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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셀다 론도
작가 : 녹차양
작품등록일 : 2017.6.19

셀다 론도의 여왕은 왜 죽어야만 했는가.
천 년의 여왕과 지상 최후의 용 이야기.

 
2. 죽음과 용의 세계
작성일 : 17-06-19 10:31     조회 : 21     추천 : 0     분량 : 4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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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 오즈는 어린 나이에 세상의 비정함을 깨달았다. 이살롯이 주변 소국을 정벌하기 전, 그는 라후아국의 평범한 아이였다. 라후아는 바다와 인접한 곳이었고 우물을 파도 물에서 짠 맛이 나서 식수가 귀한 곳이었다. 비도 많이 내리지 않아 가뭄이 들 때면 늘 기우제를 지냈다.

 

 그 해는, 유난히도 비가 오지 않았다.

 

 

 점술가는 이 최악의 가뭄이 전부 부정 탄 이방인때문이라 말했고, 그건 잭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전쟁고아였던 그를 촌장이 가엾게 여겨 길러주었지만 촌장은 노쇠하여 몇 해 전에 죽었고 이제 그를 보호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직 여덟살 밖에 되지 않았던 잭은 제물로써 제단에 서야 했다. 어린 마음에 다들 자신이 잘못된 아이라 화를 내니 그것이 당연한 줄로만 알았다. 무서웠지만, 자기때문에 다들 고통받고 있다니 체념했다. 모두 자신의 탓으로 생각했다. 잭 자신마저.

 

 잭이 그렇다고 순순히 제물이 된 것은 아니었다. 기우제에 바치는 제물은 산채로 바닷속에 수장시키는 관습이 있었고, 잭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두렵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제단에서 자신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편하게 웃고 떠드는 마을 사람들을 내려다 보며, 잭은 도망을 결심했다.

 

 신발 밑창에 몰래 숨겨둔 철조각으로 밧줄을 끊고, 바다에 내던져진 후 필사적으로 도망을 갔다. 몇 개의 나라를 거치고 몇 개의 마을을 지났는 지는 모른다. 확실한 것은 그 어디에도 자신이 살아갈 곳은 없었다는 것이었다.

 

 최후의 최후까지, 가장 마지막에 몰린 곳은 아무도 살지 않는 이샤 사막.

 

 죽음의 땅이라 소문이 자자하던 그 곳.

 

 

 며칠을 걷고 걸어 발이 퉁퉁 부어 터지고 탈수로 지쳐 쓰러질 무렵, 잭은 마치 꿈결처럼 나타난 푸른 마을을 보았다. 그리고 온통 흙투성이의 드레스를 입고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푸른 눈의 천사도 보았던 것도 같다.

 

 그리고 잭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셀다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2. 죽음과 용의 세계

 

 

 

 샤를롯테의 일상은 점점 단조로워졌다. 아침부터 내내 서적을 뒤적이다가 눈이 피로해지면 에밀의 상태를 보러 별관을 간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다시 책을 읽고 잠깐의 낮잠을 자다 다시 일어나 책을 읽었다. 낮과 밤을 잊은 듯이 그런 일상이 계속되었다. 잔소리할 사람이 없으니 산책 시간도 점점 줄고 끼니를 거를 때가 더 많았다. 금방 다녀온다던 오셀롯은 보름이 넘도록 돌아오지 못해 간간히 편지할 뿐이었다.

 

 오셀롯의 빈 자리가 크다보니 까마귀와는 친해지고 싶지 않아도 말을 붙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생각보다 의뭉스러운 사람이 아닌 것도 알게 되니 거리낄 것도 없었다. 여전히 하우드에 대해 말을 꺼내면 입을 꾹 다무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무언가 사정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꾹 참으니 처음의 조급했던 마음도 점점 느슨해져갔다.

 

 아무리 생각하려 애써봐도 잊은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고 안드라페에 대한 정보도 거의 찾을 수 없어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판단한 것도 한 몫 했다.

 

 

 

 꿈을 꿀 때면 늘 만나는 하우드도 그녀를 편하게 했다. 에밀을 통해서 본 하우드는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살벌했는데 그녀의 꿈에 등장하는 하우드는 다정하게 그녀를 안고 괜찮다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고작 꿈이고 자기위안에 불과할 뿐인데도 마치 정말 하우드를 만난 것처럼 마음이 편했다. 가끔은 더욱 그리울 때도 있었지만 그를 찾는 일은 현재로선 요원해 보였다.

