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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42.미래의 남편이요?
작성일 : 17-11-22 16:45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8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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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수가 건네준 우산을 손에 쥔 제이는 빗속에 서서 물끄러미 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ㅡ 잠깐만요. 제 차 트렁크에 우산이 있습니다.

 

 철수는 망설이지 않고 억수같이 내리는 빗속을 헤치고 뒤어나 가서 트렁크에 있는 우산을 가져다주었다.

 

  ㅡ 우산 쓰고 들어가요.

 

 조수석의 문을 열고 자신에게 우산을 펴준 철수의 머리카락은 안쓰럽게도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젖어있었다.

 

 철수에게 우산을 건네받으면서 살짝 스친 그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ㅡ ……어, 저기, 철수 씨!

 

 제이가 우산을 들고 철수를 운전석까지 바래다주려고 했지만, 그는 시끄러운 빗소리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못 들은 건지 다시 비를 맞으면서 자동차로 향했다.

 

  ㅡ 우산 씌워주려고 했는데…….

 

 제이는 철수의 차가 아주 작은 점으로 사라질 때까지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터벅터벅 걸음을 옮긴 제이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근데 주차장에서 내리면 지하에 있는 엘리베이터 타고 바로 집으로 올라갈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녀가 사는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는 집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날 여기서 내려주지 말고 바로 지하 주차장으로 가서 엘리베이터 탔으면 철수 씨도 비에 젖을 필요 없었을 텐데.'

 

 제이의 입술 사이로 피식하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강철수 씨 철두철미해 보이는 데 알고 보니 허당이구나.'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내린 소나기 때문에 다 젖은 양말은 축축하고 무거웠다.

 

 제이는 물끄러미 물을 흠뻑 먹은 운동화를 바라보다가 생긋 미소를 머금었다.

 

 일주일 전에 새로 산 운동화는 영망이 되었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은 좋았다.

 

 지하 주차장에서 내렸으면 운동화가 젖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래도 자꾸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하하."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한 제이는 우뚝 멈춰서 크게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누가 보면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자꾸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제이는 활기찬 발걸음으로 통로를 향해 경쾌한 발걸음으로 걸었다.

 

 오늘은 기분이 참 좋은 날이었다.

 

 

 

 ***

 

 

 

 약속장소에서 윤정을 기다리던 제이는 멀리서 나타난 윤정을 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윤정아, 여기야. 여기."

 

  "제이야, 오랜만이다."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영어 학원을 그만둔 뒤, 한 달 만에 만난 윤정을 보고 제이는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제이야, 얼굴 좋아 보인다. 원래 예벘는데 더 예뻐졌네. 요즘 연애하냐?"

 

 제이는 살며시 두 손으로 볼을 감싸 쥐며 고개를 가로로 내저었다.

 

  "아니야. 연애는 무슨."

 

  "근데 요즘 왜 이렇게 바쁜 거야."

 

  "새로운 마술 공연 준비하느라 그래. 이번 달에 대학교 소극장에서 공연하거든. 그래서 작은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줄 만한 마술을 준비하느라 바빴어. 어제도 인사동에서 마술용품 쇼핑하느라 바빴지."

 

  "그래?"

 

  "응, 마술용품 사고 간단하게 혼자 점심 먹고 다시 카페에서 마술 트릭 생각하느라고 온종일 인사동에 있었어."

 

 제이의 설명을 듣고 윤정은 마술사도 먹고살기 힘들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ㅡ 그냥 제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했습니다. 아직 인사동에 있습니까?

 

 사실 철수가 제이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녀는 양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있었다.

 

  ㅡ 네, 아직 인사동에 있어요.

 

 급한 대로 짐을 도로에 놓아둔 제이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철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ㅡ 그럼 나랑 점심이라도 같이 먹을래요?

 

 꼬르륵.

 

 마침 제이의 배꼽시계가 정확하게 울렸던지라 그녀는 그의 제안이 뛸 듯이 기뻤지만, 옆에 있는 가게 창에 비친 자신의 몰골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무거운 짐을 드느라 흘린 땀으로 인해서 얇게 한 화장은 다 지워져 있었고 머리도 엉망이 되어 있었다.

