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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The Sky Is Filled With Clouds
작가 : ssssss
작품등록일 : 2017.7.30

여느 때처럼 구름이 가득한 영국 Norwich의 한 해변가. 그곳에는 어릴 적 불의의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한 소녀의 피아노 소리가 매일 울려 퍼진다.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슬픔에 빠져 살던 그녀는 15살이 되는 해, 희망을 찾으러 뉴욕으로 떠나는데… 수 년이 흐르고 여전히 슬픔 속에서 살아가던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구름 속에 있는 한 남자를 본다. 그녀는 환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도착한 날 저녁, 그녀의 집에 노크 소리가 들린다…

 
The Past (Faith) - 6화
작성일 : 17-07-30 19:39     조회 : 256     추천 : 1     분량 : 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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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02.16

 3년의 시간은 육체적인 변화를 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와 동시에 정신적인 변화를 주기에도 충분했다. 그녀는 이제 음악계에서 어느정도 알아주는 피아니스트가 되었고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신예 음악인들 중 한 명이 되었다. 최고는 아니더라도 훌륭한 클래식 음악가들이 그녀와 호흡을 맞추고자 러브콜을 보내오기도 했는데 그 중에는 그녀에게 사적인 흑심을 감추지 못하는 성악가나 지휘자들도 있었다. 그녀는 어느덧 벌써 54번째 공연을 끝내고 인터뷰를 위해 대기실로 홀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제 그녀의 몸가짐과 행동에서 뮤지션 특유의 매력이 한 껏 흘러나왔다. 인터뷰실 앞에 도착하자 그녀는 자신의 몸을 한 번 점검했다. 흐트러짐 없이 완벽해 보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철컥.'

 인터뷰 실 안에는 5명 남짓한 기자들이 정해진 순서대로 앉아있었다. 오로르는 그들에게 반가운 미소를 건네며 자리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미국 ‘ART OF THE WEST’ 인데요. 이번 호는 특별히 '지금 동부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나?' 를 싣고 있어요. 그래서 최근 동부에서 떠오르는 hot 한 뮤지션 20명을 뽑고 있거든요"

 오로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그럼 몇 위인가요?"

 “20위요."

 기자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그녀는 분명히 5등의 자리도 굉장한 명예라고 생각함이 분명했다. 확실히 5등의 자리라도 굉장한 명예임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오로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기자가 마이크와 질문지를 그녀에게 건넸다. 오로르는 질문지를 받자 넘기며 읽기 시작했다. 아니, 그녀는 읽는 척 하기 시작했다. 5위. 사실 오로르는 이 사실에 대해 대충은 알고 있었다. 지난주에 다른 잡지사에서 비슷한 종류의 기사제목과 함께 취재를 요청해 왔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 소식을 매니저로부터 들었을 때 그녀는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몇일 후 가 완성된 기사를 보자 그녀는 기분이 상했고 결국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리 큰 잡지사도 아니었기에 그쪽에서도 크게 실망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후에 또다른 잡지사에서 비슷한 기사로 인터뷰를 신청해왔고 이번에는 지역 잡지사치고 나름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라 사적인 이유만으로 거절하기는 어려웠다. 처음에 그녀는 비슷한 순위겠거니 싶으면서도 이번 잡지사에서는 자신을 얼마나 인정해줄까를 생각하며 가슴뛰는 몇일 밤을 보냈다. 성공과는 상관없이 썩어서 곪아가는 자신의 문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선택한 음악계였지만 이제는 찬란하고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싶은 욕망을 뿌리칠 수 없었다. 솔직히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이렇게 빨리 세상에 알릴 수 있을 거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했지만,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자신의 재능을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그녀가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달콤했고 그 달콤함은 이제 떠오르는 신예 피아니스트 20위로는 그녀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녀는 그 이상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그녀가 소망과 사랑을 찾고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과 관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가 이제 누구보다도 돈과 명예의 성공을 갈망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순위에 불만을 느꼈다. 그녀는 최근 느끼고 있는 극심한 스트레스만 아니더라도 조금은 더 나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3개월 전 쯤 그녀는 레코드 회사로부터 콘서트 티켓 판매 총액이 줄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레코드 회사는 그녀에게 압박을 주었다. 음악계는 예술의 세계이면서도 동시에 이윤에 민감하기도 했다.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실력을 증진시켜서 손님을 더 끌지 못한다면 언젠가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그녀에게 큰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녀는 최근 성장의 벽을 체감하고 있었다. 처음 데뷔때 이미 자신의 능력 이상을 보여주었던 그녀의 실력은 그 이후로 거의 좋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녀는 이런 현상을 데뷔장소로 미국을 정한 레코드 회사의 탓으로 돌렸다. 미국은 영국과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많은 것이 다른 나라다. 같은 언어를 쓸 뿐, 기본적인 문화나 식습관, 사람들의 생각까지 다르다. 그러나 그녀의 연주를 보고서 레코드 회사 간부들은 그녀의 재능에 크게 기대를 하고 영국보다 더 큰 시장인 미국,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시장인 뉴욕에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날씨 탓인지 약간의 우울함은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고 때로는 어느정도 즐기줄도 아는 영국인들과는 달리 미국 사람들은 우울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몇번은 경험해 볼 필요가 있지만 그 이상은 불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어찌보면 작은 차이지만 이 작은 차이가 '슬픔과 눈물' 이라는 아이콘으로 데뷔를 한 오로르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어찌보면 한계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지도 몰랐다. 초기에 몇몇 미국 잡지에서는 이같은 기사를 쓰기도했다. 하지만 뉴욕에서 그녀의 인기가 점점 높아져가자 이런 종류의 기사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그녀의 데뷔가 만 3년이 지난 지금 이같은 기사는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래도 슬픔에 대해 더 부정적인 서부에 비하면 동부는 조금 더 그녀에게 기회를 준 셈이었다. '오로르' 라는 브랜드가치가 하락하고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그녀는 음악세계에서 자신의 재능만으로 승승장구하는 피아니스트들에게 부러움을 느끼는 한편, 그때부터 그녀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고 그 때문인지 연주의 질도, 관객의 수도 조금씩, 그러나 계속 줄어들었다. 레코드 회사는 계속해서 가벼운 잔소리를 할 뿐이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서는 왠지모르게 자신이 지는 꽃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재능이, 자신의 음악이 덜 가치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녀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들, 제인과 사라가 그녀에게서 떠나가더라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음악이 그녀에게서 멀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은 채, 최선을 다해 피아노를 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깊어만가는 문제는 그녀에게 열등감과 스트레스를 주었고 그것들은 그녀에게 아픔을 주었다. 그리고 아픔은… 그녀 속에서 더 깊은 슬픔을 만들어내었다. 손가락을 통해 울리는 선율에서 더 깊은 슬픔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분명 훌륭함이었다. 단지… 아름다워질 수 없는, 그런 훌륭함이었다. 오로르는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평소의 그것들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질투였다. 자신보다 더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19명의 피아니스트들, 이 리스트외 다른 잡지사들에게 인정받은 뛰어난 신예 피아니스트들, 그위에 있을 기존의 아티스트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도 인정받는 전설의 피아니스트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존경하는 역사속의 음악인들까지. 슬픔의 작곡가 쇼팽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뱃 속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질투를 참으려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하지만 그것은 참기 어려운 것이었다.

