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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55.정말로 미치도록 귀엽다
작성일 : 17-12-11 19:11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8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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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정말로 미치도록 귀엽다

 

 

 

 제이는 들고 있던 찌개 그릇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손잡이가 뜨겁다면서 재빨리 귓불을 잡는 제이의 모습을 철수는 넋을 놓은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찌개 식기 전에 어서 드세요."

 

 제이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철수의 고막을 기분 좋게 자극했다.

 

 오빠라니. 제이가 지금 나한테 오빠라고 한 건가?

 

  "오빠, 뭐 하고 있어요? 오빠가 좋아하는 된장찌개니까 어서 드세요."

 

 제이가 숟가락으로 찌개 그릇을 가르키며 달콤한 미소를 그에게 날렸다.

 

  '아, 정말로 미치도록 귀엽다."

 

 고백을 하고 제이와 그저 그런 사이에서 특별한 사이가 된 철수는 그녀가 귀여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는 지경까지 다다랐다.

 

 철수는 웃으면서 된장찌개를 숟가락으로 한 입 먹었다.

 

 된장찌개 맛을 본 철수가 입을 헉 벌린 채 탄성을 질렀다.

 

  "역시 제이가 끓인 된장찌개보다 맛있는 건 없습니다."

 

 순간 제이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왜 갑자기 나한테 존댓말 해요?"

 

  "평소랑 똑같은 데 왜 그럽니까?"

 

  "어제는 나한테 말 편하게 했으면서."

 

 철수는 술을 먹고 제이에게 주정을 했던 일을 생각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그때는 술에 취해 있어서……."

 

  "오빠가 나한테 말 편하게 랚으면 좋겠어요."

 

  "……."

 

  "내가 오빠보다 7살이나 어린데 존댓말 하면 되게 거리감 느껴져서 기분 상한단 말이야."

 

 사랑스럽게 투정 부리는 제이를 보고 철수는 다시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건 반칙 아닌가?

 

 철수는 냉큼 그녀의 말대로 말을 놓았다.

 

  "그래, 알았어. 제이 네 말대로 할게."

 

  "고마워요, 오빠."

 

 제이의 말을 듣고 다시 표정에 웃음이 번진 철수의 입꼬리는 내려갈 줄을 몰랐다.

 

 된장찌개와 구운 생선이 전부인 소박한 밥상이었지만 그녀와 함께 해서 그런지 모든 음식이 입에서 살살 녹았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

 

  "그럼 차는 제가 준비할게요."

 

 부엌에서 철수가 설거지를 하는 사이 제이는 옆에서 차와 함께 먹을 존득쫀득한 과일 양갱을 준비했다.

 

  "응? 오빠 향수 바꿨어요?"

 

 제이가 철수의 목덜미 쪽으로 살짝 코를 들이대며 킁킁거렸다.

 

 목덜미를 자극하는 야시시한 숨결과 귓가에 울리는 그녀의 나른한 목소리에 철수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어제보다 경계심이 무너진 제이를 보고 철수는 어쩌면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했다.

 

 제이를 ……ㅁ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

 

  "제이야, 왜 내 향수 냄새가 그렇게 좋아?"

 

 장난스럽게 던진 말이었지만 제이의 입에선 임팩트 있는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네, 좋아요."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제이를 보고 철수는 다시 미세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건 반칙이야,

 

 삐- 삐-

 

 철수의 머릿속에서 인내심 수치가 한계까지 올라갔다.

 

 한 번만 더 그녀가 사랑스러운 행동을 한다면 철수는 자신이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래처 사람한테 선물로 받은 향수야. 맡아봤는데 좋은 것 같아서 뿌렸어. 어때, 마음에 들어?"

 

 살짝 눈을 가늘게 뜬 제이는 고민하다가 고개를 가로로 내저었다.

 

  "별로야?"

 

  "음…… 예전 향수가 훨씬 난 것 같아요."

 

  "그래, 알았어. 그럼 향수는 예전 걸로 쓰지."

 

 설거지를 다 마친 철수는 종이타월로 손을 닦았다.

 

  "나도 괜찮은 향수 하나 살까요?"

 

  "향수를 왜 뿌리려고?"

 

  "내 몸에서 좋은 향기 나면 좋잖아요. 길거리 가다가 오빠랑 같은 향수 쓰는 사람 만나면 자연스럽게 오빠 생각나기도 하고."

 

  "내가 길 가다가 네 생각 했으면 좋겠어?"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요."

 

 제이가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걱정 마. 난 항상 네 생각 하고 있으니까 향수 같은 건 필요 없어."

