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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성범죄 수사팀
작가 : 유지
작품등록일 : 2017.12.11

과거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성범죄 피해자 차유연, 유연은 형사가 되자마자 성범죄 수사팀을 만들고 팀장인 한상혁과 함께 끝없이 일어나는 성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강남역에 일어난 강간사건의 해결을 위해 출동한 유연은 예상밖의 인물과 마주치는데, “네가 날 벗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해?” 뗄레야 뗄 수 없는 지독한 악연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유연과 강간의 후유증으로 자살을 택해버린 동생의 복수를 위해 불구덩이로 뛰어든 상혁의 미스터리 로맨스.

 
File 28. 상처
작성일 : 17-12-11 16:25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4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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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은 따분하고, 지루했다. 오랜만에 수업을 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유연은 좀처럼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내용이 하나 같이 재미없는 것들 뿐이라, 흥미가 생기지 않은 게 그 이유였다.

 

 앞에서 신나게 떠들고 있는 박교수의 말은 아무런 의미 없이 귓가를 스쳐지나간지 오래였다. 유연은 턱을 괸채로, 느릿하게 흘러가는 시계만 죽일듯이 노려보았다.

 

 시간은 지루할정도로 속도를 늦췄다. 다들 같은 마음인건지, 물에 젖은 솜처럼 축 늘어진 분위기가 황량할 정도였다.

 

 유연은 하품을 쩍 하다가, 박교수와 눈이 딱 마주치고는 금세 입을 텁, 닫았다. 하마터면, 좋지 않은 인상으로 찍힐 뻔했다. 아무리 그래도, 첫인상인데 좋게 보여야지, 라고 생각하며 유연은 허리를 꼿꼿히 세웠다.

 

 박교수와 관련한 성추행 소문이 돌게 된 이후부터, 학생들은 대부분 수업에 참석하지 않았다. 하긴, 누가 성추행 교수의 수업을 듣고 싶겠나, 싶기도 했다. 텅 비어진 강의실을 둘러보던 유연이 어느새, 수업이 끝나 정신없이 강의실을 빠져나가는 학생들을 보고는 다급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박교수를 향해 다가갔다.

 

  "저, 교수님 안녕하세요, 새로운 편입생 문소리라고 합니다."

  "아, 그래요, 편입생이 새로왔다고 하더니, 학생인가보네요."

 

 유연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박교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그러자, 교실을 벗어나려던 박교수가 인기척을 느끼곤 몸을 돌려 반가운 기색을 내비췄다. 목소리가 밝은 걸로 봐선, 박교수는 학생이 먼저 말을 걸어 준 것에 대해 몹시 기뻐하는 듯 보였다.

 

 문소리라는 이름은, 이 수업을 듣게 된 편입생에게 부탁해 받아 놓은 것이었다. 자신도, 실체를 알아내고는 싶은데 자신이 없다며 부탁해온 소리 탓에 유연은 손쉽게 박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다행이게도, 출석부엔 아직까지 사진을 넣지 않은 상태였기에 유연이 소리가 아니라는 걸 눈치채지는 못한 듯했다.

 

  "네, 수업 처음 들어봤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내용도 알차고요. 역시 박교수님 소문이 자자하신 이유가 있네요."

  "뭘요, 수업이 재밌다니 다행이네요, 뭐, 시간 괜찮으면 내 방에서 얘기 좀 나눌까요?"

  "네?"

  "수업에 대해 좀 알려줄까해서요, 시간 없으면 괞찮고요."

 

 벙진 유연이 눈을 크게 뜨며 되묻자, 사람 좋은 표정을 지어보인 박교수가 태연하게 답했다. 와도, 안와도 크게 상관없다는 어투였다. 하지만, 사람 좋은 웃음 속에 가려진 그 시커먼 속내를 유연이 모를리 없었다. 이런 식으로 여학생들을 데려가, 더러운 짓들을 벌였을거라는 생각을 하니, 울컥 화가 치밀어올랐다.

 

  '나쁜 놈, 어떻게 이런게 교수라고."

