 "아니야, 도겸아. 오해야, 오해."

 

 "오해라."

 

 도겸이 진우의 손에 들린 초대권을 노려보았다.

 순간 진우가 움찔했다.

 

 "어? 이거? 아, 이건 그냥 내가 마카오 장한테 개인적으로 부탁했던 거야. 그치?"

 

 진우가 마카오 장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눈짓을 했다.

 뒤늦게 눈치를 챈 마카오 장이 당황한 얼굴로 대답했다.

 

 "응? 아, 그래. 내가 마카오 장한테 개인적으로 부탁했던 거야. 어라?"

 

 당황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진우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고 만 마카오 장.

 자신도 황당했던지 곧장 뒷머리를 긁적이며 헤헤 웃었다.

 

 '아, 저 요리밖에 모르는 바보.'

 

 진우가 이마를 감싸 쥐며 한숨을 내쉬었다.

 곤란해진 마카오 장이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며 도망갈 기회를 엿봤다.

 

 그런데 어쩐지 좀 이상했다.

 

 뭔가 한바탕 퍼부어야 할 도겸이 의외로 잠잠했다.

 의아해진 두 사람이 그를 바라보았다.

 도겸이 진지한 얼굴로 뭔가 고민하는 게 보였다.

 

 기회를 포착한 진우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그래, 알았어. 사실대로 말할게. 마카오 장이 이번 파티에는 널 꼭 참석 시키고 싶다고 하도 부탁을 하길래 내가 좀 도와준 거야.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진우가 도겸의 눈치를 살폈다.

 동시에 옆에 있던 마카오 장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그러자 마카오 장이 움찔하며 대답했다.

 

 "어, 맞아. 내가 부탁 좀 했어. 그럼, 그럼."

 

 "네가 오해할 것 같아서 내가 미리 말하지만 내가 낮에 도와달라고 했던 부분은 사실이야. 정말 그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너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진우가 식사권을 얼른 품 안에 넣으며 말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도겸의 손이 불쑥 나타났다.

 

 "두 장."

 

 도겸의 행동에 마카오 장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응?! 뭔 두 장?"

 

 도겸이 말없이 마카오 장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는 식사권이 든 봉투가 들려있었다.

 그제야 눈치를 챈 마카오 장이 화들짝 놀라며 외쳤다.

 

 "헉! 설마?! 이 식사권이 필요한 거야? 네가?!"

 

 마카오 장과 진우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부탁 같은 건 절대 하지 않는 도겸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평소 마카오 장의 식사권에는 관심도 없어 하던 그였다.

 

 과묵한 친구의 알 수 없는 요구에 두 베스트 프렌드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했다.

 그걸 본 도겸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역시. 그냥 관두는 게 좋겠군."

 

 도겸이 없던 일로 하려 들자 마카오 장이 비명을 지르며 손을 내저었다.

 

 "안 돼! 이제 와서 절대 관둘 수 없어! 줄 거야. 아니, 제발 받아 줘. 부탁이야!"

 

 마카오 장이 서둘러 식사권을 꺼내 들었다.

 

 "아, 맞다! 잠깐만."

 

 식사권을 주려던 마카오 장이 갑자기 멈칫했다.

 그러더니 곧장 품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금색의 띠가 둘러진 봉투였다.

 

 "난생처음으로 우리 도겸이 나에게 부탁을 한 건데 허접한 걸 줄 수는 없지. 자아, 받아."

 

 들뜬 얼굴의 마카오 장이 손에 든 봉투를 도겸에게 건넸다.

 그러자 도겸이 찜찜한 얼굴로 받아 들었다.

 곧 봉투를 열어 본 도겸이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봉투에 든 것은 VVIP 초대권이었다.

 

 일 년에 한두 장 나올까 말까 하는 희귀품이었다.

 하지만 도겸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요란 떠는 건 딱 질색인 그였기 때문이다.

 

 "그쪽 걸로 하지."

 

 도겸이 마카오 장의 손에 들린 식사권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마카오 장이 식사권이 든 봉투를 얼른 감추며 대답했다.

