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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The Sky Is Filled With Clouds
작가 : ssssss
작품등록일 : 2017.7.30

여느 때처럼 구름이 가득한 영국 Norwich의 한 해변가. 그곳에는 어릴 적 불의의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한 소녀의 피아노 소리가 매일 울려 퍼진다.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슬픔에 빠져 살던 그녀는 15살이 되는 해, 희망을 찾으러 뉴욕으로 떠나는데… 수 년이 흐르고 여전히 슬픔 속에서 살아가던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구름 속에 있는 한 남자를 본다. 그녀는 환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도착한 날 저녁, 그녀의 집에 노크 소리가 들린다…

 
The Present (Love) - 1화
작성일 : 17-07-30 19:46     조회 : 263     추천 : 1     분량 : 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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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Present (Love)

 

 1st Day (첫째 날)

 

 영국의 히드로 공항은 언제나 사람이 북적거렸다. 코스타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사들고 습관처럼 그녀는 코트 안쪽에서 담배를 꺼냈다. 담배를 입에 물고나서야 라이터가 캐리어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커피를 잠시 바닥에 내려둔채 캐리어를 뒤지는 동안 그녀는 오랜만에 공항 주위를 구경했다. 공항은 관광객들부터 비즈니스맨이나 개인 사업가들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공항은 여행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곳, 그리고 목적지로서 도착하는곳. 하지만 오로르는 이곳이 그녀의 목적지인지 출발지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라이터를 꺼냈다. 그녀가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 찰나 쌀쌀한 바람이 그녀를 훑었다. 영국의 여름은 뉴욕보다 서늘했다. 오로르는 이상하게도 이 쌀쌀함이 반가움보다는 낯설게 느껴졌다. 바람이 그녀를 지나간 후, 그녀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생각들이 연기가 되어, 구름이되어 그녀 머리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구름 위에서 자신을 쳐다보던 남자를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순식간이라 그의 생김새나 그의 차림새 등, 구체적인것은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분명히 기억나는 것은 그도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커다랗고 헐렁한 옷을 위아래로 걸치고 있었다. 보라색과 파랑색 비슷한 색깔이었지만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았다.

 ‘구름위의 남자라니…’

 오로르는 구름위에 사람이 있을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불가능했다.

 ‘최근의 과학기술로는 가능한건가? 무슨 실험같은걸 하던걸까?’

 그녀는 스스로 불가능한 가능성들을 헤집어내었다.

 ‘아니면 천사? 하지만 엄마는 아니었어…’

 단순한 환각일수도 있었다. 오로르도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눈으로 본 그 사람, 또는 그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것도 두번이나. 오로르는 그녀가 어릴적 보았던 구름위의 존재와 이 남자가 동일인물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눈까지 마주쳤었다. 서로의 눈이 마주쳤을때, 그녀는 놀라움에 눈을 깜빡였고 그녀의 시야가 돌아왔을때 지난번처럼 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이상한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 일이 있고나서 승객들은 하나 둘씩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고 스튜어디스는 그제서야 그녀를 찾아왔다. 그녀가 이 일을 단순한 환각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많은 우연들이 있었다. 거기다 모든것이 절망적으로 돌아가는 상황때문일까, 그녀는 이 믿기 힘든 상황을 막연하게 현실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사실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외계인을 봤다고 해도 믿어주는 시대이건만 이 이야기를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것 같았다. 그래도 그녀는 이 일을 그녀의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했다. 오감이 모두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거짓이라 하기에는 고약한 농담이었다.

 

 노르위치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킹스크로스 역으로 가는 중이었다. 택시는 고속도로를 거침없이 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했다. 양떼구름이 무리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곧 구름들 사이로 금빛구름이 나타나더니 그 사이로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찰칵'

 쇠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렸다. 문의 아래쪽은 페인트가 갈라져있었고 문은 삐걱거렸다. 거실의 테이블에는 먼지가 쌓여있었고 주방에는 여기저기 거미줄이 쳐 있었다. 그녀가 없는 동안 아무도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 같았다.