 "괜찮으세요?"

 오로르의 귀에 울려오는 말. 그녀는 혼자만의 공상에서 깨어나 놀란 표정으로 기자를 바라보았다.

 "무대에서 힘을 다 썼나봐요."

 오로르가 가볍게 미소지으며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말했다. 하지만 그녀 속에서는 계속해서 피어오르는 어두운 감정을 누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질투가 끊임없이 피를 타고 그녀의 몸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저, 오로르. 질문지 다 봤으면 시작할까요?"

 기자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고 오로르는 대답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빨리 갈게요. 시간 관계상..."

 뒤에서 카메라멘이 말했다. 오로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곧 시작한다는 신호를 주었다. 잠시 후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인터뷰가 시작했다.

 

 마지막 인터뷰만이 남았을 때 그녀는 재빨리 시계를 쳐다보았다. 3시간 30분이 남아있었다. 이제 곧 공항으로 향해야 할 시간이었다. 마지막 기자가 다가왔다. 어딘가 모르게 좀 전까지의 기자들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평범한 셔츠에 평범한 스커트, 아무 특징도 찾아볼 수 없는 검은 구두에 안경까지…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기자의 평범한 외모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두꺼운 안경알 뒤로 보이는 그녀의 날카로운 눈매는 그녀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게다가 어딘지 모를 낯익은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기자가 그녀에게 다가와 손을 건네며 인사를 건넸다.

 "Great Yarmouth people magazine입니다."

 그녀는 숨이 덜컥 막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오로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10여분간을 잠시도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 그래서 지금 우리 잡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2009년에 생겨 승승장구 하고 있고 아직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지만 현재 약 70000여명이 우리 잡지를 구독하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이번호에 'Great Yarmouth의 자랑거리' 라는 특별판을 만들기로 결정했지요. 하지만 반응을 봐서 매달 쓸 생각도 하고있어요.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를 위해 기사거리를 찾던 중 누군가 당신을 제안했어요. 우리는 모두 굉장히 긍정적이었어요. 당신은 요즘 가장 Hot한 피아니스트들 중 한 명이니까요. 특히 편집장님인 존은 어찌나 당신을 이번호에 넣어야 한다고 하던지… 당신도 봤어야해요. 참, 저 역시 당신의 팬이예요. 당신은 연주에는 무언가가 있어요.”

 그녀의 말을 끝까지 기다리다간 비행기를 놓칠지도 모르겠다는 진심어린 두려움이 엄습했다. 오로르는 재빨리 기자의 말을 끊었다.

 "충분히 알아들었어요.”

 그러나 그녀의 말은 그녀의 용기만큼 적절해 보이지 않았다. 오로르는 말을 끊기 위해 무심코 내뱉은 말이 생각보다 건방지게 들려 조금 당황스러웠다. 기자도 티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평등성의 문제를 제쳐놓고서 볼때, 그들 중 누가 뭐래도 오로르가 갑이었으나, 그녀의 말은 서로를 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당신… 아니, 우리 지역 잡지의 장점들을요.”

 오로르가 재빨리 웃어보였다. 기자도 미소지었다. 하지만 오로르는 그녀의 일그러진 미소에서 그녀가 이미 상처받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보람이 있군요. 사실 작년에 몇몇 주민들로부터 당신의 기사를 싣는 것이 어떠겠냐는 의견이 들어왔어요. 괜찮겠다 싶어 소속사에 인터뷰 신청을 했는데 그때마다 당신의 스케쥴 때문에 모조리 거절당했었죠. 사실 1년 동안 거절당한다는 것이 그리 기분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오늘 그 소원을 이루게 되는군요.”

