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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51. 개미지옥에 빠진 불쌍한 개미
작성일 : 17-12-04 18:30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8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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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 개미지옥에 빠진 불쌍한 개미

 

 

 

 

 제이는 아프다는 핑계로 철수와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철수를 좋아한다는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묵혀만 두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하고 체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은 이렇게까지 마음 졸이고 있는데, 아무렇지 않은 철수를 보면 괜히 그가 미워졌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원망할 수는 없었다.

 

 말하지 않으면 영원히 모르는 게 당연한 거니까.

 

 철수는 제이에게 무덤덤했지만 그를 향한 제이의 마음은 더욱더 커져만 가고 있었다.

 

 그와 마주칠 때마다 자연스럽게 얼굴이 붉어졌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우연히 카페에서 그를 마주쳤을 때 제이는 철수와 자신이 운명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다.

 

 제이는 계속 그에게 먼저 고백을 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입 밖으로 자신의 마음을 꺼낼 수 없었다.

 

 요즘 자신을 향한 철수의 행동은 지독하게 냉정했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모두 다 소용이 없었다.

 

 솔직하게 마음을 꺼내놓는 것을 망설이는 것은 만약 그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여 주지않으면 일어날 상황이 너무나도 힘겹고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철수와 계속 한집에서 살 수 없는 노릇이었다.

 

 차라리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다 털어놓든가 아니면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참고 참으면서 꾹꾹 눌러 담아왔던 제이의 감정은 이제 넘쳐 흐르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철수를 생각하면 행복해지기도 했지만 그만큼 불행해지기도 했다.

 

 철수 씨 생각을 하느라 마술 연습도 제대로 못했네.

 

 방에서 마술 연습을 하고 있던 제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조금 뒤면 철수 씨가 집으로 돌아오겠지.'

 

 벽에 걸린 시계를 본 제이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망설이던 제이는 결국 얇은 카디건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공원에는 더위를 피하고자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공원에 있는 분수대로 거침없이 뛰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제이는 살짝 웃음을 머금었다.

 

 사실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기억은 아주 희미하게 한 장면만 남아있었다.

 

 혼자 과자를 먹고 있는 제이를 보면서 잔잔한 미소를 머금던 엄마의 모습.

 

 그것이 엄마에 대한 기억의 전부였다.

 

 물을 맞으면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제이는 아빠와의 기억도 떠올랐다.

 

 제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빠와의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초등학교 때는 방학마다 전국 여기저기로 놀러 다녔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제이가 견딜 수 있었던 건 엄마와 아빠와의 추억 덕분이었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아무 걱정 없이 마술에 전념하면서 훌륭한 마술사로 성장하는 것이 꿈이었던 제이는 이제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었다.

 

 겪어보지 못하면 누구도 모를 외사랑의 고통.

 

  "어? 마술사 언니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제이를 알아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분수대 주위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서 그녀에게 다가왔다.

 

  "제이 언니! 언니, 마술사 맞죠? 마술 보여주세요."

 

 뜬금없는 아이들의 요구에도 제이는 살포시 웃음을 머금었다.

 

 사살 자신만 보면 마술을 보여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제이는 항상 마술 도구를 옷 안에 감추고 다녔다.

 

  "자, 언니가 동전 마술 보여줄게. 여기 이거 봐봐. 동전이 없었는데…… 여기 있네!"

 

 아이의 귀 뒤쪽에서 꺼내는 모션을 하며 동전을 보여주자 아이는 자신의 귀를 부여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우와, 누나 어떻게 한 거예요?"

 

  "그건 비밀이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남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은 제이는 활짝 웃음을 머금고 발걸음을 옮겼다.

 

 제이가 걸어가자 뒤에서 남자아이가 재잘거리면서 따라왔다.

 

  "누나, 저도 마술사 되면 마술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럼, 할 수 있지."

 

  "어떤 마술이든지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응, 마술사가 되면 어떤 마술이든지 할 수 있어."

