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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미스테리클럽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너를 만나고 싶어.

 
돌아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어(2)
작성일 : 17-07-08 22:03     조회 : 65     추천 : 0     분량 : 7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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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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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한 딸기 아이스크림이 혀끝에서 사르르 녹았다. 역시 비싼 건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단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 더 떠서 입에 넣었다. 기분이 좋아진 듯 헤실거리며 웃기까지 하는 제 친구를 바라본 은랑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난감해졌다. 원래부터가 지독하게 변덕스러운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가끔은 적응이 안됐다.

 

 그래, 그냥 그러려니 하자. 한두 번도 아니고. 은랑은 단아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멈췄다. 저러다가도 십분 후면 신경질을 내며 이 레스토랑을 뛰쳐나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진짜 민폐네요. 사고도 낸 주제에 밥이나 얻어먹고."

 

 은랑은 단아에게서 시선을 돌려 맞은편에 앉은 잘생긴 사내를 향해 미안한 듯 멋쩍게 웃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새까만 머리칼에 딱 봐도 고급스러운 양복을 입은 사내의 왼쪽 손목에는 눈이 아플 정도로 빛나는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그는 마시던 커피 잔을 내려놓고 조금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괜찮아. 어차피 너희들에겐 빚도 있으니까"

 "그거야 그렇죠."

 

 단아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며 ‘아이스크림 좀 더 달라고 해봐요’라고 덧붙였다. 그 맹랑한 발언에 눈썹을 미미하게 찌푸리는 것도 잠시, 수혁은 웨이터를 불러 나갈 때 아이스크림 한 통을 채로 달라고 주문했다.

 

 “아니, 한 통을 어떻게 다 먹어요? 살찐단 말이에요.”

 

 짜증스럽게 톡톡 쏘는 단아의 말에 “그럼 버리든지”라는 수혁의 무미건조한 대답이 돌아왔다. 누가 봐도 친밀하지 못한 관계가 드러나는 테이블 분위기가 묘했는지 흥미를 담은 시선들이 목 뒤로 느껴졌다.

 

 일차적으로 사고를 냈다는 자체는 큰 문제지만, 재규어의 주인이 수혁이었던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두 사람과 그와는 나름대로 특별한 사연으로 얽혀져 있었기에 사고를 눈감아 주었고 심지어 비싼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까지 대접해주었다. 옆에서 디저트를 신나게 먹어치우는 단아가 그를 알게 된 일차적인 원인이었고 말도 안 되는 일에 은랑이 제 발로 뛰어든 것도 이젠 3년이나 된 이야기였다.

 

 "아 참. 연애사업은 잘 되어가요?"

 "신경 꺼."

 

 스푼을 입에 물고 장난스럽게 물어보는 단아에게 수혁은 짜증스럽게 대답하며 그녀를 차갑게 응시했다.

 

 “칫. 너무 하네 정말. 내가 한 게 얼만데.”

 “저녁 값이랑 사고처리비용만 해도 그보다는 많겠지.”

 “어머, 그건 랑이가 한 거지 제가 한 게 아니잖아요?”

 

 신랄하게 말싸움을 이어가는 두 사람을 보며 은랑은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주단아 저 녀석, 스트레스를 어디다가 풀고 있는 거야 정말.

 

 수혁은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단아와 말싸움을 하는 게 한심하다 느껴졌는지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어딘가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게 틀림없지만 그와 이 대학생들과의 사이는 그런 일에 대해 캐 물을 만큼 깊지 않았다.

 

 그는 문득 이제는 스푼을 내려놓고 마늘빵에 손을 뻗는 단아가 예전과는 무언가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교복과 사복의 차이와 맨얼굴과 화장이라기 보단 본질적인 느낌의 차이점이다. 무엇이라고 딱 집어 말할 순 없지만 변화가 생겼다는 것은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는 몸을 살짝 뒤로 젖히면서 넌지시 말을 꺼냈다.

 

 "아, 저번에 그 녀석을 만났어."

 

 단아와 은랑은 서로를 잠깐 바라보더니 '누구요?'라고 반문했다.

 

 "너희들이랑 같이 있던 녀석 말이야. 이름이…. '정 욱'이었지, 아마."

 

 은랑은 미동도 않고 멈춘 단아의 손을 얼른 잡았다. 가만히 두면 분명히 손을 엉망으로 만들게 뻔했다. 수혁은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두 사람의 태도를 모른척 해주었다. 다섯이서 지겹게 이리저리 휘젓고 다닐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닌 모양이지. 그 때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이상하기도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원래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다.