 

 철수는 제이와 자연스럽게 손깍지를 끼고 그녀의 손을 끌어당겨서 입을 맞췄다.

 

 쪼옥.

 

  "……엄마야."

 

 갑자기 손등에 키스하는 철수를 보고 제이는 놀란 듯이 토끼 눈을 떴다.

 

  "깜짝 놀랐잖아요."

 

  "손등에 키스한 거로 깜짝 놀라면 어떡해. 입술에 키스하고 싶은 거 겨우 참은 거야."

 

 제이가 고개를 들어 힐긋 철수를 응시했다.

 

 가만히 눈을 마주치고 있던 제이가 팔로 철수의 목을 감아 그의 품에 안겼다.

 

  "이렇게 좋을 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고백하는 건데."

 

 안겨 오는 몸은 작고 가녀려서 철수는 두 팔을 뻗어 살며시 안았다.

 

  "미안해. 내가 먼저 용기를 냈어야 하는 건데."

 

  "괜찮아요, 오빠. 오빠도 나한테 고백 망설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잖아."

 

 철수는 약간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3년이나 지난 사건이었는데 아직 그날의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제이를 힘들게 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

 

  "미안해. 그동안 마음 고생 많았지?"

 

 철수는 고개를 가로로 흔드는 제이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조금 더 열심히 치료를 받았더라면 네가 가슴 졸이는 일 없었을 텐데."

 

 물끄러미 철수를 바라보던 제이가 실소를 터트렸다.

 

 바닥을 향해 시선을 떨어뜨린 제이의 눈가에는 물기가 어려있었다.

 

  "뭐가 그렇게 미안해요. 미안할 일도 많네."

 

 철수가 손을 뻗어 제이의 잔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말했다.

 

  "너한테는 뭐든지 고맙고 뭐든지 미안해."

 

  "……."

 

  "내 옆에 있어 줘서 고맙고 날 사랑해 줘서 고맙고 항상 날 보고 행복하게 웃어줘서 고마워."

 

  "……그리고요?"

 

  "빨리 내 마음 고백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좋은 것만 보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지금 보다 더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지."

 

  "지금보다 어떻게 더 행복해."

 

 제이의 말에 철수의 얼굴이 화끈 달아 올렸다.

 

 안 돼…… 이건 진짜로 너무 사랑스럽잖아.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있지. 이게 정말 실화야?

 

  "이제 미안해하지 말아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요."

 

 쪼옥.

 

 철수는 제이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그녀의 몸을 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계속 이러고 있으면 나 오늘 출근 못 할 것 같아."

 

 제이도 철수의 마음을 아는지 방긋하고 그의 목에 감겨있던 팔을 풀었다.

 

  "넥타이 매야겠다. 내가 매줄까요?"

 

  "그래, 그럼 나야 좋지."

 

 처음 넥타이를 매보는 제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철수의 넥타이를 매주기 위해 노력했다.

 

 어설픈 손동작으로 넥타이를 매는 제이를 보며 철수의 입꼬리는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갔다.

 

  "저기 오빠……."

 

  "왜?"

 

  "나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뭔데?"

 

  "그러니까…… 음…… 오빠 넥타이를 다른 사람도 매준적 있죠?"

 

 살짝 시선을 아래로 내린 제이를 보면서 철수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 넥타이를 매준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철수의 말에 제이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면서 좋아했다.

 아무래도 제이는 같이 납치 사건을 겪었던 전 여자친구를 무척이나 많이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바보같이, 하나에 대해선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물론 철수는 하나를 진지하게 생각했지만 그날 이후로 그녀에 대한 마음을 깨끗하게 지워버렸다.

 

  "……."

 

 또다시 납치 사건날 있었던 일이 떠오르자 철수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제이가 그의 표정을 살피며 눈치를 보자 철수는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쓸데없는 신경 쓰지 마. 난 이제 너밖에 없으니까."

 

 철수는 자신의 말에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제이를 뿌듯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

 

 

 

  -「그래서 너 정말로 철수 만나려고 한국까지 간 거야?」

 

  「응, 지금 인천 공항이야.」

 

  - 「oh, mein gott(오, 맙소사)!」

 

 사람들 사이로 캐리어 하나를 끌고나오는 로라는 발목까지 오는 긴 모피코트를 입고 있었다.

