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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호스티스 연쇄 자살사건
작가 : 민지민
작품등록일 : 2017.6.23

“난 자살하지 않았어. 절대...”, 지역 정치인의 비리를 수사 중 좌천된 강력계 형사 민혁수. 징계가 풀려 복귀하는 날, 자신의 죽음의 이유를 밝혀달라는 영혼(아영)을 만나게 된다. 혁수는 사건을 파헤칠수록 거대한 힘이 진실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상처럼 외압이 열혈형사를 가로막고 수사는 난항에 봉착한다. “감당할 수 있겠어?”, 그 때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의 인권변호사 김무혁의 등장으로 수사는 탄력을 받고 거대한 힘의 꼬리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삽화:JewelSaviorFREE>

 
【9화】 김무혁 (4) √ 사직서
작성일 : 17-10-29 23:52     조회 : 38     추천 : 0     분량 : 7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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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사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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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띵동]

 

 

 문자 알림 음이 단말마의 비명처럼 들려온다.

 

 마치 사형집행 날의 사형수가 감방 밖 교도관으로부터 제를 부르는 소리를 듣듯이.

 

 그 보다는 더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의 정해진 시간이 오지 않길 바라는 바람은 같을 것이다.

 

 그렇게 무혁은 서랍에 넣어두었던 폴더 폰을 꺼냈다.

 

 직통라인만 알 수 있는 번호였으니 보지 않고도 발신자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보다 높은 계급을 가진 누군가로부터일 것이다.

 

 이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이들 중에 무혁과 계급이 같거나 그 아래는 극히 소수이니까.

 

 무혁은 아마도 뒤틀어져버린 수사에 대해 질책을 던질만한 상관이겠지 하며 폴더를 열었다.

 

 

 『돌았냐? 당장 쳐 뛰어와.』

 

 

 예상에 어긋남은 없었다.

 

 발신자 표기 란에 『돼지엄마』가 찍혀 있었다.

 

 부장검사 지상욱.

 

 평검사들은 부장이 없는 자리에서 그를 지칭할 때 『돼지』라는 별칭을 사용했다.

 

 톡 튀어나온 배에 뒤뚱거리는 걸음새 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제 이권에 목을 매는 탐욕을 빗댈만한 동물을 고른 것이다.

 

 하지만 그를 깊이 아는 사람이라면 어울리지 않은 별명을 가졌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자세히 보면 그는 참 여린 사람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 자리에 앉을만한 감이 안 된다고도 할 수 있었다.

 

 

 ‘나약한 선함보다는 힘 있는 악함이 자비로울 수 있다?’

 

 

 그런 인식을 가진 검찰청 분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를 택한 것이리라.

 

 선하지만 악해 보이려 노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는 그저 선배들의 전처를 밟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선배들에게 배운 대로 이행하고 있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는 기회주의자다.

 

 하지만 악의 편에 서길 원하는 지독한 악마는 아니었다.

 

 

 

 *

 

 

 

 “무혁아. 야. 인마.”

 

 “예. 형님.”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겠냐?”

 

 “예. 압니다. 형님.”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이럴 수밖에 없다는 거 너도 알지?”

 

 “예. 안다구요. 압니다. 그걸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가끔 부장과 술자리를 갖게 될 때마다 반복되던 레파토리다.

 

 술에 취해 반쯤 정신을 놓기 전인 부장이 항상 내뱉던 리플레이였다.

 

 

 “그냥 다 때려치우고 저랑 같이 변호사 개업하시죠. 까짓것 솔직히 까놓고 나가면 여기보다 못 벌라구요.”

 

 

 위안을 주려던 말에 부장은 항상 고개를 저었었다.

 

 

 “야. 김무혁이.”

 

 “예. 왜요?”

 

 “한 잔 하자.”

 

 

 그 뒤로는 부장이 잔을 들었고 무혁도 따라 들었다.

 

 부장은 손에 쥔 잔과 부딪치며 화두를 돌렸었다.

 

 이상했다.

 

 무혁이 그런 말을 하지 않더라도 나갔어도 골백번은 사표를 던졌을 사람이었다.

