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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Guilty And the Beast
작가 : 레이지 아츠
작품등록일 : 2016.8.26

종족, 신분, 성별...

각기 다른 영웅들의 낙원을 향한 대여정

 
8화 : 표적
작성일 : 16-09-02 19:09     조회 : 536     추천 : 2     분량 : 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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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표적

 

 

 고급스러운 침대위,

 

 어느정도 이제 막 소녀티를 벗기 시작한 여자와 열살이 갓 넘어보이는 어린 여자아이가 고급스러운 레이스 잠옷을 입고 무릎 꿇은 채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가,같이 구,궁으로?"

 

 "응응! 그러면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어!"

 

 계획 밖이었다. 하긴 첫만남부터가 꼬였지만.

 

 "...나, 저는...기, 기사가..."

 

 이런 바보. 포상을 논할 때 대답해야 할 요구를 먼저 꺼내면 자칫 계획적으로 접근한 게 탄로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뜬금없이 하녀라니? 정말 사람을 여러모로 당황시키는 공주님이었다.

 

 "기사? 바바는 기사가 되고 싶어...?"

 

 약간 기운이 없어진 채 물어보는 코로나 공주의 눈치를 보며 바바리티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난 싫어... 그러면 자주 볼 수 없잖아..."

 

 정말 기가 막혔다.

 이제 본지 하루밖에 안되는 여자아이가 '바바'라는 애칭까지 만들어가며 이렇게 따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게다가 왜 이렇게 철썩 붙어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지.

 이상한 건 바바리티 또한 그런 공주가 싫지 않은 것. 좀 더 솔직해지자면 임무를 떠나서 그녀도 공주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아! 그럼 이렇게 하자!"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손뼉을 친 두손을 모은 채 벌어진 입을 다물 생각도 안하고 환하게 웃는 아이의 얼굴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나중에 나랑 같이 기사하면 되지! 그럼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어!"

 

 맙소사. 그게 십분여 동안 고심해서 내린 해결책이란 말인가?

 

 콧구멍이 커진 채 눈을 빛내는 공주의 귀여운 모습에 바바리티는 임무도 잊은 채 옆으로 쓰러져 배를 잡고 웃었다.

 

 "치... 무엄하다! 감히 이몸의 앞에서 포복절도라니!"

 

 공주는 볼을 잔뜩 부풀리고 쓰러진 바바리티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옆구리를 간지럽히는 공주의 고사리 같은 손에 바바리티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옥신각신 서로 장난을 치던 두 소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지쳤는지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 멈췄다.

 

 "있잖아 바바. 난 바바가 너무 좋아. 바바는?"

 

 바바리티는 공주의 갑작스러운 프로포즈?에 눈을 반달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봉긋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반짝이는 눈으로 빼꼼히 올려다보며 기다리는 공주의 볼록한 이마를 부드럽게 쓸어주고 입을 맞추는 걸로 대답을 마쳤다.

 

 하지만 궁 안까지만이다.

 

 이렇게나 따르는 어린 공주에게 미안하지만 그녀의 장단에 따라주는 건 딱 거기까지.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리라

 

 바리아는 자기품에 꼬옥 안겨 조금씩 쌔근거리는 공주의 레몬빛 금발을 쓸며 다짐 또 다짐했다.

 

 

 

 

 

 

 

 

 "그대가 공주를 구했다는 낭인인가?"

 

 그녀를 한참 응시하던 왕좌 위의 남자가 오랜 침묵을 깨고 건넨 첫 마디.

 

 "네...폐...하..."

 

 자리가 자리인지라 바리아는 최대한 말을 더듬지 않으려 애를 썼기에 음절마다 간격이 길어져 말꼬리가 다소 늘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딱딱한 표정을 약간 누그러트리고 입을 열었다.

 

 "내 너를 치하하기 위해 준비한 자리이니 긴장을 거두도록 하라."

 

 혹여 본심을 들킬까 눈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조아렸지만 딱히 그가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남의 사정을 잘 알지도 못하고 무신경하게 요구만하는 그의 태도가 언짢긴하지만. 하긴 저자는 왕이었지.

 

 "네,네...폐..하."

 

 또 어눌한 대답이 들려오자 왕의 미간에 주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말 하는 게 약간 어렵습니다 폐하."

 

 보다못한 공주가 왕의 옆에서 거들자 왕은 굳은 표정을 살짝 거두었다.

 

 "그렇군. 왜 그런가?"

 

 바리아는 머리를 조아린 채 눈을 질끈감고 별 수 없이 더듬거리는 입을 다시 움직였다.

 

 "어,어릴 적에... 어머...니를 이,잃은 충격으로..."

