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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꿈속의 남자
작가 : 찌니
작품등록일 : 2017.7.29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m&m쇼핑센터의 직원 이은재. 20살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0년 간 빠짐없이 은재의 꿈에 출현한 의문의 남자. 그런데 꿈 속의 남자라고 생각했던 그 강 욱이, 30살 어느 가을 홀연히 은재의 눈앞에 나타났다? 꿈속의 남자를 사로잡기로 자신의 친구와 작전까지 짰지만 자꾸만 마음 한 구석을 비집고 들어오는 한 남자 김 환에게 흔들리는 은재. 그녀는 과연 어떤 남자와 함께하는 행복을 선택 할 것인가!

 
<19> …잘 모르겠는데, 어떡하라고
작성일 : 17-09-03 00:12     조회 : 348     추천 : 1     분량 : 4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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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집으로 돌아온 은재가 환이 사다 준 약봉지를 품에 안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방금 있었던 구두 굽 사건까지 포함해 3일 내내 너무나도 많은 일을 겪은 탓에 은재의 눈이 곧 감길 것처럼 느리게 끔벅였다.

 

 “안 돼, 은재야 정신 차리자. 씻고 자야지.”

 

 환의 차에서 내려 집까지 맨발로 걸어온 터라 지저분해진 발바닥이 흡사, 달빛 한 점 없는 밤하늘처럼 새까맸다. 은재가 어이구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욕실로 들어가기 위해 일어섰다.

 

 그때, 은재의 허리에 느슨하게 묶여있던 환의 카디건이 스르륵하고 풀어져 크림색 소파위로 떨어졌다. 은재가 잊고 있었던 듯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 카디건. 돌려줘야 하는데.”

 

 말로는 남들 눈을 보호한다 했지만, 사실은 짧은 원피스 차림인 자신을 가려주기위해 둘러준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은재가 저도 모르게 카디건을 집어 들었다. 부드러운 캐시미어 카디건에선 시트러스 계열의 향수 냄새와 함께 환의 체취가 은은하게 배여 나왔다.

 

 자신의 방에서 옷걸이를 가지고 나온 은재가 카디건을 곱게 걸어 조심스레 옷장 한편에 세워두었다. 어차피 곧 다시 만나게 될 터였다. 은재가 그의 카디건에 대고 속삭였다.

 

 “오늘 진짜 고마웠어요.”

 

 

 * * * *

 

 

 어김없이 주말이 지나 다시 한 주가 시작되었고, 은재는 촬영 날이 가까워옴에 따라 그 누구보다도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이 대리님. 점심시간이에요!”

 

 주현이 오전에 타다 준 블랙커피를 지금까지 홀짝대던 은재가 자신의 손목에 얹혀 있는 시계를 흘끔 쳐다보았다. 출근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시계바늘은 벌써 12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윽. 벌써 12시야? 한 것도 없는데.”

 

 은재가 모니터에 열어놓은 창들을 마우스 커서로 하나씩 닫으며 툴툴 거렸다. 그런 은재의 모습에 팀 막내인 주현이 푸스스 웃었다.

 

 “점심 먹고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으응? 아냐. 이제 거의 끝나가는 걸 뭐. 내일이 촬영 날이라 거의 마무리 다 됐어. 금요일에 이 촬영만 끝나면 불타는 주말을 보낼 거니까!”

 

 “불타는 주말이라. 계획 있으세요? 뭐 데이트라거나, 데이트라거나 혹은 데이트……?”

 

 주현의 농담에 은재가 눈가를 장난으로 찌푸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 주현,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냐? 굳∼이 상사의 아픈 곳을 콕! 콕! 찔러서야 쓰나.”

 

 주현이 그런 은재의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대리님도 참. 김 환씨 있잖아요? 그 모델분이랑 대리님이랑 뭐 있는 거 아니었어요? 그런 소문이 있던데요?”

 

 “뭐엇―?! 그 싸가지 바가지랑 내가? 어디서 그런 소문이 흘러나온 거야 대체. 주현씨, 그거 헛소문. 절대 믿지 마!”

 

 은재가 주현의 물음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굳센 거부의사를 표출했다. 그런 은재의 모습에 주현이 알았다는 듯 양 손가락으로 O자를 만들어 보이며 지갑을 챙겨들었다.

 

 “알겠습니다. 직속 상사님! 그럼 오늘 점심은 요 앞에 새로 생긴 낙지볶음 어때요?”

 

 “콜! 완전 콜이지. 매운 맛은 3단계, 오늘 땀 좀 빼보자. 내가 쏜다!”