 오로르는 처음듣는 이야기였으나 아무말 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에게 온 취재 요청을 전부 다 그녀가 결정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1년이나 한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었더라면 한번쯤은 들어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다만 그녀가 약 3년동안 어떻게든 잊어보려고 애쓴 고향에서 자신을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잡지에 내보내려 한다는 사실이 신경쓰였다. 그럼에도 별 이유없이 인터뷰를 안한다고 했다가는 회사로부터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랐다. 그런 일은 아직 한번도 없었지만 그녀는 해보지 않아도 그런일이 생기면 안된다는 것쯤은 알고있었다.

 "자...그럼 시작할까요?"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그녀가 시계를 봤다.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질문은 충분히 날카롭고 의미있었다. 오로르는 이번 인터뷰가 나름 재미있는 기사가 될 것 같아 나중에 발매가 되면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2시간 46분이 남아있었다. 이제 출발해야 할 시간이었다. 마지막 기자의 일행이 방문을 나가기 전, 그녀를 향해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넸다. 오로르는 미소만 지었다. 그들이 방을 나가 복도를 따라 걸어가며 천천히 멀어졌다. 오로르는 그들의 발자국 소리마저 사라지자 그제서야 인터뷰실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자신이 걸어왔던 복도를 다시 걸어가며 핸드폰을 꺼냈다. 전화번호부에서 ‘매니저’ 를 찾았다. 그녀의 매니저는 로그란 이름의 30대 후반의 남자로 보디가드 같은 덩치를 지니고 있었는데 그는 덩치에 맞지 않게 꽤나 성실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 예술가로서 까다로운 투정을 부릴때도 로그는 언제나 불평없이 받아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그가 남 같지 않았다. 직감이 그녀를 멈췄다. 오로르는 어느새 복도의 끝에 도착한 자신을 발견했다. 원래는 로그에게 대기실에서 준비하라고 전화하려 했지만, 이미 그녀는 대기실에 도착해있었다. 원형의 복도의 끝에 있는 방이 하나, 오로르는 핸드폰을 집어넣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아직 불이 켜져있는 대기실에서는 연주전에 자신이 사용했던 도구와 책, 그리고 공연 전 잠깐 속을 달래기 위해 먹었던 음식들이 즐비하게 널려있었다. 보통 같으면 예술가의 까다로운 투정이 로그를 향할텐데 오늘은 그에 대해 고맙기도 하니 그녀는 이쯤에서 넘어가기로 했다. 다만 오로르는 대기실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그녀의 캐리어를 보며 아직 차에 짐을 싣지도 않은 것은 한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전화기를 꺼냈다. 그러나 그녀가 번호를 누르기도 전에 대기실 안쪽으로 나있는 작은 보조방에서 친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그래서, 차는 비웠나?"

 한 남자의 목소리가 굳게 닫혀있는 문 안쪽에서 들렸다.

 “예."

 이번에는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로르는?"

 "아직 인터뷰 중일 겁니다. GY people magazine 기자가 1시간 30분은 걸릴 거라고 했으니까요. 끝나면 연락을 준다고 했습니다.”

 “흠... 결국 인터뷰를 허락했구만.”

 "그건 내가 결정한 것이네. 마지막 선물은 줘야지 않겠나?”

 또 다른 목소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후하구만, 존.”

 오로르는 조심스럽게 방쪽으로 다가갔다. 한발 한발 다가갈 수록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무슨 일인지 감도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식은땀이 나고 어지러웠다. 조그맣게 새어나오는 목소리… 믿을 수 없었다. 존은 60대 후반의 빼빼 마른 영국 남자로 레코딩 회사의 간부였다. 작은 키에 하얀 수염, 그리고 점잖은 양복에 트레이드 마크인 신사모와 지팡이까지, 그는 늘 중후한 신사였다. 게다가 그의 매너있는 행동들 덕분에 회사의 모두가 그를 존경했다. 그는 늘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했는데 오로르에게는 특히 더 그랬다. 의지할 곳 없는 그녀에게 그런 존은 오래지않아 유일하고도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그는 단지 그녀에게 상사일 뿐이었지만, 오래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님에도, 그녀는 과거 자신에게 자상했던 때의 아버지를 제외하면 그가 그 누구보다 편한 남자라는 사실을 거부할 수 없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때 대부분은 그녀에게 친절했다. 하지만 진심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것은 단순히 매너일 뿐이었다. 그녀의 가치를 발견해 준 레코드 회사지만, 이곳에서 그녀는 마치 상품과 다를바 없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기에 그 이상의 것을 바랄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거기서 계속해서 살아남아야 했다. 적어도 그나마의 대접을 받으려면. 경험해본 적은 없었지만 마치 전쟁터에서 처럼… 그나마 그녀의 데뷔가 뜨거운 주목을 받았기에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겉으로는 예술적이고 아름답고 고귀해보이지만 실상 속에서는 개처럼 물고 뜯어야 하는 이 세계에서 그녀는 전장을 치뤄야했다. 그렇다고 지금 그녀가 전쟁에서 벗어난것은 아니다. 다만 그녀는 조금 더 나은 무기를 얻은 것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명하다고해서, 무기가 아무리 좋다고해서 어느누구도 이 같은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경쟁을 원하지 않는다는건 배부른 소리일 뿐이었고 도태를 불러올 뿐이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렇기에 지친 심신을 위로해줄 수 있는 이가 필요했다. 모두에게 버림받고 미움받았다는 슬픔으로 데뷔를 치룬 그녀에게는 더욱더 그런 존재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존재가 존이었다. 그랬던… 존이었다.

