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형씨...”
“서로서로 귀찮은 짓 하지 말고.”
“그냥 가죠.”
“저도 못 본거로 할 테니.”
알파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풉.’
그들의 대답은 수긍이 아니라 웃음이다.
세리아가 웃자, 셜리도 크게 따라 웃기 시작했다.
안젤리아와 마왕군은 웃음을 참고 있다.
“생긴게 참.”
세리아는 마음속에 담아뒀어야 할 말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바로 앞에서 말하면 어떡해요 불.쌍.하.게.”
웃음을 참고 말하는 셜리다.
“안됩니다 주인님.”
마왕군이 그들을 말렸지만 이미 늦었다.
“뭐라고?”
“이렇게 잘생긴 나한테 그게 할 소리야?”
“눈을 좀 고쳐줘야겠네.”
알파는 칼을 뽑으며 말했다.
“저자는 외모에 대한 상당한 자부심이 있어서 그 말만은...”
“저 외모에 자부심이 있다고?”
여전히 웃고 있는 세리아와 셜리다.
“이젠 못 참아.”
알파는 칼을 크게 휘둘렀다.
“승천(昇天).”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안젤리아가 다시한번 검술로 그들을 지켰다.
하지만, 그녀의 검이 변하지 않을 것을 보니 체력을 위해 마검술을 쓰지 않은 것 같다.
세리아는 안젤리아가 그럴 거면 왜 마검사가 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칼을 한 번 두 번 겨룰수록 안젤리아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역시 안젤리아는 단순히 체력 부족인 것 같다.
자신의 한계를 눈치챈 안젤리아는 검을 거두고 뒤로 물러섰다.
“마검발현.”
안젤리아는 남은 체력을 전부 끌어모아 마검발현을 했다.
알파는 안젤리아에게 발현을 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공격을 가했지만 이미 늦었다.
안젤리아의 주위에는 다시 냉기가 돌기 시작했다.
“발도(拔刀).”
검으로 알파를 밀어낸 안젤리아는 검을 크게 휘둘렀다.
알파와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지만, 알파는 그 검술에 명중한 듯했다.
알파군은 “윽”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그와 함께, 안젤리아도 쓰러졌다.
역시 마검술은 한 번이 한계인가보다.
“오...좋아 좋아.”
“얼음 속성의 검.”
알파가 다시 일어났다.
긴 혀를 날름거리며 일어난 알파의 몸에는 상처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원기가 더 회복된 모양이다.
“알파에게는 얼음, 물 속성의 공격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걸 왜 지금 말해 인마.”
세리아는 쓰러진 안젤리아를 주워 온 마왕군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그럼 어떡하지?”
“약점은 뭐 없어?”
“아마 전기 속성의 기술에 약한 면모를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전기 속성의 기술은 꽤나 상급 기술이라...”
세리아가 말했다.
“크크큭.”
“이 위대한 마법사가, 우리 팀에 있다는 사실을 잊은 것이냐?”
셜리가 자신의 모자를 벗어 던지며 말했다.
“나의, 대.마.법으로 어린양들에게 안식을...”
“아야!”
셜리는 또 얻어 맞았다.
“이 마법은 영창이 길어서 시간을 오래 끌어 주셔야 돼요.”
“또...아 아니에요 그거 밖에 없어요.”
셜리는 무엇인가를 말하려다가 숨겼다.
시간을 끌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세리아와 마왕군을 보고 셜리는 작게 웃었다.
아니 자세히 말하자면, 세리아를 바라보고 웃었다.
마치 선생님에게 골탕을 먹일 기회가 눈앞에 있는 학생처럼
세리아는 또다시 자신의 몸을 강화했다.
"마왕군 양 쪽에서 공격하자."
그 둘은 양쪽에서 알파를 공격했다.
하지만 역시 역부족이다.
마왕군에겐 아무 능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알파는 공격이 막혀 그 반동으로 자빠진 마왕군을 향해 칼을 겨누며 말했다.
“어이고 형씨, 그럼 수고하십시오.”
“나 신을 섬기는 자.”
“잠시나마 신의 힘을 빌려.”
“자비와 축복을.”
세리아는 마왕군에게 마법을 걸었다.