 

  -「철수를 찾아가서 도대체 뭘 하려고.」

 

  「그냥 오랜만에 얼굴 보고 싶어서 찾아가는 거야.」

 

 보통 한국 남자보다 훨씬 키가 큰 로라는 모델 같은 아우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네가 무슨 염치로 철수를 찾아가려고 하는 건데.」

 

  「왜? 벌써 3년이나 지난 일이잖아. 철수도 이미 날 용서하고 있을 거야.」

 

  -「그 일을 철수가 어떻게 용서하겠어.」

 

 로라는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리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3년 동안 철 좀 들길 바랐는데 넌 여전히 이상하구나.」

 

 검은 선글라스를 쓴 로라를 보면서 사람들은 슈퍼 모델이 아니냐고 수군거렸다.

 

 로라는 자신을 향해서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할리우드 스타처럼 미소를 보냈다.

 

 인파속에 핸드폰을 들고 그녀의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철수는 왜 독일을 놔두고 한국에서 살겠다고 한 거야.」

 

 왜 남의 사진을 함부로 찍는 거야. 재수없게.

 

  -「아시아 프로젝트 때문이라고 하던데 속사정이야 모르지. 여자기 있을지도?」

 

 로라는 처음 철수를 봤을 때를 떠올렸다.

 

 자신을 향해 씩 웃던 모습을 보고 여고생이었던 로라는 첫눈에 사랑에 빠졌었다.

 

  「여자라니 말도 안 돼. 철수에게 여자가 있을 리가 없잖아.」

 

  -「태오 말로는 여자가 있는 것 같던데.」

 

  「뭐라고?」

 

 우뚝 걸음을 멈춰 세운 로라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주위에서 자신을 보고 수군거리는 것이 보였지만 로라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철수같이 잘생긴 남자한테 여자가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스피커로 들리는 목소리에 로라가 경직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철수한테 여자가 있어도 상관없어. 결국, 철수는 나한테 다시 올 거야. 3년 전처럼.」

 

 얼굴에 씨익 하고 자신만만한 미소를 머금은 로라는 예약한 리무진의 문을 열고 올라탔다.

 

 

 

 ***

 

 

 

  "오빠, 오늘 출근 잘 했어요?"

 

 점심시간에 맞춰서 제이는 철수의 회사 근처로 찾아갔다.

 

 같이 오붓하게 점심을 먹고 근처 공원 벤치에 앉은 사람의 손에는 씁쓸한 아메리카노와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었다.

 

 물론 아메리카노는 철수 꺼, 아이스크림은 제이 꺼 였다.

 

  "안타깝게도 오늘 지각했어. 아침 회의 시간에 맞춰서 최대한 빨리 가려고 했는데 지각. 사원들 보기 얼마나 낯부끄럽던지."

 

  "그러니까 나한테 뽀뽀 그만하고 빨리 가라고 했잖아요."

 

  "사원들이 다 모여있는 회의실에 들어가면서 생각했지."

 

  "뭐라고요?"

 

  "이럴 거면 아예 회의를 취소시키고 보뽀나 실컷 할 걸 그랬나. 하하하."

 

 환한 미소를 띠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철수를 향해 제이는 눈을 흘겼다.

 

  "무슨 말도 그런 안 되는 소릴 해요. 회사에는 제시간에 가야죠."

 

  "알겠습니다, 공주님."

 

 착하게 대답하는 철수를 보고 웃음짓던 제이는 자신에게 슥 내민 철수의 손을 씩씩하게 맞잡았다.

 

  "우리 손 잡고 한 바퀴 걸을까?"

 

  "네, 같이 걸어요."

 

 푸르른 잎이 돋아있는 나무 사이를 걸으면서 철수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행복하다."

 

  "……저도요."

 

  "다행이야."

 

  "뭐가요?"

 

  "한국에서 널 다시 만난 거."

  "

 

 철수의 말에 제이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가 예전에 만난 적이 있었나요?"

 

  "응, 만난 적 있었어. 내가 고등학교 때, 네가 초등학교 때. 기억 안 나?"

 

  "……글쎄요."

 

 곰곰이 생각을 더듬어 봤지만, 철수를 만난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 제이는 머뭇거렸다.

 

  "예전에 내가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연습실에서 불을 이용한 마술을 해보겠다고 하다가 불을 낸 적이 있었어."

 

  "아, 그럼 그때 그 사람이……!"

 

 제이가 예전에 만났던 철수를 떠올리자 그가 입가에 유려한 미소를 머금었다.

 

  "기억나?"

 

  "네."

 

 아빠의 연습실에서 연습하던 제이는 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소화기를 들고 달려갔었다.

 

  ㅡ 고맙다, 꼬마야. 다음번에는 내가 널 꼭 구해줄게.