 

 우우웅, 진동소리가 그의 핸드폰에서 들렸고 발신자를 확인한 수혁은 얼굴에 미미하게 미소를 띄웠다. 딱 봐도 누구에게서 온 건지 알 수 있었다. 은랑은 미묘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잠시 전화를 받고 나오겠다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단아가 스푼을 입에 문 채로 웅얼거렸다.

 

 "사랑의 힘이란."

 "행복해 보인다. 그치?"

 "커플타도, 솔로천국!"

 

 단아가 스푼을 들어올린 채 중얼거리는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던 은랑은 누군가가 다가오는 구두굽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타이트한 스커트에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긴 머리의 여인이 두 사람이 앉아있는 테이블 가까이에 다가와있었다. 상당히 둥글둥글한 눈매가 꽤나 인기 있을 법한 외모였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모르는 사람인데. 은랑은 어디선가 저 사람을 본 적 있던 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단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전투적으로 아이스크림에 스푼을 찔러넣었다.

 

 "아까 그분이요, 친오빠예요? 많이 안 닮았던데…."

 "뭐. 그냥 아는 사이에요"

 

 "어머, 그래 보이긴 하더라"

 

 위아래를 훑어보곤 입술 끝을 말아 올려 웃는 모습에 계속해서 움직이던 조그마한 디저트용 스푼이 딱 멈췄다. 단아는 내리깔았던 눈을 올리며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였다.

 

 여인은 환하게 웃으며 멋대로 테이블 가까이에 몸을 숙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돈 많아 보이고 잘생긴 안 수혁이라는 남자에게 한 눈에 꽂힌 게 틀림없었다. 확실히 안수혁이라는 남자는 이성에게 단 번에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 만큼 잘생겼고 배경도 좋았다. 수혁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그녀를 마음껏 떠들게 내버려둔 은랑은 행동력이 강한 건지, 예의란 게 없는 건지 모를 그녀에게 짜증보다는 안타까움이 앞섰다.

 

 하필 찍어도 안 수혁이야.

 

 "저기, 그러니까 나 그 사람이랑 잘 되게 도와주지 않을래요? 친하게 지내요. 우리."

 

 새빨갛게 입술을 칠한 그녀가 마침내 그런 말을 하자, 가만히 있던 단아가 딱딱하게 대답했다.

 

 "싫어요."

 

 어째서냐고 여인이 조금 히스테릭하게 따지듯 묻자 단아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그 사람 임자 있거든요, 언니는 못생겨서 가망 없어요."

 

 그래. 있었다. 아주 잘 생긴 임자. 심지어 그는 주 단아의 첫사랑이었다. 강렬한 충격을 안겨준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는지 단아의 얼굴이 묘하게 변해갔고 은랑은 고개를 돌려 웃음을 참기 위해 혀를 살짝 깨물었다.

 

 

 "어휴. 갑자기 왠 비야…."

 

 은랑이 차창에 점점이 묻어나는 빗물을 바라보며 중얼거린 말에 조수석에 앉은 단아가 "어쩐지 습기가 많더라니"라고 말하며 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조금씩 내려오는 비를 받았다. 차가웠다. 그녀는 손을 탈탈 털어 옷에 닦고는 비를 맞아 조금씩 물들어가는 아스팔트를 구경했다.

 

 수혁이 사준 저녁을 먹고 그와는 깔끔하게 헤어졌다. 원래가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고 이렇다 저렇다 할 이야기도 없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다. 기분 나쁜 편지를 받았고 사고도 났지만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도 만났고 돈 한 푼 물어줄 걱정 없이 비싼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도 먹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이게 짱이야."

 

 단아가 커다란 아이스크림 통을 탕탕 치며 유쾌하게 웃자 은랑은 친구를 따라 웃고 말았다.

 

 "어련하시겠어."

 

 사실 은랑도 기분이 좋은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 비싼 재규어와 접촉사고를 내고도 도색비용까지 이쪽에서 받았으니 말이다. 이러니 저리니 해도 과거에 행한 일이 오늘은 아주 유리하게 작용했으니 단아에게 편지를 보낸 인물에 대한 불쾌감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야야, 여왕님."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그럼, 여왕폐하?"

 "하. 왜 그러신대. 용의 무녀님. 아니, 성녀라고 불러줄까?"

 "아직도 그 녀석이 많이 미워?"

 

 한참이나 대답이 없었다. 단아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짐에도 은랑은 모르는 척 앞을 보며 열심히 운전을 하는 양 행동했다.

