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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꿈속의 남자
작가 : 찌니
작품등록일 : 2017.7.29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m&m쇼핑센터의 직원 이은재. 20살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0년 간 빠짐없이 은재의 꿈에 출현한 의문의 남자. 그런데 꿈 속의 남자라고 생각했던 그 강 욱이, 30살 어느 가을 홀연히 은재의 눈앞에 나타났다? 꿈속의 남자를 사로잡기로 자신의 친구와 작전까지 짰지만 자꾸만 마음 한 구석을 비집고 들어오는 한 남자 김 환에게 흔들리는 은재. 그녀는 과연 어떤 남자와 함께하는 행복을 선택 할 것인가!

 
<3> 유치한 복수의 서막
작성일 : 17-07-29 00:14     조회 : 383     추천 : 1     분량 : 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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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은재는 지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현실일 리가 없다. 현실이라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거다.

 

 환은 자신의 얼굴로 무작정 계약서를 들이미는 불도저 같은 은재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계약에 관한 조항이나, 계약이 성사 된다면 소화해야 될 일정 등 모델에 대한 눈곱만큼의 예의조차 없이 종이쪼가리만 덜렁 들이대면 다인가 말이다.

 

 최소한 u&c는 저런 무성의한 여자를 담당자라고 자신에게 보내는 짓은 하지 않았다.

 

 뭐, 저 여자가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며 제발 도장 한 번만 찍어달라고 애원해도 계약을 할 마음은 없었지만.

 

 근데 이 여자 뭐야?

 

 아까부터,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부터 붕어처럼 입을 끔뻑끔뻑 거리며 석상처럼 굳어있다.

 

 계약서를 쳐낸 게 그렇게 충격적인 일인가. u&c에 퍼진 소문 듣고 왔을 텐데 뭐야 이 여자. 아님, 잘생긴 사람 처음 보나.

 

 “뭘 그렇게 쳐다봐요? 잘생긴 사람 처음 보나? …하긴. 그쪽 페이스가 나 같은 사람하고 어울릴 페이스는 아니네.”

 

 환의 한 마디에 잠시 가출 나가있던 정신이 제 자리에 돌아와 박힘과 동시에, 은재의 머리는 환이 던진 말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1초…2초…3초…!

 

 “야 이 자식아!”

 

 정확히 3초 만에 분석을 끝낸 은재의 외마디 외침이 필터링도 거치지 못한 채 회의실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야 이… 자식아? 지금 나보고?”

 

 “그럼, 누구한테 하는 말이겠냐고! 뭐 잘생긴 사람 처음 보나? 너보다 잘생긴 사람, 열두 번도 더 봤어! 훨씬 잘생긴 사람들이랑 같이 작업하는 사람이야 내가. 너 같은 사람이랑 어울릴 페이스가 아니라고? 그래, 내가 너같이 얼굴만 번지르르하고 성격은 개차반 같은 놈이랑 어울릴 페이스는 당근 아니지!”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른 얼굴로 속사포처럼 할 말을 쏟아낸 은재가 환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콧김을 씩씩 뿜어댔다.

 

 그저 잠시 놀려주려는 마음으로 던진 말에 된통 뒤통수를 얻어맞은 환의 표정이 사태를 아직 다 파악하지 못했다는 듯 어리벙벙했다.

 

 옆에서 관망하고 있던 망희가 사태수습을 위해 은재와 환의 중간에 끼어들어 팔을 휘휘 저어대며 분위기를 살폈다,

 

 “에이. 다들 왜 이러시는지. 일단 앉아서 이야기 합시다. 우리 이 대리님도 흥분 좀 가라앉히시고…. 김 환, 이 자식아. 너도 눈에 힘 풀고 앉아.”

 

 망희의 중재에 얼떨결에 자리에 앉게 된 은재가 아직도 서있는 환을 한번 올려다보곤, 책상과 바닥에 널브러진 계약서들을 주섬주섬 정리하기 시작했다.