 

 얼굴에 검은 재를 묻히고 서글서글하게 웃던 오빠가 지금 바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그였다니.

 

  "그 사람이 오빠였구나."

 

  "응, 나였어."

 

 제이는 반달 눈을 그리면서 환하게 웃었다.

 

  "제이, 부탁인데 그렇게 웃지 마."

 

  "제가 어떻게 웃었는데요?"

 

 쪼옥,

 

 철수가 갑자기 그녀의 입술에 뽀뽀하자 그녀는 얼른 주위를 둘러봤다.

 

 그와 그녀가 있는 곳은 오늘 날씨가 좋아사 사람들이 많이 몰렸던 공원 한 가운데였다.

 

 철수는 그녀가 당황하는 것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왜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뽀뽀하는 거예요?"

 

  "예뻐서."

 

 즉각 돌아오는 철수의 말에 제이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 오빠를 내가 어떻게 이겨.

 

  "……나 진짜로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뻔뻔스럽게 표정 하나 안 변하는 철수가 얄미워서 제이는 눈을 흘겼다.

 

  "원래 그렇게 뽀뽀를 잘해요?"

 

  "너한테만."

 

 제이는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역시 난 오빠를 이길 수 없나 봐.

 

  "나도 궁금한 거 있는데…… 솔직하게 대답해 줄 수 있어?"

  "네, 그럼요."

 

 철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제이는 긴장해서 표정을 굳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야?"

  "뭐, 뭘요?"

 

  "어떻게 그렇게 사랑스럽게 눈웃음칠 수 있는 거지?"

 

 철수의 말에 제이의 얼굴이 불게 달아올랐다.

 

  "나도 몰라요."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철수와 제이 주변에 현장학습을 나온 아이들이 몰렸다.

 

 노란색 유치원복을 입고 재잘거리는 아이들은 귀여운 노란 병아리 같았다.

 

  "진짜 귀엽지 않아요. 난 나중에 애들 많이 낳고 싶어."

 

  "제이도 그래?"

 

 철수는 눈을 반짝 반작 빛내며 말했다.

 

  "나도 나중에 아이들 많이 싶어. 대가족 만드는 게 꿈이야."

 

 철수가 살짝 고조된 목소리로 가족계획을 쏟아냈다.

 

  "난 딸만 세 명 낳았으면 좋겠어. 아들보다는 딸이 훨씬 예쁠 것 같아."

 

  "아들이든 딸이든 아이들은 다 귀엽죠."

 

  "난 그래도 딸만 좋아할 거야."

 

 이미 딸바보를 예약한 듯한 철수를 보고 제이는 웃으며 물었다.

 

  "왜 그렇게 딸이 좋아요?"

 

  "딸은 분명히 너 닮았을 거 아니야. 그러니까 아들보다는 딸이 좋지."

 

  "오빠 닮은 아들도 귀여울 것 같은데."

 

  "아무튼 난 애들은 많았으면 좋겠어."

 

 철수가 제이의 어깨를 몸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우리 정말 잘 맞지 않아? 앞으로도 쭉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자."

 

 제이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대가족을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아이를 만들자."

 

  "네. 열심히 아이를 만들어……."

 

 기본 좋게 대답한 제이가 아차, 하고 말끝을 흘렸다.

 

 아이를 만들려면 오빠랑 내가…….

 

 약속이나 한 듯이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

 

  "……."

 

 자신의 손에 감겨있는 철수의 손가락이 조금 끈적하게 움직이는 듯했다.

 

 뭐가…… 오빠 눈빛이…… 나한테 뭔가 깊은 걸 원하는 것 같은데…….

 

  "아."

 

 뭔가 생각난 듯 제이가 고개를 위로 치켜들었다.

 

  "오빠, 이제 점심 시간 다 끝난 것 같아요."

 

  "그런가?"

 

  "네, 네. 이번에도 지각하면 안 되죠. 얼른 회사로 들어가요."

 

 제이가 그의 등을 회사 쪽으로 밀자 철수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면서 사라졌다.

 

 혼자 남은 제이는 안도의 한숨을 쉬다가 번뜩 아주 중요한 사실을 떠올렸다.

 

  "……아, 맞다. 나 오빠랑 같이 살지?"

 

 

 

 ***

 

 

 

  ㅡ 난 딸만 세 명 낳았으면 좋겠어. 아들보다는 딸이 훨씬 예쁠 것 같아.

 

  ㅡ 아들이든 딸이든 아이들은 다 귀엽죠.

 

 제이는 철수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면서 슬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ㅡ 난 그래도 딸만 좋아할 거야.