 

 

 샤를롯테는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 가져온 책들도 전부 꽝이었다. 혹시나 해서 이번엔 고어로 적힌 책들을 모조리 뽑아왔는데 안드라페에 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또 하루를 날려버린 것 같은 기분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작에 포기하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집요한 면이 있으시네요."

 

 새로 깔은 카펫에 배를 깔고 드러누운 채로 색지를 접어 공을 만들던 까마귀가 슬쩍 샤를롯테를 보며 웃었다. 그런 모습이 못마땅한 샤를롯테가 구두 끝으로 흔들거리는 다리를 툭툭 쳤다.

 

 "비싼 색지로 이런 거나 잔뜩 만드는 그대보다야 집요할까."

 

 샤를롯테의 손가락이 방에 잔뜩 어질러져 있는 색지 공을 가리켰다. 자신이 아침에 책을 핀 순간부터 해가 질무렵까지 그도 여기서 계속 종이나 접고 뒹굴거렸다. 그 결과물로 수백개는 되어보이는 무수한 쓰레기를 보며 타박이 나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샤를롯테의 미간이 점점 찌푸려지자 까마귀는 잽싸게 일어나 색지 공을 주섬주섬 품에 그러모았다.

 

 "그것들은 잔뜩 구겨져 다시 사용하기 힘드니 냉큼 치우거라."

 

 "하하, 너무 인색하시다. 제 솜씨가 모자라 생긴건 좀 이래도 반짝반짝하고 이쁘지 않습니까? 잘 된 건 몇개 골라서 샤를롯테님의 침실에 전시해두려고 했는데요."

 

 

 색지 공을 소중하다는 듯 꼭 끌어안은 폼새가 정말 버릴 마음이 없어보였다. 별명이 까마귀인 이유를 알 것만 같아 샤를롯테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오셀롯이 그대를 데리고 몇년이나 지냈다니, 그 고생을 알 것 같구나."

 "무뚝뚝한 전하에겐 딱 알맞지 않습니까?"

 

 "말장난은.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전부 정리해두거라!"

 

 샤를롯테는 발치에 굴러다니는 노란 색지 공을 통 차버리고는 문 밖을 나섰다. 까마귀가 뒤에서 어딜 가냐고 물었지만 굳이 답하지는 않았다. 최근 샤를롯테의 행선지는 불보듯 뻔했으니까.

 

 

 

 

 

 고작 보름이었지만 성은 많이 바뀌었다. 샤를롯테가 자주 밖으로 나오자 사제들도 성 외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고작 화분 몇개만 있었을 정원에 잔디도 새로 심었고 울타리마냥 키작은 측백나무들이 늘어섰다. 조경수로 삼색 버드나무가 곳곳에 심어져 있는데 오랜만에 보는 것이어서 볼 때마다 기분이 새로웠다.

 

 "앗, 신녀님! 오늘은 일찍 나오셨군요."

 

 순찰을 돌던 기사 두명이 정원에 서 있는 샤를롯테를 보고 황급히 경례를 취했다.

 

 

 "이제 교대시간인가 보구나. 그대들의 노고가 많아. 버번경, 에릭슨경."

 

 "마땅히 해야 할 일일 뿐입니다. 이제 곧 어두워지니 불을 켜두겠습니다."

 

 

 이젠 몇몇 사람과도 제법 친해져 오며가며 인사 정도는 나누게 되었다. 처음엔 다들 오셀롯의 명령때문인지는 몰라도 뻣뻣하니 어렵게 인사를 했는데 샤를롯테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고 관심을 가지니 금세 마음을 열었다.

 

 기사들은 샤를롯테가 이름을 기억해주었다는 사실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목례를 하고 잽싸게 사라졌다. 샤를롯테는 멀어져가는 기사들을 보며 잠시 멍하니 추억에 잠겼다. 때때로 옛날 활기가 넘쳤던 크라우스트성에 와 있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질 때가 있었다.

 

 '그만해야지.'