 “하하. 자네의 농담은 마치 칼 같구만.”

 존의 특이하고도 굵은 목소리는 그의 중후함과 젠틀함을 강조시켜주었다. 그녀도 목소리가 좋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의 목소리가 더 없이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이제 룻, 아니 오로르는 이제 끝이군.”

 그녀를 마치 물건처럼 대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그녀는 이전의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던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존이 묻자 그의 매니저 로그가 대답했다.

 "예, 아마도요. 이번에 노르위치로 간 후 그녀를 보면 확실해지겠지요.”

 "그럼 자네는 오늘부로 kelly.D.Merdic의 매니저를 하게. 그녀가 오로르보다 재능이 있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하겠지만 오로르보다는 좀 더 시장에서 오래갈 재목이야.”

 "둘을 겸임하라는 말씀입니까?"

 "그래. 일단은 말일세. 하지만 걱정말게. 그녀는 곧 회사를 나갈거니까. 그녀가 나가던지, 아니면 내보내던지.”

 옆에서 또 다른,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제르딘. 이 회사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한사람. 세계적으로 뮤지션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람. 그녀는 레코딩 회사와 계약을 하기 전에 그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녀에게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그였다. 하지만 계약 후 그는 변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본색을 드러내었다.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는 법적 방패를 가지고서 그는 자신의 성공일화에 오로르가 동조해주기를 바랐다. 아니, 그렇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녀의 콘서트 결과에 따라 그는 평범한 사람 제르딘이 되기도 했고 악마 제르딘이 되기도 했다. 계약 후 매니저 로그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그에게 밉보여서 양지로 나오지도 못한채 사라진 실력있는 뮤지션이 수도 없이 많다고 했다. 언젠가 로그는 이 회사와 계약을 한 이상 부질없이 어린 혈기로 그에게 반하는 것 보다는 그의 상업적인 계획에 맞는 아이콘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뮤지션으로 가치있게 살아갈 수 있을거라고 충고해 주었다. 그의 말을 듣고난 후 그녀는 한 사람의 피아니스트로서, 아티스트로서 좌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때 그녀를 위로해주며 뮤지션으로서 다시 일어서도록 도와준 것 또한 존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들의 대화는 오로르에게 더없이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는 깊은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누굴 믿어야 했던 거지? 지금 이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지? 내가 지금 문을 박차고 들어가면... 사실은 나를 놀래켜 주려고 꾸민 일 아닐까?'

 오로르는 진정시키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이 상황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자신을 추스려봤지만, 그들의 조롱섞인 웃음은 소름끼치도록 참기 힘들었다. 잔인하고도… 추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몸이 더럽혀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3년동안의 나는 저들에게 있어 어떤 존재였을까? 저들은 처음부터 나를 조롱했는데… 도대체 그동안 왜 나는 눈치채지 못했을까? 단지 세상을 몰라서? 지혜롭지 않아서?'

 오로르는 마음 속에서 불 타오르듯 뿜어져 나오는 분노를 감당할 수 없었고 결국 그 분노는 그녀마저 태우기 시작했다. 심장이 팽창이라도 한 듯 몸이 뜨거워졌고 가슴속에서 느껴지는 참을 수 없는 어두운 슬픔에 소리없이, 눈물없이 울부짖었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알지 못했지만, 당장에라도 문을 박차고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 순간, 그녀는 믿음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분노의 화살은 믿음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상을 향했고 그 근원이 된 과거의 기억들로 향했다. 알 수 없는 분노가 그녀의 입에 맴돌았다. 마음속으로 수없이 욕을 하고 저주했다. 그래도 마음속에 남아있는 분노는 수그러질 줄 몰랐다. 하지만 문 안의 그들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 정말 긴 3년이었어. 그래도 꽤 괜찮은 '황금을 낳는 닭’ 이었어."

 존이 말을 꺼냈다.

 "과장하기는, '은' 정도로 하자구.”

 “하하하."

 존의 말에 농담 섞인 비아냥. 거기에 대꾸하는 제르딘. 그리고 이어진 끽끽대는 로그의 웃음소리. 오로르는 그가 그렇게 크게 웃어대는적을 본 적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건배의 소리. 이 모든 것은 그녀에게 참을 수 없이 역겨운 것이었다.

 "처음에 난 정말로 금덩어리인 줄 알았어. 슬픔의 테마나 실력, 가치를 떠나서 그녀의 피아노는 사람을 잡는 무언가가 있거든. 그런데… 알고보니 은 조각이었어. 그 은 조각들 때문에 지난 3년간 내가 아버지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니 아까운 생각이 드는걸? 그래도 나름 꽤 간단한 일이었어. 예술가 치고는 그리 까다롭지 않은 아이니까.”

 존이 말을 다시 이어갔다.

 "아직은 예술가라고 부르기 어렵지. 음악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않았어.”

 "..."

 제르딘이 존이 가볍게 던진 말을 꽤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말했다. 한편, 로그는 음악에 대해 잘 모르기에 대화에 끼지 못했다.

 "그나저나 그 애 아버지 일 말인데… 그녀가 여기서 일하는 것을 알잖아? 그럼 그 아버지도 같이 잘라야하나?"

