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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뻔했던 이야기
작가 : 이림림
작품등록일 : 2021.9.6

득종, 건우, 장희는 오랜만에 고향에서 술을 한잔했다. 초등학교 동창인 그들은 술에 취해 그들이 나온 초등학교에 오랜만에 가보기로 한다. 초등학교는 오래전 기억보다 더 낡아 있었고 더욱 기괴한 모습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던 그들 중 건우는 학교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한 여자의 말에 이끌렸고 득종이와 장희가 막아섰지만 학교에 들어서고 만다. 그런데, 건우가 들어가자마자 복도를 비추던 그의 불빛이 사라지고 마는데..
뻔한 이야기들만 모아놓은..
- 아주 뻔한 이야기-

 
4. 나가는 문
작성일 : 21-09-07 20:07     조회 : 347     추천 : 0     분량 : 5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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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여기서 나가자.”

 

 득종이와 건우는 나의 말에 동의했다. 우리는 걸음을 당겨 중앙현관 문으로 향했다. 중앙현관, 우리의 키를 아득히 넘는 큰 유리문으로 다가가 우리는 문을 밀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 이게 왜이래?”

 

 우리는 몸을 부딪치면서 까지 문을 밀었지만 문은 꿈쩍을 하지 않았다.

 

 “야, 이거 왜이래!!”

 

 득종이는 당황한 듯 소리지르며 더 격하게 문을 밀었다. 그때 몇걸음 물러난 건우가 입을 열었다.

 

 “잠금장치 걸려있어.”

 

 건우가 손가락으로 문 위에 있는 잠금장치를 가리켰고 문을 격하게 밀던 나와 득종이는 조금 무안하게 문에서 멀어졌다. 나는 무안함에 코를 매만지고 손을 뻗어 문위 잠금장치를 열었다.

 

 -딸깍-

 

 “흠, 흠. 놀라서 그래. 놀라서.”

 

 무안함에 얘기를 하곤 나는 가볍게 문을 밀었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어?”

 

 나는 문 위에 잠금 장치를 반대로 돌려보았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거 왜이래..”

 

 -쾅!쾅!쾅!쾅!-

 

 나는 몇 번이나 강하게 문을 밀고 당겼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득종이도 옆에서 다른 문을 열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왜이러지? 낡아서 그런가?”

 “건물 균열 때문에 하중이 여기에 쏠려서 안열리는 걸 수도 있지. 하, 이거 돌겠네.”

 

 건우는 뒤에서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다. 득종이는 그런 그를 노려보며 한소리했다.

 

 “네가 대책없이 들어와서 이런거 아니야.”

 “야, 그러면 사람이 여기 갇혀있다는데 그걸 그냥 두고가?”

 “아, 둘 다 그만 좀 해. 어차피 문 안 열리면 들어왔던 곳으로 나가면 되잖아. 아니면 유리를 깨서라도 나가면 되지, 뭘 그런걸로 싸워.”

 

 난 둘을 중재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우리끼리라도 엇나가고 싸우면 더 혼란할 것 같았다.

 

 득종이는 한숨을 쉬며 건우에게서 시선을 돌렸고 건우도 더는 날을 세워 얘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중앙현관에서 벗어나 계단을 타고 한층 올라갔다. 2층에는 분명 건우가 들어온 창문이 있었으니까.

 

 우리가 들어왔던 창문은.. 뭔가에 닫혀버렸지만.

 

 말없이 우리는 주변을 살피며 2층에 올랐고 건우가 들어온 교실로 걸어갔다.

 

 “야, 너 몇반에서 들어왔어?”

 “어, 4학년 2반일거야. 저기, 끝에서 두 번째.”

 

 건우는 손가락으로 복도 끝을 가리켰다. 옅은 핸드폰 조명에 복도 끝 [4-2]라고 적혀 있는 푯말이 보였다.

 

 “우리 4학년때 같은 반이었나?”

