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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호스티스 연쇄 자살사건
작가 : 민지민
작품등록일 : 2017.6.23

“난 자살하지 않았어. 절대...”, 지역 정치인의 비리를 수사 중 좌천된 강력계 형사 민혁수. 징계가 풀려 복귀하는 날, 자신의 죽음의 이유를 밝혀달라는 영혼(아영)을 만나게 된다. 혁수는 사건을 파헤칠수록 거대한 힘이 진실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상처럼 외압이 열혈형사를 가로막고 수사는 난항에 봉착한다. “감당할 수 있겠어?”, 그 때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의 인권변호사 김무혁의 등장으로 수사는 탄력을 받고 거대한 힘의 꼬리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삽화:JewelSaviorFREE>

 
【8화】 김무혁 (3) √ 정의
작성일 : 17-10-29 23:52     조회 : 31     추천 : 0     분량 : 7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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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하느님. 정의가 힘을 지배하게 하소서.

 -윌리엄 셰익스피어-

 

 

 

 〓〓〓〓〓〓〓〓〓〓〓〓〓〓〓〓

 【8화】 정의

 〓〓〓〓〓〓〓〓〓〓〓〓〓〓〓〓

 

 

 

 “양봉식.”

 

 “예.”

 

 “양봉식이?”

 

 “예. 말씀 하이소.”

 

 “양봉식 씨!”

 

 “예예. 지는 양봉식이 맞고예. 그런데 와 계속 불러쌌습니까. 그러다 제 이름 닳겠십니다.”

 

 

 사방이 막힌 방 안의 숨 막힐 듯한 정적이 깨졌다.

 

 그 암울한 기운 사이, 테이블을 사이에 둔 두 남자가 마주앉아 있다.

 

 

 “양봉식아! 사람이 죽었다. 음주에 뺑소니로다가.”

 

 “예? 그게 와예? 지금이랑 무슨 상관이 있지예?”

 

 “정말 무슨 뜻인지 모르나 보네? 나보다 법무부 선배님이시니까 아주 잘 아셔야 되는 거 아냐? 그래? 안 그래?”

 

 

 무혁의 높아진 언성에 놀라기는커녕 자수한 용의자는 달밤에 개가 짓느냐는 식으로 뻣뻣한 자세를 유지했다.

 

 

 양봉식.

 

 다리를 꼬아 앉은 40대 중반의 남자의 수집된 정보는 이랬다.

 

 룸살롱 바지사장, 10년 전까지만 해도 소도시의 폭력조직의 퇴물 건달이었던 그가 어느 순간 한 지역 유흥업소계를 휘어잡을 만큼의 힘을 가진 사장님으로 변신했다.

 

 주변 유흥업소의 사장들이 그를 회장이라는 직함으로 통칭할 정도로 그 세계에서는 거물급에 속했다.

 

 뭔가 야리꾸리한 냄새가 피어나는 부분이었다.

 

 

 "말해봐라. 어떻게 되는가?"

 

 

 양봉식.

 

 그는 무혁의 아이컨택을 피하느라 시선을 바닥에 내리깐 채로 표정 없이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되는교? 내가 술 쳐 먹었다는 증거도 없고 피해자 쪽 증인도 뺑소니 아니라고 한 거 모릅니까?”

 

 

 봉식이 쏟아내는 레퍼토리에 전문가의 솜씨가 묻어 있었다.

 

 변호사가 있다면 아마 똑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증거가 있느냐?

 

 있다면 내밀어 보라고.

 

 예상 질문지를 미리 본 듯 잘 준비한 모양새다.

 

 봉식은 외운 답을 써내려가듯 막힘없이 주절거리고 있었다.

 

 

 “그래. 계속 씨부려 봐라.”

 

 “검사님 사실적으로다가 봅시데이. 합의만 보면 대충 벌금으로 돈 천만 원이면 나가지 않겠십니까?”

 

 

 서론은 생략하고 증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돌아가는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것 참... 어떻게 몰아야 되는 거야?’

