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성범죄 수사팀
작가 : 유지
작품등록일 : 2017.12.11

과거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성범죄 피해자 차유연, 유연은 형사가 되자마자 성범죄 수사팀을 만들고 팀장인 한상혁과 함께 끝없이 일어나는 성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강남역에 일어난 강간사건의 해결을 위해 출동한 유연은 예상밖의 인물과 마주치는데, “네가 날 벗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해?” 뗄레야 뗄 수 없는 지독한 악연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유연과 강간의 후유증으로 자살을 택해버린 동생의 복수를 위해 불구덩이로 뛰어든 상혁의 미스터리 로맨스.

 
File 05. 과거의 늪
작성일 : 17-12-11 16:03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445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시언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루 종일 고된 일에 시달리고, 겨우 얻게 된 작은 휴식 시간이었지만, 그마저도 잘 되질 않아 몇 번이고 잠자리를 바꿔야만 했다. 숙직실 바닥에 누워 이리저리로 뒹굴던 시언은 결국 답답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벌떡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섰다. 어차피, 잠도 안 오는 거 일이 라도 더 해야 할 듯 했다.

 

  시언의 자리는 성범죄 수사팀 사무실의 맨 끝, 그러니까, 창가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꽤나 덥고, 밝은 위치에도 불구하고 시언은 그 자리를 좋아했다. 그건, 햇빛 좀 받고 밝아지라며 성범죄 수사팀의 팀장인 상혁이 직접 준비해준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시언은 상혁을 좋아했다. 아, 물론 그런 좋아함이 아니라, 친구로서 좋아한다는 것을 뜻했다. 예전 시언이 조폭 일을 할 때 알게 된 상혁은 늘 시언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대했다. 조폭이라는 이유로 말 한마디 못 걸던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먼저 다가와 친근하게 말을 걸었고, 장난도 쳤으며, 조금의 편견 없이 친구라 불렀다. 마치, 아주 오래된 친구처럼.

 

  시언은 사무실 안으로 향했다. 어디 간 건지, 선경이 누워있던 소파는 텅텅 비워진 뒤였다. 퇴근했나, 태연하게 생각하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금세 켜지는 컴퓨터 바탕화면 위로, 수많은 파일들이 엉키며 눈을 따갑게만 만들었다.

 

  “폴더 좀 정리해야겠네.”

 

  시언은 답답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몇 달간 일에 정신없이 매달렸더니, 컴퓨터가 아주 난장판이었다. 뭐, 원래도 깨끗하게 쓰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왠지 이러다간 일한 파일도 제대로 못 찾을 것 같아 수많은 폴더를 일일이 열어 확인하고는 필요 없는 폴더만 골라 휴지통에 넣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런데,

 

  “아.”

 

  탄성이 샜다. 아주 익숙한 폴더가 시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수민.’ 이라고 적혀있는 폴더 앞에서 시언은 아무것도 못한 채, 한참을 멍하니 그 폴더를 바라보고 또 바라보는 것을 반복했다.

 

  심장이 거세게 분탕질을 했다. 흔한 이름 하나에 이렇게나 흔들리는 자신이 바보 같으면서도, 차마 어쩔 수가 없었다. 수민은 시언의 첫사랑이었고, 전부였으며, 다신….

 

  “제길.”

 

  불쑥 화가 치밀어 올랐다. 시언은 책상에 이마를 쿵 하고 박았다. 언제나, 과거를 생각하는 건 한없이 힘들기만 했다. 아주 끔찍하게도.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시언은 천천히 커서를 옮겨 그 폴더를 더블 클릭했다. 순식간에 뜨는 사진들이 시야를 뿌옇게 만들고, 물밀듯 밀려온 과거가 순식간에 시언을 덮치고 말았다.

 

  그러니까, 시언이 수민을 만나게 된 건 일생일대의 실수라고 생각했다.

 

  “미안해요.”

 

  다신 돌이킬 수 없는 최대의 실수.

 

  그 날은 한없이 흐렸다. 쌀쌀한 바람이 코끝을 스칠 때마다 시언은 팔뚝 주변을 쓱쓱 문대며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절뚝거리는 걸음과 흙투성이가 된 수트, 그리고, 상처가 가득한 손등까지. 딱 보면 알 수 있듯이 시언은 어디서 한바탕 하고 오는 길이었다.

 

  피비린내가 온 동네를 울렸다. 수민에게 나름 멋있게 보이려고 새로 산 정장이었는데, 싸움을 하느라 완전 걸레짝이 되고 말았다. 고백이라도 해볼까 했는데, 하필이면 오늘 싸움이 일어나다니. 정말이지,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온 몸이 다 아프네, 진짜.”