 '사라도 제인도 들어오지 않았구나...'

 확신할 수 없는 사실이었지만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우울했다. 오랜만에 집안 곳곳을 둘러보았다. 부모님 침실, 아버지의 서재, 내 방, 화장실, 주방, 거실까지. 추억이 많이 서려있는 곳이지만 오랜만에 왔다고 해서 새롭게 느껴지는것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가서 피아노를 바라보았다. 3년전 그날이 떠오르며 약간의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3년 동안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것 같았다. 그녀는 먼지가 쌓여있는 덮개를 열어 건반을 만졌다. 건반을 누를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조율이 필요한 소리였다. 싸구려는 아니었지만 그녀가 쓰던 피아노에는 한참 못미치는 급이었다. 그래도 그 때는 제인과 사라가 사줬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는데… 지금은 그저 별로인 피아노라는 느낌이었다.

 '내 감정이 메말라 버린걸까? 아니면 제인과 사라가 그만큼 나에게서 멀어진 것일까?'

 그녀는 그들과 만날 것이었다. 그러고자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과 만나는 상상을 할때면 알 수 없는 긴장과 두려움을 느꼈다. 그 두려움은 어느새 오로르 자신과 사라와 제인 사이에 생겼던 균열을 커다란 구멍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녀는 피아노에 앉았다. 피아노 옆 탁자에는 3년전 오로르가 연주했던 아델의 악보가 그대로 놓여있었다. 오로르는 아무생각없이 연주를 시작했다. 건반 하나를 누를때마다 조심했다. 자신의 피아노를 평가하며 연주했다. 하지만 도중에 그만두었다. 연주는 형편없었다. 마음의 무거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새하게 새나가는 음 탓도 아니었다. 딱히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연주였다. 그녀는 잘 쉬지 못한 컨디션 탓으로 돌리고 싶었다. 조율이 필요한 피아노 탓으로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현실을 알고있었다. 문제는 그녀의 내면에 있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샤워를 했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내일부터 연습해야 할 쇼팽의 곡들을 꺼내 피아노에 올려놓았다. 그리고선 침대에 누웠다. 지금 현재 그녀에게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지만, 오로르는 내일 당장 사라와 제인부터 만나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들을 만났을때 할 말을 대충 생각해보았다.

 '사라, 제인, 저 돌아왔어요. 그간 연락한번 못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사라와 제인도 안했잖아요.’

 싸우자는것도 아니고… 바보같았다. 자신의 잘못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려는 어린아이 같았다. 뭐라고 말해야할지 몰랐다. 그녀는 너무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불안하면서도 그녀는 늘 그들을 만나면 그냥 자연스레 모든 일이 쉽게 풀릴거라고 생각했다. 불안감이 그녀를 덮쳤다. 그녀는 이대로 잘 수 없어 거실로 내려와 티비를 켜둔채 소파에 앉았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답스럽게 느껴지는 일은 그녀가 먼저 사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3년전 그녀 인생의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가 사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것은 사라가 말한 믿음과 소망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외의 다른 적절한 대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한참을 생각해도 소용 없었다. 그녀는 포기하고 그냥 올라가서 자기로 했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외로움을 느꼈다. 이 큰 집에서 홀로 살았던 지난날의 외로움이 그녀를 덮친걸까. 그녀는 밖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가로등 빛줄기에 의지해 침대를 찾아갔다. 오로르가 어릴적 가끔씩 잠이 들지 않을때면 클라라가 즐겨쓰던 바닐라향 향수를 침대에 뿌리곤 했다. 그리고서 거기에 몸을 부비며 이미 떠나간 어머니를 그렸다. 오로르가 침대에 눕자, 그녀는 아주 옅은 바닐라 향을 맡을 수 있었다. 과거의 추억들은 한 껏 곤두서 있던 그녀의 신경을 마비시켰다. 동시에 포근함으로 감쌌다. 그녀는 오랜만에 평온함을 느끼며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렸다. 닫힌 그녀의 눈꺼풀 위로 달의 빛도, 가로등의 빛줄기도 닿지 못했다. 완전한 밤이 그녀를 덮었다. 시간은 9시를 조금 넘겼을 때였다.

