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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브라콘 여동생은 울지 않아!
작가 : 송완청
작품등록일 : 2017.10.20

19세기와 20세기를 더불어 크고 작은 갈등으로 이어진 전쟁들로 인해, 남성 인구에 대한 감소가 절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전 세계에 남성 인구 부족 현상이 뒤따랐고, 성비 불균형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몇 차례의 국제 회의에서 거론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심각성이 바다 위로 떠올라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모든 국가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1960년대부터 시행해온 정책의 이름은
치카사 제도(近さ制度).
수 십, 수 백번의 시행착오와 함께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던 치카사는 역경을 딛고 성공을 향해 도약하여
비로소 21세기가 된 2000년 전후가 되어서야 정책의 효과가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이 된 지금, 조금 특별하고 별난 이 현재의 법을 지지하는 절대적 브라콘 오빠바라기 여동생과,
현재의 법은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하지 않는 은근한 시스콘 여동생바라기 오빠와 그의 파트너가 된 국가 연인 추천상대 외 몇 명의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기 펼쳐진다.

 
XI 야밤의 두 신부
작성일 : 17-11-12 22:22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8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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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장 11화 야밤의 두 신부

 

 

 칸나를 배웅하고 집으로 들어온 나는 아까 미뤄두었던 설거지를 하기 위해 현관 복도를 지나 곧바로 주방으로 향하였다.

 사용한 접시와 그릇 하나하나를 주방 세제를 듬뿍 묻힌 빨간색과 초록색의 알록달록한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 닦는데 정신이 팔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던 무방비 상태의 내 허리로 가녀린 팔이 부드럽게 감싸 안아와 흠칫 놀랐다.

 칸나도 바로 방금 전에 자기 집으로 돌아갔고 적어도 이런 대담한 짓을 할 애는 아니니까, 그렇다 하면 이 팔의 주인은 우리 집에서 키우는 새끼 코알라 뿐이겠지.

 

 "왜 왜? 유칼립투스라도 줄까?"

 "우우……"

 허리를 감싸고 있던 한 쪽 팔이 내 뒤통수를 강타해서 눈알이 빠질 뻔했다,

 얘 왜 이렇게 힘이 세진 거 같냐.. 그만큼 예전보다 건강해졌다는 건가.

 좋아해야 될까 말아야 될까. 이러다 나중에 오빠를 때리는 폭력 소녀가 되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아야야.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학교 숙제는 없어?"

 "…지금은 이러고 있는 게 더 좋아."

 아침에는 응석을 못 부렸으니 오늘 하루 동안 쌓아뒀던 응어리를 지금부터 풀어보겠다는 심보구만.

 히마리를 매단 상태로 설거지를 끝마친 나는 껌딱지처럼 등 뒤에 딱 달라붙은 히마리를 질질 끌고 와 소파에 앉혔다.

 

 "오빠 이제 책 읽어야 되니까 TV를 보든지 뽀삐랑 놀아주던지 하고 있어."

 독서는 내게 있어서 유일무이 하루도 빠짐 없이 챙겨보는 유일한 취미 생활이다.

 로맨스, 판타지, 추리 미스터리, 전문 서적 등 장르를 구별하지 않고 읽어온 책들만 해도 대충은 몇 백 권은 넘지 않을까 싶다.

 

 "내 꺼 오빠 빌려……"

 "니 라노벨은 안 읽을 거야."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독이지만 한 가지의 예외로 라이트 노벨은 별로 읽지 않는다.

 가볍게 읽기 좋다는 취지에서 젊은 층들에게 인기가 있다는데 난 잘 모르겠다.

 이름만 라이트 노벨이지 사실상 로맨스나 판타지 말고도 다른 수수한 장르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함축적 장르라고 해야 맞지 않은가?

 

 그리고 요즘 나오는 것들은 죄다 인기 이세계 환생 애니메이션이랑 관련되고 또 그런 것들 뿐이잖아.

 뻔하고 세상에 즐비한 컨셉은 쉽게 질리기 마련이다.

 참 아이러니하네. 이 소설 자체가 라이트 노벨인데 내가 라이트 노벨을 안 본다니.