 주제가 조금 무거웠는지 제르딘이 화제를 돌렸다. 오로르는 또 놀랄만한 사실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문에 부딪힐 뻔했다. 사실 그렇게된다면 그녀는 지금 당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만이었지만, 지금 들어간다면 이어질 말을 들을 수 없었기에 조심했다. 그녀가 귀를 기울일때 마음속 한구석에 조금전 생긴 깊은 상처 위로 새로운 상처가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찢어진 상처사이로 분노라는 검은 존재가 조용히 기어나왔다.

 "그렇지. 조금 안됐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이니까. 탈날 일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돼지.”

 존이 대답했다. 이렇게까지 철두철미한 그들의 태도에서 오로르는 그들에게 이번 일이 단순히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로르의 아버지가 우리 레코딩 회사에 있다구요?"

 로그가 목소리를 약간 높이며 물었다.

 "그럼. 그러니까 내가 아버지 역을 할 수 있었던 거지. 그냥 잘해주는 것이 아니라… 진짜 아버지같은 존재 말야, 로그. 평범한 시골 촌구석 소녀의 아버지처럼 말투며 좋아하는 음식이나 술. 그런 모든 것들을 말일세. 로그, 사람은 말이야… 모든 세상일에 철두철미해야 하는 법이야.”

 그의 말 그대로였다. 그는 너무 철두철미했다. 오로르는 단 한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다. 이제서야 그가 낯선 남자였으나 왜 그리 푸근하고 익숙했는지, 그리고 왜 그립고 어려울 때마다 그에게 기대고 싶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가 감과 동시에 그녀는 더 이상 화도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냥 허탈했다.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콘서트 건물 내부는 완벽한 금연구역이었지만 그들은 항상 창문을 열고서 선풍기를 이용해 담배를 피웠다. 꽉 닫힌 문 사이로 스멀스멀 연기가 조금씩 새어나왔다. 역겨웠다. 그들이 내뱉었던 말들만큼 역겨웠다. 역겨움이 그녀를 가득채웠다. 더욱이 그녀가 참을 수 없는 것은 지금이라도 그들이 자신을 위로해주고 다시 예전의 그들로 돌아가주기를 바란다는 사실이었다. 담배가 피우고 싶었다. 하지만 앞으로 더 괴롭고 비참해질지라도 그녀는 지금 여기서 이 혐오스러운 대화의 끝을 봐야했다. 이 문에서 등을 돌릴 수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여기서 도망치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끝까지 이 상황을 직시하고 싶다는 모순된 바람. 그녀는 고통속에 자신의 고통을 이성적으로 직시할 수 없었다. 아마도 지금 당장은 그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등을 돌려 현실을 외면해버림으로써 더 비참한 미래를 불러오는것은, 해결책이 아닌 단지 약간의 안도감을 얻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요?"

 로그가 존에게 물었다.

 "아니, 그가 어느날 제발로 찾아왔어. 처음에는 남루한 차림이었지. 냄새도 나더군. 여기서 일을 하고 싶다고 누가 되지는 않을 테니 청소라도 좋다고, 아무 일이나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어. 막무가내였지. 누가봐도 거지였어. 오로르의 연습을 지켜보다가 아래층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길래 나가는 길에 사태를 좀 보자하고 내려갔어. 곧 나는 경비원에게 그를 쫓아내라고 했지.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말야, 궁금하더군. 일할 곳은 많은데,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고 청소하는 일이 좋은 직업도 아닌데 말야. 근데 왜 굳이 우리 레코딩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은 것일까? 궁금하더군. 무언가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군.”

 제르딘이 대답했다. 제르딘의 담배 연기를 내뿜는 소리와 함께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는… 오로르의 플랜카드에서 눈을 떼지 못하더군."

 존이 말을 이었다. 의미심장한 말을하듯, 그가 조용하게 말했다. 사실, 누군가에게는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오로르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지금 그녀는 이 혐오스러운 세명의 남자를 당장에 부숴버리고 싶었다.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더라도… 그녀는 당장에 그녀의 모든 감각, 특히 청각을 할 수만 있다면 꺼버리고 싶었다. 마치 텔레비전처럼. 하지만 이런 순간에도 그녀의 머릿속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선명하게 방 안에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대화 장면으로 가득했다. 로그가 이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오로르의 입술이 분노로 떨렸다.

 "이제야 알아챘군, 로그. 제르딘과 나는 그 때 서로의 눈을 쳐다보았네. 서로의 생각을 읽었지. 그리고 미소지었어. 자네도 알 듯이 그녀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의 연주, 그 때의 연주는 지금의 것들 보다 훨씬 힘이 있었어. 파격적이었지. 그러나 그만큼 그녀는 약했어. 그녀의 음악도, 그녀도. 감정기복에 따라 결과가 너무 다른 그녀의 연주. 어깨만 만져도 곧 부숴져버릴것만 같은 그녀. 그런 생각을 하던차에 그가 나타난거야. 제르딘과 나는 조사해 보았지. 쉽게 알 수 있더군. 그녀의 아버지, 아서. 그러나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몰라도 오로르와 친해보이지는 않더군. 그것을 말해주듯 그녀는 아버지를 알아보지도 못했어. 하지만 나는 자식들이 대게 아버지에 대해 안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더라도… 아무리 아버지를 미워한다고 하더라도 아버지의 습관이나 부모가 보였던 자상한 행동을 접할 때면 그리움과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을 알고 있지. 오로르도 마찬가지였어. 나중에 아서에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오로르가 어릴 적, 그 가정은 매우 화목했다고 하더군. 그 동네의 모든 주민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말야. 하지만 어머니가 죽고 나서 그는 좌절감에 알콜중독에 걸렸고 점점 그녀를 멀리하게 되었고 나중에 언젠가 자신이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그는 법정에서 아이의 양육권을 포기한 후였다고 하더군.”