 

 샤를롯테는 뺨을 살짝 두드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자꾸 과거의 향수에 젖어 멍하니 있을 때가 많은데, 그런 날이면 우울감이 오래 가서 이젠 가급적이면 옛 생각은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었다. 근데 마음이 느슨해지면 또 멍하니 옛날을 떠올리니 스스로가 바보같았다.

 

 

 다시 걸음을 떼 별관으로 향했다. 별관쪽이 조용한 것을 보니 오늘도 별 탈은 없어보였다. 요 며칠간 에밀의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저주는 뿌리가 깊어 완전히 치유할 수 없었지만 샤를롯테의 힘을 불어넣었을 때 호전되던 시간이 처음엔 잠깐이었다면 이젠 어느정도 제대로 된 대화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길어졌다. 에밀은 가끔 딸을 찾았지만 샤를롯테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겨우 제정신으로 있게 된 에밀이 또 실성하여 저주가 악화될까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에밀과는 늘 정원에 꽃이 폈다던지, 새로 만든 과자가 어떻다던지 하는 시시한 이야기 밖에 할 수 없었다.

 

 

 사실 그런 이야기로도 샤를롯테는 꽤 즐거웠다. 그냥 그런 소소한 행위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돌이켜보면 셀다 론도에서 집정할 때엔 늘 시간이 부족했고 정신없이 골몰해야 해서 여유가 부족했었다. 조그마한 나라였지만 부족함이 많았고 문제는 늘 이곳 저곳에서 터져 몇 시간이고 토론을 해야만 했다.

 

 

 지금은 지나칠 정도로 평화로웠다. 그리고 그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데에 감사하기까지 했다.

 

 

 "에밀."

 

 따로 노크할 필요 없이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작은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노을빛에 에밀의 얼굴도 불그스름했다. 탁자에 놓인 과자는 손도 대지 않았는 지 접시에 가득했고 찻잔도 그대로였다.

 

 

 샤를롯테가 재차 에밀을 부르자 그제서야 벽을 향했던 고개를 삐그덕 돌렸다. 초점이 나간 눈동자를 보니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지만 이젠 그런 상태에서도 제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된 것 같아 보였다.

 

 "오는 길에 보니 장미가 많이 피었더구나. 내일 동쪽 정원에서 티타임을 가질까? 성벽을 따라 능소화가 흐드러졌던데… 그대도 보면 감탄할거야."

 

 에밀의 고개가 힘없이 까딱였다. 그 이지 없는 모습에샤를롯테는 힘을 쓸까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어제도 그제도 계속 힘을 나누어주었으니 한동안은 자가회복이 되도록 두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대에게 어울릴만한 머리핀이 있는데 끼워주질 못해 아쉽다. 서른 즈음이라고 했지? 인간은 고생이 심하면 빨리 늙는다고 하던데. 그대도 젊었을 땐 갈색 머리였을까? 머리카락도 좀 더 길었었겠지?"

 

 

 돌아오는 대답은 없으나 샤를롯테는 혼자 조잘거렸다. 첫 시작은 에밀이 어느정도 사고를 할 수 있는지 묻기 위함이었지만 점점 정이 들기 시작했다. 에밀의 기구한 인생이 불쌍하기도 하고 그런데도 살아간 게 대단하기도 했고, 더 알고 싶은 구석이 있었다.

 

 

 

 "에밀. 난 그대가 그대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플로랑스쪽 사정을 알아봐 줄까? 혹시 돌아가기 싫으면 여기서 지내도 좋아. 이샤숲… 숲이라기엔 아무것도 없지만 다시 가꿀 생각인데 일손이 부족할 것 같거든. 조용히 지내면서 네가 좋아할 법한 것들을 찾는 것도 좋지 않을까? "

 

 "……."

 

 "뭘 해도 좋으니까 그대 자신만을 위해 사는 모습이 보고 싶구나. 누군가를 위해 사는 삶은… 마치 옛날의 사라를 보는 것만 같아서……."

 

 

 

 괜히 찻잔을 덜그럭거리며 들었다 놓았다. 허브 향이 나는 것을 보니 사제들이 심신안정을 위해 자스민차를 내어 온 모양이다. 하지만 임자 없이 차게 식은 차는 떫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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