 

  "그럼…… 여자애가 저를 좋아하게 하는 마술도 할 수 있어요?"

 

 꼬마의 맹랑한 질문에 제이는 걸음을 멈추고 살포시 웃음을 터트렸다.

 

  "글쎄, 그런 마술은 마술사가 되어도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아, 아쉽다. 진짜. 그런 마술 할 수 있었으면 나중에 커서 마술사 됐을 텐데."

 

 남자아이가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이 표정을 구기자 제이의 표정이 웃음이 떠올랐다.

 

 짝사랑의 고통은 나이를 초월하는 구나.

 

  "왜 혹시 좋아하는 여자애 있어?"

 

 남자아이가 깜짝 놀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데? 누나한테만 알려줘.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

 

 남자아이는 잠시 망설이면서 몸을 비비 꼬다가 분수대 근처에서 놀고 있는 여자아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쟤에요. 이아연."

 

  "그래? 우와, 되게 예쁘네."

 

  "네, 예뻐요."

 

 남자아이는 수줍은 듯 얼굴을 붉혔다.

 

  "그런데 말이야. 아쉽게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술은 이 세상에 없어."

 

  "그래요? 아, 아쉽다……."

 

  "응, 그건 마술이 아니라 마법이거든."

 

  "아, 마술이 아니라 마법."

 

  "그런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마법은 마술사가 아니어도 모든 사람이 할 수 있어."

 

  "어떻게 해요? 저는 마법사도 아닌데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남자아이가 귀여워서 제이는 다시 미소를 머금었다.

 

  "꼬마야, 너 이름이 뭐야?"

 

  "저요? 제 이름은 재석이에요."

 

 제이는 무릎을 굽혀서 재석이와 눈을 마주쳤다.

 

  "재석이가 아연이에게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말하면 아인여도 재석이의 마음을 받아들여 줄 거야."

 

  "정말 그럴까요?"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는 재석을 보고 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진심은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거든. 재석이가 아연이한테 좋아한다는 말을 하면 분명히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거야."

 

 제이의 말에 재석은 환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꼬마 아이가 사랑한다는 게 우습게 보이기도 했지만, 재석은 자신만큼 절실하고 간절할 것이다.

 

  "네, 알겠어요. 고맙습니다. 누나!"

 

 재석은 손을 흔들며 제이에게 인사를 한 후 아연에게 뛰어갔다.

 

 물끄러미 재석과 아연을 바라보던 제이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ㅡ 재석이가 아연이한테 좋아한다는 말을 하면 분명히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거야.

 

 어쩌면 나한테도 마법 같은 일이……?

 

 

 

 ***

 

 

 

 '좋아한다'와 '사랑한다'

 

 두 단어 사이에 있는 의미 차이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철수에 대한 제이의 감정을 '좋아하다'로 표현하는가 '사랑한다'로 포현하는와 상관없이 그것은 제이 혼자만의 감정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두 단어의 차이가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제이에게는 너무나도 큰 차이였다.

 

  '난 절대 철수 씨에게 사랑한다고 말 못 해.'

 

 철수에게 고백하기로 마음 먹은 제이는 그에게 뭐라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철수 씨한테 갑자기 사랑한다고 말하면 엄청 부담스럽겠지?'

 

 침대에 누운 제이는 핸드폰으로 '고백하기 좋은 말'을 검색했다.

 

  "……당신을 죽도록 사랑해요. 내 고백을 받아주세요."

 

 검색 결과를 읽은 제이는 살포시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남자가 여자한테 하는 말 같잖아."

 

 제이는 철수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담은 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진심을 품어두고만 있으면 절대 전해지지 않는 법이다.

 

 입 밖으로 꺼내야지 진심이 전해지는 것이니까, 제이는 자신의 진심을 철수에게 표현하고자 했다.

 

 도 덤덤하게 고백하고 싶었는데 적당한 말을 찾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당신을 보고 내 생각이 변했어요."

