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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술사
작가 : 크라피아
작품등록일 : 2017.7.23

떨고 있는 대주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공작은 사랑스러운 눈길로 소녀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옆 자리에 앉혔다. 소녀는 생에 처음 마차의 진동을 느끼며 이젠 시체밖에 남아있지 않은 마을을 바라보았다. 타오르는 눈동자의 불길은 서서히 잦아들며 마을의 풍경에서 점차 공작에게 이동했고 소녀는 마침내 공작의 눈을 마주했다.
“이름을 하나만 지어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그럴 작정이었다. 베아트리체.”

 
2화. 푸른 눈동자의 소년 <4>
작성일 : 17-07-23 14:48     조회 : 308     추천 : 0     분량 : 7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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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긋지긋한 가정환경 신분이 맞지 않는 부모님은 서로 사랑했으나 그 감정을 나누는 일은 없었다. 한순간의 욕정으로 만들어진 자신은 불편한 존재였으며 집안에서 치워지듯 가까운 친척의 집에 맡겨졌다.

 다행이었던 것은 내가 총명했다는 것, 그리고 삼촌이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 나는 내가 쫓겨난 이유를 알았고 삼촌은 그런 나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주었다. 글을 배우고 읽으며 차오르는 호기심을 풀 수 있을 만큼의 돈은 충분했다.

 그날도 평범하게 책을 들고 마을의 뒷산에서 바람을 만끽했다. 초원에서 뛰노는 아이들은 즐거워 보였지만 지금 자신의 상황이 마음 놓고 쉴 수 있을 만큼 편안하지 않았기에 그저 읽을 수 있는 책만이 안식처였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평소 읽던 책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책 너머 느껴지는 시선을 애써 피했지만 눈이 마주칠 때 마다 행복함이 젖어들었다. 소녀는 아름다웠다.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감돌았다.

 어느새 시선은 그녀를 쫓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칠 때면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그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만큼 나는 또래보다 빠르게 성장했었다.

 그녀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누면 손을 붙잡고 싶고 손이 맞닿으면 입술을 느끼고 싶어 할 것이기에 애써 고개를 돌려 오로지 성공에 집중했다.

 언젠가, 아버지를 뛰어넘는 사람이 되어 그녀의 손을 붙잡을 것이기에 어린 감정으로 꿈을 망칠 수는 없었다.

 삼촌은 나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집안의 어둠에 썩기엔 아깝다며 도시로 나아가라며 돈과 편지를 쥐어주었다. 꿈으로 빠르게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에 얼굴은 상기되었으나 마음만은 조금씩 굳어졌다. 더 이상 그녀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심장을 옥죄어 왔다.

 그러나 결국 꿈을 그리기 위한 욕망이 앞서버렸다. 그녀는 아직 어리다, 그러니 짧은 시간안에 성공하여 그녀의 손을 붙잡기만 한다면 가능 할 것이라 여겼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사랑에 담겨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아직 어린 나는 그것이 변할 리 없다고 믿었다.

 도시의 삶은 매력적이었다. 시골과 다르게 항시 불이 켜져 있는 가게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감돌았고 헐벗은 여자들은 어깨를 흔들어가며 나에게 교태를 부려왔다.

 생물학적으로 남자였던 내가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에 시선이 가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작업에 몰두했다. 한순간의 본능으로 소녀를 잊기엔 추억은 강렬했으며 마음에 새겨진 사랑은 지독하게 날 채찍질 했다.

 그로부터 몇 년 지나지 않아. 공방에서 인정을 받게 되었고 많은 귀족들의 제의를 받았다. 쌓여가는 돈과 명성 그리고 높아진 지위. 나를 버렸던 아버지도 어느새 나에게 관심을 가지며 속보이는 애정을 주었다.

 그 추악한 애정을 받았고 그제야 내가 원하던 꿈을 이루기에 적당한 때라고 생각했다. 일년 가량 공방을 비워도 나에게 불만을 표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으며 그녀의 손을 붙잡고 도시에서 이룰 꿈들에 정신이 아찔했다.

 손을 붙잡고, 눈을 마주할 것이며, 감정을 나누고 혀를 섞어 지금까지 풀지 못했던 욕망을 토해낼 생각은 추억속의 고향을 향하는 동안 한순간도 사라지지 않았다. 벌써 손은 따듯했으며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그러나 현실이라는 빌어먹을 요소는 나의 꿈을 허락하지 않았다.

