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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King's Road
작가 : Xien
작품등록일 : 2018.11.2

왕도(王道)란 무엇인가? 왕이 될 자는 누가 선택하는 것이고 누가 그 길을 것는 것인가?

강대국 리엔왕국에서 소리없는 왕권 쟁탈전이 벌어진다.
과연 왕이 되는 자는 누구인가?

 
4화
작성일 : 18-11-07 22:45     조회 : 70     추천 : 0     분량 : 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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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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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칠리아가 잠이 들고도 한참동안 레널드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비수 같은 체칠리아의 말과 끔찍했던 사고 현장의 모습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라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얼굴을 무릎에 파묻고 어둠속에서 쭈그려 앉아 밀려오는 슬픔과 고통 속에서 레널드는 앞으로 살아가야할 삶에 대한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어머니가 이 세상에 없다니 살아갈 의욕도 잃었고, 삶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컸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도 커 어쩔 수 없이 레널드는 이 삶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를 죽인 체칠리아와는 한시도 같이 있고 싶지 않지만 사실상 그녀의 도움 없이는 왕궁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녀의 목적이 돈이니 분명 자신을 상처하나 없이 왕궁으로 데려갈 것이고, 왕궁에 도착하면 아버지에게 체칠리아의 만행을 고발해 그녀도 어머니가 겪은 고통 속에서 죽게 해야겠다고 레널드는 속으로 다짐했다. 이런 다짐을 하면서도 레널드는 숨죽여 눈물을 흘렸고 눈이 퉁퉁 부어 눈을 뜨는 것조차 어려워 질 때쯤 겨우 잠이 들었다.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밤이 지나고 동쪽에서 여명이 밝아올 때쯤 체칠리아가 잠에서 깼다. 밤중에 레널드가 몬테규를 찾아 하산을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머릿속에 스치자 바로 고개를 돌려 레널드가 앉아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레널드는 체칠리아가 준 모포를 덮고 쭈그려서 자고 있었다. 체칠리아는 내심 안도하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무에 기대어 수통에 담긴 물로 목을 축이고 레널드를 응시하며 앉아있던 체칠리아는 하늘이 어느 정도 밝아지자 자리에서 일어나 레널드를 흔들어 깨웠다. 체칠리아가 몇 번 깨우자 레널드는 퉁퉁 부은 눈을 비비면서 일어나 앉았다.

 

  “오늘 해가 지기 전까지 아데르 영지에 도달해야해.”

 

  레널드는 체칠리아가 건네 수통을 받아 목을 축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체칠리아와 레널드는 아무 말 없이 어제 점심으로 먹었던 것과 같은 빵과 크래커를 먹고 출발했다. 우울한 기분으로 레널드가 체칠리아의 뒤를 따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 지 3시간 정도 되었을 때 주변의 나무들이 듬성듬성 해지면서 평평한 길이 나왔다. 드디어 그 지긋지긋한 숲을 빠져 나온 것이었다. 밤에 거의 잠을 못자고 3일 째 계속되는 강행군에 레널드의 체력도 바닥이 났지만 레널드는 체칠리아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은지 이를 악물고 체칠리아의 뒤를 따랐다. 해가 머리 위로 떠올랐을 때쯤 그 둘은 이제 아데르 영지에 도달했는지 길도 훨씬 잘 닦여있고 주변에는 사람들이 가을걷이를 하고 난 뒤 쌓아놓은 풀 더미가 듬성듬성 보이기 시작했다. 앞에서 걷던 체칠리아가 걸음을 멈추었다.

 

  “도시에 들어가기 전에 여기서 쉬었다 가자.”

 

  체칠리아는 가죽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무엇인가 찾기 시작하더니 이내 허름한 옷을 꺼내 레널드에게 건네주었다.

 

  “이 옷으로 갈아입어. 방랑자가 그런 좋은 옷을 입고 다니면 괜한 오해만 살 거야.”

 

  체칠리아가 건네준 옷은 가난한 평민들이나 입을 법한 여기저기 색이 바랜 상의와 하의였다. 체칠리아가 시키는 대로 하긴 싫었지만 그녀와 말을 섞는 것은 더욱 싫었기에 순순히 풀더미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레널드가 원래 입고 입던 옷을 체칠리아가 가져가더니 마법으로 불을 붙여 태우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야!”

 

  레널드는 묻지도 않고 무작정 자신의 옷을 태우는 체칠리아에게 참았던 분노가 터져 나왔다.

 

  “괜히 가지고 다녀봤자 위험해 질 거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체칠리아를 레널드는 노려보았다. 레널드가 어머니와 함께 어머니의 친정인 램버트(Lambert) 왕국으로 가기 전 레널드의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준 옷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어머니가 남겨준 마지막 유품을 체칠리아가 무참히 태워버린 것이었다.

 

  “어머니의 마지막 유품일지도 모르는데…!”

 

  레널드는 분노와 서러움이 섞인 눈물이 터져 말을 잇지 못했다. 체칠리아는 전혀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불붙은 옷가지를 뒤적여 완전히 타들어갈 수 있게 했다.

 

  “이까짓 옷 따위가 뭐라고 울고 난리야? 네 엄마가 널 위해 지어준 옷이 당장 우리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으면 없애는 게 나아. 네 엄마도 자기가 준 옷 때문에 네가 개죽음 당하는 걸 원하진 않을 거 아냐?”

 

  레널드는 새빨개진 눈으로 체칠리아를 노려봤다.