 

 손발이 오글거리는 말 중에 그나마 제일 괜찮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이는 다시 한번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내가 철수 씨한테 첫눈에 반하지는 않았지.'

 

 사실 제이도 언제부터 철수가 좋아졌는지 확실하게 알지 못했다.

 

 자신이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곳에 항상 서 있던 철수는 어느새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와있었다.

 

 첫눈에 반했다기보다는 천천히, 아주 서서히, 늪에 빠져들듯이 사랑에 빠졌던 것 같다.

 

  '철수 씨 알고 보면 개미지옥 같은 남자였구나.'

 

 그럼 나는 개미지옥에 빠진 불쌍한 개미인가?

 

  "하아……."

 

 제이는 한숨을 내쉬고 핸드폰을 집어 던지면서 벌러덩 침대에 드러누웠다.

 

  '고백이라는 것도 참 어렵네.'

 

 먼저 고백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마음 같아선 철수가 먼저 자신에게 고백을 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철수의 행동 하나하나에 제이 혼자 흔들리고, 고민하고, 의식하고, 북 치고 장구 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어딜 가면 그리 모자란다는 소리는 안 듣는데."

 

 제이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 나지막이 혼잣말했다.

 

 고백하기로 결심한 이후에도 제이의 기분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오르락 내리락 했다.

 

 오늘 아침에 멀쩡한 얼굴로 식사를 하는 철수를 보자 괜히 짜증이 치밀어 올랐고, 그의 사소한 부탁에도 신경질이 났다.

 

  '내가 말하기 전에 미리 알아주면 뭐 덧나나.'

 

 속도 답답하고, 기분도 나쁘고, 스트레스 지수는 자꾸만 올라가고.

 

 지금 제이는 짝사랑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상대의 행동에 하늘을 날아다니듯이 기뻤다가, 다시 우울해하며 땅굴을 파다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상대가 미워지는 짝사랑 증후군.

 

 철수에게 호감을 느끼기 전까지는 같이 사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철수 씨는 얼굴도 잘생겼지만, 특히 몸의 선이 정말 예쁜 것 같아.'

 

 항상 운동으로 몸에 근육을 단련시켰던 그는 날렵하고 예쁜 몸을 가지고 있었다.

 

 복근은 솜씨 좋은 조각사가 조각을 내놓은 것처럼 예쁘게 쪼개져 있었고, 가슴 근육은 과하게 튀어나오지 않았다.

 

 엄청 마르고 너무 우락부락하지 않은 적당히 얘쁜 몸이었다.

 

  '철수 씨 몸에 한 번 안겨 봤으……어머!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철썩, 철썩.

 

 제이는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가차 없이 때리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냉수 마시고 정신이나 차리자.'

 

 떠나간 제정신을 붙잡기 위해 제이는 생각 없이 망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자 눈앞에 웃통을 벗고 바지를 입고있는 철수가 보였다.

 

 평소 같으면 손으로 눈을 가리고 얼른 옷을 입으라고 소리를 질렀을 테지만, 오늘 제이는 저도 모르게 그의 몸을 눈빛으로 더듬고 있었다.

 

 왜 오늘따라 손으로 눈을 가리기가 싫은 거지?

 

 제이는 자신이 멍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 것도 자각하지 못했다.

 

  "아, 제이. 집에 있었군요. 미안합니다. 집에 없는 줄 알았습니다."

 

 제이가 뭐라 말을 하기 전에 철수가 먼저 그녀에게 사과했다.

 

  "네? ……네, 지, 집안에서 조금 조심 좀 해주세요."

 

 제이의 말에 철수는 얼른 잠옷 상의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왜 옷을 입는 철수 씨를 보니까 아쉬운 거야.

 

 고개를 가로로 내저은 제이는 얼음은 한가득 컵 안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차가운 얼음물을 마시면서도 제이의 시선은 철수에게로 향했다.