 

 

 이렇게 되면 상황이 역전된다.

 

 수사하는 측이 받는 측에게 끌려가게 되면 취조실은 불순한 장소로 변하게 된다.

 

 애먼 사람을 불러다 꼬장을 부리는 과격한 검사가 등장하는 70년대 대공분실의 호러 씬이 재생되는 것이다.

 

 어차피 법원에서 다툴 사항은 팩트다.

 

 유무죄를 가리는 것은 증거의 신빙성에 중심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그림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당당한 용의자 앞에 혈압을 올리는 검사 나부랭이.

 

 제시될만한 증거들은 검사의 오판을 알리고 있었다.

 

 무혁은 용의자의 뒷배 중에 머리회전 좋은 베테랑 변호사가 포진해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남자의 어지럽게 흔들리는 눈동자와 계산적인 감정패턴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양봉식은 조사실 안에서의 주도권을 쥐려 애쓰고 있다.

 

 검사와 기 싸움을 하고 싶은 것이다.

 

 

 “감희 네까짓 버러지가 대한민국 검사와 한판 붙으시겠다고? 그래 계속 해봐라.”

 

 

 놈은 기껏 해봤자 지방의 퇴물건달 양아치다.

 

 무혁은 대힌민국 권력의 핵심이라는 검찰, 그것도 중앙지검의 특수부 검사다.

 

 체급차이가 현저한 상대에게 밀리고 있는 꼴이라니.

 

 

 “음... 그리고 말입니다.”

 

 

 말을 시작하기 전에 기억을 되뇌는 듯 뜸을 들이는 것을 보니 하달 받은 지시를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분명 녀석의 조력자는 모든 계산을 끝낸 상태로 무혁의 앞에 고장 없는 지뢰를 던져놓았다.

 

 잘못 건드리면 터져버려 발목을 날려버릴지도 모른다.

 

 무혁은 더 이상 꿈틀거리지 못하도록 계획된 기술을 차단해야 했다.

 

 

 “너 인마. 잘 기억해라. 네 녀석 때문에 숱하고 무고한 사람들의 원혼이 구천을 헤매게 될 거다.”

 

 

 무혁은 녀석의 머리통을 시멘트 바닥에 짓뭉개고 싶은 심정이었다.

 

 

 “후.”

 

 

 무혁은 천정이 무너져라 한숨을 뿜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두 딸을 둔 황경미화원,

 사망자와 가깝게 지냈다는 결혼한 지 석 달이 되지 않았던 회사동료 등.

 

 증거 채집과정에서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접하게 되었다.

 

 당시의 상황을 알고 있을만한 인물들을 만나야 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소재지로 갔을 때 어이없는 상황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들 중 대부분이 행방불명되었거나 사고사 했다는 것이었다.

 

 나머지 몇은 이민을 갔거나 아예 만남을 허락하지 않았다.

 

 

 ‘우연의 일치라 하기에는 너무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증인이 될 만한 자들이 대부분 사라졌거나 사망했다.

 

 한국을 떴거나 소재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행방불명이 되어 있었다.

 

 기막힌 우연의 일치는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든 상황이라 가르쳐주고 있었다.

 

 

 “뭐... 뭐라꼬예?”

 

 “네 놈한테 이 짓거리를 시킨 놈들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계속 사람들은 죽어 나가겠지. 그 수가 가장 깔끔할 테니까.”

 

 “참말로 우리 검사님... 소설을 참... 야무지게 쓰고 계시네예. 검사님아. 재미는 조금 있는데요. 우짜지요? 요새 스릴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해야 먹히는데. 참말로 안타깝데이. 죄다 지어내고 그라면 우얍니까? 검사님이 좋아하시는 팩트가 한 방울은 들어가야지 않겠어예?”

 

 “그만 닥치고. 너는 이 말을 죽기 전까지 기억해라. 앞으로 죽게 될 사람들은 네 놈이 죽인 거나 다름없는 거다.”

 

 

 이미 포기 단계였다.

