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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꿈속의 남자
작가 : 찌니
작품등록일 : 2017.7.29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m&m쇼핑센터의 직원 이은재. 20살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0년 간 빠짐없이 은재의 꿈에 출현한 의문의 남자. 그런데 꿈 속의 남자라고 생각했던 그 강 욱이, 30살 어느 가을 홀연히 은재의 눈앞에 나타났다? 꿈속의 남자를 사로잡기로 자신의 친구와 작전까지 짰지만 자꾸만 마음 한 구석을 비집고 들어오는 한 남자 김 환에게 흔들리는 은재. 그녀는 과연 어떤 남자와 함께하는 행복을 선택 할 것인가!

 
<16> 알 수 없는 마음
작성일 : 17-08-27 23:46     조회 : 343     추천 : 1     분량 : 4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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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은재가 한창 정아와의 연애상담으로 불꽃을 튀기고 있을 무렵, 환은 당분간 욱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짐을 꾸리고 있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어젯밤 일을 추궁당할 것이 뻔했기에 며칠 동안 만이라도 본가에 들어가 있을 계획이었다.

 

 환은 몇 년 전 사놓고 한 번인가 쓰고 처박아 둔 은색 캐리어를 꺼냈다. 먼지가 쌓여 뽀얘진 캐리어가 바퀴를 달달거리며 끌려나왔다. 환은 한 겹 덧씌워져 있던 비닐을 걷어내고, 후 ­하고 입김을 불었다.

 

 “켁켁. 어휴, 이 먼지…. 오래 묵었네.”

 

 환이 중얼거렸다. 그 때 그의 뒤통수로 서늘한 공기가 와 닿았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환이 서늘함의 근원지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디 가려고?”

 

 “허억……, 망희 형.”

 

 고개를 돌린 환의 시야에 현관에 삐딱하게 기대 선 망희가 들어왔다. 환이 소리 소문 없이 나타난 망희를 보고 놀라자빠져 거실에 엉덩방아를 콱 하고 찧었다. 그런 환의 모습을 지켜보던 망희가 씨익 하고 지옥의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어디로 내빼시려고요, 김 환군?”

 

 망희의 물음에 환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환의 얼굴에 ‘낭패다’라는 절망감이 스쳤다.

 

 “형. 언제 왔어? 하하하…. 어휴, 내가 가긴 어딜 간다구 그래.”

 

 “근데 우리 환이 뒤에 그 캐리어는 뭘까?”

 

 “이, 이거?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심심해서 청소나 해볼까 하고. 하하하…….”

 

 환이 성큼 다가오는 망희의 손길을 피해 캐리어를 한손으로 슬쩍 밀어놓고 손을 탁탁 털었다.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망희가 소파에 털썩 앉으며 환을 불렀다.

 

 “너 여기에 좀 앉아봐. 그리고 말해봐라, 어제 어떻게 된 거냐.”

 

 환이 그런 망희를 바라보다 휴 하고 깊은 한숨을 쉬며 그의 맞은 편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실수야.”

 

 “실수?”

 

 “그래, 실수. 정말 난 눈곱만큼도 의도하지 않은 실수.”

 

 환이 제 앞머리를 오른손으로 거칠게 쓸어 넘기며 말했다.

 

 그 때 환과 망희만 있던 고요한 공간에 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툭 하고 끼어들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실수가 나오는 거냐.”

 

 한껏 진지한 분위기에 던져진 파동으로 깜짝 놀란 두 사람이,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의 끝에는 체크무늬 와이셔츠 차림의 욱이 서 있었다.

 

 “대표님.”

 

 “형…….”

 

 두 사람의 일관된 표정에 욱이 싱긋 웃었다. 현관에 서 있던 그는 이내 실내화로 갈아 신더니 거실을 가로질러 환과 망희가 있는 소파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여유 있는 눈빛으로 거실을 한 바퀴 휙 둘러보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아침엔 욕실로 도망가더니, 또 어디로 도망가려고 수를 쓰는 거냐. 동생아?”