 

 주현의 제안에 콜을 외치고 재킷을 챙겨들었을 때였다. 사무실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의 구둣발 소리가 은재의 자리로 가까워져왔다. 구석자리 책상에 파티션까지 쳐있던 지라, 은재가 짐을 챙기다 고개를 빠끔히 내밀었다.

 

  은재의 책상보다 조금 더 앞쪽에 자리한 주현이 ‘어머!’라고 외치며 은재를 쳐다보았다. 주현의 표정에 은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걸어 나왔다.

 

 “왜 그래? 누구야?”

 

 “접니다. 이 대리님.”

 

 은재가 재킷에 한 쪽 팔을 꿰며 주현의 곁으로 한 걸음 다가서려던 때였다. 검정색 라이더 재킷을 걸친 환이 은재의 앞으로 불쑥 나타났다. 은재가 그런 환을 보며 헙 하며 숨을 들이켰다.

 

 “김 환씨…?”

 

 은재의 동그란 눈이 더 동그래졌다. 이미 부서 사람들은 은재와 주현 외엔 다들 점심을 먹으러 나갔기에 불필요한 수군거림은 없었지만, 방금 주현과의 대화가 떠올라 당혹스러운 그녀였다.

 

 “아직 점심 전이죠? 같이 먹죠.”

 

 환의 뜬금없는 식사제안에 은재가 무언가 말을 꺼내려 할 때였다, 눈치 빠른 주현이 슬금슬금 엉덩이를 빼더니 출입문으로 달려 나가며 소리쳤다.

 

 “대리님, 식사 맛있게 하세요오―!”

 

 ‘망했다…!’

 

 은재가 소리 없이 외쳤다.

 

 주현마저 떠나고 텅 비어버린 사무실에 환과 은재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가자 이 은재.”

 

 환이 아무도 없는 것을 인지하지마자 존대를 과감히 생략했다. 그런 환을 보며 은재가 눈을 새초롬하게 떴다.

 

 “갑자기 뭐에요?”

 

 “기획사 사무실 가다가 잠시 들렀어.”

 

 “…하.”

 

 은재가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s기획사와 그녀의 회사 m&m은 정 반대방향이었다. 은재가 환의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한 번 속아줄까 하다가, 무슨 꿍꿍이가 있을지 몰라 다시 물었다.

 

 “거짓말 하지 마요. 기획사랑 우리 회사랑은 반대방향이잖아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님 할 말이 있다거나…. 용건이 뭐에요?”

 

 역시나 그냥 넘어가주지 않는 은재의 물음에 환이 미간을 있는 대로 찌푸렸다. 이 여자는 어떻게 한 번을 사근사근한 법이 없었다. 만나면 매 번 이렇게 티격태격하는 게 일과였다.

 

 은재의 의심스런 눈초리를 꿋꿋하게 받아내던 환이 더 이상은 못 참아주겠다는 듯이 눈썹을 한 번 꿈틀하더니 은재의 손목을 낚아챘다.

 

 “어어? 뭐에요! 이거 놓고……!”

 

 은재가 환의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한 듯 어버버 거리자 환이 그런 은재를 보고 씩 웃었다.

 

 “내가 여기 온 이유가 그렇게 중요해? 밥 먹으면 알려준다, 네가 알고 싶어 하는 그 용건.”

 

 

 

 

 환에게 손목을 잡혀 끌려 온 곳은 저번에 한 번 와본 적 있는 수미식당 이었다. 여전히 사람냄새 가득 나는 주인 이모가, 웃으며 은재와 환을 반겼다.

 

 “오랜만이여 환이 총각. 그 옆에 아가씨도 어여 와.”

 

 주인 이모의 반가운 인사를 들으며 환이 은재를 처음 방문했을 때 앉았던 그 자리로 안내했다.

 

 “이모 항상 먹던 걸로.”

 

 환의 말에 이모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방 안쪽으로 사라졌다. 주인 이모가 사라지고 잡혔던 손목을 풀어 낸 은재가 자리에 털썩 앉으며 환을 흘겼다.

 

 “진짜 뜬금없이 뭐에요.”

 

 은재의 날 선 물음에 환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무덤덤한 표정으로 은재를 마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아까 말했잖아. 기획사 가는 길에 잠시 들린 거라고. 마침 점심시간이기도 하고, 뭐 그래서.”