 내가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엄마를 잃고나서 얻은 슬픔, 내가 사랑하는 아버지도 같은 이유로 너무나 슬퍼한다는 슬픔, 그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슬픔, 그 아버지가 제발 나를 사랑해줬으면 했던 간절함. 그러나 결국 그러지 않았다는 슬픔.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채... 마치 소설의 줄거리를 이야기 하듯 지껄였다. 제르딘에 대한 배신감, 로그에 대한 배신감, 그리고 특히 존에 대한 배신감까지 그녀의 배와 가슴을 타고 머리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그것이 머리에 다달았을 때 그녀는 머리털이 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찌되었든 그녀의 아버지는 멀리서라도 그녀를 바라볼 수 있으니 좋고, 나는 그녀에게 아버지처럼 다가감으로인해 그녀의 상품가치를 더 높일 수 있었으니 좋고,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서 약간이나마 아버지를 느낄 수 있었으니 서로서로가 윈윈한 것 아닌가? 나는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네.”

 존은 오로르에게는 한번도 보인적 없는 비열한 웃음으로 끽끽대었다. 천박한 웃음소리였다.

 "신이 깜빡하고 자네 양심을 안만들었나보구만.”

 제르딘은 싸구려 위트를 뱉어놓고 마치 자신의 개그가 방 안의 최고급 샴페인과 잘 어울리기라도 한다는 듯 샴페인을 들이켰다. 존이 웃기 시작했고 로그도 참여했다. 그들의 대화는 오로르에게 최악의 연주였고 최악의 화음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공연의 결과에따라 그녀와의 이별을 결정하게 되는 것인가요?"

 로그가 물음을 던졌다.

 "아니지 아니지, 로그. 사실상 그녀는 끝났어. 자네 이 생활을 한 지 오래돼었는데도 아직 그런 것 하나 눈치채지 못하는 건가? 단지 매니저 일만 잘한다고 되는게 아니야, 이 바닥은 말야.”

 제르딘이 로그에게 핀잔을 하듯이 말했다.

 "예술가, 특히 뮤지션의 성향은 절대 1주안에 변하지 않아. 그들의 성향은 열심히 한다고 쉽게 변하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야. 그것은 그들이 타고난 속성이라고, 로그. 태어날때부터 타고난 내면의 색을 바꾸는 것이 1주일 안에 가능하리라고 보나? 불가능해.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녀의 아이콘 '새드' 는 이미 팔릴만큼 팔렸어. 처음 시작이 뉴욕이었기에 이미 그녀의 음반은 세계적으로 팔리고 있지만, 더 이상은 힘들어. 처음에 어느정도야 잘 나갔었지. 하지만 지금같은 속도로 꺾이는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 노력을 기울이기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야. 1주 후가 마지막 공연이 될 거야."

 오로르는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분노 때문만은 아니었다. 두려웠다. 식은 땀도 났다. 자신이 또 버려진다는 것. 자신이 가장 두려워 하던 일. 그것이 이번에는 그녀가 보는, 듣는, 느끼는 앞에서 다시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두렵지만 오로르는 문을 향해 보다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가 다가가는 것을 그들이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언제라도 그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지금 이 납득할 수 없는 절망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더 구체적이고 납득할 만한 이유가 듣고 싶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은 눈으로, 핏 빛 없는 창백한 얼굴로, 떨리는 입술로… 문 앞에 서 있었다.

 "자네 아직도 이해가 안가나? 오로르의 상품가치를 다 써먹었다는걸세. 이제 데리고 있을 이유가 없지. 이 표를 보게. 초창기에 그녀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네. 2년차에는 최고조지. 지금은 그 첫 해보다 수익이 적어.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아나? 흔히 마케팅 경영학적 용어로 Dog라고 하지. 더 이상 가치도 없고 현금 확보도 안되는 상품 말이야. 이런 가수를 더 데리고 있으면 유지비가 더 들어가게 되. 흔히 쉽게 히트한 가수들이 겪는 일이지. 그래도 3년까지 버텼으면 아주 나쁘지는 않은 편이지. 이제 이해가 되나?"