 

 새벽 2시. 시차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는 시간대였다. 수면제에 취한 것처럼 정신은 멀쩡했지만 몸은 움직이기 힘들었다. 통증은 없었다. 가위도 아니었다. 다만 깨어난 정신과는 달리 더 쉬고 싶다는 육체의 반란이었다. 오로르는 그렇게 한동안 누워있다가 담배를 피우기위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거실로 내려가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연기가 천장을 헤매였지만 화재알람기는 아직 자고 있었다. 문을 열자 비에 젖은 아스팔트가 가로등의 불빛을 받아 반짝이고있었다. 바람이 불었고 바다소리가 들렸다. 제법추웠다. 여전히 그녀는 서늘한 날씨에 낯설음을 느꼈다. 담배불이 빨갛게 타오르며 그 짧은 수명을 다해갔다. 오로르는 담배가 타오르는걸 볼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항상 모든 열정을 담아 짧게나마 뜨겁게 타오르는 담배가 멋져보였다.

 ‘그래… 뜨겁게 타오르는거야. 그 불에 다른사람이 상처받더라도… 나를 탓할 수는 없어. 그게 인생이야.’

 그녀는 담배가 젖은 아스팔트위에서 남은 생을 다하는 모습을 지켜본 후 집으로 다시 들어왔다. 예상대로 더 이상은 잠이 오지 않았다. 정신이 또렸했다. 하지만 그것이 정신적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제의 여러가지 사건들은 아직도 그녀의 머릿속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수면제는 몇알 남아있었지만 그녀는 이 휴가의 첫 아침을 고통으로 맞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잠이 오지 않는다면 이제 주어진 시간동안 할 수 있는 일은 연습 뿐이었다. 그녀는 손가락 스트레칭을 하며 연주할 곡을 떠올렸다. 하지만 금세 잡생각이 끼어들었다. 제인과 사라가 그녀를 거부하는 모습이 계속 상상되었다. 오로르는 이 생각들을 뿌리치려 손가락을 움직였다. 피아노가 노래했다. 새벽이니 최대한 손가락에 힘을 빼고 연주했다. 그리고 1시간 45분이 흘렀다. 3시 55분. 그녀는 연주를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잠시 피아노 건반들을 위로하듯 쓰다듬더니 갑자기 손가락이 망가지도록 세게 건반을 내려쳤다. 더 이상 희망적인 생각은 그녀를 위로해주지 않았다. 절망만이 그녀를 감쌌다. 연주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연습을 하면 할수록 더 어색해졌다. 지금의 그녀는 그 어떤 때에 뒤지지 않을 만큼 슬펐지만 그녀의 연주는 오히려 더 퇴보하는 것 같았다. 이제 그녀는 피아노를 어떻게 쳐야할지도 몰랐다.

 '너무 막연하게 생각했어, 젠장!'

 그녀가 주먹을 쥐었다. 피아노 건반이 부숴질 때까지 내려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주먹을 쥐기만 했을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피아니스트에게 손가락은 생명이었다. 이미 아까 한 번 내리친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어떻게해야 그들을 놀라게 해 줄 수 있을까? 젠장할! 1주일은 너무하잖아. 이런 단기간에 더 잘치라는건… 불가능한 거잖아.’

 그녀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자고 싶었다.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었다. 오로르는 가방에서 수면제를 찾았다. 오로르는 현실도피도 수면제 없이는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수면제 2알을 입에다가 털어넣었다. 설령 잠은 오지 않더라도 시도는 해보고 싶었다. 오로르가 어릴 적 제인은 현실을 외면하는 것을 작은 눈덩이가 굴러서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것과 같다고 여러번 말해주었다. 그렇게 커진 눈덩이는 때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면서 제인은 현실도피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때 오로르는 그런 모두가 불행해질 수 있는 일을 왜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에게 돌아올 눈덩이를 키우고 있었다.