 

 철수는 보고만 있어도 시력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잘생겼다.

 

 퇴근하고 나서 피곤한 듯 눈이 풀려있는 것도 섹시했고, 의외로 귀여운 구석도 있었다.

 

 남들보다 팔뚝도 굵고 솟아난 힘줄은 섹시하기 그지없었다.

 

 언뜻 단추 사이로 보이는 가슴 근육은 환한 불빛 아래에서 제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꿀꺽.

 

 몰래 철수를 훔쳐보고 있다가 그와 눈이 마주친 제이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를 보고 있던 제이의 눈길을 느꼈는지 철수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아, 적당히 쳐다볼걸. 훔쳐보는 게 너무 티가 났나?'

 

 얼른 컵을 내려놓고 방으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철수는 묘한 포즈로 그녀를 막아섰다.

 

  "제이."

 

  "네?"

 

 제이는 아무렇지 않은 척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아, 그게 저……."

 

 어젯밤 제이는 호기 있게 철수에게 찾아가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선언했다.

 

 말을 던져놓고 바로 후회한 제이는 나중에 말하겠다며 일단 한 발을 빼둔 상태였다.

 

  "어제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그랬죠. 그랬는데……."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철수의 단단한 몸에 가로막혀 제이는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자신의 몸과 밀착해오는 그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제이는 크게 소리쳤다.

 

  "나중에! 나중에 얘기할게요."

 

  "나중에요?"

 

  "네, 나중에요."

 

  "제이가 나한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정말 궁금하군요."

 

  "그, 그럼 이제 제 앞에서 좀 비켜주시겠어요?"

 

 당황해서 얼굴이 붉어진 제이를 보고 철수는 생긋 미소지으면서 천천히 손을 뻗었다.

 

 왠지 모르게 지금은 눈을 감아야 할 타이민인 것 같아서 제이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그녀의 등 뒤에 있는 수납장에서 티백을 꺼낸 철수가 싱긋 미소 지었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유유히 티백을 가지고 방 안으로 들어가는 철수의 뒷모습을 보면서 제이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

 

 

 

 화장대 거울로 얼굴을 확인한 제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진짜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왔네."

 

 칙칙한 피부색에 눈 밑에 거무튀튀하게 자리 잡은 다크서클. 전직 화장품 모델이라고 말하기에 믿기지 않을 정도의 비주얼이었다.

 

  '화장, 화장은 이럴 때 하라고 있는 거겠지.'

 

 제이는 파우더를 꺼내 얼굴에 펴 발랐고. 아이라이너에 입술까지 섬세하게 화장을 했다.

 

  '이건 다 철수 씨 때문이야.'

 

 어젯밤 내내 제이는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철수의 말을 떠올렸다.

 

  ㅡ 제이가 나한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정말 궁금하군요.

 

  ㅡ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혹시 철수 씨가 내 마음을 알고 있는 건가?

 

 거실로 나와서 노랑이에게 간식을 주면서도 제이의 머릿속은 온통 강철수 생각뿐이었다.

 

  '철수 씨는 나에게 아무 감정이 없는 것 같았어.'

 

 철수의 덤덤했던 표정을 떠올리면서 제이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덤덤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철수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설레고 두근거리는 감정은 오직 제이 혼자만 느끼는 감정임을 제대로 확인받은 제이는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그래도 오늘은 철수 씨가 출근하는 날이라서 다행이야.'

 

 그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할 자신이 없었던 제이는 진지하게 외박을 고려했다.

 

  '오늘 밤은 윤정이를 불러서 같이 찜질방에서라도 잘까.'

 

 아니면 집 근처에 있는 PC방에서 밤이라도 새울까.

 

  "……에잇, 몰라."

 

 밤새워 뒤척인 제이의 눈꺼풀은 천근만근이었다.

 

 공연 스케줄도 없어서 한낮에 집에 있는 제이는 밀린 빨래를 하기 위해 빨래통을 집어 들었다.