 존이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해 주었다. 로그에게… 그리고 오로르에게. 더 납득할만한 이유는 없었지만 이 상황을 간단히 종결짓는 설명이었다. 간결하게 개, 다 써먹은 아이템, 가치도 없는 상품, 나쁘지는 않은 편. 모든 것이 끝났다. 허무하면서도 찢어지게 아프던 가슴이 이제는 텅 빈 것 같았다. 잠시동안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마치 조그마한 숟가락으로 그녀 마음속에 남아있던 희망이나 행복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후벼파고 후벼파 마침내 뻥 뚫려져 버린 것 같았다. 마음이 아프면서도 오로르는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아파도 마지막 희망까지 가져가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그들을 계속했다. 그리고 이제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오로르는 몸을 돌려 조심스럽게 걸어나갔다. 이제 굳이 조심하지 않아도 됐으나 그녀의 몸은 소리내는 것을 거부했다. 소리내지 않고 나갔다. 담배와 커피 생각이 간절했다. 그 두가지 아니라면 적어도 문 안쪽의 셋을 쏘아죽일 수 있는 총이라도 필요했다. 복도를 지나 대기실에서 한참 떨어진 곳까지 갔지만 그녀는 아직도 조심스럽게, 조용히 움직였다. 마지막 일정이 끝난 콘서트 건물은 어둠과 침묵만 남아있었다. 두려웠다. 무서워졌다.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정확히 무엇을 위해 소리쳐야 할지도 몰랐다. 그들의 배신에 대해? 속은 자신의 무능력함에 대해? 미친듯이 찾아 헤매게 해놓고 결국 배신을 경험하게 한 믿음과 소망, 그리고 사랑이라는 진리에 대해?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 대해? 아니면 이 모든것의 시작인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아니면 자신을 낳은 두분 모두에게? 오로르는 소리지르며 이 모든 상황을 외면한채 도망이라도 치고 싶었다. 하지만 소리쳐도 두려움은 달아나지 않는 다는 것은 어머니가 죽고나서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헛된 일이었다. 시계를 보니 2시간27분이 남았다. 고작 20분 남짓한 시간에 흘렀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현재도, 그리고 과거도 바뀌었다. 곧 미래도 바뀔 것이었다. 1주의 시간… 그녀에게 남은 시간이었다. 그녀는 비상구를 통해 건물 밖으로 나갔다. 관리인이 현관문을 개방해 놓은채 그들이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나가십니까?"

 관리인이 묻는 말에 그녀가 고개를 가로지었다. 지금 그녀에게는 입에서 소리 내는 일 조차 벅찼다. 그녀는 지금 남아있는 힘을 모아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 그리고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이겨내보는 것이 필요했다. 담배에 불을 붙이자 하얀 연기가 그녀의 폐로 깊숙히 들어갔다. 악마의 연기든 천사의 연기든, 지금 이 담배 한 모금이 그녀의 인생에서 얼마만큼의 시간을 담보로 잡을지는 몰라도 지금 그녀의 유일한 바람은 자신의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증오와 슬픔이 한줌의 재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세번째 개피에 불을 붙이려는 찰나, 그녀의 블레이저 안주머니에서 벨소리가 들렸다. 아델의 chasing pavement. 오로르에게 그날의 기억은 별로 좋은 추억이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날의 기억은 그녀에게 동기를 부여해주었다. 그리고 지금 그날의 추억은 그녀를 조금이나마 위로해주었다. 그녀는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핸드폰 액정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액정에는 Rock이라는 글자가 깜빡이고 있었다. 오로르만이 부르던 로그의 별명이었다. 참아오던 눈물이 그녀의 뺨을 적시며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오로르, 어디야?"

 "나 지금 잠깐 나와서 담배피고 있어.”

 오로르는 속으로 이 부당한 처우에 대해 말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몰래 옅들었다는 사실을, 자신이 느꼈던 분노와 모멸감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자신이 얼마나 슬펐는지… 적어도 그들에게는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오로르는 간신히 숨을 골라 평소처럼 말했다.

 "그래? 그럼 내가 짐을 가지고 나갈게. 언제끝났어? 끝났으면 말을 해주지. 역시 언제나처럼 오늘 공연도 끝내줬어.”

 역겨웠다. 문자 그대로 역겨웠다. 아까의 비열한 조소나 멍청한 하인같은 목소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지금 다시 순하디 순한 양의 탈을 쓰고 있었다. 그녀는 두 얼굴로 자신을 대하는 로그가 너무 혐오스러웠다. 그리고 이 울분을 전달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그녀는 그가 더 끔찍하게 혐오스러웠다.

 "올 때 커피 한잔만 가져다줘. 대기실에 커피 머신있지?"

 "응, 금방갈게.”

 로그가 가벼운 대답 후, 전화를 끊었다. 오로르는 자신의 얼굴에 혹시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눈물을 닦아내려 손수건을 얼굴로 가져갔다. 하지만 눈물은 이미 말라버린 후였다. 이미 말라버린 눈물만큼 그녀의 마음도 말라버린 후였다. 오로르는 잡지사에 불만을 토로하는 로그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오로르는 그의 말투나 태도가 오로르가 알고있던 그 모습일지는 알 수 없었다. 오로르는 지금 대기실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그들은 혹시 그녀가 대기실에 들어왔다 나가지는 않았을까하는 생각에 조바심을 내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녀는 그들이 이미 상황이 여기까지 왔으니 자신이 이야기를 들었든 아니든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로르가 끝없는 그들의 가식을 되새기며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에서 베어나오는 분노를 느끼고 있을 때, 제르딘과 존이 건물 입구에서 나왔다. 둘의 얼굴은 오로르가 알고 있는 평소의 자상한 모습, 그 모습그대로였다.

 '역겨운 놈들. 개자식.’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흉폭하고 잔인하며 날카로운 말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그들은 그녀의 머릿속을 볼 수 없었다. 다만 그들은 동시에, 언제나처럼 그녀를 향해 환하게 미소지었다.

 "오로르, 언제나 자네의 연주에는 힘이 느껴져. 훌륭한 연주였어. 다음주에 있을 공연도 잘 부탁하네. 아주 중요한 공연이야.”

 제르딘이 '아주' 를 강조하며 말했다.

 "물론 자네가 알아서 잘하겠지만 간절히 부탁해서 내주는 휴가인만큼 준비는 철저히 해야하네. 특히 몸조심하고 말일세.”