 

 지금 막지 못하면 영원히 진실은 묻힐 것이다.

 

 무혁은 상대가 뻗은 스트레이트에 턱을 얻어맞아 비틀거리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10...9...8...7...6...5...’

 

 

 이제 카운트가 들어간다.

 

 넉 다운이 된 것이다.

 

 그리고 또 공격이 들어올 것이다.

 

 이쯤 되면 링 안으로 타올을 던져야 한다.

 

 다음 경기를 위해서 체력을 비축해 두어야하니까.

 

 

 “검사님은 귀신도 보시나 보지예? 허허허.”

 

 

 봉식의 비아냥거림에 무혁은 이빨을 앙다물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승자의 허세에 잠시 놀아나 주어야 했다.

 

 무혁의 완벽한 패배했다.

 

 끝이다.

 

 막을 수 없다.

 

 조사한 바가 틀리지 않다면 후에 벌어질 상황을 충분히 유추하고도 남는다.

 

 놈들의 수법은 조금씩 진화해왔다.

 

 

 ‘잔인하고 치밀하게 그리고 빈틈없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았다.

 

 15년의 공소시효는 딱 세 번의 겨울을 남기고 있었다.

 

 

 “그래. 본다면 어쩔 거냐?”

 

 “와우. 대단하십니다. 우째 중앙지검 검사님들은 신기도 있는가 보지요? 이 거 그만두시면 점집 차리시면 되겠십니다.”

 

 

 삼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를 감행할 시점이다.

 

 

 ‘그래. 이번 겨울은 그들에게 승리의 트로피를 안겨주마.’

 

 

 무혁은 봉식의 가느다란 쏘아붙임을 농담조로 받아주었다.

 

 

 “원혼요? 와아... 무서버라. 닭살 돋는 거 좀 보소. 검사님요. 무신 전설의 고향 찍십니까? 과학 수사 과학 수사 말로만 하지... 영 파이네요. 구신한테라도 들었소? 내가 직이 뿌따고.”

 

 

 무혁은 용의자의 말에 뜨끔했다.

 

 

 ‘왜냐고?’

 

 

 그래. 맞다.

 

 무혁은 귀신을 볼 수 있는, 견귀를 가진 영매였으니까.

 (견귀(見鬼): 영혼을 보는 능력.)

 (영매(靈媒): 영혼과 소통, 또는 조종하는 자(者).)

 

 흩어진 증거를 쉽게 모을 수 있던 이유도 모두 그들 덕분이었으니까.

 

 죽어 영혼이 된 그들이 무혁을 돕고 있던 것이다.

 

 

 “검사님요. 그만 하시지예. 게임 다 끝났다 아입니까.”

 

 “그만? 뭘 그만해? 이 건방진 자식이... 전과자 나부랭이가 감히 검사한테... 뭘 그만해? 네가 그럴 자격이 있을 거 같냐!”

 

 

 무혁이 쾅하는 소리가 나도록 책상을 부서져라 내리쳤다.

 

 저도 모르게 흥분을 해버린 것이다.

 

 

 “아이고 마. 사람 잡겠십니더. 이라다 지는 검찰청에서 맞아 죽겠지요. 이거 간이 떨려서 말이 다 안 나오네.”

 

 

 진정해야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무혁의 성미를 돋운 것은 취조 받고 있던 앞의 양아치가 아니었다.

 

 다름 아닌 무혁이 그 자신을 열받게 하고 있었다.

 

 진실을 알고도 풀어낼 수 없는 한계에 숙연해진 나약한 남자.

 

 무혁 바로 자신이 본론 적 이유였다.

 

 알량한 권력을 쥐었으나 진실을 풀어낼 만큼의 힘에 미치지 못하는 이등의 권력을 가진 자.

 

 작은 물고기가 좀 더 큰 물고기에 먹히는 장면과 겹쳐 떠오른다.

 

 

 ‘알량한 권력욕이 만든 욕망과 욕심이 조연한 비극적 참사를 주제로 한 연극의 한 대목 같다.’