 

 ……아, 하필이면 이럴 때에.

 

 도저히 이 몰골로는 철수를 만날 수 없었던 제이는 눈물을 머금고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ㅡ 점심이요? 어쩌죠? 제가 오늘은 윤정이랑 점심을 먹기로 했거든요.

 

  ㅡ ……아, 그래요?

 

 사실 윤정과의 약속은 오늘이었지만 철수의 제안을 거절한 마땅한 핑계가 떠오르지 않아서 그녀는 약속을 핑계로 대면서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지금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그를 만날 수 없겠다는 말은 도저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ㅡ 네, 죄송하지만 다음에 같이 점심 먹어요.

 

 꼬르륵.

 

 다시 한번 제이의 뱃속에서 배꼽시계가 울렸다.

 

 제이는 한 손으로 자신의 배를 움켜쥐고 창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ㅡ 정말 미안해요. 철수 씨. 철수 씨랑 미리 약속했으면 윤정이랑 점심 약속을 잡지 않았을 텐데.

 

  ㅡ 아니에요. 선약을 지켜야죠.

 

  ㅡ 그래요, 그럼 이따 집에서 봐요.

 

 전화를 끊은 제이는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풀메이크업을 하고 오는 건데…….

 

 결국 제이는 홀로 허름한 김밥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남들이 보면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철수에게 조금 더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게 제이의 진심이었다.

 

  "우리 오늘은 뭐하고 놀까?"

 

  "글쎄 오늘 날씨도 좋은데 일단 공원을 걸을까."

 

 정말로 이제는 완연한 여름이었다.

 

 밤에도 후덥지근했던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바람이 선선해서 푸르른 잎들이 솟아있는 나무들이 있는 공원을 거닐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7월의 여름날이었다.

 

  "우와, 공원에서 솜사탕을 파네."

 

 공원에서 솜사탕과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저씨를 발견한 제이와 윤정은 눈이 마주치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뛰어갔다.

 

 제이는 구름 같은 솜사탕을 손에 들었고 윤정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었다.

 

 제이와 윤정은 벤치에 앉아서 솜사탕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제이야, 여기 근처에 타로 카드 보는 데 있는데 같이 보러 갈래?"

 

  "타로카드?"

 

  "응. 아는 언니가 공원 근처에서 타로를 봤는데 진짜 신기하게도 잘 맞춘다고 하더라고."

 

 윤정의 말을 들은 제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타로카드나 색깔 사주가 유행일 때 친구들을 따라가 본 적은 있었지만 직접 본 적은 없었다.

 

  "난 타로 카드 한 번도 봐본 적 없는데."

 

  "그럼 잘 됐다! 나랑 같이 보러 가자. 나 혼자 보기에는 조금 그렇단 말이야."

 

 떨떠름한 표정을 짓던 제이가 윤정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갑자기 왜 타로카드를 보고 싶어 하는 거야? 혹시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거야?"

 

  "그게 사실은……."

 

 윤정이 시선을 아래로 떨구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요즘 내가 관심이 있는 사람이 생겼거든."

 

  "정말?"

 

 윤정의 연애 이야기에 흥미가 생긴 제이는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응, 그런데 그 사람 마음이 어떨지 궁금해서 타로 카드 한번 보고 싶어. 내가 아는 언니도 여기에서 타로 카드 보고 고백했는데 사귀고 있대."

 

 짝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은 역시 다 똑같은 가봐.

 

 어딘지 모르게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제이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진짜로 내가 사랑에 빠지니까 변하더라."

 

  "정말?"

 

  "응, 종일 그 사람 생각만 하고. 갑자기 길 가다가 그 사람 생각을 하면서 웃을 때도 있어."

 

  "맞아. 주위 사람이 날 이상하게 볼가 신경 쓰이면서도 계속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잖아."

 

  "맞아. 그리고 그 사람이 나한테 한 마디 한 게 계속 신경 쓰이고."

 

 윤정의 말에 제이는 더욱더 고개를 크게 주억거리며 말했다.