 추억의 장소에 그녀는 존재치 않았다. 자신을 바라보던 시선은 사라졌으며 아련히 풍겼던 그녀의 향기도 존재치 않았다. 그녀의 집은 눈에 띄게 유복해졌으며 매일 식탁에 고기가 올려졌다. 그리고 벽에 걸린 그 빌어먹을 영주의 그림.

 그날 세상이 멈추었다. 나의 인생은 썩어 문드러졌고 몸속엔 피보다 많은 술이 감돌았다. 몽롱해지는 의식, 그리고 미친 듯이 과거를 갈망했다.

 떠나지 말았어야 한다, 많은 명예와 돈은 필요치 않았다. 낡아빠진 집, 식탁에는 싸구려 곡물이 올라와 있고 나무로 만들어진 침대는 삐걱거리는 소리와 불쾌감이 감돈다. 그러나 그 장소에 그녀가 있다면…….

 바라는 것은 오직 그녀. 등 뒤에 놓인 수많은 금화와 솜이 깔린 침대는 그저 금으로 칠해진 쓰레기였다.

 그녀가 없다면 나에게 행복이란 존재할 수 없었다. 그녀가 나의 모든 것이었으며 떠나지 말아야 했고, 항상 그녀의 곁에 붙어 사랑을 속삭였어야 했다. 다리가 길어지고 목소리는 굵어졌다. 그러나 마음만은 소년을 벗어나지 못했다.

 갈망했던 것을 얻지 못했기에, 그리고 다시는 얻을 수 없다는 현실을 알기에. 술에 찌든 몸을 이끌고 하수구로 향했다. 악취와 냉기가 감도는 그곳은 오히려 따듯하게 나를 향하여 손을 내밀었다.

 그때 그녀가 보였다. 꿈이라 생각했다. 이미 나는 죽었으며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 믿었다. 그러나 그녀가 신발을 내려놓고 하수구로 몸을 던지는 순간. 의식은 날아갔고 몸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그녀가 침대에 있다. 고풍스런 드레스는 물에 젖어 몸의 라인을 비추고 있었다. 얼굴은 눈에 띄게 변했으며 전신에 새겨진 상처가 언뜻 드러난 자태를 보며 얼굴을 가린 채 미친 듯이 감정을 터뜨렸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영주에게 팔려간 소작농의 딸이 무슨 취급을 당할지도 그 영주의 변태적인 성향도 전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침에는 사랑을 속삭이고 밤에는 따스한 손길을 맞이하며 서로의 이름을 부르짖고 온기를 나누며 같은 이불을 덮고 행복할 것이라며 자신을 위로해왔다.

 전부 부질없었다. 현실은 냉혹했고 자신은 그녀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 멋대로 착각했으며 그 결과가 이곳에 펼쳐져 있었다.

 간신히 눈물을 닦아내고 새근거리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손을 내밀어 뺨을 어루만졌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때 치밀어 오른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사랑, 자신에 대한 분노와 연민 그리고 독점욕. 미친 듯이 서로의 입술을 탐했다.

 불같은 혀가 입안을 감돌았고 아찔한 감각은 의식을 날려버렸다. 손을 뻗어 그녀를 안으려 했다. 하지만, 끝내 손이 뻗어지는 일은 없었다.

 느껴지는 고문의 흔적들, 도저히 여자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새겨진 흉터와 파랗게 질린 피부. 고통에 신음하는 그녀와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는 그녀.

 서로의 감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이미 그녀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고 그녀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온기가 느껴지던 침대는 이제 냉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심장이 차가웠다. 미친 듯이 감정을 터뜨렸다. 옷에서 묻어나온 물기가 침대에 아로새겨 있어 눈물을 가려주었다. 코를 박고 미친 듯이 향기를 쫓았다. 언젠가 사라질 향기를 가슴속에 새겨 넣어 추억하려 했다.

 그때 악마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다시금 피가 돌기 시작했다.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고칠 수 있다면. 이제 희미해져 가는 그녀의 향기를 다시금 되찾을 수만 있다면…….

 선반에 놓인 십자가를 불태웠다. 신의 이름아래 불타지 않을 목재 십자가는 너무나도 잘 타올랐으며 타들어가는 냄새는 가슴속에 어둠을 만들었다.

 “빼앗겼다면. 다시 빼앗아 오면 될 뿐이야.”