 

 

 일기 예보를 듣고 우산을 쓰고 나갔지만 고장이 나서 그대로 쓰레기통에 처박는 기분이랄까?

 

 

 “그래. 그럼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

 

 

 무혁은 흥분을 가라앉히고서 봉식과 마주보는 위치로 앉았다.

 

 책상 반대편에 앉아있는 용의자와 시선을 맞추려 했지만 상대는 회피하고 있다.

 

 

 '눈은 거짓말을 잘 못하니까.'

 

 

 용의자는 진실을 말하는 눈을 통해 전달될 진실을 막으혀 한다.

 

 흔적마저 미연에 차단시키는 얄팍한 기술을 걸고 있었다.

 

 

 “바쁜 사람 불러다가 이 게 뭐하는 짓인교? 암만 검사님이라 해도 이 건 좀 너무한 거 아입니까? 증인도 없고 증거도 없고. 내사 마 여서 뭐하는 건지 통 채 모르겠데이.”

 

 

 녀석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증인들이 증언을 번복했다.

 

 자필로 썼다던 남자의 유서도 조작되었던 어쩧던지 간에 발견되었다지 않는가.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확률은 백 프로다.

 

 조작이 분명했지만 반박하거나 입증할 방법이 없다.

 

 10년도 지난 무연고 사망자의 유서가 가짜라는 것을 밝힐 방법은 없었다.

 

 한 치 빈틈없는 조력자의 행적을 미루어 보건데 조작했다면 반박할 수 없도록 제대로 손을 써놨을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사망자가 자살하려고 눈이 쌓인 도로에 누워있었다?”

 

 “아이고 검사님요. 와 그라십니까? 그걸 제가 우찌 압니까? 증언한 사람한테 물어 보셔야지 않겄습니까? 검사님요. 저처럼 양아치 되십니까? 와 계속 간을 보고 그라는교?”

 

 

 조작된 증거에 매수된 증인들.

 

 무혁은 어쩔 수 없이 당해야만 할 막장까지 몰렸음에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나도 너무 오래 되나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아입니까.”

 

 “하... 그래? 그러면... 뭐... 어쩔 수 없지. 그치?”

 

 

 무혁의 나긋해진 말투에 용의자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있다.

 

 용의자는 잠시의 승리에 도취되어 있을 것이리라.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

 

 판을 뒤엎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

 

 유일한 증거였던 시체는 수년 전에 화장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예수님 큰 아버지가 오신다 해도 진실은 부활할 수 없다.

 

 

 ‘3년이다. 3년 밖에 남지 않았다.’

 

 

 미국이나 유럽의 여느 나라들은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라는 것 자체가 없지만 한국은 다르다.

 

 2007년 12월 21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 법률이 공포됨으로서 15년이었던 살인죄에 10년이 추가되었다.

 

 이로서 공소시효는 25년이 되었지만 이는 사형에 해당되는 범죄에 한해서 적용된다.

 

 

 ‘무기징역 이하의 범죄라면...’

 

 

 이제 기껏해야 남은 기간은 3년이다.

 

 3년이 지나면 더 이상 죄를 물을 수도 없게 된다.

 

 어차피 증거가 없으니 사건은 과실치사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크다.

 

 

 『과실치사상죄.』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하는 죄.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가 적용 된다면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밖에 되지 않는다.

 

 변호사는 피고의 실수를 주장할 것이다.

 

 증인들의 증언번복으로 고의성은 부정될 것이다.

 

 판사도 증인들의 뜻과 크게 다른 판단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다.

 

 

 ‘증거가 없다. 살인죄로 기소할 방법이 없다.’

 

 

 『형법 267조.』

 

 

 과실치사의 혐의로 인정받을 것이고, 5년인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되어 체포는 할 수 있으되 처벌은 없다.

 

 재판조차 할 수 없을 말도 안 되는 뭣 같은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았다 한들 놈의 죄는 경미하다.

 

 운이 좋으면 약식기소에 300만 원 정도의 미미한 벌금을 내고 풀려날 사건이 되어버렸다.