 

  "맞아. 그리고 괜히 그 사람한테만 더 예뻐 보이고 싶고."

 

 제이가 윤정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이 덧붙여서 말하자 윤정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제이야, 그런데 넌 짝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어, ……어?!"

 

 할 말을 잃은 제이가 살짝 입을 벌린 채로 그대로 멈췄다.

 

  "너도 나처럼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거야?"

 

 유정의 질문에 제이의 머릿속에 설핏 어제 비를 맞으면서 자신에게 우산을 가져다주던 철수의 모습이 스쳤다.

 

 제이는 화들짝 놀라면서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아, 아니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냥 왠지 그렇지 않을까 싶어서 말했던 거야."

 

  "그래?"

 

 윤정이 여전히 제이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자 그녀는 서둘러 벤치에서 일어섰다.

 

  "타로 카드 보는 데가 어디라고? 빨리 가자, 나도 타로카드 한번 보고 싶어."

 

  "으. 응."

 

 제이는 급히 윤정의 팔짱을 끼고 타로 카드 점을 본다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래, 내가 철수 씨를 짝사랑할 리가 없지.'

 

 

 

 ***

 

 

 

 제이가 윤정과 함께 찾아간 타로 카드 가게는 그녀의 생각보다 훨씬 더 누추하고 으스스한 곳이었다.

 

 끼이익.

 

 괴상한 소리와 함께 안쪽의 문이 열리더니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세요? ……콜록콜록."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할머니와 눈이 마주친 제이는 저절로 옆에 있는 윤정의 손을 꼭 붙잡았다.

 

  "저기 타로 카드 보러 왔는데요."

 

 용기를 낸 제이가 할머니의 눈치를 살피며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누구부터 볼 거야?"

 

 시니컬한 할머니의 어조에 서로 눈치만 보던 중에 제이가 슬며시 손을 들었다.

 

  "제, 제가 먼저 볼게요."

 

 사실 제이는 윤정을 따라온 것뿐이었지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여기 안으로 들어와."

 

 할머니를 따라서 골방으로 향하는 제이를 보고 윤정이 걱정스러운 듯 울상을 짓자 제이는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의 안내를 받아 따라 들어간 골방에는 검은 천이 덮여있는 작은 테이블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자리에 앉은 할머니가 제이에게 반대편에 앉으라는 듯 눈짓을 했다.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은 제이는 자신의 가방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너 그동안 고생 많았겠구나?"

 

  "……네?"

 

 할머니의 뜬금없는 말에 제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라보았다.

 

  "눈동자에 슬픔에 가득하네. 어린 나이에 눈동자에 물기가 많은 건 평범한 삶이랑은 거리가 멀었다는 얘기지."

 

  "……아."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던 제이의 삶은 평범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인생이었다.

 

 자신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할머니의 시선에 울컥 눈물이 치밀어 온 제이는 눈물을 참기 위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이고, 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구먼. 이래서 나이를 먹으면 입을 닫아야 하는 거야."

 

 제이는 대답 대신 어색한 미소를 머금었다.

 

  "자, 그럼 타로나 보지. 뭘 알고 싶어서 왔어?"

 

 할머니의 질문에 제이는 망설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실 저는 친구 따라서 온 거였거든요. 그래서 특별히 알고 싶은 건 없어요."

 

  "그래, 그럼 제일 기본으로 봐줄게."

 

  "기본이요?"

 

  "그래, 전체적인 네 운세를 알려주마."

 

 포커 카드보다 조금 더 크고 기다란 타로 카드를 꺼내서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섞는 할머니의 눈빛이 번뜩거리는 걸 보고 제이는 척추를 바로 세웠다.

 

 몇 장의 카드를 임의대로 뽑은 할머니는 제이의 앞에 차례대로 카드를 올려놨다.

 

  "자, 뒤집는 건 니가 해."

 

 할머니가 손가락으로 카드를 치자 제이는 얼른 카드를 모두 뒤집었다.

 

 첫 번째 카드에는 작은 공을 가지고 재주를 부리고 있는 광대 카드가 나왔다.