 조금도 지체하지 않았다. 다시금 공방에 돌아가자 모두들은 양손을 벌려 나를 환영 해주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고 그들은 변한 나의 태도에 놀라는 동시에 조금 성장했다며 등을 두드려주었다.

 곧바로 영주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유는 만들 필요도 없었다. 단순히 그 지역에 살았기에 따스한 광경을 만들어 준 보답을 하고 싶다 전하자 영주는 기쁨에 날뛰었다. 나의 그림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으며 결코 헛되지 않았다.

 영주를 불러 초상화를 그렸다. 그녀의 집에 걸렸던 싸구려와는 달리 최고급의 기름을 섞었다. 과연 튀어나온 배만큼 머릿속은 무서울 정도로 깔끔했다. 그저 최고급품 이라는 말에 병신처럼 침을 흘렸지, 그 안에 섞인 강한 향기가 초래할 결과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에게 전달할 액자는 사과나무로 만들었다. 표면은 강한 향기를 내뿜는 기름을 듬뿍 사용했으며 그 안에는 수컷의 정액을 섞어놓았다.

 말은 예민한 동물이다. 강렬한 향기는 말을 흥분시키며 섞인 페로몬은 이성을 놓게 만들긴 충분하고도 남았겠지.

 장례식에서 본 그녀의 얼굴에 감추어진 미소를 보며 차오르는 만족감을 만끽했다. 이제 그녀는 나의 것이며,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밤새도록 사랑을 속삭일 것이며 미친 듯이 온기를 나누며 행복을 만끽할 것이다.

 눈을 뜨면 곁에 그녀가 있었다. 몸에 새겨진 흉터는 남아있지만 그조차 사랑스러웠다. 새근새근 코를 고는 그녀는 이제 어디에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염없이 믿었다.

 

 그녀는 특이한 과부였다. 교회의 인정을 받은 만큼 재혼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녀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비밀리에 만남을 가져왔다. 그날도 이른 아침 남들의 시선이 향하기 전 몸에 옷을 둘러 다시 공방에 돌아와 그녀와의 밤을 기다렸다.

 그러나 밤이 되었지만 그녀의 향기는 이미 사라지고 난 후였다. 시나리오는 지극히 간단했다. 그녀는 돈이 많은 과부였고, 이는 많은 이들이 재산을 노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은 그녀에 배에 품은 생명.

 악마와 성교를 했다는 개소리를 사람들은 바보같이 믿고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이가 갈려 왔다. 다시금 그녀를 빼앗아 가는 신을 진심으로 저주했다.

 교회의 속셈은 뻔했으며 그 상황에서 내가 나선다 한들 마녀의 혓바닥으로 나를 유혹했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미친 듯이 뛰었다. 신발의 밑창은 달아버렸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몸을 혹사시켰다. 아는 귀족을 찾아가 그녀의 구원을 요청했고 심지어 황제의 알현까지 요청했지만 단순한 화가가 외치는 소리를 들어줄 만큼 교회는 만만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가 죽는 날까지. 나는 피로 얼룩진 발바닥을 쉬지 않았지만. 들려오는 그녀의 소식에 끝내 더 이상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만일, 그녀를 다시 빼앗지 않았다면. 영주가 죽지 않았다면. 그녀를 바라지 않았다면 그녀는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고통스럽더라도 참아내고 영주의 흥미가 떨어진다면 언젠가 소소한 행복을 찾아 낼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죽어버린 그녀의 시체 앞에서 저따위 말을 내뱉는 것은 어떤 소용도 없었다.

 결국, 이 하수구는 소원을 이루어 주는 곳임이 분명했다. 몸을 던진다면 다시한차례 그녀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부질없는 소망을 믿었다.

 그때의 나는 그 정도로 미쳐있었다. 차가워진 심장은 목숨을 지탱할 생각을 하지 못했으므로.

 “어머, 하수구에 몸이라도 던지실 생각인가요?”

 그녀의 목소리라 생각하여 고개를 돌렸지만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둠을 몸에 감은 묘한 여자가 존재할 뿐. 그녀를 무시하고 하수구에 몸을 던지려 체중을 실었다.

 “포기하기엔 이르지 않나요? 그녀를 살려낼 방법은 아직 남아있는데.”

