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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64.진짜 죽여버리고 싶어
작성일 : 17-12-29 21:47     조회 : 306     추천 : 0     분량 : 8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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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진짜 죽여버리고 싶어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오는 방안에서 하얀 시트로 몸을 가린 제이는 잠에 취해 누워있었다.

 

 삐삐, 삐삐, 삐삐.

 

 서랍 위에 놓여있는 핸드폰 알람이 울리자 미간을 찌푸린 제이가 더듬더듬 손을 뻗었다.

 

 핸드폰을 집어 들어 아름을 끈 제이는 옆자리가 비어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응? 오빠가 어디 갔지?'

 

 같이 누워있던 곳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는 것을 알고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던 제이는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오빠?"

 

  "제이야, 일어났어?"

 

 낮게 울리는 목소리에 제이는 손으로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게 뭐예요?"

 

  "아침. 원래 내가 요리는 잘 못 하는데 그래도 한 번 만들어 봤어."

 

 철수가 작은 쟁반이 어설프게 만든 스크램블에그와 팬에 구운 식빵을 담아서 가져왔다.

 

  "우와, 이게 다 뭐야?"

 

  "예전에 네가 침대에서 아침 먹는 게 로망이라고 말했잖아."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준비한 거예요?"

 

  "응, 한번 먹어봐?"

 

  "응응, 알았어. 알았어."

 

 제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포크를 들어 케첩이 뿌려진 스크램블에그를 입안에 넣었다.

 

 철수는 그녀의 옆에 앉아서 적당히 잘 구워진 식빵에 딸기잼을 바르며 흐뭇한 눈길로 제이를 바라봤다.

 

  "어때?"

 

  "응, 진짜 맛있어요. 내가 먹어본 아침 중에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

 

  "그래? 자, '아'해."

 

  "응, 아~"

 

 제이가 입을 크게 벌리자 철수가 딸기잼을 바른 식빵을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

 

 오물오물 그가 직접 해준 아침을 먹으며 제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진짜 맛있다. 최고야, 최고."

 

 철수는 앞으로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를 다정하게 귀에 꽂아주며 말했다.

 

  "앞으로 내가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 줄게."

 

  "정말요?"

 

  "응, 너 맛있게 먹는 거 보니까 왜 안 먹어도 배부른 게 어떤 건지 알 것 같아."

 

 오렌지 주스를 마시던 제이는 흐뭇한 눈길로 철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철수 오빠, 이제 나한테 장가와도 되겠네."

 

 침대에서 아침을 먹은 제이는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얏!"

 

 팔을 뻗어서 스트레칭을 하던 제이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면서 손으로 허리를 짚었다.

 

 어제 철수의 이런저런 요구를 전부 다 받아줬더니 역시 허리에 무리가 간 모양이었다.

 

  "왜 많이 아파?"

 

  "응, 아니, 괜찮아요."

 

  "그래? 그럼 어제 못했던 걸 다시 한번……."

 

  "아이참!"

 

 이른 아침부터 몸의 대화를 나누려는 철수를 보고 제이는 찰싹 그의 손을 내려쳤다.

 

  "왜 그래요? 어제도 몇 번이나 했잖아요."

 

  "아직 그거로는 모자라."

 

 아침부터 자신의 입술을 덮쳐오는 그의 숨결은 뜨겁고 강렬했다.

 

 오랫동안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있던 철수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제이를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품에 안았다.

 

  "알았어. 네가 원하지 않으니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제이가 말을 덧붙이자 철수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오전은' 여기까지."

 

  "뭐예요? 그 말은 밤에 할 거라는 말이에요?"

 

  "그렇지. 우리 제이 똑똑하네. 나한테 시집와도 되겠다.“

 

  "정말 집요한 남자라니까."

 

 고개를 가로로 흔들며 철수를 타박했지만 제이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Rrrrr.

 

 핸드폰이 울리자 철수는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고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네, 강철수 대표님. 아시아 프로젝트 수정사항에 대해서 말씀드릴 게 있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그렇습니까? 일단 메일로 보내기 전에 나한테 지금 간략하게 설명해 주세요."

 

 통화하는 철수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제이는 그에게 잠시 떨어져서 거실 소파에 앉았다.

 

  "노랑아, 아빠 지금 일하느라 바쁘다. 우리끼리 놀자."