 “나랑 득종이만 같은 반이었을걸? 최장희 너는 그 또라이가 담임 아니었나?”

 “아~ 맞아. 그 아줌마. 어후, 생각났다 생각났어.”

 “그래, 그래. 나랑 건우는 그 누구야, 그, 그..”

 “유산균. 유산균 선생님?”

 “크크, 유산균 아니고 오상균 선생님. 별명이 유산균이긴 했지.”

 “하하, 맞아. 오상균 선생님. 그랬지 그랬어.”

 

 다행히 내가 뱉은 옛날 이야기에 건우와 득종이의 마음도 조금 풀린 것 같았다.

 

 득종이와 건우는 오상균 선생님 얘기를 하며 조금은 기운을 차렸고 우리는 아무 일 없이 4학년 2반 교실에 도착했다. 교실에 도착해서 안을 들여다보니 다행히 건우가 들어온 창문은 열려 있었고 하얀 커튼이 나풀대고 있었다.

 

 “다행이다. 여기는 열려 있네.”

 “왜? 너희가 들어온 곳은 안열려 있었어?”

 “어, 우리는 너 불빛 없어진 곳 근처에 있는 창문으로 들어왔는데.. 아니다, 됐다. 일단 여기서 나가서 얘기하자.”

 

 나는 가타부타 설명하기 싫었다. 하더라고 이곳을 빠져나와 이야기하고 싶었다. 건우는 말에 토를 달지 않았고 우리는 교실을 가로질러 창문으로 향했다.

 

 한걸음, 두걸음 가까워져 창문으로 다가갔고 창문 밖을 보았다. 창밖은 어둠이 너무 짙어 밖이라는 공간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뭐라도 잡고 내려가야하지 않나?”

 “커튼?”

 

 난 태연하게 이야기 했지만 득종이는 내 몸을 위아래로 한번 훑어보고 한숨을 쉬었다.

 

 “커튼으론 안될 것 같은데?”

 “야, 너 지금 머릿속으로 돼지라고 생각했지?”

 “크흠.”

 

 득종이는 내 눈치를 보고 뒤로 걸어 주변을 살폈다. 저 몹쓸놈.

 

 “내가 먼저 나가서 아래서 잡아줄게. 한명씩 천천히 내려오면 되잖아.”

 “괜찮겠어?”

 “뭐, 어디 부러지기야 하겠어?”

 

 건우는 씩 한번 웃고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창문 밖으로 고개를 빼고 아래를 바라보았다.

 

 “와, 존나 까마득해서 아무것도 안보여.”

 “밤이니까 당연히 그렇지. 조심히 넘어가, 그리고 아래서 내가 어깨를 밟고 내려가고 득종이가..”

 

 -끼긱-

 

 그때 뒤에서 뭔가 소리가 들렸다. 우리 셋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네가 낸 소리야?”

 “아, 아니.”

 

 득종이는 고개를 저었다. 잘못들은 건가? 라는 생각에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건우를 보았다.

 

 “그리고 나서 내가 득종이를..”

 

 -끼기긱!-

 

 소리는 더욱 크고 분명하게 들렸다. 득종이와 나, 건우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보았다.

 

 교실문.

 

 교실 문이 반쯤 닫혀 있었다.

 

 “야, 저거 원래 저랬어?”

 “....아니.”

 

 우리는 한동안 침묵했다. 주변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차가워졌다. 나는 뭔지 모를 한기를 느꼈고 온몸의 근육이 바짝 수축했다.

 

 그리고 그때 다시 나는 그 냄새.

 

 지독한 곰팡이 냄새가 났다.

 

 -끼이이익, 쾅!-

 

 “으아아아아아악!”

 

 건우의 비명이 들려 나와 득종이는 급히 건우를 보았다. 건우는 자신의 손을 잡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그 손이 창문에 껴있었다. 우리가 한눈을 판 사이에 창문이 닫힌 것이었다.