 

 그는 이곳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

 

 나가서도 충분히 밥벌이 이상은 할 위인이었다.

 

 하지만 왜 벗어나지 않는 것인지는 통째 알 수 없었다.

 

 

 ‘뭔가 약점이 잡힌 것은 아닌가.’

 

 

 그저 짐작만 하고 있었다.

 

 

 “무혁아. 세상을 살면서 버려야 할 것들이 있다. 그런데 난 그걸 잘 못 버려서 그게 문제다.”

 

 

 부장은 남자가 살면서 버려야 할 몇 가지가 있다고 했다.

 

 

 ‘쓸데없는 자비, 진심 없는 친절, 거지같은 눈물, 대책 없는 자신감, 나약함에 대한 인정 따위.’

 

 

 이것들이 항상 자신의 발목을 잡는다고 했었다.

 

 하지만 무혁은 그가 버리지 못한 그것들 때문에 그를 좋아했고, 이유 불문한 채 그를 따랐던 것이었다.

 

 

 

 

 

 ***

 

 

 

 

 

 무혁은 부장검사에게로부터 호출을 받자마자 사무실을 나섰다.

 

 계단을 오르는 중에 잠시 멈춰선 무혁은 심호흡을 크게 했다.

 

 단단히 각오를 굳혀야 했다.

 

 부장검사 선에서 마무리를 지어질 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호출에 직접 대면이라니...’

 

 

 미심쩍은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

 

 평소의 부장이라면 시말서를 쓰라던 지,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엄포를 하던지, 아니면 삼 개월 정도의 감봉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를 것이다.

 

 아마도 오늘만은 그 전과 다른 시나리오를 내밀 것이다.

 

 

 ‘사건을 무마시킨 자의 손이 뻗혀 있다면 부장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 런지...’

 

 

 식은땀이 한 방울 이마 끝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부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길이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적마다 느껴지는 적막함.

 

 이 선연한 기운이 부장이 내릴 징계의 강도를 대신 설명해주고 있으리라.

 

 

 “너 또 뭔 사고 쳤냐?”

 

 “사고요? 부장님도 참. 제가 무슨 범죄자에요? 사고를 치게.”

 

 

 예상은 마쳤지만 대책은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상명하복의 체계 안에서 권력자는 더 높은 권력에게 순응해야 한다.

 

 이것이 이곳의 불변하고 불변할 철칙이다.

 

 부장의 권력은 무혁이 가진 알량한 권력보다 한 차원 높고 강했으니 무혁은 그의 말에 그저 따라야 하는 입장이었다.

 

 

 “너 왜 보고도 안하고 멋대로 수사 하냐?”

 

 “예?”

 

 “이번 뺑소니건 말이야.”

 

 “아아... 그거요? 그거야 뭐... 어느 정도 물증을 잡고 확증이 있어야 보고를...”

 

 “우리 방침에 그렇게 하라고 돼 있냐?”

 

 

 무혁이 부장의 책상 앞에 당도하자 일어서 있던 그가 소파에 걸터앉으며 엄포부터 쏟아냈다.

 

 

 ‘방침? 우리의 방침이 그랬었던가?’

 

 

 정의로워야 할 검사가 정의를 위해 제 맘대로 수사도 못하는 것이 이 세계의 약속이던가?

 

 

 “다 아시잖습니까. 저도 이제 큰 거 하나 터트리고 회사에서 자리 잡아야 되는 나이라는 거.”

 

 

 무혁은 너스레를 떨며 부장의 말을 받았다.

 

 분명 오늘은 뭔가가 있다.

 

 붙임성 좋은 부하의 장난 섞인 변명에 감자를 먹이는 시늉을 하면서 잔소리를 시작 했어야 할 부장이었다.

 (감자를 먹이다: 은어로 맛을 보여 주겠다 뜻을 담아 주먹을 들어 보이는 행동을 말한다. ex) ㅡ.ㅡㅗ)

 

 그런데 반응이 신통찮다.

 

 무혁은 누군가가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을 조종하고 있다는 강한 직감을 받았다.

 

 

 ‘그런가? 그 자들이 벌써 여기까지 손을 써 놓은 건가?’