 

 그래도 요ㅡ전 최근에 읽어본 것들은 재밌게 읽었다. 

 흔한 주제이긴 해도 작품마다 방향성이 모두 같은 건 아니니까 골라 보는 재미가 있긴 하다.

 

 다만 히마리가 추천하는 라이트 노벨은 읽지 않을 거다.

 "니가 보는 건 너무 자극적이야."

 체육관 창고에 남녀 단둘이 갇혔는데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고 있었다고 고백하고 그대로 분위기가 화끈해지면서 그… 그 입에 담을 수도 없을 만큼 노골적인 행위를 하는 것을 서슴없이 묘사하는 것이 있지를 않나,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만 하는 음란한 소설이 있지를 않나…

 

 몇 번씩 히마리가 내 책장에 몰래 끼워 놓은 그런 장르의 라노벨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하나같이 모든 책 표지에 「R-18」'이라고 써져 있었다.

 'R-18 -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요^^

 도대체 그런 건 어디서 공수해 오는 건지…

 

 내 방으로 올라간 나는 책상에 앉아서 읽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서 다양한 자세로 보기도 했다.

 요즘은 다들 스마트폰으로 보던데. E-book이랬나..

 다음부터는 그런 방법으로 읽어보는 것도 좋겠어.

 책으로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역시 자세가 불편해서 집중이 안 된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치카사가 얽히지 않은 순수한 사랑에 관한 로맨스 물.

 툭 까고 말해서 로맨스 판타지이기도 하다.

 

 이 책의 내용처럼 만약 치카사가 없었더라면 나는 어떻게 살게 될까 생각해 보았다.

 가족을 이성적으로 사랑하면 사회의 뭇매를 맞았을지도 모르고, 카나미 선배 같은 상냥한 분을 만나지 못하고 엉뚱한 사람과 이어졌을 수도 있었겠지.

 아직도 좀 혼란스럽다.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데 책상 위에 놓아둔 스마트폰 알림이 울렸다.

 「엇차ㅡ」하고 일어나서 책상으로 가보니 어제 집으로 찾아 왔었던 카와무라 씨로부터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내일 방문하겠다고 정부 상대 분에게 전해드렸었는데 급한 볼 일이 생긴 것 같아 금요일로 시간대를 옮기겠다는 통보였다.

 

 '막무가내네… 그래도 금요일엔 아무 약속 없으니까 괜찮겠지.'

 메일을 확인하고 폰을 끈 다음, 벽에 걸린 둥그런 시계를 올려다 보니 벌써 10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한 3시간 정도 줄곧 책만 읽어서 그런지 조금 출출한 느낌이 들었다.

 

 평소 군것질을 잘 안 해서 내가 먹을 간식은 사지 않았어도, 히마리 간식은 있을 거라는 직감에 주방으로 내려와 서랍이란 서랍은 모두 뒤졌지만 감자칩 한 조각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께 설탕 꺼내려다 여기 서랍 안에 꾸역꾸역 숨겨둔 거 봤었는데…"

 밥은 소개팅 처음 나간 사람 마냥 겁나 조금씩 먹으면서 과자는 귀신 같이 먹어 치운다.

 출출은 한데 집에는 먹을 게 없고, 밖에 나가서 사오려니 혼자는 심심할 거 같고..

 

 그래서 히마리를 불렀다.

 이럴 때 아니면 동생 둬서 뭐해.

 

 … … 

 

 

 자기 방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신작 애니를 시청하고 계시던 동생을 억지로 끌고 나와 아까부터 계속 내 팔에 바짝 붙어서 입을 씰룩거리고 있는 중이다.

 

 10시가 조금 넘은 야심한 밤인데도 여름이어서 그런지 하늘이 맑아 선명하게 반짝이는 별들과, 골목마다 설치된 가로등 덕분에 그리 어둡진 않았다.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주변의 가정집에서는 화목한 가족들의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우리도 저렇게 밤에 다 같이 모여 웃으면서 얘기한 적이 있었던가.

 아마 없던 것 같다.

 

 "히마리는 아빠랑 엄마 보고 싶지 않아?"

 문득 히마리가 부모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해져서 물어보았다.

