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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2. 영신제(迎神祭) (4)
작성일 : 18-12-29 17:56     조회 : 64     추천 : 0     분량 : 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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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까지 해오던 것과 같습니다. 출생일이 가장 빠른 아이부터 시작할 겁니다.”

 

  “들려주게.”

 

  티브리는 그의 숨 쉬듯 자연스런 명령 어투에 쉽사리 저항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한탄했다.

 

  “차례로 후르, 이난나, 프타, 휘토, 그리고 탈루의 순입니다.”

 

  그녀의 입에서 아이들의 이름이 언급되자 몇몇 인물들이 몸을 움찔거렸다. 모두 아이들이 소속되어 있는 가문의 수장들이었다.

 

  그들이 말없이 몸만 움찔한 까닭은 간단했다. ‘흰족제비’의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어찌 될 것 같은가?”

 

  “……무슨 말씀이신지?”

 

  티브리의 질문에 ‘흰족제비’가 한 차례 메마른 웃음소리를 냈다.

 

  “아이들에게 메를 수련시켜온 으뜸신녀에게 달리 뭘 묻겠나? 각자가 어떠한 신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느냔 말일세.”

 

  그의 물음은 본디 일반적인 상식에선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질문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아이들은 각자의 운명과 기질, 의지에 따라 신을 받게 된다. 의지와 같은 후천적 요인이 있긴 하나, 대부분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운명과 기질에 의해 신의 선택을 받게 되기 마련이다.

 

  말인즉슨, 제3자는 물론이거니와 그 자신들조차도 자신이 어떠한 신을 받게 될지 모른다는 소리였다. 당연지사 아이들의 신을 예측해보라는 질문은 터무니없는 것에 다름없다.

 

  하지만 티브리는 ‘흰족제비’의 물음을 장난스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이제껏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상식을 뒤집어엎음으로써 권력을 손에 넣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20년 전, 서북쪽의 일족들처럼 영신에 주물을 이용하자는 주장을 처음으로 내세운 이가 바로 ‘흰족제비’ 마노 부나였다. 당시 무너져가는 지역 간 세력균형을 염려한 동쪽의 지배자들은 한 세대를 넘어 오래도록 강대한 신을 붙잡아둘 수 있다는 그의 주장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그가 서북쪽에서 공수해온 ‘예언의 돌’을 통해 최초로 ‘기획된 신’을 배출해내자마자 은밀히 그와 거래를 트기 시작했다.

 

  이는 불새일족의 샤 또한 마찬가지였기에, ‘흰족제비’는 이러한 내막을 모르는 보통의 일족들이 그를 다모 갈마리의 배다른 동생으로 착각했을 만큼 빠르게 권력을 잡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티브리가 알아듣기로 그의 물음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었다.

 

  첫째, ‘예정대로’ 불새의 후계자는 준비를 끝마쳤는가?

 

  누마 휘토의 영신은 단순히 개인의 운명에 관한 사안이 아니었다. 2000년 만에 불새의 재목을 배출해낸 일족은 오랫동안 끊이지 않던 권력다툼을 잠시간 멈추고 제 어미를 현세(現世)시키는데 열과 성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자기자식도 아닌 아이를 위해 ‘흰족제비’는 8년의 세월을 서북쪽의 험지에서 보냈고, 샤는 ‘내 자식을 다음 대의 샤로 만들라’는 그의 조건을 두말없이 수용했다. ‘흰족제비’가 자신의 책임을 다했으니 이제 남은 건 샤의 몫이었다.

 

  둘째, 이난나를 위한 ‘올빼미’는 준비되었는가?

 

  여신의 다섯 자매 중 누구를 받더라도 점쟁이신녀가 되는 것엔 별 문제가 없었으나, ‘흰족제비’가 원한 것은 오로지 ‘밤눈 밝은 올빼미’뿐이었다. 이난나를 보다 강력한 우두머리로 만들기 위해선 사람들로 하여금 그 애의 모습에서 과거의 영웅을 추억할 수 있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먼 옛날 일족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제12대 샤, ‘깊이 보는 올빼미’는 그 대상으로써 최적의 인물이었다.

 

  ‘깊이 보는 올빼미’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올빼미 신이 필요했고, 올빼미 신을 부르기 위해선 그녀의 옛 무구가 필요했다. 여신의 둘째 자매를 받들었던 수많은 점쟁이신녀들 중에서도 ‘깊이 보는 올빼미’만큼 강력한 메를 지녔던 사람은 없었기에, 다른 어떠한 것보다도 그녀의 무구가 올빼미 신을 유혹하는데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게 자명했기 때문이다. 선대 샤들의 유품은 모두 당대 샤의 관리 하에 있었으므로, 이 또한 샤의 몫이었다.

 

  “휘토…… 네, 아마 어르신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아이일 테니 먼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샤와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건 모두 끝났습니다. 남은 건 아이의 운명과 의지뿐입니다.”

 

  “샤께서 점은 쳐보셨나?”

 

  “읽을 수 없다는 말씀 뿐이셨습니다.”

 

  “하긴, 2000년간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으신 분이니…….”

 

  “결국엔 다 신의 뜻이라…….”

 

  “휘토의 잠재된 메는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도 거대하지. 설사 불새신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아이의 운명을 감당하려면 꽤나 만만찮은 신이 나타나셔야 할게야.”

 

  “메토는 만나봤는가?”

 

  “도마뱀붙이라도 상관없다 하셨습니다.”

 

  티브리의 말에 하르디가 껄껄대며 웃었다.

 

  “녀석 답구만!”

