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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해경 특공대
작가 : 심삼일
작품등록일 : 2017.6.1

고교 시절 좀 놀았던 코모도섬의 왕도마뱀.
세월호 시신인양 임무에 환멸을 느껴 퇴역했다.
밀수꾼?... 간첩?... 조폭?
뭍으로 올라온 해경특공대의 맹활약이 전개된다.

 
이간질 작전
작성일 : 17-09-04 07:13     조회 : 248     추천 : 2     분량 : 5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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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간질 작전

 

 

 “선배님, 말 나온 김에 착한 조폭 시작해볼까요?”

 광교 호수공원을 출발해 투싼을 속력 내어 몰던 삼봉이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동수원 영통지구로 들어서며 문도에게 물었다.

 

 “뭐? 농담 아니었어?”

 책사 삼봉의 잔머리를 잘 아는 문도가 약간 기대 어린 목소리로 되물었다.

 

 “선배님 시간 괜찮으시면 지금 기라성이를 다시 만났으면 해서요. 저 혼자 가도 되지만, 선배님이 계시면 제 말에 신뢰감이 더하지 않겠습니까? 히히.”

 말솜씨 좋은 삼봉이 문도를 거부 못하게 만들었다.

 

 “북문파 행동대장을 만나겠다고? 나야 뭐 천천히 가도 되는데, 어디서?”

 승인 한 거나 마찬가지다.

 

 삼봉이 북문파 대원 100여명을 착한 조폭 대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눈치라 문도도 솔깃해졌다.

 이번 장안농장 습격사건으로 북문파 오야붕을 비롯한 수뇌부를 구속시킨 것도 삼봉이 일진패거리 친구인 기하성을 설득해서 만든 작품이니까.

 

 “영통역 근처에 하성이 아지트가 있습니다. 전화해 볼게요. 아마 지금 한창 근무시간이라 거기 있을 겁니다.”

 

 

 “그래라. 아까 인사는 했다만, 긴 얘기는 못했는데...”

 문도도 기하성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었던 터다.

 

 삼봉이 길가에 정차해서 하성에게 전화를 걸었고, 잠시 후 두 사람은 북문파 행동대장 기라성이 관할하는 영통역 부근 M모텔 지하 룸살롱에서 기하성과 자리를 함께했다.

 

 **

 

 “아까는 술대접도 제대로 못해드렸는데, 잘 오셨습니다.”

 주인 격인 기하성이 삼봉과 나란히 앉은 문도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테이블 위에는 양주와 안주가 미리 세팅 되어있고, 하성의 옆에는 수하인 육포 유대호가 차려 자세를 취하고 다소곳이 앉아있다.

 

 “고맙소. 그러잖아도 기 대장하고 얘기나 더 나누고 싶었는데…”

 하며, 문도가 삼봉을 돌아봤다.

 이 녀석이 마침 당신 만날 일이 있다 해서 함께 왔다는 뜻이다.

 

 “여기 선배님이 우리보다 세 살 위 연배니까, 우리가 먼저 한잔씩 받자. 선배님, 이거 발렌타인 30년 산입니다. 한 잔씩 따라주십시오. 히히.”

 삼봉이 양주 병 마개를 돌려 따고 문도에게 건넸다.

 

 “내가 손님으로 왔는데, 그래도 되겠소?”

 양주 병을 받아 든 문도가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아, 그럼요. 삼봉이 선배신데, 당연히 그러셔야지요.”

 하성이 예의를 갖추며 잔을 집어 내밀었다.

 

 문도가 하성과 삼봉의 잔에 술을 따라주고 하성의 옆에서 쭈빗거리는 유대호를 쳐다봤다.

 

 “얘는 제가 아끼는 녀석입니다. 대포야, 인사 올려!”

 “예, 형님! 저는 대포, 유대호라고 합니다.”

 

 “나는 코모도, 고문도라 하오. 대포 씨도 한잔 받으시오.”

 “예, 그럼 한잔만 받겠습니다.”

 

 대포의 술잔이 차자, 하성이 얼른 병을 받아 팔꿈치 받친 자세로 문도의 잔에 술을 따랐다.

 

 “나는 삼봉, 주덕팔이라 하요. 자~ 그럼 건배사 한번 하고 마십시다. 제가 선창 할게요. 위하여!”

 눈치 빠른 삼봉이 유대호에게 자기 소개를 하고 술잔을 들어올렸다.

 

 “위하여!” “위하여!”

 사내들의 건배 복창 소리가 룸살롱 안에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이 엇박자 함성이 훗날 이 나라의 숱한 조직폭력배를 뿌리뽑을 주춧돌이 될 줄은 아무도 모르고 있다.

 

 

 한 순배 술잔을 주고 받고 돌리며 푸짐하게 나온 안주도 먹으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운동 좀 해본 사내들 사이에서는 긴 말 안 해도, 술 몇 잔 돌려보면 상대가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는 금세 느낄 수 있다.

 일단 우호적이라고 생각되면 경계심은 풀리게 마련이고, 상대가 하는 얘기도 대체로 긍정적인 마인드로 받아들이게 된다.