 

 겉으론 태연한 척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 은재였지만, 사실 그녀의 속은 누구보다 더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부디 성공하라던 주현의 말이 귓전을 맴돌았고, 당장 열흘 뒤로 잡혀진 표지모델 촬영 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은재의 자존심이었다.

 

 ‘시간을 더 지체한다면, 분명 경쟁회사인 u&c에게 보기 좋게 한 방 먹고 말텐데.’

 

 작년에 공동프로젝트 건으로 다시 마주친 고등학교 동창, 철천지원수.

 u&c 마케팅홍보팀 윤나미의 한껏 의기양양해진 얼굴이 떠오르자 은재의 이마에 힘줄이 솟아났다.

 

 그때였다.

 

 “놔두고 가요.”

 

 뒤죽박죽이던 계약서를 차례에 맞게 정리해 갈색 서류봉투 속으로 집어넣던 은재가 이때까지 가만히 있던 환의 목소리에 멈칫 했다.

 

 “환아, 진짜?”

 

 놀란 망희가 벌떡 일어서서 환을 향해 되물었다.

 

 환은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한 번 까딱하더니, 몸을 돌려 회의실을 빠져나가며 다시 한 번 말했다.

 

 “계약서, 놔두고 가요. 한 번 검토는 해보죠.”

 

 

 * * * *

 

 회의실을 빠져나와 기획사 앞마당에 주차되어 있던 자신의 마티즈위에 올라 탄 은재가 큰 한숨을 내쉬었다.

 

 봉 매니저는 말이 끝나자마자 붙잡을 새도 없이 회의실을 빠져나간 그 자식과, 멍하게 앉아있던 내 모습을 보고 잠시 고민하더니 계약서는 꼭 놔두고 가시란 말과 함께 그 자식을 쫓아 사라졌다.

 

 그 자식의 마지막 말 덕분에 자존심을 죽여 가며 다시 계약해달라는 비굴한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되었지만

 

 “뭔가…. 되게 찝찝하단 말이지.”

 

 그리고 이 계약보다 더 중요한 건, 김 환이 8년 간 내 꿈에 꾸준히 출현했던 그를 닮았다는 것.

 

 그 때 사거리에서 봤던 남자와도 닮아있었다. 그때 그 남자가 혹시 김 환인가?

 

 “으윽. 아냐, 아냐. 그럴 리가 없잖아. 그냥 닮은 사람이겠지. 닮은 사람이어야 해. 저런 개차반 같은 자식이 내 꿈속의 남자라면, 10년 동안 가졌던 내 환상은…. 제발 아니어야 해.”

 

 몇 분간의 발광이 끝나고, 시계를 확인한 은재가 꼬르륵 거리는 배를 움켜쥐고 시동을 걸어 앞마당을 빠져나가자, 앞마당 한 편에 세워져있던 검은색 스포츠카 뚜껑이 스르르 열리며 익숙한 뒤통수 두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망희 형. 저 여자 미친 짓 하는 거 봤어?”

 

 조수석에 앉은 갈색 뒤통수가 웃음기 가득 머금은 말투로 운전석의 까만 머리통을 향해 물었다.

 

 “인마. 사람 놀리면 못써. 떽! 푸하하하. 조금 웃기긴 하더라. 근데 너…, 정말 m&m이랑 계약 할 거야?”

 

 “글쎄….”

 

 “아무리 그래도 계약서로 장난치는 건 형이 용납 못해. 어떻게 할 거야?”

 

 “모델료도 u&c보다 좋고. 안 할 건 없지.”

 

 “너, u&c에서 제의 들어왔을 때 돈보고 모델 하는 거 아니라고 거절하지 않았냐? 갑자기 웬 돈타령이야.”

 

 “형, 사람 말은 끝까지 좀 들어라. 원래 m&m이랑도 계약 할 생각 없었어.”

 

 “근데? 근데 왜 계약서는 놓고 가라 한 건데. 이 자식이 뜸 무지하게 들이네.”

