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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꿈속의 남자
작가 : 찌니
작품등록일 : 2017.7.29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m&m쇼핑센터의 직원 이은재. 20살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0년 간 빠짐없이 은재의 꿈에 출현한 의문의 남자. 그런데 꿈 속의 남자라고 생각했던 그 강 욱이, 30살 어느 가을 홀연히 은재의 눈앞에 나타났다? 꿈속의 남자를 사로잡기로 자신의 친구와 작전까지 짰지만 자꾸만 마음 한 구석을 비집고 들어오는 한 남자 김 환에게 흔들리는 은재. 그녀는 과연 어떤 남자와 함께하는 행복을 선택 할 것인가!

 
<21> 이런 느낌 대체 뭐야
작성일 : 17-09-06 22:38     조회 : 301     추천 : 0     분량 : 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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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라서 물어?”

 

 “모르니까 묻죠. 왜 화를 내고 그래요?!”

 

 환의 답답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은재가 소리를 꽥 질렀다. 그런 은재의 행동에 더욱 짜증이 치민 환이, 1층에 다다른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마자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차가 주차 된 뒷마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거 놔요! 사람을 왜 이렇게 끌고 다녀요. 내가 강아지에요 뭐에요?”

 

 환에게 질질 끌려온 은재가 자신의 손목을 단단히 감싸고 있는 그의 손을 풀어내며 소리쳤다. 그런 은재의 행동에 환이 눈을 지그시 감으며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너, 저 자식이 저런 놈이란 거 몰랐어?”

 

 “……….”

 

 “입 열어. 그리고 솔직하게 대답해. 알았어, 몰랐어?”

 

 “…아예 모르진 않았어요.”

 

 환의 매서운 추궁에 은재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조그맣게 대답했다. 그런 은재의 대답에 환이 고개를 절절 저었다.

 

 “알면서…, 그 사실을 알면서도! 저 개자식을 섭외했다는 거야?”

 

 “…네.”

 

 “뭣 때문에?”

 

 “그냥 들리는 소문인 줄 알았어요. 여자 연예인들한테 그런다는 소문을 듣긴 했지만… 그게 사실이라곤 생각 안 했죠. 워낙 이 바닥이 헛소문이 많이 돌고 하잖아요. 또 박 감독님이 실력에 있어선 광고업계에서 워낙 원톱이라….”

 

 은재에 변명에 기가 찬 환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 그래서 고작 그 대단한 실력 한 번과, 널 맞바꾼 건가?”

 

 “말 함부로 하지 말아요!”

 

 환의 비아냥거림에 은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정작 더러운 일을 당한 건 자신인데, 왜 저 남자가 더 화를 내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난 김 환씨를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당신이 m&m이랑 한 계약, 진짜 하고 싶어서 한 계약 아닌 것 알아. 그렇지만 도와주고 싶었다구요. 억지로 한 계약일지라도, 아 이 계약서에 사인하길 잘 했네. 뭐 이런 생각 들 수 있게 만들어주고 싶었단 말이에요.”

 

 “무슨 뜻이야.”

 

 낮게 가라앉아있던 환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박 감독을 섭외한 거요. 물론 우리도 표지 잘 뽑으면 좋죠. 그런데 그것 보다 난! 우리 계약이 끝날 때 까진 당신한테 최선을 다해 신경써주고 싶었고, 이번 촬영으로 당신이 더 날개를 달길 바랐어요. 그래서 박 감독님 섭외에 공 많이 들였다구요. 그 분 인성으론 소문이 안 좋더라도, 실력은 정말 좋으신 분이니까. 그 분과의 촬영이 톱 모델이 되는 등용문이라고 다들 그렇게 말해요.”

 

 “날 신경 쓴 거다…?”

 

 “네. 그냥 이왕 하는 거 나나 김 환씨나 둘 다 잘 되면 좋은 거잖아요. 근데 일이 이렇게 꼬일 줄 몰랐죠. 박 감독이 나한테까지 그런 더러운 추태를 부릴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은재의 진심에 환의 눈동자가 약하게 흔들렸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여전히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있는 은재가 환의 눈 안에 가득 담겼다. 그냥 확 안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초인적인 힘으로 자제하며, 환이 아까보단 좀 더 풀어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아까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아?”

 

 환이 은재에게 겨우 자신의 속마음 한 마디를 던지고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박 감독에게 과일 도시락을 갖다 바치는 은재의 모습까진 이해 할 수 있었다. 근데 은재의 허리에 손을 올리는 모습을 목격한 순간,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촬영장을 한 바퀴 둘러보았지만, 다들 점심들을 먹으러 사라진 건지 커다란 세트장엔 남아있는 사람이 몇 명 없었다. 그 마저도 감독과 은재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고, 설사 감독의 그런 추태를 목격 했다 해도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맞추려 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 이었다.

 

 감독이 행하고 있는 성추행이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에 의해서 묵과되고 있었다. 멀리서도 은재가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다. 은재가 감독의 품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지만, 감독이 그런 그녀를 더욱 더 세게 안으며 귓가에 무어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튀어나가려다, 물리적인 폭력보단 증거가 더 필요할 것 같아 슈트 안주머니에 꽂혀있던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 버튼을 눌렀다. 줌 기능을 최대치로 늘려 박 감독의 행태를 찍다가 그가 은재의 턱을 잡아 올리는 모습을 본 순간 증거고 뭐고 이성을 잃을 뻔 했다.

 

 ‘저 개자식……!어디다가 손을 대?’

 

 재빠르게 녹음기능으로 바꾸고 그의 손목을 잡아챘을 땐 정말 그 더러운 손목을 부숴버리고픈 충동을 극한의 인내심으로 참아내야만 했다.