 

 생각만해도 이가 까드득 갈렸다. 그래서, 유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박교수의 시커먼 속내를 파헤쳐버릴 생각이었다. 더 이상 자신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잠시 고민하는 척 하던 유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좋아요."

 

 그것도, 아주 환하게 웃으면서.

 

 

 

 *

 

 

  - 유시아씨, 보호자 되시죠? 지금 병원으로 와주셔야할 것 같은데요.

 

 전화를 끝자마자, 허겁지겁 차에 올라탄 서준이 시동을 걸고는 속력을 올렸다. 점심을 먹고 나서 사무실로 돌아올때 쯤, 병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시아가 갑자기 일어난 폭발로 인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었다. 화상은 뿐만 아니라, 위독 가스를 많이 마신 상태라, 수술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던 간호사의 목소리가 서준의 귓가를 스쳐지나갔다. 모든 게, 다 믿기 힘든 것들의 투성이었다.

 

 그 말을 들었을때까지만 해도, 서준은 모든게 꿈일거라고 믿었다. 현실이라고 믿기엔 그 무게가 너무도 무거웠던 탓이었다. 시아의 사무실은 여자들만 쓰고 있던 곳으로, 폭발할 물건들이 있을래도 있을 수가 없는 곳이었다. 그 흔한 난로도, 가스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폭발이 일어날 수 있나 싶기도 했다.

 

 그래서, 서준은 간호사에게 계속해서 그 사실을 묻고, 또 물었지만, 병원에서 돌아오는 답은, 슬프게도 같았다. 시아가, 수술에 들어갔다는 것. 그리고, 위독하다는 것.

 

  "제발, 제발."

 

 병원까지 가는 길이 무섭고, 초조했다. 혹시나 시아가 잘못되었을까봐,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서준은 병원 주차장에 아무렇게나 차를 세워놓고는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 허겁지겁 병원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지나가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고, 시아의 이름만 울부 짖었다.

 

  "아, 안돼…."

 

 한참 끝에서야, 수술실 앞에 도착했을때, 서준은 쓰러지듯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빨간 불이 들어온 수술중이라는 팻말이 시선을 붙들었다. 그 순간,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쳤다.

 

  "이건, 아니야…."

 

 냉기를 품은 바닥이 온 몸을 날카롭게 할퀴었다. 서준은 고통에 신음하며, 가슴 부근을 주먹으로 힘껏 내리쳤다. 퍽, 퍽, 아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뺨을 쳐보고, 볼을 꼬집어봐도, 역시나 아팠다.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이럴 수는 없어."

 

 눈을 한번 꽉 감았다가 떠 봐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심장을 쥐어짜는 것처럼, 가슴이 터질 듯 아팠다. 바닥에 얼굴을 툭, 떨어트린 서준이 엉엉 울음을 토해냈다. 지금 이 현실이 억울하고, 슬프고, 화가났다. 반질거리던 대리석 바닥이 애처로운 눈물로 얼룩져갔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

 

 

  "이시언 형사, 사표 수리 이번주 안으로 진행될거야, 그러니까, 새 멤버 맞이할 준비해."

  "그게 싫으면요?"

  "뭐?"

  "새 멤버를 들이는게 싫으면요?"

 

 예상치 못한 선경의 물음에 성범죄 수사팀 사무실은 찬물을 확 끼얹은 것 처럼, 싸늘한 분위기가 흘렀다. 벙 진얼굴로 서있던 반장의 입꼬리가 서서히 바닥을 향했다. 하. 기가찬다는 듯, 짧게 터져나온 웃음이 사무실 분위기를 섬뜩하게 만들었다. 죽을 상을 한채로, 눈치만 살피던 수사팀 멤버들 모두 자물쇠로 입을 잠갔다. 말이라도 하나 잘못했다간, 뼈도 못추릴 분위기 였기 때문이었다.