 

  "이건 아가씨를 나타내는 카드야. 즐거움을 쫓아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타입이지."

 

 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 무대에서 마술을 보여주는 자신의 모습이랑 닮은 것 같아서 제이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는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원하지만 원래 팔자가 화려함이 따라붙는 광대 팔자야. 원하지 않아도 사람들한테 주목도 많이 받게 되지."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삶과 비슷한 할머니의 말을 듣고 제이는 놀라 동공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건……."

 

 할머니는 다음에 차례대로 나온 타로 카드를 보면서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테이블 위에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죽음 카드. 악마 카드, 매달린 남자 카드가 차례대로 올려져 있었다.

 

  "사실 타로는 어떤 방향으로 뒤집혀있는 지도 중요하거든? 나쁜 카드라도 뒤집혀 있으면 좋은 의미를 나타내거든."

 

  "……아, 그래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일까. 제일 끔찍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악마 카드는 거꾸로 돌려져 있었다.

 

  "그런데 악마 카드는 거꾸로 돌려져 있으면 더 큰 불행을 의미해."

 

 장난삼아 본 것이었지만 생각보다 점괘나 나쁘게 나오자 제이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그래도 걱정 하지마. 이번 연도만 고생하면 아가씨 고생은 이제 끝이니까."

 

 할머니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황제 카드와 여황제 카드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너를 지켜주는 두 사람이 황제랑 여황제야. 황제 카드는 육체적으로도 힘도 좋고 경제적으로도 풍족한 사람을 의미하는 데, 아마 연인 카드와 같이 나온 거 보니 아가씨의 미래의 남편일 거야."

 

  "미래의 남편이요?"

 

  "그래, 그런데 은둔자 카드가 같이 나온 걸 보니 활발하게 밖으로 나도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군. 사실 그게 좋은 거지. 돈 많은 남자가 밖에 돌아다니면 무조건 바람이야."

 

 무시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제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경청했다.

 

  "그럼 여황제 카드는 뭐예요?"

 

  "여황제 카드는 영혼과 감성, 정신을 의미하는 최고의 카드지. 대인 관계에선 어머니를 의미하는 카드이기도 해."

 

 할머니의 말에 제이는 조금 움찔했지만 표정에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마 어머니가 아가씨를 지켜줄 거야."

 

 고개를 끄덕이면서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타로 카드를 살펴보던 제이는 황제 카드와 여황제 카드를 번갈아 응시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영혼이 날 지켜주고 있을지도 몰라. 그런데 ……황제 카드는 누구를 의미하는 걸까?'

 

  "자, 이제 궁금한 거 다 풀렸지? 이제 친구 오라고 해."

 

  "네? ……네!"

 

 자리에서 일어난 제이는 할머니께 꾸벅 인사를 하고 골방을 빠져나갔다.

 

 

 

 ***

 

 

 

 영훈이 제이를 처음 만난 곳은 스탠딩 마술이 펼쳐지고 있는 홍대 길거리에서였다.

 

 제이를 처음보자 마자 영훈은 그녀를 하늘이 연결해준 자신의 여자라고 생각했다.

 

 초승달같이 예쁜 눈썹, 맑은 빛을 간직하고 있는 순수한 눈동자, 앙증맞게 자리 잡은 콧망울, 그리고 한 입 메어물고 싶은 앵두 같은 입술.

 

 전부 다 자신을 위해서 신이 만든 피조물인 것 같았다.

 

 그날부터 영훈은 제이가 가는 곳은 어디든지 따라다녔다.

 

 행사장이든 소극장이든 대공연장이든 팬 사인회 장이든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다녔다.

 

 3개월 동안 집요하게 제이를 따라다닌 영훈은 그녀가 자신을 기억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점점 제이가 자신을 보고 눈을 마주치면서 웃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대망의 팬 사인회가 있던 날 영훈은 그녀에게 다가가서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냐고 물어보기로 했다.