 

 "사실 이젠 미웠다는 감정을 잘 모르겠어…. 그만큼 무뎌졌다는 건지, 이해했다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 문지기도, 광대도, 기사도 다 나름의 이유와 사정은 있었겠지. 생각보다,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갔고 감정은 순식간에 격해졌다가 사그라들었다가를 반복했으니까. 너도 나도 그 당시엔 제정신이 아니었잖아."

 

 은랑은 지난 몇 개월간의 일을 회상해보았다. 정말 재미없었던 시간이었다. 다섯이서 함께였을 땐 어땠더라, 뭘 했더라 따위의 잡생각들이 늘어났고 뒤따라오는 회의감과 얄팍한 분노로 시간을 의미 없이 보냈다.

 

 "솔직히…. 그래, 어쩌면 웃기게도. 그리움이라는 게 있는 걸지도 몰라"

 

 단아는 그 말을 끝으로 조용히 입을 다물고 눈을 감았다. 17살의 자신이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벌어진 현실과의 경계선에서 문지기가 있었고 광대가 있었고 기사가 있었다. 씁쓸한 표정으로 눈을 뜬 그녀는 긴 머리칼을 늘어트린 오랜 친구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옆에 네가 있어줘서 다행이야. 물론 낯간지럽게 입 밖으로 뱉을 순 없지만.

 

 수혁과의 식사 이후로 가볍게 술도 마셨더니 어느새 지나치게 어두워져 버렸다. 도로에 다니는 차량이라곤 그들의 스파크가 전부였고 길고양이 몇 마리만 간간히 울음소리를 냈다.

 

 툭툭, 빗소리가 점점 불규칙하게 들려오더니 이내 쏴아아 소리와 함께 땅이 순식간에 완전히 젖어버렸다. 점점 흐려지는 주위를 멍하게 바라보던 단아의 눈앞에 별안간 희끄무리한 것이 쑤욱 다가왔다.

 

 "!!"

 

 그것은 손의 형상으로 그녀의 머리칼을 휘어 잡으려는 듯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가 엄청난 파열음을 내며 하얀 연기처럼 여러 갈래로 나뉘어졌다.

 

 끼이익!

 

 차량이 중앙선을 넘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은랑이 단아 쪽으로 몸을 비틀어 그녀에게 다가오던 것에게 거칠게 손을 뻗었기 때문이었다.

 

 "미친! 창문 좀 닫아!"

 

 다시 핸들을 잡으며 은랑이 소리쳤고 바로 창문을 올린 단아는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 입을 뻐끔거리다가 쇳소리를 내며 소리쳤다.

 

 "어째서 네가 버젓이 옆에 있는데 '렘'이 나타난 거지?!"

 

 '렘'은 환영을 일으키는 작은 '괴물'이었다. 일반적으로 불안정한 심리에 깃들기도 하고 음기가 강한 곳에 기생하기도 하는 보통 사람의 눈엔 보이지 않지만 아주 흔한 괴물이다. 자신도 근 몇 개월간 렘으로 인해서 고생을 지겹게 하는 중이라지만, 옆에 용의 무녀인 천 은랑이 있는 데도 그들이 나타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세상에, 저걸 봐."

 

 점점 거세지는 빗물 사이로 수백 마리의 렘들이 저편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기분 좋은 날이랬던 거 당장 취소다.

 

 "아무리 듀비에의 지하에 잠들어있다지만 용의 권능이 이 정도로 사라진 거야? 싸구려 렘들이 달라붙을 정도로 말이야?"

 

 단아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은랑의 목걸이를 응시했다.

 

 "아니야, 아까 내 손이 닿으니까 렘이 바로 소멸됐잖아."

 "아 참, 그렇지, 그럼 저 많은 렘들이 대체 뭐 때문에…."

 

 단아의 말을 완성되지 못하고 쿵, 하는 커다란 소리로 인해 가로막히고 말았다. 그 소리는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해서 점점 커졌고 그러는 동안 수백, 혹은 수천 마리의 작은 괴물들이 그들이 탄 스파크를 재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쿵ㅡ

 

 "용의 권능이 문제가 아니라…. 저것들, 도망치는 것 같은데."

 

 쿵ㅡ

 

 단아의 말에 은랑이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응수했다. 도대체 무엇에게서 렘들이 도망을 치는 거지? '겔샤르의 인'이 유효한 한, 렘보다 상급의 '괴물'이 이 도시에 나타날 수는 없었다. 그건 두 사람에게 여태까지 안전함과 안도감을 심어주던 절대적인 명제였다.

