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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6. 꼭두각시 (3)
작성일 : 17-08-18 19:20     조회 : 55     추천 : 0     분량 : 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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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현!”

  ‘사실 저는 인내심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비행선은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한뒤 도현이 덧붙인 말이었다.

  이 웅장한 비행선을 반죽하듯 주무르는 어마 무시한 힘은 둘째 치더라도 솔은 경악했다.

  인내심이 너무 짧잖아! 착한 척은 다 하면서!

  “도현! 그만해요! 잠깐 멈춰요! 아직이란 말이에요!”

  급한 마음에 소리쳤지만 탑은 높았고, 인형들로 소란인 아래까지 들릴 리 없었다. 그때 비행선이 찌그러지면서 비행선의 조종실이 있는 앞부분이 틀어졌다. 그 탓에 안에 있는 인형과 소년은 한바탕 바닥을 굴렀다.

  솔은 급히 낫을 소환해 유리를 깼다.

  “뭐해, 어서 나와!”

  솔은 안으로 뛰어 들어가며 소년을 부축했다. 사념의 공격과 폭발 때문에 비행선 안은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흔들렸다. 하지만 언제어디서 또 다시 폭발할지 모르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소년을 비행선 밖으로 끌고 가던 솔은 육중해지는 느낌에 소년을 돌아봤다. 그랬더니 소년은 널브러진 인형 하나는 꼭 잡고 있었다.

  “너 뭐해?”

  “얘들도 데려가야 해요.”

  “그거 놔.”

  “안돼요, 놓고 갈 수 없어요.”

  “저것들 어차피 다 부서져야 하니까, 얼른!”

  소년은 고집을 부리며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급해죽겠는데 경우 안 가리는 소년의 행동에 솔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저 껍데기가 부서져야 영혼이 해방될 거 아니야!”

  답답한 마음에 솔이 목소리를 높이자 소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영혼이요?”

  의심이 깃든 소년의 눈에 솔은 당혹스러웠다.

  ‘설마 얘, 모르는 건가?’

  그때 다시 한 번 폭발이 일어났고, 두 사람은 엉켜 넘어졌다. 폭발은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듯 곳 매캐한 연기가 코를 찔렀다. 솔은 벌떡 일어나 소년을 주웠다. 인형을 가져가려는 소년은 저항했지만 그마저도 무시한 채 소년을 깨진 유리 밖으로 던졌다. 솔도 계기판을 밟으며 비행선 밖으로 뛰었다. 그 순간 그들이 있던 자리가 폭발했다.

  후끈한 열기를 등진 솔이 안심하기는 일렀다.

  ‘새 어디 있어!’

  솔이 비행선 안으로 뛰어들 때, 전령은 아마도 자신의 임무를 끝냈다고 판단하고 멋대로 가버린 듯했다. 평소라면 어깨 한 번 으쓱이고 다시 불렀겠지만 하필 오늘은 치명적이었다.

  비행선 바깥은 탑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고 새가 받아줄 거라고 생각했던 그곳으로 던져지고 뛰어내린 소년과 솔은 그대로 아래로 추락했다.

  “꺄아아악!”

  황급히 다시 전령을 불렀지만, 떨어지는 솔을 앞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보다 더 걱정인 건, 먼저 떨어지고 있는 소년이었다.

  “흐어어어!”

  소년은 반쯤 울면서 가까워지는 땅을 바라보았다. 비행선의 기능이 정지하면서 탑의 정원은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탑이 꽤 높았고, 그래서 떨어지는 시간이 제법 길었다는 점이다.

  솔은 검은 힘으로 소년을 끌어당겨 가까이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할 게 없었다.

  맹렬한 바람을 맞으면서 솔은 반쯤 초탈한 얼굴로 눈물범벅인 소년을 돌아보았다.

  “우리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까?”

  “흐아어엉! 잘못했어요!”

  “괜찮아, 우리 안 죽잖아.”

  이미 죽었으니까.

  이럴 땐 초연하게 말할 수 있어서 좋네. 그렇게 생각하는 솔도 자신이 반쯤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때 솔의 곁으로 작은 새가 날아왔다.