 우리가 언제 봤었더라.. 다섯 달 전이었던가, 여섯 달 전이었던가. 언제였는지도 가물가물하다.

 "…별로. 오빠가 있으니까 상관 없어." 

 

 이봐요, 아줌마 아저씨. 자기 딸이 당신 얼굴도 기억 못 하게 될까 봐 걱정이야.

 집에 오면 좀 추억도 쌓고 그러라구.

 

 저ㅡ 멀리, 들려 닿지도 않는 곳에서 일하고 있을 그 두 명한테 텔레파시를 보내었다.

 불쌍한 엄마 아빠.. 얘는 내가 잘 돌보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쓰레기통 위에서 골골대며 자고 있는 고양이도 만나고, 자전거를 타고서 밤 순찰을 돌던 경찰 아저씨와 인사도 나누면서 큰 길로 나와 저 앞에 자주 들리던 편의점으로 향했다.

 

 피곤해 보이는 여 알바와 라면 진열대에서 후드를 뒤집어 쓰고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 사람 밖에 없어서 편의점은 조용하고 한산하였다.

 편의점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사전에 정해두었던 과자와 빵으로 두 역할을 나누어 해당 진열대로 흩어져 이동했다.

 과자 담당인 나는 고심하며 과자를 고르고 있었다.

 

 달달한 초코죽순 과자 , 짭짤한 감자칩, 매콤한 한국 과자, 한정판이랍시고 나온 복불복 폭탄 와사비맛 나쵸칩..

 이 세 개만 살까. 뭐가 맛있을 지를 모르니까 아무 거나 골라 집었다.

 

 먹을 과자를 다 정한 나는 과자 진열대 바로 앞, 맞은 편인 라면 진열대에서 여전히 고심하며  사람을 발견하였다.

 도대체 뭘 사려길래.. 언제까지 저렇게 고르기만 하려는 건지.

 누군지는 몰라도 저 사람, 심각한 선택 장애가 분명해.

 진열대 두 개를 사이에 놓고 마주 보고 서있던 그 사람이 얼굴을 들어 올리면서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얼이 빠져버렸다.

 

 "앗! 신이치 씨?!"

 후드를 머리 끝까지 쓰고 있어서 잘 안보였던 그는 카나미 씨였던 모양이다.

 창피해서 얼굴이 홍당무로 변해버린 선배가 얼굴을 두 손에 파묻고 자리를 피해 도망가려다 간식을 다 고르고 우리 쪽으로 다가오던 히마리와 부딪히면서 둘 다 사이 좋게 「꽈당」하고 넘어졌다.

 

 모르는 사람과 접촉 사고가 나면서 처음 만나게 되는 운명까지 나와 닮은 걸까.

 타고났다. 타고났어.

 이쯤 되면 우리 엄마 아빠도 이렇게 만난 게 아닐까 상상해본다.

 

 

 "으아아.. 죄송해요ㅡ! 괜찮으신가요?"

 카나미 씨가 넘어지면서 「출러엉」거린 걸 눈치챈 건 안 비밀이다.

 "크흠… 아, 히마리랑 카나미 씨, 둘 다 괜찮아?"

 "어머. 둘이 아는 사이인가요?"

 아무리 내가 히마리랑 다르게 머리가 누런 색이긴 해도 닮지 않았나?

 나름 닮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둘을 처음 만난 사람들은 간혹 여자친구라고 생각하더라.

 

 "제 동생이에요..하하. 별로 안 닮았나요?"

 "아ㅡ 신이치 군의 여동생이었군요! 아뇨, 심심해 보이는 눈매나 탐스런 입술이 오빠랑 쏙 빼닮았는걸요?"

 내 생각이 맞잖아. 닮았다니까? 다행이다..

 근데 내 눈이 히마리랑 똑같나...내가 저런 졸리고 심심해 보이는 눈은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내 양 쪽 손을 잡고 일어난 카나미 씨와 히마리가, 그러니까 약혼자 비슷한 인물과 약혼 상대의 브라콘 여동생이 정면으로 마주하는 경사스러운 날이 되었다.