 

 더구나 기라성과 삼봉은 고교 때 일진놀이 하던 짱과 책사 사이니까, 문도와 대포도 자연스럽게 서로 믿을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저기, 하성 대장! 저번에 피에로 만났을 때 지하철 역전 얘기는 안 하던가?”

 삼봉이 본론으로 들어갈 실마리를 슬슬 끄집어내었다.

 

 피에로는 고교 때 일진놀이 같이 했던 친구로 지금은 역전파에서 불법도박사이트 운영하며 자금을 꽤나 벌어들이고 있는 중견간부 박광대의 별명이다.

 

 “지하철 역전? 그게 무슨 말이야?”

 하성이 금시초문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역전파가 전쳘역도 자기들 나와바리로 접수할 계획인 것 같던데, 모르는가 보네.”

 

 “뭐? 역전파가 전철역을 접수해?”

 깜짝 놀란 하성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그런가 봐. 수원역전은 AK백화점이 들어서고부터 단속이 심해서 역전파 활동이 예전 같지 않은 모양이야.”

 

 “그렇다고 지하철 역전을 노린다는 게 말이 돼?”

 역전파는 수원역전에서 자란 조직폭력배인데, 새로 개통된 분당선 수원 지하철역을 접수한다는 게 말이 되냐는 말이다.

 

 “글쎄. 애매하긴 한데, 역전파 생각에는 지하철 역전도 역전이니까 역전파인 자기들이 접수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뭐. 수원역 가까운 매교역은 벌써 장악한 모양이던데?”

 

 “뭐야? 매교삼거리가 남문파 나와바린데, 남문파가 매교역을 세류동 역전파한테 그냥 내줬다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남문파가 잡고 있는 매교사거리는 같은 매교동이라도 매교역에서 한참 북쪽에 있잖아? 새로 생긴 매교역을 남문파기 자기들 나와바리라고 우길 수는 없었겠지 뭐. 그리고, 역 주변에 웨딩홀이나 있고 유흥업소는 별로 없는 그까짓 지하철역전 때문에 전쟁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겠지!”

 

 “그럼 역전파가 이쪽도 넘보게 될 거라는 말이야?”

 그게 사실이라면 기하성이 장악하고 있는 영통역 주변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뜻이 된다.

 

 “글쎄, 설마 네가 관할하는 여기 영통역이야 넘보겠냐? 앞뒤로 있는 망포역이나 청명역이면 모르겠지만…”

 

 “야! 망포역전이나 청명역전을 접수하면 우리 북문파 관할구역인 동수원 영통지구 절반이 접수되는데, 그건 안되지!”

 

 “그렇지? 역전파도 북문파에서 제일 막강한 기라성 행동대장 나와바리를 함부로 쳐들어오기야 하겠냐? 망포역 앞에 있는 매탄권선역까지만 접수할 테니까 눈감아 달라고 협상해 올지는 모르겠지만. 흐흐.”

 

 “야, 매교역하고 매탄권선역을 역전파가 접수하면 무주공산으로 있는 갤러리아백화점 주변의 고급호텔과 유흥업소, 그 밑에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이어서 수원버스터미널까지 둘러싸이게 되는데, 그건 절대로 안되지!”

 

 “그런 큰 데로 직접 들어가는 건 아니잖아? 전철역 주변에 있는 작은 유흥업소나 노래노래방 같은 데만 손대겠다는 거겠지.”

 

 “그게 그거야. 처음엔 그렇게 시작해서 야금야금 나와바리를 넓히며 세를 불려서 언제고 호텔도 접수하는 거지!”

 

 “그러면 남문파랑 손잡고 역전파를 미리 쳐버리면 안되냐? 둘이 합치면, 조직원 수가 2대1은 될 것 같은데? 흐흐.”

 

 “지금 오야붕부터 줄줄이 들어가고 자금담당인 우리 보스가 오야붕 대행체재로 있는데, 그게 되겠냐? 남문파가 오히려 우리 북문파 치려고 벼르고 있을지도 모르지!”

 

 “하긴 그렇겠다! 그런데, 듣자니까 서울 신림동 이글스파가 너네 북문파하고 형제 먹고 있다며? 너네가 먼저 남문파 치고 접수하면 안되나? 그러고 나면 역전파도 함부로 설치지는 못할 것 같은데?”

 

 “뭐? 이글스파 얘기는 어디서 들었어?”

 기하성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삼봉을 노려봤다.

 대포, 유대포도 안주 집은 포크를 내려놓으며 삼봉을 가자미 눈으로 흘겨봤다.

 

 “그게 말이야, 사연이 좀 있어. 자, 술이나 한잔 더 마시고 천천히 얘기하자. 선배님도 한잔 더 드시지요.”

 삼봉이 잔머리를 굴리며 뜸을 들였다.

 중요한 얘기를 꺼낼 땐 상대방을 더 초조하게 만들수록 유리해지는 법이다.