 존이 점잖게 말했다. 제르딘은 존과 함께 웃는 얼굴로 그녀에게 작별인사를 청했다. 오로르도 말대신 미소로 대답했다. 그녀는 속에서는 쓰디 쓴 증오로 속이 쓰렸지만 겉으로는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자신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꽤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들은 어느새 그녀에게서 한참 떨어져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볼 수 없었다. 오로르는 이런식으로 자신도 점점 가식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언젠가 이런 일들이 익숙해질 때면, 사람을 속이는 일도 아무 죄책감 없이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때 무언가가 그녀의 머리 속 한쪽 깊은 곳에서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너의 믿음 아닐까?’

 삶에 대한 믿음은 어른이 된다는 것. 사회에 나가 사람을 만나가며 살아간다는 것,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삶을 갖기 위해 필요한 대가와 희생, 그리고 가격, 이 모든 과정. 그리고 그 과정들을 이루는 동안 서로는 서로에게서 상처 입고 상처 입히면서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얽히고 섥히게 하는 것들이 아닐까? 그녀는 아리송하면서도 무시할 수 없는 내면의 목소리에 자신을 맡겼다. 끝없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끝에 이렇게 외쳤다.

 “그렇다면 적어도 지금은 이것이 너의 믿음이지 않을까?..."

 그녀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이미 떠난 존과 제르딘의 흔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머릿속으로는 계속 생각했다. 믿음이란 가혹한 친구에 대해서... 그녀의 손에 있던 담배는 이미 생명이 꺼진채 필터만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오늘도 어두운 숲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어린시절 그녀가 갖은 유일한 보물을 잃은 후로 그녀는 슬픔과 한숨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의 친구는 그녀에게 아마도 마을 건너편에 있는 거대한 숲에서 보물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해주었다. 또 친구는 그 숲에서 혹시 보물은 찾지 못할지라도 보물을 같이 찾아줄 새로운 친구나 잃어버린 보물만큼 값진 것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그녀를 부추겼다. 그녀는 친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실낱같은 희망일지라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용감하게 그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거대한 숲은 말 그대로 정말 거대했다. 거대하다 못해 끝이 보이지 않았다. 숲은 하늘을 찌를듯한 울창한 나무들로 가득했고 어두웠으며 낯설었다. 그녀 평생 처음보는 생물들이 돌아다녔고 날씨는 피부가 곤두설 정도로 싸늘했다. 게다가 아침인지 밤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늘 어두운 날씨덕에 그녀는 늘 긴장한채로 돌아다녔다. 그녀는 매일같이 숲을 헤매었다. 보물을 찾아 한시라도 빨리 그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보물은 보이지 않았다. 숲에서 나가는 길도 보이지 않았다. 빛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자신이 점점 이 숲에 익숙해져 가는것을 느꼈다. 모든것을 포기하고 이곳에서 살고싶다는 생각마저 했다. 그러다가도 어쩌다가 들어오는 한줄기의 햇빛이라도 볼 때면 그녀는 다시 힘을 얻고 빨리 보물을 찾고 이곳에서 나가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숲을 헤매고 헤매던 도중 사람의 형상을한 한 생명체를 발견했다. 그녀는 재빨리 달려가 그의 소매를 붙잡았고 그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는 키가 컸고 우람했으며, 이 숲 만큼 거칠고 낯설어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지금 이 어두운 숲 속에서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둘은 아주 잠시동안이지만 그곳에서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그는 그녀에게 자신을 따라오라고 말했고 믿으라고 말했다. 그는 그녀의 믿음이 되어 그녀의 소망이 되주겠다고 했다. 남자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고민했다. 하지만 곧 그녀의 내면에서 그를 따라가자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아마도 그가 보물을 같이 찾아줄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가 이 숲에서 보물을 찾고 숲에서 꺼내 주리라고 생각했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볼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이제 혼자 걷기에는 너무 지쳐있었다. 같이 걷다가 그가 자신이 찾던 친구가 아니라면 언제라도 멀어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그의 손을 잡자, 그의 손을 타고 심연의 깊은 어두움이 독사의 어금니처럼 그녀를 물었다. 그리고 그녀의 핏 속으로, 그녀의 영혼속으로 독이 퍼져나갔다. 그녀의 선홍색의 피는 검붉어졌고 어둠속에서도 찬란함을 잃지 않았던 그녀의 영혼은 추락했다. 그리고 그녀는 슬픔에게… 어두움에게 마음을 잃었다.

 

 "오로르!"

 로그가 오로르를 향해서 큰소리를 냈다. 그녀는 그제서야 자신이 넋 나간채로 서 있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로그는 헉헉대며 한손에는 그녀의 캐리어를, 그리고 다른 손에는 조심히 커피를 들고있었다. 여느때와 같은 표정이었다.

 "미안, 이제 좀 늦었네, 서둘러야겠다, 노르위치 행 비행기. 겨우 1주 휴식인데 일찍가서 조금이라도 더 쉬어야지.”

 오로르가 그에게 커피를 받았다. 순수하고도 밝게 웃는 그의 표정을 보자 그녀는 뜨거운 커피를 그의 얼굴에 끼얹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숲 속의 낯선 남자를 따라가고 있었다.

 "응. 고마워.”

 오로르가 밝게 웃었다. 그녀의 얼굴 뒤에서 비추이는 가로등 불빛에 그녀 앞으로 긴 그림자가 늘어섰다. 저녁의 어둠속에서 그녀의 아름다운 하늘색 눈동자가 평소보다 조금 어두워진 것 같았다.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그녀의 마음 속에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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