 

 그 새 환이 꺼내놓은 캐리어를 보았는지 욱의 왼쪽 눈썹이 살짝 휘어졌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런 욱의 표정변화를 본 환이 체념한 표정으로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 표시를 했다.

 

 “아, 도망 안 가! 안 간다고. 이미 망희 형한테 붙잡혀서 엄청 털리고 있는 중 이거든? 형, 어제 일은 진짜 미안하게 됐는데 나도 왜 그렇게까지 말하게 됐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혹시 나중에라도 이유 알게 되면 그 때 다시 설명해줄게. 그리고 그 여자랑 술 마시고 뻗은 거는……! 그거는 나도 진짜 실수야.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니까?”

 

 술 먹자고 꾄 건 그 여자인데 왜 자신이 이런 고문관들에게 둘러싸여 고초를 당해야하는지, 환의 목소리에 억울함이 가득 담겼다.

 

 그런 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욱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가 의도한 게 아니라면, 은재씨가 술을 먼저 권했다는 말이냐?”

 

 “딩동댕! 바로 그거야. 나 진짜 억지로 끌려가서 마신 거라고. 그리고 그 여자, 나 아니었음 어디 길바닥에서 잠들어야 했을 거야. 망희 형이 데리러 와서 다행이지. 그치 형?”

 

 환이 뻔뻔하게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망희에게 넘겼다. 그런 약삭빠른 환의 재치에 망희가 눈을 흘겼다.

 

 욱의 시선이 어느새 자연스레 망희에게 와있었다.

 

 “네 대표님. 제가 어제 환이 녀석을 데리러 가기로 되어있었습니다. 도착해보니 연락이 안 되더군요. 한 시간쯤 뒤에 겨우 연락이 닿아 있다는 데로 가보니 이 은재 대리님이 거기에 취하신채로 엎드려 계시기에……. 환이도 겨우 정신 붙잡고 있는 것 같고, 이 은재 대리님은 깨어나시지도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여기로……. 죄송합니다.”

 

 망희의 대답에 욱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충의 상황이 짐작되는 바였다. 욱이 표정을 풀고 망희에게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봉 매니저님. 환이 녀석 잘 좀 부탁드립니다. 혈육인지라 제가 챙겨야 되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매니저님께 이렇게 맡겨만 놔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욱의 사과에 망희가 양 볼이 빨개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휴, 아닙니다. 당연히 매니저인 제가 할 일이죠. 환이가 걱정돼서 와봤는데 일이 잘 마무리된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그럼 저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망희가 욱의 칭찬을 듣더니 흡족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욱과 둘만 남겨지는 것이 두려웠던 환이 망희에게 구원의 눈빛을 쏘았지만, 망희는 그런 환을 짐짓 모른 척 하며 바람처럼 사라졌다.

 

 망희가 사라지고 나자 또 다시 조용해진 거실.

 

 환이 엉덩이를 들고 슬금슬금 자신의 방으로 꽁무니를 빼려 할 때였다, 가만히 서 있던 욱이 환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툭 임무를 전달했다.

 

 “은재씨한테 연락 좀 해줘. 약속 시간은 내일 저녁 7시 30분, 약속 장소는 리치로 모신다고. 물론 너도 함께야.”

 

 “나는 왜?”

 

 “가보면 알아.”

 

 제 할 말을 마친 욱이 서있던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 부엌으로 발을 옮겼다. 홀로 남겨진 환이 얼떨떨한 얼굴로 욱이 사라진 부엌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정아와의 상담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 온 은재가 비척비척 현관을 열고 들어와 철푸덕하고 거실 소파에 드러누웠다. 아직도 아침의 일이 꿈만 같아 자신의 볼을 세차게 꼬집어 본 은재가 ‘아야야’하고 신음을 흘리며 양 볼을 감싸 안았다.

 

 정아는 이게 호감이라 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자신은 아직도 뭔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게 실질적인 느낌이었다.

 

 “어푸푸푸. 정신 차려 이 은재. 그리고 그 남자는 자기가 내 꿈에 나왔는지도 모르는걸 뭐. 괜히 김칫국 사발로 드링킹 하다가 체 할라.”