 

 “야! 너 괜찮아?”

 “아, 몰라 시발! 이것 좀 빨리 열어봐!”

 

 나는 건우의 손을 잡고 뒤로 당겼고 득종이는 창문을 열기 위해 틀을 잡고 옆으로 당겼다. 그러나 창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야! 남득종 장난치지 말고 빨리 열어!”

 “아, 안열,, 안열려!!”

 

 득종이는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힘을 주었지만 창문은 흔들리지도 않았다. 나는 건우의 팔을 잡아당기는 것을 그만 두고 득종이를 도와 창문을 당겼지만 창문은 뭔가의 힘에 의해서 열리지 않았다.

 

 “야!! 빨리 어떻게 좀 해봐!!”

 

 건우는 고통에 소리쳤고 나와 득종이는 온힘을 다해 창문을 당겼다. 그러나 창문은 움직일 생각을 안했다. 나는 창문에서 손을 떼고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교실 뒤쪽에 버려진 나무 각목을 하나 찾았다.

 

 각목을 들고와 건우의 손이 껴있는 곳에 각목을 집어넣었다.

 

 “하나, 둘, 셋하면 여는거야! 하나, 둘, 셋!!”

 “으아아아아!!”

 

 우리 셋은 온힘을 다해 창문을 열려고 미친 듯이 힘을 주었다. 혈압이 터질 것만 같았다. 온몸이 부들거리고 금방이라도 쥐가 날 것 같았다.

 

 그때였다.

 

 -쾅!-

 

 창문이 다행히 열렸다. 건우는 창문에서 뽑히듯이 뒤로 넘어졌고 나와 득종이는 창문에서 떨어져 나와 바닥에 널브러진 건우를 살폈다.

 

 “야, 괜찮아?”

 

 건우의 손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창문에 낀 손가락에 살들이 너덜너덜해졌다.

 

 “아, 시발, 시발, 으..”

 

 건우는 욕짓거리와 신음소리만 내고 바닥을 뒹굴었다.

 

 -쫘악!-

 

 득종이는 옷 소매 부분을 이로 찢어내 건우의 손을 잡아끌어 너덜너덜한 손가락에 동여맸다. 건우는 고통에 소리를 질렀지만 득종이는 식은땀을 비질대며 매듭을 묶었다. 하얀 옷 위로 빨간 피가 새어나왔다.

 

 “시발,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어? 창문이 갑자기 왜 닫혀!”

 “나도 모르지, 시발. 야 일단 창문을 깨서라도 나가자.”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바닥에 있던 각목을 잡아 들었다. 득종이는 쓰러져있는 건우를 감쌌고 나는 지체없이 각목을 휘둘렀다.

 

 -펑-

 

 둔탁한 굉음이 교실에 퍼졌고 진동이 피부로 느껴졌다. 분명히 쳤다. 강하게. 그런데

 

 창문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멀쩡히, 흉조차 나지 않았다.

 

 “뭐, 뭐야.”

 

 나는 각목을 다시 바투쥐고 각목을 휘둘렀다. 각목이 공중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창문에 부딪쳤다.

 

 -펑!-

 

 그러나 둔탁한 소리만 들렸고 창문은 진동도 없이 그대로였다.

 

 “이, 이, 이.. 씨발!!”

 

 -펑! 펑! 펑!-

 

 나는 몇 번이나 각목으로 창문을 미친 듯이 내려쳤지만 창문은 꿈쩍을 하지 않았다. 몇 번을 쳤을까 나는 힘이 빠져 각목을 바닥에 떨어뜨려 버렸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힘을 주어 쳤지만 창문은 역시나

 

 아무런 이상없이 굳게 닫혀 있었다.

 

 “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최장희! 이거 어떻게 된 거냐고!”

 “씨발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헉, 헉.”

 

 난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버렸다. 도무지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우연히 들어온 학교에 갇혀버린다고?