 

 그녀가 계단을 내려오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녀는 연기를 토해내었고 화재 경보기는 여전히 울리지 않았다. 그녀가 파랑색 페인트가 드문드문 벗겨져있는 낡은 현관 문을 열자 그곳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그의 뒤에서는 소리없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2nd Day (둘째 날)

 

 그는 그녀를 쳐다보고있었다. 그러나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오로르는 지금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다.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속에서 그는 비에 젖은채로 서있었다. 그의 키는 평균을 약간 넘는 정도였고 그의 몸에는 근육이 잘 자리잡혀 있었다. 균형잡힌 몸매에 비해 얼굴은 날렵하니 잘생긴 편이었다. 숱이 많고 심하게 곱슬거리는 그의 머리카락은 넝쿨 같았는데 그 위로는 보슬비가 아장아장 내려온 흔적이 있었다. 피부는 구릿빛이었고 연두색과 녹색이 섞여있는 눈동자는 매력적이었다. 마치 연한 하늘색인 오로르의 눈동자처럼…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다른점이 있다면 그의 눈동자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했다. 마치 거기에는 지혜와 평화가 담겨있는듯 했다. 얄상한 그의 입술은 그를 한 층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했고 코는 깎아놓은 듯 오똑했으나 자연스러웠다. 턱은 적당히 날카로웠고 수염은 제법 풍성했다. 젖은 자줏빛 가디건 사이로 그의 가슴 근육이 보였다. 가죽끈은 가디건 바깥쪽으로 묶여있었고 허리에는 솜 뭉터기처럼 보이는 흰색의 막대기가 매여 있었다. 그에게서 신비함과 동시에 낯설음이 느껴졌다. 그는 여전히 아무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침묵이 이어졌다. 하지만 곧 밀랍으로 만든 것 같은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안녕하세요."

 그가 말했다. 그녀가 너무 놀라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어느누가 이 시간에 이웃을 찾는단 말인가? 그것도 혼자서...'

 불길한 느낌이 그녀의 목덜미를 타고 지나갔다. 닭살이 돋았다. 그는 여행객은 아니었다. 오로르는 간혹 사정이생겨 늦은 시간에 호스텔에 도착하는 여행객들을 본적이 있었다. 그들은 크던 작던 여행지인 이곳에 가방을 가지고온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짐도 없었다. 단순히 술취한 취객일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취객이든 강도든 누구든 이 시간에 모르는 사람의 집에 찾아오는것은 반길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계속해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상황은 지독하리만큼 낯설었지만 그의 시선은 신기롭게도 낯설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는 그가 여름샌달을 신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서늘한 날 새벽에 샌달을 신고있다는 사실에 더 수상했다. 그녀는 결심했다. 고개를 들면서 오른손의 담배를 그의 얼굴을 향해 던지고 문을 닫기로.

 "괜찮으세요?"

 그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녀에게 지금 그런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르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갑자기 고개를 위로 쳐들었다. 그녀는 오른손에 들린 담배를 그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그와 동시에 왼손은 문을 향해 뻗었다.

 “쾅.”

 담배가 공중을 날아갈때 그녀는 문을 닫았다. 그녀는 재빨리 체인까지 걸어잠궜다.

 "미친놈아! 경찰에 신고하기전에 꺼져버려!!"

 그녀는 흥분한 목소리로 욕을했다.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꺼지라고!"

 그녀가 톤을 올렸다. 저녁의 차갑고 음울한 공기를 통해 그녀의 목소리가 퍼져나갔지만 금방 파도소리에 그녀의 목소리는 사라져버렸다. 주위는 다시 조용해졌고 그녀는 자신의 헐떡거림을 들을 수 있었다. 거친 숨소리에 떨림이 묻어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외시경을 통해 밖을 확인했다. 그는 여전히 그곳에 서있었다. 그녀는 재빨리 이층으로 올라가 핸드폰을 들고 내려왔다. 그리고선 경찰을 부르는 척을 했다. 이러면 혹시 놀라서 도망가지 않을까 싶었다. 번호를 눌렀다.

 “삑삑삑.”