 

 "히마리, 앞으로 나와서 인사 하는 게 어때?"

 "… …"

 자리에서 일어난 후부터 자꾸 필사적으로 내 뒤로 숨으려고 하는 히마리와 그런 동생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웃으면서 쳐다보는 카나미 씨.

 아마 안 그래도 낯을 심하게 가리는 녀석인데 하필 상대가 오빠의 정부 상대이니 여간 언짢은 게 아닐 것이다.

 그렇다한들 어쩌겠나. 심통 부려도 받아들여야 될 건 받아들여야 된다.

 

 "..히마리."

 일부러 목소리 톤을 낮추고 엄격, 근엄, 진지하게 다그쳤다.

 하지만 오빠의 말에도 꿈쩍도 안 한 채 내 옷자락만 더 꽉 쥐고 있을 뿐이었다.

 

 "괜찮아요 신이치 군. 동생 분도 많이 당혹스러웠을 거에요. 제가 신이치 군의 친동생이었어도 이렇게 근사하고 멋진 오빠가 다른 사람이랑 만난다면 싫었을 테니까요. 그렇지요?"

 내 등 뒤에 숨어 힐끗 힐끗 돌아보는 히마리를 향해 허리를 굽히고 조심스레 거리를 좁혀 사근사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둘이 과연 친해질 수 있을까…

 앞날의 걱정이 눈 앞을 가린다. 허허허.

 

 … … 

 

 

 "정말로 바래다주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수줍음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선배의 얼굴은 히마리는 먼저 돌려보내고 옆 동네까지 혼자 돌아가야 할 선배를 바래다 주기 위해 내가 함께 동행하고서부터 쭈욱 지나다니는 바닥을 향하고 있다.

 알고 보니 선배는 먹고 싶던 신제품 라면을 찾으러 다니다 자기 동네 편의점에는 아무 데도 없어서 바로 옆 가까운 동네인 우리 동네까지 오게 된 모양이었다.

 그래서 내 얼굴을 보자마자 튀어버린 거였구나..

 

 "밤길 혼자 다니면 위험하잖아요. 그건 제가 못 참아요. 그리고… 아무리 돌아다니는 사람이 적은 밤이라고 해도 그렇지 그.. 옷차림이 너무 그러니까…"

 "우웅?"

 "아무 것도 아니에요."

 걱정돼서는 둘째 치고 가장 중요한 것에서 낯부끄러워 말끝을 흐렸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선배의 반짝이는 눈을 차마 바라볼 수 없다.

 세상에 노브라에 후드티만 입고 밤에 싸돌아댕기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걱정돼서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걸 내 입으로 어떻게 말하겠냐.

 

 "고마워요. 음~ 그래도 신이치 군이 같이 있어주니까 든든하네요 후후."

 "뭘요.."

 어두운 여름 밤하늘 아래, 신호등의 불빛에 의존하며 배수관 더미 주위를 뱅뱅 돌며 뭔가를 찾는 어느 집 멍멍이가 있던 공터 앞을 지나 선배와 함께 시답잖은 말을 주고 받으면서 걸음걸이를 맞추고 느릿느릿 언덕 위에 계단을 오르자 익숙한 배경이 나타났다.

 위 쪽으로 가면 선배가 살고 있는 동네로 가는 길이고 아래 쪽으로 가면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로 가는 길의 경사가 약간 가파른 언덕 중심에는 늦은 밤에도 불이 켜진 구멍 가게가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는…"

 "신이치 군이랑 처음 만났던 장소잖아요. 며칠 전 일인데도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걸요. 헤헤."

 그렇네. 분명 바로 저 자리에서 선배랑 부딪히면서 만나게 됐었지.

 

 주인 할머니 만큼이나 노후 되어진 낡은 구멍 가게 앞마당을 비추는 가로등 전구 주위에는 별에 별 날벌레들이 빛이 보이는 곳을 따라 날아와 춤을 추고 있고, 이 언덕 위의 주변에 무성한 잡초 사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땅벌레들의 여름맞이 구애의 노랫소리가 한껏 강조되는 고요한 밤에 서로 아무 말 없이 쭈뼛대며 나란히 밤길을 걷는 우리의 심장은 요동치고 있다.