 

  시언은 잔뜩 투덜거리며 높고 높은 골목길을 꾸역꾸역 올라가고 있었다. 하루가 이렇게나 스펙터클할 줄이야, 눈앞에 아른거리는 붉은 것들에 자꾸만 토악질이 치밀어 올랐다.

 

  끔찍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오늘 갑자기 라이벌인 국내 최대 조직 Y에서 엄청난 무장을 하고 시언의 조직에 쳐들 왔기 때문이었다. 다행이게도, 얼마 전 밀수한 총이 있었기에 쉽게 진압할 수는 있었지만, 모든 피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조직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사용한 무기의 개수도, 죽어나간 조직원의 수도 어마어마했다. 어찌나, 죽어라 덤벼들던지 그 인간들을 막아내느라, 동료인 문석은 한쪽 손목이 부러져버릴 정도였다.

 

  시언은 꽤나 유명한 조직에 소속된 조폭이었다. 그렇기에 오늘처럼 각목으로 사람을 때리고, 총으로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심지어 직접 칼로 사람의 눈깔을 도려내기까지 해야만 했다. 아무리, 이런 일을 많이 해본 시언이라고 해도 바닥을 친 기분을 다시 돌리기란 쉽지 않았다.

 

  시언은 힘겹게 수민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수민이 이 꼴을 본다면, 난리를 칠게 분명했지만, 먹먹한 마음에 좀처럼 잠이 올것 같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었다.

 

  “수민이는 학교에서 왔으려나.”

 

  밤 11시를 넘어가고 있는 시각이긴 했지만, 늘 늦게까지 남아 공부를 하던 수민이었기에 집에 있을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다. 안 왔으면 기다리지 뭐, 시언은 태연히 생각하며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수민의 집은 달동네 맨 끝에 위치한 집이였다. 그것도 아주 작고 허름한 집. 이런 집에서 사람이 살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무너져가는 집이기도 했다. 수민은 할머니와 둘이 살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면서 혼자 살게 된 상태였다.

 

  뭐, 딱 봐도 알 수 있듯이 수민은 부모가 없었다. 수민을 버린 건지, 아님 돌아가신 건지 할머니가 말해주지 않아 알 수는 없었지만, 수민은 늘 후자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건, 할머니가 매일 밤 자식의 사진을 보며 울음을 터트리는 것만 봐도 알 수가 있었으니까.

 

  한, 12시쯤 됐으려나?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어두워진 하늘 위에 뜬 커다란 달이 시린 빛을 쏟아냈다. 시언이 수민의 집 앞에 쪼그려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이, 누군가 시언의 앞으로 허겁지겁 뛰어왔다.

 

  “시언아저씨!”

 

  어? 탄성이 샜다. 시언은 퍼뜩 고개를 들었다. 눈앞으로는 그토록 기다리던 예쁜 얼굴이 보였다. 심장이 쿵쿵 뛰게 할 만한 아주 예쁜 얼굴이.

 

  “아, 아니 이게 뭐에요?”

  “고딩 많이 늦었네.”

 

  수민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피로 범벅이 된 얼굴과, 흙투성이가 된 옷, 그리고, 씩 웃고 있는 얼굴까지, 정말로 경악 그 자체였다. 태연하게 씩, 웃고 있는 얼굴에 수민의 속이 타들어가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시언은 태연하게 말을 덧붙였다.

 

  “너 자꾸 늦게 다니면 위험한데.”

  “지금 아저씨가 더 위험하거든요? 이게 도대체 뭐에요?”

 

  수민은 버럭버럭 소리를 쳤다. 늘 이렇게 다치고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는 시언을 많이 겪어왔긴 했지만, 이번엔 경우가 좀 심한 듯했다. 피로 범벅된 옷하며, 상처가 깊게 패인 손목하며, 아무리 찾아보려고 해도 멀쩡한 곳을 찾아 볼 수가 없을 정도였으니까. 수민은 벌벌 떨리는 손을 뻗어 시언의 상처난 이마를 매만졌다.

 

  “아니, 도대체.”

  “아파.”

  “예?”

  “아프다고.”

 

  그럼 이렇게 다쳤는데 아프지! 안 아프겠어요!? 한껏 짜증을 내며, 수민은 속상한 마음을 애써 감추었다.

 

  이렇게 아프면 병원에 갈 것이지, 왜 매번 이리로 오는 거야.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시언을 끌고 병원으로 가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시언은 조폭이었고, 만약 병원에 데려간다면 경찰에게 나 잡아주쇼. 하고 내미는 꼴과 다름이 없었으니까.

 

  수민은 시언을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려다가, 금세 고개를 저었다. 늘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는 걸 싫어했던 시언이었다. 집에 같이 있으면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그런다나, 뭐래나. 아무튼, 오늘도 하는 꼴을 보니, 집에 데리고 가기는 그른 듯했다.