 

 제이가 낚싯대를 흔들며 노랑이와 놀고 있었더니 통화를 마친 철수가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미안, 요즘 일복이 터졌는지 자꾸 일이 들어오네."

 

  "괜찮아요."

 

 다시 서로를 끌어안고 소파에 나란히 앉은 제이는 조용한 목소리로 그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빠, 나랑 있을 때랑 전화 받을 때랑 목소리가 진짜 다른 것 같아요."

 

  "그래?"

 

  "응, 꼭 딴 사람 같아."

 

  "내가 전화 받을 때 어떤데?"

 

  "여보세요."

 

 제이가 손으로 전화하는 흉내를 내면서 무겁고 낮은 그의 목소리로 흉내 내자 철수가 모양, 하고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내가 그랬다고?"

 

  "응, 전문 성우처럼 두껍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잖아요."

 

  "그럼 너랑 있을 때는 어떤데?"

 

  "제이야."

 

 제이가 다시 부드럽고 감미로운 그의 음성을 흉내 내자 이번에는 철수의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내가 그랬다고?"

 

  "응응, 그랬어요. 그런데 그래서 너무 좋아."

 

 달콤한 목소리로 제이가 애교를 부리자 철수가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좋다고? 뭐가 좋은데?"

 

  "그냥 나만 특별 대우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오빠가 처음에 만났을 때와는 달리 날 부드럽게 부르는 것도 기분 좋고."

 

  "처음에는 내가 무섭게 말했어?"

 

  "네, 그랬잖아요."

 

  "아닌데, 난 처음부터 넌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특별 대우해줬는데."

 

 제이는 철수의 눈앞으로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그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봤다.

 

  "정말로?"

 

  "응."

 

  "진짜로?"

 

  "그래, 제이야."

 

 다시 한번 부드럽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철수는 제이를 끌어안았다.

 

  "그런데 왜 전화 받을 때는 그렇게 무서운 목소리로 말해요?"

 

  "그거야 당연히 널 지켜주기 위해서지."

 

  "응?"

 

 이게 무슨 소리야? 제이가 눈꺼풀을 깜박이면서 그를 바라보자 철수가 살짝 붉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세상에 나쁜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공주님을 지켜주려면 옆에 있는 기사가 무섭게 보여야지, 안 그래?"

 

 철수의 말에 제이가 풉, 하고 폭소를 터트리자 그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강철수 씨, 이렇게 귀여우면 반칙 아닙니까?"

 

 겨우 웃음을 멈춘 제이는 철수의 입술에 쪽, 하고 뽀뽀를 했다.

 

 

 

 ***

 

 

 

 홀로 방 안에 덩그러니 앉아있던 연주는 얼음이 담긴 크리스탈잔에 양주를 가득 따랐다.

 

 창밖에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연주는 입안으로 독한 양주를 부어 넣었다.

 

 한강을 품은 반짝이는 서울 도심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아파트였지만 연주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나는 소금물같이 욕심을 부리면 부릴수록 그녀의 마음은 텅 베어져만 간다는 사실을 연주는 모르고 있었다.

 

  "그럴 줄 알았어. 강철수 대표랑 윤제이가 사귄다 이거지?"

 

 연주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면서 다시 한번 양주를 한 모금 마셨다.

 

 목구멍이 타는 듯 아파졌지만 제이에 대한 질투심으로 괴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선 강한 도수의 술이 필요했다.

 

 밝은 스포트라이트가 오로지 자신만을 비추길 바랐는데 무대 위에서 그녀가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는 것 같았다.

 

 무엇을 하든지 항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연주는 사실 관심이 아니라 사랑에 굶주려 있었다.

 

  ㅡ 들었어? 윤 제이가 강철수랑 사귄대.

 

  ㅡ 강철수? 말기에 강철수 말하는 거 맞아?

 

  ㅡ 그래.

 

 두 사람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이미 파티장에서 봐서 알고 있었지만 직접 확인받으니 연주는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ㅡ 강철수가 뭐 엄청 대단한 사람이니? 별거 아니잖아.

 

  ㅡ 별거 아니라고? 그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세계적인 기업 '말디'의 회장이라고.

 

  ㅡ 세계적인 기업 '말디'? 웃겨. 난 '말디'에서 파는 물건 좋은지도 모르겠는데.

 

  ㅡ 좋은지도 모르겠다고?

 

  ㅡ 그래. 비싸기만 비싸고 질은 하나도 안 좋더라.