 이제 통화버튼만 누르면 가장 가까운 파출소에서 경찰들이 출동할 것이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그때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저는 아까 당신과 비행기에서 눈이 마주쳤던 사람입니다. 저는… 구름치기입니다.”

 그녀의 손가락이 통화 버튼에서 천천히 멀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냥 신고를 해버리고 다시 침대에 누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구름에서 만난 남자.’

 그녀는 이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했다. 그녀의 비정상적 호기심때문에, 낯선 이 상황속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낯익음 때문에, 배신과 좌절, 그리고 두려움 속에서 그녀는 더 이상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알 수 없게 되었기에… 그녀는 통화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그녀는 무엇을 지켜봐야할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녀는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마치 누가 시키기라도 한듯이 그렇게 했다.

 

 “누... 누구라구요?"

 그녀가 다시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장난이라고 말하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혹은 그가 강도나 살인마라고 대답하기를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구름치기입니다."

 구름치기. 처음 듣는 말이었다. 혼란스러웠다. 그가 너무도 태연하게 자신이 구름치기라고 말하자 그녀는 마치 자신이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구름치기라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구름..."

 "문을 열어줄 수 있나요?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가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에게 더 큰 혼란과 더불어 두려움을 가져다 주었다.

 "그건 안되요.”

 그녀는 자신이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최대한 숨기려했으나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두렵나요?"

 그가 태연하게 물었다. 그는 이미 알고있었다. 긴장과 떨림이 멈추지 않고 그녀 주위를 맴돌았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두려워하지 말아요. 당신은 여리고 신중한 사람이지요. 하지만 나는 정말로 당신이 오늘 구름에서 보았던 그 남자예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당신은 미치지 않았어요. 나는 범죄자가 아니구요. 나는 구름치기입니다.”

 혼란스러웠다. 그녀의 내면에서 이성과 감성이 열띈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이성은 그녀가 이 상황을 논리적으로 바라볼 것을 감정에 호소하며 열이면 열 이런 사람들은 미쳤거나 어딘가 이상할거라고했다. 살인범, 강간범,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 등등. 그는 그 위험성을 강조하며 그가 정상일 희박한 가능성에 희망을 기대하지 말라고했다. 게다가 그녀는 지금 중요한 문제가 코앞에 놓여있는 상태를 다시금 상기시켰다. 하나같이 다 맞는 말이었다. 오로르가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일 때, 감성이 오로르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궁금하지 않아? 너가 찾던 믿음과 사랑 소망의 힌트를 줄 수도 있어.'

 그 한마디가 다였다. 그리고 회의는 끝났다. 오로르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이층으로 올라갔다. 최대한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녀의 방으로가자 캐리어가 있었다. 안쪽의 주머니에서 검은색 파우치를 꺼냈다. 파우치 안에는 전기충격기가 들어있었다. 유명인들은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며 언젠가 존이 그녀에게 준 선물이었다.

 ‘유명인이 아니라 잘나가는 물건이겠지.’

 그가 준 물건은 만지기도 싫었지만 지금은 그런걸 따질때가 아니었다. 파우치 안에서 배터리를 꺼내 끼웠다. 전원을 켜니 파랑불이 들어왔다. 누군가를 기절시킬 준비가 되었다는 조용한 대답이었다. 그녀는 다시 문 앞으로 내려왔다. 그는 아직도 그 곳에 있었다. 그는 초조해하지도 성급해하지도 않았다. 마치 그녀는 문을 열지 않을 수 없다고 확신이라도 하듯이 차분하게 서있었다. 문고리에 손을 얹자 몸에 살짝 떨렸다. 흥분의 전율인지 두려움으로 인한 공포인지 알 길이 없었다. 손목을 돌렸다. 체인을 풀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어쩌면 후회할 짓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미 문은 열리고 있었다.

 '끼익...'

 

 그는 지겹도록 한결같았다. 아까전 그녀가 던진 담배는 다 타버린채로 그의 왼발 옆에 떨어져있었다. 그녀는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경계하고 또 경계했다. 날씨는 서늘했지만 그녀의 이마에서는 땀이 흘렀다.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는 문간에 기대섰다. 그녀 허리뒤의 전기충격기를 감추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언제라도 누를 수 있게 엄지를 쉬지않고 까딱거렸다.