 

 "제발, 도겸아. 그냥 좀 받아 줘. 너의 베스트 프렌드로서의 부탁이야. 대신 절대 유난 떨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어느덧 마카오 장이 사정을 하고 있었다.

 주는 놈이 받는 놈한테 사정하는 꼴이었다.

 결국, 도겸이 마지못해 수긍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곧장 집요한 추궁이 날아들었다.

 

 "그런데, 누구랑 올 거야?"

 

 "그래. 도대체 어떤 여자야? 내가 아는 사람이야?"

 

 궁금해 죽겠다는 듯 두 친구가 눈을 반짝이며 물어왔다.

 도겸이 그런 두 친구를 사정없이 쏘아보았다.

 서릿발 같은 엄중한 경고였다.

 그러나 끈질긴 두 친구의 호기심은 좀처럼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 모여서 또 무슨 작당질이야."

 

 오 검사가 궁금한 얼굴로 불쑥 나타났다.

 그러자 당황한 얼굴의 두 친구가 서둘러 딴소리를 했다.

 

 "어? 왔어? 작당은 무슨. 아니야. 아무것도."

 

 "여자들이 뭐래? 좋은 말로 할 때 꺼지래?"

 

 그렇게 두 친구가 오 검사의 시선을 끄는 사이.

 도겸이 서둘러 봉투를 품 안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걸 놓칠 오 검사가 아니었다.

 

 "방금 감춘 거 뭐야?"

 

 오 검사가 심문하듯이 추궁하자 도겸이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 모습을 본 진우와 마카오 장이 웃음을 참느라 고통스러운 얼굴을 했다.

 곧이어 도겸의 무심한 목소리가 들렸다.

 

 "출출하군."

 

 그렇게 도겸이 자리를 피해버렸다.

 곧이어 두 친구가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 아이고, 배 야."

 

 "저 어색한 얼굴 봤지? 하하하."

 

 그런 두 친구를 가만히 바라보며 오 검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 게이 놈하고 부엌데기가 미쳤나. 왜 갑자기 웃고 난리야?"

 

 그러나 그런 오 검사의 불평은 안중에도 없는 두 사람이었다.

 서로를 마주 보며 키득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 웃음 참느라 죽는 줄 알았네. 하하하."

 

 "그러게 말이야. 저놈에게 저런 모습이 있을 줄이야. 하하하."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두 사람이 힘겹게 웃어댔다.

 보다 못한 오 검사가 둘을 갈라놓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좋아. 거기까지. 지금 당장 자백하지 않으면 너희 두 놈 다 구속시켜 버릴 거야."

 

 "알았어, 알았어."

 

 "그래. 말해 줄 테니까 진정해."

 

 화가 난 오 검사를 진정시킨 두 사람.

 그들이 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게 말이야."

 

 한편.

 

 친구들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의 도겸.

 그의 얼굴이 어쩐지 불편해 보였다.

 마치 속마음을 들킨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마카오 장의 손에 들린 식사권을 보는 순간.

 

 그녀가 떠올랐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당연하게 말이다.

 순간 당황한 나머지 평소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심히 못마땅했다.

 그런데.

 

 '어째서 기분이 들떠 있는 거지.'

 

 못마땅한데 기분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자꾸 들뜬다.

 식사권을 받아 든 그녀를 상상한다.

 환한 미소를 짓는 그녀를 말이다.

 

 순간, 도겸이 움찔했다.

 

 가슴이 요동쳤다.

 생각만으로도 짜릿했다.

 그에게는 매우 낯선 감정이었다.

 

 도겸이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의 얼굴을 생각에서 떨쳐내려 애썼다.

 그때였다.

 

 "저어, 혹시 잠깐 시간 되십니까?"

 

 그의 앞으로 한 중년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도겸이 싸늘한 눈초리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남자가 흠칫 놀란 얼굴을 하더니 황급히 손에 든 명함을 건넸다.

 

 "아,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JY 엔터테인먼트 상무입니다. 혹시 저희 쪽과 함께 일해보실 의향이 없으신지 묻고 싶어서 말을 건 겁니다."