그후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마왕군의 손에는 작고 검은 단검 두 자루가 들려 있다.
세리아의 주문으로 잃어버렸던 힘의 일부가 돌아온 마왕군이다.
그 칼로 알파를 몰아낸 마왕군은 주문을 영창 했다.
“나락으로 떨어져라.”
마왕군의 손가락에 작고 검은 물체가 나타났다.
원 모양을 한 그 물체는 엄청난 속도로 알파에게 날아갔다.
‘신의 사제’인 힐러에게 힘을 받고 마왕의 힘을 사용하는 마왕군이다.
알파는 그 물체를 단숨에 배어버렸다.
그러나 그 물체는 사라지지 않고 마치 연막탄처럼 그 주위로 퍼졌다.
그와 동시에 마왕군의 손에 있던 칼이 없어졌다.
아마 마법이 풀린 듯했다.
“아...안보여.”
알파는 눈을 만지며 말했다.
"지금이야 셜리!"
세리아가 셜리에게 말했다.
“나 위대한 마법사.”
“지금 천지를 가르려 한다.”
“날카로우면서도 강력한 마법.”
“대 마법사라고 칭송받는 자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썬더 볼트.”
세리아의 말을 들은 셜리는 영창을 시작했다.
그 결과아까와 같이 마법진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 마법진의 범위는 매우 넓었다.
곧바로, 하늘에서는 엄청난 기세로 번개가 떨어졌다.
알파는 그 번개에 적중했다.
알파는 엄청난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하지만, 이 괴성은 한 번만 들린 것이 아니었다.
세리아의 괴성도 들렸다.
마법진을 빠져나오지 못한 세리아가 번개에 맞은 듯했다.
그것을 본 셜리는 “헤헤 실수”라고 말을 하며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리곤 이내 괜찮아요? 라는 말과 함께 세리아에게로 달려갔다.
세리아는 셜리의 말에도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알파를 제압하고 얻은 ‘표식 다발’을 흔들자 세리아가 움찔했다.
그래도 일어나지 않자, 셜리는 “저희 먼저 밥 먹으러 갈게요”라는 말과 함께 이동하는 척했다.
“가기전에 뭐 할말없니?”
세리아는 셜리의 발목을 잡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후, 세리아의 따스한 사랑의 매가 차가웠던 설원을 녹였다.
…
“어쨌든 잘 됐지 뭐에요.”
“3급 마물도 잡고, 임무도 완수 했잖아요.”
셜리는 맞아서 생긴 혹을 가리고 말했다.
“덕분에 제 힘도 확인했으니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마왕군도 셜리를 거들었다.
“다 시끄러, 아직도 머리가 울린다고.”
약간 탄 듯한 세리아가 말했다.
‘모험가 길드’에 무사히 도착한 그들은 길드의 문 너머로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를 느꼈다.
하지만 개의치 않은 듯 세리아는 문을 열었다.
“진리를 개척하는 자”
카운터 아저씨의 목소리다.
그리고 이내 여러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들렸다.
“3급 마물을 격파했다면서.”
“대단해.”
“무능한 힐러 인줄 알았는데.”
그 말을 들은 셜리가 ‘힐러였어요?’라고 세리아에게 물었지만 세리아는 단지 얼굴을 붉힐 뿐 대답하지 않았다.
“자자 일단 귀하신 분을 안으로 모시자고”라는 카운터 아저씨의 만화에서만 나올 법한 대사가 들렸다.
세리아는 고작 개구리를 잡았을 뿐인데, 영웅 대접을 받아도 되나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러나 이내, 그녀의 다시 거만해졌다.
“하하하.”
“저희가 고작 그 개구리한테 질 것 같습니까?”
“모두들.”
“오늘은 연회입니다.”
“제가 다 살게요.”
세리아는 표식 뭉텅이를 흔들며 말했다.
세리아는 벌써 술을 마신 듯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그럼 저도 마셔도 되나요?”
셜리가 물었다.
“응 넌 안돼.”
역시 바로 거절한 세리아다.
그 뒤로는 늘 그러듯 잔뜩 마신 그들이었다.
그 결과 오늘의 수익은 0원이 됐지만 만족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