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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의 죄명은 휴재
작가 : 야쿠레투르
작품등록일 : 2018.12.12

모든 사람들에게 존재하는 자신만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가 수명인 세계 - [포르테스]

현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불사'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목이 잘려도, 심장이 꿰뚫려도, 사지가 찢겨져도, 사람들은 죽지 않는다.
다만, 고통스러워 할 뿐.

그러나 '불사' 이되, '불멸'은 아니다.
이야기 속의 '나' 가 죽으면, 현실의 '나' 또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때문에 사람들은 연재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일정기간 이상의 휴재(休載)는 중죄(重罪)다.

왜 이런 얘기를 하냐고?
그야...
[나의 죄명은 휴재]
니까.

 
어서와, 감옥은 처음이지? (1)
작성일 : 18-12-13 05:17     조회 : 51     추천 : 1     분량 : 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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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아아암~"

 

 간만에 꿀잠을 잔 공삼이가 기지개를 키며 스트레칭을 한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아랫배의 묵직함도 사라지고, 마사지를 받은 마냥 온몸이 시원하기 그지 없었다.

 그 상쾌함이 극에 달해, 정신을 차리자마자 눈 앞에 나타난 [휴재] 라는 낙인마저 아름답게 보였다.

 

 "이제 일어났냐?"

 

 익숙하면서도 낯선, 퉁명스런 목소리에 공삼이는 씨익 웃어보였다.

 

 "젊은 것이, 게을러 빠져서는... 너도 이리 와서 빨리 운동해!"

 

 자기보다 어린 모습의 나이라가 저런 말을 한다는 생각에, 피식 하고 절로 실소가 터져나온 공삼.

 그에 나이라가 '웃어?' 라며 쏘아붙이자, 퍼뜩 정신을 차린 공삼이가 움직였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빛이, 아직 덜 깬 공삼이의 눈을 찔러왔지만, 2층 침대의 아래층에서 어느정도 빛 적응을 한 상태였기에.

 공삼이는 눈을 몇번 비비는 것으로 시야 적응을 마칠 수 있었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시간 날 때마다 운동하라고."

 "하핫! 알겠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질질 짜던놈이... 뭐가 그리좋다고 웃어?!"

 "그게... 하하하!"

 

 내내 괴롭히던 숙변이 싹- 사라진 것 같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가뜩이나 똥쟁이로 알려져 있을텐데... 더 이상의 똥 얘기는, 이미지 체인지를 위해서라도 피하는게 좋았다.

 

 "야."

 "하하하...네?"

 "너 언제까지 내려다보고 있을래?"

 "헛!"

 "운동 안해?"

 "지,지금 하려고..."

 "너, 그렇게 계속 꼼수 부려라?"

 "죄,죄송합니다..."

 

 공삼이가 혼자서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던 나이라의 옆에 앉는다.

 그리고는 나이라가 하는 것을 곁눈질로 훔쳐보며, 어설프게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어휴, 하는 꼴 좀 봐라. 야! 너 그렇게 하다간 나올 똥도 안나오겠다!"

 "네??"

 "어? 이렇게 팍! 팍! 해야 신진대사가 활발해져서 똥이 나올거 아냐!"

 

 휙휙 움직이는 나이라를 멍하니 바라보는 공삼이.

 아무래도 그의 이미지 체인지는 시작부터 틀어진 것 같다.

 그렇게 공삼이는, 나이라의 인도에 따라 열심히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운동 열심히 안해서... 또 똥가지고 내 동생 힘들게 하면... 네 입은 앞으로 똥XX이다. 알겠냐? 뜨끈뜨끈한 군만두가 네 X구멍으로 들어가는게 싫으면... 근데 니가 싫어해도 딱히 달라질게 없을 것 같다. 하는 꼴 보면."

 

 이런 말을 들은 이후로, 공삼이의 마음가짐이 달라진 건... 안비밀이다.

 

 "아, 군만두 하니까 괜히 또 배고프네."

 

 나이라는 비위가 얼마나 좋은 건지, 그렇게 똥 얘기를 해놓고선 남겨둔 군만두를 집어먹으며 쩝쩝거리기 시작했다.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운동 중이던 공삼이가 힐끗힐끗 쳐다볼 정도였다.

 

 "야, 이거 니꺼 아니니까. 그만 좀 쳐다봐라."

 "허억... 허억... 네...?"

 "그만 좀 보라고! 이거 니꺼 아니라니깐! 니꺼는 저깄다고!"

 

 뜬금없이 화를 내는 나이라를 보며, 공삼이는 물음표를 그렸다.

 그러다가 이내, 나이라의 눈치를 보면서 은근슬쩍 쉬기 시작했다.

 

 "오늘 새로 들어온 신입꺼니까! ...."

 

 한귀로 듣고 흘리고 있던 와중, 무시 못할 말이 귓구멍을 후벼팠다.

 신입이란 말에 눈이 동그래진 공삼이가, 나이라를 향해 소리치듯 물었다.

 

 "신입이요?!"

 "그래! 오늘 아침에 신입 하나 들어왔어."

 

 신입이라니...