 

 JY 엔터테인먼트라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기획사였다.

 그런 곳의 상무라면 상당한 지위일 텐데.

 이런 곳에서 명함을 주며 캐스팅이나 할 위치의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도겸이 단단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때 빈정거리는 목소리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헛수고하시는 겁니다. 이 친구는 이미 번듯한 직업이 있거든요."

 

 "네? 그게 무슨……."

 

 중년의 남자가 난데없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언제 다가왔는지 오 검사가 히죽거리는 얼굴로 서 있었다.

 도겸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도겸의 어깨에 오 검사가 손을 올리며 말했다.

 

 "DG 프로덕션 PD예요, 얘가."

 

 "네?!"

 

 프로덕션의 PD라니.

 저런 비주얼로 왜 그런 짓을.

 당장 설득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하필이면 업계 최강의 DG 프로덕션이었기 때문이다.

 

 PD라고 무시했다간 큰코다칠 수 있었다.

 그만큼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무시무시한 곳이 DG 프로덕션이었다.

 JY 엔터테인먼트의 상무라도 말조심해야 할 대상이었다.

 남자가 서둘러 인사를 하더니 눈치를 살피며 슬금슬금 물러갔다.

 오 검사가 멀어지는 남자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여자가 생겼다며?"

 

 어느새 오 검사의 시선이 도겸에게 향했다.

 도겸이 곧장 인상을 찌푸리며 입이 가벼운 두 친구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워낙에 튀는 녀석들이었다.

 

 마카오 장은 여자 연예인들에게 둘러싸여 식사권을 두고 밀당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진우는 잘생긴 외국 남자에게 식사권을 보여주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자신을 난처하게 만든 놈들치고는 꽤 행복해 보였다.

 도겸의 손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어떤 여자야?"

 

 오 검사의 추궁이 이어졌다.

 하지만 도겸의 시선은 여전히 행복한 얼굴의 두 친구를 향해 있었다.

 

 "어이. 여기야, 여기. 이쪽에서 질문한 거라고. 도대체 어떤 여자길래 너 같은 놈을 만나주겠다는 거야? 직업이 천사야?"

 

 오 검사가 도겸의 얼굴 앞에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제야 도겸이 싸늘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검사 일이 한가한 것 같군."

 

 "아니. 엄청 바빠. 저녁 먹으러 나왔어. 이거 먹고 바로 갈 거야. 그래서, 어떤 여자야?"

 

 엄청 집요한 오 검사였다.

 귀찮은 듯 도겸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순순히 포기할 오 검사가 아니었다.

 접시를 손에 든 채 그를 졸졸 따라왔다.

 그리고 묻지도 않은 말을 주절주절 떠들어댔다.

 

 "그 여자도 참 불쌍한 사람이네. 아니 왜 하고많은 남자 중에 하필 너 같은 놈이라니? 너 혹시, 협박하고 막 그런 거 아냐?"

 

 "그만 가야겠군."

 

 도겸이 슬슬 돌아가려 했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진우는 이미 그 외국 남자와 꽤 가까워진 듯 보였다.

 애초에 자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는 녀석이었다.

 

 마카오 장은 여자들에게 현란한 춤사위를 뽐내느라 정신없어 보였다.

 굳이 간다는 인사를 할 필요도 못 느꼈다.

 

 게다가 오 검사의 주절대는 소리도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빠져나가기에 딱 좋은 순간이었다.

 

 도겸이 오 검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나직이 말했다.

 

 "맞아."

 

 "응?"

 

 "천사 맞다고."

 

 놀란 오 검사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흡족한 얼굴의 도겸이 순식간에 파티장에서 사라져버렸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오 검사가 황급히 도겸의 뒤를 쫓았다.

 

 "PD 친구야. 그 천사분의 친구는 몇 명이래?"

 

 도겸을 쫓아 오 검사가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파티장의 분위기는 뜨거울 뿐이었다.

 

 그렇게 파티는 밤새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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