 

 반장은 성범죄 수사팀을 이끄는 총 책임자였다. 지금은, 팀장인 상혁이 모든걸 다 케어하고 있기에 딱히 하는 일은 없었지만, 명목상으론 그랬다. 최근 상혁의 일이 많아지면서 어쩔 수 없이 틈틈히 수사팀에 끼어들고 있는 상황이라, 멤버들은 그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반장의 성격이 너무도 개떡 같았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지금 처럼.

 

  "그럼 나가."

  "반장님."

  "새 멤버 들이는거 싫으면 나가라고,"

 

 좋지 않은 예감을 느낀 지성이 다급히 반장의 말을 가로막으려고 했지만, 반장은 막무가내였다. 삿대질 까지 하며 언성을 높인 탓에 수사팀 멤버들 모두 울상을 짓기 바빴다. 애타게 돌아온 시선들이 하나같이 선경을 응시했다. 지금이라도 죄송하다고 말하라는 듯한 눈빛들이었다.

 

  "야, 대답 안해?"

 

 하지만, 선경은 수사팀 식구들의 마음과 다르게, 대답을 하지도, 그렇다고 해서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았다. 지나치게 무덤덤한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 가슴만 퍽퍽 내리치던 반장이 신경질적으로 문을 걷어차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더 이상 얘기를 할 가치가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쾅, 문이 닫히자, 묵직한 정적이 맴돌았다. 분위기는 어찌할 수 없을정도로, 싸해진 뒤였다.

 

  "……."

 

 선경은 아무말 없이 제 자리로 돌아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시간이 흐르자, 온 몸을 때리던 따가운 시선들이 하나둘씩 가시기 시작했다. 다들, 고개를 저으며 제 자리로 돌아가기 바빴다. 원래의 선경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들을 저지른 탓에 선경이 어딘가 아픈것 같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선경은 손목을 입에다가 가져다대고는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초조할때마다, 손목을 물어 뜯는 건 습관이었다. 선경은 어린시절부터 늘 놀림을 받아온 탓에 뭔가를 참는 것엔 도가 튼 상태였다.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초반까지만해도, 꽤 맹렬하게 달려들고, 하지말라며 소리를 쳤던 것 같은데, 그 이후에도 딱히 변하는게 없어 참는 것을 택해버렸다.

 

 바보 같은 짓이라고 칭한다면, 선경도 할 말은 많았다. 아무리 울고 불고 소리를 쳐도, 그 누구도 선경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으니까. 달라지는게 없어서, 달라지는걸 피했다. 남들이 손가락질 한다고 해도, 선경은 제 선택을 존중했다. 어떻게든 그 상황을 버텨야만했고, 울컥 차오른 눈물을 참아넘겨야만 했으니, 다른 방도가 없었다. 슬프지만, 그 버릇이 선경이 내린 정답이었다.

 

 잠시 멈칫하던 선경이 또 다시 손목 주위를 잘근잘근 씹었다. 이상하게도, 손목에 입을 묻으면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탓에 선경은 늘 긴팔만을 고집해야했지만, 어차피 노출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에 큰 상관은 없었다.

 

 선경은 책상에 엎드려 손목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정말 그만 두는걸까?'

 

 시언의 말을 듣자하니, 거짓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선경에겐 그럴만한 건덕지가 없었다. 제가 여자친구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고, 심지어 친구도 아닌데, 그런걸 물어볼 수 있을리가 없었다. 차라리, 좋아한다고 말하지 말걸, 고백까지 하고 난 뒤라, 시언의 얼굴을 보는 것이 더 껄끄럽기만 했다.

 

  "아!"

 

 슬픈 눈으로 생각에 잠기던 선경이 문득 밀려온 고통에 짧게 신음했다. 따가운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들어보니, 손목의 살점이 일어나 피가 흐르고 있었다. 보기 흉한 상처가 시선을 붙들자, 기분이 한없이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선경은 신경질적으로 소매를 끌어내려 상처를 덮었다. 보기 싫은건, 어떻게든 피하고, 감춰버리는 것이 좋았다.

 

  - 나 좋아하지마.

 

 그래야, 더 이상 상처받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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