 

 삼봉이 근무하는 흥신소가 서울 신림동에 있으니까 신림동 토박이 조폭인 이글스파에 대해 조금 알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들 북문파와 이글스파가 형제먹었다는 말은 행동대장인 기하성 자신도 처음 듣는 터라 상당히 놀란 것이다.

 

 무슨 사연이 있다니까, 하성도 긴가민가하면서 수하 대포가 따라주는 양주 한잔을 홀짝 비워 마셨다.

 

 “무슨 사연인데? 감질나게 하지 말고 얘기 해봐라, 삼봉!”

 성질 급한 하성이 문도를 흘깃 쳐다보더니 옛날 자기 책사인 삼봉을 째려보며 다그쳤다.

 

 “응, 그게.. 실은 아까 북문 룸살롱에서 너하고 헤어지고 나와서 선배님하고 장안문에 야경 구경하러 갔었거든……”

 

 삼봉이 장안공원에서부터 두 놈의 미행을 당했고, 원천 저수지에 갔다가 이글스파 해삼 일당의 잭나이프 공격을 받은 얘기를 짧게 줄여서 들려줬다.

 

 “뭐? 이글스파가 공격했다고? 그 놈들이 왜? 신림동에서 흥신소 업무로 부딪치기라도 했던가?”

 

 “그게 아니고, 하성아! 글마 해삼이라는 놈이 여기 우리 선배님한테 시흥시 원주민이주단지에서 한판 붙었다가 작살이 났었대. 그래서 원수 갚으러 따라붙은 거야.”

 

 “아, 그랬구나! 선배님 실력이 대단하신 모양입니다? 하하.”

 하성이 감을 잡고 안심이 되어 문도를 쳐다보고 웃었다.

 

 “그런데, 그러려고 서울서부터 뒤를 밟은 게 아니고, 실은 너네 보스 훈장님 뒤를 미행하고 있었다 더라.”

 

 “뭐? 우리 보스를 미행했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그 해삼이란 새끼가 우리 보스를 해치려고 했다는 거야?”

 너무 놀란 하성이 눈을 크게 뜨고 문도와 삼봉을 번갈아 쳐다봤다.

 

 서울에서 악명 높은 이글스파가 자기 북문파 오야붕 대행을 노렸다면 이건 예삿일이 아니다.

 

 “너네 보스를 해치려는 건 아니고, 미행한 건 맞아! 해삼이 데리고 온 깍두기 말로는 우리가 만났던 룸살롱까지 미행했었대. 해삼이 지네 이글스파와 북문파가 형제 먹었다고 말한 걸 봐서, 구속된 너네 오야붕이 불안하니까 이글스파 오야붕한테 훈장 보스 뒤를 밟으라고 요청한 게 아닌가 싶어.”

 삼봉이 자기 생각까지 덧붙여 상황을 조리 있게 설명했다.

 

 “그랬어? 그럼 내 뒤도 밟고 있었다는 얘기네? 우리 오야붕이 훈장뿐만 아니라 나까지 못 미더워하고 있었다는 얘기 아니야?”

 하성이 얼굴을 찡그리고 옆에 있는 수하 대포를 쳐다봤다.

 

 “저는 절대 아닙니다, 형님!”

 대포 유대호가 깜짝 놀라 양팔 뻗어 모아 허리 굽히는 자세로 소리쳤다. 자기는 죽어도 형님인 기하성에 대한 충성심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당연히 그러겠지! 그게 아니고, 다른 애들 신경 좀 써야 되겠단 말이다. 짜슥!”

 하성이 웃으며 대포의 어깨를 툭 쳐줬다.

 

 “예! 알겠습니다, 형님!”

 대포가 안심되는 얼굴에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성 대장! 몸조심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지 않겠냐? 오늘 우리가 만난 걸 해삼과 깍두기가 봤고, 얼굴이 개작살이 나서 갔는데, 이글스파 오야붕이 가만 있겠어? 구속된 너네 오야붕한테 분명이 고주알미주알 전달하겠지. 형제 맺은데다 제 수하들까지 깨졌는데 말이야.”

 

 “그러면 우리 오야붕이 나랑 우리 훈장 보스를 제거하라는 명령이라도 내릴 거라는 말이야?”

 

 “험한 바닥에서 주먹으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오야붕에 오른 사람이야. 배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끔찍이 경계하지 않겠어? 조금만 의심스러워도 즉각 처리하겠지! 안 그래?”

 

 “하~이, 씨!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너랑 만난 건 부동산투자회사에 투자해서 우리 조직의 자금을 합법적으로 불려보자는 좋은 뜻에서 그런 건데, 오야붕이 달리 생각하고 오해하게 생겼다는 거 아니야? 이거 어쩌면 좋으냐?”

 하성의 얼굴에 금세 어두운 먹구름이 몰려왔다.

 

 자칫하면 오야붕 면회하고 변명할 시간도 없이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서둘러 면회하고 변명했다가는, 오히려 이글스파 오야붕의 밀지를 받은 오야붕이 더 오해해서, 자기를 아예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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