 내 마음이 옆에 있는 저 굳은살 없이 보드랍고 고운 손을 잡고 싶어 하는 걸까, 자꾸 멋대로 까딱거리는 손을 부여잡고 망설였다.

 

 … …

 

 

 "정말 혼자 가도 괜찮겠어요?"

 "요기 코너만 돌면 바로 집이니까요. 여기까지 왔는데 마음 같아선 집에서 차라도 한잔 내 드리고 싶지만 이제 신이치 군도 집에 가야죠."

 아쉽다. 정말 차라도 한잔 마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만 집에서 히마리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돌아가 봐야지.

 

 "선배 집 들어가는 거까지만 보고 갈게요. 가세요."

 「가야죠 가야겠죠..」라고 입으로는 말하고 있지만 몸을 배배 꼬면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선배가 손목을 잡아 당기며 내게 말했다.

 "가야 하는데… 정말 가야 하는데.."

 "여기서 이렇게 헤어지려니 너무 아쉬워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대충 알겠다.

 나도 지금 정말 아쉬워서 그런 선배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밤하늘의 별빛이 비치는 나를 향한 선배의 투명한 눈동자가 지금 내 마음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 안아보아도 될까요?"

 심적인 긴장감이 박차는 상황이 생길 때마다 지금껏 나는 마음 속 깊은 곳에 묻혀있는 진심을 무심결에 입 밖으로 토해 내어왔다.

 다행히도 그런 나의 마음이 상대방에게 잘 전해져서 피해를 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현실 관계는 확실했지만 그녀에 대한 내 마음이 정녕 진심이었는지 모르겠었던 한 여자를 나만의 마법을 통해서 받아들였다.

 

 "좋아요…"

 잠깐 동안 기쁨에 잠겨서 눈가에 글썽거리던 눈물을 스윽 닦아내고서 내가 그녀를 안기도 전에 먼저 다가와 내 품에 안겨 들었다.

 내 몸을 포근하게 감싸 안은 그녀의 등 뒤로 손을 뻗어 턱을 선배의 머리에 올려두고 산뜻한 샴푸 냄새를 맡으며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주었다.

 절대 떨어질 생각을 안 하는 선배 덕분에 꼼짝 없이 우리의 위를 직접 비춰주는 가로등 아래에서 적어도 5분 동안은 그렇게 서로를 부둥켜안고 아무 말 없이 서있었다.

 

 이대로 계속 있으면 좋겠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사로잡혀서 솟구치는 마음을 억누르기가 힘들다.

 선배와 같이 다른 것들도 해보고 싶은 소망 아닌 욕구가 생겨버린 것 같다.

 처음에는 선배가 그저 좋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게 정말 이성으로서 좋아서였는지는 잠복기의 감기처럼 알 수가 없었다.

 방어선이 무너진 내 마음의 결계는 카나미라는 한 사랑의 바이러스에 의해 무참히 감염 당한 상태다.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선배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더 좋은 때를 위해서 잠시만 가슴 한 켠에 묻어두자.

 

 

 선배가 먼저 자세를 풀고 내 품에서 떨어져 나와 더는 늦추지 못할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막상 가려고 하니까 또 안고 있고 싶어요."

 "어..음. 나중에도 시간은 많으니까요. 너무 아쉬워 말아주세요."

 "역시 그렇겠죠?.."

 선배는 두 번 세 번 고개를 끄덕이며 그다지 멀지 않은 훗날을 기약하고 순응하였다.

 

 막 인사를 나누고 돌아가려던 선배가 내 뒤 쪽을 힐끗 보더니 「그런가요.. 후훗」라고 작게 혼잣말 하고서 집으로 향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오늘 내가 너무 주의 없이 경솔했던 걸까요? 미움 받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후후"

 "..네?"

 "나중에 또 봐요 신이치 군! 오늘은 동생 분한테 사랑을 듬뿍 나눠주세요~"

 자리를 피해주듯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코너를 돌아 모습을 감춘 선배였다.

 

 선배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뒤로 돌아선 나는 어둡고 희미해서 잘 보이진 않지만 저 뒤의 벽 아래에 세워져 있는 우체통 옆에 간신히 몸을 숨긴 히마리를 발견하였다.