  다행히 작은 새는 빛과 같은 속도로 재빠르게 날아와 두 사람 아래에서 몸을 부풀렸다. 두 사람 분의 충격을 받아낸 새는 기겁해서 울었다. 반면 이런 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푹신 새의 등에 떨어진 두 사람은 부딪치는 탄력을 버티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새는 다급하게 명령자인 솔을 부리로 잡았고, 솔은 검은 힘으로 소년을 낚아챘다.

  땅이 지척에 있을 때 일어난 일이었다.

  두 사람은 탑의 정원을 밟자마자 쓰러졌다. 소년은 비명을 내뱉다못해 혼절했고 솔은 온 몸이 떨려 일어날 힘조차 없었다.

  죽을 뻔했어.

  본인 입으로 죽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막상 이런 경험을 하면 혼이 쏙 빠지는 법이다.

  인형의 부활이 정지되자 탑으로 쏟아지는 꼭두각시들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그리고 그만큼의 속박되었던 영혼들이 해방되었다.

  하늘에서 검은 사념에 잡아먹혀 구겨진 비행선이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켰다. 그 사이로 해방된 영혼들이 사뿐사뿐 지나쳐갔다.

  그게 마치 대낮에 보는 불꽃놀이 같아서 솔은 그만 어이없이 웃었다.

 

 

 

 

  솔은 도현의 집무실 소파에 반듯이 누워 숨만 쉬었다. 탑의 소동이 끝날 때까지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온새미로에 있었던 희나리는 돌아와서 솔을 걱정스레 살폈다. 솔은 두 손을 곱게 모은 채 죽은 것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정말 괜찮은 거겠지?”

 

  희나리가 걱정하자 솔의 머리맡에서 조그마한 손으로 솔의 이마를 콩콩 두드려 본 엘리자베스가 주인을 안심시켰다.

 

  “괜찮습니다. 무식하면 튼튼한 법이라.”

 

  엘리자베스의 말도 무시한 채 솔은 꿈쩍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녀는 지쳐있었다. 그럼에도 방으로 들어가 편히 잠들 수가 없었다.

  솔이 살그머니 눈을 뜬 건 차일이 집무실로 들어왔을 때였다.

  “한마디도 안하더군.”

  차일은 피곤한 얼굴로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눈알만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솔을 흘금 보았다. 옆 눈으로 보고 있으니까 마치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아서 차일은 변명처럼 말했다.

  “고문이라도 해야 했나?”

  “언제 적 이야기에요?”

  그렇게 말하며 솔이 벌떡 일어났다.

  “아까 잠깐 이야기했을 때 느낀 건데 그 아이 진짜 모르고 있는지도 몰라요.”

  “모른다고?”

  “인형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요.”

  차일은 소년의 태도를 곱씹어보는 듯 생각에 잠겼다.

  “제가 한 번 가볼게요.”

  솔은 어깨를 으쓱이며 소년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혼절했던 소년은 깨어나자마자 심문부터 받아야했다. 하지만 소년은 자신의 이름이 제아라는 것만 밝히고는 입을 꾹 다문 상황이다. 탑이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비취성의 군주들 가운데 제아라는 이름은 없었다.

  나이도 어리고 군주도 아니다. 소년은 군주들에게 잡혀 억지로 왔을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그 경위라도 알고 싶은데 소년은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 것처럼 고집스레 있던 제아는 솔을 보자마자 눈빛부터 바뀌었다. 뭔가를 갈구하는 눈으로 제아는 솔을 기다렸고, 어쩐지 솔도 그럴 거라 반쯤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줄곧 마음에 걸리는 문제이기도 했다.

  제아는 묻고 싶은 게 많은 표정으로 솔의 행동을 쫓았다. 그녀가 방문을 닫고, 방을 둘러보고, 맞은 편 의자에 앉을 때까지. 그러나 제아가 그토록 기다리던 솔의 첫마디는 엉뚱했다.

  “잘 잤어?”

  “네?

  “좋겠다.”

  “에...?”

  “나는 졸려 죽겠는데.”

  솔은 그렇게 말하며 길게 하품했다. 반쯤 감긴 눈이 그녀의 말대로 무척 피곤해보였다. 지적하자면 잔 게 아니라 기절한 거지만,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해야할지 모르겠는지 제아는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리고 마침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는 이제 벌을 받나요?”

  “왜 그렇게 생각해?”