 

  '바빠서 조금 신경 못 썼더니 바로 빨래가 쌓였네.'

 

 제이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도 빨기 위해 옷자락을 양손으로 잡았다.

 

  "엄마야!"

 

 갑자기 문을 열고 나타난 철수를 보고 제이는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철수 씨, 뭐, 뭐예요. 깜짝 놀랐잖아요!"

 

  "내가 더 놀랐습니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왜 이렇게 놀라요?"

 

 제이는 떨어질 뻔한 심장을 부여잡고 철수를 바라봤다.

 

  "철수 씨, 오늘 출근하는 날 아니었어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왜 여기 있어요?"

 

 이상한 질문을 하는 제이를 보고 철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냥 오늘은 출근하기 싫어서 안 갔습니다."

 

 출근하기 싫어서 안 갔다니.

 보통의 직장인이 들으면 다들 부러워할 말이었다.

 

 하지만 보통의 월급쟁이 직원들과 달리 '말디'의 대표인 그는 그게 무슨 문제냐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제이가 나한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아서 그래요."

 

 제이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다고요?"

 

 철수는 대답 대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자꾸 그의 주위를 맴돈 이유를 알 것 같다는 그의 말에 제이의 심장은 더욱더 거세게 뛰고 있었다.

 

  '내가 철수 씨에게 하려는 말이 뭔지 안다고?'

 

 꿈에 그려왔던 상황이었지만 제이는 이게 지금 무슨 일인가 싶었다.

 

 말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안 거지? 혹시 내가 철수 씨를 좋아하는 게 너무 티가 났나?

 

  "제이 씨가 나한테 하려는 말은……."

 

 꿀꺽.

 

 제이가 침을 꼴깍 삼키는데 철수가 점점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 집에서 나가겠다는 소리를 하려고 한 거 아닙니까?"

 

  "……네?"

 

 헛다리 제대로 짚은 철수를 보고 제이는 눈꺼풀만 깜박거렸다.

 

  "태오한테 들어서 다 알고 있습니다.'

 

  "……."

 

  "제이가 이 집을 떠나고 싶어 한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

 

  "아무래도 이 집에서 이상한 사건도 있었으니까 더 이곳에서 머물고 싶진 않았겠죠."

 

 그게 아닌데…….

 

 하지만 제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입만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제이."

 

 철수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잡으면서 말했다.

 

  "제이가 집을 나가기 전에 나도 제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요?"

 

  "네."

 

  "그게 뭔데요?"

 

 그녀의 질문에 화르륵 얼굴이 불타는 철수를 보고 제이는 어안이 벙벙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철수가 얼굴을 붉히는 장면은 너무나도 생소한 것이었다.

 

  "철수 씨,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제이는 동그랗게 눈을 뜨고 철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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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철수 씨가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2017 / 12 / 1 248 0 8611   
47 47.무릎과 무릎 사이에 2017 / 11 / 29 628 0 8123   
46 46.제이는 철수를 좋아해? 2017 / 11 / 27 277 0 8107   
45 45.슬프면 슬프다고 말해요 2017 / 11 / 26 258 0 8563   
44 44.나중에는 내가 너 구해줄게. 2017 / 11 / 24 259 0 8193   
43 43.제이가 내 사무실에는 어떻게……? 2017 / 11 / 24 257 0 8265   
42 42.미래의 남편이요? 2017 / 11 / 22 249 0 8823   
41 41.짝사랑하는 여자의 속마음을 알아보는 법 2017 / 11 / 20 259 0 8481   
40 40.제이 씨, 우리 형이랑 사귀어요? 2017 / 11 / 17 238 0 8478   
39 39.품에 안긴 가녀린 몸 2017 / 11 / 16 238 0 7984   
38 38.내가 철수 씨를 좋아한다고? 2017 / 11 / 15 269 0 7784   
37 37.대표님, 제이 씨랑 데이트하세요. 2017 / 11 / 14 235 0 7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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