 

 

 검사의 칼에 베이면 철창 안에서 평생을 썩기도 하고, 목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검사는 칼이다.

 

 누군가는 검사라는 칼을 쥐고는 무기로 쓰기도 한다.

 

 누구의 손에 쥐어지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선악이 갈리는 칼.

 

 검사는 그렇다.

 

 사람을 지키려는 자가 쥐면 활인검(活人劍)이 되고, 살인자가 쥐면 흉기가 되는 잘 갈린 칼이다.

 

 칼자루를 쥔 사람에 따라 사람을 베기도, 사람을 살리기도 하는 검사는 자생적 의지가 없어야 할 칼이다.

 

 

 “형님. 왜요? 그냥 뭐... 감봉 한 달 정도면 됩니까?”

 

 “너! 내가 회사에서는 직함 붙이라고 했어? 안 했어?”

 

 “에이. 그래... 두 달이면 되는 거죠? 아... 이거 몇 달 정도 빡빡하게 살겠네. 그 간은 소주 값은 형님 앞으로 달아 놓겠수.”

 

 “어허!”

 

 

 무혁의 장난 섞인 얼렁뚱땅에 부장은 숨을 들이 마시며 제동을 걸었다.

 

 

 “아 진짜! 왜 그러신데요? 오늘 그날이신가?”

 

 “자식아. 나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다.”

 

 

 처음에는 동향이라는 이유로 그를 챙겨주던 부장이었다.

 

 대한민국 최남단 육지 거제도, 자랑스럽게도 대한민국 대통령을 낸 곳이지만 검찰청 안에서는 거제 출신의 검사를 찾기란 공대에서 여학생 찾기보다 쉽지 않았다.

 

 검찰은 학연이나 지연 등의 고리가 맞아야 그룹에 속할 가능성이 큰 곳이다.

 

 같은 고향 출신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부장은 무혁이 반가웠던가 보다.

 

 중앙지검에 들어오기 전까지 얼굴도, 심지어 목소리도 듣지 못한 사이였지만 부장은 무혁에게 각별했다.

 

 다른 검사들보다 유독 무혁을 챙기는 통에 잠시 평검사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수사에 있어 무혁이 워낙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지라, 부장의 편애가 동향이라는 이유가 아닌 실력이라고 여겨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평검사들 사이에서도 그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김무혁.”

 

 “예. 형... 아니 부장님.”

 

 “내가 뭐라고 그랬냐? 길게 가고 싶으면 바짝 쑤그리라고 안 그러더냐?”

 

 

 어떻게 보면 부장은 자신을 비겁한 검사의 전형이라 여겨 달라 유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큰 권력을 쥔 자의 하수인으로 살아가는 비교적 정의롭지 못하지만 편한 길을 걷는 검사.

 

 그래야 가진 자들이 뚫을 수 있을 검찰조직의 대표적인 꽁수로 인식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구태여 왜 그런 것인지는 도무지 추측해낼 수 없었다.

 

 권력에 아부하고, 돈에 사정을 봐주고 있는 권력지향 검찰 중 1%라면 당연하다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부장은 그렇지 않았다.

 

 정치나 권력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사람만 본다면 심장이 작은 평범한 소시민 가장에 불과했다.

 

 

 “부장님. 진짜 이러시깁니까?

 다 아시면서 왜 그러세요? 남 같기로코롬.”

 

 

 무혁은 다시 한 번, 너스레를 떨면서 부장의 심기를 살폈다.

 

 하지만 이윽고 익살스런 눈빛을 거둬야 했다.

 

 우유부단한 성격에 대충 욕 한바가지 쏟고 끝낼 면담이 아니었다.

 

 분위기가 예상 밖으로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누구지?’

 

 

 부장에게 보고를 올린 자가 과연 누굴까?

 

 분명 비밀리에 진행한 수사다.

 

 무혁이 아무도 모르게 진행하고 있던 지라 알 만한 사람 중 부장과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을 자는 소수였다.

 

 

 ‘김 수사관. 역시 한통속이었던가?’

 

 

 내부에 첩자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이런 감 없는 자가 검사 짓으로 밥을 먹고 있어도 되는가 싶기도 하다.