 

 거기에 더해 애초에 공소 가능한 시효도 소멸되었다.

 

 아예 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놈은 무죄다.

 

 

 “그래. 오늘 조사는 여기서 마무리 짓도록 합시다.”

 

 “맞습니까? 그럼 지는 이제 가도 되는 거지예?”

 

 

 혹시나 살인사건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녀석은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옥살이를 할 각오를 하고서 자수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내부자라면 비밀을 간직한 자들이 어떻게, 왜 죽어나간 것인지를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사주를 한 놈에게 보복을 당할 바에야 차라리 돈을 받고 감옥에서 썩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보복은 곧 죽음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을 테니까.

 

 

 “어려운 걸음 하셨는데. 식사는 하고 가셔야지요. 검찰청에서 먹는 별미가 기가 막히거든.”

 

 “아 그럴까예? 제가 마... 경찰서는 내 집처럼 들락날락 했어도 검찰청은 참 오랜만 아입니까. 마. 참말로 소풍온 기분이라 아입니까.”

 

 

 어지러운 심기를 내색치 않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무혁의 두 손 끝은 부들부들 떨려왔다.

 

 

 

 *

 

 

 

 ‘젠장. 진짜 여기가 끝이라는 건가!’

 

 

 초임 검사가 넘기에는 너무 높은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이런! 십팔만 십팔 번 신발 끈을 동여 매야 겠구만.”

 

 

 애초부터 가능성 없는 도전이었을지 모른다.

 

 불순한 시작에서 출발했기에 하늘이 내리는 벌을 받는 걸지도 모른다.

 

 출세를 갈망하던 초임검사가 성공을 위해 둔 무리수였다.

 

 명예, 돈, 권력.

 

 개인적 사욕을 채우려는 새까만 의도로 시작했었다.

 

 사건을 추적하던 그의 의도는 분명 정의와는 거리가 멀었었다.

 

 하지만 실체를 하나씩 알아갈수록 욕심은 어느 순간 소신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소신은 물러날 수 없을 만큼 벼랑 끝으로 몰려있다.

 

 위험을 감수할 만큼 조급해 졌었다.

 

 무혁은 과거의 부끄러움을 지우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자신 모습에,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쓸 데 없는 고집이었을까?”

 

 

 그저 모른 척 한 발짝만 물러나 있었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제보자의 전화를 무시했었다면 신상에 아무런 변화도, 어떤 위협도 없었을 것이다.

 

 제가 제 무덤을 판 셈이다.

 

 다른 검사들처럼 조용히 경력을 쌓고, 때가 되면 승진을 하고, 전관예우를 받을 즈음 퇴임하여 변호사 개업을 하면 창창한 꽃길을 걸을 수 있었다.

 

 오히려 손을 일찍 떼어주었다면 눈을 감는 대가가 뒤따랐을 지도 모른다.

 

 

 “내가 이렇게 정의로운 인간이었던가? 없던 정의가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었다.

 

 오로지 나의 성공만이 목적이었다.

 

 성공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였었다.

 

 진실을 외면하고 불의에 눈감는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지금,

 

 지나온 순간 하나하나가 모두 창피스럽다.

 

 

 “세상 참 아름답지도 못하고 상황은 참 엿 같구나.”

 

 

 강남순환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제 2 경인고속도로로 접어든지 한 시간이 지났다.

 

 앞 범퍼가 으깨진 낡은 아반떼가 낼 수 있는 최대속도로 달려 도착한

 서해의 끝단.

 

 무혁은 차에서 내려 바다에 대고는 회한을 담는다.

 

 고함을 질러본다.

 

 

 "야 이 뭣 같은 세상아! G랄하고 염병하고 자빠지셨다."

 

 

 무혁은 견딜 수 없을 만큼 비겁하게 살아온 인생에게, 지나온 허망한 세월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그래. 김무혁!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허망한 후회를 떨치고자 한다.

 

 그래. 지금부터가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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