 

  수민은 어쩔 수 없이 입고 있던 교복 마이를 벗었다. 얇은 셔츠 한장 입은 시언이 몹시도 추워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봄이라고 해도, 밤이 되면 쌀쌀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했다. 수민은 시언의 어깨에 마이를 덮어주고 집에 들어가 재빨리 구급상자를 들고 나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무슨 뜻이야?”

 

  시언의 짓궂은 목소리로 물었다. 교복마이를 든 수민이 어정쩡한 자세로 멈추어 섰다.

 

 “예?”

 “난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수민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걸 아는지 모르는지, 시언은 태연하게 덧붙였다.

 

  “네가 그렇다면, 말리진 않을게.”

 

  지금 사람 걱정 다 시켜놓고는, 샐샐 웃으며 야한 농담이나 할 때야!? 웃고 있는 시언의 얼굴에 하, 하는 기가 찬 숨이 샜다. 수민은 손바닥으로 힘껏 시언의 팔뚝을 내려쳤다. 아야!

 

 “됐거든요! 이거나 입어요, 추워 보이니까.”

 

  수민은 툭 그의 머리위로 마이를 던져주고는 씩씩대며 집 안으로 향했다. 멀어지는 뒷모습이 금세 집안으로 쏙 사라졌다. 시언은 벌떡 몸을 일으켜 수민을 따라가려다가, 갑자기 우뚝 멈추어 섰다. 핑, 도는 세상이 한없이 어지럽기만 했다. 뿌옇게 흐려진 시야위로 허겁지겁 달려오는 수민이 보였다. 그런데,

 

  “어? 선배님.”

 

  시언은 화들짝 몸을 떨었다. 퍼뜩 고개를 든 시언이 멍하니 주변을 살폈다. 익숙한 자리와 화면을 가득 채운 사진들, 그리고, 자신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선경까지.

 

  “선, 선배님?”

 

  선경은 발을 동동 구르며, 계속해서 시언을 불렀다. 넋을 놓고 있는 시언이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다가와 봤더니, 눈이 탁 풀려있는 게 제정신은 아닌 듯했다.

 

  선경이 시언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킨 시언이 선경의 어깨를 툭 치고는 급히 밖으로 향했다. 쿵 닫히는 문 뒤로 선경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내, 내가 뭘 잘못한건가.”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9 File 29. 비상상황 2017 / 12 / 11 265 0 4033   
28 File 28. 상처 2017 / 12 / 11 278 0 4590   
27 File 27. 긴급 상황 2017 / 12 / 11 288 0 4449   
26 File 26. 난해한 시간 2017 / 12 / 11 288 0 4756   
25 File 25. 충격의 연속 2017 / 12 / 11 298 0 3872   
24 File 24. 다른 사랑 2017 / 12 / 11 301 0 4151   
23 File 23. 교수 성추행 사건(2) 2017 / 12 / 11 312 0 4172   
22 File 22. 교수 성추행 사건(1) 2017 / 12 / 11 305 0 3949   
21 File 21. 이상한 감정 2017 / 12 / 11 305 0 4378   
20 File 20. 차이 2017 / 12 / 11 284 0 4397   
19 File 19. 저무는 시간 2017 / 12 / 11 266 0 3934   
18 File 18. 불길한 예감 2017 / 12 / 11 280 0 4299   
17 File 17. 답이 없는 문제 2017 / 12 / 11 262 0 4523   
16 File 16. 깊은 상처 2017 / 12 / 11 247 0 4627   
15 File 15. 다른 과거 2017 / 12 / 11 277 0 5047   
14 File 14. 암담한 골목길 2017 / 12 / 11 275 0 5048   
13 File 13. 흔들리는 마음 2017 / 12 / 11 276 0 4597   
12 File 12. 그 날 2017 / 12 / 11 273 0 4328   
11 File 11. 살려줘 2017 / 12 / 11 280 0 4432   
10 File 10. 지하철 성추행 사건 2017 / 12 / 11 295 0 5135   
9 File 09. 반격 2017 / 12 / 11 272 0 4108   
8 File 08. 충격 2017 / 12 / 11 268 0 4389   
7 File 07. 끝이 뻔한 싸움 2017 / 12 / 11 283 0 4012   
6 File 06. 난감한 상황 2017 / 12 / 11 277 0 4631   
5 File 05. 과거의 늪 2017 / 12 / 11 264 0 4458   
4 File 04. 혼란스러운 하루 2017 / 12 / 11 255 0 4338   
3 File 03. 애매한 시간 2017 / 12 / 11 255 0 4025   
2 File 02. 미친개 2017 / 12 / 11 266 0 4413   
1 File 01. 김주니 사건 2017 / 12 / 11 450 0 475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주술사
유지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