 

 

 “너 잠깐 지방에 내려갔다 와라.”

 

 “지방이요? 지방에는 왜 말입니까?”

 

 “검사 동일체원칙. 몰라?”

 

 “아니... 이게 어떻게 동일체원칙하고 엮인답니까?”

 

 “보고를 안 한건 항명이나 다름없는 거 몰라? 잔말 말고 내려가라.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정의 따위나 부르짖는 몹쓸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건가?

 

 

 “부장님. 정말 이러시깁니까? 제가 여태껏 부장님 명령 한 번이라도 어겼던 적 있었습니까? 그러면 억울 하지라도 않지요. 고리 엮기 전까지 비밀 수사한 게 어떻게 그 정도 징계거리가 됩니까?”

 

 

 따질 만큼 따져야 했다.

 

 성과 좋은 중앙지검 검사가 수사보고 누락이라는 가벼운 불찰로 지방발령이라니.

 

 거기다 확증범죄가 아닌 이상, 검사 개인의 판단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 아니던가.

 

 

 ‘이런 하찮은 일로 지방발령이라니...’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너 도대체 누굴 건드린 거야? 상부에서 다이렉트로 내려 온 거면 지체가 높기로는 하느님하고 동급 비스므리 할 텐데. 잔 말 말고 휴가 간다는 생각으로 눈감고 일 년만 내려갔다 와라.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일 년 안으로 너 올릴 테니까.”

 

 “형님이 무슨 수로 말입니까. 평검사가 이 따위 일로 내려가면 다시 못 올라온다는 거 아시잖습니까.”

 

 “자식이 정말... 그냥 형 믿고 내려가 있어. 그 때 되서 너 못 올리면 나도 옷 벗는다.”

 

 

 고검장 급이나 부장검사 직급으로 좌천된다면 일정 시간 후에 다시 중앙으로의 복귀가 가능하겠지만 신참 검사에게 있어서 좌천은 유배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변호사를 개업하지 않는 한 다시 서울로는 올라올 수 없을 것이다.

 

 무혁은 징계의 속뜻을 읽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핑계로 검사를 길들이려는 누군가의 강한 의지가 담긴 징계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검찰을 손아귀에 가져 놀만큼 엄청난 권력을 쥐고 있을 것이다.

 

 

 “검사 끝내는 순간까지 서울 근처로는 얼씬 거리지 말라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부장님도 동의하시는 겁니까? 저 쫓아내는 거 말입니다.”

 

 “쫓기는 누가 쫓아... 그냥 좀 머리 좀 식히고 올라오라는 거지.”

 

 “평검사가 좌천이면 알 박기 되는 거 아닙니까? 설마 이 걸 모르신다고 하실 건 아니시죠?”

 

 “그러니까 왜 그런 걸 건드려서 말썽이야!”

 

 

 어느 정도의 성장 통은 감수했다.

 

 하지만 성장 판이 뽑힐 정도까지의 징계라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무리수라는 것을 부장도 잘 알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외면하고 싶은 것 같았다.

 

 입 매무새가 굳게 닫혀 진 것으로 보아 번복은 없을 것이다.

 

 

 “부장님. 정말 이러시깁니까? 이게 그 정도까지 짜부라질 사안이냐고요.”

 

 

 무혁은 부릅뜬 눈으로 따져 볼만큼 따지려 했다.

 

 하지만 부장은 회전 의좌를 돌리며 창밖으로 시선을 피했다.

 

 

 “몰라. 인마. 상부에서 내려온 지시야. 아무래도 총장님 윗선인 거 같다. 나도 이건 막기 힘들어.”

 

 “예? 총장 윗선? 그럼 청 기와집 말씀입니까?”

 

 “그걸 몰라서 물어? 총장 위가 그럼 백악관이겠냐?”

 

 

 어느 정도 각오는 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청와대 같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 관여되어 있다니...’

 

 

 무혁이 그리고 있는 그림보다 더 클 것이다.

 

 상상 이상의 권력을 쥔 자의,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거대한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촉이 세워지고 있었다.