 

 연주는 애써 제이에 대한 질투로 비틀린 속마음을 숨기기 위해 저렴한 가격과 좋은 품질을 판매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말디'를 비방했다.

 

  ㅡ 그나저나 윤제이가 요즘 방송 출연을 뜸하게 하는 이유가 있었네. 강철수 대표랑 사귀는데 뭐 굳이 방송 출연할 필요가 있겠어? 난 그런 마음으로 일하는 여자들 진짜 마음에 안 들어.

 

  ㅡ 그런 마음?

 

  ㅡ 그래, 돈 많은 남자 잡았다고 당장 하던 일 그만두는 여자들 진짜 질색이야. 그런 여자들이 나중에 '경단녀'라고 하면서 약자인 척한다니깐.

 

 연주의 솔직한 심정은 철수의 사랑을 듬뿍 받는 제이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담겨 있었다.

 

 어떻게 제이 계집애는 내가 원하는 걸 그렇게 쉽게 가져갈까?

 

 연주가 그렇게 노력해도 안 되는 걸 제이는 힘들이지 않고 쉽게 얻었다.

 

 연주는 제이가 뒤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고 얼마나 노력했는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앞에 나타난 결과에서 항상 우위를 점령한 제이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일 밖에는 연주가 하는 일이 없었다.

 

  ㅡ 뭐야, 너 윤제이 질투 하는 거 아니야?

 

  ㅡ 지, 질투? 뭐? 질투는 무슨. 내가 윤 제이를 왜 질투해?

 

 질투? 그래, 질투야.

 

 그런데 내가 하는 건 괜한 질투가 전혀 아니거든.

 

 윤 제이만 이 세상에 없었으면 걔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내 것이 되었을 거야.

 

 오디션 프로그램에 우승하는 것도 나였을 테고, 강철수 대표의 사랑을 받는 것도 나였을 테지.

 

 시기와 질투, 열등감과 근거 없는 자신감까지 뒤섞인 그녀는 나이를 먹을수록 성숙하지 못하고 점점 퇴보하고 있었다.

 

  “마술사학교에서 윤제이가 내 우승 트로피를 빼앗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는 강철수 대표의 사랑을 받으면서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있겠지.”

 

 그동안 나를 얕봤던 인간들한테 보란 듯이 잘살 수 있었을 거야.

 

  “윤제이 같은 건 신경도 안 써도 될 만큼 나는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왜 하필이면 내 인생이 윤제이와 엮이게 된 걸까.

 

 왜 하필이면.

 

 왜 하필이면,

 

 왜 하필이면.

 

 왜 하필이면 그런 재수 없는 계집애가 내 인생에 나타나서 내 모든 것을 망가뜨려 놓느냔 말이야!

 

  "진짜 죽여버리고 싶어."

 

 열등감이 가득 담긴 눈동자의 연주는 다시 술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잔을 비웠다.

 

 

 

 ***

 

 

 

  "그, 그게 정말이야?"

 

 서재에서 재윤의 말을 들은 종석은 화들짝 놀라며 떨리는 눈동자를 숨기지 못했다.

 

 재운과 종석은 서재 안에서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종석의 서재에 모인 그들의 표정에는 어둠이 안개처럼 짙게 깔려있었다.

 

  "그래, 9월 17일. 다음 주 수요일에 윤제이를 납치할 거야."

 

 재윤의 말에 종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과연 이 계획이 성사될까 싶었는데, 차근차근 실행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사실 이번 주쯤에 윤제이를 납치하려고 했었는데 피터가 납치범을 부르느라 조금 시간이 지체됐어."

 

  "납치범들을 불렀다고?"

 

  "그래, 미국인을 불러서 윤제이를 납치할 거야."

 

 재윤의 말을 들은 종석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슬쩍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왜 미국에서 납치범들을 불러오는 건가?"

 

  "만약 실패했을 경우 조금이라도 검찰 수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지."

 

  "……오호라, 그렇구먼."

 

 종석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찰의 출두 요청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피하고 있었던 종석은 하루빨리 제이가 납치되어 자신을 향한 수사의 칼끝을 무뎌지기 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나한테 먼저 연락을 해온 피터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처음에 피터가 종석에게 연락해온 방법은 메일을 통해서였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종석은 메일에 가득 쓰여 있는 영어를 보고 난감해하다가 결국 재윤에게 도움을 청했다.

