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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2. 영신제(迎神祭) (9)
작성일 : 19-01-04 22:45     조회 : 82     추천 : 0     분량 : 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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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루는 자신을 향해 말을 걸어온 휘토의 행동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간 함께해온 시간이 적은 건 아니었으나, 휘토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던 것이다.

 

  그것은 학당에서의 시간을 제외하곤 단 한 순간도 집밖을 벗어나지 않는 그의 행동반경 때문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휘토 자신이 누구와도 말을 잘 섞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휘토에게 많은 관심을 두지 말라는 샤의 명령도 있었기에, 함께 수업을 받는 동급생들조차도 쉬이 가까이 하지 못하는 존재가 바로 그였다.

 

  “……너까지 가면 그렇겠지.”

 

  “긴장되지는 않니?”

 

  “어…… 글쎄? 난 괜찮은 것 같아. 너는?”

 

  탈루의 물음에 휘토는 그저 묘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휘토의 웃음은 탈루에게 제법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저렇게 웃을 줄도 아네?’

 

  그의 웃음에 왠지 모를 감회를 느꼈던 까닭일까, 순간 탈루는 자기도 모르게 속에 있던 질문을 내던졌다.

 

  “너는 진심으로 불새 신을 바라는 거야?”

 

  언젠가부터 휘토를 볼 때마다 떠올리곤 했던 물음이었다. 영신을 앞둔 그에게 실례될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이미 내뱉은 다음이다. 탈루는 우물쭈물하는 하는 대신, 휘토의 붉은 눈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휘토는 탈루의 질문이 뜻밖이었는지 잠시간 침묵했다.

 

  “왜 그런 걸 묻지?”

 

  탈루는 휘토의 갑작스런 되물음에 오히려 당황했다. 준비해둔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 너는 어릴 적부터……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한테 불새의 후계자로 불렸고, 그래서…… 조금 부담이 되진 않았을까 싶었을 뿐이야.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할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나는 또 바라는 신도 딱히 없는 쪽이라서…….”

 

  조금 횡설수설 하긴 했으나 말의 의미는 충분히 전달됐으리라.

 

  탈루의 말에 휘토는 알겠다는 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어. 하지만 글쎄…… 바라고 말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 나는 처음부터 불새로 태어났어. 불새는 불꽃을 피워내지 못하면 그저 소멸할 뿐이지. 내게 주어진 다른 선택지는 없어.”

 

  그렇게 말하는 휘토의 두 눈엔 이렇다 할 감정이 떠올라있지 않았다. 바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하는 걸까.

 

  그 순간 탈루는 휘토가 본래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종잡을 수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저 아이에게 불새란 염원의 대상이 아니었다. 운명, 바로 그 자체였다.

 

  조금은 멍해진 탈루를 보며 휘토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호아 탈루…… 너와는 한 번쯤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지.”

 

  “뭐?”

 

  “혹시라도 내가 만약 불새 신을 받지 못한다면…… 10년 전 동쪽하늘을 찢고 내려온 메의 주인은 아마…… 너일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전엔 마노 이난나나 네마르 프타가 아닐까 생각했던 적도 있어. 하지만…… 글쎄,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사람은 너 하나뿐이야. 그러니 아마 네가 맞겠지.”

 

  탈루는 휘토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미안. 부담을 주려던 건 아니었어. 그래도 이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까…… 나도 왠지 조금 감상적이 되었나봐.”

 

  휘토의 아름다운 얼굴에 번진 엷은 미소를 본 순간, 탈루는 그만 극심한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휘토는 지금이 생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야. 만약 불새 신을 받지 못한다면 저 아이는…….’

 

  그제야 갑작스레 말을 걸어온 휘토의 행동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어색하기까지 한 미소나 다정한 어투의 이유도. 그것은 분명 마지막을 앞둔 사람의 행동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껏해야 신을 받는 일에 어째서 그가 죽음까지 각오해야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탈루가 그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려던 순간, 막사 밖에서 흥분해 마지않은 가락신녀와 으뜸신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굉장하지 않아요!? 장난꾸러기 신이라고요, 장난꾸러기 신! 인간이 도깨비의 신을 받다니! 이게 지금 유례가 있는 일인가요? 저는 난생 처음 들어봐요!”

 

  “진정해요, 진정. 지금 너무 목소리가 크다니까! 다음이 바로 휘토의 차례인데…… 일단은 조금 흥분을 가라앉히고…….”

 

  “게다가 그 뿔! 그 뿔! 보셨어요? 신이 제 운명의 짝도 아닌 인간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보이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아니, 아니 그래봤자 한순간에 불과했는데 뭘…… 물론 조금 놀랍긴 했지만…… 아냐! 일단은 침착해요, 침착!”

 

  하지만 그러는 으뜸신녀의 목소리 역시 열기에 들떠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오직 휘토만이 담담함을 유지한 채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게 장난꾸러기 신이었구나. 어쩐지 굉장히 독특한 느낌이 나더라니…….”

 

  탈루는 갑작스레 휘몰아쳐오는 새로운 정보들에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평소완 다른 행동을 보이는 휘토에, 이번엔 또 도깨비의 신을 받은 프타라니…… 사고(思考)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 무렵 프타의 영신을 축복하는 샤의 고성이 저 멀리서 들려왔다.

 

  “네마르 프타의 짝이 되어주신 도깨비들의 첫째 대형(大兄), ‘장난꾸러기’신께 일족들이여 경배를!”

 

  “와!”

 

  “와!”

 

  둥. 둥. 둥. 둥…….