 

 은재가 혼잣말로 자신을 다독거리고 있을 때였다. 한쪽에 던져둔 클러치에서 불빛이 반짝거리며 띠롱 띠롱 하는 문자음이 들려왔다. 누워있던 은재가 일으켜지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가방 안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내일 저녁 7시 30분. 강남역 리치.」

 

 발신자는 김 환이었다.

 

 은재는 이 뜬금없는 문자의 정체에 대해서 5초정도 짧게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일 김 환을 만날 약속 같은 건 잡혀있지 않았다. 은재가 핸드폰을 들고 자세를 바로 잡아 소파에 착석했다. 답장을 뭐라고 보낼지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한 통의 문자가 하나 더 날아들었다.

 

 「강 대표님이 전해주라고 하더라.」

 

 “아. 강 대표님이….”

 

 두 번째 도착한 메시지를 받고서 그제야 이해가 된 은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판에 손가락을 올렸다.

 

 「네. 그 때 뵙죠. 늦지 않게 간다고 전해주세요.」

 

 군더더기 없는 답장에 전송버튼을 누른 은재가 다시금 소파위로 축­ 늘어졌다. 그 군더더기 없는 답장에 환의 입이 또 삐죽 튀어나온 것도 모른 채.

 

 

 * * * *

 

 

 저녁의 강남역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복잡했다.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은재는 오늘따라 높은 힐을 신고나온 것을 후회했다. 차는 저번 주에 회사 지하주차장에 놔두고 왔고, 수많은 인파를 뚫고 약속장소까지 택시를 타고 가기엔 너무 민폐였기에 역 부근 도로변에 내린 게 화근이었다.

 

 삐거덕대는 구두굽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약속장소가 격식을 갖춰야 할 레스토랑이기에 어쩔 수 없이 입고 온 베이지색 원피스가 바람에 살짝 흩날렸다. 은재는 집에 가서 기필코 이 구두를 쓰레기통에 벗어 던져 버리리라! 다짐하며 참을 인자를 이마에 새겼다.

 

 모퉁이를 돌아 5분쯤 걷자, ‘rich’라고 레터링 된 그레이색 간판의 레스토랑이 은재를 반겼다. 투명한 통유리 문을 밀고 들어서자, 블랙과 골드의 조화로움으로 인테리어 된 내부가 한눈에 들어왔다. 은재가 인테리어에 취해 두리번거리고 있자 카운터의 직원이 다가와 은재에게 물었다.

 

 “고객님, 혹시 일행이 있으십니까?”

 

 “아…, 네. 강 욱이라고. 혹시 예약되어 있나요?”

 

 직원의 물음에 정신이 돌아온 은재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은재의 대답에 직원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예약 장부를 뒤적이더니 2층에 있는 루프탑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고급진 대리석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올라가자 선선한 가을바람과 더불어 반짝이는 야경들이 어우러져 환상의 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은재가 소녀같이 좋아하며 주위를 둘러보자 직원이 다시 한 번 웃으며 이야기 했다.

 

 “오늘 이 시간 이후로 마감 까지 2층 예약은 강 욱 고객님 한 팀 뿐이시니 편하신 곳에서 즐거운 식사 즐기시길 바랍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불러주십시오.”

 

 “정말요? 이렇게 넓은데, 여기 전부 다 혼자 써도 돼요?”

 

 은재의 입이 함지박만큼 크게 벌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바보 같은 질문에 직원은, 은재의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말을 한 마디 더 뱉고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네, 고객님. 강 욱 고객님께서 오늘 2층 전체 다 예약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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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블루 17-08-28 05:41
 
능력남. ㅎㅎㅎ 제가 은재라면...  욱에게...
아 몰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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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니 17-08-28 13:02
 
저도 욱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매번 칼같이 오셔서 댓글 달아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되도록이면 더 좋은 글로 보답할게요 블루님~
월요일이네요, 한 주의 시작도 힘차게! 좋은 날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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