 집 가라 했더니 몰래 따라왔나 보구나.

 으휴… 하여튼 간에.

 

 한 발짝, 한 발짝 뚜벅뚜벅 다가가 벽을 향해 얼굴을 파묻고 삐질삐질거리며 자세를 고쳐 잡는 히마리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 놓자 「히익」하고 놀라는 녀석이었다.

 "집에 안 가고 여기서 뭐해?"

 "…오빠 혼자 가면 무서울까 봐."

 "속 보인다. 가자, 집에." 

 

 결국에는 또다시 혼자가 아닌 둘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내 손을 절대로 놓치지 않을 만큼 꼬옥 쥐어 잡은 작은 손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아까부터 계속 입을 삐죽 내밀고 있던 히마리가 가던 길을 멈추고 제자리에 서서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오빠‥업어줘..."

 그리 힘들 정도의 거리도, 다리가 아픈 것도 아닌데 난데없이 업어 달라니.

 이따금 이해할 수 없는 녀석이지만 별로 귀찮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뭐.

 

 "조금만 더 가면 집인데 그래도 업어줬으면 좋겠어?"

 "웅…"

 "그래 알았어."

 그렇게 쉽게 올라탈 수 있도록 자세를 낮춘 내 등에 업혀서 목에 팔을 두르고 어깨 한 쪽에 턱을 올려두고 있는 히마리.

 집에서 나올 때보다 불이 많이 꺼져 있는 집들 앞을 걸어오면서 히마리가 심심하지 않게 계속 말을 걸었다.

 

 "편해서 좋지?"

 "응.. 좋아."

 "다 큰 동생 업고 다니는 게 얼마나 고달픈 줄 알긴 알아?"

 "헤헤. 작고 귀여운 동생은 가벼워서 괜찮아."

 턱을 어깨 위에 올려둔 상태라서 히마리가 말할 때마다 입에서 나온 바람이 귀로 흘러 들어와서 다소 근질거리긴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 이후로는 일부러 안 해주다가 고등학생이 되어서 동생을 등 뒤에 업어주고 있다.

 옛날에도 가벼웠는데 제법 시간이 지난 지금도 동생의 몸은 되레 홀가분할 정도로 가볍다.

 생각해 보면 오늘 히마리가 선배를 만났을 때 만반의 응석을 부리며 난리를 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조용히 넘겨 봐줬네.

 그저께까지만 해도 어리광을 애니 보듯이 부렸던 어느새 의젓해진 동생이 정말로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오늘 나 배려해 준거지? 오빠는 솔직히 좀 걱정이 있었는데.. 네가 생각보다 번듯하게 행동해 줘서 고맙고 또 히마리가 내 동생이라는 게 자랑스러워."

 "… …"

 "히마리?"

 

 금방 전에도 잘만 얘기하던 애가 말이 없어서 고개를 돌려보니 히마리는 진작에 내 어깨 위에 머리를 맞대고 쌔근쌔근 곤히 잠들어 있었다.

 하여튼… 오빠는 이렇게 냅두고서 지 혼자만 편하게 자기는.

 최대한 히마리가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 나는 히마리 방으로 올라가 침대에 살포시 눕혀 놓고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와 내 방으로 들어가 나 역시 고단한 몸을 침대로 던져 맡기며 잠을 청하였다.

 

 
작가의 말
 

 갸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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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Ⅶ 삼인방 (2) 2017 / 11 / 7 287 0 6039   
7 VI 삼인방 (1) 2017 / 11 / 6 288 0 4161   
6 V 활기의 학교 2017 / 11 / 3 309 0 5526   
5 IV 여동생의 밤 2017 / 11 / 2 358 0 9404   
4 III 너와 내 마음의 준비 2017 / 11 / 1 311 0 5885   
3 Ⅱ 충고와 갑작스런 준비 2017 / 10 / 30 334 0 4406   
2 Ⅰ 아침부터 이러기냐 2017 / 10 / 21 378 0 3469   
1 프롤로그 2017 / 10 / 20 572 0 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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