 

 마른 입술에 물 컵을 갖다 대며 퉁명스레 대답한 그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환의 어이없는 대꾸에 할 말을 잃은 은재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당최 속을 알 수가 없는 남자였다. 김 환이란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와 함께 가지런한 밑반찬들이 한 상 가득 깔렸다. 인심 좋은 주인 이모가 은재의 밥공기위에 달걀 프라이 하나를 얹어주며 말했다.

 

 “이쁜 아가씨, 맛있게 묵어. 내가 우리 딸내미 같아서 신경 좀 썼어∼”

 

 “아, 감사합니다.”

 

 그런 식당 주인의 말에 은재의 밥공기를 슬쩍 훔쳐 본 환이 툴툴거렸다.

 

 “이 이모 진짜 치사하네. 맨날 와서 매상 올려주는 단골은 개똥 취급하고!”

 

 “아 글씨, 여자친구한테 잘혀 줘. 멀쩡하게 잘생긴 놈이 무뚝뚝하게 그러고 있으니 처자가 을매나 무안하겄어, 이 눔아.”

 

 환의 말에 주인 이모가 머리에 꿀밤 먹이는 시늉을 하며, 무심한 듯 한 마디 툭 던지고선 주방으로 사라졌다.

 

 주인 이모가 사라지며 남긴 말에 환과 은재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여자친구’ 라니.

 

 홧홧한 볼을 애써 모르는 척, 여전히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 환이 은재에게 더듬더듬 숟가락을 건넸다.

 

 “…먹지.”

 

 은재도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려 애쓰며 환이 건네는 숟가락을 받아들었다.

 

 한 동안 말없이 수저 소리만 나던 둘의 테이블에 은재가 ‘아!’하며 입을 열었다.

 

 “표지 촬영 내일인 건 알죠? 주현씨가 연락 했다고 하던데, 연락 받았어요?”

 

 자연스레 일 이야기로 화두를 던진 은재가 밑반찬으로 나온 볶음멸치를 뒤적이며 물었다. 은재의 물음에 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K스튜디오로 오전 10시, 맞나?”

 

 “네, 맞아요. 야외 촬영으로 갈까 했는데 그냥 실내 촬영으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에 표지 찍어주시는 촬영감독님 완전 대단한 분이세요. 엄청나게 어렵게 섭외했으니까 아마 결과물은 잘 나올 것 같아요. 피사체만 잘해주면.”

 

 “이래봬도 프로거든?”

 

 은재의 걱정에 환의 입술이 삐죽이 튀어나왔다.

 

 

 

 점심시간을 10분 남기고 회사 앞에 내린 은재가 환의 차문을 닫으며 말했다.

 

 “밥 잘 먹었어요. 근데 오늘 진짜 왜 온 거에요?”

 

 은재의 물음에 환이 선팅 된 차창을 지잉- 하고 내리며 은재에게 말했다.

 

 “기획사 가는 김에….”

 

 환의 말이 채 끝맺기도 전에 은재가 그의 말허리를 툭 끊었다.

 

 “아깐 밥 다 먹으면 말해준다면서요?”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은재의 태도에 환이 몇 초간 머뭇거리다 밝은 표정으로 대꾸했다.

 

 “카디건! 카디건 때문에 왔던 거야. 며칠 동안 연락도 없고…, 이런 걸 아마 ‘먹튀’라고 하지?”

 

 환의 ‘먹튀’라는 단어를 들은 은재가 두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먹튀요? 하, 고작 그거 때문에 말도 없이 찾아온 거예요? 내가 어련히 안 챙겨 줄까봐?”

 

 “‘고작’이라니? 그거 내가 되게 아끼는 거거든?”

 

 환도 은재의 말에 지지 않고 대꾸했다. 은재가 환의 어처구니없는 대답을 무시하고 오른손으로 이마를 붙잡으며 회사 쪽으로 발걸음을 틀었다.

 

 “어쭈 이 은재, 언제 줄 거야?”

 

 그런 자신의 말에 대답 없이 뒤돌아선 은재의 뒤통수를 향해 환이 소리 높여 다시 물었다.

 

 “내일! 고이 갖다드리죠!”

 

 그런 환의 목소리에 은재가 고개만 살짝 돌려 대꾸했다.

 

 앙칼진 대답만을 남긴 채 회사로 돌아가는 은재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 까지 쳐다보던 환이, 이윽고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자 열었던 창문을 다시 올렸다.

 

 은재가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동안 운전대를 잡고 멍하니 있던 환이,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며 중얼거렸다.

 

 “……나도 내가 왜 당신한테 왔는지 잘 모르겠는데 어떡하라고.”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동혜 17-09-20 19:42
 
* 비밀글 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찌니 17-09-20 20:10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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