 악마의 속삭임이 분명했다. 죽은 사람이 살아나지 않는 다는 것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단순한 상식에 얽매어 그녀를 잃었다. 그렇기에 그 악마의 속삭임에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진퉁 마녀. 당신들이 말하는 신을 배반한 악마의 자식이겠죠? 후훗. 멍청한 사람들이에요. 진짜는 여기 있는데 허구한 날 헛짓만 하고 있다니까.”

 그녀가 마녀인들, 악마인들 어떤 상관도 없었다. 그저 그녀를 살려낼 수 있다는 소리만이 머리를 감돌았다.

 “영혼이든 뭐든 전부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제발 그녀를 살려 주세요…….”

 “음… 그렇게 까지 말한다면 도와드리는 건 어렵지 않죠. 한차례 도움을 받은 기억도 있으니 기꺼이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빛이 보였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어도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거리낄 것은 없었기에.

 

 .

 .

 .

 

 그날 이후 몇 명을 죽인 것인지 샐 수 없었다. 지금도 작업실에 나뒹구는 여자는 살려 달라 비명을 지르지만 그녀의 목숨을 대신하기에는 역시 너무 값싸 보였다.

 그녀는 최고급의 보석이며 이를 대신하기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는 부족했다. 다만, 그 돌멩이라도 모으고 모아내면 언젠가 보석을 대신할 수 있었다.

 비명을 잘라내어 인료에 섞어 캔버스에 발라내었다. 끈적거리는 피의 감촉은 기름보다 몇 배나 더 좋은 재료였다. 그러나 아직도 너무나 부족했다.

 그림은 그녀의 형태를 띄고 있었지만 아직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의 처녀를 사용해도, 신의 이름을 받은 아이를 사용해도 그림이 완성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은 마술을 사용할 수 없었다. 피로 만든 물감, 머리카락으로 만들어낸 붓을 사용한다 한들 나는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없었다.

 몇 번이고 포기하려 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부질없는 짓일 지도 모른다며 나의 손에 묻은 피를 보며 절망하는 것은 이미 일상이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마녀는 황홀한 속삭임을 전해왔다. 다음엔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하자며. 그녀의 가치는 그것뿐이었냐며.

 광기에 빠진 그림은 미친 듯이 실력을 향상시켰고, 어느새 마술사들은 나에게 형태를 만들어 주길 바래왔다. 나로는 생각 할 수 없는 기적을 눈앞에서 행하는 그들. 재료의 가치로는 충분했다. 그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들은 기적을 행했고, 도저히 그들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한 순간의 실수로 지금까지 쌓아온 공든 노력들을 무너뜨릴 순 없었다.

 그렇기에 기회만을 노려왔다. 이미 자라버린 맹수를 이겨낼 수 없다면 아직 성장 중인 새끼를 잡아 버리면 그만이니.

 ‘그럼 잘 부탁한다네. 혹여 베아트리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네놈의 뼈를 깎아 지팡이를 만들 테니.’

 그날의 감동을 무엇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아직 이빨을 세우지 못하는 귀엽고 귀여운 아이. 귀엽고 귀여운 나의 소녀.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는 그 미숙한 모습. 볼을 쓰다듬어 향기를 맡고 혀를 내밀어 맛을 탐하며 그 귀여운 얼굴을 절망에 이끌 생각에 전신에 쾌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아직, 급할 필요는 없다. 수년을 기다렸다. 지금 당장 잡아먹으면 분명 부드럽고 달콤한 육질을 자랑하는 고기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숙성이다. 절로 넘어가는 침을 삼켜가며 그녀의 호기심이 이끌 파멸을 조용히 기다렸다.

 마지막 향신료인 마술의 재능을 파악했고, 드디어 찾은 가능성에 심장이 요동쳤다. 섬세한 손길로 잡아먹을 고깃덩이가 자신의 손으로 문을 열고 도축장에 들어왔을 때. 더 이상 참아낼 수 없었다. 환하게 빛나는 아이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어 간다.

 그림속의 그녀가 웃고 있다. 아아, 사랑스러운 나의 모나리자. 분명 나를 보면 손을 내뻗고 그 그윽한 향기를 풍겨대며 서로의 입술을 탐하겠지. 다시금 체온을 나누고 이젠 어디로도 빼앗기지 않게 소중한 나의 성에 가두어 누구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다.

 어린 새끼는 부질없는 저항을 시작한다. 지금껏 듣지 못한 청아한 비명소리, 모든 것이 완벽한 상황. 다시 한차례 마녀에게 감사하며 그녀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위해 이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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