 

 

 “하... 알겠습니다. 제가 벌집을 쑤신 것 같네요.”

 

 

 무혁은 검사직을 내려놓을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소신을 지키면 정의를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자만 시도가 실패하면 소신은 화살로 돌아와 심장을 겨냥하리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부장검사도 막기 힘든 위력인데... 하하. 부장님! 오늘 좋은 거 가르쳐 주셔서 감사. 또 감사합니다.”

 

 

 어마어마한 외압이 작용했다는 것은 뺑소니 건과 외압을 종용한 자와의 긴밀한 관계를 증명한다.

 

 직접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최소한 뺑소니로 위장한 살인의 진실이 밝혀지면 진실을 덮어버린 조력자가 위험하리라는 것이다.

 

 직접 관여되어 있지는 않아도 연관이 깊다는 계산까지는 가능했다.

 

 밝혀진다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고 믿는 자들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평검사에게 물을 먹이고 있다.

 

 억지스러운 상황을 연출하면서까지 덮으려는 것이 분명하다.

 

 

 “알겠습니다. 제 실수니까 제가 책임 져야죠.”

 

 

 무혁은 확신했다.

 

 청와대를 좌지우지 할 만 한 권력자가 아주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부장님.”

 

 

 더 이상 따져보았자 결과는 같을 것이었다.

 

 바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

 

 좌천지시에 항명 혹은 불복한다면 더 무서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보름 후쯤, 한강 둔치에서 물에 팅팅 불은 무혁의 익사체가 떠오를지 모른다.

 

 중앙지검 특수부 검사가 좌천에 대한 불복의 뜻으로 연탄불을 피워놓고 본인 소유의 승용차 안에서 자살을 했다는 기사가 만들어 질 것이다.

 

 그렇게 그들을 힘은 쥐도 새도 모르게 평검사 하나가 소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고 거대하다.

 

 

 “아... 이거 감자를 제대로 먹었네요. 형님. 그치요?”

 

 “자식아. 가늘고 길게 가자고 했잖냐.. 왜 엄한 짓을 해서는... 쯧.”

 

 “검사가 정의롭게 간다는 게 왜 엄한 짓입니까?”

 

 “야. 마! 큰 거 하나 잡아서, 정치판 갈 요량으로 한 거면서 무슨 정의고 나발이야!”

 

 

 부장의 질책에 무혁의 심장에 바늘을 쑤셔 넣는 따끔한 타격이 있었다.

 

 무혁은 부장의 팩트 폭격에 양심을 제대로 얻어맞았다.

 

 

 “형님! 저 인제부터는 가늘고 길게 안 살랍니다. 짧더라도 임팩트 있게."

 

 "뭐 인마?"

 

 "김장철 무처럼 굵게 한 번 가 보렵니다.”

 

 

 평검사 따위가 대항할 수 있을 레벨이 아니다.

 

 타이밍을 놓치면 목숨 줄 연명도 장담할 수 없는 그런 힘이다.

 

 그렇기에 순간의 선택에 오차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었다.

 

 무혁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패배의 대가를 올곧이 떠안기로 했다.

 

 

 “형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 자식이 진짜. 지금 시위하는 거냐?”

 

 “시위는 무슨요. 그냥 예전에는 몰랐는데요. 지금은 알겠습니다. 여기가 제가 있을 자리가 아닌 거 같습니다.”

 

 “이 자식이 정말. 왜? 또? 뭐?”

 

 

 무혁은 정장 재킷의 속주머니에 반을 접어 둔 하얀 편지봉투 하나를 꺼냈다.

 

 

 “이 거 받으십시오. 제 마지막 선물입니다.”

 

 

 혹시나 했던 생각으로 만들어두었었다.

 

 결과가 지금 같으리라는 생각을 전혀 못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가 나온다면 과감하게 꺼내리라하며 책상 제일 아래서랍에 넣어두었던 것을 꺼내어 왔다.

 

 

 “이... 건... 뭐야?”

 

 

 『辭職書(사직서)』

 

 

 부장이 편지봉투의 반절 접힌 부분을 집고 펴내자, 또렷하게 적힌 세 글자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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