 

  가락신녀들의 북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막사 안으로 들어선 으뜸신녀는 가장 먼저 휘토의 기색부터 살폈다. 하지만 그녀는 탈루가 느꼈던 휘토의 ‘이상스러움’을 눈치 챈 것 같진 않았다.

 

  “휘토, 프타의 영신이 생각보다 빨리 끝났단다. 네가 어떻게 먼저 알았는지는…… 글쎄, 잘 모르겠다만 어쨌거나 샤의 제무(祭舞)가 끝나는 즉시 곧바로 너의 영신이 진행될 거란다. 준비는…… 됐니?”

 

  “네, 으뜸신녀님.”

 

  “프타가 말이다…… 생각보다 어…… 더 놀랍고 신비로운 신을 받게 된 까닭에 밖이 조금 어수선하단다. 사람들이 진정되길 기다렸다가 나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 아, 그렇겐 안 되겠구나. 의식을 중단할 순 없으니…… 그래, 일단은 이대로 잠시만…….”

 

  웬일인지 으뜸신녀는 휘토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조금이지만 얼이 빠져있는 것 같기도 했다.

 

  “되도록 네게 많은 말을 건네지 말라는 샤의 명령도 있긴 했다만…… 사실 난…… 네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데가 더 많았단다. 비단 오늘 뿐 아니라 함께한 몇 년 동안이나 말이다. 학당에서 가르치는 것들이야 어차피 다 아는 내용이겠거니 하며 제대로 봐주지 않고 넘어간 적도 많고, 모자란 아이들에게 시간을 더 쓴다는 명목 하에 너를 피한 적도 없지 않단다. 일족의 미래를 쥔 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네게 어떠한 배움도 강요할 수 없는 미약한 존재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야…… 내가 가진 수많은 허례와 쓸데없는 선입견들이 너를 단순한 학생으로 보지 못하게 만들었던 게지. 그리고 어쩌면…… 나 편하자고 너를 줄곧 내버려둔 셈인지도 모르겠구나.”

 

  말을 마친 티브리의 얼굴은 엉망으로 구겨져있었다. 말을 하는 중간에도 계속해서 속이 상한 모양이었다.

 

  그에 반해 휘토는 놀랄 만큼 편안한 표정이었다.

 

  “으뜸신녀님만큼 제게 관심을 쏟아주신 분도 없어요. 괘념치 마세요.”

 

  그의 말에 티브리의 새카만 두 눈동자가 눈물로 얼룩졌다.

 

  “휘토…… 미안하구나. 괜한 말로 마음을 어지럽혀서. 보탬이 되진 못할망정 방해는 말았어야 하는 건데…… 어쨌거나 더 이상 일족은 생각지 말거라. 영신에 있어선 너 자신만 생각하면 되는 거야.”

 

  “네.”

 

  “그래, 그럼…… 가락신녀를 따라 가거라. 부디…… 이 아이가 가는 길을 운명의 주인께서 함께 해주시길.”

 

  막사를 벗어나기 직전, 휘토는 탈루를 향해 기묘한 눈길을 보내왔다. 그 아득하리만치 깊은 눈빛에서 탈루가 느낄 수 있었던 건, 도통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한줄기 기대감뿐이었다. 그는 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그 뜻 모를 시선에 대한 탈루의 고민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물론 답을 찾아냈기 때문은 아니었다. 갑작스레 막사를 통째로 떨리게 할 정도의 소음이 그의 상념을 방해해왔기 때문이다.

 

  “누마 휘토다!”

  “불새의 후계자다!”

  “깃발을 흔들어라!”

  “불새를 띄워라!”

 

  다른 아이들의 등장 때완 확연히 차이가 나는 응원이었다. 모든 일족의 구성원들이 동시에 핏대라도 세운 느낌이었다.

 

  “불새일족으로선 2000년 만에 맞이한 다시없을 기회란다. 이 정도의 함성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 혹시라도 소음이 네게 방해가 될 것 같다면 지금이라도…….”

 

  “아녜요. 어차피 휘토가 영신에 들어가면 금방 잦아들 건데요 뭐. 으뜸신녀께서도 실은 소리를 지르고 싶으신 거 아닌가요?”

 

  티브리는 탈루의 말에 씩 하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말 그대로 그녀 역시도 몸을 휘감아오는 흥분에 조금씩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원인엔 좀 전 프타의 영신에 의해 몸이 달아오른 것도 일부 포함될 것이다.

 

  “곧 시작할 것 같구나…….”

 

  때마침 영신의 시작을 알리는 샤의 목소리가 멀찍이서 들려왔다.

 

  “누마 휘토! 세상의 모든 신들께 고하노니, 우리 어린 불새의 운명과 기질, 그리고 의지를 그대들의 드넓은 우주 속에서 시험케 하소서!”

 

  “와!"

  “와!”

 

  군중들은 마치 지금 당장 불새 신이 출현하기라도 한 듯 고함을 질러댔다. 절로 심장을 뛰게 만들 정도의 열기였다. 하늘이 흔들리고 땅이 쪼개질 것만 같은 성원이었다. 탈루는 그제야 불새일족이 그들의 어미를 기다려온 시간을 체감할 수 있었다.

 

  “휘토, 부탁한다!”

  “꼬마야, 잘해라!”

  “우리의 어린 누마에게 부디 불꽃의 주인을!”

 

  이윽고, 조금씩 함성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마침내 일족전체가 불새 신과의 영접(迎接)을 앞두고 마지막 기다림의 순간을 맞이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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