 

 쿵ㅡ

 

 "…말도 안돼."

 

 커다란 쿵 소리와 함께 이젠 두 사람에게 '그 소리를 낸 장본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둠에 녹아 드는 검은 털에 마치 허공에 뜬 듯한 샛노란 눈동자. 두 사람이 필사적으로 감춰왔던 과거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과 일치하는 것.

 

 "발케!"

 

 단아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신음처럼 그 이름을 내뱉었고 동시에 은랑은 핸들을 거칠게 꺾어 차를 돌렸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 괴물과 눈이 제대로 마주쳤다. 먼 거리였지만 그 괴물은 분명히 자신들을 발견했을 것이다. 은랑은 미친 사람처럼 입술을 떨며 엑셀을 밟았다.

 

 "미친, 저게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제기랄!"

 

 단아가 뒤를 돌아보고는 새하얗게 질려 욕설을 내뱉었다. 발케가 네 발로 달려 자신들을 쫓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한 번 먹잇감을 정하면 절대 다른 것은 보지 않는 저 괴물의 특성상 엄청난 장기전이 펼쳐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겔샤르의 인이 깨진 거야?"

 "씨발..아마도 그렇겠지"

 

 겔샤르의 인은 말하자면 이 도시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그물망이었다. 그 그물망의 크기가 작고 촘촘해서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괴물들은 드나들 수 없게 만든 일종의 결계였다. 처음엔 모든 괴물을 차단하기 위해 결점이 없는 둥근 막 형태의 겔샤르의 인의 제작을 시도했지만 능력의 한계점으로 인해 그 정도는 힘들었고, 그물망의 형태로 대체된 것인데 작은 렘 정도만 드나들도록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걸작이었다.

 

 괴수는 대체적으로 위험도와 그 크기가 비례하는 성향이 강했기 때문에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완벽하지는 않았다지만 당시 고등학교 2학년 다섯이서 만든 결과치고는 아주 우수했다고 볼 수 있었다. 은랑은 백미러를 통해 보이는 괴물을 향해 욕설을 날리곤 옆에서 손톱을 물어뜯는 자신의 친구에게 소리를 질렀다.

 

 "듣기 싫을 테지만, 네가 여왕의 권능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미리 알았을 거야!"

 "내가! 그만 좀 하라고 했잖아!"

 "겔샤르의 인이 어떤 건지 알잖아! 그건 유일한 방어선이라고!"

 "누가 그걸 몰라? 제대로 운전이나 하란 말이야!"

 

 그들이 열심히 말싸움을 하는 동안 괴물은 크게 도약해서 그들의 스파크를 향해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렀고 정말 가까스로 닿진 못했다. 순간 백미러에 크게 보이는 괴물에 은랑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고 단아도 지끈한 이마를 잡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일차적으로 괴물은 보통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저 시끄러운 쿵쿵대는 소리마저 들을 수 없다. 모든 것은 두 사람 같은 사냥꾼, 미드워커들에게만 허락된 감각이었다. 발케가 이 도시에 나타난 이상 잠시 동안 유지해오던 평화는 깨진 거나 다름없었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원래대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다나"

 

 친근하게 애칭을 불러오는 목소리에 단아는 숨을 몰아 내쉬었다.

 

 "나 목걸이"

 

 은랑의 의도를 단숨에 파악한 단아는 그녀에게로 몸을 기울여 얌전하게 그녀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빼어서 은랑에게 건넸다. 현재로써는 일단 안전한 장소로 피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용의 무녀라지만 정작 그 용이 제대로 힘을 쓸 수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렘 정도의 괴물은 차단할 수 있을지언정 발케 같은 것을 단숨에 쓰러트리기엔 그녀로써도 역부족이었다. 물론 하얀 용이 집적 듀비에의 지하에서 나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그건 지나친 위험부담이 뒤따랐다.

 

 ㅡ콰앙

 

 네 발의 괴물이 다시 한 번 크게 도약해서 무시무시한 손톱을 휘둘렀고 이번엔 빠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스파크의 트렁크가 깔끔하게 잘려져 날아가 아스팔트에 부딪혀 구르며 엄청난 소음을 만들어냈다.

 

 "…미치겠네 진짜!"

 

 뻥 뚫려버린 뒤에서 찬바람이 들어왔다. 망연자실하게 뒤를 바라보던 단아는, 트렁크를 잘라낸 후 잠시 멈춰 서서 고개를 푸르르 떨던 발케가 다시 네 발로 뛰어오기 시작하자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어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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