 

 단호한 표정으로 말하던 철수를 떠올리며 제이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가 하는 말이 빈말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 정말로 애들 차별하고 그러면 안 되는 건데.'

 

 만약 아들이 태어나면 자신이 철수와 아들 사이에 껴서 고생 꽤나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딩동.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던 제이는 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인터폰을 향해 다가갔다.

 

  '누구지? 아직 오빠가 올 때는 아닌데.'

 

 인터폰 화면에서 선글라스를 낀 여자의 얼굴이 나오자 제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문을 열었다.

 

  「여기가 로열 아파트 아닌가요?」

 

  "아, 저기……."

 

 갑자기 들린 영어에 잠시 당황했던 제이는 다시 유창하게 영어로 말했다.

 

  「누구세요?」

 

 선글라스를 쓴 로라가 삐딱하게 제이를 내려다봤다.

 

 잠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얼굴인데.

 

 눈에 익었던 로라의 얼굴을 보고 제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굳은 표정으로 제이를 위아래로 훑던 로라가 다시 물었다.

 

  「여기 로열 아파트 맞아요?」

 

  「네, 맞는데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음, 여기 맞구나.」

 

 로라는 제이의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고 성큼성큼 마음대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 그런데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철수, 철수 만나러 왔어요. 그쪽은 여기서 철수랑 같이 사는 동거인?」

 

  「네? ……네.」

 

 갑자기 나타나서 자신의 신상을 캐는 로라가 어이없긴 했지만 숨길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제이는 당당하게 그의 동거인임을 밝혔다.

 

 「그럼 이름이 윤제이 맞죠?」

 긴 다리로 다가와 로라는 선뜻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요. 제이. ……아, 제이라고 불러도 되죠?」

 

  「네,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세요.」

 

 철수와 잘 아는 사이인 것 같아서 제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 제이 씨가 이렇게 생겼었구나.」

 

 삐딱하게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로라의 시선에 기분이 나빠진 제이는 살짝 표정을 구겼다.

 

 「난 로라예요. 한국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을 '언니'라고 부른다면서요? 지금 여기는 한국이지만 난 여기를 독일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날 그냥 '로라'라고 불러요.」

 

 두서없는 소리를 하는 로라를 보고 제이는 심히 당혹스러웠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짧게 심호흡한 제이는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로라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죄송한데, 오빠랑 어떤 사이세요?」

 

  「오빠?」

 

  「……어, 그러니까 철수 씨요.」

 

 가만히 제이를 바라보던 로라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왠지 눈에 있었던 로라의 얼굴을 확인한 제이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그녀는 철수의 서재에 꽂혀있던 책 사이에 있던 폴라로이드 사진 안에 있던 여자였다.

 

 짧은 금발 머리에 웨이브를 넣은 그녀 옆에서 철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누구냐고 물었죠?」

 

 로라는 뻔뻔하고 경계심이 담긴 미소로 웃으며 대답했다.

 

  「난 철수와 3년 전에 헤어졌던 여자친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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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7.오빠, 미안한데 저 수건 좀 가져다주실래요 2017 / 12 / 21 370 0 7726   
56 56.그럼 둘이 언제 잤어요? 2017 / 12 / 20 274 0 8352   
55 55.정말로 미치도록 귀엽다 2017 / 12 / 11 257 0 8486   
54 54.절대 내 품에서 안 놔줄 거야 2017 / 12 / 9 265 0 8422   
53 53.나도 철수 씨를 좋아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2017 / 12 / 7 256 0 8814   
52 52.원래 독일에서는 인사 대신 목에 키스하는 … 2017 / 12 / 5 246 0 8764   
51 51. 개미지옥에 빠진 불쌍한 개미 2017 / 12 / 4 280 0 8102   
50 50.당신들한테 제안할 게 있어요. 2017 / 12 / 3 249 0 7987   
49 49.영원히 그와 함께 하고 싶어. 2017 / 12 / 2 258 0 7901   
48 48.철수 씨가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2017 / 12 / 1 251 0 8611   
47 47.무릎과 무릎 사이에 2017 / 11 / 29 631 0 8123   
46 46.제이는 철수를 좋아해? 2017 / 11 / 27 285 0 8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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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제이가 내 사무실에는 어떻게……? 2017 / 11 / 24 264 0 8265   
42 42.미래의 남편이요? 2017 / 11 / 22 255 0 8823   
41 41.짝사랑하는 여자의 속마음을 알아보는 법 2017 / 11 / 20 265 0 8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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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대표님, 제이 씨랑 데이트하세요. 2017 / 11 / 14 239 0 7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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