 “안녕하세요."

 그가 밝게 미소지으며 인사했다. 그의 목소리는 멋있었다. 그의 인사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그 어느때 보다도 신경이 곤두섰다.

 "무슨 일이죠?"

 "당신이 보고싶어서요.”

 그가 대답했다. 그녀는 당황했다. 문을 열어준것을 후회했다. 자신의 감성과 본능에 속은것 같았다. 그녀는 천천히 엄지를 버튼으로 가져갔다. 이제 무슨일이 닥친다면 재빨리 손을 앞으로 뻗기만 하면 됐다.

 "무서워하지 마세요. 정말이예요. 숨기는 것은 없어요. 저는 저 구름 속에서 늘 당신을 보고 있었어요.”

 그가 건네는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충격적이었다.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당신이 어렸을 때 부터요.”

 이어진 그의 말에 오로르는 오른손을 버튼 위에 올려놓았다. 그가 고개를 들어 오로르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러니 그 무서운 검은 물체에서 엄지손가락을 띄어주세요.”

 그가 부드럽게 부탁했다. 그의 시선이 오로르 허리를 향했다. 그녀의 허리 뒤에는 검은색 전기충격기가 대기 중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알았죠?"

 굳이 안해도 될 질문이었다. 오로르는 금세 후회했다.

 “보이니까요. 오로르, 들어가도 될까요? 궁금한 것이 있다면 안에서 다 이야기해줄게요.”

 그가 손가락으로 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더 나은것 같아요.”

 오로르는 심장이 터질것 같았다. 알 수 없는 남자를 이 늦은 시간에 여자혼자 사는 집 안으로 들인다는것은 말도안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일었다. 그가 도대체 뭐라고 이야기할지 들어보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신비한 분위기에 빨려들고 있었다.

 ‘너의 본능에 맡겨.’

 그녀의 감성이 속삭였다. 그녀가 고개를 희미하게 끄덕였다.

 "좋아요. 들어와요.”

 그녀는 그가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조심스럽게 지켜보았다. 그가 집 안으로 완전히 들어오자 그녀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문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전기충격기는 계속 파랑불을 내뿜고 있었다.

 "잠시 앉아도 될까요?”

 언제부터 비를 맞았는지는 몰라도 그는 흠뻑 젖어있었다.

 "네, 앉으세요.”

 그가 앉음과 동시에 풍성한 가죽소리가 났다. 빗줄기가 굵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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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The Present (Love) - 10화 2017 / 7 / 30 283 1 13988   
16 The Present (Love) - 9화 2017 / 7 / 30 295 1 23328   
15 The Present (Love) - 8화 2017 / 7 / 30 269 1 22308   
14 The Present (Love) - 7화 2017 / 7 / 30 272 1 15631   
13 The Present (Love) - 6화 2017 / 7 / 30 288 1 11151   
12 The Present (Love) - 5화 2017 / 7 / 30 271 1 14877   
11 The Present (Love) - 4화 2017 / 7 / 30 280 1 11502   
10 The Present (Love) - 3화 2017 / 7 / 30 253 1 20498   
9 The Present (Love) - 2화 2017 / 7 / 30 282 1 14875   
8 The Present (Love) - 1화 2017 / 7 / 30 264 1 10304   
7 The Past (Faith) - 6화 2017 / 7 / 30 290 1 23343   
6 The Past (Faith) - 6화 2017 / 7 / 30 256 1 20128   
5 The Past (Faith) - 5화 2017 / 7 / 30 289 1 8840   
4 The Past (Faith) - 4화 2017 / 7 / 30 290 1 20543   
3 The Past (Faith) - 3화 2017 / 7 / 30 276 1 14306   
2 The Past (Faith) - 2화 2017 / 7 / 30 292 1 12770   
1 The Past (Faith) - 1화 2017 / 7 / 30 431 1 19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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