 

 "저런. 어쩌다가?"

 

 왕의 옆자리를 조용히 지키던 여왕이 자기도 모르게 탄식을 터트렸다

 

 "강도에게...당했사옵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침울해지자 왕은 더이상 묻지 않는 대신 화제를 바꾸었다.

 

 "내 너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말해보라."

 

 바리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녀는 짐짓 성은이 망극하여 몸둘바를 모르는 것처럼 뜸들이는 연기를 하며 기다리다"어서."라는 왕의 재촉을 신호탄 삼아 입을 열었다.

 

 "저,저는 기,기사가 되,되고..."

 

 "제 전속 하녀로 두겠습니다."

 

 "싶습니...어어어?"

 

 갑자기 끼어든 어린 공주의 선언에 바리아는 자기도 모르게 멍하니 입을 벌리고 불경인지도 모르고 고개를 들어 공주를 뻔히 바라보았다.

 

 공주는 그런 바리아를 향해 짓궂은 표정으로 혀를 낼름 내밀어 보여주었다.

 

 '당했다'

 

 쟤는 왜 이렇게 지 멋대로야 라는 투덜거림을 속으로 삼키고 재차 왕에게 기사가 되고싶다는 어필을 하는 바리아였지만 아예 왕의 옷깃을 잡고 흔들며 본격적으로 떼를 쓰는 공주탓에 답답함만 가중되었다.

 

 "우리 공주에게 이런 든든한 시녀가 생겨 좋네요"

 

 왕비까지 가세하자 바리아의 얼굴이 땀범벅 되었다.

 

 결국 왕의 말이 해답이므로 조용히 그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어린아이 치기라 금방 질려할 거다. 그때까지 내 급료는 넉넉히 줄 터이니 공주의 곁을 지키도록."

 

 결국 이마를 감싸쥐며 신음을 흘리는 바리아의 품을 향해 승리를 쟁취한 어린공주가 뛰어드는 것으로 이 기싸움은 막을 내렸다.

 

 

 

 

  애시당초 계획은 이것이 아니었다.

 

 공주가 가출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혁명군 수장의 명령은 다음과 같았다.

 

 1. 공주의 신변을 확보한다.

 

 2. 공주를 안전히 왕궁에 인계하여 왕실로부터 신임을 얻는다.

 

 3. 포상으로 기사 작위를 받는다.

 

 

 이후로는 군사기밀 확보나 요인 암살등을 노리며 장기 대기하는 것이 이 작전의 목적이었다.

 

 그런데 첫 단추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공주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공주의 신변을 확보하기전에 돌발상황이 생겨 공주가 위험에 처했던 것.

 

 다행히 더 늦기 전에 도착하여 부랴부랴 공주를 구해내어 전화위복으로 더 큰 공을 세웠지만 오히려 그렇게 신임을 너무 얻은 탓?에 계획했던 기사의 길이 멀어지고 엉뚱하게 공주의 전속하녀가 된 것.

 

 바리아, 현 바바리티는 손익득실을 따져보았다.

 

 비록 직접적인 군사기밀과는 멀어졌어도 왕궁에, 그것도 왕족의 수족이 되었다는 것은 달리보면 거사에 있어서 더 큰 기회일 수도 있다. 정 수틀리면 왕의 목을 직접...

 

 "바바 뭐해? 빨리 해줘. 힘들어."

 

 "아...죄, 죄송...하,합니...다...공주님."

 

 바바리티는 정신을 차리고 공주의 드레스 코르셋을 마저 당겨 매듭을 지었다.

 마음 착한 공주는 시녀의 고생을 덜어주려는 듯 앙증맞은 손으로 직접 머리 손질을 시작했다.

 

 내가 과연 이 아이의 아버지를 죽일 수 있을까...

 

 착

 

 공주의 부드러운 두손이 무릎을 꿇은 채 수심에 가득차 고개를 숙인 바바리티의 양볼을 잡아 올렸다.

 

 "왜 그렇게 어두워? 나랑 있는 게 싫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이 양 눈썹 끝이 내려간 공주.

 어쩜 슬픈 얼굴마저 이리도 사랑스러울까?

 

 시녀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그대로 표정에 실어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고귀한 왕족. 자신은 미천한 시녀.

 단 둘이 있을 때라면 모를까 보는 눈이 있는데에서 절대로 먼저 끌어안는 불경한 짓을 할 수는 없는 일.

 

 시녀는 낚시꾼이 미끼를 던지듯 공주에게조차 보일락 말락 두팔을 살짝 벌렸다. '어서 안겨라 어서'라고 속으로 주문을 걸며.