 생각해보면 이상할게 하나 없다.

 애초에 이 방의 넓이와 침대의 개수를 생각해보면, 사람이 더 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마이라와 나이라가 사용하는 더블 베드 침대와 이층 침대 두개.

 이것만 따져봐도 총 여섯명의 사람들이 생활할 수 있다.

 또, 화장실엔 샤워 부스 까지 딸려있으며, 가장 중요한 변기 또한 두개나 있다.

 지금은 4인용 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4면에 전부 앉는다는 가정하에 충분히 6인용으로 사용 가능한 식탁도 있다.

 그 외의 잉여공간도 넉넉하게 있어, 여섯명 전부 바닥에서 뒹굴거려도 될 정도다.

 애초에 이 방에 둘만 있었다는게 이상할 정도다.

 

 "근데 신입은 어딨어요?"

 "앙?"

 "아니... 구,궁금해서요..."

 "내 동생을 괴롭히고 있지. 너 처럼."

 

 그러고 보니, 마이라가 보이질 않았다.

 이 방에서 나간걸까?

 

 "...여기서 나갈 수 있는 건가요?"

 "아앙?"

 "저기... 그... 동생 분이 안보이시길래..."

 

 화장실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없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추측이었다.

 

 "밥 먹는데 자꾸 말 시킬래? 엉덩이로 말하고 싶어?"

 "죄,죄송합니다..."

 "...그러고 보니, 너 말이야. 내가 언제 쉬라고 했냐?"

 

 나이라의 그 말을 끝으로, 공삼이는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만 했다.

 나이라는 먹고, 공삼이는 운동하고, 각자의 시간을 알차게 보낸 뒤.

 슬쩍 슬쩍 눈치를 보면서 타이밍을 재고 있던 공삼이가 벌떡 일어났다.

 

 "?"

 "큽! 일주일 동안 묵혀놨던 똥이! 똥이 나올 것 같습니다! 제가 감히 화장실에 가도 되겠습니까?!"

 "? 뭔 오바냐?"

 "크윽! 곧 나올 것 같습니다!"

 "거참, 그렇게 싸재껴놓고 남았단 말이야? 전부 빼낸줄 알았는데..."

 "예?"

 "니 똥 굵다고."

 

 마지막 군만두를 입에 문 나이라가, 손짓으로 화장실을 가리켰다.

 그에 환한 미소를 지은 공삼이가, 허리를 접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그래, 그래."

 

 후다닥 화장실로 향하던 공삼이.

 화장실에 막 들어가기 직전, 가식적인 미소를 지은 공삼이가 나이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 그리고 제 몫의 군만두도 드셔도 괜찮습니다!"

 "엉?"

 

 방긋방긋 웃는 공삼이를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나이라.

 공삼이가 화장실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 나이라의 속내가 작은 목소리와 함께 흘러나왔다.

 

 "웃는거 봐라. 똥 두번 쌌다간, 입 찢어지겠네. 그나저나 지가 진짜 아긴줄 아는건가? 지 똥싸러 가는걸 왜 나한테 허락맡아?"

 

 공삼이 몫의 군만두를 가져와 한개를 베어 물던 나이라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흠칫! 했다.

 

 "설마 뒤처리를 나한테 맡기려고? 그래서 지 몫도 먹으라고 한거야??"

 

 공삼이의 소름돋는(?) 설계에 흠칫 거리면서도, 군만두를 집어먹는 손엔 망설임이란 없었다.

 

 -

 

 "휴우...."

 

 내 뛰어난 두뇌를 이용해 운동지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남들이라면 자기 자존심까지 팔아가며 빠져나올 생각은 못할거야.

 ...그런 생각을 안하는 건가?

 

 "뭔가 좀 그렇긴 하네."

 

 어차피 망가진 이미지, 더 이상 망가질게 있냐는 생각에 막 지른 말이긴 하지만...

 뭐, 그래도 이미 볼장 다 본(?) 사이니까....

 

 "그래, 똥까지 처리해준 사인데..."

 

 하하하하!

 자괴감이 담긴 웃음소리가 화장실을 넘어 바깥에까지 울려퍼졌다.

 그에 바깥에서 우당탕탕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 같-

 

 "아."

 

 그렇구나.

 내 천재적인 두뇌가 순간적으로 바깥의 상황을 읽고 말았다.

 그리고 그분의 마음 속 소리까지 읽고 만 것 같다.

 

 '똥 싸러 들어간 놈이 화장실에서 웃고 있다. 그것도 아주 호탕한 소리로.'

 

 띠링-

 [칭호 '똥쟁이' 가 '똥 싸면서 호탕하게 웃는 미X놈' 으로 진화했습니다!]

 

 어디선가 이런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쏴아~

 아아- 들려온다. 파도 소리가.

 자괴감으로 이루어진 파도가 밀려오는 것 같다.

 

 "핫핫핫핫!"

 

 언젠가 본 것 같다.

 너무 슬프면 되려 웃음이 나온다는 말을.

 그 땐 이해가 잘 안됐는데, 지금은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아주 잘 알 것 같다.

 

 "하하하하하하!"

 

 우당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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