 

 분명히 몇 번이나 웃으면서 자신에게 신호를 보낸 그녀는 자신을 알아보면서 반가워할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예전부터 영훈이 지켜보고 있었던 걸 알고 있었다고, 왜 진작에 그녀에게 접근하지 않았었냐고 책망하면서 제이가 자신에게 그녀의 개인 전화번호를 줄지도 모른다.

 

 영훈은 헛된 희망에 부풀어 올라 10시간 동안 다리가 아픈 것도 잊고 계속 그녀를 만나는 역사적 순간을 기다렸다.

 

 팬 사인회에서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이렇게까지 가까이 제이를 본 적이 없었던 영훈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TV나 사진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풍만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ㅡ 저기, 혹시 저 기억하시나요?

 

  ㅡ 네, ……네? 죄, 죄송해요. 제가 사실 사람 이름일 잘 못외워서.

 

 미안하다는 듯이 자신을 향해 생긋 미소를 짓는 제이를 보고 영훈은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ㅡ 허, 어이없네. 나를 몰라? 나 김영훈을 몰라?

 

 영훈은 분명히 제이가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 내숭을 떠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여자들이란 족속이 원래 그렇지. 좋으면서 싫은 척, 사랑하면서 사랑하지 않는 척, 그런 거겠지. 사람들이 많으니까 부끄러워서 그런 거겠지.

 

 그 뒤로 제이에 대한 영훈의 집착을 더욱더 심해져서 병적인 수준으로 다달았다.

 

 영훈은 더욱더 확실히 제이의 머릿속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 그녀의 사진을 자신의 방에 온통 도배질했다.

 

 영훈은 눈만 뜨면 사진에 있는 제이에게 말을 걸었다.

 

  ㅡ 나 알지?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다음번에는 나 알면서 모른다고 하면 안 돼?

 

 음침했던 성격 탓에 사람들과 제대로 교류하는 방법을 몰랐던 영훈은 조금씩 조금씩 미쳐가고 있었다.

 

 외모 콤플렉스로 인해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영훈의 마음에는 자신이 과거에 받았던 상처를 제이가 치유하고 보상해줘야 한다는 변태적인 보상심리가 생겨났다.

 

 영훈은 한 인쇄소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이제는 다 망해가는 인쇄소 거리에서 제일 후미진 곳에 있는 인쇄소였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가게 안에 있는 작은 TV를 보고 있던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렸다.

 

 영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짜고짜 할아버지에게 제이의 지문이 찍힌 종이를 내밀었다.

 

  "이 지문이 똑같이 찍힐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주세요."

 

 영훈의 말에 할아버지는 힐끗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내민 종이를 받아들였다.

 

 제이에게 무시당한 이후 영훈은 어떻게 하면 그녀의 뇌속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남길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다.

 

 그리고 그녀와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집요하게 추적한 결과 영훈은 제이가 사는 집을 알아낸 영훈은 그녀의 집 대문이 지문인식 도어락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그것은 역사에 남을만한 위대한 발견이었다.

 

 영훈은 어쩌면 이건 신이 주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제이의 지문이 찍힌 종이만 있으면 그녀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영훈은 그녀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기 위한 몰래카메라를 설치할 계획을 꾸몄다.

 

 백화점 팬 사인회에 가서 제이의 지문을 얻은 영훈은 그녀와 자신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지문인식 도어락을 뚫을 수 있는 틀을 만들기 위해 인쇄소를 찾았다.

 

 지이잉.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할아버지가 잘 다듬어진 실리콘을 가지고 영훈에게 다가왔다.

 

  "근데 이걸 어디에 쓰려고."

 

 할아버지의 질문에 영훈은 어색한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그냥 개인적인 용도입니다."

 

 슬쩍 자신의 얼굴에 시선을 던진 할아버지는 영훈에게 실리콘 틀을 건네주었다.

 

 실리콘 틀을 받아든 영훈은 기쁨과 환희로 몸부림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단순해 보이닌 실리콘 틀이었지만 이것은 자신과 제이의 영원한 결합을 도와주는 열쇠였다.

 

  "2,800원이네."

 

  "네, 여기 있습니다."

 

 실리콘 틀을 손에 쥔 영훈의 표정은 소름 끼치도록 음침하고 음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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