 

 이런건,, 이런건,,

 

 “야, 최장희. 정신차려.”

 

 득종이는 넋이 나가 있는 나를 흔들었다. 나는 건우와 득종이를 보았다. 건우는 아직도 신음을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건우부터 일단 좀 편하게 뉘이자. 어디 괜찮은데 없을까?”

 “괜찮은데..?”

 

 괜찮은데라. 있을 리 만무했다. 이런 망가진 지 오래된 학교에서 괜찮은 곳이 있을 리가..

 

 그래도 쓰러져 있는 건우를 저렇게 둘 수는 없었다. 어디에 좀 편하게 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

 

 “보건실..? 보건실에 뉘일까? 침대는 있을거 아냐.”

 “그, 그래. 일단 거기로 옮겨보자.”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득종이와 함께 건우를 부축했다. 건우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옅게 신음을 흘렸다.

 

 “보건실, 보건실이 어디였지?”

 “2층 복도 끝. 복도 끝에 있던 것 같아.”

 “왼쪽? 오른쪽?”

 “여기 바로 옆에.”

 

 득종이는 먼저 걸음을 땠고 우리는 교실을 빠져나가 4학년 1반 옆에 있는 보건실로 향했다.

 

 우리는 그 어두운 복도를 어떻게 넘어왔는지도 모르게 보건실로 도착을 했다. 보건실 문을 열었더니 거기엔 다행히 침대가 있었다. 다른 집기들도 모두 그대로, 너무 잘 정돈되어 있었다.

 

 “다행이다. 저기, 저기 뉘이자.”

 

 득종이는 내가 건우를 부축하는 사이 침대 하나로 달려가 시트와 베개를 정리했고 나는 건우를 침대에 눕혔다. 득종이는 그 사이 보건실 찬장에 버려진 약품들을 뒤지고 있었다.

 

 “야, 너 무슨 약인줄은 알고 찾는거야?”

 “몰라, 뭐 빨간약 아무거나 일단 발라보지뭐.”

 “하, 하얀거. 그 눈앞에 바로 있는거. 그거 가지고와.”

 

 건우는 찡그린 얼굴로 득종이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득종이는 건우의 말에 눈앞에 있는 하얀 병을 가지고 왔고 뚜껑을 열었다. 강한 알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이거 뭐 어떻게해? 뭐 솜으로 해야하는거 아냐?”

 “저기 그 알콜 솜으로 적당량을 따른 다음에,,”

 “그럴 시간이 어디있어. 일단 부어.”

 

 -촤악-

 

 “아!!!!!”

 

 득종이는 건우의 손가락에 알콜을 들이부었다. 건우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튕기듯이 몸을 일으켰다. 평소보다 더 활기찬 모습이었다.

 

 “오, 다 나은거 같은데?”

 “야이씨, 남득종!! 지금 장난 칠때냐고! 아오, 쓰라려!!”

 

 건우는 손가락을 묶은 천을 풀었고 상처를 보았다. 다행인 건지, 약이 피를 깔끔히 씻어주었다. 득종이는 그런 건우의 모습을 보다가 함께 가져온 하얀 붕대를 건우에게 들이밀었다.

 

 “일단 네가 묶어. 약이 뭐가 있는지 몰라서 더 이상은 뭘 못하겠네.”

 

 건우는 인상을 쓰며 작은 신음을 냈고 득종이가 건낸 붕대를 잡고 손가락에 묶었다. 묶은 붕대 사이로 피가 조금 묻어나왔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잘알지는 못했지만 약이라도 있는게 어디겠는가. 지금 이 상황엔 그것도 다행이었다.

 

 건우가 붕대를 묶으며 일단 우리는 조금 진정을 했다. 그리고 침대에 걸터 앉아 우리는 멍하니 바닥을 보거나 천장을 볼 뿐이었다.

 

 첫마디 말을 어떤 걸로 시작해야 할지,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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