 

  다들 반신반의 하고는 있었으나 예상외로 여유를 잃은 모습들은 아니었다. 감히 인간의 힘과 계략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초월적 존재라는 인식이 그들의 마음을 다소 가라앉혀준 것 같았다.

 

  다만 티브리가 주시하고 있던 한 사내만은 어떠한 반응도 드러내질 않았다. ‘흰족제비’는 줄곧 무심한 표정으로 좌우 양측에 앉혀놓은 그의 애완 족제비 두 마리를 말없이 쓰다듬고 있을 뿐이었다.

 

  “다음으로 이난나는…… 샤가 되겠다는 열망이 가득한 아이입니다. 가진 바 재능과 기질도 그 유명한 12대 샤 ‘깊이 보는 올빼미’를 놀랍도록 빼닮았고요. 여신의 자매들께서도 그 아이의 의지에 감동하실 겁니다.”

 

  티브리는 ‘흰족제비’가 자신의 말을 알아들었으리라고 생각했다. 샤는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남은 건 순전히 아이들의 몫이었다.

 

  “확실히 올빼미인가?”

 

  그러나 별안간 튀어나온 물음에, 티브리는 무척이나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흰족제비’가 불새의 무구를 구해다준 것에 대한 대가로 다음 대 샤의 자리를 약속받았다며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녔다고는 하나, 그가 샤에게 내걸은 조건은 엄연한 양측만의 비밀이었다. 우두머리가 한 개인의 영리를 위해 전대 샤의 유품을 마음대로 유용했다는 말이 퍼지기라도 하는 날엔, 일족의 단결심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티브리의 당황을 눈치 챘는지 ‘흰족제비’의 나긋한 음성이 뒤이어 따라붙었다.

 

  “자네 생각에도 말일세, 확실히 ‘깊이 보는 올빼미’를 빼닮았냐는 말이야.”

 

  “예…… 가르치는 입장이어서가 아니라 확실히 그 아이의 재능은 범상치 않습니다. 신을 받는 일이니 장담할 순 없겠지만…… 어쨌거나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됩니다.”

 

  다행히 둘의 대화를 수상쩍게 생각하는 이는 없는 듯했다.

 

  “따님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요. 휘토만한 기재의 아이가 또 한 명 있다고. 혹 여신의 자매들께 붙잡혀 도리어 불새신의 눈에 띄지 못하는 건 아닐지…….”

 

  “과찬이십니다, 아난 포르. 불새의 후계자란 이름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죠. 그것은 휘토의 것입니다. 두말할 필요가 없지요. 그보다 아난 가에서도 이번에 영신을 행하는 아이가 있지 않습니까?”

 

  ‘흰족제비’의 갑작스런 질문은 아난 포르의 심기를 어지럽힌 게 틀림없어 보였다. 그의 말을 듣자마자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던 것이다.

 

  “후르라고, 제 아비를 닮아 아둔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 하나 있지요. ‘흰족제비’께서 신경 쓰실만한 아이는 아닙니다.”

 

  그러고 말을 마친 아난 포르는 ‘제 아비는 다리 힘이라도 좋지 그 녀석은……’ 하고 구시렁댐으로써 애써 후르를 변호해 보려던 티브리의 입마저 막아버렸다. 그녀는 아직 메조차 제대로 발현시키지 못한 후르를 가문의 수치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티브리, 제 종손녀는 어떤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난 포르의 신경질로 약간의 불편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즈음, 어디선가 몽롱한 음성이 티브리의 귓가를 간질였다.

 

  “아, 사타…… 거기 계셨군요.”

 

  그다지 대화하고 싶지 않은 인물이 이곳에 한 명 더 있었다는 사실에 티브리는 나직이 불평을 삼켰다.

 

  네마르 사타는 프타의 이모할머니로, 그녀의 네 자매 중 가장 조용하다는 이유로 가문을 승계 받은 이였다. 그러나 물론, 그 사실이 그녀의 평범함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었다.

 

  “반가워요, 티브리. 이제야 나를 봐주는군요. 아까부터 왠지 내 눈을 피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난 또 나를 일부로 모르는 척 하려는 줄 알았지 뭐예요.”

 

  붉은여우 가죽을 목에 두르고 있던 늙은 여인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짙은 초록의 눈을 한차례 찡긋해 보였다.

 

  “……그럴 리가 있나요. 그리고 프타는…… 잘 해낼 겁니다.”

 

  티브리의 어물쩍거리는 대답에 네마르 사타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잘…… 해낼 거라 그 말이죠? 무척 기대가 되네요, 티브리.”

 

  “아…… 예.”

 

  바로 이것이 티브리가 프타 가문의 사람들을 꺼려하는 이유였다.

 

  뭐든지 제멋대로 해석하길 좋아하는 저들은, 이번에도 역시 프타의 신에 대해 별달리 할 말이 없는 자신의 얼버무림을 대단히 매혹적인 신을 비밀리에 숨겨놓은 사람의 그것으로 둔갑시켜 버렸던 것이다. 이제 곧 네마르 사타는 그의 조카이자, 프타의 어머니인 네마르 유타를 찾아가 프타가 받게 될 무시무시하고도 잔혹하기 짝이 없는 신에 대해 한참을 떠들어 댈게 분명했다.

 

  티브리가 그녀 몰래 한숨을 내쉬며 인상을 찌푸렸을 때였다.

 

  “아직 언급되지 않은 한 명이 더 있지 않습니까?”

 

  갑작스레 말을 꺼낸 이는 ‘여우’란 별칭에 맞지 않게 몹시도 비대한 체구를 가진 남자였다.

 

  “호아 탈루 말입니다.”

 

  그러고 이어지는 의미심장한 미소에, 티브리는 어쩐지 ‘여우’가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일을 꾸미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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