 

 피터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지만, 왠지 그가 자신의 인생에서 큰 도움을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피터라는 사람 말이야. 직접 만나보니까 어때?"

 

 종석은 낮은 목소리에 재윤에게 물었다.

 

 일단 피터의 말대로 모든 계획에 협조하고 있었지만, 종석은 왜 그가 윤제이를 납치하려고 하는 건지 이유가 궁금했다.

 

  "그게 그렇게 궁금한가?"

 

  "궁금하지. 그럼 안 궁금한가? 이상하잖아. 갑자기 제이를 납치하겠다니. 혹시 제이랑 무슨 원한 관계 있는 사람인가?"

 

  "아니,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내 생각에는 강철수랑 원한 관계가 있는 것 같아."

 

  "강철수랑?"

 

  "그래, 나도 피터랑 한 약속이 있어서 다 얘기는 못 하니까 그 정도만 알아둬."

 

 거들먹거리면서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는 재윤을 보고 종석은 더욱 애가 탔다.

 

 잠시 고민하던 재윤은 서재에 몰래 묵혀두었던 산삼주를 꺼내왔다.

 

  "이게 뭔가?"

 

  "뭐긴 뭐야. 이게 바로 산삼주야, 산삼주."

 

  "산삼주?"

 

  "그래, 이게 진짜로 산에서 살면서 산삼을 캐는 심마니에게 산 산삼주거든. 앞으로 나 대신 큰일 하느라 많이 힘들 텐데 산삼주 한 잔 마시고 원기 회복이나 하게."

 

  "뭐, 이런 걸, 다……."

 

 재윤은 거절하는 듯 손을 내저었지만, 산삼주를 보고 남몰래 군침을 삼켰다.

 

 재윤이 산삼주에 구미를 당겨서 한다는 것을 안 종석은 한쪽 입꼬리를 위로 말아 올리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피터가 강철수랑 원한 관계가 있단 말인가?"

 

  "원한 관계라기보다는…… 일단 한 잔 먹고 시작하지."

 

 재윤의 말에 종석은 얼른 산삼주를 술잔에 가득 담았다.

 

  "크으, 역시 산삼이라 다르구먼."

 

  "그래, 그럼. 다르지 달라."

 

 종석은 인터넷에서 구매한 산삼주를 귀한 산삼주로 착각하고 꿀꺽꿀꺽 목구멍으로 넘기는 재윤을 보며 속으로 키득거렸다.

 

  "아무래도 피터라는 사람도 나랑 똑같이 빚이 있는 모양이야."

 

  "그래?"

 

  "아마 그 친구는 돈을 노리고 강철수를 협박하기 위해 제이를 납치하려는 것 같아."

 

 음, 역시 그 자식도 별 볼 일 없는 빈 깡통 같은 놈이었구먼.

 

 고개를 위아래로 주억거린 종석은 계속해서 재윤의 입을 주시했다.

 

  "그러니까 제이를 납치해서 돈을 뜯어내겠다는 생각이군."

 

  "그렇지. 바로 그거야. 일단 제이를 납치해서 폐건물로 데려간 다음 피터가 사둔 제주도 별장으로 데려갈 생각이네."

 

  "그곳에서 협상하면서 몸값을 올리려는 생각인가?"

 

  "바로 그렇지."

 

 종석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방끈 길다는 변호사라는 자도 돈 앞에서는 힘없이 무너지는 모양새가 퍽 재미있었다.

 

  "그런데 설마 당신이 그 돈에 눈독을 들이는 건 아니지?"

 

  "무슨 돈? 아, 제이를 납치해서 몸값으로 받은 돈?"

 

 재윤이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으며 슬쩍 종석의 쪽으로 밀어놓았다.

 

  "아냐, 아냐, 그럴 리가 있나. 난 정말로도, 돈 욕심 같은 거 없는 사람이네."

 

 지금 종석이 바라는 건 오직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나가는 것뿐이었다.

 

 지금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한다면 돈이야 나중에라도 벌면 그만이었다.

 

  "난 돈보다는 제이의 '환상의 마술' 트릭이 알고 싶을 뿐이야."

 

 검찰의 수사권에 벗어난 다음 종석은 백룡이 제이에 남겨준 '환상의 마술' 트릭을 가지고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할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난 일단 한국에서는 재기하기 힘들 것 같아. 미국으로 가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네."

 

 종석의 말에 재윤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피터와 함께 제이를 납치해서 철수에게 받은 몸값을 나눠 가지겠네."