 

 그런데 자꾸만 이 여자는 손목을 놓고 이야기하란다. 어째서 저 자식을 감싸고도는지, 너무 어이가 없어 그 여자를 흔들고 미쳤냐고 묻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아냈다.

 

 역시나 개자식은 내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매장이니 뭐니 하는 말로 같잖은 협박을 해댔다. 일개 신인모델 운운하며 자신에 대한 모욕이란 말을 지껄이는데, 하마터면 주먹을 날릴 뻔 했다. 진짜 모욕은 누가 당했는데…….

 

 역시 협박은 협박으로 응수하는 게 답이지. 동영상과 녹음기를 들이미니 감독이라고 부르기도 역겨운 남자가 깨갱하며 꼬리를 내린다. 저 여자가 앞에 있었으니 사과 따위로 끝난 거지, 만약 은재가 없었다면 얼굴을 한 방 시원하게 먹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개자식과의 마무리를 뒤로 하고 그 여자의 손목을 붙잡고 끌고 나오는데, 나더러 왜 그런 눈으로 보냔 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지 정말 모르는 걸까.

 

 저가 더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어이가 없어 조용한 뒷마당으로 데려왔더니, 이젠 사람을 끌고 다닌다며 자기가 강아지냔 다.

 

 그리고 이제 와서 하는 말이 다 날 위한 일이었다니. 저가 그런 일을 당했는데, 내가 잘나가고 성공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이냔 말이다.

 

 그런데 밉지가 않다. 다 날 위해 그런 거라고 변명하는 저 입술이 자꾸만 눈에 밟혀서, 잔뜩 움츠러든 어깨를 안아주고 싶어서 그냥 지금 이 순간은 이 은재란 저 여자한테 조금 반한 것 같아서.

 

 이런 느낌 대체 뭐지.

 

 

 “저기요, 김 환씨?”

 

 한 창 아까 일에 대한 생각에 빠져있는데 은재가 와서 환의 팔을 흔들었다.

 

 “뭐해요. 불러도 대답도 않고.”

 

 “아, 잠시 생각 좀 하느라….”

 

 “뭐야, 자기가 이상한 말 던져놓고. 그럼 다시 한 번 물을게요. 왜 그쪽이 화가 났어요?”

 

 “…어?”

 

 “아까 김 환씨가 그랬잖아요. 얼마나 화가 난 줄 아냐고. 화가 나야 하는 사람은 나인데, 김 환씨가 왜 화가 났냐니까요?”

 

 은재의 물음에 환이 그녀에게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뒤통수를 매만졌다. 긴장하거나 당황하면 나오는 환의 버릇이었다. 은재가 눈을 가늘게 뜨며 환에게 바짝 다가섰다.

 

 “왜, 왜이래?”

 

 “흐응∼?”

 

 “뭐야 왜 이래?”

 

 일부러 은재에게서 조금 떨어져 서있었는데, 갑자기 곁으로 바짝 다가선 은재가 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환의 귓불이 살짝 달아올라 발그레 해졌다.

 

 그런 환의 얼굴을 본 은재가 가까웠던 거리를 다시금 벌리며 웃었다.

 

 “좋아요. 장난은 여기까지. 그리고 아까 도와줘서 고마웠어요. 덕분에 살았네요.”

 

 “…뭐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어.”

 

 “아녜요. 못 본 척 할 수도 있었던 일이죠. 알고 보니 김 환씨 의외로 의리 있는 사람이었네요.”

 

 “묘하게 칭찬 같은데 칭찬 같지 않은 말이네?”

 

 “칭찬이에요. 오늘 촬영이 조금 엉망이 되긴 했지만.”

 

 은재가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환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그런 은재의 모습에 환이 어깨를 으쓱했다.

 

 “촬영이라면 걱정 마. 내가 이래봬도 프로거든? 아마 잘 나왔을 거야. 그 늙은 너구리도 걱정 마. 동영상이 무서워서라도 잘 편집해서 보내 줄 테니까. 여차하면 형 빽 써도 되고.”

 

 “네에. 그러길 바라야죠. 근데 형이 뭐라구요? 김 환씨 형 있어요?”

 

 환이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싶은 표정을 잠시 지었다가 냉큼 풀었다. 아직 욱과 자신의 관계를 모르는 은재에게 괜한 소릴 했다 싶었다.

 

 “아, 아냐! 신경 안 써도 돼. 근데 너 수제 도시락…….”

 

 “아아 맞다. 내 도시락!”

 

 화제를 전환하고자 흘린 도시락 이야기에 은재의 얼굴에 절망감이 어렸다. 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절절 흔드는 은재의 모습에 환이 소리 죽여 웃었다.

 

 “그러니까, 그냥 업체에 맡기던지 하면 될 걸. 왜 미련하게 손으로 다 쌌어? 그 많은 걸.”

 

 “쳇. 김 환씨는 정성 몰라요 정성?”

 

 환이 은재에게 얄미운 말을 던지자 은재가 대번에 인상을 구기며 정성을 외친다. 그리고 다시 엘리베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은재에게 환이 물었다.

 

 “어디 가?”

 

 “남은 도시락 가지러 가요. 한 개 빼고 그대로 남았을 거예요.”

 

 “들어 줘?”

 

 “됐어요. 엘리베이터 타면 되니까. 조심해서 가요. 표지 받으면 연락할게요.”

 

 그 말을 남기고 은재는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런 은재를 바라보던 환이 은재의 모습이 다 사라지고 난 뒤 큰 한 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런 느낌 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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