 

 “돌려줘야 할 빚이 생겼거든. 방금 그 여자한테.”

 

 “너…, 너! 안 돼. 하지 마. 사사로운 개인적 감정에 s기획까지 이용할 생각은 좋은 말로 할 때 버려라. 응? 니가 개차반같이 굴면 우리 기획사 이미지도 땅바닥으로 추락이야 이 자식아. 내 밥줄도 끊기고.”

 

 “형, 나 촬영 할 땐 진지해. 알잖아? 그저 내 장난에 반응 할 그 여자 행동이 조금 궁금할 뿐 이야.”

 

 

 

 * * * *

 

 

 

 은재가 환을 만나고 온지도 벌써 이틀이 지났다.

 

 팀원들은 신인모델이 계약서를 받아 준 것만으로도 희망이 생겼다며 어떻게 구워삶았냐고 물었지만, 면전에 대고 ‘야 이 자식아’ 라는 말을 뱉어줬다고 도저히 말 할 자신이 없어 그냥 얼버무려버렸다.

 

 솔직히 은재도 그 망할 신인모델이 계약서를 검토해보겠다고 해서 약간의 기대를 했었지만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이틀 동안 s기획사에서도, 봉 매니저에게서도 아무런 연락은 오지 않았다.

 

 “윽! 이제 8일밖에 안 남았는데 콘셉트 맞추고 재 회의하고, 장소 섭외하고…, 할 일은 많아 죽겠는데 모델은 또 언제 다시 구하냐고!”

 

 멍하니 앉아 컴퓨터를 보고 혼잣말을 하며 머리를 쥐어뜯는 은재를 목격한 주현이 슬금슬금 자리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대리님…, s기획사에서 아직도 연락 없어요?”

 

 자신보다 더 울상이 되어 계약에 대해 물어오는 주현을 차마 무시 할 수 없어 은재는 고개를 까닥이며 대답했다.

 

 “응. 불행하게도. 아마 다시 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어딜 가서 구하냐는 말이지. 물망에 올려놨던 모델들은 이미 다른 곳이랑 손잡았거나, u&c에서 데려갔겠지. 망했다 우린.”

 

 은재의 절망적인 말에 주현이 그럼 어뜩하냐고, 길거리 캐스팅이라도 해 와야 하냐며 난리 블루스를 췄지만 은재는 그저 멍하게 볼펜을 똑딱거릴 뿐 이었다.

 

 때 마침, 정오를 알리는 시계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밥 먹고 합시다!’라는 우렁찬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직도 자리로 돌아가지고 못하고 서성거리던 주현이 이때다 싶어 은재에게 같이 점심이나 드시러 갈래요? 라고 말을 걸었지만 은재는 도리질을 치며 사양했다.

 

 “미안 주현씨. 지금 모델계약건도 그렇고, 콘셉트 시안도 뭔가 부족해서 식욕이 하나도 없네. 오늘은 나빼고 잘 갔다 와. 신경 쓰지 말고.”

 

 “네에….”

 

 주현이 지갑을 챙겨 팀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빠져나가자, 숨소리마저 다 들릴 만큼 조용해진 사무실에 혼자 남은 은재가 책상에 얼굴을 파묻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망할, 재수 없는…!”

 

 “자식이라고?”

 

 분명 혼자 남은 사무실인데 어디선가 낯설지만 익숙한 남자 목소리 하나가 툭 튀어나와 은재를 놀래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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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혜 17-08-10 12:48
 
작가님~ 넘 재밌잖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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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니 17-08-11 00:25
 
앗, 작가님ㅋㅋㅋ
댓글이 달려있길래 부리나케 와봤더니 동혜님이셨군요
댓글 감사해용 부족하지만 댓글을보니 힘이나네용
저도 작가님 글 잘보고있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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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블루 17-08-23 20:02
 
환이 은재를 어떻게 다룰지 궁금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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