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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제는 지나간 것들에게
작가 : 은호
작품등록일 : 2017.10.28

"엄마의 새 남편이라는 사람을 만났다."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이름과
이제는 식어버린 이름
가까이 있어도 이해하지 못 했던 이름들에게 보내는 이야기

 
1부_3회
작성일 : 17-10-28 15:37     조회 : 247     추천 : 1     분량 : 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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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그 뒤로 몇 번은 더 볼 줄 알았는데. 두 번째 만남이 이루어진 것은 결혼식장에서였다. 대충대충 하는구나. 불편한 원피스를 입고 으리으리한 결혼식장 홀 구석 창틀에 앉아있던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엄마는 네 번째로 입는 수수한 흰색 드레스 차림으로 예식장 입구에서 하객 한 명 한 명에게 악수와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콧잔등을 찡그리며 새신부처럼 웃는다. 예쁘긴 하네. 그런 엄마 뒤에 남색 레이스 원피스를 입은 언니가 서서 같이 인사를 하고. 엄마 옆에는…그 남자가 웨딩 수트 차림으로 서 있었다. 무표정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 했지만 그래도 나름 웃는 얼굴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나도 저기에 서 있어야 하지만 어차피 저 사람들에게 나는 있으나 마나니까, 몰래 빠져나왔다. 알아챈 사람도 없는 것 같았다. 아니, 이제 있나.

  신우진 씨가 내 쪽을 봤다. 그는 한참동안 나를 보느라, 배 나온 대머리 남자가 악수를 청하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인사를 받았다. 대머리가 엄마에게로 넘겨지자 그는 주변 눈치를 살피다가 움직였다. 이쪽으로 온다.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여기 있어도 되나?”

  “어차피 저 사람들, 나 보러 온 거 아니니까요. 언니도 있고.”

  “계속 이렇게 있을 거야?”

  “뭐, 적당히 숨어 있다가 식 시작하면 들어갈 거예요. 작가님이야말로 신랑이 자리 이탈해도 되는 거예요?”

  “작가님?” 그는 저번처럼 묘하게 웃는다. “그렇게 부르기로 했나?”

 잠시 침묵. 순간 또 공기가 이질적으로 변하기에 나는 화제를 돌렸다. 적절하진 않았지만.

  “작가님은 몇 번째 결혼이에요?”

  “초혼이야.”

 아아. 내가 당황스러워하자 그는 덧붙였다. “나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어.”

  그때 나는 창틀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아마, 앉아만 있는 게 예의 없어 보일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던 것 같다. 그런데 오랜만에 신은 구두가 말썽을 부렸다. 그렇게 높은 신도 아니건만, 중심이 안 잡혀 비틀거린 순간 그가 내 손을 잡았다.

  하얀 장갑 밑으로 그의 맨손이 느껴졌다. 남자 손답게 크고 투박하면서도 섬세한 느낌이 들었다. 뜨거웠다. 손을 잡으며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기에 내 얼굴이 그의 어깨 부근에 거의 닿을 뻔 했다. 먼지 하나 없는 검은 수트 원단이 시야에 가득하고. 향수 냄새. 뭔지 알 것만 같은 향이 코를 덮쳤다.

  “괜찮나?”

 그가 물은 것을 조금 뒤에야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중심을 바로 잡고 섰다. 손을 놓았는데도 손아귀 힘의 느낌이 계속 남아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때 저 멀리서, 엄마 곁에 웨딩매니저가 와서 무언가 속삭였고 엄마는 상냥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주변을 살피다가 이쪽에 있는 신우진 씨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자기! 이제 대기실 가야 해요.”

 자기라니. 간지럽구만. 몸서리치는 나를 뒤로하고 엄마의 부름을 받은 그는 돌아섰다. 저리로 가는 듯하더니 문득 나에게 “있다 봐.”라 말하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아, 어디 갔나 했네!” 그가 떠난 자리에 언니가 뛰어와서 내 팔을 끌어당겼다. 언니에게 붙잡혀 나는 식장으로 들어갔다.

  그날의 결혼식은 대부분이 그렇듯 그저 그랬다. 맨 앞에 앉아서 지루한 주례를 들으며 엄마가 신은 하이힐이 몇 센티일까 가늠해보고 있었다. 반지를 교환하고. 신랑은 신부에게 키스하라는 소름끼치는 순서도 있어서, 나이 먹은 사람들한테도 그런 걸 시키나 했는데, 그냥 뺨에 살짝 입술을 갖다 대는 정도로 끝났다. 그때 엄마가 뭐라고 말을 했는지 그는 얼굴을 펴고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둘의 행진이 이어지고. 폭죽과 카메라 플래시와 박수 소리가 어수선한 가운데.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얼마나 갈진 모르지만.

 

 

 

  “피곤해.”

  하객들이 거의 돌아간 피로연장에서 언니는 의자 두 개를 붙여 놓고 눕다시피 했다. 나는 남자친구에게서 온 문자에 답장을 하고 있었고. 언니를 흘끔 보곤 감흥 없이 경고의 말을 날렸다.

  “그렇게 있는 거 엄마가 보면 안 될 텐데.”

  “그러게 말야.”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뒤에 다가온 엄마가 하는 소리에 언니는 화들짝 놀라 일어나서는 아무 일 없던 듯 정자세로 앉고. 본인은 이 상황이 웃겼는지 피식거린다.

  “엄마 고생했어.”

  “그치, 우린 정신없어 혼났는데 너희들은….”

  “우와, 이제 출발해요?” 잔소리가 시작되기 전에 언니가 얼른 덧붙였다. 엄마는 검은 원피스에 베이지색 버버리 코트로 갈아입었지만 얼굴에는 신부화장이 그대로 있어서 이상했다. 옆에 거대한 체크무늬 캐리어가 있다. 신혼여행 짐인가. 곧 신우진 씨도 나타났다. 수트 재킷 대신 가디건을 걸친 차림이었다.

  “차에 실을 짐은 이것뿐이에요?”

  “네. 부탁해요.”

  “다녀오세요.”

  “사고치지 말고 있어. 금방 돌아오니까.”

  “칠 사고나 있었으면.” 언니가 농담 삼아 말하자 엄마는 작게 헛기침을 하고 돌아섰다. “다음 주에 보자, 딸들.”

 그 뒤를 따라 엄마의 캐리어를 끌고 신우진 씨가 간다. 예의상 언니를 따라 “다녀오세요.”라고 인사했다. 그는 반쯤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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