 

  “내가 복수를 하게 되면 꼭 널 먼저 내손으로 죽일 거야.”

 

  “아이고, 이제 무서워서 잠도 못자겠네.”

 

  레널드의 말에 비아냥으로 받아친 체칠리아는 다시 가방을 메고 출발할 준비를 했다. 레널드도 아직 분노로 떨리는 몸을 이끌고 발걸음을 옮겼다.

 

  늦은 오후가 돼서야 그 둘은 아데르 영지에 있는 아데르 시에 도착했다. 리엔 왕국의 수도와 가까운 곳이다 보니 도시의 규모가 매우 컸고 화려했다. 집집마다 저녁을 만드는지 맛있는 음식 냄새가 거리에 가득 퍼졌고, 사람들은 바쁜 걸음으로 거리를 오갔다. 여관이나 주점들은 대문을 활짝 열어 문 앞에 등을 달아놓고 저녁 장사 준비를 시작했고, 여독에 지친 여행자들이 하나 둘씩 여관과 주점으로 몰려들었다. 시장에서는 마지막 장사에 열을 올리는 상인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했고, 뒤늦게 저녁거리를 사러 온 여인들은 빠른 걸음으로 시장을 누비고 다녔다. 길 곳곳에는 경비병들이 무장을 하고 저녁 순찰을 도는 모습도 보였다. 왕궁에서만 살던 레널드는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도시를 직접 걸어본 적이 처음이라 모든 풍경이 신기했다. 도시는 전반적으로 편안하고 활기찬 분위기여서 잠깐이나마 레널드는 우울한 기분을 떨칠 수 있었다. 정신없이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구경하는 레널드의 팔을 체칠리아가 잡아끌었다.

 

  “여긴 사람이 많아서 서로 잃어버리면 찾기도 힘들어.”

 

  체칠리아의 손에 이끌려 복잡한 시장을 지나 골목 안으로 한참 들어가던 레널드는 서서히 주변 분위기가 바뀌는 걸을 느낄 수 있었다. 떠들썩하던 분위기와는 달리 차분하고 조용한 거리에는 돌아다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여기에서 내가 올 때까지 꼼짝 말고 있어.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어디에 숨어있는 게 좋을 거야.”

 

  체칠리아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채 빠른 걸음으로 음침한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체칠리아가 골목 안으로 들어갈수록 스산한 분위기가 더욱 강해졌다. 골목에는 구정물과 누군가가 토해놓은 토사물이 곳곳에 널려있었고 썩은 내가 진동했다. 골목은 유난히 바깥보다 어두웠는데, 건물 옥상에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쳐놓은 것으로 보이는 해진 천들이 건물옥상과 옥상에 얼기설기 걸쳐있었다. 골목을 누비고 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는데 체칠리아를 감시하는 듯한 따가운 시선들이 계속 기분 나쁘게 그녀를 쫓아왔다. 체칠리아는 골목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의 그 속도를 유지하며 정면을 응시한 채 복잡한 골목을 거닐었다. 안으로 깊이 들어가니 골목 곳곳에 가게처럼 보이는 건물들의 문 앞에 헐벗은 여자들이 비난과 조롱하는 듯한 눈빛으로 지나가는 체칠리아를 쳐다보았다. 건물 창문에는 간혹 험악하게 생긴 남자들이 몸을 숨긴 채 바깥을 응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참 골목을 헤집고 다닌 체칠리아의 발걸음이 허름한 석조 건물 앞에 멈추었다. 체칠리아가 다가가 빠르면서도 느리게 리듬을 타듯 문에 노크를 하자 문이 열리며 삐쩍 마른 노인 한 명이 나와 체칠리아를 맞이했다. 체칠리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그녀의 뒤에서 쾅하는 문이 닫히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건물 안에는 말끔하게 생긴 중년 남자 한 명과 삐쩍 마른 노인이 전부였다. 노인과 남자 둘 다 각각 손목과 귓볼에 검은색 초승달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체칠리아는 중년 남자에게 다가가 품안에서 레널드에게 보여준 의뢰서를 내밀었다.

 

  “돈 받으러 왔어.”

 

  체칠리아는 의뢰서를 받는 남자의 팔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체칠리아가 건네 의뢰서를 읽더니 금고처럼 보이는 철제 상자에서 묵직한 돈 주머니를 꺼내 건네주었다.

 

  “한건 했군요. 마법사 아가씨. 새로 들어온 다른 의뢰들도 많은데….”

 

  돈이 담긴 주머니를 열어 금액을 확인하던 체칠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다음에 보러오지. 경고하는데, 나한테 덤볐다간 뼈도 남기지 않고 없애주겠어.”

 

  체칠리아의 말에 중년의 남자는 묘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설마, 저희가 감히 아가씨를 공격하겠습니까? 의뢰 보상금을 뺏는 파렴치한들은 아닙니다.”

 

  “그럼 밖에 놈들 치워.”

 

  체칠리아의 말에 중년의 남자는 옆의 노인에게 눈짓을 하자 노인이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체칠리아는 돈 주머니를 품안에 잘 넣고 건물을 나섰다. 아까 골목을 지나 올 때 보였던 수상한 남자들은 보이지 않았고, 그녀를 집요하게 따라왔던 기분 나쁜 시선들도 느낄 수 없었다. 체칠리아는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빠져나와 레널드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 녀석은 또 어딜 갔어?”

 

  레널드 보고 기다리라고 한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체칠리아는 레널드가 숨을 만한 곳을 다 뒤져봤지만 레널드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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