 

  "그래, 그래. 난 몸값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 둘이 나눠 가지시게."

 

  "대신 '환상의 마술' 트릭은 자네에게 주도록 하겠네."

 

 모든 일이 착착 풀려나가고 있자 종석은 안심한 듯 표정을 풀고 산삼주를 잔에 따라 들이마셨다.

 

 

 *

 

 

 새하얗게 질린 표정의 연주는 얼른 자신의 방에 들어와서 문을 걸어 잠갔다.

 

 연주는 서재에서 우연히 듣게 된 충격적인 대화 내용에 다리가 풀려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ㅡ 그럼 나는 피터와 함께 제이를 납치해서 철수에게 받은 몸값을 나눠 가지겠네.

 

  ㅡ 그래, 그래. 난 몸값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 둘이 나눠 가지시게.

 

  ㅡ 대신 '환상의 마술' 트릭은 자네에게 주도록 하겠네.

 

  "이, 이럴 수가……!"

 

 우연히 아빠의 서재 앞을 지나가던 연주는 쿤트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를 듣고 모든 것을 알아버렸다.

 

  "우리 아빠가 제이의 아빠의 죽음과 관련이 있었다니."

 

 비록 연주의 엄마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종석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아빠였다.

 

 어이없게 엄마가 죽고 난 뒤 아빠와의 유대 관계에 더욱 집착했던 연주는 종석의 추악한 민낯을 확인하고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종석은 백룡의 죽음에 사주를 한 것뿐만 아니라 제이를 납치하려는 계획에도 동조하고 있었다.

 

 두 팔로 자신의 몸을 끌어안으며 사시나무 떨듯이 부들부들 떨고 있던 연주의 입가게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니까 제이를 납치하면 걔가 가진 '환상의 마술'이 우리 것이 된다는 거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연주가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하하!"

 

 방 안을 가득 메우는 그녀의 웃음소리는 괴기하고 비틀려있었다.

 

  "그래, 맞아. '환상의 마술'. 그거만 있으면 윤제이는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지."

 

 '마술사학교'에서 자신이 제이에게 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그녀가 백룡에게 물려받았단 '환상의 마술' 때문이었다.

 

  "그 마술만 손에 넣는다면 난 윤제이 보다 더 유명한 세계적인 마술사가 될 수 있을 거야."

 

 ‘윤제이 납치 계획’이 성공한다면 아빠가 자신에게도 '환상의 마술' 트릭을 알려줄 것이 분명했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린 연주는 여기서 자신이 조용히 입을 닫고 있는 게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래, 아까 아빠가 서재에서 했던 대화…… 난 못 들은 거야."

 

 연주는 자신에게 떨어질 콩고물을 생각하면서 조용히 '윤제이 납치 계획'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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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원래 독일에서는 인사 대신 목에 키스하는 … 2017 / 12 / 5 238 0 8764   
51 51. 개미지옥에 빠진 불쌍한 개미 2017 / 12 / 4 272 0 8102   
50 50.당신들한테 제안할 게 있어요. 2017 / 12 / 3 240 0 7987   
49 49.영원히 그와 함께 하고 싶어. 2017 / 12 / 2 252 0 7901   
48 48.철수 씨가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2017 / 12 / 1 247 0 8611   
47 47.무릎과 무릎 사이에 2017 / 11 / 29 628 0 8123   
46 46.제이는 철수를 좋아해? 2017 / 11 / 27 277 0 8107   
45 45.슬프면 슬프다고 말해요 2017 / 11 / 26 258 0 8563   
44 44.나중에는 내가 너 구해줄게. 2017 / 11 / 24 259 0 8193   
43 43.제이가 내 사무실에는 어떻게……? 2017 / 11 / 24 257 0 8265   
42 42.미래의 남편이요? 2017 / 11 / 22 249 0 8823   
41 41.짝사랑하는 여자의 속마음을 알아보는 법 2017 / 11 / 20 259 0 8481   
40 40.제이 씨, 우리 형이랑 사귀어요? 2017 / 11 / 17 238 0 8478   
39 39.품에 안긴 가녀린 몸 2017 / 11 / 16 238 0 7984   
38 38.내가 철수 씨를 좋아한다고? 2017 / 11 / 15 269 0 7784   
37 37.대표님, 제이 씨랑 데이트하세요. 2017 / 11 / 14 235 0 7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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