  솔이 되묻자 제아는 입을 다물었고 결국 할 수 없이 덧붙였다.

  “넌 이미 탑의 심판을 받았어.”

  그 말에 제아는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당연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제아는 탑이 어떤 식으로 심판하는지 모르는 듯했다.

  “네가 탑에 발을 디디는 순간 심판이 시작된 거야.”

  “그럼 전 지금.......”

  반신반의하며 솔을 바라본 제아는 곧 그 의미를 깨닫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비로소 본론을 꺼낼 마음이 든 제아는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

  “그때 하신 이야기 말인데요.”

  제아는 꽤나 신중한 소년이었다. 그가 그동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던 것도 아마 이 때문이었으리라. 그는 낯선 이에게 일방적으로 실토해서 처분 받는 것보다, 한 번의 실마리를 던져준 사람과의 대화를 원했다. 그쪽이 더 진전 있고 원하는 대답을 들을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그 사실에 대해 보다 정확히 알고 싶기도 했다.

  “인형 안에 있던 게 사람 영혼이라는 거?”

  솔이 단도직입적으로 꺼내들자 제아는 오히려 눈을 크게 떴다. 동그랗게 떠진 눈은 이윽고 조금 일그러졌다.

  “정말인가요?”

  “응.”

  “그게 어떻게.......”

  “비취 성의 군주들은 근처 도시에서 사람들을 납치해서 영혼을 추출했어. 우리가 그걸 발견했을 땐 막바지 작업이었던 거 같아. 그것들이 전부 어디에 쓰이나 했더니........”

  “그럼, 그 영혼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한동안 지하에 잠들었다가 깨어나겠지. 지하에 간다고 해서 기억이 지워지진 않아. 그리고 그대로 살아갈 거고.”

  “저는, 정말 몰랐어요.”

  그 사실은 제아의 표정을 보고도 알 수 있었다. 그는 가책을 느끼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탑이 널 심판했을 테니까.”

  “빛나는 사탕이라고 했단 말이에요.”

  뜬금없는 단어에 솔은 한 박자 늦게 되물었다.

  “.......누가?”

  이걸 말해야하나 눈알을 굴리는 제아를 보며 솔이 덧붙였다.

  “군주들의 이름은 모두 알고 있어. 몇몇은 만난 적도 있고.”

  그제야 제아는 조심스레 실토했다.

  “라라가요.”

  이럴 줄 알았어.

  만나기만 해봐라, 이 치한.

  사탕과 라라, 이 익숙한 조합에 솔은 조용히 이를 갈았다. 그러던 중 의아한 점이 떠올랐다.

  “영혼을 본 적이 있어?”

  제아는 슬픈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탑은 그의 심판을 거절했지만, 탑의 심판을 피했다고 해서 모든 일이 끝나는 건 아니었다. 인간사는 한 사람이 절대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탑은 그 모두를 헤아린다. 만약 탑이 죄를 지은 이를 전부 삼켰다면 이 세상에는 아무도 남지 않으리라.

  그 너그러움과 자비로움을 대신해, 때로는 탑의 사자가 결론을 짓기도 한다. 일전에 있었던, 검은 숲의 주인이라는 자의 처분이 그러했다.

  그걸 알기에, 그리고 스믈스믈 다가오는 불길한 예감에 솔은 암담해지는 기분을 다잡으며 차분하게 물었다.

  “너, 정말 거기 혼자 있었어?”

  제아가 다시 고개를 끄덕이자 직감이 확신으로 물들며 숨죽이고 있던 의문을 들췄다.

  아무것도 몰랐다던 그 아이는 어째서 자신의 처벌을 짐작하고 있었을까.

  이런 거대한 일을 벌이면서, 비취 성의 군주들은 왜 제아 혼자만 보낸 걸까.

  군주도 아닌 그가 탑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를 어떻게 미리 볼 수 있었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는 왜 울고 있을까.

  솔은 조용히 우는 제아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왜?”

  그가 대답을 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을 때, 그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을 때 솔은 어째서 제아가 그토록 절망적인 얼굴이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그리고 그가 어째서 솔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이제는 알 것 같았다.

  그에게는 필요했던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저질렀던 어리석은 고백을 들어줄 이가.

  “제가 만들었으니까요. 이것들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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