 다행히 공주가 미끼를 물었다.

 공주는 입을 귀에 걸고 시녀의 품에 와락 안겼다.

 

 공주의 부드러운 볼이 스치더니 곧 레몬빛 옅은 금발이 시녀의 귓가를 간지렀다.

 

 마주 닿은 심장이 서로 발 맞추어 뛰기 시작한다.

 

 엄마를 잃고 난 후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있던가

 

 행복했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어이. 벙어리."

 

 고참 시녀들에게 둘러쌓인 바바리티는 콧웃음 치며 조용히 팔짱을 꼈다.

 

 "너 말야. 공주님이 이뻐하신다고 너무 기고만장한 거 아니야?"

 

 뻔한 신고식.

 

 바바리티는 나이도 훨씬 많은 시녀들을 되려 귀엽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한 시녀가 바바리티를 밀치려 어깨를 잡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자 당황한 티를 금방 감추며 마치 처음부터 그럴 목적인 것처럼 그녀의 어깨를 잡고 그녀의 가슴을 검지로 콕콕 찌르며 입을 열었다.

 

 "공주님을 무슨 수로 구워삶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당히 해. 그분은 원래 싫증을 잘 내시니 너도 분명..."

 

 "그만둬."

 

 처음부터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처진 눈매의 시녀가 가로막자 지옥의 들소를 검지 손가락으로 찌르던 시녀가 뒤로 빠졌다. 덕분에 무사한 줄 아는지 모르는지.

 

 "일단 이 애의 무례는 사과하지. 짧게 얘기할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야. 네가 공주님을 진심으로 아끼는 건 잘 알아. 하지만 공주님이 덥썩 안긴다고 동생 귀여워하듯 끌어안는 너의 행동에도 문제가 있지 않니? 알다시피 그분은 왕족이고 우리는 미천한 신분. 감히 왕족을 함부로 만지는 불경한 짓은 잘못되면 반역죄를 물을 수도 있는 큰 죄야. 이건 널 위해하는 말이기도 해."

 

 그녀는 팔짱을 풀고 밑의 시녀가 잡았던 바바리티의 어깨를 털어주었다.

 

 처진 눈을 용케 매섭게 뜨고 바바리티를 노려보며.

 

 바바리티는 조용히 옆에서 무기 삼아 위협하던 하녀의 빗자루를 뺏어 잡았다.

 

 우두둑

 

 유사시에 무기로 쓰게끔 철목 재질에 칠기까지 마치고 동양에서 공수한 빗자루였다.

 

 마치 선 채로 죽어 고개를 떨군 시체처럼 덜렁거리는 부위를 바바리티는 적장의 목을 치듯 엄지로 마저 끊었다.

 

 "...그, 그럼 얘,얘기는 다 끄,끝났으니 이만."

 

 시녀들은 엉금엉금 서로를 의지한 채 뒷걸음질 쳤다.

 

 피식하고 웃은 바바리티는 자신이 만든 쓰레기를 쓸어낸답시고 도망갈 시기를 재느라 엉거주춤한 시녀들을 향해 빗자루질을 하였다. 그녀의 빗자루가 발에 닿자마자 움찔움찔하던 시녀들이 이내 엄마야! 소리를 지르며 하나둘 내빼기 시작했다.

 

 어깨를 으쓱 올렸다 내린 바바리티에게 시녀가 떨어트리고 간듯한 반으로 접힌 붉은 손수건이 눈에 띄었다.

 

 주변을 둘러보고 얼른 붉은 손수건을 주운 바바리티는 마치 밀서라도 되는 양 조심히 펴서 안을 확인하였다.

 

 *숙주를 동정하지 말 것.*

 

 왕가의 상징인 장미와 혁명군을 상징하는 진딧물.

 

 숙주란 진딧물이 기생하며 언젠간 처단해야할 왕가, 혹은 왕족.

 

 상부의 지시를 확인한 그녀의 어깨가 눈에 띄게 쳐졌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청소용 물통에 붉은 손수건을 빨아 글씨를 지워냈다.

 

 뚝

 

 물통 안으로 어디선가 떨어진 물 한 방울이 수면에 비친 슬픈 얼굴을 거두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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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erd 16-09-06 15:41
 
잘 읽었습니다. 사실 판타지하면 다들 일부 종족을 제외하면 다 나쁜 놈으로 나오는데, 일단 컨셉이 각 종족에 어느 정도 비중을 뒀길래 신선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편을 기대하고 싶지만, 비밀글로 되있으니 아무래도 더는 못 보겠네요. 아무튼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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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지 아츠 16-09-07 20:00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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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dream 16-10-25 03:25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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